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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환희의 얼굴〉: 이야기의 마법

by indiespace_가람 2026. 10. 2.

〈환희의 얼굴〉리뷰: 이야기의 마법

*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수미 님의 글입니다.



이야기에는 마법이 숨겨져 있다. 이야기 속 인물이 나와 꼭 닮았으며 같은 상황을 겪는 것 같고, 누군가 내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인 것만 같은 착각. 그래서 이야기는 사람의 약한 부분을 삽시간에 건드리고, 대화 이상의 위로를 건넨다. 〈환희의 얼굴〉 주인공 환희 역시 이야기에 쉽게 매료되는 사람이다. 환희는 온전히 채워지지 않는 결핍을 이야기로 메꾸려 한다.

영화 〈환희의 얼굴〉스틸컷


영화는 네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챕터 ‘소설가의 집’에서 환희는 작가 난영에게 정서적으로 의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에게 잘해줬다는 이유로 울고, 남자 친구 동수와의 관계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며 우울한 정신 상태를 숨기지 않는다. 환희는 난영의 글에 나오는 소녀가 자기 같다고 말한다. 난영은 환희를 위로하기 위해 자신도 환희처럼, 소설 속 소녀처럼 헛것을 꽤 오래 보았다고 거짓말한다. 그때 환희는 난영의 말에 위로받았다.

하지만 새벽에 무턱대고 난영의 집 앞에 찾아온 환희는 돈 백만 원을 빌려달라 요구한다. 난영은 그런 환희를 불쾌해한다. 환희가 명백한 거짓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희는 난영도 알고 있는, 타인의 경험을 마치 자기 일인 양 읊었다. 난영과 달리 환희는 거짓된 이야기 속에서도 진실을 보았지만, 난영은 거짓 만을 보았다. 결국 환희는 난영이 주었던 ‘세인트 주드(패배자들의 수호자)’를 돌려준다.

영화 〈환희의 얼굴〉스틸컷


두 번째 챕터 ‘방문자들’에서 환희는 2년간 일하던 식당을 관두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기정을 만난다. 레스토랑에는 세 사람이 함께 찍힌 사진이 여러 개 놓여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진 속 세 사람의 얼굴은 조금씩 다르다. 누군가 자리를 떠나면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레스토랑은 그렇게 3인 체제 운영을 유지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갑작스레 등장한 전 직원 왕주현의 등장은 기정을 긴장케 한다. 주현이 환희에게 건넨 쪽지는 더욱 의미심장하다. ‘왕이 돌아왔다’ 이야기 속에서 쓰일 법한, 현실과 이질적인 문장이다.

주현은 레스토랑에서 자기 자리를 되찾으려 한다. 나머지 한 자리의 주인으로는 기정이 아닌 환희를 택한다. 기정은 와인으로 사장의 마음을 잡아보려 하지만, 시작부터 막힌다. 기정은 건네지 못한 와인을 들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마주친 환희에게 거짓말울 한다. 식사 자리에 초대받지 못한 게 아니라 자신이 가지 않았다고, 버림받은 게 아니라 이곳에 속하지 않기로 택한 것이라고. 홀로 있을 때 터져 나오는 기정의 억울함 뒤에 등장하는 건 뜻밖에도 환희의 희생적 선택이다. 환희는 기정이 연기한 것처럼 그곳을 나오길 택한다. 환희는 기정의 이야기 속에 자기를 투영시키며 진실을 보았던 게 아닐까.

영화 〈환희의 얼굴〉스틸컷


세 번째 챕터 ‘꿈과 희망의 나라로’에서는 환희와 남자 친구 동수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환희는 동수 집에서 함께 거주 중이다. 집에 찾아온 동수의 아버지는 아들 동수를 나무란다. 동수가 손을 심각하게 다치고도 병원에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희 역시 손을 다쳤고, 두 사람은 마주 앉아 손에 연고를 바르고 있다. 동수의 아버지는 베란다로 나와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아들을 반드시 해외로 보내야 한다고, 아버지는 단호하고 어머니는 주저한다. 이후 이어지는 장면은 잠에서 깬 동수의 어머니를 비춘다. 아들을 나무라던 아버지의 얼굴은 사진 속 어린 아들과 찍은 젊은 남편의 얼굴과 동일하다. 감독은 앞의 상황이 동수 어머니의 꿈임을 관객에게 알린다. 어머니는 아들을 찾아간다. 아들을 만나자마자 손을 확인하지만, 두 손 모두 상처가 보이지 않는다.

동수의 어머니가 집에 머무는 동안 환희는 기정의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기정은 환희의 손에 연고를 발라준다. 환희의 왼쪽 손은 심하게 다쳐있다. 동수 어머니의 꿈은 환희의 현실에서만 이어진다. 동수의 어머니가 떠난 줄 알고 돌아갔던 환희는 의도치 않게 모자의 대화를 듣게 된다. 어머니는 남편이 아들을 위해 남겨놓은 돈이 있다며, 이 돈을 가지고 프랑스에 가서 공부하라고 말한다. 환희는 동수가 잠든 사이 통장을 가지고 그의 곁을 떠나 자기 손에만 상처가 남은 현실에서 다시 이야기를 꾸며낸다. 내가 이 돈의 주인이라고 마치 최면을 걸듯. 환희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꿈속 세상에서 희망의 세상으로 떠난다.

영화 〈환희의 얼굴〉스틸컷


마지막 챕터 ‘환희의 얼굴’에서 환희는 4년 만에 작가 난영과 재회한다. 난영은 그사이 새 책을 냈고, 환희의 집 근처 서점에서 낭독회를 하는 우연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난영은 환희를 첫눈에 알아보지 못하고, 책이 재밌었다는 환희의 말 역시 쉽게 믿지 못한다. 난영은 진심을 믿어달라는 환희의 말에 그제야 믿어보겠다 말한다.

환희는 책의 서문에 적힌 어떤 소녀에게 전하는 감사가 자신을 생각하며 남긴 말인지 묻는다. 소설을 보는 내내 자기 이야기가 이곳에 남아 있다 생각했다고. 난영은 그 문장은 환희를 위한 말이 아니라고 답한다. 환희는 난영이 거짓을 말하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하지만, 난영의 대답은 단호하다. 난영은 실망한 기색을 선연하게 드러내는 환희에게 이 책 속에는 분명 환희의 얼굴이 있다고 덧붙인다. 환희는 자신의 이야기라 믿었지만, 이제는 아님을 알게 된 책을 다시 펼친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내고, 책을 덮는다. 

거짓 속에서 진실을 보게 하고, 원래의 나였다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하게 하는 마력. 사람을 홀리는 이야기의 힘이 ‘환희의 얼굴’ 위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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