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극장으로 부르는 이야기들
보통의 우리, 우리의 2000`s 섹션 4 - 인간적인 우유 도둑 무대인사 기록
일시 2021년 10월 30일(토) 오후 4시
장소 인디스페이스
참석 민용근, 원신연 감독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은다강 님의 글입니다.
2000년대에 작업한 세 편의 단편영화는 ‘극영화의 형식을 빌린 다큐멘터리’ 같기도, ‘이상한 시대극’ 같기도 하다. 자살을 기도하는 노동자, 도벽이 있는 중학생, 오지랖이 넓거나 자기밖에 모르는 청년의 모습은 정이 가는 인간상은 아니지만, 스크린에 비친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동안 어느새 그들에게 흠뻑 빠져든다. 맛깔스러운 대사나 인물이 그럴 수밖에 없는 구구절절한 사연 때문이 아니라 어딘가 어수룩하고 멍한 눈빛 때문이다. 영화 작업 환경이 필름에서 디지털로 바뀐 것처럼, 관객이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공간도 다양해졌다.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영화를 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결국 극장에 모이는 이유를 깨닫게 한 이날의 대화를 소개한다.
민용근 감독(이하 민용근): 안녕하세요. 민용근입니다. 저도 영화를 본 지가 너무 오래돼서 영화 결말이 잘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오랜만에 봤는데 부끄럽기도 하고 옛날 생각도 나고 되게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주말에 이렇게 영화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원신연 감독(이하 원신연): 반갑습니다. 원신연입니다. 이 영화를 만든 지 18년 됐는데, 어떤 장면들은 지금 보니 좀 부끄럽게 느껴지는데요. 그래서 계속 눈을 감고 봤어요. 반갑습니다.
진명현 대표(이하 진명현): 저도 세 편 다 10년 전쯤에 봤던 작품들이라 이미지로만 남아있다가 이렇게 스크린으로 다시 보니까 너무 재미있네요. 2000년대에 만들어진 단편영화인데, 지금 하시는 작업이랑 톤은 다를 수 있지만 현재 작업의 시작점이 되는 영화들이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일단 오래간만에 스크린으로 작품을 보신 소감을 여쭤보고 싶어요.
원신연: 제가 〈빵과 우유〉를 만들고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뒤 했던 수상 소감이 기억나요. 다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상금이 생겨서 그게 가장 기쁘고, 또 영화를 만들어서 관객분들과 만나겠다는 다짐을 했는데 그 다짐을 독립예술영화로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커요. 최근에 〈최선의 삶〉이라는 영화를 극장에서 보면서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한 그리움이 컸어요. 18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실 크게 변한 게 없는 환경이거든요. 사실 얼마 전부터 〈빵과 우유〉에 대한 장편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어요. 〈빵과 우유〉 18년 후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데 오늘 이 기회가 큰 자극제가 된 것 같아요.
진명현: 원신연 감독님이 새로운 작업을 한다고 하니까 관객 입장에서 큰 기대가 됩니다. 민용근 감독님은 〈소울메이트〉가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오늘 자리가 좀 남다르실 것 같아요.
민용근: 2000년대 중반의 모습들이 지금이랑은 되게 다른 느낌이잖아요. 사람들이 말하는 방식도 그렇고요. 극영화이긴 하지만 그 시대를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또 한편으로는 그 당시 저를 포함해서 영화를 대하는 관객들의 시선도 떠올랐어요. 지금은 많은 영화 혹은 드라마들을 소비하듯이 관람하는 분위기라고 할까요. 그리고 만들어지는 영화들도 스토리를 빠른 템포의 영상에 담아서 전달하는 매체로 많이 바뀐 것 같아요. 근데 이 시대의 영화들은 말 그대로 되게 영화적인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나의 이미지라든가 화면 밖에서 들리는 소리의 조합이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영화랑 조금 다른 결이었구나. 어떤 게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그런 것들이 많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진명현: 민용근 감독님 말씀처럼 깊은 감정들을 남기는 작품들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상한 시대극처럼 느껴지는 것들도 있어요. 여전히 스팸과 햇반을 팔고 있는데, 정수기 판매원이나 조율사들은 안 보이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고. 그 시기를 관통하셨던 관객분들에게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세 작품 모두 입체적인 인물을 만들었어요. 인물들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상할 가치가 있는 작품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떻게 인물들을 생각해 내셨고 또 만들어내셨는지요.
