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미〉리뷰: 물 밖의 사람
*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주연 님의 글입니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아가미가 있는 정체불명의 남자가 물속으로 뛰어든다. 그는 해류를 구한 뒤 다시 물속으로 사라지고, 시간이 지나 해류는 자신을 구해준 남자를 찾아 나선다. 이 짧은 순간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곤이라는 인물이 지나온 시간으로 이어진다. 흥미로운 건 이야기의 시작이었던 해류는 관객이 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이야기를 열어주는 서술자의 자리에 머문다.

곤에게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그의 몸이다. 어릴 적 오염된 호수에서 건져 올려진 곤은 아가미와 푸른 비늘을 가지고 있다. 강하와 할아버지가 그를 데려와 함께 살면서 곤은 가족처럼 자랐지만, 신체적 차이에서 비롯된 거리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 곤에게 물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공간이다. 물속에서는 아가미로 숨을 쉬며 자신의 몸을 그대로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곤의 이러한 심리와 달리, 영화 속 물은 흔히 떠올리는 맑고 푸른 모습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탁하고 오염된 물이 있는가 하면, 석양을 받아 붉게 물들어 있기도 하다. 물속에서 편안해질수록 곤은 사람들의 세계에서 멀어지고, 그 안에는 외로움과 쓸쓸함이 함께 남는다.

낯선 곤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은 애니메이션의 매력과도 이어진다. 아가미가 어떻게 생겼을지, 피부의 비늘은 어떤 모양일지 각자의 방식으로 상상하며 읽던 소설은 시각화된 캐릭터를 통해 관객 앞에 드러난다. 곤이 물속을 헤엄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소설 속에서 머릿속으로만 그렸던 존재가 비로소 하나의 몸을 가진 것처럼 느껴진다. 소설 속 ‘이내촌’ 대신 영화에서는 프랑스가 배경이 되면서 곤이 놓인 세계도 조금 더 낯설게 다가온다. 한국과는 다른 풍경 속에 놓인 곤의 모습은 그가 세상과 맺고 있는 거리감과도 닿아 있다. 익숙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자신의 몸 때문에 낯선 존재로 살아가는 곤에게, 영화 속 낯선 공간은 그의 외로움과 거리감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곤이 세상과 맺은 거리감의 시작에는 강하와 함께한 시간이 있다. 두 사람은 함께 자라왔지만, 강하는 곤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아가미와 비늘을 가진 낯선 존재이자, 언제든 떠나보내야 할 것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그 미묘한 거리감은 거친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다가 강하의 엄마와 관련된 사건을 계기로 터져 나온다. 강하 외의 사람과 관계를 맺기 시작한 곤, 마음이 위태로운 강하의 엄마, 그리고 각자가 가진 결핍이 겹쳐지면서 영화의 분위기도 점점 불안해진다.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틀어졌는지를 자세히 설명하기보다, 영화는 환상성과 강하의 엄마라는 인물을 통해 쌓여 있던 감정의 균열을 보여준다.

시간이 흐른 뒤 해류가 만나는 성인 강하는 어린 시절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영화는 곤이 떠난 뒤 강하에게 어떤 시간이 흘렀는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달라진 말투와 표정, 해류를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며 그 사이의 시간을 관객이 짐작하게 한다. 곤의 부재가 강하에게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바라보다 보면, 곤이 어떤 시간을 살아왔는지도 함께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곤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강하의 기억과 해류의 입을 통해 전해진다. 해류는 곤이 사람들의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자 하지만, 곤이 원하는 것은 그보다 다른 곳에 있다. 그래서 해류가 끝까지 서술자의 자리에 머무는 것이 의미 있게 느껴진다. 관객은 해류의 시선을 따라 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그가 지나온 시간과 그 안에 남아 있는 마음을 바라본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물속으로 사라진 처음의 낯선 곤보다, 어디에도 쉽게 머물 수 없었던 곤의 모습이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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