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소소대담] 2017.06 여름의 영화, 여름의 우리

by indiespace_은 2017. 7. 26.

 [2017.06 소소대담] 여름의 영화, 여름의 우리 


참석자: 송희원, 이현재, 박영농, 이지윤, 최지원, 김은정
('소소대담'은 매달 진행되는 인디즈 정기 모임 중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윤 님의 글입니다.





[리뷰] <컴, 투게더>: [주의] 외면하지 말 것! http://indiespace.kr/3421



이지윤: <컴, 투게더>는 궁극적으로 희망을 이야기하려 했던 작품이라 생각한다. 암담한 현실 속에서 서로를 끌어안는 인물들의 모습에 감동을 느꼈다. 다만 작품이 전달하려는 희망이라는 메시지가 개인적으로 와 닿지는 않았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어떤 암담함 내지는 찝찝함이 마음을 가득 채웠다. 부조리한 사회에 어떤 변화도 없었다는 점이 그런 감정을 불러일으킨 원인이라 생각했다. 보는 관점에 따라 와 닿는 감정이 모두 다를 것 같은데, 다들 영화를 어떻게 봤는가?

박영농: 지윤 님의 감상과 비슷하다. 영화 내내 찝찝한 기분이 들었고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나서도 그랬다. 한 가정이 우여곡절을 겪고 마침내 ‘컴, 투게더’한다는 내용에서 사라진 부분은 그들 각자가 저지른 문제들과 그에 대한 책임이다. 사회의 부조리를 그대로 둔 것과 더불어 그들은 저마다 사회 내에 부조리와 같은, 혹은 더 부조리한 방식으로 죄를 저질렀단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장면처럼 하하 호호 웃으며 끝난다면 병실에 누워있는 사람들,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갈 학생 등 주인공들의 주변부에 위치해 인생의 변곡을 겪은 이들은 과연 ‘컴, 투게더’ 할 수 있을까? 주인공들은 모두 부조리한 사회에서 탈주한다. 그런데 제목은 ‘컴(come), 투게더’이다. 왜 ‘고(go), 투게더’가 될 순 없었을까. 영화 전반에 서린 회피와 무책임에 그 답이 있을 것이다.

최지원: 영화 내내 크고 작은 폭력들이 돌고 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상처를 받은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방식으로 폭력이 순환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갑자기 희망을 얘기하는 영화의 결말이 조금 아쉬웠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비극적으로 결말을 맺었다면 더 위로가 되었을지 모르겠다고 느꼈다. 영화의 인물들이 굉장히 현실적이라 좋았는데, 그래서 결말이 조금 어울리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김은정: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가족의 어려움을 고루 담고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보통 한 가지 주제만을 정해서 그것을 깊이 있게 조명하는 작품이 많은데 <컴, 투게더>는 한 가족 속에서 각자의 고민과 아픔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좋았다. 그리고 적당한 정도의 극적 요소가 있는 것도 좋았다. 살짝 과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영화에 잘 몰입할 수 있었다.

송희원: 왠지 모르게 상징이 과하게 쓰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등장인물이 뛰거나 냄새를 못 맡는 것이 감독이 얘기하고자 하는 바를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 같아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졌다.

이현재: 영화가 일부러 어색한 결말을 선택한 것 같다. 나 또한 영화의 결말이 어색하다고 느꼈다. 고생 끝에 고생만 남았는데 그것이 희망이라는 게 부조리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쩌면 희망이라는 막연한 기대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 부조리한 감정 내지 전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인물을 동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으나 어떻게든 캐릭터들에게 웃는 장면 하나 정도는 주려고 했던 거 같다. 그게 이 영화의 위로라면 위로일 텐데 나에게는 그 위로가 조금 차갑게 느껴졌다.





[리뷰]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 잊혀진 꿈의 악보 http://indiespace.kr/3448
[인디토크 기록]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 다큐멘터리가 나에게 걸어올 때 http://indiespace.kr/3465


이지윤: 고려인 여성 인물들의 삶을 다루는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는 주변인과 소수자에 대한 고찰로까지 이어진다. 또한 작품이 그런 이야기를 굉장히 미학적이고 독특한 방식으로 다뤘다는 생각이 든다.
 
