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로 가득 찬 〈애비규환〉의 첫 돌잔치
인디돌잔치 〈애비규환〉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1년 11월 30일(화) 오후 7시 상영 후
참석 최하나 감독│배우 정수정, 장혜진, 최덕문, 신재휘
진행 장성란 영화저널리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예본 님의 글입니다.
모든 배우가 각자 최대의 애착을 품고 있는 작품, 〈애비규환〉의 돌잔치가 열렸다. 의미있는 돌잡이부터 촬영 현장을 기억하는 애틋함까지. 작품이 지나온 일 년은 물론 앞으로의 영화를 그리며 관객과 감독, 배우가 대화를 나누었다. 애정이 가득했던 인디돌잔치를 기록을 전한다.
장성란 저널리스트(이하 장성란): 안녕하세요. 〈애비규환〉 인디돌잔치 진행을 맡은 장성란입니다. 돌잔치를 열게 되어 정말 기쁘네요. 감독님부터 한 분 씩 관객 여러분을 만나는 소감과 함께 이 영화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웃음소리를 얘기해주시면서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최하나 감독(이하 최하나): 저는 〈애비규환〉을 연출한 최하나라고 합니다. 저희 아이의 일 년 생일에 와주셔서 애미로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요. 이 영화를 보고 떠오르는 웃음소리는…. 가장 최근에 이 영화를 본 게 DVD 코멘터리 때였거든요. 일 년이 지나서 다시 보니까 웃음소리보다는 흐뭇한 미소와 함께 ‘고놈 참 잘 컸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정수정 배우(이하 정수정): 안녕하세요. 토일 역을 맞은 정수정입니다. 일 년 만에 팬들 뵙는 것도 너무 반가운데, 돌잔치처럼 준비를 해주셔서 이렇게 뜻깊은 자리가 생긴 게 너무 기쁘고 기분이 좋더라고요. 감독님과 이야기 나눌 때도 ‘정말 무조건 가야겠다’하는 생각이 들었고, 오늘도 재미있는 시간 보내다 가고 싶어요. 하하하.
장혜진 배우(이하 장혜진): 안녕하세요. 선명 역을 맡은 장혜진입니다. 이렇게 돌잔치에 와주셔서 감사하고요. 저희 아이 돌잔치 이후로 처음입니다.(웃음) 얼마나 파티에 굶주려 있었는지, 다들 뭐를 쓰고 두르고 난리가 났는데 그만큼 관객분들이 저희 영화를 사랑해주셔서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정말 환영하고, 끝까지 재밌게 놀다 가시길 바랍니다. 웃음소리는 아까 연습했어요. 크크크크.
장성란: 이 영화를 진정으로 즐기실 줄 아는 웃음소리인 것 같아요.
최덕문 배우(이하 최덕문): 안녕하세요. 최덕문입니다. 저희 〈애비규환〉이 한 살이 되었네요. 두 살, 세 살, 스무 살까지 계속 만날 수 있으면 좋겠고요. 〈애비규환〉에서 빨래를 개다 말고 파자마 바람으로 선명이 무릎베개 해주는 장면이 있어요. 이마를 만지면서 말없이 웃은 적이 있는데 이 미소로 대신하겠습니다.
신재휘 배우(이하 신재휘): 안녕하세요. 호훈 역을 맡은 신재휘입니다. 일 년 전에 GV하면서 무대인사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났다니 감회가 새롭고 이렇게 뵐 수 있어서 참 기쁘네요. 좋은 시간 되었으면 좋겠고요. 저는 최근에 이 영화를 혼자 다시 봤는데, 제가 나올 때마다 좀 웃음이 나더라고요. (객석 웃음) 그게 아니라, 약간 ‘헉’하는 웃음이 나요. 제 모습을 보면…. 그렇습니다.
장성란: 저희가 야심차게 준비한 식순이 있습니다. 돌잔치에서는 아이의 미래를 점치기 위해 돌잡이를 하지요. 저희도 돌잡이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한 분씩 물건을 꺼내주시고, 물건에 아이의 운명이 적힌 쪽지가 붙어있으니 펼쳐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최하나: 아, 꽃삽이네요. ‘우리아기 애비규환은 모종삽처럼 언젠가 다시 발굴될 것이다’ 이거 너무 슬픈 거 아닌가요? 약간 고고학적인 의미가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정수정: 성경책이네요? ‘우리아기 애비규환은 성경처럼 영화의 바이블이 될 것이다’
장혜진: 어머, 털실이네요. ‘우리아기 애비규환은 실처럼 수명이 오래가는 영화가 될 것이다’ 믿습니다.
