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 사이, 마주 앉은 방식들
[동그란 영화제] 섹션 3 '우리만의 방식으로'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3년 12월 15일(금) 오후 7시 상영 후
참석 강소연, 이동훈, 조현진, 백승화 감독
진행 이가빈(동그란 영화제 기획단)
섹션 우리만의 방식으로
상영
〈잃어버린 외장하드를 찾는 이상한 모험〉(백승화 감독), 〈눈에는 눈〉(이동훈 감독),
〈무서워서 크게 부르는 노래〉(조현진 감독), 〈내 방안의 Another World〉(강소연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이빈 님의 기록입니다.
마주한다는 것 이전에는 맞닥뜨리게 되는 낯섦이 있다. 낯선 공간과 상대가 있고 나조차 낯설게 느껴지는 내가 있다. 최선과 차선 사이의 어떤 선택이 나만의 방식이 되고, 이행해 볼 만한 과정이 될 때 내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 되돌아 볼 수 있게 되는가 하면 정상 범주라는 것은 무엇인가 질문을 던져 볼 수 있게 된다. 동그란 영화제의 마지막 시간, 낯선 무언가를 감각하며 나아가는 이들이 서로와 마주하기 위해 자리했다.
이가빈: 안녕하세요. ‘우리만의 방식으로’의 사회를 맡은 이가빈입니다. ‘우리만의 방식으로’는 동그란 영화제의 권유정 님, 이정현 님, 그리고 저 이렇게 세 명이서 기획해 본 섹션인데요, 춥고 비도 오는 금요일 저녁에 이렇게 자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제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를 해 드리려고 합니다. 동그란 영화제는 10명의 영화제 기획단이 3개월 동안 프로그래머 교육을 받고 3개의 섹션을 구성해서 올리게 된 영화제입니다. 서로의 가치와 시간, 시선을 이어 보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동그란 영화제’라고 이름 붙이게 되었습니다. 섹션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소개 드려 보려고 해요. 상영된 4편의 영화들은 모두 갈등을 비추고 있고, 화면 속 인물들은 우리가 겪을 법한 고민들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헤쳐 나갑니다. 그 과정에서 꿈을 찾고, 다름을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돌아 보면서 내면의 변화와 성장을 겪게 되는데요, 보는 이들 또한 그들이 제시하는 과정과 방식에 집중하며 잊고 있었던 가치를 돌아 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참석해 주신 네 분의 감독님 먼저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백승화 감독(이하 백승화): 네, 안녕하세요. 〈잃어버린 외장하드를 찾는 이상한 모험〉 연출한 백승화입니다.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동훈 감독(이하 이동훈): 〈눈에는 눈〉 연출한 이동훈입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조현진 감독(이하 조현진): 네, 안녕하세요. 〈무서워서 크게 부르는 노래〉 만든 조현진입니다.
강소연 감독(이하 강소연): 안녕하세요. 〈내 방안의 Another World〉 만든 강소연입니다.
