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자들을 기억할 목격자들  <공범자들>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9 3일(일) 오후 4시 상영 후

참석 최승호 감독

진행 정봉주 전 국회의원







*관객기자단 [인디즈] 남선우 님의 글입니다.




현재 <공범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문제들과 함께 살아있는 영화다. 이제 <공범자들>은 어디로 향할 수 있을까? 정봉주 전 의원의 유쾌하고도 예리한 진행과 함께 최승호 감독이 그 방향성을 찬찬히 풀어내주었다. 





정봉주(이하 정): 여기 계신 분들, 아마 촛불 광장에 적어도 한 번 이상 나가셨을 거예요. 안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이 오랫동안 싸울 때 좀 무관심했구나 하는 생각에 많이 죄송한 마음이 들었어요. 이용마 기자님이 투병 중이라는 소식은 기사로 알고 있었는데, 막상 보니까 먹먹했어요. 



최승호(이하 최): 이용마 씨가 복직을 해서 돌아갈 수 있는 날이 빨리 온다면 치료에도 굉장히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해직자와 MBC 구성원들의 가장 큰 바람은 이용마 씨가 돌아가서 기자로 자리에 앉고 그 뒤에 회복이 되어서 리포트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죠.



정: 영화를 전체적으로 보니 권력을 잡은 자들도 나쁜데, 옆에 있는 부역자들이 더 나쁘더라고요. 참 인내심을 갖고 취재를 하셨어요. 저 같으면 카메라를 확 집어던질 것 같은데. 지금 김장겸 사장 같은 경우 입을 딱 다물고 안에 있는 본성을 드러내지 않고 살다가 사장을 시켜주니 정말 희대의 부역자로 최선을 다했고. 그런데 어디 갔대요?



최: 저도 몰라요.(웃음) 도망을 잘 다니는 것 같아요. 안광한 사장도 어디 있는지 찾아내느라 시간이 상당히 걸렸거든요. 결국 찾았죠. 주변에서 이 사람이 나와 있다고 연락을 해줘서. 바로 여기 종로에 있는 오피스텔에 있었는데 저희가 계속 찾아가니까 거기에 계시던 한 분이 묻더라고요. 안광한 사장과 같은 층에 있는 이웃이었고 마침 <자백>을 보셨더라고요. 저한테 굉장히 호의적으로 “힘드신 일 있으세요?” 하고 물으시기에 자초지종을 말씀 드렸더니 (안광한 사장이) 언제 나오는지 연락을 드리겠다며.(웃음)



정: 이번 영화 잘 만드셨어요. 재미도 있고, 연기도 잘 하시고.(웃음)



최: 저는 연기는 아니고. 역시 이명박 배우... 이런 분들이 연기를 잘한 탓이죠.



정: 마지막의 혓바닥 신공. 못 쫓아가겠어요. 절정고수!



최: 그분은 정말 방송사의 사장 출신, 그리고 현직 사장들과도 구별될 정도로 유체이탈 화법 신공이 대단한 분이에요.



정: “김재철 누구예요? 그 사람이 알아서 했겠지.”



최: 저한테 요새 뭐하냐고 물어볼 정도니까 굉장히 여유작작하죠.





정: 많은 분들이 이번 영화 호평을 해요. 



최: 재미있다는 말씀, 기가 막힌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KBS, MBC라는 대한민국 공영방송 경영진이 어떻게 저렇게 무책임할 수가 있느냐, 몰상식할 수가 있느냐. 굉장히 많이 놀라시는 것 같아요.



정: 김장겸 사장 체포영장 발부된 원인은 뭐죠?



최: 특별 근로 감독 끝에 부당 노동 행위가 발견이 돼서 그걸 조사하려고 했는데 세 번에 걸쳐서 조사에 불응했기 때문에 법의 절차에 따라 한 거죠.



정: 체포영장 발부됐다고 해서 구속되는 건 아니죠?



최: 그건 아닙니다.



정: 48시간 조사를 하고 불법적 요소가 확인이 되면 구속영장 청구하고. 아주 당당하고 멋진 기자처럼 보이더니 체포영장 발부되자마자 연기처럼 사라졌어요.



최: 더 웃기는 것은 자유한국당에서 김장겸 씨하고 자기들이 한 몸이다 선언하면서 보호하겠다고 나선 것이죠. 홍준표 대표가 언론 장악이라는 식으로 왜 김장겸에게 체포영장을 발부 하냐는 이야기를 했어요. 홍준표 대표가 2008년 정연주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왜 발부하지 않느냐며 검찰을 압박하고, PD수첩 제작진에 대해서도 빨리 체포하라고 그랬던 사람이죠. 요새 그때의 발언 내용이 기사화되어 나오고 있어요. 그런데 뭐 별로 부끄러워하는 스타일은 아니니까...





정: MBC는 파업에 들어가죠?



최: 김장겸 사장이 퇴진할 때까지 계속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만약 그 사이에 김장겸 씨가 체포되고 조사 내용 검토 끝에 구속이 된다면 파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겠죠.



정: 구속이 되면 자동 해임되는 건가요?



최: 꼭 그런 건 아니에요. 문제는 김장겸 씨가 설사 없어진다 하더라도 지금 방송문화진흥위원회(이하 방문진)가 그대로 있는 한, 고영주라는 분이 이사장이잖아요. (영화에서) 애국시민들은 MBC가 공정방송하고 있다고 말한다고 이야기하셨던 분. 그 분이 지금 방문진 이사장이고 그 분과 똑같은 성향을 갖고 있는 또 다른 다섯 사람이 있어요.



정: 총 여섯 명이죠. 아홉 명 중에.



최: 고영주와 또 다른 한명의 이사, 그 둘 정도가 없어져야 숫자 적으로 김장겸이든 누구든 해임시킬 수 있는 정족수가 되는데 만약에 김장겸 씨가 해임이 된다고 하더라도 김장겸 투(two)를  금방 선임할 수 있는 거거든요, 지금 상황에서는.



정: 방문진의 불법적 요소는 없나요?



최: 많죠. 그동안 MBC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고영주 이사장 같은 경우는 형사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일들도 있고요. 지방사 사장으로부터 골프 접대, 선물 받고 해서 아주 지저분하게 제기되는 문제들도 있어요. 그래서 아마 정상적으로 처리를 하면 충분히 합법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저희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정: 노조에서 고영주 이사장에 대해 지금 말씀하셨던 부분, 배임이나 횡령 혐의에 대해서 고발할 수 있잖아요?



최: 예. 고발할 수 있는 부분이 있죠. 고영주 이사장이 사장 후보자를 면접하면서 그 사장 후보자에게 노조원 신분을 유지하는 기자와 앵커들 그대로 두면 되겠느냐,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한 것도 있고요. 녹취록이 나왔어요. 사실상 부당노동 행위에 해당되는 부분입니다.



정: 그러면 이렇게 되는 거네요. 첫 번째 사안이, 지금 김장겸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 고영주 이사장이 문제가 있고, 거기에 연루된 사람들 한두 명 정도가 물러나고, 다시 임명이 되고, 구성원이 바뀐 상태에서 새로운 사장이 임명되어야겠네요. 어쨌든 MBC가 김장겸 사장 체포영장이 발부됐다고 해서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그러니까 국민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갖고 격려를 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공범자들>을 많이 보고.(웃음) 



: 어떻게 보면 KBS, MBC가 다시 파업에 들어갈 수 있게 된 것도 촛불시민 여러분들이 KBS, MBC를 다시 회복시켜야 되겠다는 쪽으로 여론을 바꿔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만약 파업에 들어가는데 시민들이 ‘저놈들 잘 먹고 잘 살았잖아’라는 반응을 보인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김장겸 임기가 2년 반이나 남았는데 MBC가 계속 태극기 부대의 진영이 된다고 하면 끔찍한 일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 과정에서 <공범자들>을 보신 분들이 목소리를 많이 내주시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주변에 있는 약간 보수적인 분들 모시고 와서 <공범자들> 한 번씩 보여드리세요. 그분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세요. 이 영화의 내용 중에 사실이 아닌 것은 하나도 없다고요. 다큐멘터리이기도 하고 이 영화는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을 받았지만, 법원에서 일일이 사실관계를 따져보고 기각을 시킨 작품입니다. 다 사실이니까 여기 나오는 내용은 그대로 받아들여도 된다고 말씀하시면서 영화를 함께 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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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현과 해석 사이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의 치열한 고민  <소나기>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9 7일(목) 오후 8상영 후

참석 안재훈 감독

진행 모은영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








*관객기자단 [인디즈] 조휴연 님의 글입니다.