최덕문: 어. 굉장히 긴 글이 쓰여 있네요. 안녕하세요, 최덕문입니다.(웃음) ‘우리아기 애비규환은 비타민처럼 기운을 북돋는 영화가 될 것이다’ 감사합니다.
신재휘: 돈이 들어있는 봉투네요. 돈 봉투 입니다. ‘우리아기 애비규환은 돈 봉투처럼 일확천금을 벌어다 줄 것이다’ 아, 감사합니다.
장혜진: 너무 재밌었어요. 준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자님이 직접 준비하신 거거든요.
장성란: 관객분들이 보내주시는 동안, 제가 먼저 기억을 북돋을 수 있는 질문을 드리도록 할게요. 먼저 배우님들께 〈애비규환〉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읽었을 때 무슨 기분이 들었는지 여쭤보고 싶은데요. 한 분씩 답변 부탁드릴게요.
정수정: 시나리오 보고 나서 바로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그만큼 재미있었어요. 시나리오를 읽어보기 전 내용만 들었을 땐 제가 좀 겁을 냈거든요. 그런데 걱정할 필요도 없이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장혜진: 저도 너무 재미있어서 술술 읽히더라고요. 펼친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었던 것 같아요. 읽고 나서는 호훈 엄마 역할이 너무 매력적이라서 마음을 먹고 제작자님께 말씀을 드렸는데 끝까지 안 된다고 하셔서 선명 역할을 했죠. 그래도 선명 역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상까지 받았거든요.(웃음)
최덕문: 저번에도 한 번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애비규환〉 대본을 받을 땐 해영배우가 한 예전 아빠 역할을 먼저 제안 받았어요. 그런데 선명 대사 중에 ‘잘생긴 얼굴을 보면 마음이 눈처럼 녹아내린다’는 대사가 있거든요.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그래서 태효 역을 하겠다고 했죠. 하지만 사자성어 때문에 더 힘들더라고요. 아무튼 그렇게 사람들과 팀을 짜서 영화를 찍고 일 년 뒤에 이런 자리가 이어진다는 게, 이 작품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신재휘: 저는 오디션 때 처음 대본을 받았는데 그게 토일에게 ‘누나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어요’라고 하는 첫 신이었거든요. 그것만 봤을 때는 이런 일이 펼쳐질 줄 몰랐고, ‘아 이렇게 잔잔하게 이어지는 영화구나’했는데 전체 대본을 보니까 너무 스펙타클해서 더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장성란: 이 영화는 스펙타클 로드무비라고도 할 수 있죠. 아까 언뜻 말씀해주시기는 했지만, 며칠 전에 여기 계신 분들이 DVD 코멘터리 녹음을 하셨어요. 그 말은 곧 DVD가 나온다는 이야기겠죠. (관객 박수) 코멘터리 녹음 날은 어땠는지 감독님이 얘기 해주세요.
최하나: 생각해보니까 이렇게 같이 수다를 떨면서 영화를 보는 게 처음이더라고요. 배우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보는 게 처음인 거예요. 그런데 같이 보니까 영화가 한 세 배 정도는 더 재미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빈 공간을 배우님들의 웃음소리와 온갖 사담으로 채우는 게 재미있었고. 저는 계속 ‘아, 재밌지 않아요?’ 이렇게 반응하면서 봤던 기억이 있어요.
장성란: 그만큼 촬영 현장에서 분위기도 좋고 즐거웠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만약에 〈애비규환〉과 관련된 딱 한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으세요?
최덕문: 저는 오리배 탈 때로 다시 돌아가서, 어린 토일과 첫 대면하는 장면을 조금 더 고려하고 찍었을 것 같아요. 자꾸 허점만 보이더라고요. 돌아갈 수 있다면 오리배 탈 때로 돌아가서 좀 제대로 해보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장혜진: 저는 배드민턴장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저희가 다 같이 모여서 촬영한 장면이기도 했고, 코로나가 퍼지기 전이라 신경 쓰지 않고 정말 신나게 촬영했던 기억이 있어요. 요즘은 여러분도 그렇겠지만 모여서 촬영하는 배우들도 너무 답답하고 불안하거든요. 갑자기 변해버린 게 낯설기도 하고요. 그 시절로 돌아가서 마음껏 공기를 들이마시고 수다를 떨면서 신나게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장성란: 복작복작한 분위기가 그려지네요.
