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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아워 미드나잇〉 인디토크 기록: 짙은 어둠이 위로가 될 때

by indiespace_한솔 2021. 12. 22.

 

 

짙은 어둠이 위로가 될 때

 〈아워 미드나잇〉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1년 12월 4일(토) 오후 4시 상영 후

참석 임정은 감독│배우 이승훈, 박서은
진행 유운성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정연 님의 글입니다.

 

 

 

반 백수처럼 지내는 무명배우 지훈. 데이트 폭력에 속앓이 하는 직장인 은영. 두 사람은 우연히 한강 다리에서 마주한다. 어딘가 위태로워 보이는 은영에게 지훈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괜찮으시면 좀 걸을래요?”

겨우 두 번 마주친, 이름조차 모르는 낯선 이에게 한밤의 산책을 제안하는 지훈. 그리고 조용히 응하는 은영. 너무나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장면에 우리 역시 자연스럽게 따라간다. 그들은 함께 걷기 시작한다. 인적 끊긴 명동 거리와 돌담길, 종로의 영화관 거리 등. 서울의 익숙한 공간들이지만 어둠이 깔린 그곳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여 비춰진다. 더욱이 흑백 연출을 통해 밤은 더 어둡고 짙고 깊게 담겨 있다. 한밤은 지훈과 은영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환상이 밀려온다. 둘은 한밤의 리듬에 몸을 맡긴 채 걸음에 걸음을 더한다. 낯선 사람이기에 털어놓을 수 있는 내면의 목소리들이 밤의 정적은 채우고, 어둠 속 펼쳐지는 그림자 역할극은 현실의 고통을 재연한다. 그곳에서 피어나는 유희적인 그림자 놀이. 그리고 그들 앞에 등장한 거대한 코끼리 그림자는 환상 속 고통을 위무한다.

영화의 마지막, 지훈과 은영이 탄 지하철이 한강 다리를 지나자 내내 흑백이었던 장면이 컬러로 전환된다. 어깨를 기댄 채 꿈꾸고 있는 두 사람이지만 꿈에서 깨어난 듯하다. 그들의 현실이 어떨지 모르지만, 흑백의 리듬을 기억하며 컬러의 생동감을 살아가길 응원해본다.

 

 

유운성 평론가(이하 유운성): 먼저 오늘 참석해주신 분들 소개해드립니다. 제 옆에 계신 분이 이 영화를 연출하신 임정은 감독님이십니다. 그리고 그 옆에 오늘 보신 영화의 두 주연 배우분들 나와 계신데요. 이승훈 배우님, 그리고 박서은 배우님. 간략히 이 영화에 대해서 소개하고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보신 이 영화는 이 자리에서 보는 게 되게 특별한데, 왜냐하면 영화 속에 이 곳이 나옵니다. 이미 알려져 있지만 이 건물은 곧 운영을 중단하게 되어서 아워 미드나잇이라고 하는 영화를 서울극장에 자리에 있는 인디스페이스에서 봤다는 것은 나중에도 기억할 만한 사건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 작품은 임정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입니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비전 부문에서 처음 상영이 되었고 그로부터 일 년 정도가 지나서 올해 이렇게 개봉해서 관객들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영화 보면서 가늠해보신 분들도 있을 거예요. 이 영화가 대략 언제 촬영되었을까? 살펴보면 코로나 팬데믹이 갓 시작되었을 무렵에 촬영이 시작되었고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는데, 작년의 경우 영화제가 완전히 축소된 상태였기 때문에 사실 영화제 때 본 사람들이 거의 없죠. 그러다가 일상 회복과 거리두기 완화가 시행될 무렵에 개봉을 했습니다. 의도는 아니겠지만 코로나 사태의 한복판을 통과한 영화로 기억이 될 거 같은데요. 제가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게 아마 3번째인 거 같고, 실제로 한 6번 본 거 같은데. 보고 난 뒤 올해 개봉한 영화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을 한국 영화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일단 제가 준비한 것들을 여쭤보고 여러분들 질문도 해보겠습니다. 영화의 처음 제목이 새벽의 우리였다고 말씀하셨어요. '새벽의 우리'라고 하면 영화의 엔딩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현재의 제목은 '아워 미드나잇'입니다. 우리의 한밤. 새벽이 한밤이 되었고. ‘새벽의 우리라는 제목이 이 두 인물이 어떤 시간 속에 놓인 사람들이라는 것을 강조한다면, ‘우리의 한밤이라고 하면서 이들이 시간의 주인이 됐죠. 그러면서 영화의 엔딩보다는 두 인물이 가로지르는 밤의 시간, 영화의 핵심적인 시간대를 가리키는 것으로 제목이 바뀌었는데. 한편으로 이렇게 생각을 해보니까 떠오르는 게 또 하나 있더라고요. 영어인 아워 미드나잇이라고 쓰셨는데, 왜 그랬을까? 가만히 생각하니까 아워라고 하면 ‘our(우리의)’도 되는데, ‘hour(시간)’도 되거든요. 제목을 새벽의 우리라고 했다가 아워 미드나잇으로 바꾸기까지 과정과 생각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임정은 감독(이하 임정은): 졸업 단편영화 후반 작업을 하던 중에 다음 영화는 무조건 자유로운 영화를 해보고 싶다. 무드가 가득하고 목적지 없이 계속 걷는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 한 줄로 이 영화를 시작하게 됐고 어떤 사건이나 인물이 중요하기 보다는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산책만 가지고 시작한 거 같아요. 제목도 되게 막연하게 새벽의 우리라고 짓게 되었는데,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제작 지원을 신청하려고 보니 영제를 써야하더라고요.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미드나잇 데이팅이런 것도 후보에 있었거든요. 그건 너무 이상한 것 같아서.