이가빈: 네, 일단 공통 질문을 네 분의 감독님께 모두 드려 보려고 합니다. 영화를 구상하게 된 과정이 궁금한데요. 제 경험과 연관 지어서 말씀을 드리면 〈잃어버린 외장하드를 찾는 이상한 모험〉의 미숙이 같은 경우, 저도 물건을 되게 자주 잃어버리는 편이기도 하고, 여러분들도 자료 백업에 대한 안 좋은 기억들이 한 번씩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눈에는 눈〉의 경우 좋아하는 사람의 눈을 잘 마주치기가 어렵다는 것도 흔하게 할 법한 고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무서워서 크게 부르는 노래〉에서는 약간 소재로 접근했을 때 흔하게 겪는 그런 소재는 아니지만 저는 제가 실제로 성인 ADHD라서 영화 속 의사 선생님이 이거 ‘여러분 다 ADHD예요’하고 말씀하셨을 때 흠칫 하면서 영화를 봤거든요. 마지막으로 〈내 방안의 Another World〉 에서도 누구나 한 번쯤은 가라앉는 시기가 오기 마련이니까요. 저희 삶을 관통하는 영화인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영화들을 구성하게 된 과정과 아이디어의 근원에 대해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백승화: 재미있는 계기 같은 건 사실 별로 없긴 한데요. 굳이 말씀 드리자면 이 영화 같은 경우 코로나가 한창일 때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영화인들에게 지원해 주는 사업 같은 것들이 있었어요. 그 지원금을 받으면서 시작을 하게 되었고요, 주변에 원래 같이 작업하던 동료들과 편한 마음으로 저희 집과 같은 공간에서 촬영하게 됐어요. 지원금은 영화인으로서 받은 거라서 영화인에 대한 얘기를 다루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말씀하신 것처럼 가장 끔찍한 게 외장하드를 잃어버리거나 외장하드가 망가지거나 하는 경우라서 이런 것들을 다뤄 보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외장하드를 잃어버려서 점을 보러 간다든가 하는 이야기를 떠올렸었는데 집에서 할 수 있는 얘기를 하자고 돼서 이렇게 진행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동훈: 저는 〈눈에는 눈〉을 학부 시절에 졸업 작품으로 만들었는데, 네 번째 정도로 제작하게 된 영화였어요. 코미디 장르를 꼭 찍어 보고 싶었어요. 아무리 친한 사람이어도 눈을 쳐다 볼 때 서로 눈을 피하게 되더라고요. 눈 마주치는 일이 되게 어려운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었는데 이걸 어떻게 하면 액션, 코미디를 넣어서 살릴 수 있을까 싶어서 넣게 되었습니다.
조현진: 저 같은 경우에는 뮤지컬 영화를 만드는 게 인생의 꿈이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관객분들이 뮤지컬 영화를 보실 때 오글거린다는 생각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서 무조건 판타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뮤지컬을 판타지와 결합해서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소리가 들릴 때 그 소리가 시각적으로 펼쳐질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뮤지컬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던 것 같습니다. 근데 저는 판타지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랐는데, 실질적인 어떤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있어서 아쉬움이 좀 남는 것 같아요.
강소연: 저는 집 문이 실제로 잘 안 닫혀서 열려 있었는데, 다음날 오후에 외출하다가 발견하게 됐던 그런 때에 그냥 지나가다가 이렇게 찍어야겠다 싶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이가빈: 섹션을 구성하게 된 네 편의 영화들은 개성도 뚜렷하고 제목도 한 번 들으면 잊을 수가 없는 제목들이었어요. 그래서 작품 제목들을 짓게 된 과정이나 이유에 대해 간단하게 여쭤보고 싶습니다.
백승화: 제목도 특별히 재미있는 이유가 있지는 않은데요, 문장형 제목을 써 보고 싶었는데 이번 영화가 문장형 제목이 잘 떠오를 것 같아서 제목도 길게 지었어요. 근데 좀 힘들더라고요. 어디 가서 얘기할 때 저도 제목을 자꾸 까먹고, 말씀하시는데도 자꾸 ‘이상한 외장하드’ 같은 식으로 이야기를 하셔서 좀 힘든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좋은 것 같습니다.
이동훈: 네, 저는 직관적인 제목을 짓고 싶어서 그렇게 했는데, 동명의 영화가 이미 있더라고요. 그래도 영화 주제와 잘 맞고, 직관적인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눈에는 눈〉으로 짓게 되었습니다.
조현진: 저는 이 영화의 이야기 자체가 사람들이 노래를 부를 때 그게 어떤 감정에서 부르는 노래든 그걸 들으면 누군가 듣고, 동료들이 모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영화 속 주인공들이 부르는 노래가 처음에는 무서워서 시작을 했더라도 그걸 크게 부를수록 같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짓게 되었습니다.