정수정: 저도 혜진 선배랑 비슷하게 같이 현장에 있으면서 수다 떨었던 기억이 너무 좋아요. 집 앞에 돗자리 깔아놓고 음료수 마시며 대기했던 시간이 참 좋아요. 촬영이 일찍 끝나서 소고기도 먹으러 갔잖아요. 그 기억도 좋고. 그런 시간들이 다 기억에 남아요.
신재휘: 저는 저희 어머니 아버지랑 빠에야 먹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두 분의 케미가 정말 재밌어서 숨도 못 쉬고 웃을 정도였거든요. 또 한 번 숨 못 쉴 정도로 웃고 싶어요. 그때로 돌아가고 싶네요.
장성란: 각자 연기하셨던 캐릭터가 일 년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정수정: 토일이는 애 낳고 호훈이랑 잘 살 것 같아요. 자신의 꿈을 좇으면서 잘 살아나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장혜진: 선명이도 전 남편에게 남았던 감정들이 해소가 되면서 오히려 삶을 더 주체적으로 살고 있을 것 같아요. 눈치 보던 거, 여기저기 신경 쓰던 거 모두 털어버리고요. 마지막 장면에서 토일이와 손을 잡고 결혼식에 입장할 때 선명이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연기했거든요. 그래서 토일과 또 다른 선명의 삶을 살아나가지 않을까 생각해요.
최덕문: 퇴근을 합니다. 그리고 집에 일찍 옵니다. 와서 손녀를 몇 시간정도 보겠죠. 그리고 일찍 일어나서 아침밥을 합니다. 또 출근을 합니다. 이런 삶이 계속되지 않을까요?
장성란: 가정적이네요. 아버님이 아이도 다 키워주면 호훈이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신재휘: 저는 이제 공부도 하고, 토일이 출근도 시키고, 밥도 해주고. 최대한 열심히 토일이를 보필해야죠.
장성란: 이 집은 아버님이 아이를 봐주시면 호훈이는 토일이를 서포트 하는 걸로. 그리고 한 분이 질문을 주셨어요. 토일이와 선명이가 결혼식 입장 전에 손을 잡는 장면은 몇 번을 봐도 눈물이 나신다고, 촬영하실 때 기억나시는지 물어보시네요.
정수정: 그때가 실제로도 마지막 촬영이었거든요. 이걸 찍으면 다 끝난다는 생각에 감정이 복잡하기도 했어요. 이상했어요. 실감도 안 나고. 그래도 엄마랑 손잡고 결혼식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참 멋지잖아요. 전체적으로 참 좋았던 장면이에요.
장혜진: 정말 좋았죠. 수정이랑 손을 잡고 들어갈 수 있으니까. 수정이가 드레스를 입고 화관을 쓰고 서 있는데 정말 너무 예쁜 거예요. 마치 우리 딸이 결혼하는 것처럼 뿌듯하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하고 ‘아유, 저걸 어떡하나’하는 마음도 들고. 저도 엄마의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정수정: 진짜 딸 시집보내는 느낌이 들었다고 하셨어요.
장혜진: 수정이랑 촬영하면서 정말 딸 같았거든요. 어떻게 보면 토일이가 제 분신처럼 느껴질 정도로 선명이 아닌 저 장혜진과 토일이가 닮아 보일 때가 많았어요. 그래서 제가 낳은 딸인 것 같은 느낌이 너무 많이 들었어요.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마지막 촬영날 모든 배우가 다 모이고 수정이가 떡을 해오고 그랬거든요. 그렇게 잔칫날처럼 북적북적했는데 모든 게 사라지고 나서 느껴지는 공허함이 있잖아요. 그 공허함이 컸던 것 같아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더 허하게 느껴졌어요.
장성란: 실제 결혼식 같은 기분이 들으셨을 것 같아요. 또 다른 분이 질문을 주셨어요. 곧 넷플릭스에 이 영화가 공개되는데, 침대 위에서 혼자 보기 혹은 TV로 연결해서 함께 보기 중 어떤 걸 추천하시나요?
장혜진: 그냥 두 번 보시면 안 될까요? 혼자도 보고 가족들과도 보고. 혼자 봤을 때 느껴지는 감정이 다르고 또 가족이랑 같이 봤을 때의 느낌이 다르거든요. 이게 어느 하나가 맞다고 말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장성란: 정답을 말씀해주신 것 같아요. 또 다른 분께서는 감독님께서는 이 영화를 코미디라고 주장하고 계시지만, 계속 눈물이 난다고 말씀을 하셔요. 토일이가 진짜 아빠와 전축 얘기를 나눌 때 눈물이 나신대요.