 

유운성:미드나잇 데이팅이요? 그 제목이 아닌 걸 정말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임정은: 여러 가지를 고민하던 중에, 아워 미드나잇우리시간이 두 가지가 정확하게 들어가 있어서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새벽의 우리는 없어지고 한글 표기도 영어 발음 그대로 아워 미드나잇으로 했던 거 같습니다.

 

<아워 미드나잇> 스틸컷

 

유운성: 영화가 촬영된 시기가 코로나 팬데믹 거의 시작할 무렵이라고 했는데, 제 기억에 그 때는 지금 우리가 느끼는 위기감과는 다르게 조금 있으면 팬데믹이 지나간다는 생각이 있을 때였어요. 정확한 촬영 시기가 언제인지, 그리고 두 분하고 작업을 하게 된 과정까지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임정은: 이 영화는 사실은 2019년도에 제작 지원을 받아서 2019년도에 완성본이 나와야 했어요. 제가 그때 찍었으면 코로나와 무관한 영화가 될 수 있었는데 사정상 2020년으로 넘기게 되면서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었어요. 20204월에 15일 정도 촬영했는데 그때는 곧 잠잠해진다는 분위기였고 일상에 코로나가 침투하기 전이었어요. 그런데 시기는 불확실하니까 장소 헌팅을 할 때도 코로나가 끝나면 대여가 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답하셨거든요. 그래서 아예 촬영을 한두 달 기다렸다가 할까 고민했는데 그때 기다렸다면 영영 못 찍을 뻔했죠. 그래도 그냥 가보자 이렇게 찍게 되었고요.

이승훈 배우와 박서은 배우는 이원영 감독님의 희망의 요소라는 장편 영화에 출연했는데, 그 영화는 카메라에 마이크를 달아서 감독님 혼자서 촬영하고 저는 단 한 명뿐인 스태프였어요. 그렇게 4명이서 촬영을 했어요. 제가 영화를 그렇게 오래한 사람은 아니지만, 이 촬영을 일주일 정도 한 거 같은데 맞아, 영화를 이렇게도 할 수 있는 건데!’라는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너무 행복했던 소중한 기억이에요. 그때 저는 아워 미드나잇제작비를 15천만원 정도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확보된 제작비가 5천만원밖에 없었어요. 5천만원도 큰 돈이지만, 제가 예상했던 비용의 1/3밖에 되지 않아서 고민이 많이 되었어요. 겁도 많이 났고. 첫 장편 영화인데 그렇게 부족한 예산으로 시작하면 감독도 만족하지 못하고 고생만 시키고 결과물도 별로 좋지 않다, 그런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았죠. 그런데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그런 것들과는 별개로 용기가 생겼어요. 그리고 그 촬영장에서 두 분의 연기가 뭔가 반짝반짝 빛나는 거 같은 거예요, 스크린 속의 두 분이. 현장에서 4명뿐이니까 밥 먹고 친밀하게 지냈는데, 분명 방금 전까지 내 옆에 있던 두 사람이 스크린에서 되게 반짝거리는 게 인상 깊었어요. 3, 4개월 뒤에 아워 미드나잇찍으면서 함께 하고 싶다고 연락을 해서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유운성: 네, 지금 말씀 중에 나왔던 이원영 감독의 희망의 요소라는 작품은 아직 정식으로 개봉하지 않았고요. 얼마 전 강릉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었습니다. 저도 거기서 봤는데,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면 저는 그 영화가 올해 본 한국 영화 중 가장 좋았어요. 이렇게 얘기를 하면 임정은 감독님이 나는 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영화를 처음 본 건 작년이기 때문에 상관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희망의 요소에 두 분이 나오기도 하셨고, 아워 미드나잇하고 나란히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작품에서는 두 분이 거의 관계가 파탄에 이르는 부부로 나오는데 굉장히 묘합니다. 그걸 보고 두 분을 캐스팅하게 되신 건데 그러면 두 분은 어떤 걸 보고 출연을 결정하셨나요? 게다가 함께 출연했던 배우가 곧바로 다른 영화에도 출연하는 건 흔한 경우가 아니라. 그것과 관련해서 두 분의 말씀을 들어보면 좋을 거 같습니다. 먼저 이승훈 씨에게 부탁드릴게요.