한국 근대 문학, 그 중에서도 단편 소설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읽은 것 같지만 읽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 존재다. '소나기' 역시 그렇다. 소녀는 왜 시골로 오게 되었는지, 소녀의 죽음을 소년은 어떻게 전해 들었는지, 소년은 어떤 옷을 입고 다녔는지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영화 <소나기>는 그런 문학 작품을 다시 지금 우리의 앞에 생생한 모습으로 불러내려는 노력의 결실이다. 한편으로 <소나기>는 ‘한국 애니메이션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의 결실이기도 하다.






모은영 부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이하 모): 안녕하세요. 우선 감독님 인사 듣고 인디토크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안재훈 감독(이하 안): 소설 ‘소나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볼 수 있었다는 게 행운이지만, 극장에서 보여드리기에는 조금 쑥스러운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 다들 잘 알고 계시는 작품이기 때문에요. 제가 자주 오는 영화관에 제가 만든 그림들을 보러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모: 질문 전에 작품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소나기>는 한국 근대 문학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일련의 작업들 중 4번째 작품이고, 극장 개봉으로는 2번째 작품입니다. 읽었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많이들 읽지 않은, 그런 작품들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계신데요, 작업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 혹은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안: 누구나 자신의 경험이나 사랑하는 부분들을 영화로 만들고자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소설들을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줄 때 이뤄낼 수 있는 것들, 작품이 세상에 나왔을 때 문화적으로 발생할 일들 등을 기대하면서 나름 거창한 뜻을 가지고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모: 활자를 볼 때는 상상을 하게 되죠. 상상을 영상으로 옮기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안: 제작진이 중요하게 생각한 장면과 관객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장면이 다를 것 같아요. 그래서 ‘소나기’와 같은 유명한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상영하는 일은 제작진과 관객 사이의 일종의 재미있는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나기>의 경우 원작에 충실하려고 했습니다. 관객 분들이 영화를 보고 나가면서 ‘<소나기>는 안재훈과 스태프들이 만든 작품이다’라기보다 ‘황순원의 '소나기'를 잘 재현했다’고 느끼길 원했습니다. 



관객: 작품 만들면서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뒀는지 궁금합니다.



안: 소년과 소녀의 얼굴이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예쁘고 잘생기게 그려야 할지, 못생기게 그려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처음 콘티를 보고 아쉽긴 했습니다. ‘소녀는 조금 더 예뻐도 될 것 같은데’ 생각이 들어서요. 하지만 작업을 진행하면서 작품 속의 소녀를 ‘잘생긴 여자아이’ 이미지로 생각한 적이 있다는 걸 떠올리게 됐어요. 잘 나온 것 같습니다. 다음은 복장입니다. 원작에는 주인공의 복장에 대한 묘사가 나와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고민이 있었습니다. 소녀의 경우 원작에는 단발머리, 분홍 스웨터, 남색 스커트, 신발, 이정도만 표현이 되어 있고 소년의 경우엔 바지만 언급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죠. ‘소나기’는 1953년 작품인데 당시엔 군복을 줄이고 늘여 입거나 한복을 입었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복장을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또 냇가와 산이라는 한정된 공간은 애니메이션의 경우 만들기가 힘듭니다. 특히 들판은 레이아웃이나 구도를 잡기가 힘들었습니다. 심도 표현도 그렇고요. 막바지에 배경을 담당하는 스태프가 발군의 재능을 발휘해서 멋진 그림을 만들어 냈습니다.  





관객: 그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안: 저는 나이가 조금 있는데요, 우리 나이 대에는 거창한 꿈을 꾸면서 그림을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리다 애니메이션을 하게 됐어요.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금방 그만두기도 하는데, 제 경우엔 특별한 재능은 없어서 근근이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모: 앞으로도 꾸준히 그림 그려서 저희에게 좋은 작품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운수 좋은 날>의 경우 ‘경성’이라는 확실한 배경이 있었는데 <소나기>는 배경 묘사에 있어서 키 이미지라고 할 만한 게 어떤 것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안: 애니메이션 배경을 이야기 할 때 흔히 수채화 같은 느낌, 적당한 단어가 없어서 많이들 이렇게 표현을 하는데, 우리도 막연히 수채화 같았으면 좋겠다,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7-80년대 옛날 한국 영화들을 참고하면서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소나기>에선 풀과 들녘이 등장하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에 초반에 섬세한 붓터치를 중심으로 배경을 잡아갔습니다. 특히 저는 비오는 장면에 애착이 있어요. 



관객: 원작에 중점을 두었는지, 원작을 베이스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싶었던 건지 듣고 싶습니다.



안: <소나기>의 경우 일부는 재현, 일부는 해석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재현과 해석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서 영화 내내 끌고 가려 하지는 않았습니다.



모: 차기작은 어떤 작품일지 궁금합니다.



안: 한국 단편 문학 작품은 두세 개를 묶어서 개봉할 계획이었습니다. <소나기>와 <무녀도>를 한 세트로 작업했는데 사정상 갈라서 개봉하게 됐습니다. 12월에 <무녀도>가 개봉하게 될 것 같습니다. 



모: 소나기가 짧게 내리지만 온몸을 적시는 것처럼 이번 작품은 짧지만 우리 마음에 먹먹하게 여운을 남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작도 한 번 더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안: 근대 문학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이 작업을 왜, 어떻게 해갈지 고민과 회의감이 있었는데 오늘 오신 분들을 뵙고 이야기 나누니 정리가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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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히어로한줄 관람평


이지윤 | 한 마디의 말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박범수 | 지친 아버지를 말없이 보듬는 가족이라는 이름

조휴연 | 7년이 지나고 나서 아이는 '평범한 회사원'을 꿈꾸게 됐다. 아이의 아버지 때문이 아니다.

최대한 | 너무나도 이르게 '현우'를 어른으로 만든 세상이 밉다

김신 | 투쟁의 현장 이면에서 발견한 사려깊은 시선

남선우 | 소년, 세상의 '어른'(들)을 만나다






 <안녕 히어로> 리뷰: 한 마디의 말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윤 님의 글입니다.



학교에서 채워오라고 한 생활기록부 조사용지를 식탁 위에 올려놓는다. 아빠의 직업을 적는 칸 앞에서 고민한다. 사회운동가, 해고자, 노동운동가. 몇 가지 단어들이 떠오르지만 딱 알맞은 단어를 찾지 못한다. 아빠는 결국 스스로의 직업을 ‘노동운동가’라 적는다. 장래희망에 대해 적는 칸 앞에서도 고민한다. 지도자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아빠는 지도자라는 단어가 너무 포괄적이라 말한다. 고민 끝에 현우는 조사용지에 ‘CEO’라는 단어를 연필로 꾹꾹 눌러 적는다.





<안녕 히어로>는 2009년 진행되었던 정리해고에 맞서 7년이 넘는 시간동안 노동운동을 이어온 김정운 씨 가족의 일상을 담아낸다. 작품은 김정운 씨가 아닌 아들 현우의 시선으로 잔잔하게 흘러간다. 노동과 해고, 투쟁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어릴 적부터 목격한 복직 투쟁의 현장. 아버지의 징계구속으로 인해 주눅이 들어있었던 사춘기. “아빠가 해낼 줄 알았어”라 말하며 아빠를 이해하게 된 순간까지. 주변부에 서있는 노동자 가족의 시선으로 긴 시간의 흐름이 차곡차곡 정리된 작품은 노동 투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끔 만든다. 특히 그 시선이 아이의 것이라는 점에서 드러나는 성장의 흔적은 보는 이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려 깊은 카메라의 시선이다. 현우는 아빠의 상황을 지켜보는 자신의 이해와 감정을 담담하게 카메라 앞에서 이야기한다. 하지만 때로 현우는 길게 침묵하기도 하고 어딘가를 조용히 응시하며 눈을 깜빡이기도 한다. 카메라는 현우의 그런 침묵을 방해하지 않는다. 침묵하는 현우를 고요히 바라보는 카메라는 현우가 지닌 공기와 표정 속에 담긴 정서를 작품 속으로 흡수시킨다.





