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그녀의 밤세계  <밤치기>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11월 2일(금)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정가영 감독 배우 박종환, 형슬우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주창민 님의 글입니다.




흥미로운 단편과 개성 넘치는 장편들로 매번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정가영 감독이 돌아왔다. <밤치기>는 정가영 감독의 세계관을 더욱 매력적으로 구축하고, 특유의 리듬감 넘치는 대사를 통해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끝없는 구애와 그것을 받아내는 박종환 배우의 호연, 그리고 형슬우 배우의 재치까지 먹을 것이 너무나 많은 잔치다. 이번 관객과의 대화는 가영과 진혁이 룸카페에서 대화를 나누듯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금요일 저녁답게 어느 때보다 흥미롭고 뜨거운 관객과의 대화였다. 112일 저녁 730분 상영 이후 무브먼트 진명현 대표의 진행으로 정가영 감독, 박종환 배우, 형슬우 배우가 함께하는 인디토크가 진행되었다.

 




진명현 대표(이하 진명현): 먼저 세분께 개봉 후 소감을 여쭙고 싶어요. 개봉 전부터 굉장히 많은 영화제에서 상영되었고 국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이었는데요, 그래도 개봉은 또다른, 설레는 느낌일 것 같습니다. 먼저 영화 속에서 발걸음을 불러주신 형슬우 배우님부터 말씀해주세요.

 

형슬우 배우(이하 형슬우): 작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영화가 네덜란드도 가고, 대만도 가서 저도 같이 따라다니면서 재밌게 놀았던 기억이 있는데요. 이렇게 개봉을 하니까 포스터 구석에 제 이름이 구석에 있잖아요. 지나갈 때마다 이게 보이니까, 뭐랄까, 너무 재밌는 경험인 것 같아서 설렙니다. 제가 감독을 해야 하는데...

 

진명현: 형슬우 배우님은 원래 감독님이시죠. 혹시 지금 연출 준비하는 작품 있으신가요?

 

형슬우: 열심히 하고 있는데 잘 되고 있지 않네요. 배를 곯아가며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박종환 배우(이하 박종환): 이렇게 개봉까지 하게 된 건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이 있어서 할 수 있었던 거니까 그런 점들이 저는 너무 감사하고요, 지금 이 자리에서도 함께해주시는 것도 큰 사랑인거 같아서 감개무량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정가영 감독(이하 정가영): 저도 <밤치기> 찍은 지 1년이 지나 개봉을 통해 관객 분들을 만나게 되서 기쁘고, 어떻게 봐주셨는지 궁금하고 그렇습니다.


 



진명현: 세 배우분을 직접 만나 보니 영화 속 인물들과 겹치는 부분들도 있네요. 세 명의 배역이 모두 개성이 뚜렷하잖아요. 정가영 감독님, 형슬우 감독님은 감독과 배우를 겸하고 계시고 박종환 배우님은 연기만 하고 계신데요, 그래서 그런지 박종환 배우님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매력 포인트들이 영화 속에 담겨져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실상 몸을 많이 쓰는 연기는 아닌데도 되게 다이나믹하게 보이고 섹시하고 귀여운 스타일이에요. 그쵸? 그런 디테일은 다 염두에 둔 것인가요?

 

정가영: , 그럼요. 박종환 배우의 눈빛을 보면 사람을 위험하게 만드는 눈빛이라고 느낄 때가 되게 많아요. 정말 귀한 눈빛이라고 생각하고, 은은한 남성성, 한국에서 보기 드문 아우라를 가지고 있어요. 저희영화와도 잘 어울려져서 너무 고맙죠. 슬우 감독님도 오늘 팩을 하고 오셨어요. 말씀 전해주세요.

 

진명현: 형슬우 감독님은 볼 때마다 인상이 매번 달라요. 여러분들도 많이 보셨겠지만 서현우, 공민정 배우가 출연한 <병우>라는 독립단편영화를 연출하셔서 상도 받으신 전도유망한 감독님입니다. 형슬우 배우가 영화 속 코미디 요소를 담당하고 진혁이랑 가영은 굉장히 진지한 대화를 하잖아요. 형슬우 배우는 그 사이에서 적확한 타이밍에 치고 빠지는 캐릭터예요. 본업이 배우가 아닌 사람이 그 정도의 계산을 한다니 정말 코미디 감각이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처음에 캐스팅 제안 받았을 때 고민은 없으셨나요?

 

형슬우: 정가영 감독님이랑 얘기하는데 갑자기 감독님 연기도 하세요?” 물으시길래 뭐 안 시켜 줘서 안하지 시켜주면 하죠.” 했더니 한 달 뒤에 진짜로 시나리오를 주시더라구요. 대사가 엄청 많아서 숙지하는 게 굉장히 어려울 거 같았지만, 한번 해보면 재밌을 거 같아서 바로 하게 되었습니다.


진명현: 정가영 감독님은 형슬우 감독님을 뵙자마자 연기를 잘 할 거라는 감이 왔나요?

 

정가영: . 형슬우 감독님이 워낙 에너지 넘치시고 재밌으셔서 영화 안에서도 자연스럽게 느낌이 살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너무 좋았죠, 감사하고요.

 




진명현: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웃었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잘 웃어지지 않는 거에요. 결말을 안 상태로 이 영화를 다시 보는데 희한하게 씁쓸하더라구요. 가영이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는데 가진 게 아무것도 없이 끝나는 거잖아요. 솔직하게 마음을 다 표현한다고 해서 성공하는 게 아니고, 마음이 다 전해진다고 해서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영화가 완성되고 나서 세 분께서 관객 입장으로 어떤 느낌이셨는지 또 한 번 여쭤보고 싶어요.


형슬우: 저도 시나리오를 읽는 내내 킥킥거리며 웃다가 마지막에 감독님이 써놓은 대사, 함께 있었으면 좋을 거예요. 분명히.라는 대사를 읽는데 처연해지는 감정을 받았거든요. 영찬도 가영처럼 쓸쓸하게 돌아갔을 거라 생각하니 어떻게 보면 둘은 거울 같은 존재가 아닌가 싶고요. 영화를 보면서 처음에는 웃지만 끝나고 집에 갈 때 생각이 많이 나겠다 싶었습니다. 계절상 개봉시기도 좀 적절한 거 같습니다.

 

박종환: 제가 모르고 있는 제 모습들을 발견했던 거 같아요. 내가 자연스럽게 카메라 앞에 있을 때 저런 모습이라는 사실을 <밤치기>를 통해서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극 중 인물이긴 해도 가영이라는 인물이 특별한 것 없는 진혁이 자체를 좋아해주는데 그게 또 저잖아요. 진혁이가 뭐라고, 뭐 이런 생각들이 들었던 거 같아요.

 

진명현: 정가영 감독님은 어떠셨어요? 본인영화를 보면서요.

 

정가영: ...재밌다, 이런 생각들을 했었던 거 같고요

 

진명현: 남의 영화 얘기하듯이 말씀하시네요.

 

정가영: 아직까지는 객관화가 잘 안돼서 그런 거 같아요. 제가 그렇게 밤을 쳤던 기억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런 기억을 결국 영화로 찍었다는 게 참...

 

진명현다들 아시겠지만 정가영 감독은 고유의 개성이 강해서 이전 단편작들, 그리고 장편데뷔작 <비치 온 더 비치>에서도 정가영이라는 사람이 보여요. 그 비중과 비율도 크고요. <밤치기>에서도 각본 작업을 하셨는데 제일 놀랐던 것 중에 하나가 진혁과 영찬의 이야기가 상당히 다른 톤이었다는 점이에요. 연출자,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으로서의 성장이라고 볼 수 있는 거 같아요. 이 두 남자 캐릭터를 만든 이야기를 여쭤보고 싶어요.

 

정가영: 진혁 역할은 박종환 배우를 생각하면서 쓴 거라서 특유의 분위기나 반응을 상상하면서 열심히 썼던 거 같아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썼던 게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고요, 사실 영찬 역할은 꼭 쓰려고 했던 게 아니라 둘 사이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 했으면 좋겠다, 그 사람이 가영의 다른 모습을 이끌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조금 별로다 싶으면서도 또 귀여운 구석이 있는, 진혁이 나를 거절 했을 때 이 남자와 같이 있게 될 수 있을까 생각할 정도의 편한 느낌, 그런 매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썼습니다. 두 분 다 잘해 주셔서 즐거웠죠.

 

진명현 정가영 감독님 다른 인터뷰를 보니 이제 연기를 안 하시겠다고 하시던데요.

 

정가영: 네 맞아요. 다음부터는 장편에서는 안하려고 해요장편은 촬영회차가 훨씬 많잖아요. 제가 찍는 단편은 1, 2회차 정도거든요. 그 정도는 연출을 겸하면서 같이 가지고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장편은 아무래도 체력적으로도 힘드니까 연출에만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진명현: 종환 배우님과 슬우 배우님에게 여쭤보고 싶어요. 몸이 고된 연기는 아니었지만 두 인물 간에 호흡을 놓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되는 연기기도 하잖아요. 대사의 텐션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서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박종환: 촬영하기에 앞서 촬영이 이런 식으로 진행될 것 같으니 대사를 어느 정도 암기를 해야 할 거 같다고 미리 얘기를 해주었고, 저도 이런 작업은 해본 적이 없어서 촬영 전에 만나서 두 번 정도 같이 연습해봤어요. 장면이나 대사를 일일이 상의하거나 손 본 건 아니고 전체적으로 암기를 잘 하고 있는지, 어떤 식의 연기를 해야하는지 대략적인 범위를 파악해나갔던 것 같아요. 서로 이해하는 폭이 너무 차이나면 안 되니까요. 촬영할 때 걱정을 많이 했어요. 카메라 여러 대 세워놓고 삼사십분 쭉 촬영을 해야하는데 중간에 대사를 까먹거나 호흡을 놓치고 헤매면 어떡하지 걱정을 했었는데, 정가영 감독이 집중이 틀어지면 거기서부터 다시 이어서 가면 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촬영 하라고 말해줬어요. 막상 촬영할 때는 거의 끊긴 적이 없었던 거 같아요. 걱정을 많이 한 게 도움이 되었던 거 같아요.

 

형슬우: 저는 종환 배우와는 다르게 카메라가 여러 대가 아니고 한 대여서 피할 수 없었거든요. 초반에 대사를 하다가 중간에...

