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극장을 들여다 볼 때, 나를 들여다보는 극장  <너와 극장에서>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6월 30일(토) 오후 3시 상영 후

참석 유지영, 정가영, 김태진 감독 | 배우 김예은, 문혜인, 이태경, 박현영, 우지현

진행 변영주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오채영 님의 글입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누군가에게 극장이란 공간은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일 수도 있겠지만, 독립영화일 경우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전국에 얼마 있지도 않은 전용관 중 한 곳에 찾아간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렇게 극장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하루 끝에 지친 몸을 이끌고 극장을 찾은 적도 있었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찾은 적도 있었다. 극장에 얽힌 많은 추억이 있는 만큼, 그 모든 순간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극장은 어쩌면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영화를 누구와 어디서 보았는지 떠올리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이지만, 조금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생각보다 금방 떠오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좌석과 조명, 특유의 분위기, 그리고 옆 사람까지 극장이 갖는 요소들이 영화 관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독립영화를 관람하고자 할 때 우리는 여러가지 경험적 요소들을 통해 영화를 고르듯 관람할 극장을 고르기도 한다. 이 영화는 극장으로 찾아가는 과정까지도 영화 감상이라는 총체적인 경험의 일부분이라고 이야기한다. 작년 서울독립영화제의 개막작이었던 <너와 극장에서>가 개봉했다. 6월 30일, 인디스페이스에서 변영주 감독의 진행으로 <너와 극장에서>의 인디토크가 시작되었다.





변영주 감독(이하 변영주): 영화 재밌으셨죠. 영화를 이루는 세 편의 단편을 연출하고 출연한 감독과 배우 분들이 나와 계신데요, 인사 말씀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유지영 감독(이하 유지영): 안녕하세요. 첫 번째 에피소드 <극장 쪽으로>를 연출한 유지영이라고 합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김예은이라는 배우를 생각하면서 시나리오를 썼는데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고요.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김예은 배우(이하 김예은): 저는 <극장 쪽으로>의 선미 역을 맡은 김예은이라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감독님처럼 되게 궁금하네요.

 

문혜인 배우(이하 문혜인): 안녕하세요, <극장 쪽으로>에서 수영 역을 맡은 배우 문혜인입니다. 너무 멋있다고 생각해온 유지영 감독님께서 같이 하자고 해주시고, 또 좋아하는 동료배우가 함께한다고 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하루 동안 소풍처럼 대구에서 촬영하고 돌아왔는데, 관객들과 만나는 기회로 이어져서 굉장히 뿌듯하고 좋습니다.

 

정가영 감독(이하 정가영): 두 번째 에피소드 <극장에서 한 생각> 연출한 정가영입니다. 작년 이맘 때쯤에 영화 찍을 준비 했었던 거 같은데 이렇게 1년이 지나서 개봉을 하고 이렇게 관객분들도 만나게 되어서 기분 좋고 반갑고 감사드립니다.

 

이태경 배우(이하 이태경): 안녕하세요, <극장에서 한 생각> 감독 역을 맡은 이태경입니다. 오늘 이 영화를 오랜만에 보니까 되게 재밌더라고요. 같이 보신 분들이 재밌게 본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태진 감독(이하 김태진): 세 번째 에피소드 <우리들의 낙원>을 만든 김태진입니다. 감회가 남다르네요. 이렇게 극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함께 만나서 얘기를 한다는 게 뜻 깊은 일인 것 같아요.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박현영 배우(이하 박현영): <우리들의 낙원>에서 은정 역을 맡은 박현영입니다. 그저께 개봉해서 관객분들 만나고 있는데 모두 재밌고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오늘도 어떤 만남이 될지 궁금한데요, 재밌는 시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지현 배우(이하 우지현): <우리들의 낙원> 출연한 우지현이라고 합니다. 오늘 같이 영화를 봐서 떨리네요. 사실 저는 오늘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보고 바로 가려고 했는데 잡혀버렸어요(웃음). 좋은 얘기 많이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변영주: 저는 <너와 극장에서>를 보면서 선언문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국 독립영화가 이렇게 재능 있는 감독들과 훌륭한 배우들을 가지고 있다는 선언문이요. 물론 그 재능과 훌륭함을 통해 상업영화로 가버리면 그들은 이곳을 잊을 수도 있겠지만,(웃음) 배우와 감독들이 낯설지가 않죠. 독립영화를 많이 보신 분들이라면 , 그 영화 속 배우구나’, 혹은 그 영화의 감독이구나하고 알아보셨을 것 같습니다. 2018년 한국 독립영화가 갖고 있는 힘을 확인시켜준 영화여서 개인적으로 정말 즐겁게 봤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통해서 극장과 자신보다는 독립영화와 자신을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먼저 질문을 드려 볼게요. 세 작품이 모두 감독들의 전작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해요. <극장 쪽으로>는 낯선 곳에서 이방인이려고 스스로 결심한 것처럼 보이는 여성의 모습을 다루고 있는데, 영화 속 주인공이 극장으로 들어갔을 때 영화가 화면은 나오지 않고 사운드만 나오잖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유지영: 어떤 영화가 되던 간에 관객 중 누군가는 영화를 알아보실 거라고 생각을 했고, 그러면 스토리상 개입을 하게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극장에서 나오는 영화를 보여주지 않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다만 깨알같은 재미로 <극장 쪽으로>라는 영화와 연결할 수 있는 작품을 사운드만 넣어놓는다면 찾아낸 분들이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Cleo From 5 To 7, 1962)라고 한 여성이 배회하는 영화를 넣었어요. 초반부에 선미가 집에서 영화를 보는 장면이 있는데, 그 때는 <나이트메어>(A Nightmare on Elm Street, 1984)를 보고 있는 걸 정확하게 보여줘요. 창문 밖에 있는 남자의 공포스러운 느낌과 연관성도 있고요.

 


변영주: <극장에서 한 생각>은 연출자가 정가영 감독이라는 걸 듣고 영화 시작 1분 만에 , 누구 하나 죽고 끝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근데 권총으로 죽일지는 몰랐어요.(웃음) 먼저 배우님께 질문을 던지고 싶은데, 실제 정가영 감독을 연기한 건가요? 극 중에서 정가영이라고 나오지만, 실제 정가영 감독하고 똑같이 연기할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이태경: 그렇죠. 처음에는 정가영 감독님을 따라하려고 많이 노력을 했는데 테스트 촬영 때 촬영감독님들이 지적을 해주셨어요. 정가영 감독님은 제가 차마 따라할 수 없는 감독님만의 독특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서 감독님과 똑같이 해버리면 영화에 해를 끼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촬영할 때는 정가영 감독님처럼 보여야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고요, 다만 저의 원래 말투를 최대한 버리고 평소 해왔던 연기와는 다른 방식으로 하려고 했었던 것 같아요.

 

변영주: <극장에서 한 생각>은 영화가 두 부분으로 나뉘잖아요. 한 부분에서는 감독님이 직접 연기를 했는데, 둘 중에 어떤 걸 먼저 찍으셨나요? 또 어느 파트가 먼저 구상되었는지도 궁금해요.

 

정가영: 이태경 배우 나오는 GV 파트를 먼저 찍고, 마지막 촬영 때 제 부분을 찍었어요. 처음엔 앞부분만 생각하고 GV에서 제가 갖고 있었던 긴장과 충동을 시나리오에 담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것만으로 영화가 끝나기는 애매해서 어떻게 이 느낌을 이어갈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뒷부분을 쓰게 됐어요.


 



변영주: <우리들의 낙원>은 이 영화를 기획한 서울독립영화제가 가장 원했던 영화일거라고 생각을 해요. 왜 삽입작품으로 프랭크 카프라 영화를 선택하셨나요? 프랭크 카프라 영화는 저도 되게 좋아하고, 영화를 하고자 하는 지망생은 누구나 보지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의 독립영화 감독이 카프라를 인용한다는 것, 가장 미국적이고 상업적인 할리우드 감독의 영화를 선택한다는 지점이 되게 재밌었거든요.