 

이승훈 배우(이하 이승훈): 처음에 감독님께 연락을 받았을 때 딱 지훈의 삶을 살고 있었거든요. 아르바이트 하고 촬영 있을 때에는 촬영하고. 감독님께 연락 받자마자 저 놀고 있습니다. 바로 하겠습니다.”라고 했던 기억이 있고요. 서은 배우는 7년 전부터 연습실에서 꿈을 위해 같이 노력했던 멤버 중 한 명이에요. 이 영화 시나리오를 받고 연습할 때 감독님이 너무 친해보이면 안 된다고 요구하셔서 현장에서는 말도 안 하고 그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유운성: 전혀 친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안심하셔도 될 거 같습니다. 그러면 감독님께서 연락하셨을 때, 두 분이 같이 나오면 좋겠다고 하신 거였나요?

 

이승훈: 처음에 연락하셔서 이런 시나리오가 있다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제가 시나리오 보지도 않고 무조건 하겠다고 얘기했습니다.

 

박서은 배우(이하 박서은): 저는 시나리오를 먼저 읽었어요. 제가 어떤 역할인지는 모르고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지훈이와 은영이가 경험하는 것들이 너무 부러웠어요. 한밤의 산책, 누군가가 나의 이야기를 아무 편견 없이 들어주는 상황이 당시 저라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었거든요. 그게 시나리오에서 이루어지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그런데 그때는 저 하고 싶어요.’ 이런 얘기를 할 엄두도 못 냈고요.

 

유운성: 왜 그러셨어요?

 

박서은: 왜냐하면 그때는 시나리오에 대한 저의 의견을 묻기 위해서 보여주셨던 것이어서, ‘하고 싶다, 욕심이 난다이런 생각이 마음 깊숙한 곳에 있었죠. 나중에 출연해줬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아워 미드나잇> 스틸컷

 

유운성:  영화를 보면 극 중 설정 상으로는 코로나 팬데믹 시국이 아니잖아요. 근데 저희가 얘기한대로 영화 자체는 코로나 사태가 어느 정도 시작된 이후에 촬영이 되었습니다. 지금처럼 방역의 고삐를 조이진 않았지만 어쨌든 국제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었고. 거리 돌아다닐 때에도 마스크 안 쓰면 눈치 보이는 그런 시기였던 건 사실이에요. 극의 내용상으로는 코로나 시국이 아니지만 이 영화에는 코로나 시국의 서울이 담겨있어요. 그게 이 영화의 흥미로운 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연출하고 연기, 즉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절대 고마운 상황이 아니잖아요. 실제로 카메라는 이런 걸 찍더라도 우리는 아닌 것처럼 행동해야 하고. 그것 때문에 생긴 연출 상의 고민도 있었을 거고, 또 같이 작업하시면서 두 분도 연기를 하시거나 뭔가 하시면서 받았던 어떤 요구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이것도 세 분에게 여쭤보고 싶습니다.

