[인디즈 소소대담] 2023. 12 우리의 언어로 영화를 이야기하다
*소소대담: 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단 ‘인디즈’의 정기 모임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지윤 님의 기록입니다.
참석자 : 하나, 둘, 셋, 넷, 다섯
우리의 언어로 영화를 이야기하다 보면 스스로의 마음을 다시금 울컥 건드리기도, 새로운 몸짓을 한 영화가 누군가의 입에서 누군가의 마음으로 새로이 전해지기도 한다. 그렇게 영화는 우리의 마음속에서 계속해서 움직거린다. 그 움직임에 충분히 마음을 맡기는 사람들과 12월, 2023년의 마지막 금요일에 마주 앉아 영화를 나누었다.
* 12월의 독립영화
〈빅슬립〉
[리뷰]: 무방비가 기꺼운 관계(진연우)
[인디토크]: 낙원의 가능성(김지윤)
하나: 편견을 깰 수 있었던 영화였어요. 세상이 비행 청소년들을 그들의 악행으로만 판단하기 급급했는데, 사회나 부모의 책임 같은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며 〈빅슬립〉을 통해서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10대를 다룬 영화들 중 대다수의 영화들이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청소년들을 처절하게 그려내잖아요. 그런데 〈빅슬립〉 은 어른의 입장에서 딱 '줄 수 있는 만큼의 위로'를 이야기를 하는 점이 좋았어요. 작은 위로를 주더라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크게 다가올 수도 있으니까요.
* 올해 기억에 남은 영화
〈절해고도〉
[리뷰]: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김채운)
[단평]: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일(조영은)
[인디토크] 두 번의 삶(김태현)
하나: 고요하고 잔잔한 바다에 파도를 일으키는 영화 같아요. 모든 대립하는 것들을 보여주면서 산과 바다, 속세와 절, 남자와 여자, 아빠와 딸, 건강과 질병 같은 것들을 구분하지 않고 아우르는 영화였어요. 결국 윤회사상과도 연결되면서, 길고도 긴 인생을 보여주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세상이 떠들썩하고 번잡한 때, 이 영화를 보니까 마음이 가라앉더라고요. 영화 속 인물만큼은 갈등 속에서도 세상을 자연스럽게 아우르며 살아가고 있어서요.
둘: 올해 극장에서 가장 많이 본 영화에요. 저한테는 올해가 굉장히 긴 해였는데, 〈절해고도〉가 올해를 살아가며 한 템포씩 숨을 쉴 수 있게 해준 작품이에요. 2022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처음 영화를 봤을 때는 비애와 슬픔을 느꼈다면, 올해 개봉 후 본 〈절해고도〉 는 희망찬 느낌을 계속 받았어요. 영화 속 인물들이 그냥 살아갈 뿐인데, 나는 왜 희망을 느끼는가 하면서 또 새로웠어요. 특히, 영화적으로는 종교와 섞여 있어서 좋았어요. 도를 닦는 듯한 불교적 영화이면서도 영지가 아플 때는 수녀원에 들어가잖아요. 그리고 윤철은 수녀원과 절을 오고가는 역할이 되어요. 그런 것들을 이어주는 인물이 영화에 등장하는 게 좋아서 기억에 남아요.
셋: 작년에 고뇌하던 시기에 〈절해고도〉 를 보고 마음의 안정을 찾았어요. 인생의 득도를 했어요. (웃음) 시간의 흐름을 길게 가져간 점도 좋았어요. 인생도 문득 돌아보면 “이만큼 왔네.” 하며 기억을 편집하게 되잖아요. 그런 감각처럼 느껴져서 자꾸 영화를 보며 인생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넷: 저한테는 〈절해고도〉가 문밖으로 못 나가는 인물들이 결말에서 나가는 영화였어요. 윤철은 차 안에 갇힌 듯 보이다가, 자기 집 안에 못 들어가기도 하고요. 윤철이 다리를 다칠 때도 창문 안에 카메라가 있다가 창문 밖으로 카메라가 나가자 해 밑에서 무언가를 하니까 다치고, 윤철이 죽으려 했을 때도 차 안에서 죽을 뻔하다 누가 문을 열어서 살아나잖아요. 해외에서 돌아왔을 때도, 윤철은 집 안에 남겨지고 영지는 집 밖으로 떠나고요. 그렇게 이 영화는 실내나 실외, 창문 안과 밖 같은 상징을 영화 내내 심어 두고 있다는 생각에 영화를 보는 일이 너무 재밌었어요. 마지막 결말에서 결국 윤철이 밖으로 나와 골목을 걸어갈 때 '좋은 영화를 봤다. 바깥에서 윤철이 다른 사람들과 만남을 이어가며 잘 살아갈 것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술가들이 비대한 자아 밖을 도통 못 나가는 이야기와도 맞닿아있고, 아버지됨의 이야기이기도 한 영화적 구성이 무척이나 좋았고, 이런 영화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올해의 아쉬움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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