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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로그 인 벨지움〉: 유태오의 세계로 로그 인, 나에게로 로그 인

by indiespace_한솔 2021. 12. 14.

 

 〈로그 인 벨지움〉  리뷰: 유태오의 세계로 로그인, 나에게로 로그인

 

 

   *관객기자단 [인디즈] 염정인 님의 글입니다.

 

 

타인을 본다는 것, 익숙하지만 낯설다. 어느 시점부터 사람들의 일상이 쉽게 보였다. 작은 방 안에서도 카메라는 내밀하게 돌아갔고 관찰 예능은 흔해졌다. 사람들은 쉽게 자기 모습을 찍었고, 많은 이들이 카메라 앞에 섰다. 작은 카메라를 들고 스스로의 얼굴을 찍고 또 들여다봤다. 비공식, 사적 공간 그리고 굳이 보여주지 않는 것들은 점차 공공의 공간에 전시됐다. 하지만 한편으론 여전히 낯설다.

로그 인 벨지움은 그간 사람들이 오프 더 레코드에 익숙히 침투해왔던 감각을 다시금 곱씹게 만든다. 배우와 유태오. 두 단어 간의 익숙한 배치는 기획 유태오, 제작 유태오, 각본 유태오등으로 다양하게 흩어졌다. 유태오는 자신의 정체성을 반전하면서도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고집 있게 지켜내며 유태오를 찍었다.

 

 

로그 인 벨지움은 배우 유태오가 코로나로 촬영이 무산되자 혼자 호텔에 고립된 상황으로부터 출발한다. 코로나와 고립, 외로움의 연결고리는 사실 특별하진 않다. 공통의 감각에 가깝고, 그렇기에 유태오라는 인물 속에서 쉽게 나를 더듬게 된다. 하지만 로그 인 벨지움은 낯익은 것만을 전달하진 않는다. '유태오'이기에 언어화할 수 있는 외로움의 시간을 설명하고, 동시에 그만의 표현으로 자신에게 자신을 해명한다. 때문에 로그 인 벨지움에는 낯섦이 가득 들어찼다.

유태오는 감수성이 통하는 자신의 세계로 소개되는 또 다른 자신과 대화한다. 영화는 사람은 외로울 때 진짜가 된다라는 말로 시작하고 진짜를 파헤치는 과정이다. 오로지 대화할 상대가 자신뿐일 때, 스스로에게 '진짜'를 질문하며 가짜를 상정한다. 하지만 영화의 끝에서 진짜와 가짜는 모호해진다.

 

 

유태오는 몇 년간 숨 가쁘게 연기를 하며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들을 시작한다. 마침내 혼자 남게 됐을 때, 그 누구도 자신의 세계를 침투하지 못할 때 스스로 자신을 흔든다. 독일어를 하는, 영어를 하는 유태오와 만나며 지나온 과거가 어떤 시간이었는지 묻는다. 고립의 시간 동안 여러 정체성이 등장하지만, 종국에 분산하지 않는다. 오트밀, 커피로 겨우 채워졌던 식탁에서 단팥빵의 속이 만들어지고 만두가 빚어진다. 과거와 현재, 그 속에 여러 인물을 연기하며 살아왔던 순간들과 최초로 연기를 다짐했던 마음들이 빼곡하다. 긴 시간은 고립 속 유태오가 보여준 은근한 굳건함, 성실함으로 연결된다.

혼자 있는 시간을 견뎌본 사람이라면 식탁을 채우는 일, 이불을 걷어내고 운동화를 매듭짓는 일의 의미를 알 테다. 때문에 로그 인 벨지움은 고립과 외로움을 정체된 시간으로 전달하지 않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말한다. 더 정확히는 유태오라는 사람이 모두와의 단절로 겪게 된, 자신으로의 침투를 어떤 여정으로 이해했는지를 보여준다. 유태오는 감수성이 통하는 가상의 세계유태오가 열심히 빚은 만두를 먹고 체한다. 그런 다음, 익숙히 손을 따고 그것을 한 겹의 비눗방울로 날려 보낸다. 그리고 유태오는 '연기를 대하는 마음을 쏟아 낸다. 정리된 규정보단 다짐에 가깝다. 방안에서의 생활은 시공간의 제한을 숨 쉬듯 느끼게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세계에 있어 무한한 이동을 가능하도록 한다. 하리보 젤리가 무수한 군중이 되는 것처럼.

 

 

그리고 장면은 한국으로 이동한다. 한국에서 유태오는 두 명이 아닌 혼자고, 방황하기보단 정리된 모습을 보여준다. 고립의 시간은 많은 것을 바꿨지만 여전히 같은 시공간으로 유태오를 안내했다. 유태오에겐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배우라는 직업이 있다. 동시에 혼자만이 존재했던 시간의 경험은 유태오의 몸에 남아 있다.

 

배우라는 직업, 연기라는 행위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도 진짜와 가짜에 관한 유태오의 태도는 그만의 경험을 공유하고 확장한다. 어떤 시절의 감정을 진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 안에서 지금을 의심하는 사람들, 진짜가 되고 싶은 사람들, 오직 자신과 대화해본 사람들. 정체성은 성장하고 정체하며 부족해지고 충만해지길 반복한다. 로그 인 벨지움은 자신 안에 존재하는 무수한 다름을 연결해낸다. 모든 순간 기억될 수 없지만, 때로는 영영 잊히기도 하지만 우리의 어떤 시절은 순식간에 돌아와 나를 지배한다. 특히 우리가 다른 사회적 관계에서 벗어나 오로지 혼자일 수 있을 때, 우린 우리에게로 문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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