 

정가영: 대사를 안 외우셨어요.

 

형슬우: 거짓말! 아니, 외우긴 했는데 정가영이라는 큰 산이 있어서 제가 뛰어넘지 못했습니다. 굉장히 어렵더라구요. 긴장되고. 10테이크 만에 오케이가 났어요. 쾌재를 불렀죠. 앞으로 배우들한테 정말 잘해줘야겠다고 굉장히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기회가 온다면 다음에는 더 열심히 해야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명현: 슬우 배우님이 주먹을 친 다음에 가슴에 갖다대는 것은 애드립이죠? 혹시 정가영 감독님의 애드립은 없었나요?

 

정가영: 거의 98%는 각본이 그대로 녹아있고 애드립이 별로 없는데, 슬우 감독님과의 키스신은 한 27테이크를 갔어요. 그건 사전에 연습을 많이 해볼 수가 없으니까요. 어쩌면 그게 거의 애드립이 아니었을까 싶고요.

 

진명현: 그 장면에 대해 많은 질문이 나올 것 같은데 어떤 의도의 장면인가요?

 

정가영: 저는 사실 상상이라고 의도를 한 건데 보시는 분에 따라서 실제라고 보시기도 해요. 저는 어느 정도 모호하게 열려있는 게 좀 더 좋은 것 같아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만약에 실제로 키스를 했다면 그날 밤은 계속 이 사람이랑 같이 있었을 것 같아요. 저에게 있어서는 상상이었기 때문에 저 사람한테 간 거죠.

 




진명현: 영화에 대한 구애이기도 한 부분들이 분명 있는 것 같아요. 같이 나누는 대화 속에서 시나리오 조사와는 별개로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를 통해서 저 남자와 내가 정말 잘 맞을지를 가늠해보기도 하고요. <봄날은 간다>로 둘이 통하다가도 기어이 <배틀로얄>을 꺼내오더라고요. 영화라는 요소가 주제에 가까울 정도로 쓰였어요.

 

정가영제가 실제로 사람들 만날 때 영화얘기를 자주 하고, 인생영화 뭐냐고 물어보고 그래요. 자연스럽게 이런 부분이 대본 작업할 때도 녹아들었던 거 같고요. 마지막에 나레이션 나오는 장면에서도 엎어진 영화 얘기를 해서 그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었는데요. 제가 의도했던 건 진혁이가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이날 밤을, 가영이라는 애를 떠올렸을 때 그 때 걔가 이상한 얘기를 하나 했었는데...” 이런 식으로 회상하길 바라는 느낌이었어요.

 

진명현: 영화 속에서 인생영화로 꼽아주셨던 것들, <배틀로얄><봄남을 간다>, <아는 여자> . 실제 배우님들이 좋아하는 작품들인가요?

 

형슬우: 저는 일단 다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박종환: 저는 <아는 여자> 좋아하구요. <7급 공무원>은 아직 못봤습니다.

 

정가영: 저도 좋아하는 작품들이죠.

 

진명현: 갑자기 세분의 인생영화가 궁금해요. 그 외에 작품 중에서 인생영화로 꼽을만한 영화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정가영: 저는 <러브레터>?

 

박종환: 저는 <오아시스> 좋아합니다.

 

형슬우: <박하사탕>?

 

정가영: 다 네 글자네요!

 

 



관객: 영화 재밌게 잘 봤구요. 감독님은 음악을 적재적소에 잘 쓰시는 거 같아요. 음악을 쓰실 때 어떤 식으로 고려하면서 사용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정가영: 글쎄요. 그냥 편집하다가 여기서는 어떤 분위기의 음악이 나왔으면 좋겠는지 생각하고, 예를 들면 발랄한 음악이 나오면 좋겠다, 혹은 쓸쓸한 음악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식으로요. 그래서 그냥 좋은 음악들을 골라넣는 편인거 같아요.

 

진명현: 듀크의 스타리안은 도대체 왜 들어갔나요? 목에 핏줄을 보여주기 위한 선택인가요? 그 정도의 샤우팅을 필요로 하는 댄스곡을 남자들이 노래방에서 잘 부르지 않잖아요.


정가영: 종환 배우 애창곡이에요. 저희가 실제로 리딩 끝나고 한 번 노래방에 가서 어떤 곡이 좋을지 골라봤는데, 제가 주문한 곡들보다 종환 배우의 애창곡인 스타리안을 부를 때 제일 멋있어보였어요. 그래서 그대로 썼습니다. 그 곡도 정말 좋잖아요.

 

박종환: 그 노래가 나왔을 적에 좀 좋아했어요. 고음과 저음이 반복되는 노랜데요, 친구들하고 나눠서 부르다 보니 고음과 저음을 제가 다 혼자서 불러보고싶더라고요. 그게 신나고 재밌게 느껴졌던 거 같은데 그러다 보니 애창곡이 되었습니다. 정가영 감독이 원했던 곡들이 몇 개 있었지만 제가 좋아하는 스타리안을 불러보았는데 마침 좋아해주더라고요.



관객: 마지막 장면은 헤어지고 나서 가영이 방안에 있는 장면인데, 저는 그 모습이 약속을 나가기 전에 준비하는 순간이라고 이해했거든요. 마무리를 그렇게 하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정가영맞아요. 그게 시나리오에서는 제일 첫 장면이었어요. 진혁을 만나러 가기 전에 준비하는 거요. 근데 가영이 진혁에게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끝나버리면 영화가 좀 처절하게 느껴지는 거 같아서 그 첫 장면을 뒤에 붙여봤어요. 그랬더니 발랄한 느낌이 들고 가영이가 기죽지 않고 잘 살 거 같더라고요. 발랄한 음악과 함께 그렇게 영화가 끝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진명현: 근데 그때 삽입된 파파야의 사랑만대기노래가사도 정말 처참하거든요. 노래 안 듣고 가사만 보면 되게 슬픈 가사예요. 가영이라는 인물의 엄청난 순애보, 성공하지 못한 실패한 구애를 본 뒤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걸 보면서 저는 더 아프더라고요. 다시 한 번 보시면 마지막에 울 수도 있어요감독님이 영향 받은 콘텐츠가 지금은 폐지된 이라는 프로그램이라면서요. '애정촌'까지 꼭 붙여서 말씀하시더라고요.(웃음) 그 안에서 좋아하는 마음들이 드러나고 엇갈리는 게 굉장히 재밌다고 하셨어요. 어떤 측면에서는 <밤치기>라는 작품이 복고적인 향수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아주 순수하게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 마음에 대한 영화니까요. 조건 없이 솔직하게 인물이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순도 높은 연애영화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감독님의 마음은 어떠셨나요?

 

정가영: 그냥 20대 때 저의 머릿속에는 반은 사랑, 반은 영화였던 거 같아요. 그 두 가지에서는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고민했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이렇게 들끓는 영화를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왜 그렇게 이라는 프로그램이 재밌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런 한정된 곳 안에서 사람이 서로 묶이다 보면 딴 생각 안하고 순수해지는 것 같아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었을 때, 마음이 엇갈릴 때의 애달픔 같은 것이 그 프로그램에서 보였던 같아요. 사실 로맨스라는 게 사람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되게 처참하게 만들기도 하고 한 순간에 황홀경에 휩싸이게 만들기도 하잖아요. 어떤 이야기를 할까 생각해보았을 때 <밤치기>처럼 실패에 가까운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진명현: 박종환 배우에게는 첫 번째 멜로 영화에요. 이 작품을 계기로 앞으로 달달한 연애 영화나 멜로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좀 생기셨는지 여쭤보고 싶네요.

 

박종환: 그런 생각은 많이 들었던 거 같아요. 이 영화를 보면서 캐릭터긴 하지만 가영을 대할 때 내가 이런 모습이 나오는구나, 이런 모습으로 반응을 하는구나 생각했어요. 멜로영화를 했을 때는 나에게 이런 모습이 있구나 싶어서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객: 진혁이 룸카페에서 길을 잃은 장면 있잖아요. 진혁이 결국 방을 어떻게 찾아 갔을지 궁금하고요. 또 형슬우 감독님에게 질문인데요. 아까 전 가영 감독님이 마지막 키스신을 상상으로 넣었다고 하셨잖아요. 실제로 영찬에게 그 상황이 왔다면 영찬은 어떻게 했을지 궁금합니다.

 

형슬우: 영찬은 그냥 직진하는 인물이잖아요. 붙임성이 그냥 있는 친구고,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잖아요. 가영과 운명적으로 맞춰보려고 하고 말도 안 되는 소리도 하면서요. 그래서 저는 그냥 바로 수긍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정가영: 종환은 그냥 한 번 헤매다가 방을 바로 찾아갔다고 생각했어요. 술 마시던 중 화장실 갔다가 돌아가는 길에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지, 내가 이상한 소리한 거 아닌가.‘ 그런 표정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 같아요.

 


관객: 형슬우 감독님한테 질문 드릴게요. 정가영 감독님을 다음 작품에 캐스팅하고 싶다는 기사를 봤는데, 어떤 역할로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밤치기>가 레진코믹스 제작 작품이잖아요. 첫 제작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 이전 작품들과 제작여건이나 환경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형슬우: 장편영화 컨셉을 몇 개 짜두었는데요, 그 중에 어떤 한심한 오빠와 그 오빠한테 자꾸 까부는 역할이 있어요. 그 역할 이미지에 자꾸 정가영 감독님 얼굴이 떠오르는 거예요. 정가영 감독님한테 맡기면 재밌게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언제 제작될지는 모르겠지만... 2030년쯤에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정가영: <비치 온 더 비치> 같은 경우엔 제가 직접 제작하다보니 감독으로서, 배우로서 부담감 보다는 제작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굉장히 강했거든요. 그런데 이제 두 번째 작품은 좋은 제작사를 만나서 제가 확실히 연기나 연출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개봉하고 나서도 이렇게 든든히 지원해주셔서 감사드리죠. 다른 영화를 같이 할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 같이 하고 싶죠.

 


관객: 영화를 보면서 대사가 굉장히 긴데 리듬감이 있다고 느껴졌거든요. 시나리오를 쓰실 때부터 애초에 대사에 리듬감을 고려하신건지, 현장에서 배우들 사이에 주고받다가 생겨난 것인지 궁금합니다.