강소연: 저도 떠오르는 대로 붙인 거라서 특별한 이유는 없는데 다들 헷갈려 하시거나 인지를 못 하시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서 조금 후회하고 있어요. (웃음)
이가빈: 저희가 기획을 할 때에 입을 모아 언급했던 장면이 있었어요. 〈눈에는 눈〉에서 3인방이 계단을 오르는 신이었는데요, 이 장면은 〈관상〉을 오마주하신 것이라고 전해 들은 바 있습니다. 감독님들께서도 영화에서 애착 가는 장면들이 있으시다면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백승화: 등장하는 고양이 이름이 달리인데요. 달리라는 고양이가 화면에 가득 나올 때가 명장면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처음 상영을 할 때에도 그게 되게 뿌듯했거든요. 큰 화면에 고양이를 띄울 수 있다는 데서 오는 뿌듯함이 있었고, 고양이가 시나리오를 밀어 주는 장면이 있어요. 시나리오를 저희가 조그맣게 만들어서 밀어 주는 장면을 찍었는데, 너무 타이밍에 잘 맞게 고양이 배우님께서 잘 밀어 주셔 가지고 만족스러운 장면이 되었어요. 그 장면이 저는 제일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이동훈: 저는 좋아하는 장면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다 아쉽고, 볼 때마다 부끄럽고 해서. 그런데 굳이 뽑자면 결승전에서 준빈이가 상대를 이기고 우승하는 신이 마음에 들어요. 그 동아리에 가게 되었던 목적과 다르게 결국 다른 것을 얻게 되잖아요. 그 모습이 이기긴 했지만 불쌍해 보이기도 해서 좋은 신이었다고 생각해요.
조현진: 저는 옥상에서 의사가 갑자기 춤추는 신을 되게 좋아해요. 처음에는 노루와 판초를 이상하게 보던 의사들까지 같이 춤을 춘다는 설정을 짜고서 이걸 어떻게 연기해 주실까에 대한 고민이 되게 많았어요. 근데 되게 그냥 시원하게 연기를 해 주시더라고요. 제가 구상할 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장면이었던 것 같아서 되게 좋아합니다.
강소연: 저는 마지막 신을 되게 좋아하는데, 마지막 신은 계획대로 된 게 하나도 없고 다 현장에서 촬영 감독님이랑 촬영팀이 다 만들어 준 거였어요. 오랜만에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 보니까 카메라 위에 아예 빔을 달아서 찍었다고 했는데, 정신이 없어서 모르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감사한 마음으로 가장 조용해지는 마지막 신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관객: 감독님 모두에게 여쭙고 싶은 건데요. 네 작품 모두 영화들이 되게 엉뚱하다는 그런 인상들을 줬어요. 그래서 찍으면서 재미있었거나 웃긴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백승화: 사실 단편도 그렇고 장편도 그렇고 영화를 만드는 일이 힘들잖아요. 과정도 힘들고, 괴로운 점이 있다는 걸 모두 아실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저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편하고 즐겁게 촬영했거든요. 아는 사람들과 우리가 아는 공간들에서 작업하면서 매 순간이 좀 즐거웠던 것 같은데, 고양이랑 같이 작업을 하니까 이게 첫 연기셨거든요. (웃음) 그래서 고민을 많이 하기도 했는데 잘 협조해 주셔서 영화가 잘 나왔던 것 같고, 저희 영화가 CG가 많아요. 그래서 잘 보면 낚싯줄 같은 것들이 보이기도 해요. 제가 지운다고 지웠는데 남은 부분은 어쩔 수가 없었어요. 그런 것들을 극장에서 볼 때가 저는 왠지 좀 좋더라고요. 약간 어설프지만 그런 것들이 좋기도 해서, 만들 때도 즐겁게 작업하면서 했던 기억들이 영화를 보니까 다 떠오르는 것 같아요. 저는 다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관객: 네 작품 모두 너무 잘 봤습니다. 저는 〈무서워서 크게 부르는 노래〉 감독님께 질문이 있는데, 아까 뮤지컬 영화를 판타지적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생각하셨다고 했잖아요. 