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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너에게 가는 길〉: 희망을 최종 경로로 설정하여 안내를 시작합니다

by indiespace_한솔 2021. 11. 30.

 

 

 〈너에게 가는 길〉  리뷰: 희망을 최종 경로로 설정하여 안내를 시작합니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해수 님의 글입니다.

 

 

 

널 생각만 해도 난 강해져 울지 않게 나를 도와줘앞선 문장은 영화 속 퍼레이드에서 겹겹의 목소리가 부르던 다시 만난 세계의 가사이다. 노래의 서사엔 너와 내가, 서로를 변치 않을 사랑으로 지켜주며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자는 단단한 의지가 보인다. 혼자여서 더욱 헤맸던 상태에게 기쁜 안녕을 외치게 된 우리.

 

〈너에게 가는 길〉은 네 명의 우리를 목도하며 시작한다. 행진에는 아이의 커밍아웃 이후 손목, , 피켓에 무지개를 경쾌하게 두른 나비와 비비안이 있었다. 그들의 아이인 한결과 예준도 함께였다. 이 영화는 4년의 경로를 우리에게 하나씩 꺼내어 안내한다. 특히 주인공 네 명 모두 화자로 등장해 서로 어긋나기도 하고, 다시 포개어진 매일의 기록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양쪽의 마음을 나란히 소개한 점은 이 영화의 탁월한 강점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체성에 대한 고백을 들었을 당시의 기분과 그 고백이 바깥으로 나오기까지의 고민, 아이가 원한 선택, 같이 마주하게 된 세계의 건조한 응답, 희망이 깃발에 물들어 팔랑이는 거리에 나란히 놓이기까지. 그들이 서로에게 가닿기 위한 걸음은 영영 지속될 듯했고, 무척 기뻤다. 나 역시 무수한 와 깍지를 마주 잡은 후 절대 놓지 않겠다고, 약속을 꾸준히 삼키며 영화관을 나섰다. 우리의 힘과 사랑은 무너지지 않을 테니까.

 

 

〈너에게 가는 길〉은 표정이 빼곡한 영화이다. 우연히 읽은 문장에서, 법의 판결에서, 가까운 위치에서 외치던 동성애 반대 시위의 음성에서 발견된다. 꼭 이목구비가 보이지 않아도 낭독할 수 있을 만큼, 태연하게 가해하던 얼굴들. 그 발화는 따가운 흡인력을 머금어 닿은 이에게 결코 잊히지 않는다. 이 점을 분명 모두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혐오는 지금도 발산되고 있다.

 

우리는 여러 호칭으로 불리며 그 작은 음절로 서로를 기억한다. 더불어, 내가 원하는 명명에는 정체성도 포함된다. 그럼에도 나의 상태를 온전하게 드러낼 수 없게 만드는 기이함. 그 태도에 내내 분노하게 되었다. 성별 정정을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의 목록이 계속 타이핑되는 장면에서는, 나뿐만 아니라 극장의 모두가 호흡을 잠시 멈추었다. 그렇게 느꼈을 정도로 의 존재 증명이 지난한 현실이 무겁게 다가왔다. 어떤 명명은 쉽게 발음하기도 어려운 곳. 나의 안위를 매일 걱정하게 되는 곳. 그렇지만 영화의 길 안내는 종료되지 않고 힘껏 전진한다. 네 명의 우리, 그리고 더 나아가 연대하는 이들이 지닌 유쾌한 다정히 관객을 동요하게 해 주었다. 덕분에 서로의 모습 그대로를 껴안는 방식에 관하여 자주 고민하게 되었다. 나비와 비비안은 그들의 아이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포옹을 건넸다. 한결과 예준도 행진 속 사람들에게 안녕을 건네고 맑게 웃었다. 상대에게 나의 체온을 나누는 행위는 커다란 마음을 교류하는 것과 같다. 대화하지 않아도 들리는 고백이 있고, 아마도 안는 그 찰나에 서로 느꼈을 터이다. 포옹의 자세가 모두에게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내 뿌리는 내가 만들어. () 가족의 지지가 없는 사람을 보면 더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 그 사람은 더 단단해졌을 테니까.” 이 대사는 듣자마자 울음이 펑펑 나왔다. 이 영화에서는 나비와 비비안이 한결과 예준에게 지지를 보냈지만, 가족이 지탱하고 있지 않은 상태의 사람들도 분명 많을 것이다. 그걸 인지하고, 내가 나의 뿌리를 더욱 단단하게 확장할 수 있을 거라고 다독여주는 마음이 무척 고마웠다. 우리도 이제 기존의 무감한 표정을 찾아 절단한 다음, 새로운 세계에게 안녕할 수 있도록 분주하게 함께 해야 한다. 나도 그들처럼 사랑을 믿으며, 더 나은 길목으로 우회하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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