그런 카메라의 시선은 아빠 김정운 씨와 현우의 관계와도 닮아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의 부당함을 밝히기 위한 5년간의 법정 싸움에서 패소한 날, 현우와 동생은 TV를 통해 재판이 끝난 현장을 지켜본다. 그날 저녁 집에 돌아온 아빠는 쓰라린 감정을 드러내는 대신 족발과 카스테라를 들고 온다. 현우와 동생은 아빠에게 ‘괜찮아?’라고 물어보는 대신 ‘아빠 TV 나온 거 봤어’라 말하며 히히 웃는다. 아빠도 아이들의 장난에 웃음기 띤 몇 마디의 말을 건넨다. 엄마와 함께 아빠의 연설을 들으러 갔을 때도 그렇다. 현우는 아빠에게 다가가는 대신 휴대폰으로 연설 중인 아빠의 모습을 오래도록 찍고 미소를 띤 얼굴로 아빠를 바라본다. 연설이 끝난 후 현우는 아빠에게 다가가 ‘아빠 마이크 드니까 목소리가 왜 그렇게 바뀌었어?’라며 장난을 친다. 또 다시 장난스러운 몇 마디가 오간다. 이처럼 현우와 아빠는 겉으로 드러나는 위로의 언어를 건네기 보단 시선으로 위로를 하고 분위기로 대화를 나눈다. 마치 그런 그들을 담아내는 카메라의 시선처럼 말이다.



현우는 아빠의 세상을 이해한다. 눈에 띄는 당장의 변화가 없었음에도 긴 시간동안 부조리한 세상에 저항하는 모습이 대단해보였다 말한다. 그런 아빠에 대한 이해와 동시에 현우에게 찾아든 것은 바로 세상이 가진 경사에 대한 자각이었다. 현우는 세상이 얼마나 기울어져 있는지를 너무도 일찍 깨달아버렸다. 조사용지에 적힌 ‘CEO’라는 글씨와 높은 사람에게 붙어있는 처세가 필요한 세상임을 알았다는 목소리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어떤 먹먹함이 들게끔 만든다.





<안녕 히어로>는 쌍용자동차 투쟁이 현재진행형의 것임을 드러내며 마무리된다. 아직 130명의 복직 대기자들이 남아있다. 끝나지 않은 투쟁에 대한 문제 제기와 동시에 <안녕 히어로>가 드러내는 것은 현장에서 길고도 험난한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을 대하는 자세다. 작품은 언어로 대화를 나누기보단 분위기로 감정을 주고받는 것, 한 마디의 말보다 따뜻한 시선이 연대와 소통을 가능케 한다는 점을 드러낸다. 그리고 <안녕 히어로>가 보여주는 이런 자세는 어쩌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또 다른 형태의 태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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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그들의 도전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파이널 컷>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9 2일(토) 오후 2시 40분 상영 후

참석 전인환 감독

진행 조은성 프로듀서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가영 님의 글입니다.




지난해 10월 26일, <무현, 두 도시 이야기>의 개봉 당일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터졌다. 연이어 문화계 블랙리스트, 정유라 부정입학 등 국정 개입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광화문 광장은 진상규명을 외치는 시민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고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리기 시작했다. 추운 겨울 밤, 촛불은 오랫동안 꺼지지 않았고 전인환 감독은 촛불 집회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마침내 정권이 바뀌어 사람들은 새로운 시대를 기대하며 현실로 돌아갔다. 과거의 기억은 희미해지고 일상은 잠잠해졌을 때 <무현, 두 도시 이야기>가 파이널 컷으로 다시 한번 개봉했다. 영화가 끝난 후 관객들과 전인환 감독, 조은성 프로듀서는 서로의 추억을 회상하듯이 담담하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관객: 이전 상영작과 파이널 컷의 차이점이 궁금합니다. 어느 부분이 추가되었나요?



전인환 감독(이하 전): 이전 상영작을 보셨으면 많이 안 바뀌었구나 생각하실 수 있어요. 전체적인 구조는 비슷하니까요. 하지만 많은 부분이 바뀌었죠.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파이널 컷>은 45분 정도 추가됐어요. 확연하게 보이는 차이는 촛불시위 장면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등장신과 백무현 인터뷰가 추가됐어요. 개봉 당시에 최순실 게이트가 터질 줄 몰랐고 박근혜 정부가 더 집권 할 것 같았어요. 영화가 정권교체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겠다는 판단 하에 문재인 대통령과 국민의당 이야기를 모두 편집했었습니다. 나름대로 배려를 한 거죠. 촛불시위 장면은 저희가 틈틈이 나가서 촬영했습니다. 현장을 찍으면서 노무현 정신의 발현을 목격한 기분이었어요. 민주주의를 실현시키는 건 결국 우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은성 프로듀서(이하 조): 관객 분께 역으로 질문하고 싶어요. 영화 어땠나요?



관객: 저는 처음에 이 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마음 속에 알게 모르게 빚이 있었는지… 노무현 대통령 나오는 장면을 마음 편히 못 보겠더라고요. 오늘 또 다시 영화를 못 보면 후회 할 것 같다는 생각에 극장을 찾았습니다. 대통령님에 대해 그 동안 몰랐던 많은 부분을 알게 됐어요. 파이널 컷을 다시 만들어주셔서, 영화를 상영해주셔서 감사 드려요. 파이널 컷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전: 러닝타임이 1시간 반을 넘어가면 보기가 힘들잖아요. 그래서 많은 장면들을 편집했었어요. 이 부분에 있어서 아쉬움이 컸습니다. 또 지역 상영회 다니면서 관객 분들과 GV를 했는데, 많은 분들이 승리의 장면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어요. 비극적이고 슬프게 패배하는 장면뿐이냐, 라는 의견도 많았고요. 때문에 민주당 경선 장면 추가에 대해 논의했지만 시간이 없었죠. 그리고 과정을 승리로 표현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용납이 안됐어요. 대신 촛불시위가 궁극적인 승리를 이뤄냈다 생각해서 파이널 컷에는 촛불시위 장면을 넣었습니다. 또한 백무현, 문제인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의 연결고리를 더 견고하게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인물에서 인물로 넘어가는 스토리 라인을 더 부드럽게 표현할 필요도 느꼈어요.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색보정을 통해 굉장히 다르게 표현했어요. 이야기가 이어지는 부분은 같은 색채를 쓰는 등 관객 분들이 더 받아들이기 쉽도록 노력했습니다. 감독으로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조: 이 자리에 영화 포스터를 직접 그린 조덕희 작가님이 오셨습니다. 노 대통령을 그리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고 들었어요. 작업 과정이 어땠나요?



조덕희 작가: 인물화를 그릴 때는 그 대상을 몇 시간이고 오래 봐야 해요. 그 사람의 눈가 주름, 웃을 때 표정 등 아주 세세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그림을 그리다 보면 어느 순간 대상에게 푹 빠지게 돼요. 작업을 다 마친 후에도 머릿속에 피사체의 모습이 둥둥 떠오르고 계속 생각하게 돼요. 솔직히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가족이라 하더라도 한 사람을 몇 시간 동안 하염없이 바라보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인물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관객: 노무현 대통령에 관한 후속작을 만들 계획은 없나요?