정가영: 말씀해 주신 것들이 모두 복합적으로 들어갔던 거 같아요. 한정된 공간이다 보니 아무래도 지루할 수 있는 지점들이 있었어요. 편집하면서도 배우들의 표정이 더 잘 살아있고 그 순간의 느낌에 충실한 부분들을 모으다보니 리듬감이 담긴 장면들이 나온 거 같아요.

 

박종환: 덧붙여서 말씀드리자면 저도 배우로서 장면을 잘해보고 싶어서 간혹 대사를 바꾸는데, 그러면 리듬감이 깨지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밤치기> 작업하면서는 대사나 상황을 바꾸고 싶었던 게 하나도 없었던 거 같아요.

 




진명현: 종환 배우님은 고도로 계산된, 분석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거든요. 클래식한 타입이고 불안한 부분이 없는 배우에요. 근데 정가영 감독님의 연기 톤이 정말 특이하거든요. 상대를 계속 긴장하게 만드는, 문장을 끊어내는 타이밍도 일반적이지 않은 연기를 해요. 이 영화는 정가영이 계속 던지는 공을 박종환이 어떻게 받아내는지 보는 재미가 있어요. 다른 영화에서 이런 조합을 찾는다면, <아는 여자>에서 이나영과 정재영일 것 같아요. 이나영 배우가 특이하게 던지면 정재영 배우가 안정적으로 받는, 투수와 포수와 같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형슬우 배우님은 정가영 감독님 같은 과인데, 박종환 배우님이 가지고 있는 안정감이 있어서 조합이 재밌습니다. 그게 적은 인물로도 꽉 찬 느낌을 주는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대부분 이렇게 인물이 적은, 남녀의 대사에 집중하게 만드는 이야기는 비포 시리즈처럼 관객들한테 풍부한 감성을 주잖아요. 근데 <밤치기>는 의도적으로 인물들의 얼굴 외에는 볼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지게 해요. 공간의 낭만성이라든지 판타지는 거의 없어요. 사실 룸카페 같은 데 가서 연애하고 싶지는 않잖아요. 연애에 대한 낭만이 대사에는 많은데 시각적인 부분에서는 의도적으로 배제시킨다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정가영: 의도하고 배제한건 아닌데 그 순간에 그렇게 나온 거 같아요. 룸카페 장면도 일반 술집을 생각하기도 했는데 어쩌다보니 저 곳이 됐어요. 저는 그냥 받아들이는 스타일이라서요.

 

진명현: 앞으로의 작업에서 정가영 감독님 작품 인물과 공간들의 비율이 어느 정도 될지 여쭤보고 싶어요. 계속 인물들의 비율이 큰 작품을 작업하실 건가요?

 

정가영: 세 번째 작품은 기존의 작품에 비하면 공간이 변화하는 재미가 더해진 거 같아요.

 


관객: 정가영 감독님 작품 볼 때 마다 항상영화 안에 가영이라는 인물이 너무나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영화 속 가영과 실제 가영이 비슷한 사람일지 궁금증이 계속 생기는 것 같아요. 또 제목을 밤치기로 지은 이유와 과정도 궁금합니다.

 

정가영제목은 제가 지어낸 거예요. 힘차게 점프해서 밤하늘을 치는 것처럼, 힘겹게, 힘차게 밤의 구애를 끝까지 가본다는 느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단어인 거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이날을 회상했을 때 , 그날 내가 밤을 쳤었지이렇게 표현할 수 있게끔. ‘밤치기라는 단어가 예쁘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실제로도 가영은 매력이 있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형슬우실제로 매력이 차고 넘칩니다. 감독님 최고에요!

 

박종환실제와 닮은 거 같기도 하고 다른 부분도 있는 거 같기도 하고 저도 지금 알아가는 중이라서. 근데, , 최고예요.

 




진명현: 기계적인 두 분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웃음) 오늘 금요일 밤 늦은 시간 까지 자리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끝인사 나누면서 자리를 마무리 하도록 할게요.

 

형슬우: 금요일 밤에 이렇게 찾아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즐겁게 얘기 나누었으니 밤에 잠자리에 누워있으면 또 <밤치기> 생각이 날겁니다. 또 내일 아침에도 생각 날 거고 다음날도 생각 날 거고요, 좋은 얘기 널리널리 퍼트려주세요. 감사합니다.

 

박종환: 금요일에 끝까지 자리 함께해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리고 영화 재밌게 보셨다면 긍정적인 입소문 많이 부탁드리겠습니다. 살펴 돌아가세요.

 

정가영: 아무래도 개봉 첫 주다보니 입소문이 절실합니다. 재밌게 봐주셨다면 해시태그 많이 해주시고요, 오늘 늦게까지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들어가실 때 조심히 들어가세요.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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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치기>  리뷰 : 우리는 이렇게까지 구애합니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마리솔 님의 글입니다. 





'밤치기'라니. 과연 정가영 감독다운 제목이다. 정가영 감독이 처음부터 박종환 배우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진혁을 향한 가영의 사심이 여실히 드러나서 재미있는 영화다. 감독의 전작인 <비치온더비치>(2016)에서 가영은 헤어진 남자친구의 집에 무작정 찾아가 같이 자자며 떼를 쓴다. 그때의 가영이 무대포로 솔직했다면 <밤치기>의 가영은 자고 싶다는 말 한마디를 하려고 다른 여러 말과 분위기를 만든다. 이 사람, 꼬시는 데 요령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 하는 말들


가영은 시나리오 작업에 쓰일 자료가 필요하다며 진혁을 만난다. 그런데 어째 질문들이 좀 이상하다. “하루에 자위 두 번 한 적 있어요?” 라든가 애인 생각하면서 자위해요?” 등의 좀처럼 예측 불가능한 질문들이다. 처음엔 당황한 기색으로 헛웃음을 짓거나 머뭇머뭇하던 진혁도 그런 질문들이 흥미롭다는 듯, 그걸 또 굳이 다 대답한다. 진혁과 자고 싶은 가영의 욕망이 드러날수록 두 사람의 물리적 거리도 점점 좁혀진다. 식당에 마주 앉아 찌개에 소주를 들이키던 이들은 룸카페로 장소를 이동한다. 비좁고 은밀한 공간 안에 가까이 마주 앉은 두 사람의 대화에서 맥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대화 주제가 이리 튀고 저리 튄다. 정확히는 가영의 '아무말대잔치'다. 불필요해 보이지만 실은 필요한 말들이다. 가영은 혈액형 궁합에 대해 장황하게 이야기하거나 이름 궁합을 맞춰보며 오빠랑 자는 건 불가능하겠냐고 물을 타이밍을 노린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을 꺼내기까지 나오는 구차한 말들, 사족들은 이렇게나 찌질하지만 사랑스럽다. 구애하는 우리 모습은 이러하다.

 



거절은 거절


룸카페에서 노래방으로 장소를 옮긴 두 사람 사이에선 긴장감이 제법 흐른다. 노래 점수 내기에서 이긴 가영은 소원 하나만 들어달라며 진혁에게 볼뽀뽀를 하기도 한다. 처절하게 구애했지만 가영은 끝내 진혁과 자지 못한다. 두 사람의 결말만 놓고 보자면 이건 예상 밖의 일이다. 우리에게 익숙하거나 예측 가능한 결말에서 벗어난다. 관심 있는 상대가 룸카페 그리고 노래방까지 동행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가영에게 호감 있는 남자, 영찬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영찬의 말을 가영은 정중히 거절하고 영찬은 알겠다며 거절을 거절로 받아들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좋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때에 따라 다른 사람


가영은 취향이 분명한 사람이다. 그의 화법이나 행동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가영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정확히 알고 그걸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다. 진혁에게는 멜로영화, 그 중에서도 <봄날은 간다>를 좋아한다고 말하더니 영찬에게 하는 말은 다르다. 진혁에게는 영화 결말도 기억 못하냐며 면박을 주던 가영은, 영찬이 <봄날은 간다>를 좋아하는 영화로 꼽자 자신은 잘 모르는 영화라며 갑자기 취향을 바꾼다. 두 남자를 대하는 태도도 다르다. 두 번째 만남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진혁에게 거침없이 솔직하던 가영의 쿨함은 때에 따라 변한다. 오늘 즐거웠다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영찬에게 건네는 가영의 인사치레는 낯설다. 그렇지만 그런 모습의 가영이 낯설지는 않다. 그건 우리의 모습이다. 사랑을 구걸하고 사랑을 거절할 때면 누구든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할거야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가영의 외출준비다. 잘 보이고 싶은 누군가와의 약속을 앞둔 듯, 열심히 공들여 화장한다. 진혁을 만나기 전인지 후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건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도 가영은 누군가를 향해 치열하고 처절하게 구애할 것이다. 거절당하고 자존심 상하더라도 또다시 사랑을 갈구할 것이다. 가영의 구애 그리고 우리의 구애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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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의 시간들>  한줄 관람평


김정은 |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이 담아낸 집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의미

박마리솔 생동하는 집을 목격하는 즐거움

승문보 | 물리적으로 쌓아 올린 집에서 추억으로 쌓아 올린 집으로

권정민 | '콘크리트정글 안의 아름다운 내 집'이라는 환상. 풍경의 일부가 되고 싶게 만든다

주창민 유형의 공간 속에서 무형의 공간을 보다

도상희 영상 속에 깃든 '영원의 건축'

 




 <집의 시간들>  리뷰 :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이 담아낸 집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의미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정은 님의 글입니다. 




재건축을 앞둔 둔촌주공아파트 어느 집의 거실에서부터 <집의 시간들>은 시작된다. 영화는 여러 집의 구석구석을 천천히 비추며 그 공간을 채우고 꾸려온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각자 다른 사정이 있지만 여느 집이 그러하듯이 다양한 형태와 결의 애정과 추억을 공간에 대한 목소리를 통해 보고 듣는다. 집에 머물렀던 카메라의 시선은 점차 아파트 건물과 단지 주변으로 옮겨가며 둔촌주공아파트의 아늑하고 평화로운 낮과 밤의 일상을 포착한다. 느릿하고 섬세한 집의 시간들 속에서 주민들의 목소리가 잠시 멈춘 순간, 우리는 그들이 아파트를 떠나 보내는 그 마음을 짐작해보기도 하고 각자의 공간에 대한 기억을 환기시키기도 한다.