저는 근데 특별히 정신병동으로 설정이 되었던 배경이 있는지 궁금하고, 뮤지컬 영화라 촬영하는 데 어려움도 있으셨을 것 같은데 생각나는 에피소드 같은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조현진: 일단은 제가 사회를 인식하는 방식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은데요, 저는 뭔가 한국 사회가 이상한 것을 해결하지 않고 숨겨서 치우는 것에 치중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저나 친구들 같은 경우를 보면 ‘이상하다’는 그 인식의 범주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우리가 어쨌든 표준 정상이라고 하는 그 범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치료를 받는 게 맞다고 이야기들을 하는데, 그게 정말 맞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 공간 같은 경우는 우리가 아프면 가는 그런 병원은 아니고요, 그냥 조금만 이상해도 그런 것들을 다 삭제해 버리는 가상의 공간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거기 안에서는 그런 생각에 반하는 동료들이 반란을 일으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고, 에피소드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춤을 많이 춰서 안무 선생님들이 다 따로 계시고, 배우분도 열 분이서 두 달 동안 연습을 했거든요. 그런 과정들이 기억이 남고, 촬영하면서도 전부 후시 녹음을 한 거고, 음악을 녹음해서 리플레이를 계속 하면서 촬영했어요. 근데 보시면 밤에 옥상에서 찍었잖아요. 그래서 경찰이 한 두세번 왔다 간 일화가 있었는데 PD분께서 해결해 주시고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관객: 영화 너무 잘 봤습니다. 질문 드리고 싶은 게 두 개나 있어요. 첫 번째는 아까 방금 말씀하신 옥상 탭 신에서 제가 듣기에는 그 신뿐만이 아니라 탭 댄스가 들어간 모든 음악이 장면 춤추는 것과 음악이 싱크가 잘 맞는다고 느꼈는데, 음악 제작하는 과정이 궁금해지더라고요. 그걸 여쭤보고 싶고, 두 번째는 뮤지컬 영화를 꼭 해 보고 싶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걸 이루신 거잖아요. 그걸 이룬 후에 어떤 기분이셨는지도 궁금해서 답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조현진: 우선 그렇게 만들 수 있었던 건 음악을 먼저 만들고 거기에 안무를 짜거든요. 음악은 제가 뮤지컬 작곡을 같이 하는 분이 계셔서 그분이 다 만드셨고, 안무하시는 선생님이 거기 위에다가 탭을 짜신 거예요. 그래서 기존에 있는 음악에 탭을 맞추는 과정을 거쳤고요, 사실 뮤지컬 영화에 대해서는 시도를 해 보긴 했지만 아직 이루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원하는 수준까지 가지 못한 것 같고 장편으로 극장 개봉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면 목표를 이루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어서 앞으로 더 노력해 볼 생각입니다.
관객: 저는 그냥 이렇게 관객으로서 영화를 보게 되지만 감독님들은 처음부터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으셨을 거잖아요. 누구에게나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들을 재미있는 시각으로 저희들이 볼 수 있게끔 풀어 주셨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이런 것들을 달성하실 수 있었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합니다.
백승화: 아까 초반에 잠깐 말씀 드리긴 했지만 더 부연 설명을 해 드리자면 말씀해 주신 것처럼 누구나 집에서 물건을 잘 잃어버리잖아요. 양말 한 짝이라든가 냄비 뚜껑 같은 거라든가 참 잘 잃어버려서 그런 것들이 어딘가 집에 있을 텐데 하면서 찾자다 못 찾고, 이사 갈 때나 찾고 이러잖아요. 이런 것들이 집 안의 어느 구멍으로 들어가서 다른 세계로 가 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상상에서 시작하게 된 부분들이 있고요. 실제로 같이 작업하는 친구들 중에 뭔가를 잘 잃어버리는 친구가 있었어요. 그래서 매번 무언가 잃어버리고, 걱정하고 그러는 상황들이 익숙해져서. 제 얘기는 아닙니다. (웃음) 아무튼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영화인들에 대한 이야기로 다뤄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만들게 된 것 같습니다.