정수정: 촬영할 때도 그랬어요. 실제로 해영 선배님이 우는 씬이 아니었는데 눈물을 글썽이시면서 감정 전달을 해주셨고, 그렇다보니까 저도 막 이상하더라고요.
최하나: 실제로 우실 거라고는 예상 못했는데, 울어주시니까 기분이 좋기도 해요. 참 잘 찍고 잘 편집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그리고 그 장면이 해영 선배님이 택배기사 옷을 입고 촬영하시는 마지막 장면이었어요. 그러다보니 그 사람과 작별하는 느낌도 들어서 두 분 다 감정이 격앙되어 계셨던 것 같고, 저희도 찍으면서 기분이 이상했어요.
장성란: 다들 자신의 캐릭터들을 참 사랑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별하는 순간이 너무 애틋하셨나봐요.
최하나: 두 분 다 울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눈물이 바로 떨어져서 NG가 나버렸던 기억도 있고. 그 씬에서 수정씨의 연기가 퍼펙트했다, 그렇지 않아요?(웃음)
정수정: 그런 생각은 혼자 해요.(웃음)
장성란: 그렇다면 혹시 〈애비규환〉을 볼 때 나만의 울컥하는 포인트, 아니면 애정하는 포인트가 있으신가요?
최덕문: 모든 일이 마무리가 되고 결혼식 전날 토일이의 입장을 연습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게 짜고 한 게 아니에요. ‘이건 연습하면 너무 짠 듯이 나올 것 같다. 그냥 카메라 틀어놓고 우리끼리 아무렇게나 해보자’ 하고 찍은 건데, 저는 그때가 우리가 정말 가족 같기도 하고, 가장 살아있는 가족 같아서 참 좋더라고요. 그리고 한 장면을 더 이야기 하자면, 선명이랑 같이 장 보면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이 있어요. 그것도 문득 영화를 보다가 너무 생활감이 묻어나서 ‘저 장면을 내가 저렇게 잘 찍었었나?’생각이 들었어요.(웃음) 둘이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장보며 대화하고 전화하는데, 무슨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 장면 되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가슴에 많이 와 닿아요. 살아있는 것 같아서.
장혜진: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린 포인트가 몇 개 있어요. 그 중에 가장 주체하기 어려웠던 때가, 토일이가 진짜 아빠를 만난 뒤에 눈물을 쓱 닦고 뒤돌아서 다리에서 혼잣말을 하고 가버리잖아요. 그때 눈물이 그렇게 나더라고요.
장성란: 토닥여주고 싶은 마음이었을까요?
장혜진: 그런 것도 있고, 그동안 토일이가 얼마나 그런 것들을 마음에 담고 살아왔을까. 그렇게 해소하는 걸 보며 위로해주고 싶고, 안아주고 싶고. 울컥하더라고요. 눈물을 많이 흘리게 되는 장면이에요. 다시 봐도 좋았어요. 사실 감독님한테 사과하고 싶은 것도 있어요. 제가 토일이가 친아빠랑 헤어질 때 왜 포커스를 날렸냐고 계속 뭐라고 했거든요. 한 번 선명하게 담고 흐리게 하든지.
장성란: 아, 이해영 배우님의 마지막 장면에서 포커스가 나가고 뿌옇게 나오니까요.
장혜진: 왜 포커스 날리냐고 뭐라고 했는데 코멘터리 하면서 다시 보니까 너무 슬픈 거예요. 뿌연 안개 속에서 사라지는 그 모습이 영원한 이별 같은 느낌이라. ‘아, 괜찮았구나. 감독님한테 괜히 따졌네’ 싶고 미안해졌어요.
장성란: 이런 의도로 흐리게 촬영하신 건가요?
최하나: 사실 슬프게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그 사람과 작별하는 장면이니까 굳이 포커스를 주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배우분들이 ‘이거 해영 선배가 보면 어떡하냐’고 걱정을 많이 하셨거든요. 그런데 혜진 선배님이 이렇게 다시 재평가 해주시니까. 내 선택이 옳았다는 생각이 드네요.(웃음)
신재휘: 저는 토일이가 아빠라고 확신한 선생님과 음료수를 마시는 장면이 참 좋았어요. 워낙 선배님들이 다 연기를 잘하시지만 그 순간의 연기가 너무 너무 좋았거든요. 슬픔이 툭 묻어나오는 표현과 토일이의 어떤 표정들과, 생각지도 못하게 울컥하더라고요. 그 장면이 굉장히 슬프고, 또 저는 아직 제가 우는 장면을 보면 마음이 가요. 울컥 하는 것 같아요. 결혼 못한다고 하니까….