 

임정은: 그때도 마스크를 썼는데 의무화는 아니어서, 만약 까먹었으면 눈치보고 그냥 옷으로 가리고 돌아다니고 그럴 때였어요. 그런데 점점 이 상황이 끝날 거 같지는 않고 공공기관들은 아예 장소 대여가 불가능하다고 했죠. 그런 상황에서 저희는 한강에서 밤에 야외촬영을 하는데, 최대한 안전하게 하자고 하면서도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것은 책임을 질 수가 없잖아요. 다른 부분은 그래도 문제가 생기면 내가 책임질게! 걱정 마!’하면서 끌고 갈 수 있지만 연기를 위해 마스크를 벗었다가 건강에 영향을 주면 어쩌나 싶었죠. 근데 불행 중 다행이었던 건, 저희가 실제로 새벽 시간대에 촬영을 했는데 인적이 거의 드물었어요. 명동 거리에 사람이 진짜 한 명도 없고. 따로 통제하지 않아도 그런 텅 빈 이미지를 담을 수 있었어요. 근데 인파가 담기는 장면에서는 다들 마스크를 쓰고 계시니까 이 컷을 쓸지 말지 마지막까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영화에는 이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으니까 뭔가 튕겨져 나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그런 것들이 고민이 많이 되었어요.

 

이승훈: 제가 고등학교를 이 근처에서 나왔어요. 그래서 명동이나 종로 쪽을 많이 다녔었는데, 항상 인파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명동씬을 찍을 때는 저희 둘만 걷고 있더라고요. 시간도 11시 아니면 12시 정도였어요. 그런데도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판타지 같았어요.

 

유운성: 이 영화에서 여러모로 주요한 장소가 한강 다리인데요. 사실 한강은 강폭이 넓어서 보통 자동차나 지하철을 타고 오가는 곳이지 걸어서 건너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은 곳이잖아요. 이곳을 걷는 사람들이라는 설정을 만들기 위해서 뭔가 필요했을 거 같아요. 그래서 남자 주인공 지훈이 자살 방지 순찰 아르바이트를 하다 여자 주인공 은영을 만난다는 설정이 들어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극적으로 말이 되는데, 영화가 너무 태연자약하게 옮겨가서 생각을 잘 안하게 된 부분이 있습니다. ‘은영은 거기에 왜 서있었던 걸까?’ 지훈이 자살 방지 순찰 아르바이트를 하다 만났으니까 은영이 자살하려고 그곳에 서있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제법 있더라고요. 저도 아주 예외는 아닐 수도 있고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은영은 자살하려고 서 있는 사람의 느낌이 아니에요. 그리고 거기서 왜 은영은 쓰러지는 것일까? 쓰러질 때 분위기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갑자기 사람이 나타나서 놀랬다? 이런 부분을 영화가 전혀 설명해주지 않거든요. 왜 서있었지? 왜 쓰러지는 거지? 정말 은영은 자살할 의도가 있었는가? 왜 그런 느낌은 들지 않을까? 그런데 왜 사람들은 자살하려고 서 있었다고 생각하게 될까? 왜 또 다시 여기를 찾아온 거지? 지훈은 아르바이트라는 임무를 가지고 있는 거지만 은영이라는 인물의 행동에 대해서 생각이 있으셨을 거 같아요. 그래서 감독님과 박서은 배우 두 분에게 여쭤보고 싶어요. 그 부분을 연기할 때 이 사람은 이래요,’ 혹은 이러면 좋겠어요,’ 등등의 연출 지시 혹은 상황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묻지 않고 여러 번 영화를 보는 걸로 추정해보려 했는데 아무리 봐도 추정이 안돼요. 정말 이상하더라고요. 그 장면은. 모르겠다는 게 아니라 정말 이상한 장면이에요. 근데 또 영화를 보면 그냥 넘어가게 돼요, 자연스럽게.

 

임정은: 지훈은 분명한 목적이 있는데 은영은 지훈보다 정보량이 적기도 하고, 새벽 3시에 잠을 못 자고 일어나서 약을 먹잖아요.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회사에서도 일상을 살아내고 있지만 이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이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상황으로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일상생활을 하지만 불면증이 있고, 회사에서는 그런 일들을 겪고. 그래서 이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막 어디론가 뛰는 것.

 

유운성: 다리가 나오기 전, 저녁에 뛰는 장면이 있죠.

 

임정은: . 저도 은영이 자살하고 싶어서 갔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유운성: 근데 왜 사람들이 그렇게 보는 걸까요?

 

임정은: 지훈의 아르바이트도 그렇고 자살이라는 것이 언급되고 한강이라는 장소의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은영은 약에 취해서 그냥 이상한 여자처럼 보일 거 같다고 생각했어요.

