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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단평] 〈환희의 얼굴〉: 노동의 가시화

by indiespace_가람 2026. 10. 2.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노동의 가시화

〈환희의 얼굴〉 그리고 〈일과 날〉 

 

*관객기자단 [인디즈] 남홍석 님의 글입니다.



 어떤 이미지는 동적인 사건 없이도 위태의 감각을 남긴다. 마시다 만 커피, 커튼 사이로 보이는 얼굴, 이어폰을 끼고 있어 재차 불러도 듣지 못하는 사람까지. 때로는 움직이지 않는 대상이 더 불안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부동에 대한 불안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 때조차 늘 움직이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쪽에는 정지된 대상과 생각을 읽을 수 없는 표정이, 다른 쪽에는 모두가 수행하고 있는 수많은 형태의 노동이 있다.

 〈환희의 얼굴〉은 네 개의 단편소설 같은 이야기가 엮여 있는 작품이다. 각각의 이야기에는 모두 ‘환희’가 등장하지만, 모든 이야기가 그녀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네 개의 이야기는 시간 순서대로 나열된 것처럼 보이는데, 그 사이사이에는 길고 짧은 여백이 존재한다. 한편 이야기는 서로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앞에 등장했던 인물이 뒤에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영화의 형식에 관한 서술은 이렇게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줄거리를 몇 줄로 요약해 내기란 쉽지 않다. 어떤 이야기 속 환희는 무척 정적이고, 다른 이야기의 환희는 명랑하고 활기찬 모습이다. 그 대비에서 오는 긴장감이 이 영화를 종잡을 수 없도록 만든다.

영화 〈환희의 얼굴〉 스틸컷


 영화를 보면서 바로 떠올린 생각은 아니지만, 이 영화에서 노동이 등장하는 모습을 언급해 두고 싶다. 첫 번째 이야기가 시작하면, ‘난영’이 종이에 글을 쓰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곧 난영은 소설가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빛이 들어오는 창가에서 직접 소설을 쓰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꽤나 낭만적으로 묘사된다. 그런데 마지막 이야기에서, 난영은 자신의 신작에 대해 먹고 살기 위해 “억지로 하나 썼다”라며 “할 줄 아는 게 이런 것밖에 없다”라는 식의 자조적 평가를 남긴다. 그 순간 지금껏 낭만화되었던 난영의 글쓰기 역시 생계를 위한 노동의 측면을 가지고 있음이 드러난다.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노동이 가시화되는 것이다.

 한편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기정’과 환희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런데 과거 그곳에서 일했던 직원이 돌아오며 둘 중 한 명이 나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만다. 환희는 오랜 시간 일해왔기에 좌절한 기정 대신 일을 그만두고 다시 자신이 전에 일했던 백반집으로 돌아간다. 의아하게도 여기서 눈에 들어온 지점은 언제든 해고될 수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이었다. 흔히 “한 달 살기” 등의 목적지, 즉 여유로운 삶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영화 〈일과 날〉 스틸컷


 노동의 다양한 형태를 보여준 영화로 박민수, 안건형 감독의 〈일과 날〉이 떠오른다. 아홉 사람의 일상을 번갈아 조명하는 이 작품 역시 삶의 모습에서 노동을 발견하고 있다. 그중에는 염전이나 재활용장 작업처럼 누구나 노동이라고 생각하는 모습도 있는 한편, 마네킹 제작자처럼 기계가 할 것으로 짐작되던 노동, 그리고 아이를 위한 돌봄노동 역시 존재한다. 그러나 노동이 이들에게 단순한 생계 수단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 이면에는 다양한 가치도 자리한다. 삶에서 노동을 발견할 수 있다면, 반대로 노동에서 삶을 찾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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