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입니다> 한줄 관람평
송희원 | 사람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시민들의 이야기
이현재 | 노무현을 볼 때마다 양가적인 감정이 든다. 가끔, 딱 그리운 만큼 그가 무서워질 때가 있는 것이다.
박영농 | 꿈의 무현
이지윤 | 그저, 노무현입니다
최지원 | 한 사람을 기억하는 예의
김은정 |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력. 실로 놀랍다.
<노무현입니다> 리뷰: 안녕하세요, 제가 노무현입니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송희원 님의 글입니다.
‘그리움’이란 상실한 대상에게 여전히 사로잡혀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수많은 저작물과 연달아 흥행하는 영화를 보면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실감한다. 이창재 감독의 <노무현입니다>는 개봉 열흘 만에 누적 관객 100만을 돌파할 만큼 많은 관객의 선택을 받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재로 다룬 영화는 이미 몇 편 나왔다. 그가 변호를 맡은 1980년대 부림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변호인>(2013)과 2000년 부산과 2016년 여수에서 각각 출마해 낙선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 백무현 후보의 이야기를 교차해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무현, 두 도시 이야기>(2016)가 대표적이다. 이 두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노무현입니다>에서 또다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사람 사는 세상을 꿈꿨던 노무현의 인간적인 모습이다.
영화는 2002년 2월에서 5월까지의 민주당 경선의 여정을 되짚는다. 노무현은 2000년 총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종로구 공천을 거절하고 지역주의 타파, 동서화합을 이루겠다며 부산 북·강서을로 내려가 낙선한다. 대의를 위해 당선 가능성이 낮은 지역구에 출마해 낙선한 그를 사람들은 ‘바보 노무현’이라 부르며 응원했고 결국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결성하기에 이른다. 노무현은 그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응원에 힘입어 2002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 쟁쟁한 후보들 곁에서 지지율 2%로 꼴찌였던 노무현은 민주당 국민참여경선제 방식을 통해 대선주자가 된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인상 깊은 연설과 자발적으로 그를 지지하고 돕는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영화는 노무현의 명연설 장면들과 그를 회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여주며 경선 당시의 역전극을 박진감 넘치게 그려낸다.
<노무현입니다>는 크게 ‘노무현은’, ‘노무현과’, ‘노무현의’, ‘노무현을’이라는 제목이 붙은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장마다 영화를 상당수 채우는 것은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일대일 인터뷰다. 인터뷰이는 총 39명으로 이화춘 전 정보국 요원과 노수현 전 운전기사, 유시민 작가, 안희정 충남도지사, 문재인 대통령, 노사모 회원들이 등장한다. 가까이서든 먼발치에서든 그를 지켜봤던 사람들은 사적인 일화들을 들려주며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모습을 증언한다. 인권변호사 시절 자신을 감시한 정보국 요원과도 친구가 된 일화와 운전기사의 결혼식 날 차를 대신 운전해준 일화 등은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한다. 영화는 이러한 다양한 증언들을 들려주며 ‘노무현은’, ‘노무현과’ 같은 미완의 문장을 관객 각자 스스로가 완성해 갈 수 있게끔 유도한다. 장의 제목은 관객에게 일종의 열린 형식의 질문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영화는 단순히 추억을 환기하고 그리움에 사로잡힌 상황만을 전개하지 않는다. 노무현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고 행동하는 모습도 배치한다. 감독은 그들의 성숙한 참여의식을 보여주며 민주주의 가치를 강조한다. 그리고 이름 모를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노무현’이라고 말한다. 보수 언론의 색깔론, 지역주의 프레임을 정면 돌파하며 쟁쟁한 후보들 사이에서 “도와주십시오”를 단호하고 힘 있게 외쳤던 노무현. 계파도, 당내지지 기반 세력도 없는 그를 적극적으로 지지해 대선 후보로 만들어낸 시민들 모두 ‘노무현’이다. <노무현입니다>은 노무현과 시민들 모두가 주인공이다. 그를 복기하는 수많은 영상물과 자료들, 그리고 무엇보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 왜 사람들은 그를 그리워하며 쉬이 보내주지 못할까. 그 이유를 유시민 작가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대신하고자 한다. "떠나보내려고 해서 떠나보내지는 게 아니다. 떠나보낼 때가 되면 저절로 떠나가는 거다. 노무현에 대한 애도가 마감되는 건 사회가 바로 잡혀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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