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우리, 우리의 2000`s 섹션 3 - 무엇이든 알지 못하는 125
: 모두에게 고른 난기가 스밀 수 있도록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해수 님의 글입니다.
'무엇이든 알지 못하는 125' 섹션에 모인 단편들 모두 차가운 세계 속에서 일상을 쌓고, 자립을 위해 애쓰던 청년의 얼굴이 담겨있다. 지금의 나와 비슷한 시절을 건너가는 인물들을 보며 내내 묘한 기분을 느꼈다. 나는 줄곧 냉(冷)한 온도가 현재에 다다라서도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고 여겨왔기 때문이었다. 영화 속 인물들과 더 나아가 무수한 수의 사람들과 온기에 가닿을 수 있기를, 그런 세계를 바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보았다.
<125 전승철>은 탈북자 승철이 일을 구하려 움직여보지만, 급여 조정에서 마찰이 생겨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구성이다. 승철은 까맣게 탄 달걀에서 그나마 나은 부분을 떼어내고, 턱걸이를 한다. 틈으로 새는 겨울 바람을 막으려고 테이프도 꼼꼼히 붙인다. 어려움을 직면하며 매일을 영위하려 노력했던 그의 가만한 걸음걸음이 내게 오래 남았다. 겨우 가지런히 유지하던 마음이, 붙여둔 테이프를 도로 뜯을 만큼 헝클어진 상태가 되었을 때. 어쩌면, 그에겐 마지막으로 들어간 장롱만이 주저하지 않고 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으로 느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다고 말하지 마라>의 장철은 영화 내내 걷고 싶어 하는 인물이다. 그가 장주에게 한 바퀴만 더 돌자고 채근하는 장면이 꾸준히 나온다. 실은, 장철이 후문과 정문을 혼동하여 반 전체의 일정이 늦어진 적이 있었고, 과도한 욕을 들어 분했던 마음이 발단이었다. 그렇기에 어디에 위치하더라도 헤매기 싫은 의지가 그에게 자리한 게 아닐까. 동시에 반의 아이들은 장철의 억양을 집요한 놀림의 대상으로 만든 지 오래였다. 내게 무언가 씐 게 분명하다며, 원인에 당연히 본인을 놓고 찾으려는 장철의 대사가 너무 슬펐다. 장주가 그에게 왠지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졌다는 게 어느 감정에서 기인했을지, 나도 알 것만 같았다.
<잘돼가? 무엇이든>의 지영과 희진은 서로 작업 방식도, 성격도 상이해서 은근히 거슬리던 동료 사이였다. 그러던 중 함께 야간 업무를 맡게 되면서 일의 지시를 내리는 이들의 험담도 나란히 공유하고, 일에 임하는 태도에 관해서도 생각을 나눈다. 특히 희진이 횡령에 대해 ‘믿음’이라고 표현하자 지영이 ‘불법’으로 정정해서 말하는 장면이 좋았다. 지영은 일에도 ‘자기 영역’이 있는 거라며 희진에게 소리를 높일 때도 있었지만, 사무실이 불에 타자 그곳에서 잠시 이불을 펴고 지내던 희진이 신경 쓰여, 결국 지영이 이끌어 이동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이어짐이 무척 유의미하다고 느꼈다.
세 영화 모두, ‘소속’의 어려움에 대하여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 자체가 꾸준히 거부되는 기분의 막막함. 그럼에도 무감한 목소리는 태연하게 늘 주위에 있었다. 승철에게 머리가 그게 뭐냐며 묻고, 장철이 스스로 말투를 되뇌게 만들며, 직원들에게 유니폼은 강요된다. 세계는 그들에게 공간을 마련하는 건 미루면서도 오히려 그들의 상태를 점검하라며 요구한다. 꾸준히 원인을 돌린다고도 볼 수 있다. “진실에 대해 계속 의심해봤으면 좋겠어.”라는 장주의 대사는, 사회와 우리가 모두 나서서 골몰해야 할 지점을 관통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과연 모두에게, 더 나은 세계를 만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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