이현재: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고려인들을 굳이 한 민족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화는 좀처럼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대신 연해주를 떠돌면서 이야기를 채집한다. 영화는 떠돌다 고려악단의 공연 푸티지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그 반복이 영화의 리듬을 만들고 여기저기 흩어진 자료들을 한 곳으로 정리할만한 대상을 형성하는 것 같다. 그게 사람마다 다르게 보이긴 하겠지만 나는 그 대상이 방 타마라 선생으로 보였다. 방 타마라 선생이 나오는 장면마다 과거가 과거로만 머물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영화는 그 인물을 통해 과거가 과거일 수만은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 다큐멘터리의 좋은 점이 있다면 자료를 멈춘 존재로 보지 않았다는 점일 것이다.

박영농: 독립영화 인터뷰 매거진 NOW에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를 소개하는 글을 썼다. 무엇보다 다큐멘터리의 소재로 고려인이라는 특정 집단에 대해 그렇게 끈질기게 매달린다는 게 여러 여건상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100분에 가까운 시간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열정 혹은 동력이 존경스러웠다. 동시에 영화에 나오는 음악들이 너무 좋았다. 개인적으로 고백하건대 조금 취향이 올드하지만 그런 20세기 가요들을 매우 좋아한다. 아마 조부모님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낸 탓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도 고려인들에 대해 연구를 오랫동안 해 오신 아버님께 이 영화를 바친다는 감독의 메시지가 뜨더라. 그 메시지를 보면서 이 영화의 동력과 내가 이 영화 속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한 의문, 두 가지 물음이 한꺼번에 해결된 듯했다. 뿌리라고 표현을 해도 될까. 그랬다.

김은정: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고려인이 어떤 사람들을 이르는 말인지 잘 알지 못했다. 여성 예술가의 이야기를 했다는 점에 있어서도 큰 의미가 있지만 그에 앞서 고려인의 존재에 대해 상기시킬 수 있는 좋은 영화였던 것 같다. 중간 중간 삽입되는 당시의 음악들과 인터뷰 영상을 보며 마치 한국도, 러시아도 아닌 제3세계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신기한 체험이었다.

송희원: 연출 방식보다 고려인 여성들이 부르는 노래 자체가 매우 힘 있게 느껴져 인상적이었다. 노래에서 강인함이 느껴졌다.





[리뷰] <노무현입니다>: 안녕하세요, 제가 노무현입니다 http://indiespace.kr/3445


이지윤: 노무현을 다룬 영화의 등장이 낯설지 않았다. 극영화였던 <변호인>(2013), 다큐멘터리 <무현, 두 도시 이야기>(2016), 그리고 저널리즘을 다루는 다큐멘터리에서도 노무현에 대한 이야기는 종종 등장하곤 한다. 정치인 중에서도 노무현을 회상하는 영화가 유난히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노무현입니다>가 취한 인물을 기억하는 방식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송희원: 아직도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노무현입니다>는 노무현이란 인물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란 생각이 들었다. 인물에 대한 정치적인 평가, 과오보다는 그의 인간적이고 따뜻한 모습을 더 많이 부각시켰던 것 같다.

이현재: 보면서 복잡한 심정이 들었다. 지난 9년을 지나면서 ‘정치의 일상화’라는 말은 더 이상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지향점이 된 것 같지 않다. 그렇다고 이게 좋은 결과를 가져왔나 생각해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다만 ‘정치의 일상화’ 혹은 ‘일상의 정치’는 현안문제가 되었다는 생각은 강하게 든다. 그렇다면 그 답을 어쨌든 현안에서 찾아야 하는데 오른쪽에서는 박정희로, 왼쪽에서는 노무현으로 찾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정치라는 걸 인지하기 시작한 게 딱 노무현 대통령 임기 말 때부터이다. 그래서 왜 사람들이 노무현을 그리워하는지 정확하게는 알지 못한다. 그냥 그런 시절이 있었고 그 시절이 좋았다는 것만 들어서 알고 있다. 그러나 내 눈에는 사람들이 노무현이라는 상징을 너무 그리워하는 것 같고 그게 현안을 돌파할 뚜렷한 답이 될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노무현입니다>를 보면서 내가 느낀 것은 영화가 꽤 활발함에도 불구하고 막연한 그리움의 정서가 강하다는 것과 딱 그만큼 노무현을 원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이었다. 노무현에 대한 회고를 통해 노무현이라는 인물을 일종의 목표로 삼고 있는 것 같은데 건강한 현상 같지는 않다. 현안문제에 대한 답은 언제나 현안에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한 편으로는 건강하지 못한 시간 속을 지나왔으니 건강하지 않은 현상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박영농: 사실 노무현 대통령 재임기간에는 어렸기 때문에 여러 화두에 대해서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제대로 파악하지는 못했다. 영화는 그의 과거 영상들과 남은 주변인들의 회고들을 잔잔히 들려준다. 노무현에 대한 사적인 평가, 혹은 사회의 공적인 평가와 상관없이 그냥 보기 좋았다. 또 그가 정치계에 몸을 담고 있었을 때와 지금의 사회를 함께 생각하면서 봤다.

