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그대를 잇는 그대로
〈착지연습〉 그리고 〈선희이모〉
*관객기자단 [인디즈] 강신정 님의 글입니다.

누구나 흉 진 곳이 있다. 매끈한 척 살아가다가도 불쑥 쑤셔오는 곳이. 아무도 그곳을 고쳐주진 못하는 걸 알면서도 누군가는 가끔 들여다봐 줬으면 싶다. 그렇게 서로를 힐끗대는 우리가 우습지만 훔쳐볼 얼굴이 있어 다행인 날들.
다큐멘터리 〈착지연습〉의 ‘탁’의 일상도 그렇다.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이 모여 만든 회복공동체 ‘상-여자의 착지술’ 속에서 탁은 회복을 연습한다. 춤추고 움직이고 노래하고 이야기 나누며 함께한다. 공동체는 따뜻하지만 완벽한 도움닫기가 되어주지는 못한다. 누군가는 무너져보자는 움직임 수업 앞에서, 누군가는 나를 그려보자는 종이 앞에서 가로막힌다. 팀원들의 걱정을 뒤로 하고 혼자 있고플 때도, 삐걱대는 팀워크에 눈물 흘리게 될 때도 있다. 다른 일상을 찾아 팀을 떠나는 뒷모습도 있다.
그럼에도 내 뒤에 당신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몸을 맘껏 맡겨본다. 서로의 무릎을 베고 눕는 머리와, 아주 천천히 기대는 어깨 같은 것. 더 이상 팀원이 아닌 이의 근황도 엔딩에 담아주는 영화처럼. 각자 어떤 땅에 착지할지는 모르겠지만 도약하는 순간만큼은 연결의 힘을 믿는 듯하다. 대단한 높이의 사랑 없이도, 이들은 서로에게 훌륭한 구름판이다.

영화 〈선희이모〉의 ‘선희’와 ’서연’ 역시 서로에게 존재만으로 충분하다. 선희는 엄마에게 버려진 서연을 한때 길러냈지만, 온전히 서연만을 위한 인물이 아니다. 영화는 서연이 등장하기 전의 선희의 일상으로 시작한다. 동물병원에서 일을 하고 고구마를 먹고 동네를 걷는 시간. 그리고 잠시 머물다 간 서연이 다시 해외로 떠난 이후의 모습으로 끝이 난다. 서연 없이도 겨울을 나는 선희가 춥지 않아 보인다.
이건 서연이 선희에게 중요하지 않은 존재라는 의미가 아니다. 선희가 외로운 사람 곁에 아무 이유 없이도 있어 줄 수 있는 사람일 뿐이다. 그리고 선희가 그런 사람이라서, 서연 역시 버려진 강아지 ‘메주’를 구해내는 게 당연한 사람으로 컸을지 모른다. 각자의 상처를 쏟아낸 후에, 어떤 보상과 위로도 바라지 않는 둘이 자연스럽다. 이제 서연과 선희는 바다 건너편에서도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안다.
〈착지연습〉과 〈선희이모〉는 인물의 상처를 깨끗이 지워주진 않는다. 대신 한 사람의 곁에 다른 삶을 놓아둔다. 지긋지긋한 상처, 잊을 수 없다면 서로를 잇기로 하자는 듯이. 그 선이 진하지 않아도, 길게 늘어지더라도, 어딘가 당신이 있다는 것만으로. 그렇게 당신과 나를 이어서 우리 서로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것만으로도. 그것만으로도 꽤 괜찮은 진통제 아니냐고 두 영화는 묻는 듯하다.
* 영화 보러 가기: 〈선희이모〉 (위은경, 손광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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