 

김태진: 극장을 낭만적으로 그려내는 것에 대해서 여쭤보실 줄 알았는데 프랭크 카프라로 귀결되니까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답변을 쓸 수가 없게 되었네요.(웃음) 처음에는 극장에서 어떤 영화를 틀 지에 대해서 정해두지 않았어요. 기본적으로 생산직 반장 여성이 사라진 사원을 찾으러 가는 소동극을 쓰자는 생각이었고, 그럴 때 어떤 영화가 가장 좋을지 고민해보았습니다. 해당 영화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진 않겠지만 언급되었을 때 나름대로 이 영화 전체의 주제나 감상에 일조하는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더라고요. 그래서 한국 독립영화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도 하고 제가 좋아하는 여러 영화들을 떠올려봤어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프랭크 카프라의 영화를 가장 쉽게 정의할 수 있는 말이 가장 미국적이다라는 말이에요. 할리우드 엔딩처럼 엄청나게 많은 이항 대립 문제들이 마지막에 가서는 마법처럼 하나가 되어서 유토피아를 그리면서 끝나기 때문에요, 어떤 면에서 봤을 때는 비현실적이기도 하지만 오래된 시절의 추억들, 낭만들에 향수를 느끼기 때문에 또 마음이 애틋한 영화라는 생각도 해요. 저도 한동안 굉장히 염세적이고 비판적인 영화들을 좋아하다가 이 영화를 만들기 직전에 우연히 카프라의 영화를 극장에 와서 보게 되었어요. 그 때 영화를 새롭게 보게 되더라고요. 영화라는 게 현실세계 안에서 대항하고 저항하는 역할도 하지만, 우리들이 어린 시절에 극장에 와서 만났던 순수도 영화의 한 부분이 되지 않을까, 특히 그런 영화들이 민철이라는 아이에게는 굉장히 감명 깊게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관객: 김태진 감독님께 질문 드리고 싶은데요. 서현우 배우가 맡은 정우의 캐릭터 설정을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해요. 극중에서 혼모노라고 일본어로 말을 하는데요. 영화에 전혀 관심이 없는 개그 캐릭터로 기용을 하신건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혹시 서현우 배우님이 어떤 생각으로 연기를 하셨는지 알고 계신다면 그것도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태진기본적으로 이 영화를 소동극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영화 속 각자의 역할들을 두었어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유머를 담당하는 역할로 정우라는 캐릭터가 필요했던 것이 사실이구요. 하지만 캐릭터를 구체화하는 단계에서 많은 생각들을 했어요. 직업이나 성별, 나이를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었는데 특히 게임에 빠져 심취한 BJ라는 설정을 가지게 된 것은, 정우도 말마따나 혼모노잖아요? 한 분야에 굉장히 미쳐있는, 영화인에게는 시네필이라는 말과 동일한 거죠. 그런데 그 사람은 게임에 심취해 있으면서 영화에 심취한 사람에게는 비관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어요. 그런 부분이 재미있는 요소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서현우 배우님과는 첫 미팅 때 무려 18시간정도 대화를 하게 되었어요. 한 두 시간 정도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밥도 먹고 공연도 보고 술도 마시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서현우 배우님이 좀 숨기셨지만 게임 덕후시더라고요. 그래서 많이 조언을 해주셨어요. 캐릭터의 현실적인 요소나 유머의 상당수를 배우님이 준비해주셔서 저는 메소드 연기라고 생각해봅니다.

 


관객: 유지영 감독님께 질문이 있는데요. 영화가 전체적으로 고전 공포영화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영화 시작이랑 끝에서 현관 구멍으로 우유를 집어가는 장면이 웃기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장면이라고 느껴졌거든요. 연출하신 의도가 궁금합니다.

 

유지영이 영화의 주제와 맞물린 키 이미지 같은 건데, 처음에 손이 나와서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갈망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거든요. 마지막에는 그게 변주가 되어서 다 그렇게 누군가를 찾고 있지만 각자의 생활공간에 갇혀있는 느낌이고요. 선미가 극장에 들어갔을 때 다들 혼자 있잖아요. 그것도 섬처럼 외로이 앉아 있는 이미지인 것 같아요.

 

 



관객: 영화 속 극장들을 어떻게 선정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유지영저는 사실 영화광이 아니고, 어릴 때도 거의 영화를 안 봤어요. 대학교 들어가서 어머니가 좀 많이 아프셨는데,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무기력한 상태에서 2년 정도 탐욕스럽게 영화를 봤어요. 평생 살면서 멀티플렉스에서 본 것보다 그 시절에 대구의 동성아트홀이라는 예술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횟수가 몇 배는 많기 때문에 저한테 극장이란 이미지는 동성아트홀이거든요. 전 대구 토박이이기 때문에 사실 거기서 찍고 싶었어요. 그런데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내려와보니 40년 가까이 극장을 운영하셨던 사장님은 그만두시고 완전히 리모델링이 된 거에요. 선택지는 오오극장밖에 없었어요. 멀티플렉스는 저에게 극장으로서의 무드를 전혀 주지 못하고, 변해버린 동성아트홀은 찍을 수가 없고요. 요새 복합에무시네마나 오오극장처럼 카페를 겸한 복합문화공간 같은 곳들이 많잖아요. 현대적인 느낌도 반영할 수 있겠다고 생각을 해서 오오극장을 선택했습니다.

 

정가영: 저는 강남구 신사 쪽에 위치한 이봄시어터 라는 극장에서 영화를 찍게 되었는데요. 제 데뷔작 <비치 온 더 비치>를 개봉하고 이봄시어터에서도 GV를 했어요. 그날 배급사 직원 분이랑 같이 갔는데 관객이 한 분 계시다는 거예요. 그 한 분 마저도 GV가 있는지 모르셨는지 영화가 끝나고 나가시려는 걸 저희가 붙잡아 가지고 1:1 GV를 했거든요. 그런 각별한 기억이 있고, 지금은 관객이 많은 것 같은데 그 당시만 해도 관객이 더 없었어요. 어떻게 운영이 되는 걸까 궁금할 정도로, 그래서 촬영하기에 가장 적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가 촬영을 하려고 장소섭외를 할 때 대관료를 되게 싸게 해 주시더라고요. 촬영에도 협조적이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다음 주에 이봄시어터에서 <너와 극장에서> GV를 해요. 그때도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변영주: 저도 동성아트홀에 대한 기억이 있는데, 20세기 일이에요.(웃음) <낮은 목소리>를 동성아트홀에서 틀어서 서울에서 간 거예요. GV를 하러 간 건 아니고 그때만 해도 필름으로 상영할 때니까 영사기랑 다 들고가서 상영을 했는데 관객이 딱 한 분 오셨어요. 그래서 저도 영화 끝나고 직접 커피를 타서 주면서 GV를 한 10분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아마 독립영화를 만들어서 GV를 하는 감독들이라면 무대에 있는 사람보다 앉아 계시는 관객분이 더 적은 경험들은 한 번씩은 하니까요.

 

김태진사실 저도 개인적인 극장들을 먼저 생각을 하긴 했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제가 좋아한 극장들이 다 없어졌거든요. 그래서 남아있는 곳들 중에 생각해보니 서울아트시네마는 일단 한국에서 유일한 시네마테크 전용관이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다가 현재 여건도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에 이야기면으로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낙원에 대한 기본적인 의미를 차치하더라도 위치가 서울극장 내부 3층에, 인디스페이스라는 비슷한 성격의 극장 옆에 있다보니 사람들이 잘 모르더라고요. 영화를 찍고 GV를 하면서도 느꼈는데 사람들은 서울아트시네마라는 곳이 서울극장이 가지고 있는 일종의 ‘CGV 아트하우스같은 극장이라고 생각을 하더라고요. 운영하는 독립된 주체가 있는 극장이 아니라요. 그런 정체성이 제가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에 장치가 되었고, 길을 찾기 어려운 곳이라는 것도 이유입니다.

 

변영주: 결국 이 영화의 기획주체는 서울독립영화제이고 한국독립영화협회인데 아무도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는 촬영하지 않았다는 거.(웃음)

 




관객: 유지영 감독님께 질문하고 싶은데 영화를 흑백으로 하신 이유가 따로 있나요?

 

유지영그냥 시나리오 쓸 때부터 제 머릿속 이미지가 흑백이였어요. 직관적인 것에 의존해서 판단하는 편인데 이 영화는 플랫하고 반복되는 일상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단조로움을 살리기 위해서 흑백이 맞다고 생각을 했어요. 촬영 감독님 역시 동의했기 때문에 찍을 때부터 흑백으로 찍었습니다.

 


관객: 저는 김예은 배우님께 여쭙고 싶은데요. 영화를 보면 미로처럼 되어있는 골목에 갇혀서 계속 빙빙도는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그 장면을 보다 보니 관객인 저도 답답하고 때론 단절감을 느끼기도 하는데요. 그 장면을 찍을 때 촬영 시간이 어느 정도였는지, 촬영할 때 배우님이 느꼈던 감정은 어떤 것이었을 지 궁금합니다.

 

김예은: 하루 만에 찍었고요, 아마 관객 분들도 비슷하게 느끼실 텐데 찍으면서 구간마다 감정이 달랐어요. 제가 길치여서 실제로 길을 잘 잃어버리거든요. 상상만 해도 미치겠는데 정말 짜증나고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는 감정으로 연기했던 것 같아요.

 


관객: 김태진 감독님께 민철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은데요. 글을 쓰고싶어 하지만 현실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결국 작품이 당선되었는데 사라졌잖아요. 꿈과 현실에 대해 갈팡질팡 하다가 도망친 것 같은데, 이유가 궁금해요.

 

김태진민철이라는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저를 바탕에 두고 만들었지만, 영화를 좋아하는데 영화를 만들거나 다양하게 향유하는 법은 잘 모르는 사람으로 상상을 하고 시작을 했어요. 나름대로 노력하고 영화를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어디서부터 영화를 시작해야하는지 몰라서 방황하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생각하면서 썼어요. 민철은 영화잡지에서 비평가를 모집하는 공모에 도전했고 이번에는 당선이 된 거에요. 근데 이 사실을 본인은 모른 채로 시간이 가니까 결국에는 그 사람을 찾겠다고 사람들이 직접 이 극장까지 당도하게 된 거죠. 민철이 그 모든 사실과 사람들을 한 번에 알게 되면서 일종의 충격을 넘어선 공포를 마주하는 장르적인 상상을 한 것 같습니다.

 




변영주: 저 역시도 세 분의 감독, 배우님들의 팬으로서 다음 작품 계획이 궁금한데 말씀 부탁드립니다.

