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북〉 리뷰: 수면 아래 갇힌 목소리를 찾아서
*관객기자단 [인디즈] 임나은 님의 글입니다.
‘로그북’은 항해일지를 이르는 말이며, 잠수사에게 있어서는 다이빙에 대한 모든 상황과 감정을 기록하는 일기와 같다. 객관적으로 기록된 정보는 이후 잠수와 물 밖에서의 안전을 고려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로그북〉은 세월호 참사 당시 시신 수습 작업을 맡았던 민간 잠수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당시 잠수사들이 세세히 적었던 로그북의 내용을 토대로 영화는 그때의 상황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사고가 벌어졌던 진도 앞바다는 총소리만 나지 않지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시신을 가장 먼저 발견하고 수습해야 하는 잠수사들은 명확한 지휘 체계도 갖춰있지 않은 상태에서 다급하게 작업에 뛰어들었다. 카메라 오디오가 찢어질 듯한 바람소리는 조금이나마 그때의 추위를 가늠하게 한다. 그들은 살을 에는 차가운 바닷속에서 열악한 장비를 갖춘 채로 매일매일 바다에 뛰어들어야 했다.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눈물이 계속 앞을 가려도 자기 자식을 구하러 가는 것처럼 망설임 없이 배 안으로 들어가 시신을 찾는다. “00아, 집에 가자. 00아 집에 가자.” 차디찬 바다를 향해 유가족과 함께 목놓아 이름을 부르는 잠수사의 심정을 우린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이야기는 주인공이 역경을 딛고 수많은 보상과 환대 속 행복하게 살아가는 뻔한 드라마 속 해피엔딩과는 안타깝게도 거리가 멀다. 민간 잠수부들은 언론의 편향적 보도와 사고대책본부와의 불통 등 여러 문제 속에서 떠밀리듯 철수했다. 극악의 스케줄, 잠수병 등으로 인한 신체적 피해는 고사하고 이들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질 리 만무했다. 유가족의 간절함을 등에 업고 한 명이라도 빨리 수면 위로 올려야 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그들을 움직일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어쩌다 한 명이라도 더 건지지 못했던 날에는 왜 그러지 못했지, 라는 자기혐오와 죄책감 속에서 끊임없이 고통받아야 했다.
“살고 싶어요. 매일매일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울음 섞인 황병주 잠수사가 토해내는 한 문장 속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겪어야 했을 끔찍한 공포와 두려움이 느껴진다. 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세월호 사고 이후의 이야기다. 어쩌면 목도하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뒤섞인 씁쓸함과 분노를 안고서라도 물속 어딘가에 갇힌 이야기를 마주해야 한다. 티끌 같은 관심이 한 데 모이면 물줄기가 되고, 그 물줄기가 바다를 이뤄 사회를 바꾸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촛불 시위에서 티끌이 불꽃이 되는 순간을 똑똑히 목격했다.
다큐멘터리는 주로 예정된 망각에 저항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써 작용한다. 하지만 망각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수면 아래 가라앉은 목소리를 끌어올려 사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로그북〉은 후자에 속하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로그북〉은 기록 그 자체만으로 존재 이유이자 목적이 된다. 영상은 영원히 남아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게 전달될 테고, 이 작품이 똑같은 과오를 번복하지 않을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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