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즈 소소대담] 2023. 8 한자리에서
*소소대담: 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단 ‘인디즈’의 정기 모임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태현 님의 기록입니다.
참석자: 수박, 딸기, 토마토, 망고, 포도, 오렌지
인디즈 19기 활동이 마무리 되어가는 8월의 마지막 날.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묻다 꽤 많은 순간 한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를테면 정동진독립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혹은 방금 영화가 끝난 인디스페이스 상영관. 그날 누군가 말했던 ‘동료’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매일 얼굴을 보거나, 연락을 주고받지는 않지만, 여기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사람들.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 이 사람들을 떠올리면, 영화를 보는 일은 외로운 일이 아니게 되고, 극장에 있는 저 많은 사람들을 동료로 여기고 싶어진다. 오늘같은 대화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길 바라게 된다.
* 최근 독립영화 개봉작에 대해서
〈지옥만세〉
[리뷰]: 그을 수 있는 건 없어(박이빈)
[단평]: 견뎌보는 삶(김태현)
[인디토크 1]: 반갑지않은 내일도 맞이해야만 한다면(박이빈)
[인디토크 2]: 함께 원망하고 이따금 춤추자(조영은)
망고: 두 번 봤어요. 처음 영화를 봤을 때는 사이비, 학교폭력 같은 소재의 자극도가 너무 강해서, 영화를 보는 일이 조금 힘들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다시 영화를 보니 둘 사이의 관계가 무척 잘 보였어요. 영화 안에 많은 레이어가 있는 것 같아요. 불꽃놀이나 자전거처럼 영화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사물이 만들어내는 의미도 그렇고, “오키오키”라는 대사도 어쩌면 오글거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방효린 배우님께서 내내 조금씩 만드는 변화들이 감정을 전달하기도 하고요. 감독님이 영화에 등장하는 사이비 종교가 현실의 어떤 곳으로 특정되지 않도록 사이비 종교 피해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다양한 사이비 종교의 특징들을 섞어두셨다고 해요. 〈지옥만세〉는 무척 공이 많이 들어간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여성 인물들과 사회의 문제를 동시에 등장시키는 또 다른 영화를 봤는데, 그 영화는 배우들의 매력에 묻어가기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포도: 학교폭력으로 시작해서 사이비 종교, 죄책감 그리고 가해자/피해자의 문제, 공짜 노동 등 다루는 소재가 많다고 생각했어요. 이건 다른 이야기지만, 마케팅에서 ‘K-지옥에서 살아가는 X들’ 이런 표현에 비속어를 더해서 키치한 느낌을 가져가잖아요. 근데 막상 영화를 보면 그런 느낌은 아닌 것 같아요. 어쩌면 평이 갈리는 것에 이런 이유도 있는 것 같아요.
* 8월의 영화제 경험들
정동진독립영화제
망고: 마지막 날에 비가 왔는데 무척 재밌었어요. 10년 만에 실내 상영이라고 들었는데, 정동초등학교 체육관에 정말 많은 사람이 꽉꽉 들어찬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막 담배 피우던 옛날 극장이 이런 분위기였을까 생각했어요. 스크린에 사람들 머리가 보이고 이런 모습이 좀 낭만적이었어요.
수박: 정말 사람이 많더라고요. 저는 둘째 날에 갔는데, 잠시 자리를 비우고 돌아오니 제 자리가 어디 있었는지 못 찾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어요.
토마토: 첫날에 별똥별 떨어지는 모습 보셨나요. 그때 조현철 감독의〈너와 나〉 상영되고 있었잖아요. 영화 안에서 밤하늘이 나왔는데, 스크린 위로 별들이 떠 있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어요.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망고: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1988년 작품 〈아무도 모르게〉를 봤어요. 영화제에 가면 마치 망령들인 것 마냥 인디즈 분들을 마주치는데.. 역시나 토마토 님을 알게 모르게 마주친 것 같아요. 왓챠에 평점을 남기셨더라고요. 못 뵈었지만 역시나 같은 상영관에서 영화를 봤구나 싶었습니다.
수박: 저는 그 앞 시간 영화를 봤어요. 〈가족의 시간〉이라는 티아 코우보 감독의 작품인데요. 발견 섹션에 있었는데, 이번에 대상을 받았더라고요. 그래서 뿌듯했어요.
딸기: 저도 〈아무도 모르게〉 봤는데…!
수박: 다들 한 날 한 시에 같은 공간에 있었네요. 너무 신기하다!
오렌지: 저는 〈잠자리 구하기〉 너무 좋았어요. 입시 문제로 시작해서 개인의 감정을 다면적으로 보여주는데, 보면서 엄청 울었어요. 저는 요즘 다큐멘터리라는 매체가 가진 힘에 대해서 회의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영화제에서 〈잠자리 구하기〉나 다른 나라들의 다큐멘터리도 많이 보면서 여전히 다큐멘터리로 조명받아야 하는 이야기는 충분히 많이 남았구나 생각했어요.
수박: 저는 앞선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봤는데 너무 좋았어요. 학창 시절의 우울과 자기혐오에 대해 이야기하는걸 보면서 감정적으로 소모되는 기분이 드는데요, 무척 강렬하고 슬픈 영화였어요. 또 다른 영화로는 〈퀸의 뜨개질〉! 너무 좋았어요.
토마토: 저도 너무 좋아해요. 상처든, 성장이든, 지나온 시간이든 많은 것들이 뜨개질로 형상화되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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