 




<집의 시간들>은 집을 찾아가 찍는 영상 프로젝트인 라야 감독의 '가정방문', 그리고 독립출판물 '안녕둔촌주공아파트' 기획한 이인규의 공동프로젝트이다. 집이라는 공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재개발을 위한 철거를 앞둔 둔촌주공아파트와 그 공간 속의 삶을 기록하였다. 아파트 주민을 먼저 인터뷰한 뒤 공간을 촬영하는 방식은 다양하고 입체적인 관점에서 주민들의 솔직하고 내밀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오랫동안 가족처럼 함께 살아온 공간에 겹겹이 쌓인 추억과 애틋함, 재건축을 기대하는 동시에 둔촌주공만이 가지는 정겨운 분위기를 그리워하는 마음, 단수와 녹물이 자주 발생하는 등의 불편, 재건축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나오지만 확정된 것은 없었던 지난한 시간, 둔촌주공을 지켜온 주민들끼리의 공고한 유대로 인한 소외감까지각자의 사연이 담긴 여러 주민들의 서사 속에서 공통된 점은 녹지에 대한 애정이었다. 봄이 되면 활짝 피는 벚꽃, 창문 너머로 보이는 무성한 풀잎들, 그리고 들려오는 새소리와 바람소리, 오솔길 같은 뒷길과 비 내린 뒤 자욱하게 피는 안개. 자연과 함께하는 주거지가 주는 푸르고 단단한 안정감을 이야기하며 서울 도심에서 이런 공간을 다시 만나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한다.

 




<집의 시간들>은 둔촌주공아파트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경청하면서 주거지로써, 사람이 살아왔던 곳으로써 어떤 공간이었는지를 말한다. 그리고 아파트를 금전적인 도구로써 바라보고 효율과 발전, 미관의 명목으로 재건축을 행하는 현 세태에게 집이 가지는 의미를 넌지시 묻는다. 이미 철거가 진행되어 온전한 예전의 풍경으로는 돌아갈 수 없게 된 아파트에게 작별인사를 고하며, 새로이 지어진 삶의 터전에서 자연과 융화된 옛 둔촌주공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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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풀잎이 되어  <풀잎들>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10월 31일(수) 오후 8시 상영 후

참석 김형구 촬영감독

진행 김현민 영화저널리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마리솔 님의 글입니다.




영화의 시작과 끝은 화단 속 옹기종기 심긴 풀잎들이다. 바람이 불자 흔들리지만 용케 잘 버티며 서있다. 어떻게 저렇게 작고 연약한 것들이 쓰러지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흙 속에 얽혀있을 뿌리를 떠올렸다. 영화 속 인물들도 그러하다. 타인과의 얽힘이 때로는 거슬리고 불쾌하지만, 얽혀있는 덕분에 살게 된다. 우리는 서로의 풀잎이다. 영화저널리스트 김현민의 진행으로 김형구 촬영감독이 함께했다.

 





김현민 영화저널리스트(이하 김현민): 오늘 인디토크 진행을 맡은 김현민입니다. 김형구 감독님도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김형구 촬영감독(이하 김형구): 안녕하세요. 촬영감독 김형구입니다. 영화 재미있게 보셨나요? 홍상수 감독님의 예전 영화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죠. 더 재미있어진 것 같아요.(웃음)

 

김현민: 감독님께서는 <풀잎들>을 얼마 만에 다시 보신 건가요?

 

김형구: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때 보고 한 달 만입니다. 최초로 본 건 편집 끝나고 후반 작업할 때, 작년에 촬영마친 뒤 한 달 후였죠. 그러고 부산국제영화제 때 본 거고요.

 

김현민: 아까 다른 작품과 다르게 느껴진다고 하셨는데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김형구: 내용면에 있어서는 그냥 관객분들이 보시는 대로 느끼면 될 것 같아요. 일단 저는 촬영을 했으니까, 촬영에 있어서는 이 영화가 홍상수 영화 사상 최초의 컷이 나온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오버숄더 컷이 들어갔죠. 최초의 오버숄더 컷이었는데요, 아주 느낌이 특별했습니다. 보통 홍상수 감독 영화는 원 씬 원 컷이다 보니 거의 연기자들이 마주보고 연기하거나 투 샷이었다가 각각 원 샷으로 줌인 되는 식으로 주로 촬영해왔어요. 그런 식으로 굳어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버숄더 컷이 나와 깜짝 놀랐습니다. 인상 깊게 찍은 샷이었어요. 찍으면서도 이 장면이 특별하겠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김현민: 방금하신 말씀 그 장면이 어딘지 아시겠죠? 그렇지 않아도 그 장면에 대해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이따 다시 여쭤보도록 할게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때부터 홍상수 감독과 함께하셨고 벌써 8번째인데요.

 

김형구: 아직 개봉은 안 했지만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기주봉 배우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강변호텔>까지 하면 9작품입니다.

 

김현민: 홍상수 감독님과 작업하시면서 처음엔 안 맞거나 당혹스러운 면도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일치하는 점이 많아서 여러 작품을 함께 하신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감독님의 작업 현장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김형구: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를 촬영했던 게 2003년 겨울이거든요. 그 전에 저랑 홍상수 감독이 같이 학교에 교수로 있었던 시절이 있어요. 그때는 저도 상업영화 찍느라 바빴고 홍상수 감독님도 다른 촬영감독과 작업하느라 바빴습니다. 작업을 꼭 같이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고 그냥 오다가다 복도에서 마주치면 인사치레로 언제 한 번 같이 해야 하는데...’ 정도로 이야기하는 식이었어요. 그러다가 기회가 왔는데, 처음엔 고민되더라고요. 감독님의 스타일을 익히 들어왔거든요. 어떤 면에서는, 그러니까 일반적인 촬영 면에 있어서는 감독님 영화에선 촬영감독이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어요. 상업영화를 찍을 때는 촬영감독이 생각해야 하는 컷이나 시퀀스가 되게 많아서 준비할 게 많은데 감독님 영화는 그런 게 별로 없거든요. 그때는 누가 찍어도 홍 감독님 영화는 다 똑같겠다는 생각을 했던 시절이었어요.(웃음)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촬영을 들어가고 처음으로 테스트 촬영을 하는데 그때 줌을 쓰더라고요. 그 전 영화에선 전혀 못 본 새로운 시도였어요. ‘새로운 시도를 하나보다기대했는데 막상 본촬영을 시작하니 줌을 안 쓰더라고요. 감독님이 모르겠다, 모르겠다.” 하시더니 그 영화는 결국 줌인을 안 쓰게 됐어요. 사실 저는 상업영화감독으로서 해왔던 것이 있는데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우려했던 대로 촬영방법이 많이 달랐어요. 하다못해 시각적으로 너무 어둡거나 밝은 순간이 있으면 촬영감독들은 그 장면을 바꿔보려고 시도하는 게 일반적이잖아요. 그래서 촬영을 다른 방법으로 하거나 이 방법은 피하면 안 되냐고 했더니 감독님이 아냐, 너무 예뻐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기존 영화에서 하던 방식과 완전히 달리하지 않으면 이 사람과 같이 작업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이후엔 제 생각을 많이 접고 감독님에게 맞춰나갔고, 어려움도 있었지만 서로의 다름을 느끼고 나서는 신세계를 보기 시작했어요. 영화를 이렇게 찍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홍상수라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요. 작업 제안이 오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당시엔 무척 바빴고 다른 상업영화를 하던 터라 못했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시간이 많아졌고 이후엔 거의 같이 하게 되었죠.

 




김현민: 홍상수 감독님이 바라보는 아름다움을 김형구 감독님도 알아보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홍상수 감독님을 인터뷰할 때 가장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게 줌인을 언제 하는가?’거든요. 홍상수 감독님은 그냥 그날 느낌에 따라라고 하셨어요. 그 대답에 대고 더 뭐라고 말을 붙일 수 없겠더라고요. 그런데 그건 촬영감독 입장에선 어려운 일일 것 같아요. 서로의 타이밍이라는 게 일치해야 가능한 일들인데, 두 분만의 수신호가 있다고 들었어요.

 

김형구: 물론 수신호가 있습니다. 그때마다 신호는 달라지지만 주로 탁 칩니다.(웃음) 한 번에 오케이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두세 번 하다 보면 어느 부분에서 줌이 들어가고 카메라가 누구에게 가는지가 익혀져요. 그 다음부터는 이때쯤 신호가 들어오겠다 하는 감이 생겨요홍 감독님의 영화는 보통 상업영화 만드는 것과 반대의 방법이라고 보시면 돼요. 상업영화는 준비를 정말 많이 해야 해요. 준비하지 않으면 펑크가 나거든요. 그런데 홍상수 감독 영화는 준비할 수가 없어요. 뭘 찍을지 모르니까, 아무도 모르니까. 사실 배우들이 가장 놀라워요. 이 긴 대사를 아침 한 시간 만에 달달 외워서 해야 하니까 대사에 강하지 않은 배우들은 홍 감독님하고 영화 하기 힘들 것 같아요. 저 역시도 장소만 알 뿐이고 뭘 찍을지 궁금해 하고 있으면 아침에 시나리오가 나오죠. 그때서야 아는 거죠. 배우는 그때그때마다 다르지만 사실 스태프는 8명밖에 안 돼요. 언제부턴가 8명이 전부가 되었어요. 그렇게 여러 작품을 하다 보니 이제는 서로 다 방법을 알고, 적은 인원이지만 균형 있게 프로덕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 작품은 3일 만에 찍고 쫑파티를 했어요. 나중에 사운드에 문제가 있어서 재촬영을 하느라 4일 촬영이 됐지만요. 저도 어떤 작품 찍을지 물어보면 홍 감독님은 맨날 모른다고만 하세요. 그때마다 가봐야 안다고 해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그냥 큰 틀에서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큰 틀에서 생각하면서 작은 요소들을 관찰하고 그것을 즉흥적으로 영화에 집어넣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것들이 놀랍게도 잘 맞아 떨어져요. 세상에 이렇게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독보적인 존재라고 생각하고 매번 감탄합니다.