 

유지영저는 <수성못>을 개봉 후 한 일주일 쉬다가 <너와 극장에서>를 개봉했어요. 일단 바쁘게 홍보활동을 할거고요. 사실은 하기로 한 시나리오 작업아 있는데, 제가 너무 소진되어버렸다는 느낌을 받아서 잠시 저만의 휴가를 떠나려고 하고 있고요. 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습니다. 더불어 <내가 사는 세상>이라는 내년에 개봉하는데 제가 배우로 잠깐 나와요. 정가영 감독님 못지않게 몇 편 출연하고 있습니다.(웃음) 봐주시길 바랍니다.

 

김예은: 미장센단편영화제와 정동진독립영화제에서 <그 새끼를 죽였어야 했는데>라는 제목의 단편영화를 하나 상영할 것 같고요. 시간 되신다면 오셔서 영화를 재밌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요즘 열심히 이것저것 계발을 하고 있어요. 춤도 추고 노래도 듣고 영화도 많이 보고 책도 많이 읽고 운동도 열심히 해보려고 하고. 제 자신을 건강하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건강한 모습으로 앞으로도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문혜인: 저는 일단 준비 중인 영화가 있고 다가오는 것들을 하나하나 잘 맞이하려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고요. <혜영>이라고 작년에 찍었던 단편이 있는데, 오래된 연인에 대한 이야기예요. 그 작품의 프리퀄이 될 영화 촬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완성되면 관심 가지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정가영: <너와 극장에서> 개봉했으니까 열심히 홍보활동도 하고 관객 분들 많이 만났으면 좋겠고요. 하반기에 <밤치기>라는 저의 두 번째 장편이 개봉을 할 예정이에요. 상업영화든 독립영화든 에너지 넘칠 때 하고 싶어서 열심히 준비 중이고, 빨리 찍고 싶습니다. ‘가영정이라는 제 유투브 채널이 있는데요. 제가 찍은 단편영화들을 쭉 올려놨어요. 많이 구독해주시고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감사했고 조심히 들어가세요.

 

이태경저도 <너와 극장에서> 개봉 홍보에 최대한 참여하면서 지낼 것 같고요. 하반기에 <죄 많은 소녀>라는 작품이 개봉하게 되었어요. 일이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어서 뭘 한다고는 못하겠지만 들어오는 대로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김태진저도 <너와 극장에서> 홍보 열심히 할 계획이고요. 새로운 영화를 찍을 준비를 하고 있어요. 전혀 찍어본 적 없는 주제와 장르에 빠져있어서 정신이 좀 오락가락한데, 빠른 시일 내로 영화를 찍어서 다른 자리에서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박현영: 저는 월드컵을 시청할 거고요. 촬영이 연기되었던 단편들 몇 개를 하반기에 촬영할 것 같고, 작년 말에 찍었던 장편이 곧 상영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하고, 저희 영화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지현: 저는 9월쯤에 장우진 감독님과 같이했던 <춘천 춘천><새출발>이라는 영화가 각각 2년과 4년의 시간을 돌아서 개봉을 하게 될 것 같아요. 그때 또 인사드릴게요, 성실하게 해서 좋은 작품에서 인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날씨가 많이 더워진다고 하니까 물 많이 드시고 건강 챙기시길 바랍니다. 오늘 끝까지 계셔 주셔서 감사합니다.

 

변영주이 영화를 한국 독립영화의 힘을 보여주는, 잘난 척의 프리퀄 같은 느낌으로 봐 주신다면 좋겠습니다. 영화제에서 지원을 해서 옴니버스로 만든 영화가 이정도로 짜임새가 있을 수 있을까요. 더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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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5 소소대담] 역사 다큐멘터리의 기능과 의문점에 대해서 


참석자: 오채영, 윤영지,  권소연, 최대한, 김민기
('소소대담'은 매달 진행되는 인디즈 정기 모임 중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대한 님의 글입니다.







[리뷰]  <클레어의 카메라심원적 리얼리즘에서 윤리적 괴리감을 마주한 순간 (Click!) 


 

최대한 : 흔히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변화한다는 이야기를 하잖아요. 보통 이분법적으로 초기의 영화와 후기의 영화들로 나누는데, <클레어의 카메라>를 기점으로 감독 본인의 자아에 대해 성찰하는 새로운 색깔의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후 작품은 어떤 영화일지 궁금해요.

 

오채영 : 저는 영화에 자기 투영성이 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또한 영화의 자기 투영성은 캐스팅을 통해 완성되었다고 생각해요. 특히 정진영 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이었어요.

 

윤영지 :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저를 매료시켰던 부분이 자기 투영성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러한 자기 투영성이 오히려 이전의 전작들보다 얕아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내에서 다양한 해석의 지점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리뷰] <해원> : 아직 과거가 되지 못한 과거들 (Click!)



윤영지 저는 <해원>을 보면서 작가가 추구하는 목적성에 대해 주목했어요. <해원>은 우리 사회에 문제를 던질 수 있는 동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해원>처럼 영화 자체가 과거 청산 혹은 운동의 성격을 가지고 있을 때, 영화 자체에 대해서 어떠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혼란스러워요.

 

최대한 : 개인적으로 <해원>이라는 다큐멘터리가 다루는 소재가 인상적이었어요. 앞으로 우리나라가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들에 대해 숙제들 던져줬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영화 자체가 인터뷰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다큐멘터리가 가지는 재현성의 미흡했다는 점은 아쉬웠어요.

 

 




[리뷰] <5.18 힌츠페터 스토리> : 한국 현대사와 카메라 존재의 이유 (Click!)


 

최대한 : 영화 자체가 과거 역사의 청산에 초점을 뒀지만, 개인적으로 카메라라는 매체가 가지는 힘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된 영화였어요. 힌츠페터의 카메라가 없었다면, 역사 속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어떻게 기록 되었을지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해서, 한국 근현대사에서 카메라라는 매체가 가치가 빛을 발휘하고 증명한 순간이라고 느꼈어요. 카메라가 있었기에, 우리나라의 민주화도 이룩될 수 있었고, 피해자들의 고통에 대해 세상에 드러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 영화 덕분에 카메라가 가지는 특별한 힘에 대해 몸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민기 : <5.18 힌츠페터 스토리>의 장영주 감독이나 <해원>의 구자환 감독의 경우에 일반적인 감독 출신이 아니라, 기자 출신인걸로 알고 있어요. 기자 출신이라는 점에서 영화가 가지는 매체적 힘 혹은 사회에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에 포커스를 맞춘 반면, 카메라의 미학적인 관점에서 이 두 영화는 좀 아쉽다고 생각해요.

 

 



 

[리뷰] <서산개척단> : 번역물로서 다큐멘터리 영화 (Click!)

[인디토크 기록] <서산개척단> : 진실을 마주하는 어려움에 대하여 (Click!)

 


권소연 : 전주영화제에서 <서산개척단>GV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피해자 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었어요. 영화 속에 담긴 서산개척단 사건은 일부일 뿐이고 더 많은 분들에게 사건을 진상을 알리고 싶어 하셨어요. 또한 이 때 GV에서 많은 피해자 분들이 눈물을 흘리시고 감독님을 비롯한 스태프들도 눈물을 흘렸는데, 그 때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감정과 힘을 느낄 수 있었어요.

 

윤영지 : 이 영화가 감정을 축적하는 방식이 대단히 사려 깊다고 느꼈어요. 관객들에게 서산개척단 사건의 피해자들의 감정이 전달하기 위한, 영화적 장치들과 단계들이 섬세했고, 이로 인해 다수의 관객과 비평단으로부터 좋은 호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리뷰] <오목소녀> : 우리는 모두 조금 부족한 사람들 (Click!)

[인디토크 기록] <오목소녀> : 거대하고 대단하지 않을 지라도, 그래도 좋아해 (Click!)

 


오채영 <오목소녀>를 연출한 백승화 감독이 다루는 소재와 시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항상 주류보다 마이너한 소재를 다루고, 남들이 보기에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경보 혹은 오목에 심오한 철학을 담고 이를 영화로 만든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고, 신선하다고 생각해요. 또한 자막, 효과음, 빠른 줌인 아웃 등 예능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영화를 연출하는 방식도 신선했어요.

 

최대한 : 의식의 흐름에 따라 연출되는 듯한 장면들이 유머러스하고, 이러한 점이 관객들을 매료시킨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오목을 소재로 두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오목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없다는 점이 아쉬워요.


김민기 : 웹드라마 버전에는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오목에 대한 꼭지 영상이 들어가요. 극장 버전과 차이가 있는 거죠.

 

윤영지 : 말씀하신 것처럼 <오목소녀>의 경우에 극장 상영과 동시에 웹드라마로도 공개되어 다양한 플랫폼으로 볼 수 있어요. <오목소녀>는 영화의 관람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지표인 영화라고 생각하고, 영화 시장의 흐름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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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와 극장에서>  한줄 관람평


권소연 | 극장에서 마주친 기억들 꺼내 보기

이수연 | 장소로써 영화를 추억하며

박마리솔 <너와 극장에서>는 극장에서 너와

임종우 | 동시대 영화문화에 대한 재치있는 재해석

최대한 | 무기력한 일상 속에 극장이 주는 엔돌핀이란

오채영 | 스크린만 응시하던 극장에서 맞은 편에 앉은 타인을 마주하는 이상한 체험






 <너와 극장에서 리뷰 : <너와 극장에서>는 극장에서 너와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마리솔 님의 글입니다. 