원신연: 〈빵과 우유〉에 등장하는 캐릭터 이름이 ‘원 씨’예요. 제 친동생인데, 다시 보니 진짜 연기 못 하네요.(웃음) 저 때가 2002년도, 한창 월드컵 열기로 온 나라가 들썩이던 때인데 한쪽에서는 IMF 여풍으로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무섭게 불고 있었죠. 그때 제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보러 전철을 타고 영등포역을 지나면서 선로보수원을 보게 됐어요. 선로를 돌아다니면서 수리하고 보수하는 안전요원인데, 그분이 지나가는 열차를 보고 있는 게 곧 열차에 뛰어들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분의 모습을 보면서 건설현장 노동자였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갑자기 지금 영화를 보는 것도 사치라는 생각이 들어서 극장 앞에서 시나리오를 쓰고 이 영화를 만들게 됐어요. 아버지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한 영화라서 저한테 의미가 깊은 작품입니다.
진명현: 감독님께서는 친동생이다 보니까 연기를 못했다고 하셨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실제 직업인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자연스러웠어요. 뜨거운 여름날에 저런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이 되게 또박또박 힘있게 대사를 해도 이상하잖아요.(웃음) 민용근 감독님은 어떠셨어요.
민용근: 저는 영화과를 졸업하고 나서 영화를 하지 않고 방송 다큐멘터리를 7~8년 했어요. 방송 아이템을 찾다가 중학생 소년이 돌아가신 엄마랑 몇 개월 살다가 이웃 주민이 발견한 기사를 보게 됐어요. 소년이 어머니가 돌아가신 걸 알리고 싶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이웃 주민이 인터뷰하시길 소년이 언제부턴가 머리도 잘 안 자르고 혼자 뒷동산에 올라가서 멍한 눈빛으로 동네를 내려다보고 있는 걸 목격했다는 말이 있었어요. 어머니가 그렇게 계신 동안에 아이가 혼자 동산에 올라가서 멍한 눈빛으로 있을 때의 마음이 어땠을까. 그때의 눈빛이 어땠을까, 이런 생각이 마음에 떠올랐던 같아요. 그래서 제 마음속에 그 눈빛이 계속 남아있었고 영화를 만들게 되니 그 눈빛에서 시작됐어요.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가 당시 실제로 중학교 2학년이었고, 연기 경험은 없었어요. 유복한 가정에서 외동으로 자란 친구였는데 환경 자체는 인물하고 다르지만 무심히 말하는 느낌이나 아무 감정도 담아내지 않고 바라보는 눈빛이 제가 떠올렸던 이미지랑 너무 닮아 있었어요. 실제 연기 디렉팅 할 때도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가장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진명현: 저는 세 번째 작품에 대해서도 두 분의 의견을 좀 들어보고 싶어요. 손원평 감독님 같은 경우에는 〈침입자〉라는 상업영화를 발표하셨고 『아몬드』라는 소설을 쓰신 작가님이시기도 합니다. 〈인간적으로 정이 안 가는 인간〉도 지금 보니까 너무너무 귀엽죠. 양익준 배우님 젊은 시절에 곰돌이 같기도 하고 강아지 같기도 한 상큼한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두 감독님께 보신 소감 여쭤보도록 할게요.
민용근: 해마다 이슈가 되고 입에 오르내리는 단편영화들이 있어요. 〈인간적으로 정이 안 가는 인간〉도 당시 이슈가 됐는데, 양익준 배우님, 감독님의 〈똥파리〉와는 되게 다른. 동글동글 하지만 뭐랄까. 기타노 다케시 감독님도 배우이기도 한데 어떤 개별성을 가진 익명의 사람이라는 느낌의 얼굴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양익준 배우님도 이 시기에 그런 느낌들이 있어요. 어떻게 보면 지나치기 쉬운 사람인데 그래서 더 잔상이 많이 남는 인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배우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외로움이라고 하는 게 타인들로 인해서 내가 고립된 뉘앙스이잖아요. 근데 이 영화를 보면서 외로움이라고 하는 것의 본질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원신연: 저는 이 작품을 처음 봤어요. 어떤 장르 중심의 영화라기보다 굉장히 이야기 중심의 현실적으로 풀어낸 영화들을 좋아하는데 이 작품도 굉장히 가슴에 남네요. 많은 궁금증을 갖고 봤는데, 여러 느낌을 줬던 것 같아요.