전: 노무현 대통령의 다큐멘터리는 연출자로서 더 이상 만들지 않을 생각입니다. 표현을 하는 데 있어서 제한이 있다고 생각해요. 노무현 대통령 다큐멘터리만 만드는 연출자로 각인될 위험성도 있고요. 한 인물을 따라가는 지속성은 좋지만 다른 것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현재는 극영화에 관심이 있어요. 조은성 프로듀서가 유혹하고 있지만 못 만들 것 같아요. 이미 돌아가신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는 감정적으로 힘들어요. 또 다른 감독들의 시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관객: 다른 시대를 맞이했어요.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정권이 바뀌었고 감독님은 정말 넣고 싶었던 장면을 추가해서 이야기를 완성시켰어요. 영화의 마지막 부분인 촛불시위 장면을 보며 든 생각인데요, 우리들이 꿀 수 있는 새로운 꿈은 무엇일까요? 혹은 감독님의 새로운 꿈은 무엇인가요?



전: 꿈을 제시하기는 어렵고, 제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꿈을 얘기하자면 상식이 통하는 세상의 실현입니다. 저는 아직 미혼이고 자녀가 없는 상황인데, 제 조카를 보며 항상 생각해요. ‘이 아이가 자기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자기 검열 없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영화를 찍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제가 절대 안 뺀 장면이 하나 있는데, 아이가 글자를 떠듬떠듬 읽는 장면이에요. 다른 스태프들은 답답하고 길다고 얘기했는데요, 저는 그 장면을 통해서 표현하고 싶은 게 있었어요. 결국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라는 점이요. 중요한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인 것 같아요. 쉽지 않은 얘기인 걸 알지만, 꾸준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지속적인 투쟁, 깨어있음이 필요합니다.



조: 맞아요. 특히 요즘 갑질 만연의 문화를 보면서 많이 느끼고 있어요. 내가 실천 할 수 있는 걸 먼저 시작하자는 이야기를 많이들 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그 말을 좋아합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시작하는 것! 



전: 근데 프로듀서님은 저에게 주로 갑질을…(웃음) 농담이고요,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파이널 컷>은 유종의 미를 거두자는 의미에서 만든 작품입니다. GV, 팟캐스트, 상영회 등을 다니면서 관객 분들과 얘기 나누며 마무리를 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재미있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조: 다들 맑은 날 극장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애정을 가지고 영화를 한 번 더 봐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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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거리를 유지하려는 필사의 노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9 3일(일) 오후 1시 20분 상영 후

참석 김영조 감독

진행 안소현 인디스페이스 프로그래머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신 님의 글입니다.




김영조 감독의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많은 말을 하지 않는 다큐멘터리이다. 작품이 영도다리를 둘러싼 젠트리피케이션의 상황과 그 상황에 연루된 인물들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담아낸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는 언뜻 봤을 때 이해하기 힘든 태도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봤을 때 우리는 여기에서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결단의 숭고함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인물들의 정념과 삶을 섣부르게 사건화하지 않으려 하는 어떤 완고함, 그리고 피사체와의 적정거리를 유지하려는 필사의 노력. 그 태도로부터 산출된 뼈저린 침묵의 순간이야말로 <그럼에도 불구하고>에서 가장 빛나는 장면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김영조 감독이 함께한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인디토크에서 또한 가장 많이 이야기된 소재는 촬영에서의 개입에 대한 화두였다. 사건이나 인물과의 거리조절에 종종 실패하거나 어려움을 표하는 작품들이 맹렬하게 영화관의 얼굴을 장식하고 있는 오늘, 우리는 이 기록에서 새겨들을 전언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안소현 인디스페이스 프로그래머(이하 안):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었지만 극중에서 드라마틱한 요소와 코믹한 요소가 많이 보이는 영화다. 오늘 상영에서도 관객 분들 모두 굉장히 즐겁게 감상하신 것 같다. 



김영조 감독(이하 김): 상영을 할 때마다 보면 관객 분들께서 의외로 다들 재미있게 관람하시더라. 작업의 노고가 보상되는 것 같아 감사를 느낀다. 



안: 영도에서 촬영된 작품이다. 전작은 태백에서 촬영한 걸로 알고 있다. 태백이나 영도 같은 지역들은 이전부터 특수 노동자들, 중공업 종사자들이 많이 살았고 산업적 중흥기를 겪은 이후 관광지화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감독님은 태백과 영도의 어떤 면에 이끌렸는지? 



김: 영도는 6.25가 발발한 이후 피난민들의 만남의 장소로 널리 알려졌고 역사적인 내력이 깊은 장소이다. 영화를 촬영하기 전까지는 잘 알지 못했다. 영도에는 모종의 전설이 있는데 영도에서 살다가 떠난 후 망하지 않기 위해서는 삼신할머니께 예를 드려야 한다는 지역적인 전설이 그것이다. 실제로 극중에서 용접공이자 색소폰을 부는 인물로 출현하는 분도 영도를 떠난 뒤에 망해서 다시 돌아왔다고 하더라. 술자리에서 이 분을 우연히 만나게 된 이후 친분을 쌓고 이야기가 오가다 영도라는 장소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그러다 촬영을 하게 된 것 같다. 태백에서 촬영한 전작 <태백, 잉걸의 땅>(2008)도 유사한 계기로 시작했다. 당시 태백에서 영화를 촬영하고 있던 지인 감독 분을 응원하기 위해 탄광을 방문했다가 장소의 이질성에 묘한 충격을 받았다. 그곳에서 일을 하는 광부들의 삶이 인상 깊었고 그 계기로 촬영을 하게 되었다. 요약하자면 두 장소 다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작업을 하게 된 공간이다. 



안: 이 작품에서는 인물들이 두드러진다. 씨네21 기사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치 영도의 삶을 체화했다 생각되는 인물들이다. 주인공들과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궁금하다.  



김: 3년 동안 영도에서 작업했다. 우선 영도라는 공간을 알게 된 계기는 앞서 말한 극중의 권민기 형 덕분이다. 해녀 할머니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너무 반갑게 대해줬고 노래도 불러주었다. 영도에 들어서는 첫 관문인 영도다리 골목에서 점을 치는 분들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그 과정 속에서 점도 보고, 그렇게 알게 된 할머니 분들을 찍었다. 강아지와 사는 할머니는 우연히 만나 따라가서 촬영을 시작했다. 다들 우연히 만난 인연이지만 점점 친해지게 되면서 카메라가 더 다가갈 수 있었다.  





안: 작품을 보면서 카메라가 자신이 서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카메라가 감독님인 것처럼 인물들이 대화를 하거나 시선을 교환하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이 전혀 부자연스럽지 않다는 점이 놀라웠다. 카메라가 인물에게 다가갈 때 특별히 조심하고자 했던 순간이 있는지, 혹은 특별히 인물들과 더 편해진 순간이 있는지 궁금하다. 



김: ‘소문난대구점집’의 배남식 할머니를 만났을 때, 처음에는 모종의 어색함 때문에 점을 보지 않고는 촬영을 시작하지 않았다. 항상 점을 몇 번씩 보고 난 이후에야 촬영을 할 수 있었다. 지금에 와서 밝히자면 그 장면들은 전부 다 편집과정에서 제외되었다. 친해진 이후에 찍은 장면들이 훨씬 더 자연스러워 마음에 들었다. 다른 분들의 경우도 서로가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했을 때 만들어진 장면들이 결국 더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거리를 두다가 친해지기 시작하면서 카메라와 시선과 말을 교환하게 되었다.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그분들에게 섣불리 카메라를 들이댔다는 점에 대해 죄송함이 항상 있었다. 그런데 시사회에 주인공 분들을 초대해서 영화를 보여드렸을 때 즐겁게 감상하시는 걸 보고 실례를 범한 것이 조금은 갚아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관객: 영화 안에서 감독님이 개입을 하고 싶었거나 의도적으로 개입한 순간들이 있을 것 같다고 짐작했다.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주인공 분들이 영화를 본 이후 어떤 반응을 보였지도 궁금하다. 



