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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 Review] 〈안녕, 내일 또 만나〉리뷰: "만약"의 담력을 딛는 일

by indiespace_가람 2023. 10. 4.

〈안녕, 내일 또 만나〉 리뷰: "만약"의 담력을 딛는 일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해수 님의 글입니다.

 

영화 〈안녕, 내일 또 만나〉 스틸컷

 

 

  이 영화는 무력에서 어떻게 나아가면 좋을지, 필립 프티를 경유하여 말한다. 필립 프티는 쌍둥이 빌딩 사이에 줄을 두고 걸었던 실존 인물이다. 강현은 공중에 있는 그가 삽화로 든 책을 좋아했으며, 흡사한 긴장을 느끼기 위해 얕은 담마다 올랐다. 동준의 염려에도 이는 자신의 “저항”하는 자세라며 개의치 않아 했다. 〈안녕, 내일 또 만나〉는 무엇에 항의하고 있을까. 말하자면, 동준과 강현의 사랑을 괄시하던 눈짓. 동준이 막을 수 없던 안녕들. 더 나아가 유지하지 못했던 평안을 본다.

 

 

영화 〈안녕, 내일 또 만나〉 스틸컷

 

 

  영화는 세 번의 평행 우주를 넘어간다. 동준은 그곳에서 상이한 직업과 만남을 갖게 된다. 기점이 되는 것은 강현이어서, 강현과 헤어지게 된 정황은 누락되지 않는다. 동준 역시 탈락하지 않는 슬픔이 있다. 가족과 이웃의 죽음들, 부친이 힐난하며 거는 통화 등이 그렇다. 특히 세부가 달라져도 강현이 있어 올곧던 마음만큼은 계속 있다. 동준과 강현이 차츰 긴밀해져 가던 구간은 강현에게 생긴 일로 인해 물리적인 이별을 겪는다. 강현은 어머니의 죽음에 분노하며 승용차―부친의 소유로 유추된다―를 망가뜨리다가, 경찰에 입건된다. 동준은 강현이 현장에서 이송되기까지 몰래 지켜보았다. 잠시 멈춘 차에 다가가, 운을 떼지 못했던 때를 매번 후회한다. 시간이 건너뛴 다음에도, 강현이 자신을 뒤에서 불러 세웠던 음성은 되풀이된다. 이것이 평행을 부르는 계기가 된다. 동준은 아마 강현에게 우리에 대해 말하고 싶었을 테다. 필립 프티처럼 혼자 활보할 수도 있겠으나, 의지하면 좋을 한 뼘들에 대해서. 영화는 동준의 여러 미래성 속에 『모든 만약은 아프다』라는 책을 넣는다. 이 저자는 강현과 동명을 지녔다. 강현은 죽지 않고 책을 쓴 당사자가 되거나, 다른 이가 집필했지만 “만약”을 기인하는 원인이 된다. 만약은 우리의 살아냄을 잠시 유보시킨다. 내가 나아지게 할 수 있었을 요인을 생각하는 일은, 중요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력한 마음이 든다. 그렇기에 더욱 통증을 수반하는 가늠이 어떻게 회복에 당도할 수 있을지 말해져야 한다. 이 영화는 둘을 계속 비슷한 가혹성에 위치시킨 후에, 그곳에서 생긴 염원을 지니게 한다. 이때, 소망하는 마음을 유사하게 미끄러뜨리는 전개가 기능적일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 동준의 주변 인물이 반복하는 “-있으시죠”라며 묻는 단언, 슬픔이 연상되는 인물(동준과 강현의 어머니)의 병세를 연출하는 방식 등이 전형적인 기의에 갇히게 할 우려가 있다고 느꼈다. 〈안녕, 내일 또 만나〉는 이제 가닿을 수 없다고 여겨진 곳에 인물을 배열한다. 그럼에도 동준은 언제나 강현의 생생한 음성을 복원하게 되어 머뭇거린다. 나도 이제 하지 못하는 배웅을 생각하면 슬퍼진다. 그렇지만 와해가 일었어도 상대로 인해 생긴 소중한 관성은 있다. 남아있고, ‘아마’ 계속 그럴 것이다. 한 보씩 떼기 어려워도 차츰 나의 담력을 시험하고 싶고, 그러려면 살아가야 한다고 유념한다. 어느 곳에서는 동준과 강현이 긍정적인 ‘아마’에 더 주안을 두어 잇길 바란다. 만약은 대체로 아프지만, 아프다고만 귀결하기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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