극장을 주제로 세 가지 에피소드가 옴니버스로 펼쳐지는 <너와 극장에서>. 극장, 그 중에서도 대형 상업영화관보다는 독립예술영화전용관 특유의 공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객석이 꽉 차지 않아 주위에 앉은 다른 관객들의 웃음과 눈물이 더 많이 보이고, 영화가 끝나면 아직은 영화 속에 머물러 있는 얼굴들이 시야에 들어오는 그런 극장 말이다.

 




<극장 쪽으로>

먼저 <극장 쪽으로>는 세 에피소드 중 유일한 흑백으로, 영화 속 상황과 맞물려 보는 이의 향수를 자극하는 묘한 힘이 있다. 영화는 우유투입구 사이로 팔을 뻗는 손이 우유 한 곽을 집어 드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누군가에게는 아주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행위지만 그것을 현관문 바깥문에서 보고 있자니 어쩐지 기이한 느낌이 든다. 매일 아침으로 토스트와 우유를, 점심으로 오므라이스를 먹는 주인공 선미극장에서 만나자는 누군가의 쪽지를 발견하고 설렘을 느낀다. 알쏭달쏭한 데이트신청에 설레어 할 만큼 선미의 외로움이 드러나고, 만남의 장소가 극장이라는 이유로 그 설렘과 외로움은 극대화된다. 영화시작 두 시간 전부터 무턱대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동안 길을 잃고 휴대폰을 깜빡하는 선미의 행동이 납득되기도 한다. 극장이기 때문이다.





<극장에서 한 생각>

영화 상영 후 GV를 몇 번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객석으로부터 예측 불가능하거나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 던져졌을 때 감독 혹은 배우가 짓는 표정을. 그것은 때때로 무례하고 불쾌한데, 영화를 만든 정가영 감독은 이것이 너무도 불편하다고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태연하고 솔직한 태도로 말이다. ‘실화냐는 질문 좀 그만하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고, 모르면 모른다고 대답하는 영화 속 가영은 과연 정가영 감독다운 캐릭터다. 상상 속에서만 존재할 것 같은 생각들을 입 밖으로 내뱉고, 좋고 싫음을 분명히 말하는 감독의 화법은 통쾌하고 유쾌한 구석이 있다. 영화는 가영의 GV를 카메라의 시선을 통해 따라가면서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드는데,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배신감이 느껴질 만큼 보란 듯이 그 착각을 무너뜨린다. 극장이기 때문에 가능한, 불가능한 생각이 실현되는 순간이다.





<우리들의 낙원>

마지막 에피소드 <우리들의 낙원>은 관객의 전사를 그린 영화이다. 내 옆에 앉아 있는 다른 관객이 궁금해서 시작된 영화일 것이다. 다른 시간과 다른 공간에서 출발해 같은 극장, 같은 영화를 보기까지 각각의 관객들이 어떤 이야기를 갖고 있는지 보여준다. 낙원상가를 지나 영화관에 도착하는 시퀀스의 나열을 보며 낙원영화'가 결합되는 순간을 찾는 재미도 있다. 주인공 은정은 직장동료인 민철을 찾으러 극장으로 간다. 민철을 찾기 위해 또 다른 이들이 각기 다른 이유를 가지고 극장에 도착한다. 그러나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 영화를 제외한 모든 상황과 생각은 잠시 멈춘다.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던 상사의 연락을 과감히 끊어내는 은정의 모습에서 극장은 일종의 도피처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영화가 끝나면 이 영화를 본 다른 누군가의 소회가 궁금해진다. 극장에 얽힌 어떤 추억이 있는지 듣고 싶어진다. 그러니 <너와 극장에서>는 극장에서, 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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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있어 가능하다  인디돌잔치 <델타 보이즈>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6월 28일(화)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고봉수 감독 | 배우 백승환, 신민재, 김충길

진행 김현민 영화저널리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임종우 님의 글입니다. 




이번 인디돌잔치는 이례적이었다. 정확히 1년 간격을 두고 고봉수 사단의 영화 두 편이 개봉되었기 때문이다. <튼튼이의 모험> 상영에 이어 바로 <델타 보이즈> 인디돌잔치가 이루어졌다. 두 편의 영화는 완벽하지 않지만 완전하다. 배우, 대사, 행동, 헤어스타일, 공간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성립되지 않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 완전함은 우연이지만 필연이다. 인디돌잔치 현장도 그랬다. 감독과 배우 그리고 수많은 관객이 함께한, 무엇보다 이들이 있어가능했던 이야기를 전한다. 진행은 김현민 영화저널리스트가 맡았다.

 






김현민 저널리스트 (이하 김현민): 오늘 <델타 보이즈> 인디돌잔치에 와주신 관객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먼저 인사 부탁드립니다.

 

고봉수 감독 (이하 고봉수): 안녕하세요. <델타 보이즈> 연출한 고봉수입니다.

 

백승환 배우 (이하 백승환): 안녕하세요. 강일록 역의 백승환입니다.

 

신민재 배우 (이하 신민재): 안녕하세요. 최대용 역할을 맡은 신민재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김충길 배우 (이하 김충길): 노준세 역할을 연기한 김충길입니다. 안녕하세요.

 

김현민: 개봉 일 년 만에 또 다른 작품이 개봉했어요. 오늘 이 자리가 감독님에게는 남다를 것 같아요.

 

고봉수: 오늘 기분이 남다르고요. 좋습니다.

 

백승환: 작년에 여기서 종영 GV 했었는데 일 년 만에 다시 와 영화 보신 분들과 얘기 나누게 되어 기쁩니다.

 

신민재저는 종영 GV에 참석하지 못했어요. 마음 한 켠에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렇게 지금 얘기 나눌 수 있어 기쁩니다.

 

김충길: 작년에 인디스페이스에서 시사회도 하고, 개봉준비도 했어요. 단편영화도 처음 상영했던 곳이 인디스페이스인데요, 감회가 새롭습니다.

 





김현민: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느낌을 떠올려보면, 의문이 자꾸 들었어요. 노래 언제 하지? 왜 이렇게 라면을 많이 먹지? 머리가 왜 다 이상하지? <델타 보이즈>는 호흡이 긴 영화이고 컷 하나하나가 매우 길어요. 동시에 잔잔한 느낌도 있고요. 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아요. 자연스레 영화에 녹아드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배우들의 좋은 연기와 사실적인 공기 덕분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너절하고 한심한 청년들의 이야기라 생각했지만, 대책 없이 끌려들어 사랑에 빠지더라고요.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애정 어린 시선으로 영화를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다른 장치를 사용할 수 없는 영화이기도 해요. 아주 작은 제작비로 만들기도 했고요. 감독님이 연출, 각본, 촬영, 편집까지 모두 도맡아 하고 배우들이 직접 영화에 투자도 했어요. 그래서 이 영화는 캐릭터가 아주 중요합니다. 캐릭터가 영화를 이끌어 간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런 의미에서 의상과 헤어도 중요해요.

 

백승환: 원래 저의 레게머리는 계획에 없었어요. 나머지 배우 분들이 너무 화려하니 저에게도 강렬한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머리를 저렇게 하니까 사람들이 음악 하냐고 많이 물어보더라고요. 설명하기 귀찮아 맞다고 했답니다.

 

신민재: 최대용 역의 머리는 감독님이 원하는 대로 했어요. 감독님께서 최대용의 헤어스타일은 시대에 뒤떨어지고 촌스러운 캐릭터를 보여주는 장치라 했고, 무엇보다 헤어스타일로 먼저 웃겼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헤어스타일이 최대용의 삶을 보여주길 원했어요.

 

김충길: 저는 독특한 헤어스타일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준세가 열정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 그냥 평범하게 촬영장에 갔어요. 제가 그 당시 검은 색 티셔츠와 검은 색 반바지에 슬리퍼만 신고 다녔었거든요. 감독님이 제 모습을 보고 그렇게 계속 영화에 나오라 했어요.

 

김현민: 준세라는 역할은 어떻게 보면 가장 어려운 역할입니다. 왜냐하면 준세에게는 특징적인 것이 없고 영화에서 가장 평범하고 현실적인 인물이라서요. 하지만 아내와 싸우는 장면에서는 입체적으로 연기하고 있다 생각했습니다.

 

김충길: 연기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어요. 가끔 저는 나이 들어가는데 계속 연기하는 제 자신이 현실감각이 없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어느 순간 이분들(고봉수, 신민재, 백승환)을 보고 있으면 지금 뭐 하는 거지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웃음) 정작 나도 여기 같이 있는데 말이에요. 나이는 들었는데 돈은 못 벌고 영화를 만들겠다고 모여 있는 현실과 돈은 못벌고 노래를 하겠다고 모여 있는 <델타 보이즈> 속 상황이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이 느낌을 가지고 연기했던 것 같아요.

 

고봉수: 메소드 연기자예요.(웃음)

 

김현민: 용각산 장면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페이소스가 느껴져 가슴이 찢어지더라고요. 어떻게 만들어진 장면인가요?

 

신민재: 촬영하기 전부터 감독님이 용각산을 용가리처럼 뿜는 장면을 만들어보자 제안했어요. 그래서 한 번 시도해봤는데 저렇게 많이 나올 줄 몰랐습니다. 신기하게 용각산이라는 약도 최대용이라는 캐릭터와 잘 어울립니다. 늘 같은 케이스 안에 담겨 있잖아요? 감독님의 아이디어가 놀라웠어요.