진명현: 이렇게 시간이 지나서 보니까 공개 당시 보는 것 보다 작품을 좀 더 쌉싸름하게 보게 되는 느낌이 있어요. 이제 두 분 작품 얘기로 돌아와 볼게요. 가족사진이라는 요소가 굉장히 중요하게 등장하는데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작품 속에 넣으셨는지요.
민용근: 오늘 영화 보면서 기억이 막 떠올랐는데, 처음에 관객들이 ‘소년이 소녀에게 관심이 있나?’ 생각하면서 보다가 ‘아닌 거 같은데 뭐지?’ 이렇게 궁금증을 갖고 영화를 따라갔으면 좋겠다는 의도로 연출을 했고요. 그래서 종착지가 소년이 가진 외로움 같아요. 결핍, 뭔가 채우고 싶지만 채워지지 않는 그런 것이 다른 이의 가족사진을 통해서 드러났으면 하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소년이 다른 사람의 집에 들어가서 가지고 나온 게 돈이 아니라 누군가의 가족 앨범이었고. 나중에 돈을 훔치고 나오는 길에 소년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것도 가족사진이었고요. 가족사진이 소년이 가진 결핍을 이미지화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명현: 엄마의 얼굴이 굉장히 늦게 사진으로만 공개가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소년이 엄마 집에 간 거 아닐까 했거든요.
민용근: 사진에 아빠랑 엄마랑 아이가 나오는데 아이 얼굴은 저예요. 그리고 아이 아버지가 저희 실제 아버지고 어머니 얼굴은 소녀의 엄마 역할을 맡으셨던 이진숙 배우님의 얼굴로 합성을 했어요. 그래서 약간 오해를 하지 않을까 싶긴 했는데요. 소년이 대형 가족사진을 보고 발걸음을 멈췄던 것도 자기 어머니랑 닮아 있는 누군가의 모습을 보고 멈추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들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진명현: 소년의 감정이 결핍이라면 〈빵과 우유〉에서 원 씨의 감정은 책임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원신연 감독님의 사진에 대한 이야기 좀 들어보겠습니다.
원신연: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2002년은 이면에 굉장히 어두운 그늘이 있었고요. 구조조정 칼바람 때문에 자살률이 높았고 정리해고 당한 가장들이 가족들에겐 출근한다고 말하고 아침에 나가서 산이나 사우나로 가던 시기예요. 그런 가장들이 가슴에 무엇을 품고 있을까 생각했을 때 가족사진일 것 같았어요. 저희 아버지의 지갑 속에도 가족사진이 있었고, 그걸 있는 그대로 담고 싶었어요. 결정적으로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는 노동자의 무거운 삶의 무게 속 잡을 수밖에 없는 끈은 결국 가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깊게 들었어요.
진명현: 〈도둑 소년〉의 소년은 사실 긴박한 상황이잖아요. 그런데 되게 유유자적해요. 훔칠 때도 되게 우아하게 훔치고, 밥을 먹을 때는 스팸을 초밥처럼 만들어 먹을 정도로 급하지가 않거든요.(웃음)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도 의도하신 게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민용근: 제가 어렸을 때를 생각해 보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사람일수록 자기만의 규칙이 생기는 것 같아요. 누군가와 관계 속에서 규칙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자기 나름의 어떤 규칙들을 이렇게 만드는 것인데요. 저도 시나리오를 쓸 때는 이런 부분을 딱히 인지하지 못하고 그냥 썼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영화를 다시 보니까 어렸을 때 저를 객관화해서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부끄러웠는데. 소년이 도둑질하는 방식도 그렇고요. 행위가 정당화되는 것도 아닌데 자기가 필요한 것만 훔치고 심지어 아무도 보지 않지만 거스름돈을 주기도 하고. 또 밥을 먹을 때도 햇반하고 스팸을 자기만의 규칙을 가지고 먹는 그런 모습들이 계속 쌓이고 쌓여서 되게 외로워 보였던 것 같아요.