 

김현민: 처음 대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안재홍 배우와 공민정 배우가 대화하는 장면이요. 그 대화를 자세히 보면 말하는 사람보다 듣는 사람에게 포커스가 더 가 있어요. 일반적으로 줌인이 들어갈 때는 말하는 사람에게 카메라가 가는데요, 대사의 리듬과 카메라의 리듬이 조금 엇나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듣는 사람의 반응을 기민하게 살피게 만드는, 관찰하는 줌인을 쓰시더라고요.

 

김형구: 때마다 많이 다릅니다. 감독님이 그랬잖아요. ‘보고 느낌대로 한다.’ 그 장면에선 대사를 하는 사람보다 듣는 사람의 반응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랬을 것 같아요. 저도 이때는 오히려 대사하는 사람에게 카메라가 가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는데 홍 감독님은 반대로 가시더라고요. 그냥 감독님의 그때 느낌이 그래서 그렇게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김현민: 재미있는 게 있더라고요. 처음에 두 사람의 대화를 유심히 보다 보면 아름(김민희)이 그들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다는 걸 알게 돼요. 아름이가 내레이션을 하잖아요. 자연스럽게 이 이야기의 화자는 아름처럼 느껴진단 말이죠. 그 이후엔 창수(기주봉)와 성화(서영화)가 대화를 할 때는 아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돼요. 아름이 보고 있다는 걸 의식하게 되거든요. 관객에겐 이중시점이 되는 거죠. (관객)가 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아름이 보고 있는 걸 내가 보고 있다는 것. 그런 아름의 시선을 의식하며 프레임을 잡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김형구: 사실 찍을 때는 배우들이 지금 옆에 있다고 하더라도 다들 모른다고 할 거예요. 저희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배우들은 정말 대사의 양이 많으니까 오로지 대사에만 집중을 하고요,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어요. 감독님의 작품이 점점 더 그렇게 되어가는 것 같고요. 배우들은 이렇게 저렇게 연습을 해보잖아요. 저 역시도 이렇게 찍을지 저렇게 찍을지 고민하는데 감독님은 그걸 모두 없애버려요. 그냥 현장에선 어떻게 실수 없이 찍을 수 있을 지만 생각해요. 보통 테이크가 몇 분씩 가니까 배우나 저나 NG를 내지 않으려고 해요. 촬영 할 때 그 몇 분은 초긴장 상태예요. 오로지 거기에만 집중하는 상태요.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어요. 작품이 완성되어서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도 촬영 결과물을 알 수가 없어요. 저는 그래도 후반작업 때문에 촬영 한 달 뒤에라도 작품을 볼 수 있었는데 거의 모든 배우가 1년 만에 부산국제영화제 때 영화를 처음 봤죠.

 




김현민: 이 영화에서 주로 나오는 공간이 카페잖아요. 동선 활용이 재미있었어요. 인물들이 들어오고 나가고, 담배 피우러 나가고 들어오고, 그러면서 시선이 교차하고. 등·퇴장이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김형구사실 어떤 면에 있어서는 같은 대답인데, 생각할 틈이 없어요. 그냥 배우들의 대사가 오가는 것에 맞춰서 춤추듯이 그냥 즉흥적으로 찍었죠. 저도 결과물을 보고 나서야 , 저렇게 됐구나.’ 이런 식으로 돼요. 어떤 면에서는 오늘 두 번째로 제대로 본 거예요. 굉장히 즉흥적인, 실제 상황에 잘 대처하는 것도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선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현민방금 말씀하신 춤을 추듯이가 맞는 표현인 것 같아요. 이번 영화에서 가장 이질적인 장면이 순영 역을 맡은 이유영 배우가 등장하는, 오버숄더 장면이었는데요. 한 식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느낌을 못 받았어요. 이질적인 톤이라고 느껴졌어요. 여기엔 의도가 있었을 것 같아요. 빛의 결도 다르더라고요. 아름이 동생 커플과 있을 때와는 다른 결이었어요.

 

김형구: 그게 보충촬영 씬인데요, 사실은 그 씬이 원래는 없었어요. 사운드에 문제가 생겨서 재촬영을 하면서 그 씬이 들어간 거죠. 사실 오버숄더를 찍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림자는 애초에 계획된 게 아니었어요. 우리는 그림자를 보고 그림자가 생겼나 보다’ 하는데 감독님은 그 그림자를 캐치하고 담아냈죠. 작품을 보면 저도 깜짝 놀랄 정도로 순간순간 이런 걸 어떻게 캐치했을까 싶어요. 오버숄더에 그림자까지 조금 과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는데 결과적으론 그 씬에 딱 맞아 들어가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김현민: 그 장면이 상당히 힘이 있어요. 텐션이 생겼던 것 같아요. 이유영 배우의 얼굴은 거의 클로즈업으로 잡혀있는데, 남자는 등만 보이잖아요. 등만 나오다가 기껏 해야 귀만 비추고. 프레임 안에는 여자의 얼굴은 계속 보이는데 남자의 얼굴은 철저히 배제되어 있더라고요.

 

김형구: 사실 마지막에 남자에게 포커스가 오면서 남자가 살짝 보이긴 하죠. 저는 그 샷이 홍상수 감독의 또 다른 샷이 돼서 앞으로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직은 개봉 안 했지만 <강변호텔>에서는 촬영에 있어서 한 발 더 나갔다고 생각할 정도로 큰 변화가 있었어요. 최초로 핸들을 썼어요. 원 씬 원 컷에 트랙을 깔면 더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서 트랙을 쓰자고 어필했는데 홍상수 감독님이 카메라는 무조건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그 다음엔 줌이 들어갔잖아요. 개념으로 따지자면 한 컷 안에서 캐릭터를 자세히 보여주기 위함인데, 처음엔 줌의 속도에 대해서도 감독님과 생각이 달랐어요. 저는 제가 줌의 스피드 같은 요소들을 어떻게 조절 하느냐에 따라 실제 캐릭터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어요. 쑥 들어가는 것과 천천히 들어가는 건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매번 감독님은 쑥 들어가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어떤 캐릭터는 천천히, 어떤 캐릭터는 빨리 들어가야 하지 않냐고 했더니 그냥 커트의 개념으로 생각하자고 하시더라고요. 처음엔 그게 되게 마음에 안 들었어요.(웃음) 지금 작품을 보면 줌 속도가 그때하고는 많이 달라요. 느린 것도 있고 빠른 것도 있고. 나름대로 제가 어필한 것을 감독님이 이해한 게 아닌가 싶어요.

 




김현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신 것 같아요. 그 장면에선 순영의 얼굴을 계속 볼 수밖에 없었는데요. 변하는 감정의 결이 다 보였고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더라고요. 롱테이크를 다 받아내는 이유영 배우의 연기가 놀라웠어요.

 

김형구: 그 장면에 출연한 두 분은 이번 작품 하면서 처음 뵀는데, 두 분의 연기를 보면서 홍상수 감독이 배우를 선택하는 데에는 탁월한 지점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김현민: 제가 좋아하는 컷이 있어요. 아름이가 남동생과 싸우고 난 뒤에 남동생 커플이 술이나 한 잔 하자는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있어요. 바로 다음에 아름이 등장하는데, 날이 어스름해진 걸 보면서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아름이가 혼자 헤매고 있었다는 느낌을 주더라고요. 밤하늘의 전봇대가 등장하는 씬은 시간의 흐름도 보여주면서 아름의 정서도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 전봇대 하나로도 훅 들어가는 컷이었습니다.

 

김형구어떤 상징일 수도 있죠. 감독님 영화는 거의 순서대로 촬영을 해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렇게 찍었어요. 다만 놀랍게도 전봇대가 있었고요. 상징이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하는데 제가 설명할 수는 없는 부분이에요. 동생과 싸운 건 낮이었는데, 초저녁이 되잖아요. 그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우리가 촬영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노래를 부르더라고요. 그게 영화에 방해가 되니까 중단해달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근데 나중에 가선 오히려 찾아가서 불러달라고 했어요. 그 노래를 아마 그 분이 작사 작곡하셨던가, 그랬을 거예요. 그 방이 함께 노래연습을 하는 방인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오히려 즉흥적으로 캐치한, 골목을 돌아다니며 나오는 음악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홍상수 감독이 영화를 반대로 찍는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음악인데요, 일반적으로 음악은 철저히 후반작업에 의해 완성되거든요. 대사가 들려야 하니까. 이번 영화에서는 음악을 깐 채로 영화를 쭉 찍었어요. 그 음악이 연기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거든요.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음악이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 자그마한 것도 어떤 감흥을 주어 실제 그 씬을 소화하는 배우들에겐 큰 역할을 했을 거예요. 저는 클래식을 아주 좋아하는데 촬영 하는 내내 제가 다 아는 음악이 들리니까 그 음악에 제가 영향을 받더라고요.

 

김현민: 이 영화에서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더 있었는데요, 지영 역의 김새벽 배우가 카페에서 누굴 기다리다가 계단을 끊임없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장면이에요. 저는 올라올 때 김새벽 배우가 카메라에 아주 가깝게 겹쳐버린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상당한 의미가 발생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영화를 보시고 나서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김형구: 이 영화 안에서도 그렇고, 감독님의 다른 영화 안에서도 그렇고 반복이 가끔 등장하죠. 반복의 효과를 노리지 않았나 싶어요. 평론가나 감독님의 생각은 알 수 없어요.(웃음)

 

김현민: 마지막 부분에서 넷이 술 먹고 있을 때 경수(정재영)가 엿듣고 있지 말고 아름에게 같이 앉자고 하잖아요. 같이 앉으면 한 프레임이 두 테이블이 들어오게 되는데, 이질적인 두 세계가 갑자기 하나가 되어버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바라보는 주체와 대상이 있다가 어떤 금기를 넘어버린 순간인 거예요. 되게 헉-했어요.

 

김형구: 그게 아마 이 영화에서 감독님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요.

 




관객: 촬영감독님이 말씀하신 대로 홍상수 감독의 기존 영화와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줌과 팬이 너무 유려해서 트랙이 들어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궁금한 건 이유영 배우가 나오는 씬의 포커싱이었는데요, 저는 청점의 이동을 그렇게 표현하신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오버숄더샷 자체도 저는 시점샷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김민희 배우의 시점이니까 남자의 등만 보이고, 그래서 청점의 이동이라는 개념에서 촬영된 컷인지 궁금합니다.

