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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가시화
〈환희의 얼굴〉 그리고 〈일과 날〉
*관객기자단 [인디즈] 남홍석 님의 글입니다.
어떤 이미지는 동적인 사건 없이도 위태의 감각을 남긴다. 마시다 만 커피, 커튼 사이로 보이는 얼굴, 이어폰을 끼고 있어 재차 불러도 듣지 못하는 사람까지. 때로는 움직이지 않는 대상이 더 불안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부동에 대한 불안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 때조차 늘 움직이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쪽에는 정지된 대상과 생각을 읽을 수 없는 표정이, 다른 쪽에는 모두가 수행하고 있는 수많은 형태의 노동이 있다.
〈환희의 얼굴〉은 네 개의 단편소설 같은 이야기가 엮여 있는 작품이다. 각각의 이야기에는 모두 ‘환희’가 등장하지만, 모든 이야기가 그녀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네 개의 이야기는 시간 순서대로 나열된 것처럼 보이는데, 그 사이사이에는 길고 짧은 여백이 존재한다. 한편 이야기는 서로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앞에 등장했던 인물이 뒤에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영화의 형식에 관한 서술은 이렇게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줄거리를 몇 줄로 요약해 내기란 쉽지 않다. 어떤 이야기 속 환희는 무척 정적이고, 다른 이야기의 환희는 명랑하고 활기찬 모습이다. 그 대비에서 오는 긴장감이 이 영화를 종잡을 수 없도록 만든다.

영화를 보면서 바로 떠올린 생각은 아니지만, 이 영화에서 노동이 등장하는 모습을 언급해 두고 싶다. 첫 번째 이야기가 시작하면, ‘난영’이 종이에 글을 쓰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곧 난영은 소설가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빛이 들어오는 창가에서 직접 소설을 쓰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꽤나 낭만적으로 묘사된다. 그런데 마지막 이야기에서, 난영은 자신의 신작에 대해 먹고 살기 위해 “억지로 하나 썼다”라며 “할 줄 아는 게 이런 것밖에 없다”라는 식의 자조적 평가를 남긴다. 그 순간 지금껏 낭만화되었던 난영의 글쓰기 역시 생계를 위한 노동의 측면을 가지고 있음이 드러난다.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노동이 가시화되는 것이다.
한편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기정’과 환희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런데 과거 그곳에서 일했던 직원이 돌아오며 둘 중 한 명이 나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만다. 환희는 오랜 시간 일해왔기에 좌절한 기정 대신 일을 그만두고 다시 자신이 전에 일했던 백반집으로 돌아간다. 의아하게도 여기서 눈에 들어온 지점은 언제든 해고될 수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이었다. 흔히 “한 달 살기” 등의 목적지, 즉 여유로운 삶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노동의 다양한 형태를 보여준 영화로 박민수, 안건형 감독의 〈일과 날〉이 떠오른다. 아홉 사람의 일상을 번갈아 조명하는 이 작품 역시 삶의 모습에서 노동을 발견하고 있다. 그중에는 염전이나 재활용장 작업처럼 누구나 노동이라고 생각하는 모습도 있는 한편, 마네킹 제작자처럼 기계가 할 것으로 짐작되던 노동, 그리고 아이를 위한 돌봄노동 역시 존재한다. 그러나 노동이 이들에게 단순한 생계 수단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 이면에는 다양한 가치도 자리한다. 삶에서 노동을 발견할 수 있다면, 반대로 노동에서 삶을 찾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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