관객: 저는 강소연 감독님께 질문 드리고 싶은데요. 주인공이 물속 공간을 부러워하는 공간이자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상징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물속이라는 상징이 등장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강소연: 제가 휴양지 같은 데 가서, 바다 얕은 곳에서 물에 잠긴 상태로 가만히 있는 걸 되게 좋아하기도 하고, 그런 상태가 인간이 가장 편안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서 이렇게 만들었는데, 생각해 보니까 물고기들에게 바닷속은 그렇게 조용한 공간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제가 생각한 게 굉장히 인간의 시각으로만 본 바다였구나 하는 생각도 좀 하게 되었습니다.
이가빈: 네, 답변 감사 드립니다. 저도 감독님들에게 질문을 하나 정도 더 드리려고 하는데요. 감독님들마다 영감을 받으신 다른 작품들이 있으신 걸로 알고 있어요. 혹시 이 부분에 대해서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동훈: 저는 이병헌 감독님을 엄청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이병헌 감독님 영화를 많이 참고했고요, 주성치 영화도 좋아해서 참고하려 했던 것 같아요.
이가빈: 네, 그리고 참고하신 작품 중에 〈인더풀〉이라는 소설도 말씀해 주셨는데 어떤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 작품일까요?
이동훈: 일본의 단편 소설들을 보면 옴니버스 형식의 것들이 좀 있는데, 이건 강박증이나 정신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치료해 주는 그런 의사가 나와요. 그런데 치료 방식을 보면 충격 요법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걸로 강박증을 치료하는 것들이 나오는데 그게 저는 되게 재미있어서 많이 좋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조현진: 애니메이션 〈라푼젤〉에서 도적떼 같은 험상궂은 분들이 좋지 않은 분위기로 어떻게 할 것처럼 행동하다가 갑자기 피아노를 치면서 막 이렇게 노래를 하는 장면이 있어요. ‘나도 꿈이 있지’ 하면서 노래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런 괴리감이 되게 재미있더라고요. 심각하고 복잡한 일이 일어나야 할 것 같은데, 갑자기 자기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런 게 되게 좋아서 영감을 많이 받았습니다.
강소연: 무엇에 영향을 받았을까를 생각해 보면 저는 〈미녀와 야수〉가 떠올라서 그렇게 말씀 드리긴 했어요. 그런데 뭔가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던 부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관객: 〈내 방 안의 ANOTHER WORLD〉 감독님께 질문 드리고 싶은데요. 먼저 감상으로는 저도 물속에 있는 걸 되게 좋아하는데, 내가 어떤 친구를 위해서 그 공간을 물속에 있는 것처럼 꾸며 준다는 연출이 제가 최근에 기억하는 영화들 중에서 가장 낭만적인 장면이었던 것 같아서 너무 와닿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마지막에 크레딧을 보니까 감독님께서 직접 주연으로 출연하신 것 같더라고요. 동명인이 아니라면 혹시 그렇게 직접 연출과 주연으로까지 하게 되신 그런 결심 같은 부분에서 내가 이런 걸 꼭 보여 주고 싶었다 하신 점들이 있으시다면 들어 보고 싶습니다.
강소연: 제가 원래 전공이 연기여서 단편 만들게 된 계기 자체가 내가 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자는 거였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출연을 했고, 말씀하신 것처럼 ‘이런 걸 보여줘야겠다’ 하는 걸 고려해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수준이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러저러한 계획까지는 소환하지 못하고 만들고 싶은 것을 해내는 데 급급하게 아직까지는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관객: 저는 백승화 감독님께 질문 드리고 싶은데요, 주인공이 현실 문제로 꿈을 포기했다가 다시 도전하잖아요. 감독님도 이렇게 현실 문제로 꿈을 포기하게 되었던 적이 있는지 궁금하고, 그런 경우 어떤 방법으로 대처를 하셨는지가 궁금합니다.