 

김현민: 대용은 왜 자꾸 먹을 것을 가지고 다니는 걸까요?

 

신민재: 그 사람의 최선인 것 같아요. 대용의 음식은 그가 동료들을 얼마나 생각하는지 보여줍니다. 동료에 대한 마음이 음식에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봉수: 실제로 되게 배고팠어요. 촬영 중에 먹는 장면을 넣었어야 했습니다. 영화에 나온 게 다 촬영 현장 식사 메뉴였습니다.

 





김현민: 일록이란 역할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전형적인 리더형이에요. 상냥하지 않지만 상냥하고 모든 일에 책임지려 하고 동시에 내면에 울분이 가득 차 있는 인물입니다. 감독이 가장 이입하고 있는 캐릭터가 있다면 바로 일록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백승환: 감독님과 저희는 함께 단편영화를 여러 차례 찍었어요. 그래서 감독님은 제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아는 것 같아요. 그냥 일록은 저답게 표현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이 인물이 감독을 대변할 수 있겠다 생각했지만 정작 촬영할 때는 그냥 저처럼 했습니다.

 

김현민: 준세의 아내 역할을 맡은 윤지혜 배우도 인상적이었어요. <델타 보이즈>가 데뷔작이죠?

 

고봉수: 교회 캠프에 갔다가 윤지혜 배우가 간증하는 걸 봤어요. 간증이 10분 정도 이루어졌는데, 그게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언변이 뛰어나더라고요. 그 때 전화해서 출연 요청했어요.

 

김현민: 캐스팅이 특별하네요. 신민재 배우님은 이 영화에서 악센트와 같은 인물이라 생각했습니다. 영화의 리듬을 만드는 분이고요. 코미디 감각이 뛰어나고 애드리브도 정말 잘 하는 것 같아요.

 

신민재: 감사합니다. 연기할 때 제가 중시하는 건 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에요. 독백 장면의 경우도 그저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었어요.

 

김현민: 감독님이 배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생각했어요. 배우 네 분에게 각자 클라이막스를 제공했기 때문이에요. 대용의 독백 장면도 그 중 하나였어요. 안정적이었고 구태의연하거나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신민재: 대용이 김병지 머리를 했기 때문에 그 헤어스타일을 선택한 이유에 대한 설명 정도는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김병지 선수에 대한 제 생각을 넣어보았고 제 어렸을 때 이야기를 조금 바꾸어 대사에 넣었어요. 그 장면이 부담스러웠던 건 사실이에요. 어찌되었든 감독님이 저를 믿어준다는 사실이 고마웠습니다.

 



 

김현민: 9회차 촬영에 두 시간 길이의 장편을 만들어냈어요. 사실 <델타 보이즈>B급 코미디 영화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구조적으로도 설계가 잘 된 안정적인 정극 영화거든요. 다만 코미디 터치가 독특할 뿐이지요. 어느 누구도 웃기기 위해 노력하지 않습니다. 늘 자기 입장,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B급 코미디라는 레이블이 오히려 영화의 가능성을 축소시키고 있다 생각했습니다. 이제 관객 분들 이야기 들어볼게요.

 


관객: 저에게 <델타 보이즈>는 슬픈 영화였습니다. 저도 연기를 전공했고, 연기를 접으려 했는데 힘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신민재: 저도 사실 <델타 보이즈>가 코미디로 분류될 줄 몰랐습니다. 저에게도 처절하고 가슴이 많이 아픈 영화인데 저희 진심이 전달된 것 같아 감사합니다.

 


관객: 중요한 장면에 교회가 등장해요. ‘너희들 결국 실패할 줄 알았다와 같은 신의 계시를 은유한 건가요? 그리고 신민재 배우님께 '슈퍼스타 K'나 '쇼 미 더 머니' 등 오디션 프로그램을 영화 안에서 언급하는 이유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고봉수: 영화에 등장하는 '로고스교회'의 경우, 로케이션을 선정하고 카메라로 찍다보니 교회가 있더라고요. 교회 분들도 질문주신 관객분과 같은 해석을 많이 하시더군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현민: 실제로 영화 제작하는 데 교회의 도움을 많이 받았나요?

 

고봉수: 교회 분들이 많이 영화에 출연하셨어요. 생선가게 사장님, 공장 매형 모두 교회 집사님들이에요.

 

김현민: 매형 역 배우분이 정말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델타 보이즈>는 캐스팅의 승리 같은 영화예요. 심지어 놀이터에서 지나가는 아이조차 연기를 잘하고 예건과 수다 떠는 버스 기사도 연기를 잘 하더라고요.

 

고봉수: 그 버스기사님은 사실 제 삼촌입니다.

 

신민재: 오디션 프로그램을 많이 언급한 건 의도치 않은 거예요. 듣고보니 제가 오디션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 살았네. 오디션은 저에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니까요. 그 대사는 나름 제 개그코드였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배우로서 행복합니다.

 




관객: 오늘 사전정보 없이 극장에 와서 영화를 봤습니다. 저는 야구연습장 씬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아무 대사도 없이 메시지를 가득 담은 것 같아서요. 영화 안에서 몇 안 되는 속 시원한 장면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감독님께서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었는지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고봉수: 간단하게 답변해도 되지요? 극복입니다.

 

신민재: 그 장면이 일록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했는데, 속 시원하게 야구공을 치지도 못해요. 치는 공이 홈런성 타구도 아니고 파울이거나 땅볼이라는 점이 <델타 보이즈>와 어울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백승환: 저 원래 야구 잘 하거든요. 그런데 그날따라 유난히 공이 잘 안 맞더라고요. 하지만 이런 상황이 영화적으로 잘 어울렸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보면서 하려고 해도 잘 안 맞는 게 인생이구나느꼈습니다.

 

신민재: 그 씬 촬영할 때만 제외하고 촬영하는 날이 모두 맑았거든요. 불운에 대해 이야기하는 씬에서 딱 비가 와서 놀랐어요.

 

백승환: 그런데 대용의 대사가 너무 웃겼어요! 애드리브이니까요. 촬영을 못할 정도로 웃겼습니다.

 

신민재: 분명 슬픈 장면이었거든요. 비까지 오고 마음은 아픈데 이 친구는 계속 웃으려고 하는 거예요.

 

백승환: 다시 보시면 알겠지만 저는 웃음을 참고 있어요.

 

김현민: 그런 모습까지도 캐릭터와 어울리는 것 같아요. 냉소적이죠.

 

신민재: ‘나는 왜 이렇게 재수가 없지’, ‘그래서 내 주변인까지 재수가 없는 게 아닐까?’ 생각했거든요. 저만 하는 생각이 아닐 거예요.

 

김현민: 4분이 넘는 시간동안 지속되는 대용의 독백에 깊이 공감했어요. 누구나 자신이 쓸모 있는 사람이었으면 하고,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일을 하고 싶다 생각하잖아요. 연기를 하면서 힘든 일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제가 듣기로 <델타 보이즈> 전까지 수많은 오디션을 보셨다고요. 어떤 감정과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는지 듣고 싶습니다.

 

신민재: 사실 대다수의 삶이 그래요.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주변에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들의 존재가 제 원동력이고요. <델타 보이즈>라는 영화도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말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백승환: 배우이든 아니든 하고 싶은 것을 좇다 보면 현실에 부딪쳐 그만두고 싶은 때가 오는데요, 저의 경우 군대를 제대할 때 그랬던 것 같아요. 다행히도 옆에 있는 신민재, 김충길 배우 때문에 그만두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용기를 주고 저를 많이 믿어주었어요. 주변에 좋은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그 힘으로 지금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돌아갈 수 없더라고요. 할 줄 아는 것도 연기 하나니까요. 그때부터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응원의 힘이 컸던 것 같아요.

 

김충길: 저에겐 대단한 이유나 특별한 계기가 없어요. 만약 제가 결혼을 앞두거나 어떤 이유가 있다면 연기를 그만두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델타 보이즈>가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고 개봉까지 했지만 사실 제 인생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여전히 가난하고 여전히 오디션을 보고 있어요.

 



김현민: 다음 작품 계획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영화가 될까요?

 

고봉수: 액션 영화입니다. 감사하게도 같이 작업하자고 하는 분이 있어서 규모가 커질 것 같아요. 제 특유의 코미디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프로듀서와 많이 싸우고 있어요.

 


백승환: 종영 GV 때 네 분이 오셨어요. 그 중 한 분이 이 영화를 사십 번 넘게 보셨대요. 소감을 한마디 해주셨는데, ‘2017년 여름은 자기에게 <델타 보이즈>로 기억될 것 같다하시더라고요. 그 때 어떤 사람에게 어떤 영화는 정말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좋은 영화에서 좋은 연기를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어요인디스페이스에서 좋은 일이 유독 많이 있었어요. 인디돌잔치로 또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업으로 다양한 모습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신민재: 감사합니다. 비도 많이 오는데 여기까지 오시고 저희 영화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종영 GV에 참여하지 못했는데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기쁩니다. 좋은 연기를 계속 해 여러분께 즐거움을 드리는 게 제 일인 것 같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앞으로 열심히 살면서 계속 관객 분들께 표현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충길: 앞으로의 활동 많이 기대해주세요. 평일 저녁에 시간 내는 것이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이렇게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제가 <델타 보이즈>를 처음 봤을 때 잘 하지 못해도 도전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받았어요. 다른 관객 분들도 이러한 메시지를 조금이라도 느끼셨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고봉수이렇게 사랑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아요.