장성란: 정말 감정이 올라오는 거죠. 저는 영화를 다시 보면서 신재휘 배우님이 거의 모든 장면에서 주눅이 들어있는 모습을 온몸으로 표현한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손끝, 발끝, 어깨로도 연기를 하셨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 정수정 배우님은 어떤 포인트가 있으신가요?
정수정: 사실 전 영화를 보면서 울었던 적은 없어요. 실제로 눈물이 난 적은 없는데 이번에 코멘터리 할 때, 아까 말씀하셨던 해영 선배 장면에서 혼자 좀 눈물을 훔쳤어요. 모르셨죠? (웃음)
최하나: 자기 연기 보고 운거예요? (웃음)
정수정: 아니 그 상황이, 상황 때문에 그런 겨죠.
장성란: 그러면 제가 그 장면에 대한 해석을 하나 읽어드릴게요. 어떤 분이 말씀하시길, 그 장면에서 포커스가 나간 건 낳아준 아빠의 뒷모습을 보는 토일이의 눈물고인 시선 같다고 하셨어요.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최하나: 저는 토일이의 태도가 이 영화의 태도와 겹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토일이는 후련하게, 싸우거나 좌절하지 않은 채로 잘 이별했고, 뒤돌아보지 않고 갈 것 같거든요. 뒤돌았을 때의 수정씨의 표정이 딱 정확한 감정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영화도 토일이처럼 저 사람에게 초점을 주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친아빠와 잘 이별하고, 다시 찾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하는 장면인 건데, 그건 제 생각이고. 울었을 수도 있겠죠?
장성란: 영화는 수많은 가능성을 담은 매체니까요. 그리고 ‘망해도 된다는 말이 너무 후련했다’고 하셔요. 이것이야 말로 감독님이 전하고자 하셨던 주제가 아닌가요? 망해도 된다는 주제를 넣어야겠다고 생각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최하나: 글쎄요. 〈애비규환〉은 이혼가정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예고편이나 시놉시스를 봤을 때와 실제 영화를 봤을 때 느낌이 참 많이 다른 영화일 거예요. 임신에 대한 스트레스나 공포 같은 걸 예상하게 되지만 〈애비규환〉은 그 부분을 많이 부각하지 않는 영화잖아요. 그걸 계기로 가족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하게 되고, ‘지금 우리 가족이 괜찮으니까 앞으로 이루게 될 가족도 괜찮다. 불행한 것이 아니다’라는 걸 깨닫게 되는 이야기죠. 마지막에 결혼식장에서 그 답을 선명에게 돌려주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장성란: 오늘 깜짝 선물 받으셨잖아요. 십 대 시절 ‘메탈 토일’이라고 불리는 시기에 대한 질문도 꽤 있어요. 언제부터 토일이는 메탈을 끊은 것인지, 그런 질문들이요. 오늘 주신 선물도 감독님이 직접 준비하신 거잖아요. 플레이리스트도 엄청난 곡들이던데요.
최하나: 부연설명을 드릴 수 있는 시간을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돌잔치에 답례품이 있어야한다는 얘기가 나와서 무엇을 드리면 좋을지 스탭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정된 거예요. 수정씨가 본인이 10대 때 실제로 들었던 노래 리스트를 제게 전달해줬어요. 그런데 75곡인가를….
장성란: 정말 들으셨던 곡을 주신 거네요.
최하나: 그러니까요. 그걸 좀 추려가지고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고, 저희 현장 녹음기사님이 메탈 매니아셔서 ‘토일이라면 이런 걸 들었을 것이다’하고 추측한 노래를 담았어요. 디자인은 미술감독님이 해주셨어요. 도토리묵에 불을 붙여서 찍은 사진이에요. 앨범 커버가요. 도토리묵이 타거나 녹을 줄 알았는데 양주를 부어서 불을 붙였더니 파란 불꽃이 나오더라고요.
장성란: 사이키델릭한 느낌이 들어요.
최하나: 사진 찍고 ‘대박이다, 포스터로 쓰면 안되냐’ 하면서 정말 열심히 작업했어요.
장성란: 스탭들의 공이 들어간 센스있는 답례품이었네요.