 

박서은: 오래 되어서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 나는데, 감독님께서 저 멀리 있는 공간을 봐주었으면 좋겠다는 식의 얘기를 하셨어요. 불안하고 아슬아슬한 그런 느낌을 원하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요. 저는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 한강에 간 당위성을 알아야 하잖아요. 보면 아시다시피 은영이는 자기의 속내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어요. 한강이라는 공간이 유일하게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어주는 대상이라고 생각하며 연기를 했어요. 탁 트인 공간이 답답한 마음을 뚫어주는 느낌도 들었을 거 같고. 그리고 그 지점에 대해서 공감이 많이 되었어요. 저도 좀 답답하고 누군가에게 얘기를 하고 싶은데 딱히 그 상대가 생각나지 않을 때 양재천이나 한강에 무작정 가서 멍 때리고 있고 그러거든요. 그런 공감대를 통해 나름대로의 당위성을 가지고 연기했습니다.

 

<아워 미드나잇> 스틸컷

 

유운성: 굉장히 재밌습니다. 말씀해 주셨지만, 은영이 다리에 서있기 전에 밤에 일어나서 달리기 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애초에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할 때, 그리고 캐릭터에 들어가서 연기를 할 때 그 누구도 자살하려고 여기에 와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보는 이들은 이따금씩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영화를 검색해보시면 종종 은영이 자살하려는 것을 지훈이 구해준다고 써있기도 해요. 그 장면이 불러일으키는 신기한 효과거든요. 그냥 멀리서 찍은 무심한 쇼트인데 너무 단순하게 찍었기 때문에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 영화의 정말 신기한 쇼트인 거 같습니다. 이제 장소와 관련된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 이 영화에는 서울 거리를 걷거나 산책하시는 분들이라면 아주 낯설지 않은 공간들이 꽤 나와요. 그런데 한편으로 영화를 보면서 이들이 옮겨 다니는 장소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면, 동선이 이상했거든요. 내가 저기를 걷는다면 a-b-c 로 갈 거 같은데, 이들은 a-c-b로 가네? 굉장히 돌아서. 그 공간들을 찍었을 때 순서와 관련해서 생각하신 게 있을 거라고 보거든요. 그게 실제 공간을, 지리학을 따라가는 게 아니지만 이런 순서로 가는 게 이 영화의 정서에 맞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셨을 거 같은데, 감독님 얘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임정은: 서울에 오래 계신 분들이라면 다 아실만한 공간들이고, 이 곳들을 영화 속 순서대로 걸어서는 하루에 이동이 불가하거든요.

 

유운성: 정말 지쳐서 쓰러질지도.

 

임정은: 그런데 제가 장소를 먼저 생각한 공간도 있고, 나중에 이런 공간이 필요하다하고 스태프들과 같이 찾아 낸 공간들도 있어요. 한강 같은 경우는 이 영화의 시작과 마지막이기 때문에 한강 다리는 이 다리여만 해!’ 정해 놓고 시작했고. 나머지 공간들을 정하는 기준은 나누는 대화였던 거 같아요. 처음 보는 두 사람이 만나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시퀀스가 있는데, 가장 잘 말할 수 있고 무드에 도움이 될 만한 공간이 어디에 있을까? 그러면서 하나하나 선택해 나갔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물리적인 동선은 전혀 맞지 않고, 그에 대한 고민도 있었는데요. 지리를 아시는 분이라면 뭐지?’ 이렇게 하실 게 분명하기 때문에. 그런데 어차피 이 둘의 산책 자체가 판타지적인 무드로 가버리잖아요. 그래서 물리적인 것보다 정서적인 감정이 우선시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진행했습니다.

 