최지원: 이런 영화가 나올 때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노무현만큼 상징적인 사람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개인적으로 평소에 그가 너무 신격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충분히 이야기될 만한 시기이고 사람인 것 같다. 영화가 노무현을 이야기하는 방식도 정치적 면모가 아니라 인간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굉장히 전기(傳記)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것이 지금 사람들이 원하는 정치인의 모습에 응답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그래서 다른 점보다도 노무현의 인간적인 모습이 부각되는 것 같다. 

김은정: <노무현입니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는 영화라기보다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궁금하게 만드는 영화인 것 같다. 그와 함께 했던 많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를 그리워하고 칭송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도 실제로 그를 만나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또한 작품은 그를 ‘정치인 노무현’이 아니라 ‘정치인들 속 인간 노무현’으로 계속해서 이야기한다.





[리뷰] <꿈의 제인>: 
불행과 함께 살기
 http://indiespace.kr/3446
[인디토크 기록] <꿈의 제인>: 공(O)존 http://indiespace.kr/3488


이지윤: <꿈의 제인>은 사랑해마지 않는 영화다. 함께하고 싶고, 외롭고, 사랑받기 위해 조용히 몸부림치는 작품 속 소현에게서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 소현에게 잠시나마 행복을 선사한 제인이란 인물이 말 그대로 ‘꿈의 제인’이었기 때문에 느꼈던 슬픔이 굉장히 컸다. 행복이 없지만 있다고 믿고, 현실을 해체하고 나서야 비로소 행복한 꿈이 만들어 진다는 필연적인 비극성 때문에 한동안 마음이 먹먹했다.

김은정: 사실 그다지 기분 좋은 영화는 아니었다. 소현의 아픔과 현실이 결집되어 만들어진 이야기를 보고 있자니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사실 주인공인데도 불구하고 소현이라는 캐릭터는 영 정이 안 간다. 이런 면에서 보면 소현이라는 캐릭터를 만들고 표현해내는 데에 큰 성공을 거둔 것 같다. 그녀가 왜 사랑받을 수 없고 그녀를 왜 사랑할 수 없는지를 영화가 끝날 때쯤에는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내 생각에 그녀를 지나쳐간 많은 이들이 그녀에게 그 이유를 말해주지 않은 것은 표현하기 어려워서일 수도 있지만 그녀에게 그런 사실을 이야기해줄 정도의 충분한 애정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 같다. 

송희원: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소현의 대사를 듣는 순간 마음이 먹먹해졌다. 나는 어렸을 때도, 성인이 된 지금도 정말 그것을 잘 모르겠더라. 성인이 되어선 그래도 친한 ‘척’ 할 수는 있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소현의 대사를 듣고 어렸을 때 모습이 떠올라 가슴 아팠다.

이현재: 나 또한 이 영화를 애정하고 있다. 그러나 나의 경우에는 소현이라는 캐릭터 때문이 아니라 구교환 배우가 연기한 제인 때문에 애정한다. 감독도 자기가 디자인한 캐릭터 중 제인을 몹시 애정하고 있는 상태에서 영화를 시작한 것 같았다. 구교환 배우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카메라에 배우가 너무 잘 잡혀서 이 영화를 좋아한다. 이 점이 없었다면 <꿈의 제인>을 좋아하진 않았을 거 같다.