 

김현민고봉수 감독님이 연출하고 세 배우님이 출연하는 <튼튼이의 모험>이 계속해서 상영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요. 오늘 자리해주신 관객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안녕히 돌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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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튼튼이의 모험 한줄 관람평


박마리솔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의 시간이 만들어낸 코미디

임종우 | 불안하고 흔들리는 현실 안에서도 결코 잃지 않는 유쾌함

최대한 | 간절할수록 역행하는 인생의 축소판

윤영지 | 살아있는 한 희망을 갖자

김민기 | 가족의 탄생






 <튼튼이의 모험 리뷰 : 가족의 탄생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기 님의 글입니다. 



<델타 보이즈>에 이어 매우 빠른 시간 안에 고봉수 감독의 새로운 영화가 나왔다. <튼튼이의 모험>은 감독의 스타일을 유지하며 같은 궤도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여전히 같은 배우들이 등장하고 영화의 인물들은 파괴된 일상을 살아간다. 별 재능도 없는 이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지만 도전은 무산되고 말 것이다.





이 영화는 끊임없이 폭력적인 상황을 연출한다. 언어적인 폭력에 물리적인 폭력까지 더해진다. 배우들의 리얼한 연기가 한층 더 폭력성을 가중시킨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흔히 우리가 마주하는 영화의 폭력성과는 다른 측면에 이 영화가 놓여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한 일상에서 마주하는 영화의 폭력은 무차별적이다. 걸핏하면 사람을 죽이고 때리고 부수는 영화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튼튼이의 모험>은 흔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충길과 진권, 혁준은 일상을 거세당한 자들이다. 홀로 레슬링을 준비하는 고등학생, 막노동을 하는 고등학생, 허구한 날 술을 마시는 고등학생이 일상적이지는 않다. 그들은 보통 사람들이 아는 현실과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다. 영화 내내 이들은 가족과 끊임없이 대립한다. 싸우고 또 싸우기를 반복한다. 지겨울 만큼 싸움은 지속적이다. 그들이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을 살길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충길과 관련된 그 어느 장면에도 어머니는 없다. 매일 소주를 마시며 아들 앞에서 마구 담배를 피우는 아버지만 있을 뿐이다. 진권의 장면에는 아버지가 없다. 필리핀인 어머니만 있을 뿐이다. 혁준에게는 부모가 없다. 미용실을 하는 누나와 한심해 보이는 형만 있을 뿐이다. 이들에게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정의 세계가 부재한다. 그들의 집은 어떤가. 낡은 브라운관 TV와 허름한 대문, 그리고 미용실에 딸린 작은 방만이 눈에 들어온다. 그들은 경제적으로도 빈곤하다. 충길과 진권, 혁준은 결코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다. 이 사회로부터 완전히 배제된 사람들에 가깝다. 이 영화는 그들의 삶의 한 단편을 떼어내 보여주고 있지만 그들의 삶이 어땠을지 혹은 앞으로 그들의 삶이 어떨지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과거에 대한 추억도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폭력적인 상황들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현재를 기대해본다. 재능도 실력도 없다는 걸 누구보다 스스로 잘 알지만 그들은 레슬링에 몸을 던진다. 어쩌면 정말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삶을 거의 파괴당한 것처럼 보이는 이들이 하나 둘 체육관에 모이기 시작한다. 티격태격 하긴 하지만 그들은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함께 훈련한다.

 




그런데 서로 끊임없는 비난과 말다툼을 반복하는 이들이 마치 가족처럼 보이는 것은 왜일까. 가족의 해체가 또 다른 가족의 결합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웃음으로 위장하기는 했지만 혁준의 싸움에 충길과 진권이 나서는 모습과 그 일로 인해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 진권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혁준의 모습이 진실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한 공간에 누워 한 이불을 덮고 밤새 싸우는 모습은 형제에 가까우니까.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겠지만 그들은 겨우 10대다.


이 이야기는 동화가 아니다. 걸핏하면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 아버지를 두었음에도 행복한 결말을 맞이 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누군가는 대회 자체가 좌절되고 누군가는 또다시 폭력으로 경기를 망쳐버리고 만다. 기적처럼 1승을 만들어냈다고 해도 그 다음은 허락되지 않는다. 이들이 마냥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이 영화는 동화가 되고 말 것이다. 그저 웃기에는 그들이 마주한 세계가 참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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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한줄 관람평


권소연 |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는 건 보는 사람의 시선

이수연 | 경이로운 삶은 우리가 짓는 표정 그 자체다

박마리솔 발견되거나 이야기되지 않았던 사람들과 장소들이 주는 감동

임종우 | 삶의 모든 것이 예술이 되는 날

최대한 | 비로소 이어진 아녜스 바르다의 과거와 현재

윤영지 | 예술이 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리뷰 : 예술이 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




*관객기자단 [인디즈] 윤영지 님의 글입니다.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에서 사진은 그것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재현된다. 프랑스 누벨바그 시대의 영화를 이끌었던 감독 아녜스 바르다와 젊은 작가 JR은 포토 트럭을 몰고 프랑스 곳곳을 다니며 사람들의 사진을 찍는다. 인화된 사진을 그들의 공간에, 사라져가는 공간에, 일상적인 공간에 크게 붙인다. 보잘것없었던, 아니 보잘것없어 보였던 사람들의 얼굴과 그들이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던 공간은 그 순간부터 작품이 된다.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아녜스 바르다와 JR이라는 인물들의 조합이다. 88세의 노장 감독 바르다와 33세의 젊은 작가 JR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달라 보인다. 나이도, 직업도, 외양도, 취향도 모두 다른 그들은 우선 서로를 존중한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나가며 서로가 하지 못하는 일들을 서로를 통해 가능케 한다. 바르다가 보는 흐릿한 세계와 JR이 선글라스 너머로 보는 시커먼 세계는 서로를 통해 뚜렷해지고 밝아진다.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는 가끔씩 버디 무비처럼 보이기도 하고, JR은 바르다의 오랜 동료 장 뤽 고다르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영화사적 측면이나 아녜스 바르다와 JR의 작품 활동 등은 영화를 보면서 일정 부분 짐작 가능하고, 알지 못한다고 해도 영화를 감상하는 데에 큰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은, 그들이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얼굴들과 공간들, 그리고 예술 행위는 그들이 그간 해왔던 작품 활동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얼굴들과 장소들은 바르다가 그간 만들어왔던 영화들을 반추한다. 그들은 우연성을 강조했지만, 결국 그들이 찾게 되는 얼굴들과 장소들은 결국 평소에 관심을 갖고 애정을 기울이던 것들이다. 그래서 그들이 담는 얼굴들은 평범하다. 그 얼굴들은 거리의 행인의 얼굴들이기도, 사라져가는 공간을 아직 떠받치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들이기도, 노동자의 얼굴들이기도, 때로는 그 노동자들의 아내의 얼굴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얼굴들은 거리를, 철거 예정 지역 주택의 외벽을, 공사장을, 컨테이너 박스를 채운다. 그렇게 언젠가 그들이 만나보았던, 아니 어쩌면 언젠가 우리가 만나보았던 얼굴들은 공간을 특정한 장소로 바꾸며 예술이 되고 작품이 된다. 그리고 그 이전에 자기 자신이 된다. 그러니까 결국 사진과 영화, 나아가 예술은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것이며 또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과 사회, 세계와 대화하고 나아가 역사와 대화하는 행위이다. 그리고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이라는 영화를 통해 표현된 것은 그러한 대화의 결과물들인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대화들은 결국 사랑으로 귀결된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주제는 사랑일 것이다.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한 영화이다. 그리고 이것은 예술이 할 수 있는, 예술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영화 속 가장 인상적이었던 항만 노동자들의 아내들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경이롭다. 그들의 전신사진을 아주 크게 인화해 쌓아 올린 컨테이너 박스에 붙인다. 그리고 사진의 심장 위치 칸을 비워두고 그들을 각자의 심장에 들어가 보도록 한다. 그 중 한 여성이 이야기한다. “제가 커지고 강해진 것 같아요.”라고. 사실 잘 모르겠다. 어떤 기호나 수식 같은 것이 필요한 것인지. 삶과 사람에 애정을 기울이고 사랑으로 그들과 함께하는 예술 행위 앞에서 꾸며진 감흥이나 정밀한 분석은 오히려 가끔 힘을 잃는다. 특별한 계층이나 예술에 대한 학문적 기반 없이도 사진과 영화는, 나아가 그들의 예술 활동은 그 자체로 누군가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 충분했다.

 




바르다는 이러한 예술 행위가 자신이 무언가를 기억하는 방식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바닷물에 쓸려가 하루 만에 사라져버렸던 사진처럼 사진도, 영화도 결국 절대로 영원하지 않다. 그렇지만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들은 오히려 사라지기에 더 아름답고 영원하지 않기에 더욱 소중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잊지 않으려는 두 사람의 시도가 우리에게 더욱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만 덧붙여야겠다. 나는 이 영화를 사랑한다. 그리고 당신도 이 영화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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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마주하는 어려움에 대하여  <서산개척단>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6월 6일 오후 5시 상영 후

참석 이조훈 감독ㅣ류일용 PD (1박2일 PD)

진행 고영재 인디플러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대한 님의 글입니다. 