유운성: , 질문이 올라와서 여쭤보고 계속 얘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얘기가 써져 있으니까 그대로 다 읽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예기치 못한 순간에 좋은 영화를 보게 되어 기쁩니다. 영화의 엔딩, 그리고 지하철을 타고 가던 지훈과 은영을 비추던 카메라가 흑백에서 마침내 컬러로 바뀝니다. 지훈과 은영은 잠을 자고 있지만 저는 마치 잠에서 그들이 깨어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흑백에서 컬러로 색이 변하는 연출을 하신 감독님의 의도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애초에 흑백으로 연출하시려고 했던 이유도 설명해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영화에서 많이 등장하는 손 그림자, 코끼리 외에도 두 인물이 일종의 상황극을 할 때 벽에 비치는 그림자가 궁금합니다.”라고 하셨습니다. 먼저 흑백과 컬러, 그 다음에 그림자와 관련된 것을 얘기해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임정은: 처음부터 흑백을 생각하지는 않았는데요. 촬영감독님과 같이 콘티 작업을 하던 중에 촬영감독님께서 먼저 제안을 해 주셨어요. 어떤 사진집을 보여주셨는데 낮인지 밤인지 찍힌 시간대도 모호하고 흑백을 무겁게 찍어서 디테일을 살리는 방식으로 표현한 것도 흥미롭더라고요. 저희도 그렇게 흑백으로 표현해보자고 결정하고 시작했기 때문에 엔딩에 있어서 컬러 전환도 같이 이야기해 볼 수 있었어요. 저희 영화가 사건이 있거나 갈등이 크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심지어 이 둘의 미래가 희망차 보이지도 않고,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고. 그런 채로 끝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셨을 때 이 둘을 응원하게 된다. 쟤네는 그냥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배우 두 분께도 연인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영화는 사랑 영화가 아니다. 지하철에 혼자였던 지훈이 마지막에는 은영과 함께 있는데, 그 모습이 연인의 모습보다는 어떤 연대의 느낌이 났으면 좋겠다. 그걸 이미지적으로 화면을 컬러로 전환하면서 햇살이 눈부시고, 은영의 스카프 색이 드러나고. 옷의 컬러도 전환되었을 때 직관적으로 눈에 띄는 그런 색깔을 선택했거든요. 이 둘은 여전히 오롯하게 자신의 색을 내고 있다고, 그렇게 아침을 맞았다는 것들을 이미지로 전달하고 싶어서 마지막에 컬러로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영화의 기본 설정들이 이미 너무 많이 봤던, 그러니까 독립 예술 영화에서 이미 많이 다루었던 소재들을 제가 다시 선택해서 다루고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식상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설정을 어떻게 흥미롭게 보여드릴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을 하던 중 오히려 너무 잘 알고 있는 소재이니 비유와 상징을 이용해서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그림자들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은영의 과거 역시 은영이 다이렉트로 말해주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런 식으로 표현하려고 했던 거 같습니다.

 

유운성: 질문해주신 분이 그림자 얘기도 하셨는데, 사실 이 영화의 상황극 설정도 굉장히 흥미로운 설정이잖아요. 지훈은 은영의 연인 역을 연기해주고. 이게 사실 영화에서 볼 때 되게 재미있거든요. 이중적인 존재로 있는 거니까. 은영은 잘 모르는 낯선 남자인 지훈에 대해서도 반응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에게 가혹하게 대한 연인에 대해서도 반응하고. 이런 존재로 서 있기도 하고 저런 존재로 서 있기도 하고. 이걸 연기하는 입장이 궁금하거든요. 보통 전문적 연기라고 하면 흔히 요구하는 게 이 캐릭터에 몰입해라!’라는 건데. 이건 캐릭터 자체가 분할되어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하는지, 어떤 기분이었는지. 박서은 씨에게 한 번 여쭤보고 싶습니다.

 

박서은: 봐주신 것처럼 두 가지 감정이 왔다 갔다 했던 거 같아요. 아픔이 있는 과거의 기억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데, 이 사람은 그 사람이 아닌 지훈이고. 저도 연기를 하면서 혼란스러운 부분이 확실히 있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은영은 연기하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이 상황이 되게 낯설게 느껴질 거란 말이에요. ‘이런 상황극을 한다고?’ 이렇게 당황할 수도 있는 거고.

 

<아워 미드나잇> 스틸컷

 