 

김형구: 저는 촬영감독이다 보니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고요, 보통 카메라가 대사하는 사람에게 가는데 그걸 역으로 사용하면 뒷모습으로 앉아있는 사람에게 포커스를 주게 되죠. 말하고 있는 사람이 뒤돌아 있으니까요. 어차피 얼굴이 안 보이면 소리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죠. 오히려 거기에 더 집중하다 보니 그런 샷을 만들지 않았나 싶어요. 사실 감독님 영화에서 처음 찍어 본 거라 저 역시 그런 부분은 생각하고 고민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객: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를 보면 무언가를 파격적으로 시도하기 힘들다고 하셨잖아요. 우리가 홍상수 감독이라고 하면 전형적으로 상상하는 스타일이 있는데, 어떤 시나리오라도 촬영자로서 욕심이 나서 찍게 되는 장면이 있더라고요. 이번에 혹은 이전에도 홍상수 감독님보다 더 욕심 내서 만들어낸 컷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또 감독님이 촬영하실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김형구: 일단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선 안 그랬는데 이후에는 감독님 영화에 줌이 들어가는 시점부터 쭉 같이 작업을 해왔죠. <강변호텔>에서의 핸들에서는 핸들이 들어간 느낌을 어느 정도 주어야 하는지 생각했죠. 너무 흔들리는 것도 원치 않고. 그 부분에 대해서 고민이 생겼고, 특이한 점은 제가 한 두발 걸어갔다는 거예요. 홍상수 영화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건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점점 더 흥미로워지고 재미있어집니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답변도 드릴게요. 촬영은 영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절대 아니거든요. 어떤 면에서는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좀 낮게 느껴지기도 하고.(웃음)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무슨 이야기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촬영이 너무 앞서가도, 혹은 너무 뒤쳐져도 문제가 있을 수 있어요. 하나의 장면으로 모든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샷도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에 있어선 촬영이 뒤로 물러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촬영은 어쨌든 서포트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서요. 아마 제일 중요한 건 배우일 수 있어요. 실제 그 배우가 어떻게 보이냐는 문제는 어떻게 찍느냐는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까요. 가장 중요한 건 이 샷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게 무엇인지 찾는 거고 하나 둘씩 뒤로 빠지면서 더 중요한 것들이 돋보이도록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김현민: 감독님의 인터뷰를 찾아보니까 그런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감독님 촬영 좋은데?”보다 그 영화 좋은데? 촬영도 괜찮았던 것 같아.”라는 말이 더 좋다고 하신 걸 봤어요.

 




관객: 말씀 들어보니 홍상수 감독님이 많은 걸 말씀하지는 않으시는 것 같아요. 시나리오라는 게 설득하는 도구로서도 기능을 하는데, 홍 감독님이 촬영감독님에게도 비밀이 많으시면 영화 제작 과정 전체가 비밀투성이일 것 같아요. 영화라는 공동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형구: 영화작업이라는 게 적게는 50, 많게는 100명까지는 스텝이 있어요. 저도 30년 전 처음에 동아리에서 영화를 시작했는데 그때는 공동 작업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공동 작업이라고 하면서 맨날 싸우는 거죠. 시나리오 쓰면서 싸우고 현장에서 찍으면서도 싸우고. 서로 이게 맞다, 저게 맞다 하면서. 그렇게 싸워도 작품은 나오더라고요. 그 과정을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좋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대학 다닐 때는 사진을 전공했어요. 사진은 혼자 하는 작업이거든요. 친구가 영화동아리 들자고 해서 들어갔는데 공동 작업이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싸울 때는 지겹고 힘들지만 그게 시간이 쌓여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면 성취감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같이 하는 작업이 행복하고 재미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결국은 사진을 접고 영화인이 되었죠. 그런데 영화에도 여러 스타일이 있고 감독도 여러 스타일이 있어요. 어떤 감독은 그냥 알아서 찍어달라고 해요. 저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뜻이죠. 그런데 또 어떤 감독들은 1cm만 카메라를 옆으로 옮겨보라고 하기도 해요. 그런 감독과 작업을 할 때면 감독님이 하라는 대로 하고 저는 마음을 놓아버리는 거죠. 어떤 감독을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홍 감독 작품은 분명 다른 게 있어요. ‘어떻게 이렇게 금방금방 만들 수 있을까?’하는 놀라움과 희열을 느껴요. 감독님이 영화 한 편 만드는 데에는 분명 많은 생각이 있을 거예요. 근데 홍 감독님이 언제는 그러더라고요, 자기는 미리 뭔가를 하려면 긴장감이 사라져서 안 나온다고요. 긴장이 되어야 뭐가 나온다고 했어요. 시간을 너무 많이 두고 고민해봤자 별 게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사실 감독님부터 모든 배우들이 똑같은 거죠. 다만 감독님은 앞서서 시나리오를 내야 하니까 바로 아침에 쓰시는 거고요, 압박을 받아야 튀어나온다고 하신 걸 봐선 우리 모두 다 같은 입장 같아요.

 

 

관객: 배우의 입장에선 당일 날 대본을 받는 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감독님께서는 배우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으시거나 난감한 경험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김형구: 홍상수 감독은 이런 시스템을 견뎌낼 수 있는, 검증된 배우들하고만 작업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한 번 했던 배우들이랑 반복적으로 작업을 하고요. 어쨌든 배우에게 카메라가 앞에 있으면 굉장히 부담이 되죠. 신인배우들이나 카메라 앞에 처음 서는 연극배우들은 다르더라고요. 그런 분들과 처음 작업할 때 어떻게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으면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는지, 그런 부분을 생각해본 적은 있어요. 가끔 가다가 어떤 배우들을 볼 때면 답답한 경우가 있긴 있죠. 계속 반복을 해도 원하는 게 안 될 때. 근데 그건 특별한 경우고요. 사실 제일 힘든 건 아동배우랑 동물과 함께 촬영할 때예요. 어린 아이들은 어떤 경우 몇 번 하다가 더 안 한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요. 어린이 배우가 날 밤 새면서 찍어야 할 땐 정말 난감해요. 사실 헐리우드의 경우, 아이들은 몇 시간 이상 찍지 못하게 되어있고 또 현장에 선생님이 있기도 해요. 우리나라에는 시스템이 없으니까 그런 상황을 마주할 때가 힘들죠.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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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하는 공간과 생동하는 몸의 언어 

 인디포럼 월례비행 <송주원 단편선-안무가 되는 공간, 공간이 되는 몸>  대담 기록


일시 2018년 10월 24일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송주원 감독

진행 정지혜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윤영지 님의 글입니다.



 

인디포럼 월례비행 10월의 프로그램은 송주원 감독의 단편을 모은 기획전이었다. 공간은 숨을 쉬고, 몸짓은 말을 거는 황홀한 이 영화들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려고 했던 것일까? 상영이 끝난 뒤, 송주원 감독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진행은 정지혜 영화평론가가 맡았다.

 

 



정지혜 평론가 (이하 정지혜): 송주원 감독님은 영화 작업도, 안무가로서의 활동도 함께 병행하고 계시고, 공통의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계십니다. 감독님,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송주원 감독 (이하 송주원): 안녕하세요. 저는 무용가이자 댄스 필름 감독을 하고 있는 송주원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정지혜: 이번 송주원 감독님 단편선 월례비행은 안무가 되는 공간, 공간이 되는 몸이라는 제목으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하는데요, 감독님께서도 항상 본인의 작업이 무엇이라고 명명되어야 하는지 고민이 있다고 들었어요. 기존 영화 장르 안에서의 댄스 필름 작업일 수도 있고, 혹은 최근에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전시되는 퍼포먼스 아트의 개념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영화 전반적으로 공간, 특히나 특정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신체적 움직임을 계속해서 기록하고 계시기 때문에 이것은 장소 특정적인 다큐멘터리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모든 가능성들을 작품 안에 가지고 있는데, 어떤 특징들이 그런 가능성을 만들어 내는지 하나씩 짚어보는 것이 감독님 작품에 접근하는 가장 흥미로운 방법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감독님께서는 본인의 작품에 대한 명명을 어떻게 정리하셨는지, 혹은 어떤 생각의 궤적을 거쳐 작업을 이어오고 계신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송주원: 작업의 시작은 블랙박스, 공연무대에서만 공연을 하는 것이었어요. 그러다가 공연장 밖의 공간에서, 도시의 장소에서 춤을 만들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시작한 것인데요, 사실 특정한 장소에서 하는 공연은 객석 확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감상이 어려워요. 그래서 춤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영상으로 기록해서 웹상에 공개하고자 비디오로 기록하는 방식을 선택했고, 하다보니 점점 더 잘 보여주고 싶다는, 더 잘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게 되었어요. 옥인동 골목은 공연하기는 어려운 장소였지만 테마나 이야기상 가장 중요한 장소였어요. 그분들의 삶의 공간을 영상으로 담고자 해서 영화 촬영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영화적으로 확장이 된 것 같아요. 그 이후에 공연을 할 때에는 영상 따로, 공연 따로 두 개의 채널로 보이도록 만들고 있는데요, 밖에서 공연을 할 때는 장소 특정적 퍼포먼스가 무엇인지, 댄스 필름이 무엇인지, 제가 만드는 작업을 둘러싸고 사람들이 많은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 모든 것에 교집합들을 가지고 있는 작업들을 해오고 있어서 저는 스스로를 춤 만드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거든요. 춤이라는 매체가 없다면 퍼포먼스가 될 수도 없고 시네마 워크가 될 수도 없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춤추고 춤 만드는 사람이란 말이 제게 가장 잘 맞는 것 같아요.