최하나: 여기 오신 분들은 정말 복 받으신 거죠.(웃음)
장성란: 이 선물 하나면 2022년 끄떡없다. 이런 느낌 아닌가요? ‘이렇게 센스있는 답례품, 어떤 돌잔치에서도 받아본 적 없어요’라고 보내주셨네요. 최고라고 얘기 해주시고 계십니다. 또 질문을 주신 분이 계셔요. 조금은 슬픈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남문철 배우님과의 호흡은 어떠셨는지 여쭤보셨어요. 남문철 배우님을 기억하면서 영화를 보니 울컥하셨대요. 워낙 현장 분위기가 좋으셨으니까, 기억나는 추억 같은 게 있으실까요?
최덕문: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문철이와는 연극할 때부터 정말 친했던 친구사이거든요. 지난주 일요일 날 부산에서 49제가 있어서 다녀왔어요. 서울에서도 참 많은 분들이 내려오셨고, 친지들도 다 같이 내려와서 잘, 아주 잘 보내고 잘 왔습니다. 아마 문철이는 밝은 모습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기억될 것 같아서 위로가 되기도 해요. 그렇게 기억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신재휘: 제가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데, 문철 선배님은 먼저 다가오신다기보다 자유로우면서 배려가 묻어나오고, 안 그런 척 하시면서도 재밌게 해주시는 분이셨어요. 제가 어떤 장면을 어려워하는 것 같으면 리드도 해주시고. 아버지 역할을 만나는 건 처음이었는데 너무 믿음이 갔죠. 유쾌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느낌으로 분이셨어요. 처음부터 쭉. 너무 즐거웠던 기억밖에 없어요. 호훈이 집에서의 촬영과, 배드민턴장에서 헤드락 당하는 장면까지 다 재밌었고 끝까지 기억나요.
장혜진: 제가 배드민턴장으로 돌아가고 싶다 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해요. 그 촬영을 하면서 문철 선배님이랑 가장 많이 부딪혔거든요. 자주 만나고, 연기하고, 식사도 하고요. 제가 개인적으로 힘든 상황을 말하지 않아도 문철 선배님은 다 알고 계셨던 것 같아요. ‘혜진아 괜찮아, 장혜진인데 뭐 어때’ 그러셨던 말씀들이 그 당시 제게 정말 큰 힘이 되었어요. ‘누가 뭐라고 해,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하신 말씀이 제게 많이 남아있어가지고…. 사실 슬프기도 하지만, 저희 영화 속 밝은 모습 덕분에 마냥 슬프지만은 않더라고요. 항상 선배님이 재밌는 모습으로, 밝은 모습으로 제 곁에 남아계신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상을 받을 때 문철 선배님을 이야기하기도 했었는데, 이 영화와 제 곁에 함께해주시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정말 감사하고…. 문철 선배님이 아이패드에 붙일 스티커를 사주신다고 하셨는데, 사주셨다면 더 좋았을 걸. 악착같이 받아낼 걸 그랬지?(웃음) 그런 모습들이 제게 참 힘이 돼요. ‘그래, 문철 선배님이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셨어’ 하면서요. 그냥 제 곁에 항상 계신 것 같아요. 언제든지 전화해서 술 한 잔 하자고 얘기 나눌 수 있을 것 같고. 그렇게 멀리 계신 것 같은 느낌이 아니에요.
최하나: 재휘씨가 말씀하신 모습이 제가 기억하는 선배님과 많이 비슷한 것 같아요. 호훈이네 가족사진을 찍고 나서 넷이 식사를 하는데 재휘씨가 얼어붙어서 열심히 숟가락을 놓고 있었거든요. 그때 문철 선배님이 ‘우리는 그냥 같이 일하는 동료야. 이런 거 안 해도 돼’라고 하시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같이 작업하기에 참 좋은 배우이면서 너무 좋은 어른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촬영 쫑파티 때 편지를 짧게 써서 나눴는데 답장이 왔던 게 문철 선배밖에 없었거든요.(웃음) 쑥스러우셨겠지만 연락으로나마 답장을 주신 거예요. 편지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 하시면서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좋은 어른이 아니다’ 말씀하셨는데…. 얼마 전 코멘터리 작업하면서도 이런 장면으로 기억할 수 있어서 좋다는 생각을 했고, 같이 작업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수정: 저도 제일 기억에 남는 건 호훈이 집 갔을 때 임신사실을 알리고 또 호훈이가 사라진 걸 알리는 장면이었어요. 사실 그때 다 애드리브였거든요. 제가 생각지도 못한 연기가 나오니까 웃음을 정말 참을 수가 없었어요. 계속 웃어서 NG가 많이 나기도 했고, 그래서 참 죄송할 정도였는데 그 정도로 현장의 분위기를 항상 띄워주시고 너무 재밌던 기억밖에 없네요.