김: 개입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을 했다. 눈치챈 분들도 있겠지만, 내가 침묵을 하려고 하더라도 시선이나 대화가 교환되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위치가 극중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강아지 할머니와 점점 친해질수록 할머니가 나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더라. 밥도 잘 못 먹고 카메라만 들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연민을 느꼈나 보다.(웃음) 만날 때마다 밥을 먹자는 이야기를 하기에 같이 밥을 많이 먹었다. 내가 다 샀다.(웃음) 그러다가 영화에서 보신 것처럼 할머니가 문득 불고기를 먹자고 말을 한 장면이 있다. 카메라가 너무 편해진 할머니가 갑작스럽게 이야기를 꺼낸 순간이었고 나는 웃으면서 화답을 했다. 자연스러운 교감의 과정이 편집과정에서 빼기 어려울 정도로 드러나서 오히려 개입에 대한 부담감이 덜해지기도 했던 것 같다. 또 용접공으로 나오는 권민기 씨와의 여담이 있다. 2012년에 처음 만났고 자주 만났으니 이 분을 촬영한 클립이 굉장히 많았다. 그런데 이 분이 연기에 대한 욕심이 있는지 작위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진지한 이야기를 꺼내거나 뜬금없이 폼을 잡았다.(웃음) 아쉽게도 많이 들어냈다. 나중에는 이렇게 자신감 있는 그 분의 모습이 성격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어서 눈치채셨겠지만 몇몇 장면들이 영화에 삽입되기도 했다. 이런 부분들도 모종의 개입이라 할 수 있겠다. 또 한편으로는 굉장히 좋은 장면이라 느껴졌지만 그걸 찍고만 있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되어 카메라를 끄고 할머니들을 도와드린 때도 있다. 나중에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할머니들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주기도 했다.



안: 수중장면에서도 시선 처리가 잘 되었다고 느꼈다. 수중촬영의 경우 육지와는 다른 번거로움이 있을 텐데 이런 장면들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일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김: 수중촬영은 비용이 많이 들기에 직접 자격증을 따서 촬영을 했다. 욕심을 내서 꽤 많은 장면들을 찍었다. 해녀 할머니의 폐활량을 따라가지를 못하니 한 번은 수중에서 쇼크로 둥둥 떠내려가게 된 위험한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스태프들이 멀찌감치서 그냥 보기만 하는 거다. 나중에 화를 냈더니 도리어 당황하면서 “감독님이 너무 편안하게 있길래 그냥 멀어져 가면서 롱숏을 찍는 줄 알았다”고 하더라. 서로 웃음을 터뜨렸다.(웃음) 





관객: 고향이 부산이다. 극중의 배남식 할머니로부터 몇 번 점 봤던 기억이 있다. 할머니들이 영화 촬영 이후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또 영화 속 이야기가 영화로만 끝날게 아니라 정책적으로 뒷받침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그와 관련된 의견도 궁금하다. 



김: 김순덕 할머니는 앞이 안 보여서 거동이 힘들기 때문에 배남식 할머니와 함께 영도 안으로 들어갔다. 김순덕 할머니는 이제 점을 보지 않는데 배남식 할머니는 가끔 보기도 한다. 강아지 할머니는 삼척으로 옮겨가서 아드님과 함께 살고 있고 얼마 전에 한번 만났다. 요즘엔 돈 벌고 살고 있냐고 나한테 물어보더라.(웃음) 권민기 씨는 요즘 영도의 어떤 지역으로 옮겨서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몇몇 관객 분들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보고 시에 항의를 했다. 결국은 영화에서 보신 것처럼 상황이 안 좋게 끝났다. 사실 GV때 시의 관련자들을 초청했는데 오지 않더라. 이야기가 확장되거나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논의가 바깥으로 뻗어나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아쉬웠다. 영화를 보신 관객들이 더 많은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 



관객: 길게 찍거나 롱숏으로 촬영된 장면들이 많다고 느꼈다. 이러한 작업에 관한 생각이 있는지 궁금하다.



김: 원래 풍경을 좋아하고 느린 것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표출된 방식 같다. 다큐멘터리라는 장르가 다양한 양식들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많은 형식들이 분기하고 있는 것처럼, 나의 개인적인 선호도나 성격이 자연스럽게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된다. 한편으로는 앞서 말했듯이 개입에 대해서 항상 신중하려고 한다. 섣불리 개입하지 않기 위해 멀찌감치서 사건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는 걸 관조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측면이 자연스럽게 롱숏으로 체화된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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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파이널 컷한줄 관람평


박범수 | '바보 노무현'의 꿈을 이을 수많은 무현들을 위하여

조휴연 | 우리는 도전하려는 사람을 팔짱 끼고 바라보지는 않았나

이가영 |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그들의 도전

김신 | 붉은 눈시울, 회한의 술잔으로 구가하는 표상(실재가 아니다)의 강신술. 그 자체로 2017년 한국을 관류하고 있는 어떤 징후.

남선우 |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열정에 끌리게 되어있어. 자신이 잊은 걸 상기시켜주니까.” (<라라랜드> 중)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파이널 컷> 리뷰: 잊은 것들을 위한 기억




*관객기자단 [인디즈] 남선우 님의 글입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열정에 끌리게 되어있어. 자신이 잊은 걸 상기시켜주니까.” 

(People love what other people are passionate about. You remind what they forgot.)

-영화 <라라랜드> 중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파이널 컷>을 보고 극장 밖으로 나오자 하늘은 어두운 파랑이 되어있었다. 그 어두운 파랑이 보라가 되어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엉뚱할지도 모르지만 다른 영화의 대사를 떠올렸다. 그 하늘을 닮은 빛깔을 뽐내던 영화 <라라랜드>(2016)의 대사였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열정에 끌린다는 말. 그리고 열정이라는 단어 앞에는 ‘정의로운’ 혹은 ‘꾸밈없는’ 등의 형용사를 붙여도 좋을 것이다.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파이널 컷>은 두 ‘무현’의 열정에 관객들이 끌리게 만드는 영화다.





이 영화는 무현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 사람의 총선 도전기를 교직하여 만든 다큐멘터리다. 화자인 작가 김원명이 2000년 부산의 노무현과 2016년 여수의 백무현을 찾아 나선다. 역사가 스포일러인지라 이들의 도전이 실패로 끝난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지만, 도전의 과정에서 두 무현이 어떤 말을 하는지, 어떤 마음을 품는지 지켜볼 수 있다. 그렇게 영화를 보는 동안 우리는 우리가 잊고 있던 것들을 하나씩 꺼내볼 수 있다. 곪아 있는 세상 한 구석을 바꿔보겠다고 달려가는 그들의 열정에 끌려가면서 말이다. 카메라가 그들의 말과 마음의 간격을 좁히고자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은 점이 좋았다. 욕망하는 정치인, 호소하는 정치인, 아파하는 정치인, 일하는 정치인을 연출하는 것이 아닌, 욕심도 있는 인간, 호소할 줄 아는 인간, 아파도 하는 인간, 일해야 되는 인간으로서의 그들을 따라 걷는다. 이 점은 영화가 두 축으로 세운 노무현과 백무현의 인간적인 모습에서 기인한 동시에 그 인물을 다루는 방식의 진정성에 기초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만든 이들이 ‘무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관객들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를 이루는 두 축이 노무현과 백무현의 총선 도전기라면, 다른 한 축은 노무현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화자 김원명 작가를 시작으로 그의 지인들, 팟캐스트 ‘이이제이’ 출연진들의 술자리 대화들이 영화 중간 중간 삽입 된다.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술자리 영상은 사실 영화의 주된 내용인 2000년의 노무현 총선 도전기와는 상관없는 것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영화의 주인공 격인 사람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비록 그들이 노무현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주로 피력하고 있다고 한들) 영화에 더욱 몰입하게 돕는다는 장점이 있다.





두 무현, 두 도시의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이 영화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단독 영화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그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에 크게 기대고 있다. 앞서 언급한 영화의 세 번째 축도 오직 노무현을 향해 집중되어 있으며, 고 백무현 화백조차 노무현과의 만남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 영화에 등장한다. 이러한 점에서 고 백무현 화백의 정치 입문과 총선 준비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던 관객들은 조금 아쉬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개의치 않고 오히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더 큰 비중을 둘 수밖에 없다는 점을 관객도 알 것이라는 점을 견지한 채로 달리는 듯하다. 노무현을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백무현이라는 사람도 노무현의 정신을 잇고자 했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두 도시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영화가 노무현을 기억하는 독창적인 시도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는 채워지지 못했지만, 두 무현의 이야기를 나눴기에 두 배의 열정을 기억하게 해줬다는 점에서는 ‘두 도시 이야기’가 할 일을 했다고 본다.