유운성: 캐릭터가 둘일 뿐만 아니라 실제 그런 상황을 겪게 되면 어색할 거잖아요. 전문 배우가 어색함을 연기해야 하니까. 화양연화라든지 우연과 상상이라든지 오늘 보신 아워 미드나잇의 이런 장면들을 영화에서 보게 되면 저는 되게 흥미롭습니다. 재미있고. 그리고 또 감독님께 여쭤보고 싶은 게, 이 영화는 지훈과 은영이라는 두 캐릭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필요에 따라서 둘의 얼굴을 가까이 다가가서 보여주기도 하지만 대체로 인물을 이들이 놓여있는 공간과 함께 보여주려고 많이 노력합니다. 저는 그게 이 영화에서 좋아하는 부분인데요. 이 영화는 공간을 풍부하게 보여주고, 공간 속에 놓여있는 인물을 보게 되는 그런 즐거움이 있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한편으로 이 영화에는 클로즈업이 많지 않아요. 특히 얼굴을 보여줄 때를 제외하고 사물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준 적이 많지 않은데, 유독 돈을 보여줄 때 확 다가가서 보여줍니다. 아르바이트 했던 곳의 사장님을 찾아가서 들들 볶아서 돈을 받아낸 지훈이 지하철에 탔을 때, 또 어머니 용돈 드리라고 여자친구가 두고 간 돈을 보여줄 때도 클로즈업이 되고. 왜 돈이라는 사물과 관련해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임정은: 아워 미드나잇개봉하고 나서 GV를 몇 번 했는데, 이 질문을 처음 받았어요. 근데 들킨 거 같아요. 이 영화에는 어쩔 수 없이 지훈도 그렇고 은영도 그렇고 저의 어떤 지점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도 부채감이 항상 있는 것 같아요. 부모님은 저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지만 제가 제 몫을 해야 한다는 그런 부채감이 지훈을 향해서 많이 쏟아진 것 같아요. 저는 저희 영화가 청춘의 한 모양을 그리는 영화라고 생각해서 클로즈업이 많이 사용하지 않았어요. 주체적으로 클로즈업이 사용된 데는 딱 한 번이거든요. 마지막에 공연을 할 때 딱 정가운데에 놓이는. 그런데 돈을 그렇게 클로즈업해서 찍었던 건, 저도 모르게 보여주고 싶었던 거 같아요. 지훈이라는 캐릭터가 보시는 분들에 따라서 한심하고 답답하게 느끼시기도 하더라고요. 세상 물정 모르는, 붕 뜬 캐릭터로 많이 보시는데 돈이라는 것이 현실감을 주는, 몰입하게 하는 요소였던 거 같아요. 그래서 돈을 찍을 때에는 더 잘 보이게, 더 가까이 찍자. 확실하게 돈이라는 것을 딱 인지할 수 있도록. 어쨌든 돈이 지훈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기도 하고. 심지어 저희가 재촬영한 장면이 거의 없는데 유일하게 돈을 다시 찍고 그랬습니다. 그걸 들킨 것 같은 느낌이네요.

 

유운성: 이 영화는 잘 모르는 둘이 만나서 오히려 낯설기 때문에 무언가를 털어놓고 모종의 교감을 하는 얘기로 보이는데, 그것도 사실이죠. 근데 만약 이 영화에 숨어 있는 다른 정념이 있다면 그게 무엇인가 했더니 수치심이더라고요. 영화 속의 인물들이 그 얘기를 계속 해요. “창피하다”, “쪽팔리지 않으세요?”, “총각이 오늘 나 쪽팔리게 했어.” 이상하게 이런 말들이 인물들 사이에서 계속 도는데, 그것과 관련한 사물이 돈이더라고요. 사장님한테 그러고 싶지는 않지만 자기가 생각해도 꺼림칙한 무언가를 가지고 받아낸 돈. 또 헤어지면서 여자친구가 준 돈. 이런 수치라고 하는 것. 한편으로는 이 영화가 발언하는 게 있다면 그런 게 아니었을까? 이들은 수치라고 하는 개념을 아는 인물들이고, 이들이 수치라는 걸 모르는 인물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 겪게 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이 영화는 수치를 알자, ‘쪽팔린다는 것의 의미를 알고 살자, 그런 뜻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냥 생각해보았고요. 깊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질문이 들어와서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지훈이 연습실에서 연기하던 대사를 영화 후반부에 한강에서, 은영 앞에서 다시 연기를 합니다. 똑같은 대사를 반복하지만, 그때 느꼈던 그리고 표현하고자 한 감정이 달랐을 거 같은데, 어떤 감정을 당시에 표현하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승훈: 연습실에서는 그냥 열심히 준비하는 지훈이라고만 생각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은영도 만나고 산책을 할 때엔 감독님께서 이게 지훈이라는 인물의 마지막 공연이 될 수 있어서 감정을 쏟아내긴 하지만 웃으면서, 참으면서 나왔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첫 테이크에서는 제가 감정을 다 털어내 버렸거든요. 눈물도 많이 흘리고. 저는 혼자 마음에 들어서 됐죠? 됐죠?” 했는데 딱 감독님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시더라고요. ‘, 이거 NG구나.’(웃음) 그러면서 요구하신 것이 최대한 내 마음을 이야기하지만 미소가 많이 섞인 느낌이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생각해보면 마지막인데 진짜 쪽팔리고 싶지 않은 그런 느낌인 것 같습니다.