장성란: 세상에 안 계시다는 건 슬프지만 〈애비규환〉을 통해 참 유쾌하고 배우님의 성격만큼 챙겨주시는 모습으로 기억이 된다는 게 좋네요. 그리고 아까 다른 역할로 제안을 받으셨다거나 하고 싶었던 역이 있으셨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으니까, 성별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이 영화 안에서 다른 캐릭터를 선택해서 연기할 수 있다면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으신가요?
정수정: 일월이요. 저 너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약 올리는 거. (웃음)
장성란: 토일이랑 일월이 사이에서 비슷한 점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었죠.
장혜진: 저는 스님이요. 그 짧은 출연에도 모든 시선을 사로잡는 신스틸러였잖아요. 커피를 올려놓고 피아노를 치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최덕문: 굉장히 어려운 문젠데요. 그 토일이하고 친구 둘이 과학실에서 이혼 가정 얘기를 하면서 스포이드를 계속 하는 친구가 있어요. 그걸 한 방울씩 스포이드로…. 그때 그 친구가 너무 웃겨가지고 기억에 나는데, 그 역할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장성란: 정말 특이한 답변이네요.
신재휘: 생각해봤는데, 저는 선명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어쨌거나 아버지들은 제가 결혼 후에 걸어갈 길일텐데 선명은 제 인생에서 느끼지 못할 역할 같아서요. 그래서 어머니의 무게감을 한 번 표현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장성란: 그럼 감독님이 영화 속 캐릭터를 연기한다면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으세요?
최하나: 감독은 그래서 좋은 거잖아요. 어떤 역할도 맡지 않아도 돼서요. 그 생각은 들어요. 토일이가 대구 할머니집에서 나와서 걸어가는 몽타주 중에 운동기구에서 운동하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신데 실제 저희 할머니 할아버지가 엑스트라로 출연하신 거거든요. 만약에 제가 그 옆에 나왔다면 모든 가족들이 다 같이 나오는 거잖아요. 사실 그 장면에서 미술 스태프가 실제 훌라우프를 돌리고 있거든요. 그 역할을 제가 했으면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출연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장성란: TMI에 가까운.(웃음) 채팅방에서 누가 질문을 하시면 이 영화와 GV를 많이 보신 관객분들이 직접 답변을 해주고 계세요. 한 분이 ‘제가 놓쳤을 수도 있는데 토일이 대학 전공이 나왔었나요?’ 이렇게 물으셨어요. 그러니까 답장으로 ‘대학전공은 작년 GV에서 말했는데, 본 영화에서는 안 나왔을 거예요’ 이렇게 대답을 해주시네요.(웃음)
최하나: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이시네요. 토일이의 5개년 계획 PPT에 ‘나는 언젠가 로스쿨에 들어 갈거다’라는 게 나오고. 토일이의 환상 장면에서 판사복 벗어던지는 장면이 있어요. 토일이는 권력자가 되겠다는 야망이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장성란: 그리고 한 분은 복남이라는 인물을 눈여겨 보셨나봐요. 토일이가 할머니라든가, 복남이라든가 또 다른 여성들과 만들어내는 장면도 참 좋았는데요. 복남이는 결혼식에서도 친아빠하고 아는 체하며 인사를 하고, 토일이도 먼저 알아보고. 복남이의 성격은 누군가를 잘 기억하고 먼저 말을 걸고 친근하게 이야기하는 캐릭터인 것 같은데 집안에서는 홀대받는 것 같기도 하고요.
최하나: 생각해보니까 참 기억력이 좋은 인물이었네요?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에는 굉장히 모나있는 모습만 보여주지만, 친구를 만났을 때는 토일이의 진면모가 드러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장면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장햇살 배우와 수정씨가 함께 리딩하면서도 정말 재미있었거든요. 복남이는 토일이와 달리 대구에서 달리 계속 살았던 사람이니까, 토일이가 ‘내가 대구에 계속 살았다면 어떻게 살았을까’를 떠올리게 만드는 인물이 되어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대구가 〈애비규환〉의 공간적인 배경이면서 아름답게 나오기도 하지만, 보수적인 도시이기도 하잖아요. 그게 은근히 드러났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어요. 복남이는 동생 이름이 달린 가게에서 모든 일을 도맡아 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복남이도 토일이를 만난 이후에는 뭔가 궤도가 달라진 상태로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성란: 이런 질문을 또 주셨어요. 최덕문 배우님이 애드리브를 많이 하셨다고 들었는데 애드리브의 제왕으로서 〈애비규환〉에서 가장 빛나는 애드리브가 있다면 뭘까요?