아파트 단지 유세 중 ‘부산 갈매기’의 가사를 까먹어 가사 다 떼고 오겠다고 멋쩍게 마이크를 내려놓은 노무현은 총선 패배 후 해단식에서 목청껏 부산 갈매기를 완창 한다.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파이널 컷>에서 수 십 개의 에피소드를 보았다. 그러나 내가 당장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는 부산 갈매기이다. 작고 분명하게 시작하고 싶다. 그것이 다른 사람의 열정에 끌려버린 사람이 차근차근 잊고 있던 불씨를 되살려낼 방법이라고 믿는다. 잊은 것들을 위한 기억, 그 기억에 대한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파이널 컷>과 가을을 시작할 수 있음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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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기한줄 관람평


이지윤 | 풍경만으로도 참 곱고 풋풋하다

박범수 | 섬세하게 재구성된 서정적 아름다움의 세계

조휴연 | 원작과 해석 사이, 치열한 고민 끝에 제작진이 관객에게 전달하는 순수한 감정들

이가영 | 우리의 추억으로 꾸준히 생각하리다.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김신 | 여러 의미에서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현 상황을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척도를 제공한다

남선우 | 오래 펼치지 않았던 동화책을 찾아 읽는 기분으로





 <소나기> 리뷰: 섬세하게 재구성된 서정적 아름다움의 세계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범수 님의 글입니다.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소년 소녀의 애틋한 이야기를 어떻게 스크린에 옮길 것인가? 안재훈 감독의 중편 애니메이션 <소나기>는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는 우직한 정공법을 택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유심히 들여다 보면, 동시대 관객의 감성을 건드리는 손길이 여기저기에 묻어있다. <소나기>는 원작의 평이한 답습이 아닌, 섬세하게 재구성된 서정적 아름다움의 세계라고 불릴만하다.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내용이겠지만, 영화의 줄거리(이자 소설의 줄거리)를 한 번 간략하게 옮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소년은 등굣길 징검다리에서 윤 초시네 증손녀를 만난다. 하루는 소녀가 징검다리를 건너가는 소년에게 돌멩이를 던진다. 소년의 무덤덤함에 괜히 새침해진 것이다. 며칠간 나타나지 않던 소녀는 다시 개울가에 나타난다. 대뜸 비단조개의 이름을 묻는 소녀에게 이끌려 소년은 산 너머로 향한다. 논밭과 무 밭을 지나 산자락에 다다른 소년과 소녀는 꽃줄기를 따고 송아지를 타고 놀다가 소나기를 맞는다. 둘은 원두막에서 간신히 비를 피한 뒤 징검다리를 건너 집으로 돌아오지만, 병약한 소녀는 앓아 눕고 만다. 며칠이 지나고 소녀는 개울가에 다시 나타난다. 스웨터에 든 물이 징검다리에서 업혔을 때 옮은 것이라고 말하는 소녀의 말에 소년은 괜히 얼굴이 붉어진다. 이사 갈 소녀에게 줄 호두를 따 온 소년은 깜빡 잠이 들었다가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부모님을 통해 전해 듣게 된다. 여러 날을 앓던 소녀가 결국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자기가 죽거든 입은 옷을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는 말을 남긴 채 말이다.



<소나기>와 원작 소설의 차이를 짚어내기 위해 줄거리 요약을 옮겨 놓았다. <소나기>가 원작에서 덜어낸 것은 간결한 문장들 사이사이에 스민 어떤 서늘함이다. 가세가 기울어 이곳 저곳을 떠돌아야 할 소녀의 비극적 운명이나 소녀의 유언을 전하는 대사에서 느껴지는 죽음의 기운은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영화 속 소년과 소녀의 감정 또한 첫 만남의 설렘이 주는 미묘한 긴장에 보다 집중하는 듯 하다. 감정묘사 대신 행동묘사에 집중한 소설의 문체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틀 안에서 짧은 대화와 행동만으로 숨겨진 뉘앙스들을 오롯이 표현하는 건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덜어낸 부분을 영화가 어떻게 채워 나갔는지에 대한 대답이 나올 차례다. <소나기>는 원작에서 묘사되지 않은 부분들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원작과 완전히 다른 감상을 요구한다. 소설에서 생략되고 영화에서 부각되는 것들은 공간적 배경이 되는 시골의 정경이다. 밥짓는 연기가 굴뚝을 타고 오르는 정겨운 오두막집, 추수를 앞둔 황금빛 들녘, 징검다리 아래로 졸졸 흐르는 시냇물의 이미지들은 그 예다. 보라빛깔의 도라지 꽃이나 빗물을 머금은 푸르른 녹음처럼 소설에 직접 등장한 것들도 한층 더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그 시각적 묘사들의 섬세함을 상찬하는 것만으로는 <소나기>가 전하는 감흥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할 것 같다. 교정에 울려 퍼지는 풍금 소리와 송아지 치는 농부가 튼 상투는 어쩌면 그 설명을 위한 숨겨진 단서일 지도 모른다. 풍금과 상투는 영화의 시간적 배경과 어울리는 지가 다소 불분명하지만, 2010년대를 사는 도시민들이 시골의 느낌을 명징하게 환기하는 데에는 더없이 적절한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소나기>는 시골에 얽힌 우리의 어렴풋한 기억들을 환기하면서 그 안에 담긴 감성을 함께 불러낸다. 그 감성이란 때묻지 않은 순수에 대한 그리움이다. 수채화풍으로 묘사된 시골 정경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색감이나 구도의 문제가 아닌, 그 아름다운 풍경이 소년 소녀의 이야기와 맞닿으면서 우리 내면의 잃어버린 무언가를 환기하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과한 표현일까.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소나기>는 원작과 많은 부분에서 닮았지만, 그 무게에 과하게 억눌리지 않고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자신만의 길을 발견해 내는데 성공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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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불구하고한줄 관람평


이지윤 | 누군가의 소박한 일상으로 개발의 민낯을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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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뷰: 아직 사람이 산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조휴연 님의 글입니다.



할머니가 경고장을 들고 눈앞에서 흔들어대도, 시장은 도개교 개통식을 축하하러 온 사람들과 악수하기 바쁘다. 자꾸 경호원들 사이로 피해 다니며 숨는다. “저 다리 올라가는 거 봐야 되는데” 서병수 부산시장은 배남식 할머니의 외침을 짐짓 외면하며 말한다. ‘다리 올라가는 거’를 다 보고 나서 시장은 바쁘게 점집을 지나쳐 사라진다. 부산 중구와 영도구 사이에는 오래된 도개교가 있다. ‘영도대교’라 불리는 이 다리는 1931년 착공해 1934년 준공되어 일제의 대륙 침략을 위한 보급 및 수송로 역할을 했다. ‘한국 최초의 연륙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영도대교는 2013년 도개 기능을 복원해 새롭게 개통되었다. 





부산과 영도를 잇는 다리가 생긴 그 때부터, 일제가 패망한 뒤 한국전쟁이 한반도 전체를 고통스럽게 할 때, 그리고 전쟁이 끝난 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것이 가장 큰 화두였을 때, 영도에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제주에서 올라온 사람, 전쟁을 피해 위에서 내려온 사람, 원래 영도에 살던 사람들. 가족과 떨어져서, 혹은 혼자 가족을 책임져야 할, 이런저런 걱정이 많았던 부산 사람들은 영도대교 밑으로 갔다. ‘점바치 골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에 가면 가족들이 어디에 있는지, 살아는 있는지, 자기 인생이 언제쯤 풀릴지 알려주는 이들이 있었다. 묻고 대답하며, 위로해주고 위로받으며 영도 사람들은 그렇게 살았다.