박영농: 한 번 보는데도 체력 소모가 엄청난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번 보면 더 좋은 영화인 듯하다. 영화가 공존, 팸 등에 대해 방점을 찍고 있는 듯한데 그것이 <꿈의 제인> 스태프 모두가 하나의 팸이 되어 만들어낸 결과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지원: 영화가 전체적으로 섬세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하나의 서사가 아니라 여러 개의 서사가 얽혀있다는 점이 연출적으로 가장 좋았다. 이야기가 전환되지만 어떤 이야기 속에서든 불행해질 수밖에 없는 비극성이 잘 와 닿았다. 그리고 이민지 배우의 연기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눈치 보는 것에 익숙하고 모나지 않게 행동하려고 늘 움츠러들어있는, 그러면서도 결코 순진하지는 않은 소현이란 캐릭터에 마음이 많이 갔다. 하고 싶은 얘기를 간결하고 섬세하게 하고 있는 영화인 것 같아서 그 자체로 좋았던 것 같다. 





[리뷰] <델타 보이즈>: 우리는 대책이 없고 무엇 하나 쉬운 것도 없다 http://indiespace.kr/3457
[인디토크 기록] <델타 보이즈>: 허기지고 빛나는 꿈을 노래하다 http://indiespace.kr/3473


이지윤: <델타 보이즈>는 독특한 힘을 가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절반 이상이 배우들의 애드리브로 이루어진 대사와 롱 테이크. 여백이 많다고 느꼈는데 그런 허전한 듯한 여백이 작품의 주제의식과 잘 맞물린다고 느꼈다. 다들 작품을 어떻게 봤는가?

최지원: 살짝 취해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영화였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점에서 보기가 힘들기도 했지만 독특한 분위기와 특유의 유머감각이 인상적이었다. 

김은정: 정말 재미있게 보았다. 주인공들은 마땅히 묵을 곳이 없어도, 삼시세끼 라면만 먹어도, 그런 것쯤은 신경 쓰지 않는다. 억지로 슬프게 꾸며 내지 않아서 좋았다. 준비했던 대회가 취소되는, 비극적이지만 현실적인 상황이 쭉 이어진다. 그냥 아주 평범한 일상, 오늘도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은 그런 나날 속에서 벌어지는 작은 사건과 사고들, 많이 기쁘지도 많이 슬프지도 않은 그저 그런 일들. 특별한 이야기를 하려고 애쓰기보다 진짜 내 삶에서만 특별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무척 행복한 영화였다. 또한 주인공들 간의 호흡이 굉장했던 것 같다. 각각의 캐릭터도 굉장히 입체적으로 느껴졌다. 등장인물들 모두가 굉장히 개성이 뚜렷한 편이라서 자칫하면 중구난방으로 보이기 쉬웠을 것 같은데 이야기에 잘 녹아든 것 같다. 특히 준세와 지혜 부부의 케미는 두말하면 입 아프다. 감독과 배우들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송희원: 가끔 캐릭터가 너무 과해서 이해가 가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배우들의 연기만큼은 정말 생생하게 느껴졌다. 허전하게 느껴졌던 것은 아마도 감독이 오디션 프로그램식의 드라마틱한 장면을 만들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 것이 더 현실과 비슷하게 느껴져서인지 영화가 오디션 프로그램보다 훨씬 여운이 오래갔다.

이현재: 보고서 좀 놀란 영화였다. 카메라가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첫 장면부터 공장에 들어갈 때까지의 장면에서 이 점이 마치 ‘어떻게 하나 두고나 보자’라는 태도처럼 보였다. 그런데 한 10분 쯤 보면 카메라를 안 움직인 게 아니라 못 움직인 것 같이 보인다. 그리고 30분 쯤 지나면 이 생각에 확신이 든다. 배우들도 애드리브를 치는 게 선택 같지 않고 할 수 있는 게 이 방법 밖에 없어서 이렇게 연기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면서 영화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어설프고 가난한 흔적이 하나하나 쌓여서 어느 순간 분위기를 만들고 그 분위기를 통해 이 캐릭터가 사는 곳이 어떤 곳인지 감지할 수 있게 만든다. 감독이 현장에서 어떻게 배우와 카메라 사이를 조율하고 공간을 어떻게 디자인해야겠단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찍은 거 같은데 그 결과가 놀랍다. 보자마자 고봉수 감독을 찾아보았다. 최근에 <튼튼이의 모험>이라는 영화를 찍었던데 이 영화는 꼭 볼 거 같다.