최덕문: “착불이야?” 그거 아닐까요? 얼마 전에 코멘터리를 하면서 다 같이 다시 봤잖아요. 그런데 많이 짤렸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한테 좀 따졌어요. ‘내가 저 때 리모콘도 닦고 그러고 있었는데….’ 되게 많이 잘린 거예요. 좀 섭섭했어요.
최하나: 이게 DVD 코멘터리에 안 좋은 점이었던 것 같아요. 자꾸 추궁을 당하고…. ‘저때 내가 뭐 하고 있지 않았나?’ 하시면서요.(웃음) 청문회 온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장성란: 그래도 대답을 해주신다면요?
최하나: 당연히 애드리브가 너무나 훌륭하고 매순간 빛나셨지만, 이 영화의 통일성과 샛길로 나아가지 않기 위해, 그리고 러닝타임을 고려하느라 그랬지요.
장혜진: 사실 최덕문 선배는 각본에 이름을 올리셔야해요.
최하나: 실제로 덕문 선배는 시나리오 고민을 함께 많이 해주셨어요. 두 분이 막장드라마 패러디를 하실 때도 ‘여기서 이런 대사를 하면 어떠냐’하시고, 애드리브 말고도 이런 저런 코멘트들을 카톡으로 보내주시기도 했어요.
장성란: 배우님들이 연기만 하시는 게 아니라 많은 참여를 함께 해주셨네요. 이 외에도 정말 많은 질문을 올려 주셨는데, 시간이 벌써 다 되어서 이제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좌석간 거리두기를 하고 있지만 이렇게 객석이 가득 찬 건 정말 오랜만에 보거든요. 찾아와 주신 분들에게도 참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그럼 마지막으로 한 분씩 인사 부탁드릴게요.
최하나: 저도 개봉하고 나서 코로나 사태로 꽉 찬 객석을 보는 일이 많이 없었는데, 이렇게 일 년 만에 모여 주셔서 참 기뻐요. 지난 일 년 동안 저는 〈애비규환〉을 어떻게 마음으로 정리할지 생각하며 보냈는데 오늘 함께해주셔서 이 영화는 쓸쓸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애비규환〉의 친구분들이 모여주신 것 같아서 정말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정수정: 〈애비규환〉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편인데, 한 분 한 분 감사드리고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좋아요. 대기실에서 ‘매년 하면 좋겠다’ 얘기 했거든요. 그래서 또 기회가 된다면 여러분과 다시 모이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정말 좋았고, 감사합니다.
장혜진: 늦은 시간까지 추운 날에도 불구하고 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제가 극장집 딸이었어요. 저희 아버지가 극장을 하셨거든요. 그래서 극장만 오면 남다른 감정이 들어요. 극장이라는 공간이 주는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옛 기억과 특유의 공기의 흐름이 있잖아요. 암전이 되고 영화가 시작하는 것만 보다가, 내가 나오는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게 정말 뿌듯하다고 느껴진 작품이 〈애비규환〉이었어요. 이전에는 주어진 역할을 잘 해내는 배우에 치중했다면, 〈애비규환〉은 제가 잊었던 모든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라서요. 현장도 너무 즐거워서 지금도 힘들면 그때를 추억하거든요. 그만큼 제게 뜻깊은데 여러분께서도 좋아해주시니까 그게 너무 금상첨화다. ‘앞으로 장혜진 배우의 대표작은 〈애비규환〉’이라는 말을 듣고 제가 정말 좋아했는데, 제게 소중한 만큼 여러분에게도 소중한 영화로 한국영화 200년사에 기록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최덕문: 저는 연극배우 출신이라서 무대에 많이 섰는데, 무대에선 관객을 많이 만납니다. 지금은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찍다보니 이렇게 관객을 만날 수 있는 건 작은 영화를 찍고 GV를 할 때거든요. 그래서 각오를 좀 다지게 돼요. 이런 작은 영화도 꼭 하나씩은 찍어야겠다. 관객들을 직접 만나고 얘기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다시 한 번 더 다짐해봅니다. 감사합니다.
신재휘: 보시는 분들에게도 저희에게도 각자의 의미가 담긴 영화인데, 저는 처음으로 극장에 크게 걸게 된 영화다보니 유독 애착이 갑니다. 무대인사를 통해 관객들을 만나는 게 참 좋은 추억이었는데 다시 이런 자리를 가질 수 있어서 뜻깊고요. 이제 곧 12월인데 올 한해 잘 마무리 하시고, 건강 잘 챙기시고 따뜻한 마무리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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