하지만 오늘 영도를 바라보는 누군가에겐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래된 건물들과 낡은 골목만 보인다. 이 사람들은 건물을 새로 올리고 길을 닦고 사람들을 끌어 모아 영도를 구경할 곳으로 만드는 게 활성화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흘러 점바치 골목에 두 개만 남은 점집도 이들에게는 눈엣가시다. 강해춘 할머니의 바닷가 일터는 지저분해 보일 뿐이다. 활성화를 주장하는 이들에게 영도는 갈아엎어야 할 낡은 섬이다. 그렇게 용접공 권민기 씨의 일터가 사라졌고, 강아지 할머니 방에는 ‘이사 가는 날’이 적힌 달력만 남았다. 해녀 할머니의 공간은 굴삭기가 헤집었다. 배남식 할머니의 점집 또한 결국 사라졌고 그 자리엔 운세 자판기가 남았다. ‘활성화’가 지나간 자리를 카메라가 비춘다. 영도를 만들어 온 사람은 아무데도 없었다. 사람이 사라지는 것까지 활성화의 일환이었나, 그렇게 생각될 정도였다. 새 영도대교 앞엔 사라진 점바치 거리 대신 ‘유라리 광장’이라 새겨진 비석을 바라보는, 운세 자판기 앞을 무심히 지나치는, 영도대교가 도개하는 장면을 구경하는 관광객들뿐이다.





하지만 영도에는 아직 사람이 산다. 배남식 할머니는 운세 자판기에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노상으로 점을 본다. 용접공이었던 권민기 씨는 환경미화원으로 먹고살며 바닷가에 나가 때때로 색소폰을 분다. 강아지 할머니와 해녀인 강해춘 할머니의 경우 어디로 갔는지 영화 안에서 등장하지 않지만 그들의 삶 역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삶이 바뀐 영도처럼 ‘활성화’될 것이라고 상상하기는 힘들다. 앞서 언급한대로 시장은 계속되어야 할 영도 사람들의 삶보다는 ‘다리 올라가는 거’에 더 관심이 많아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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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위에 드리워진 역사를 기억하며  인디돌잔치 <그림자들의 섬>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8 29일(화)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김정근 감독

진행 정지혜 씨네21 기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윤 님의 글입니다.




크레인과 선박이 늘어선 섬 위에는 역사를 오롯이 견딘 수많은 그림자들이 드리워져 있다. <그림자들의 섬>은 커다란 조선소 뒤에 가려진 그림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흐릿해지려는 그들과 눈을 맞춘다. 8월의 끝자락, 개봉 일주년을 맞은 <그림자들의 섬>을 다시 한 번 극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정지혜 씨네21 기자(이하 정): 작품이 개봉한지 1년이 훌쩍 지났다. 지난 1년을 어떻게 보냈나?



김정근 감독(이하 김): 작년 10월까지는 <그림자들의 섬> 개봉 때문에 정신없이 보냈다. 올해는 진행 중인 작업이 있어서 촬영을 했다. 한국 내에 정치적 격변이 있지 않았나. 관련해서 짧은 단편영화를 독립 다큐멘터리 감독님들과 만들었다. 



정: <그림자들의 섬>을 오랫동안 작업하셨는데 어떻게 진행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김: 2009년쯤 쌍용자동차 진압 작전이 있었다. 만약 한진중공업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촬영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010년 10월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소식을 듣자마자 부산시청 현장에 가서 촬영을 했던 기억이 있다. 어떻게 될지 모르고 별 진척이 없던 상황에서 한진중공업 희망버스라는 것이 만들어졌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크레인에서 내려온 2011년 11월까지를 기록해서 <버스를 타라>(2012)라는 첫 번째 영화를 조금 빨리 제작했다. 사실 처음에 만들려고 했던 이야기는 ‘왜 노동자들이 싸우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오래 듣고 싶었던 것 또한 발단이었다. 무엇보다 한진중공업 노동자 (최)강서 형이 돌아가신 이후에 ‘어떻게 이런 걸 견디고 살지?’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했다. 그런 여러 가지 변수와 욕심들이 결합되다보니 <그림자들의 섬>을 만드는 데까지 시간이 길어졌다.



정: 사진관이라는 공간에서 계속 이야기가 진행된다. 왜 그 공간을 선택했는지 궁금하다.



김: 오프닝에서 사진을 찍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긴 한다. 초반과 호응구조를 이루게 노동자분들의 입사 당시 사원증이 엔딩에 올라가도록 하는 것이 편집 계획이었다. 실제로 돌아가신 노동자들의 영정으로 사용되었던 게 입사 사원증 사진이기도 하다. 비극을 염두에 둔 사람들의 모습일 수도 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1998)를 보면 한석규 배우가 스스로 사진을 찍는 게 영정으로 넘어가지 않나. 그런 불안한 뉘앙스를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나 그렇게까지 오버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조명을 사용하는 방식과 무대에 올린다는 느낌이 좋아서 사진관이란 공간을 활용하게 되었다. 



정: 조선소는 남성 노동자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그런 현장에서 여성 노동자 김진숙 지도위원은 어떤 입장이었을까?



김: 작년 강남역 사건 이후 <그림자들의 섬>이 개봉했다. 광주극장에서 진행된 GV에서 어떤 관객이 최근의 여성 이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던졌다. 참담한 기분이 든다고 대답하셨다. 너무 놀랐고, 자신 또한 현장의 거친 남성 노동자들에 동화되어 여성비하 표현을 수차례 사용해왔고,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꽤 오랜 기간 못해왔다고 덧붙이셨다. 하지만 해고된 이후 여성 노동자 공간에 가는 등 여러 활동들을 하며 한국 사회에서 여성 이슈가 얼마나 중요한 건지 알아가고, 배우고 있는 중이라 말씀하셨다. 최근 지도위원님의 트위터 계정을 보면 그러한 이슈 중심으로 발언을 많이 하신다. 현장에서 무언가를 꼭 배워내는 분이고 SNS라는 창구도 목적의식을 가지고 활용하신다. 그리고 그런 이슈들이 한국 사회의 남성 중심적 조직에 꼭 필요하다고 느끼신다.



정: 영상이나 자료를 활용하는 방식을 보면 많이 절제하신 것 같다. 만듦에 있어서의 고민을 듣고 싶다.



김: 최근 우연치 않게 <켄 로치의 삶과 영화>(2016)를 봤다. 영국 사회 속 하층민들의 현실을 리얼하게 다뤄야하지만 한편으로는 방송국과 같은 메이저의 투자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어디까지 다룰 것인가를 굉장히 많이 고민하는 게 영화에 잠깐 언급되어 있다. 그것과 흡사한 것 같다. 전부 다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단 생각도 들었고 자극적으로 이야기했을 때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는 노동자분들이 감내한 세월이 얼굴과 표정으로 전부 표현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재현의 방식에 있어서 최대한 절제를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 딱 두곡의 음악이 삽입되어 있다. 음악의 쓰임은 절제보다 다가가는 방식이었던 것 같다.



김: 김주익 열사에 대한 장면이 어려워지는 한진중공업의 시대 상황을 이야기하는 장면으로 바뀌는 때가 있다. 작업을 할 때 감정선을 그려가면서 했는데 그쯤이 맥이 빠지는 시점 같았다. 죽음의 이야기가 중첩되고 힘든 이야기들이 계속되다보니 다른 포인트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김주익 열사가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이란 노래를 좋아하셨다. 노래 위에 노동자들의 그림이 붙으면 관객들이 다른 감정으로 다시 집중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노랫말이 가지는 의미도 좋았다. ‘그대 나를 알아도 나는 기억을 못합니다’라는 가사가 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대변인은 ‘이제는 그렇게 투쟁하면 안 되는 시기가 왔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박창수 열사가 돌아가셨을 때 인권 변호사로 와있는 푸티지가 짧게 등장한다. 변호사 노무현과 대통령 노무현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일종의 아이러니를 이야기할 수 있는 지점도 있어서 음악을 활용했다. 윤영배의 ‘위험한 세계’는 가진 노랫말이 너무 좋아서 사용했다.



