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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당신얼굴 앞에서〉: 얼굴 앞이라는 공간감과 지금이라는 복잡한 시간성

by indiespace_한솔 2021. 11. 16.

 

 

 

 〈당신얼굴 앞에서〉  리뷰: 얼굴 앞이라는 공간감과 지금이라는 복잡한 시간성

 

 

   *관객기자단 [인디즈] 염정인 님의 글입니다.



 

<당신얼굴 앞에서>에는 여전히 지질한 장면들이 등장한다. 술과 담배로 꾸며진 식탁엔 남자 감독 재원과 여자 배우 상옥이 앉아 있다. 한바탕의 대화 뒤엔 나랑 자고 싶죠?”라고 묻는 상옥의 말이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련의 이미지들은 다음날 상옥의 웃음으로 무색해진다. 오히려 영화의 무게는 상옥정옥과 나눴던 커피와 빵, 옷에 묻은 떡볶이 국물, 몇 번의 기도와 정옥에게 꿈을 묻는 마음에 있다.

 

익숙한 신도시의 공간은 깔끔하고 정돈돼 있다. 공원으로 녹지를 만들어 자연마저도 사람에게 들어맞게 설계돼 있다. 그런 동네에 정옥이 살고 언니 상옥이 들어왔다. 극의 첫 장면에 배치된 둘의 대화는 익숙하다. 아침에 일어나 카페에 가는 것, 한창 짓고 있는 아파트를 보자며 산책을 청한 것, 서로를 몰랐던 세월이 많은 것, 그 시간을 쉽게 수용하기보단 먼저 서로를 탓하는 것. 이 모든 장면이 익숙했다.

 

 

한편, 상옥의 여정에 따라 극이 진행되고 만남과 만남의 공백에서 상옥은 기도를 한다. 특별한 대상을 둔 기도라기보단 현재에 대한 즉각적인 고백에 가깝다. 신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특별한 방향감이 없는 감사함이다. 그 순간에 속삭이는 기도는 현재가 중요하다고 반복해 언급했던 상옥의 당연한 습관이다. 시한부 상옥이 현재를 위해 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상옥은 과거를 단절시키는 인물은 아니다. 본격적으로 과거를 회상하진 않지만 지금 시간까지 쌓인 모든 흔적을 무시하지 않는다. 조카 승원옛집 주인으로 등장하는 김새벽 배우는 상옥이 과거의 연장에 있음을 보여준다. 오래전 짧게나마 조카와 보냈던 시간은 승원이 준 지갑으로 현재에 자리매김한다. 또한, 어릴 적 살았던 집의 쓰임이 달라진 모습은 과거와 현재의 간극을 실감케 한다. 더 이상 주거 공간으로 쓰이지 않는 곳에는 그마저도 집으로 이해하는 아이가 살고 있다. 상옥은 그 아이를 꼭 껴안는다.

 

 

마지막 여정은 감독과의 시간이다. 익숙하게 인물들은 술을 주문하고 상옥은 처음으로 시한부 인생을 고백한다. 감독은 놀라며 어떻게 이 상황을 감내하고 있는지 물어보기도 한다. 모든 감독의 태도는 상의 입장에서 나쁠 것 없다. 자신의 아픔에 보인 적절한 호들갑이었다. 그리고는 상옥은 자신의 다짐을 말한다. 현재에 대한 기도는 얼굴 앞에서로 정리되고, 얼굴 앞에서 천국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의 얼굴을 받아들이는 일은 지금 이 시간에 집중하는 일이자 얼굴에 쌓인 지난 시간을 인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얼굴은 표정을 드러내는 매개이자, 오랜 세월이 축적된 하나의 공간이 된다.

 

자신의 철학을 말하고 이해받던 새벽의 시간은 하나의 음성 메시지로 끝이 난다. 그리고 뒤에 이어지는 상옥의 웃음은 감독 재원이 보였던 모든 반응을 무색하게 만든다. 또 그 웃음에 묘한 씁쓸함과 통쾌함을 느낄 수 있다. 시한부 인생인 상을 위해 당일치기로 단편영화를 만들어보자는 재원의 제안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었다라는 재원의 말로 리얼리티를 얻는다. “나랑 자고 싶죠?”라는 상옥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던 재원의 뻔한 처사였다. 그렇게 한밤중의 시간은 오히려 아침의 시간을 조명한다. 또 하나의 과거를 만들고 기어코 다음 날을 맞게 되는 그 최초의 시간을 조명한다. 현재를 살고 어제와 미래에 초연하자고 다짐하지만 그건 내일과 어제를 등지는 것이 아니다. 또 한 번의 꿈에서 깼음을 자각하고, 마음을 다했던 현재가 어제가 되는 반복을 마주하는 일이다.

 

 

영화의 처음과 끝에서 상옥정옥의 꿈을 묻는다. 좋은 꿈이라고 답했던 처음과 달리 극의 끝머리에서 상옥은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정옥을 살핀다. 어떤 꿈을 꾸었냐는 물음을 ‘당신얼굴 앞에서던짐으로써 극은 마무리된다. 얼굴 앞이 주는 묘한 공간성은 꿈을 궁금하게 하고 어제와 오늘의 경계를 질문하게 한다. 그리고 그 행위들은 당장의 모든 최선이 허무하게 돌아가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자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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