 

<아워 미드나잇> 스틸컷

 

유운성: 그리고 한 분 더 보내주셨는데요. “영화 잘 봤습니다. 올해 최고의 한국 영화 중 한편이라고 생각해요.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가 현실적인 맥락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영화 자체에 보내는 러브레터 같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찰리 채플린의 시티 라이트의 엔딩이 나오고 연기 연습을 하는 장면이나, 무드를 중시하는 방식에서는 화양연화, 도시 산책 영화라는 점에서는 에릭 로메르, 야경 장면에서는 콜드 워, 오즈의 마법사를 연상시키는 흑백에서 컬러로의 전환 등 기존의 영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장면들이 많았어요. 그러한 것들이 감독님의 세계에 잘 녹아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영화에 보내는 러브레터로서 의도한 부분이 있으셨는지요.”

 

임정은: 감사합니다. 지금 말씀해주신 영화들 모두 제가 너무 좋아하는 영화들이고, 오마주까지는 아니지만 좋아하다보니 담긴 거 같아요. 의도적으로 이렇게 오마주 해야지그랬던 것은 아니었고. 처음 이 영화를 추진한다고 했을 때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레퍼런스가 뭐예요?” 이 영화가 짐작하기 되게 어려웠나 봐요. 계속 걷고 갑자기 코끼리가 나오고 하니까.(웃음) 저도 차라리 레퍼런스가 있으면 내가 어떤 걸 보여주고 싶은 건지 커뮤니케이션 할 때 더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이 영화를 만들 때 참고한 영화에 대해 질문받은 적도 있는데, 흑백영화로는 콜드 워를 좋아했고, 무드 같은 것은 비포 시리즈가 기반이 되었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시티 라이트는 제가 찰리 채플린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데, 영화에도 삽입된 엔딩 장면을 너무 좋아해요. 저도 클로즈업 쇼트를 좋아하지는 않는 거 같아요. 뭔가 강요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서. 가까이 가서 그 감정을 동일하게 느껴야 할 거 같은 클로즈업을 싫어하는데, 시티 라이트에 나왔던 마지막 쇼트들은 너무 사랑하거든요. 그런 장면은 더 넣고 싶었던 거 같습니다. 이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운성: 시간이 거의 다 돼서 마무리해야 할 거 같습니다. 어떤 면에서 이 영화는 시티 라이트끝에서 다시 시작하는 영화이기도 하잖아요. 시티 라이트는 채플린이 구해줬던 여자가 그를 못 알아보면서 영화가 끝나는데, 이 영화는 알아보는 순간부터 산책이 시작되니까. 이 영화 관련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아마 제일 인상에 많이 남는 부분은 이 극장 앞에서의 코끼리 환상. 이 영화는 그런 환상 장면이 있는데 이 영화가 그보다 더 환상적이라고 느껴지는 것이라면, 전혀 모르는 남녀가 만나서 밤에 길을 걷는다, 혹은 좀 걸으실래요?”라고 말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데요. 이것이야말로 이 영화가 제안하는 새로운 삶의 조건 아닐까요? 꼭 이런 상황이 아니어도, 사람들과 있다가 자리가 불편하면 이제 가볼게요.” 하는 게 일상이고 불편하면 얼굴 보지 않고 메시지만 전달해도 되는 시대인데. 심지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잖아요. 근데 얘기를 하면서 함께 걷는다는 것이 영화라는 매체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특권적인 순간이거든요. 비포 선라이즈얘기하셨는데, 이 영화야 말로 판타지죠. 그런데 영화를 보면 믿게 되잖아요. 이 영화는 가난한 배우가 나오고 데이트 폭력과 같은 문제들이 나오는데, 이런 상투구와 영화적 환상, 그러니까 한밤의 거리를 함께 걷는다는 것이 과연 만날 수 있는가? 이런 것을 시도해보는 영화처럼도 보였습니다. 좋은 영화 보고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고요. 앞서 얘기 드렸던 이원영 감독의 희망의 요소가 꼭 어떤 자리에서 상영되어서 배우분들 모시고 다시 얘기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자리를 마치겠습니다. 오늘 함께 해 주신 임정은 감독님, 박서은 배우님, 이승훈 배우님 세 분께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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