[리뷰] <파란나비효과>: 파란나비들의 날갯짓으로 http://indiespace.kr/3476



이지윤: 정치를 소재로 한 영화가 유난히 많았던 한 해다. 지난달의 <더 플랜>도 그렇지 않았나. <더 플랜>과 <파란나비효과>는 시의성 있는 정치적 사건을 다룬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지만 두 작품 사이에는 차이점도 존재한다. <더 플랜>이 팩트 체크에 초점을 맞췄다면 <파란나비효과>는 사람들의 사연과 감성에 초점을 두었다. <파란나비효과>가 택한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송희원: SNS에서 <파란나비효과>를 꼭 보라는 추천을 많이 받았는데 보고나서 왜 보라고 했는지 고개가 끄덕여졌다. 엄마들의 간절함과 절실함이 느껴져서 <더 플랜>보다 더 몰입해서 봤던 것 같다.

이현재: 박문칠 감독의 전작 <마이 플레이스>(2013)를 좋게 보았다. 개인의 체험과 기록들에서 사회적 사건과 역사들을 하나하나 꺼내는 작품이었다. 이런 방법을 <파란나비효과>에 고스란히 옮겨온 것 같았다. 그러나 자신의 정치적 체험을 고백하는 장면들보다도 그 현장을 채집하는 와중 은연중에 나온 말들이 인상적이었다. 한 분이 “아무것도 안하면 불안해서 손을 놓을 수가 없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에서 박문칠 감독과 그가 찍은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 수 있었다. 굳이 정치적 각성 같은 것에 집착하기보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솔직히 밝히고 대상을 바라보는 게 내 마음을 훨씬 움직이는 것 같다.

박영농: 몇 달 전만해도 이런 영화는 개봉마저 불투명했을 것이란 사실이 정말 새삼스러웠다.

최지원: 재밌게 보았다. 일단 여성들이 작품을 끌어가고 있다는 점이 좋았고, 두 번째로는 극단에서 극단으로 변화해가는 인물들을 비추는 방식이 흥미로워서 좋았다. 정치 다큐멘터리는 남성주도적인 경우가 많은데 <파란나비효과>에서는 젊은 여성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근래 봤던 영화 중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가장 힘 있게 들리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또 사드를 겪으면서 자신의 이전 모습을 반성하고 광주, 강정, 세월호 등의 다른 사건들까지 이해하게 되는 인물의 모습에서 당사자성과 연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김은정: <더 플랜>이 다룬 선거 이야기가 지역에 상관없이 우리나라 전 국민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면 <파란나비효과>가 다룬 사드 배치 문제는 1차적으로 성주라는 지역에만 해당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이것도 사실은 전 국민과 관련된 문제이지만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사람들의 사연과 감정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한 것은 좋은 방법이었던 것 같다. 타 지역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그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사드 배치라는 사건을 관객들이 조금 더 가까이 느낄 수 있게 하는 좋은 방식이었다. 




이지윤: 추운 겨울에 만났던 것 같은데 벌써 더운 여름이 와버렸다. 더워진 날씨는 인디즈로 활동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동안 인디즈 활동에 대한 소감이나 남은 인디즈 활동에 대한 바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자.

김은정: 안 끝날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이제 인디즈 활동에 제법 익숙해 진 것 같다. 인디즈 활동을 통해 그 전에는 많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정치적 사건들에 대해 눈을 뜨게 됐다. 또 인디토크에서는 배워갈 것도 많아 정말 좋았다. 앞으로 남은 기간도 잘 활동하고 싶다. 

최지원: 아쉽고 후회가 많다. 인디즈 활동을 통해서 다양한 작품을 많이 접하게 되는 것 같다고 자주 생각한다. 어떤 때는 너무 좋은 작품을 만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나와 맞지 않는 작품을 만나서 괴롭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과정 자체는 늘 즐겁다. 남은 기간 동안 즐겁게 활동할 수 있으면 좋겠다. 

박영농: 지나고 보니 아쉬운 점이 많다. 나는 이 활동을 하면서 받아가는 것들이 많은데 과연 나는 그만큼 뭔가를 주었을까. 아닌 듯하다.

이현재: 처음에 영화보고 싶다고 들어와서 영화만 봤지, 글은 못 남기는 것 같다.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해서 반드시 좋은 기사로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겠다는 다짐과 그간의 나태를 반성한다.

송희원: 최근에 <노후 대책 없다>의 인디토크 기록을 했다. 변영주 감독님과 김태용 감독님이 진행을 했고, 영화의 이동우 감독과 송찬근 출연자가 함께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에 대한 마음가짐, 태도, 의지 등에 대해서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정말 뜻 깊은 자리였던 것 같다. 다른 분들도 한 번씩 그 기록을 보면 좋겠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