영화가 끝난 후 극장 안은 여전히 고요했다. 서산개척단 사건을 마주함으로 인해 느껴진 충격과 동시에, 이러한 사건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다큐멘터리에 대한 경외감 때문일지 모른다. 잠깐의 고요함이 지나가고 이조훈 감독, 류일용 '1박2일' PD가 참석하고 고영재 인디플러그 대표가 진행을 맡은 인디토크가 시작되었다.





 

고영재 인디플러그 대표(이하 진행) : 이제 개봉 2주차를 맞이하는데요, 심경이 어떤지요.

 

이조훈 감독 (이하 이조훈) : 현재까지 흥행성적이 좋지는 않은데요, 한국 사회가 서산개척단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후 관객 분들이 더 많이 보러 오시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웃음)

 

진행 : 과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문제로 인해 오늘 GV가 좀 걱정이 되더라고요. 혹시 류일용 PD가 이 영화의 GV에 참석하는 것이나 서산개척단 문제를 제보했다는 것으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웃음) 혹시 주변에 동료들이 이에 대해 걱정하지는 않았나요?

 

류일용 PD (이하 류일용) : 사실 조금 걱정을 했는데요, 아직까지 서산개척단 문제에 대해 모르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걱정하실 만한 일은 딱히 없더라고요.(웃음)

 




진행 : 류일용 PD님이 이조훈 감독님에게 서산개척단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영화가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또 제작 과정에서도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 문제를 많은 사람들 중에서 이조훈 감독님에게 전달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류일용 : 잘 알려지지 않은 사회 문제는 알게 되는 순간 언론인이라면 모두 말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예능 프로그램을 맡고 있지만 언론인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요, 웃고 떠드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서산개척단 문제를 다루는 것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혹여나 문제의 심각성이 왜곡되지는 않을지, 예능을 통해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이 적합한지 등 여러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그렇지만 영화에서 보셨다시피 이제 피해자 분들의 연세가 많다 보니 하루 빨리 대중에게 이 문제를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이조훈 감독님께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요.

이조훈 감독님은 제가 대학교 다닐 때 만나게 된 학교 선배인데요, 제가 아는 그 누구보다 남들이 회피하는 어려운 문제를 똑바로 직면하는 사람이에요. 처음에 서산개척단 사건에 대해 술자리에서 정말 편하게 이야기했는데 바로 관심을 가지고 들어주더라고요. 4,5년 정도 이 사건의 취재에 끈질기게 매달렸고 그 결과 영화 <서산개척단>을 제작했는데, 이런 부분은 친한 선배이지만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진행 : 이 질문의 연장선에서 이조훈 감독님의 작품관에 대해서 질문 드리고 싶어요. 이조훈 감독님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다큐멘터리를 주로 제작해 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취재로 몇 년간 매달리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감독님을 다큐멘터리 제작에 열중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조훈 : 대학생 때만 하더라도 다큐멘터리보다는 극영화에 관심이 많았고, 당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같은 작업실에 있던 선배가 99년에 시애틀에서 진행했던 제3차 WTO 각료회의가 무산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 자막 작업을 요청했어요. 자막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다큐멘터리 푹 빠지게 되면서 다큐멘터리 작업에 열중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웃음)




 

관객 : <서산개척단>이라는 영화가 정치적으로 예민한 내용을 다루고 있고 이 사건의 진실이 드러날 때마다 불리해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요, 이들 중 힘이 있는 사람들은 이 영화가 제작되는 것을 반가워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누군가 제작을 방해하는 일이 있었나요?


이조훈 서산개척단 피해자들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있지만관련 내용을 취재하다 보면 박정희 정부까지 이야기가 확장될 수밖에 없어요. 특별한 위협이 존재하지는 않았어요다만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사건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려했고증언을 듣는 것에 대한 어려움은 있었어요.

 




관객 : 서산개척단 문제가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인터뷰를 진행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인터뷰 응한 분들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동시에 적극적으로 임하시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인터뷰를 많은 곳에서 여러 차례 진행한 것 같은데 과정이 어땠는지, 어떻게 피해자 분들의 마음을 열었는지 궁금합니다.

 

이조훈 쉽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유명인사도 아니니 그분들이 저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없잖아요. 그런데 다행히 피해자분들이 류일용 PD는 알고 있었어요. 류일용 PD의 아버님이 서산에 오래 사시면서 문제의 농토를 구매한 2차 피해자였고, 그분들과 일면식이 있는 사이였어요. 두 분의 도움을 통해 서산의 피해자 분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제일 먼저 구호반으로 활동한 이상범 선생님을 만났는데, 첫 인터뷰 때만 하더라도 본인 얼굴이 잘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뒷모습이 나오게끔 진행했어요. 구호반이라는 위치 때문에 다른 피해자분들에게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분들이 공통적으로 꼭 말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이 있었고 하고 싶은 말을 정말 열심히 하려는 것이 느껴졌어요.

그런데 연출하는 입장에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고 사건을 구상하다 보면 모순이나 허점이 생길 때가 있거든요. 실제 사실에 대해 확인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에 직면해서 4-5번씩 진행한 인터뷰를 돌려보면서 진술의 일관성에 대해 검토를 했고, 이전에 이야기 해주지 않은 내용을 찾아내면 그 부분에 대해서 다시 물어보면서 디테일을 잡아갔어요.

5년 정도 작업을 진행하면서 이분들과 신뢰를 쌓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제가 국가기록원, 국회도서관 등에 피해자 분들과 함께 방문하고 서산개척단 사건과 관련된 내용들을 찾아서 전달했거든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저에게 마음을 열어준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류일용 : 영화를 본 분들이 댓글을 남기시잖아요. 제가 최근에 댓글들을 모니터링 했는데,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못 믿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거짓말이라고 하기도 하고요. 사실 저도 서산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어렸을 때는 서산개척단 사건에 대해서 잘 몰랐어요. 주민들도 모두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고, 저는 개척단이라는 이름 자체도 단순히 땅을 개척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많은 분들이 알아주면 좋겠어요.

 


 


진행 마지막으로 한마디씩 부탁드립니다.

 

이조훈 : 제작하는 데 약 5년 정도가 걸렸고, 제작하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어요이 사건은 피해자분들에게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지만, 또 피하고 싶은 일이지만,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 피해자분들이 스스로 호소문을 썼어요. 정영철 선생님의 경우에는 간절한 마음으로 23년 만에 글씨를 쓴 겁니다. 또 청와대 앞에서 100분의 피해자들이 모여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어요. 이 모든 과정들이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정치인들과 국민들이 이 문제에 대해 정면으로 응시하고 잘못된 역사와 국가 폭력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산개척단>이 제시하는 방향이 단순히 피해자 보상으로 사건을 마무리시키는 것이 아닌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확장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류일용 : 제가 어렸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새마을운동의 잔재들이 아직 남아있었어요. 대부분의 국민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경제를 살린 사람,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충청도의 위인이라고 인식했죠. 그런데 최근에 만난 분이 저한테 이런 이야기를 해줬어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산 사람은 살렸겠지. 하지만 죽인 사람은 한없이 죽였다.” 이 부분이 <서산개척단>이 말하고자 하는 바라고 생각해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근대화라는 과정에서 국가에게 희생을 당했는지 말하기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이야기 해야겠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정치적인 관점을 떠나서 꼭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서산개척단>이라는 영화가 이러한 억울한 역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개척단원의 진심을 모은 이조훈 감독의 <서산개척단>은 무언가 가슴을 울리는 것만 같다. <서산개척단>을 만들어낸 그의 노력과 시간, 그리고 피해자들의 진심이 있었기에 이러한 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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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한 문화를 위한 움직임

 <오목소녀>  'Special Talk : 더 평등한 영화/현장 제작기' 기록


일시 2018년 6월 6일 오후 2시 30분 상영 후

참석 백승화 감독, 이지민 촬영감독, 김진아 PD

진행 남순아 감독 (연출부)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기 님의 글입니다.




영화를 '잘' 만드는 것은 중요하지만 다른 의미에서 영화를 '잘 만드는 것'은 귀중하다. <오목소녀> 제작진은 물론 훌륭한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도 걱정했지만 좋은 제작 현장을 만드는 것에 심혈을 기울였다. 지금까지 영화 현장에서 고민한 적 없던 것을 고심하는 제작진의 새로운 제작기가 도착했다.

 




남순아 감독 (이하 남순아: 각자의 자리에서 성평등과 비폭력적인 영화 제작 현장을 위해 고민하는 영화인들이 여기에도 많을 것 같아요. 또 영화 일을 하고자 하는 분 혹은 학생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관객으로서 영화계 성평등에 관심을 가지고 오신 분들도 있을 거고요. <오목소녀>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저희 스태프들도 이런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그 중에는 잘된 점도 있고 잘되지 못한 점도 있습니다. 이러한 내부 경험들이 단발적으로 끝나지 않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공유되고 누적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 이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토크 주제가 <오목소녀> 제작기이기는 하지만 사실 <오목소녀> 한 현장만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동안 성평등을 요구하는 영화계 흐름에 맞춰서 같이 이야기를 해볼 텐데요, 20161021영화계 내 성폭력 해시태그운동이 있었고 또 비슷한 시기에 <걷기왕> 제작진들이 성희롱 예방 교육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슈가 되었어요. 해시태그 운동 후에 페미니스트 영화 영상인 모임 찍는 페미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오목소녀>2017년 가을에 촬영이 들어간 작품인데요, 이 타임라인 속에서 <오목소녀> 제작진들이 어떤 고민을 했으며 어떤 것을 목표하고 성취했는지, 그리고 그 한계점에 대해 탈탈 털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각자 돌아가면서 어떻게 영화 일을 하게 되었는지, 현장에서 어떤 불평등과 성차별을 겪었는지, 어떤 고민을 해왔는지 말씀해주세요.