우리가 지하철에서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보면서 ‘저 사람은 뭐지’, ‘왜 저런 행동을 하지’ 이런 생각들을 하잖아요. 누군가를 본다는, 어떤 사람을 본다는 행위 자체가 미스테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소년을 보여줄 때도 현재 상황은 이러이러하고, 어떤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자, 이런 흐름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지하철에서 알지 못하는 얼굴을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이 하는 행동을 하나하나 보면서 유추해내는 과정처럼 이 소년을 봐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행동 하나하나를 머릿속에서 조합했을 때 인물이 만들어지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아요. 스토리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 그런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다 보니까 의도치 않게 미스테리 요소들이 들어갔던 것 같아요
원신연: 저 때는 지금하고 환경이 좀 달라서 필름 작업을 했어요. 이 작품을 찍은 뒤 3년만에 절대 바뀌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필름 시대가 한순간에 디지털로 바뀌었어요. 〈빵과 우유〉는 필름으로 작업하면서 필름 양이 부족했어요. 필름이 떨어질 때마다 이 영화를 완성할 수 있을까, 또 찍을 수 있을까 생각했고, 빚을 더이상 낼 수 없는 상황에서 원 씨가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서 빵과 우유를 먹는 중요한 장면을 자투리 필름을 붙여서 찍었던 기억이 있어요.
관객분한테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보험금을 타서 자식을 살리려고 했던 원 씨가 마지막 장면에서 달려가는 기차를 쫓아가는데, 그게 기차에 몸을 던지기 위해서 달려가는 걸까, 아니면 삶의 끈을 잡기 위해서 가는 걸까. 저는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저는 삶의 끈을 잡기 위해서 지금도 달려가고 있다고, 이 영화는 삶을 향해서 열심히 달려가자는 마음을 담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진명현: 저는 개인적으로 마지막 장면에서 원 씨의 고함도 받아들여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기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거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희망적으로 보았는데, 반대로 〈도둑 소년〉은 결말을 보고서 계속 마음이 좀 안 좋더라고요. 이 친구가 자기 셸터(Shelter)를 잃어버리게 된 거잖아요. 오랫동안 지키고 있었던 지갑도, 엄마와의 공간도 잃어버린 것인데요. 이 우아하고 특별한 소년이 어떤 어른으로 성장했을지 너무 궁금하고 또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요. 민 감독님은 이 소년의 이후를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민용근: 이 영화를 크게 보면 자기만의 세계에 자기만의 규칙으로 스스로를 가둬둔 소년이 그걸 깨고 나오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소년이 어머니 시신을 수습하는 모습을 보고 골목으로 숨어 들어가잖아요. 그리고 다시 나와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는 얼굴을 보여주는 것으로 영화가 끝을 맺었죠. 이게 열린 결말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소년이 움켜쥐고 있던 것들을 다 잃어버리거나 아니면 놓아버렸기 때문에 그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는 동력이 생겼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 마지막 얼굴을 희망적인 느낌으로 넣었던 것 같습니다.
진명현: 감독님 말씀을 들으니 좀 안심이 되는 것 같아요. 오늘 얘기 들으면서 민용근 감독님과 원신연 감독님의 새로운 작품을 관객으로 계속 만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년 가까이 영화를 계속한다는 건 너무너무 힘들고 고되고 어려운 일인데 계속 작업을 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요. 두 분 인사 말씀 듣고서 오늘 이 자리 마무리할게요. 함께해 주신 관객분들도 너무 감사드립니다.
원신연: 굉장히 의미가 있고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저는 지금 상업영화를 만들고 있는데 완전히 다른 영역의 즐거움이 있어요. 이 공간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의미 있고 너무 감사했고요. 이렇게 18년이나 지난 영화로 만난 것을 자책하며 이제 따끈따끈한 영화를 가지고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요. 오늘 이렇게 귀한 시간 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민용근: 저도 오늘 객석에서 영화를 봤는데, 어쩌면 〈도둑 소년〉은 극장에서 오늘이 마지막 상영일 수도 있잖아요. 이렇게 여러분들하고 같이 영화를 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너무 행복했고, 관객분들의 얼굴 보면서 얘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갖게 되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좋아요. 그냥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공기를 느끼는 것 같아요. 같이 앉아 있다보면 미세하게 숨소리도 다 느껴지거든요. 꼭 웃고 울면서 소리를 내는 반응만이 아니라 영화를 극장에서 같이 볼 때 서로의 공기를 느끼는 것, 영화 만드는 사람에게는 그게 되게 큰 행복인 것 같아요. 이 영화도 그렇지만 앞으로 개봉하게 될 〈소울메이트〉라는 영화도 이렇게 여러분들하고 극장에서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끝까지 영화를 봐주시고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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