관객: <그림자들의 섬>이라는 제목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김: 한진중공업이 영도에 있다. 그림자 영(影)에 섬 도(島)를 써서 <그림자들의 섬>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한진중공업의 높은 성장 아래 노동자들이 그림자처럼 있었다는 것, 와해되고 떨어져서 섬처럼 분리되어있다는 의미로 제목을 활용하기도 했다. 공간적 의미와 노동조합의 상태적 의미가 있다.







정: 직접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입장이기 때문에 시각예술로 평가받고 싶은 욕망도 있고, 기록으로의 역할이나 소명의식도 있을 것 같다. 그런 두 역할 사이에서 어떤 균형감을 가지고 만들었는지?



김: 이 영화는 지나간 어떤 자리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다. 기억할만한 가치가 있는 후일담이라 여겨져서 그것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오늘 우연치 않게 경복궁역 내 서울메트로미술관의 노동자대투쟁 30주년 기념 전시회에 다녀왔다. 1987년 당시 노동자들이 얼마나 힘주어 투쟁해왔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잘 정리되어 있다. 그곳에서 강서 형의 얼굴을 또 보았다. 이게 추후에는 어떻게든 공공의 기억으로 남아서 분명히 다른 이들에게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겠다 싶었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감정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던 것 같다.



정: 오래도록 생각하게 되는 장면이 있는지 궁금하다.



김: 김주익 열사와 곽재규 열사가 묻힌 솔밭산 공원묘원은 밤에 불이 없다. 그곳에 두 열사들을 묻은 후 정리를 하고 동지가를 부르는 장면이 많이 기억에 남는다. 그 순간을 남기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어둠 속에서 플래시가 터지는 것도. 물론 내가 촬영한 것은 아니지만 그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 영화에 사용하진 않았지만 강서 형을 묻는 현장에서도 마지막엔 동지가를 불렀다. 반복되는 역사의 참혹함이 기억에 남는다. 어떤 형태로든 다음에 또 담지 않았으면 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정: 현재 한진중공업의 사정은 어떤가?



김: 1987년 7월 25일의 도시락 거부 투쟁도 30주년을 맞았다. 소수노조이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오진 않았지만 내부에서 행사 같은 것들을 하셨다.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자고 열심히 투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계속 조선업이 안 좋은 상황이다 보니 그것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게다가 한진중공업이 영도 조선소를 아예 폐쇄해버리고 필리핀으로 전부 다 보낸다는 이야기도 왕왕 들리곤 한다.



정: 투쟁 현장을 다루는 다른 감독님들과 이야기 나누는 자리가 있는지?



김: 옴니버스 형식으로 만들었던 <광장>(2017)이라는 작품이 있다. 여러 현장, 여러 지역에서의 활동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만들어 엮었다. 나의 경우 부산 지하철의 청소 노동자를 다뤘다. 



정: 지금 만들고 있는 영화 <언더그라운드>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다.



김: 부산에서 지하철 노동자들을 촬영하고 있다. 지하철 노동자들이라 하면 기관사나 역무원 정도만을 떠올릴 수 있는데, 터널을 수리하는 분부터 정비공장에서 지하철을 분해하여 조립하는 분까지, 굉장히 다양한 일을 하는 분들이 계신다. 거대한 기계와 인간에 대해 관심이 있기 때문에 열심히 촬영하고 있다. 내밀하게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문제를 끄집어내서 이야기할 생각이다. 또 부산 지하철은 제일 처음으로 무인화 된 공간이기도 하다. 무인 매표와 무인 열차가 처음 생긴 공간이기 때문에 사람의 노동이 기계로 대체되는 불안과 그것을 과연 온당하게만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영화가 될 것 같다.



정: 작업의 과정에서 인터뷰하는 대상과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방식이 궁금하다.



김: 한동안 같이 밥 먹고, 살고 했다. 5년 정도 찍었으니 영화의 몇 배가 되는 현장 장면이 있었지만 그것을 안 쓰기로 판단을 내렸다. 투쟁기간 동안 같이 활동하던 미디어팀이 있었다. 그 미디어팀과 영상을 계속 업로드 했고 지도위원님이 크레인에서 올리는 셀프 영상도 함께 공유하는 과정 속에서 믿음을 기반으로 같이 작업했다. 형님들도 굉장히 친근하게 생각해주셨다. 할 수 있는 이야기의 선을 알게 되다보니 어디까지 다뤄야할지를 판단하게 되었다. 더 못나가는 어떤 지점에 대해서는 굉장한 아쉬움이 있다. 노골적으로 뭔가를 비판하거나 개인의 각성을 더 볼 수 있으면 좋은데, 그보다 대표성을 띄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입을 빌어 반성하는 듯한 뉘앙스가 되었다. 너무 깊이 알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종의 사고였다는 생각도 든다.



정: <그림자들의 섬>이라는 영화가 기억을 다시 챙겨두게끔 하는 하나의 장치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김: 노동자분들의 표정을 기억해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맥락을,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저 역사를 끌고 왔던 노동자 개개인을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각자 다르게 이 영화를 받아들이겠지만 어느 조직이든, 어느 노동조합이든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다. 자본과 노동자의 관계, 노동자와 노동자의 관계 등에서 이런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 상황이다. 영화를 만든 건 2013년이고 벌써 2017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슷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나아지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기는 중이라 좀 답답한 것 같다.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노동자분들을 정규직화 시키겠다는 이야기도 했는데 해고자분들의 문제 등에도 관심을 기울여주면 좋겠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루어져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더레이터 정지혜 기자가 가져온 케이크의 촛불을 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인디토크가 마무리 되었다. <그림자들의 섬>은 일 년이라는 시간을 돌아 2017년 8월에 발을 내딛었다. <그림자들의 섬>이 담아낸 모든 그림자들의 이야기는 한 시대가 지닌 기억으로 자리매김 될 것이다. 그리고 작품이 만들어낸 기억은 앞으로 거쳐 갈 많은 시간들 속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한 다짐으로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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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한줄 관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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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리뷰: 못난이들이 던진 작은 돌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대한 님의 글입니다.



‘밤섬해적단’의 못난이들은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한국 현대사의 레드 콤플렉스 앞에 마주선다. 그들은 ‘메탈’과 ‘반어’라는 무기를 등에 지고 레드 콤플렉스에 작은 돌을 던진다. 정윤석 감독은 그러한 밤섬해적단의 모습을 다큐멘터리로 담았고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라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밤섬해적단의 행동과 그들의 음악은 정신이 나간 것만 같다. 그들의 음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혼란스러웠고 미친 사람들인 것처럼 느껴졌다. 이 영화를 봤던 첫날밤, 밤섬해적단을 다양성의 범주에서 인정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에 빠졌다. 다음 날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극장에 찾았다. 다시 이 영화를 봤을 때 무섭게도 그들에게 설득당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밤섬해적단의 모습을 보면서 웃기 시작했고 그들이 추구하는 음악과 방향성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들의 음악과 행동의 목적성에 의문을 가지고 해석하기 시작했다. 왜 그토록 시끄럽게, 북한이라는 예민한 소재의 가사로 음악을 만드는 것인가?



그들은 아주 시끄러운 음악으로 북한을 가지고 놀며사람들의 관심을 모은다. 또한 레드 콤플렉스를 건드리면서 과거의 정부들을 자극한다. 그들의 자극은 국가의 심기를 건드렸고 박정근 씨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감옥에 가는 사건이 발생하기까지 한다. 사건이 일어난 초기, 국내 언론을 비롯해 해외 언론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사건은 어느새 잊혀졌다. 결국 밤섬해적단이 한국 현대사의 레드 콤플렉스를 향해 던진 작은 돌은 조그마한 흠집만 남기고 잊히고 있었다.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라는 영화가 만들어졌고 이 영화는 해외 영화제에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지난 8월 24일 개봉했다. 과거 밤섬해적단이 던진 작은 돌은 지금 조금 더 커졌다. 큰 균열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레드 콤플렉스를 돌파하는 작은 걸음을 시작한 것이다. 북한에 열광하는 반공주의자, 단순한 미친놈들로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견뎌내고 세상을 부수어나가는 밤섬해적단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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