 

이지민 촬영감독 (이하 이지민) : 20살에 영화과 입학을 하면서 영화일을 시작했어요. 감독을 지망하고 학교에 들어갔다가 촬영에 매력을 느껴서 촬영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힘든 것은 다들 짐작하듯이 여자들은 이런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었어요. 또 위계폭력적인 부분이나 성폭력적인 부분에 대해서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같이 고민하고, 대안을 얘기해볼 수 있는 동료들을 쉽게 만날 수 없다는 점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문제가 있는 것 자체도 그렇지만 같이 싸워나가거나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는 사람이 많이 없다는 것이 고민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3년간, 말씀하셨던 일련의 움직임들을 통해서 어떤 부분이 가시화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료들이 많이 생겼다고 생각해요. <오목소녀> 현장도 그 중 하나였기 때문에 굉장히 즐겁게 작업했습니다.

 


백승화 감독 (이하 백승화) : 아무래도 영화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막내 스태프라는 포지션으로 일을 하게 되잖아요. 예전에 스태프로 처음 영화 일을 시작할 때 당황스러웠어요. 영화 현장 자체가 항상 시간이 없고 빨리빨리 뭘 찍어내야 되잖아요. 이런 현장에서 어떤 사람이 고성을 지른다거나 욕을 하는 상황이 생기면 항상 가장 아래의 스태프가 그걸 겪어야 해요. 내가 나중에 연출을 하거나 현장에서 힘 있는 사람이 되면 다른 식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거 같아요. 그 전에 영화 못하겠다는 생각을 먼저 하긴 했는데.(웃음) 만약에 영화를 계속할 거라면 다른 현장을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런데 전작인 <걷기왕>도 그렇고 작업들을 하다 보니 막상 그게 쉽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평상시에는 정말 좋은 사람도 현장에 가면 갑자기 화를 내거나 욕을 하는 상황이 생겨요. 그런 상황을 마주하면 감독으로서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이것은 내가 생각했던 현장인가?’하는 고민도 돼요. 그러다 보니 말씀하신 것처럼 저도 그런 고민을 함께 할 수 있는 동료들을 찾게 돼요. <오목소녀>를 찍을 때는 영화 자체의 연출이나 캐릭터 빌딩, 촬영방식도 고민하되 동시에 현장에서의 윤리를 같이 고민해볼 수 있는 사람들과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던 거 같아요.

 


김진아 PD (이하 김진아) : 영화계에서 20년 조금 넘게 일을 했어요. 지금은 프로듀서 일을 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마케팅 일을 했습니다. 지금 보면 이상한 일들이 그때는 정말 많았거든요. 사실 저는 문제를 인식한 것도 얼마 안 되었어요. 이번에 작업하면서 배운 것도 많고 실제로 해보면서 느낀 것도 정말 많았어요. <오목소녀> 같은 경우는 감독님과 함께 스태프들이 같이 만들어가는 제작 현장이어서 저로서는 참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앞으로 다른 영화 현장에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남순아 : 저 역시 고민이 정말 많아요.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에서 독립극영화 제작수업을 수료하고 영화 일을 시작했는데 당시 저는 10대였고 그 후 독립 단편영화 작업 위주로 스태프를 했어요요즘 상업영화 같은 경우는 ‘twelve on twelve off’라고 해서 작업시간이 12시간을 넘기면 안 되는데, 여전히 독립영화, 특히 단편 작업에는 이런 규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어요. 다들 그런 경험이 있겠지만, 현장에 처음 갔을 때 17시간 동안 돈도 제대로 못 받고 일을 했어요. 너무 힘들다고 했더니 옆에 있던 조명기사님이 이게 힘드냐며 자기는 스물 몇 시간 연속으로 일 한적도 있다고 말씀하시는 거죠. 그러면 옆에 사운드기사님이 본인은 서른 몇 시간 연속 해봤다, 그럼 그 옆에 또 다른 기사님이 본인은 마흔 몇 시간을 해봤다 하는 거죠. 그 이상인 분들도 있고요. 그때 제가 했던 생각은 '뭔가 잘못되었다, 이게 바뀌어야 된다'가 아니라 '언젠가 나도 굉장히 나쁜 현장에 가서 저것을 체험한 뒤 불행 배틀에서 일인자가 되리라'라는 생각이었어요. 성폭력뿐만 아니라 위계적인 구조나 대의만을 위한 문화에 대한 질문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걷기왕>에서 백승화 감독님을 보며 이 고민을 나만 하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또 감독이라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이 고민을 함께 나누었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 적용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백승화 : <오목소녀> 이전에 <걷기왕>이라는 영화를 연출했어요. 현장의 폭력적인 경험들을 저도 겪었고 남순아 감독 같은 겪어보아서 저희 딴에는 최소한의 방어 대책을 마련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이를테면 남순아 감독이 제안했던 성희롱 예방 교육도 있었고요. 저도 사실 영화 일을 하면서 그런 교육을 받아야 된다는 걸 한 번도 들어 본 적도 없고 경험해 본 적도 없어서 그런 게 있나 했는데 실제로 찾아보니까 의무적인 교육으로 명시가 되어있더라고요. 그렇지만 영화계에서 아무도 그런 교육을 하지 않고 있었던 거죠. 저희가 처음으로 실시하게 되어서 영화 개봉하고 나서 많이 이슈가 되었던 기억이 있어요.

남순아 감독과 저는 현장에서 성폭력 또는 위계 폭력에 대해 나름의 방어를 해놓자는 시도로써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교육에 관련된 내용들을 콘티북에 같이 실어서 스태프들이 같이 볼 수 있게 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성희롱 예방 교육 자체가 보통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까 영화 현장 스태프들에게는 맞지 않는 부분도 조금 있었어요. 그래서 아쉬웠던 것들도 있어요.

<걷기왕>이 2년 전 작품인데 그 이후로 영화계 내에서도 목소리들이 많이 나오면서 상업영화 현장에서도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런데 사실은 많은 사람이 아직도 하라고 하니까 하는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어요. 이게 단순히 스태프들 개개인이 추진해서 해야 하는 교육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제작사나 영화 투자사가 더 주도적으로 해야 해요.


 

남순아 <걷기왕>이 제작이 된 게 2016년이었어요. 한국독립영화협회에 성평등 위원회가 있어서 1년마다 회원들 대상으로 성평등 교육을 실시하는데, 그때 교육을 듣고 이런 걸 교육으로 받을 수도 있구나라는 것을 알았어요. 당시 저의 가장 큰 관심이 임금 문제였어요. 내가 어떻게 해야 영화 현장에서 야간수당이 포함된 임금을 받을 수 있을지 알아보려고 영화노조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성희롱 예방교육이 의무라는 이야기를 보게 되었어요. 그래서 재차 물어봤었거든요. ‘저예산 영화도 의무 맞나요?’, ‘독립영화도 의무 맞나요?’, ‘저희가 예산이 5억도 안 되는데 정말 저희도 하는 거 맞나요?’ 그랬더니 모든 영화가 해야 된다는 거예요. 알고 보니 의무로 지정된 지 오래됐더라고요. 이미 2007년에 영화노조나 제작가협회 같은 곳에서 임금단체협상사안으로 결정했던 거죠. 그전까지는 영화 현장들이 근로기준법에 적용되지 않다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면서 성희롱 예방 교육이 의무가 된 거예요노동권의 의미로 들어갔죠. 2007년에 처음 실시가 되었는데 주요 스태프 몇 명만 교육을 듣거나 페이퍼로만 대체가 되었던 거예요. 제작진 전체에 공지를 하고 교육을 장려한 곳은 저희 현장이 처음이었어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스태프들이 제작 시작단계부터 전부 꾸려지지는 않잖아요. 거의 영화 들어가기 직전에 스태핑이 완료되다 보니까 굉장히 바빠요. 여러 일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막상 교육 날에는 스태프들이 많이 오지는 못 했었던 것 같아요. 2/3 정도가 참여했어요. 또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아무래도 주로 기업 중심의 이야기들이 있었고요. 다 오지 못한 게 아쉬워서 교육 내용을 바탕으로 콘티북에 성희롱 예방수칙을 실었어요. <걷기왕> 콘티북이라던가 <걷기왕> 성희롱 예방 교육 검색하시면 나올 거예요. 이를테면 촬영장 내 성희롱 예방을 위한 10가지 수칙이라던가 동료를 위한 매뉴얼, 피해자를 위한 매뉴얼, 행위자를 위한 매뉴얼 같은 내용들을 실었죠. 그런데 굉장히 소심하게 맨 뒤에 그것들이 실려있어요. 사람들이 잘 못 볼 수도 있었겠죠.

 


이지민 : <오목소녀> 때는 첫 장에 있었어요.

 


남순아 , 정말 위대한 발전이었죠.

 


이지민 : 그런데 <오목소녀때도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하기로 결정이 되어있었고, 많은 헤드 스태프들이 그것에 동의를 하고 이하 스태프들에게 고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스케줄이 바쁘고 여러 가지 제약사항으로 인해서 모두 참여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