백승화: 그렇게까지 극적으로, 현실적인 문제로 포기하거나 다시 시도하거나 했던 적은 크게 제 삶에서 없었던 것 같긴 한데요. 다만 이제 저는 꿈이라는 걸 작게 가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항상 작은 성공들이나 작은 꿈 같은 거를 계속 조금씩 매일매일 하다 보면 너무 큰 꿈을 가지면 조금 서운하기도 하잖아요. 조그마한 것들을 이룩하다 보면 언젠가 이게 만족스러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 정도 하고 있는데 답변이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관객: 저는 질문이 두 개 있는데, 우선 강소연 감독님께 궁금했던 게 교수님이 출석 부를 때 안 와서 대신 대답을 해 주잖아요. 근데 그걸 교수님이 듣고 속아 넘어가신 건지, 아니면 그냥 넘어가 주신 건지 궁금했어요. 또 백승화 감독님께 궁금했던 것은 미숙이가 꿈을 꿀 때 다른 사람이 또 등장하잖아요. 근데 그 사람은 어떤 공간인 건지 알려 주기 위한 장치로 넣은 건지 아니면 그 사람도 미숙이가 잃어버린 내면에 있는 사람인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강소연: 일단 교수님이 너무 터무니없어서 무시하고 넘어간 것으로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목소리가 촬영 감독님이거든요. (웃음) 연기하시는 분이 아니잖아요. 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는데 자연스럽게 해 주신 것 같아서 그대로 사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백승화: 이런 질문을 사실 처음 받아 보긴 하는데, 그 이상한 세계 안에 뭔가 관리자 같은 역할이 한 명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설명을 해 줄 수 있는 그런 역할로, 재미로 넣게 되었던 캐릭터였던 것 같고요, 사연이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이제 앞선 친구가 1인 2역으로 나오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재미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게 작업했습니다.
이가빈: 네, 이제 제가 마지막으로 공통 질문을 하나 더 드려 보려고 해요. 감독님들의 차기작에 대한 것인데요, 다음에도 이야기를 만드신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지가 궁금해요. 워낙 작품들의 개성이 뚜렷한 것 같다고 말씀을 드렸으니까요. 그래서 오늘의 작품과 같은 영화들을 더 생각하고 계신지 아니면 다른 장르를 해 보고 싶으신 것이 있는지 하는 것에 대해서도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강소연: 지금 단편을 준비하고 있고요, 아버지 땅의 불법 점유자를 몰아내기 위한 아들의 싸움 내용에 대해 준비해서 곧 찍을 계획입니다.
이가빈: 말만 들어도 굉장히 기대되는 내용인 것 같아요. 답변 감사합니다.
조현진: 저는 6개월 후에 촬영을 해야 되는 상황인데요, 중년 여성이 주인공인 춤 영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동훈: 저는 아직 계획은 없지만 계속 생각이 드는 시놉시스가 있는데요, 북한에서 간첩이 되는 조건이 가장 한국적인 사람들이 간첩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인 거예요. 그래서 케이팝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여자 학생이 한국 고등학교에 와서 한국 생활을 경험하는 그런 일들이 생겨요. 그런데 막상 오니까 북한에 있을 때보다 적응하는 것이 좀 더 쉽지 않고 그런 이방인이 되는 모습들을 통해서 한국을 보여 주고 싶어서 코미디 장르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백승화: 저는 최근에 소설을 하나 출간했어요. 여러분들 들어가시는 길에 〈성은이 냥극하옵니다〉라는... 또 고양이 나오는 얘기네요. (웃음) 조선시대 고양이가 나오는 얘기인데, 절찬 판매 중이니까요. 함께 보시면 좋을만한 책입니다.
이가빈: 역시나 차기작에 대한 내용도 개성이 뚜렷한 것 같습니다. 감독님을 만나 뵙고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기대가 굉장히 컸는데요, 오늘 이렇게 여러 답변들 해 주셔서 이 자리를 통해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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