 

정지혜: 말씀 중에 투 채널이야기를 하셔서요. 최근 들어 영화관과 갤러리를 오가는 작업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고, 채널이 바뀜에 따라 영상작업이 축소되거나 확장되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공간에 따라 채널이 바뀔 수도 있을 텐데 이 작업들은 어떻게 반영이 되었는지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송주원: 지금 이 작품들도 전시관에서 상영되었던 적이 있었어요. 큰 프로젝터로 공연장에서 보여드린 적도 있고요. 16:9로 촬영을 했는데 화이트큐브(전시실)에서 상영을 했을 때는 화면비율을 2.35:1로 해야하는 상황이 있었어요. 무용에서는 손끝, 발끝이 잘리면 안 되는데 전시장에서는 프레임이 조금 잘리는 경우에 굉장히 속상하더라고요.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불편한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관객분들은 오히려 그런 지점에서 새로운 해석을 하시더라고요. 신체가 잘림으로 인해 상상력이 배가된다고 할까요. 굉장히 다른 관점을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영화관에서 보는 것은 참 아름답네요. 저희가 애쓰고 공들여 만든 부분이 굉장히 많거든요. <반성이 반성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의 경우에는 세월호 리본이라든지 박근혜 하야하라라는 문구라던지 달력을 찢는 장면 같은 부분이요. 저희가 20171월에서 2월 사이에 촬영을 했는데 당시에만 해도 정권이 바뀔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주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만들었는데 실제 프로젝션으로 봤을 때에는 그런 것들이 돋보이진 않았어요. 그렇지만 영화관에서 보니 청파동에서 고양이가 지나가는 장면 등 소소한 부분들이 살아나 생명력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정지혜: 감독님의 작업의 출발이라고 한다면 몸 혹은 춤일텐데요. 물론 공간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도 하지만 감독님 작업의 최종적인 지점은 신체에 대한 탐미, 아름다움에 대한 기록에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감독님께서는 무용수로서, 안무가로서 생각하시는 몸의 아름다움을 감독님의 영화 속에서 보여주고자 하시나요?

 

송주원: 실제적으로 몸짓, 춤이라는 것이 인간의 몸의 언어잖아요. ‘이라 하면 인간의 생각과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각각의 무용수가 가진 생각이나 감정을 몸짓으로 표현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지점이고, 어떻게 하면 이 사람이 자기답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게 할 수 있을까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모든 작업에 각각 솔로 엘리먼트(element)들을 만들고 그것을 구조적으로 반복시키거나 확장시키는 방식으로 안무를 해 나가요. 가장 씨앗이 되는 부분들, 요소의 기초 과정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장소에서 발견한 것들, 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한 질문들을 무용수들에게 하고, 그것에 대한 답변에서 키워드를 발견해서 그것을 몸으로 표현합니다. 그것을 통해 2인무나 3인무, 혹은 솔로로 이야기를 구축해나갑니다. 무용수들의 몸짓은 시각적으로 표현되는 형태나 구조, 가동성이나 테크닉이 아니라 그 사람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라고 읽어주시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 만들고 있습니다.

 




정지혜그렇다면 시나리오의 과정에 있어서, 그것을 발전시켜 나가는 큰 틀은 있겠으나, 이외에는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감독님께서 프리 프로덕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가져오시고 그것을 시나리오에 담아내시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죠?

 

송주원: , 실제로 무용수들의 각각의 이야기들이 시나리오가 되는 것이에요. 저는 어찌 보면 각각의 이야기들이 하나의 우리의 질문으로 표현되도록 잘 배치하는, 잘 위치시키는, 혹은 리듬감을 형성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정지혜: <풍정.> 연작이야말로 공간에 대한 감독님의 지대한 관심이 녹아있는 것 같습니다. 공간에 절대적으로 기대고 있는 신체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작의 과정 중 공간을 서치하고 공간을 확정해야만 이 작업의 출발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요. 그 안에서 댄서분들과 그 공간을 해석하는 과정들이 있겠지만, 출발은 공간에 대한 끌림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감독님께서 안무적으로 어떤 공간을 탐구하게 되는지 여쭤보겠습니다.

 

송주원: 일단 말씀하셨듯이 어떤 장소에 가면 장소가 너무 매력적이거나 장소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이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풍정.> 시리즈를 1편부터 8편까지 공연했고, 9편째 찍는다고 선언을 했어요. 9개의 장소가 있는데, 각각의 장소가 저희에게 말을 거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각각의 장소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을 무용수들과 함께 수집하고, 제가 먼저 리서치 과정을 거친 뒤 굉장히 많은 연습을 쌓아서 중첩적이고 구조적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거든요. 골목 작업 같은 경우도, 각자의 골목에 대한 이야기, 각자 삶에서의 골목에 대한 질문들, 그리고 실제 우리가 청파동에서 찾아낸 질문들, 상황들, 사물들, 기억들을 모두 꺼내어 하나의 시나리오로 만들어요. 그래서 장소에 대한 말씀을 해주시는 것은 제가 기대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제가 가장 중요하게 디디는 부분이기도 하고, 몸과 함께 살아있는 생명체로 살려서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부분이에요. 공간도 몸처럼 계속 움직이잖아요. 그 지점들을 흥미롭게 생각하고, 그 안에서 각자의 몸들이 어떻게 딛고 서있으며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지금까지 어떤 말을 하고 살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해나가는 것 같아요.

 

정지혜: 청파동의 경우에는 재개발이라는 이슈가 있기도 했죠. 이 공간을 역사적인 공간으로 바라보신 것 같아요. 한국전쟁 당시 시체들이 쌓여있었던 계단이 있고, 무용수분들이 그 공간으로 가서 다시 그것을 재현하거나 자기화해서 보여주는 방식인데요, 감독님께서 작품 안에서 다루는 그 공간들이 지금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한국 개발의 역사와 맥을 같이하고 그 흥망성쇠를 겪고 있는 공간들이라는 인상이 짙었습니다. 무용에 있어서 감독님께 말을 거는 공간은 모두 역사적 공간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 공간이 주는 호기심이나 매력이 분명히 있나봐요.

 

송주원: , 당연히 있는 것 같아요. 그 공간이 가진 성격이 분명하고, 그것들을 발견했을 때 이 장소에서 어떤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고요. 실제 청파동 작업의 경우엔 처음에 귀신들이 나무를 한 바퀴 도는 장면이 있는데, 그것이 600년 된 은행나무이고, 작품 속 등장하는 집은 과거의 프랑스 대사관저였다고 해요. 그런데 사실 지난주에 가보니 그 집은 부서져있었고, 마지막 장면에 등장한 집도 부서져있었거든요. 저희가 촬영했던 장소가 사라진 거죠. 서울로7017이 생기면서 청파 언덕에서 남산을 바라보고 살던 분들은 이제 대형 빌딩이 보인다고 하시더라고요. 굉장히 낙후된 장소인데, 도시화된 주변의 풍경 같은 것들이 주는 콘트라스트가 굉장히 특별하다고 생각을 했고, 많은 상황들이 혼재되어 있어요. 각각의 집들, 집이라는 공간이 가진 이야기들, 사라질 것 같은 각 장소의 이야기들을 세상 밖으로 들려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서울로 위에 영상을 볼 수 있는 곳에서 일주일간 전시를 했어요. 사실 청파동에서 한 이야기는 서울 어디에서도 할 수 있는 이야기잖아요. 누구의 삶이든 존중받아야 하고요. 그래서 도시 개발, 재개발, 도시 재생이라는 말로 그 지역에 사시는 사람들의 삶은 존중하지 않은 채 집을 없애고, 아파트를 짓고, 문화 공간과 전시 공간을 짓는 것이 타당한가, 타당하지 않은가 하는 질문들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어쨌든 저에게 장소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정지혜퍼포머 분들과의 협업이 매우 긴밀하고도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송주원: 일단 작업을 시작하게 되면 저의 미술 과정이 3개월가량 걸리고, 무용수분들을 실제로 만나는 기간은 연습실에서의 리허설과 현장 리허설을 합쳐 보통 1달 반에서 2달 정도 되는 것 같아요. 특히나 저희 같은 경우에는 전문 무용수와 비전문 무용수가 함께 참여하기 때문에 리허설도 따로 잡아야 해요. 실제 프리 프로덕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들은 연습실에서 어떤 언어와 문장을 만들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고, 그래서 연습실에서 실제 시나리오를 짠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정지혜: 일종의 안무노트를 가지고 계시잖아요. 오늘 상영했던 작품들의 안무노트의 경우는 어떤 형태로 남아있을까 궁금한데요, 언어화가 가능하다면 들려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송주원: 우선 저는 안무노트를 저희가 함께 기억하고 기록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어요. 그리고 전체 작업 과정을 정리하는 거죠. 제가 뭘 하다 보면 갑자기 욕심이 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 정신을 차리도록 하는 것이 안무노트예요. 다시 한 번 내가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되짚고 장면에 대한 타당성을 찾는 거죠. 그래서 안무노트는 지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고, 저는 각 장면마다 제가 재밌어야 해요. 그를 위해 많은 장치들을 사용하는데 <풍정.각 세운상가에서 낙원쁼딍으로>의 경우 그 공간이 수족관 같잖아요. 실제 주인공인 공영선 퍼포머가 바다를 굉장히 좋아하기도 해서 그곳이 어항 혹은 바닷속이라고 설정했어요. 그래서 고래밥과자를 이용해서 춤을 만들고 낙원빌딩 상가의 벽화로 무브먼트를 만들며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을 거쳤어요. 청파동의 경우 무용수가 28명이었어요. 28명의 무용수가 광장과 서울로에서 그 이야기를 할 것이라면 각자의 골목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어떻게 배치시키느냐가 고민이었죠. 동선이 복잡했어요. 그래서 안무노트로 그것을 기억하게 했던 것 같아요. <풍정.> 4번째 작품의 경우 졸라맨처럼 그림을 그려서 무용수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하고, 연습실 벽에 붙여두고 숙지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어요. 최근 낙원 악기상가 전시장에서 안무노트를 전시한 적이 있었어요.

 

정지혜: 또 궁금한 것은, 영화 작업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계획된 상황들을 가지고 있어도 현장에서 일어나는 즉흥성을 절대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을 것이고, 타협의 지점도 분명히 있을 것 같거든요. 안무노트를 기반으로 하되 현장과 즉흥성, 혹은 퍼포머가 보여주는 즉흥성은 작업에서 어느 정도까지 수용이 되는 것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송주원: 대략 10-20%가 가미되어요. <풍정.> 첫 번째 편 같은 경우, 사실 실제 무용수분들이 본인들끼리 촬영이 너무 힘들다보니 괜히 머리도 잡아당기고 뛴 상황이었던 거예요. 그 장면을 보고 이거다. 한 번 더 뛰자.’싶어서 그 상황을 살려서 연출을 했고, 실제적인 무브먼트는 다 짜고 들어갔기 때문에 몸짓으로 세운상가와 낙원빌딩 사이를 이동하는 같은 동작을 여러 번 반복했어요.

 




관객: 작품들이 다소 어렵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런 어려운 지점들이 결국 작품을 다양하게 볼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또 확실히 공간이 안무를 통해 살아나고 안무가 공간을 통해 살아나는 새로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도 무용을 전공하는 사람 입장에서 영상에도 관심이 많은데, 제가 사는 동네도 도시재생처럼 공간이 곧 사라질 위기가 곳곳에 있거든요. 그 부분을 가지고 영상을 찍어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는데 영상을 찍을 때 주의해야하는 사항이나 어려운 점을 조언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송주원: 처음에는 너무 아름답고 매력적이라 시작했는데, 하면 할수록 그들의 삶의 무게가 몸으로 전달되는 것이 힘들었어요. 그것을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고, 간혹 내가 그 장소의 색을 정해 놓았는데 그것이 바뀌는 경우도 있어요. 제작기간이 짧아도 6개월 이상 지속되는데 그 동안에 그 장소가 변한다는 거죠. 그런 상황에 유연히 대처해야할 것 같고요. 현장에 변수가 많으니 담대한 마음을 가지셔야 할 것 같아요. 종교를 가지시는 것도 추천합니다.(웃음)

 

 

관객: 작품이 전체적으로 일상과 비일상, 과거와 현재의 간극이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풍정.-세운상가에서 낙원쁼딍으로>에서 전반적으로 카메라가 고정된 상태에서 넓은 공간을 촬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중간중간 무용수들 가까이서 핸드헬드로 촬영된 장면도 있었잖아요. 의도나 기준이 궁금합니다.

 

송주원저는 무용을 전공한 사람이기에 카메라를 다루는 법이라든지 효과를 잘 몰라요. 그래서 일단 기본적으로 무용수 분들과 연습을 할 때 휴대폰 카메라로 그것을 찍습니다. 그 촬영물을 통해 촬영감독님께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보여드리고 의견을 조율해나가면서 탄력적으로 움직이는 방식이에요. 실제 <풍정.-세운상가에서 낙원쁼딍으로>작업 같은 경우에는 카메라가 두 대였는데 한 쪽 카메라에 영상이 담기지 않았어요. 그래서 살리지 못했어요. 춤이라는 매체가 가진 스펙트럼을 굉장히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블랙박스는 정면에서 2D로 보이지만 영상으로는 몸 전체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살리고 싶어서 시도를 했는데 실제적으로 그런 부분을 살리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저는 기술적인 것보다는 춤이 가지고 있는 성격을 최대한 드러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요.

 




정지혜공간이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지만 이 영화 안에서 공간을 대변하고 있는 것은 퍼포머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몸을 움직여서 표현하고 공간을 감각하는, 흔히 우리가 배우라고 하거나 모델이라고 하는, 혹은 퍼포머나 댄서라고 하는 주체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는데요, 사실상 이분들과의 협업과 교감이 영화를 풍성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개인의 스토리를 영화 안으로 가져오신다고 말씀하셨는데 그중에서도 <반성이 반성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의 경우 김윤하 무용수는 비전문 무용수지만 그 구분이 불필요해 보일 정도로 영화의 서사와 이미지를 장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영선 퍼포머의 경우도 그렇고요. 감독님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작업하시는 배우분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송주원: 기본적으로 저는 무용수와 사랑에 빠지고, 제가 그들에게 반해서 함께하고 있어요. 반하게 된 이유는 일단 솔직함이에요. 어떤 대화를 하건 간에요. 그것을 굳이 자신의 방식대로 포장해서 이야기하지 않고 솔직해요. 그래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굉장히 두텁고요. , 이것은 정말 중요한 부분인데, 성실해요. 그리고 정확합니다. 시간 약속을 어기는 일도 없고요. 이 세 가지가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고요, 춤도 너무 잘 추시고요. 그래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공영선 배우님 같은 경우에는 지붕 위에 서있는 장면이 있잖아요. 다른 분들이 만류하시는 도중에 이미 올라가고 계셨어요. 김윤하 배우님의 경우에도 눈밭에서 맨발로 뛴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모든 분들이 대체로 항상 열려 있는 편인 것 같아요. 제가 어떤 조언을 주면 몇몇 분은 불편해하시기도 하는데 이분들은 저와의 커뮤니케이션에도 열려있고, 제가 원하는 것을 표현하는 능력을 가지고 계신 것이죠.

 

정지혜감독님께 춤을 잘 춘다는 것의 의미를 묻고 싶은데요. 특히 <반성이 반성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의 첫 번째 에피소드의 경우가 신체의 움직임이나 흐름을 가장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볼 수 있었던 경우인 것 같은데, 첫 번째 에피소드로 말씀을 해주신다면 어떨까요?

 

송주원: <반성이 반성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의 첫 번째 에피소드 같은 경우에는 ‘Contact Improvisation(접촉 즉흥)’이라는 현대무용의 기술 중 하나예요. 김윤하 배우는 무용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 기술을 알고 시작하신 것은 아니고, 무용수와 연습실에서 즉흥적으로 춤을 추며 그 기술들을 알아 간 거죠. 그 기술들을 알아가면서 김윤하 배우님이 처음에는 무용수의 리드에 따라가시다가 어느 순간 플레이를 시작하시더라고요. 그 과정을 거치고 실제 공간에서 몸과 몸이 만나서 어떤 움직임을 만들고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는 춤이라는 매체를 기술로 이해하거나 해석하는 것이 보편적인 것 같아요. 현대무용이라는 매체가 가진 많은 기술들이 있어요. 그중 어떤 부분을 적용해서 작업을 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기술을 뺀 기술이 나오는 것을 선호해요. 무용수들이 팔꿈치, 손목, 무릎, 표정, 무엇이 되었든 척추를 중심으로 해서 각각의 신체 구조를 가지고, 몸의 언어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해나가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그 몸들이 조형적으로도 아름답지만, 에너지도 있어야 하고, 리듬감도 있어야 하고, 언어로서 작동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장치가 들어가는데, 많은 훈련과 이해가 필요한 것 같아요.

 

정지혜가장 자연적인 움직임이 기술적이고 통제적인 상황 속에서 만들어지기도 하고, 말씀하신 접촉 즉흥의 경우도 단순히 우연한 돌발이라기보다는 기술적인 부분들을 가지고 그 상황 속에서 자신의 신체를 움직여 나간다는 의미로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안무가 되는 공간이자 공간으로서의 안무를 생각하면서 감독님 작업 안에서는 댄서가 혼자 퍼포밍 하는 방식은 거의 볼 수 없었던 것 같아요. 솔로극이라고 하더라도 공간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방식이었고요. 댄서의 신체 안에 공간을 만들어간다는 것에 대한 설명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송주원: 그렇죠, 신체 안에서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이야기의 무게를 어디에 주느냐에 따라 시간이나 감정이 몸 안에서 계속 움직인다는 뜻이에요. 자기도 모르게 그 흐름 안에 몸을 맡기는 거죠. 저희가 점을 찍고 좌표를 찍어 어떤 행위를 하기로 약속해서 만들어 해보기도 했지만, 그 안에서도 변수는 계속 일어나거든요. 그래서 훨씬 더 많이 열어둔 상태로 진행해보고 싶었고, 의인화된 신체라고 해서 이불 속에 사람을 넣어 춤을 추는 상황을 연출했잖아요. 그건 저도 처음 해보는 것이었는데 어떻게 탄력적으로 연출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해나갔던 것 같아요.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듣는 것 같아요. 몸으로 듣는 거요. 이 사람이, 이 공간이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듣는 것이요.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관객: 대담 내용이 너무 흥미롭고 재미있어서 배우는 게 많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배우분들의 생각을 알고 계신다면 전해 듣고 싶습니다. 네모난 공간에서 춤을 추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간과 교류하며 춤을 춘다는 것은 새롭고 압도적인 경험이셨을 것 같아요.

 

정지혜자리에 나와 계신 김윤하 퍼포머님께 답변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김윤하 배우 (이하 김윤하): 안녕하세요. 저는 계속 말씀하셨듯이 전문 무용수가 아니라서 블랙박스나 무대 위에서 춤을 춰 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낯설다는 생각은 못 했던 것 같고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미술을 하는 사람이라서 현장에서 뭐하고 놀지?’ 하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준비기간이 너무 힘들어서 매번 이번이 마지막 작업이라는 생각을 늘 하는데 촬영이 재밌어서 계속 또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공간에서 노는 느낌으로 했던 것 같고요. 기본적으로 저희들도 감독님께서 리서치해주신 공간에 대한 이야기나 꼭 전해야 하는 이야기를 기반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공간에 대해서는 비슷한 느낌들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감독님이 오늘 해주신 말씀들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정지혜: 영화 속에서 전화 통화를 하시는 장면이 대본에 있었던 장면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김윤하: 제가 실제로 일을 할 때 통화하는 상황이라는 생각을 하고 연기했어요. 당시에 시안 컨펌이 나지 않아 약간 짜증이 나 있는 상태에서 했던 통화를 상기하며 촬영했고, 그 후에 찍었던 엄마와의 통화도 실제로 엄마와 통화할 때의 내용을 많이 가져왔던 것 같아요.

 


정지혜: 갑작스럽게 마이크 드렸는데 답변 감사드립니다. <풍정.> 시리즈는 최종적으로 총 11편을 만드시는 것이 목표라고 알고 있어요. 현재까지 8편의 작품이 완성되었고, 청파동과 관련된 작품은 서울독립영화제에서도 상영을 한다고 합니다. 이후의 작품이나 작업에 대한 계획을 들어보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송주원: 최근에 저희가 재개발 시행 장소에서 작업을 하다가 도시 재생이 발발된 상태에서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이태원에 있는 우사단로 재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한 작업을 준비 중입니다. 전시 방식으로 진행할 생각을 하고 있고요, 장한평 중고시장에서 기계와 인간의 신체가 어떻게 재미있게 놀 수 있을지 한 번 시도해보려고도 하고 있어요. 돌아다니면서 계속 재미있는 장소를 수집하고, 작업을 하고 싶으면 실행하려고 합니다. <풍정.> 시리즈를, 정지혜 평론가님을 처음 뵈었을 때에는 당당히 11편을 하겠다고 했지만, 철회하겠습니다.(웃음) 실제로 할 때마다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하고 있고, 지금 작업하고 있는 것들도 막상 해봐야 완성이 언제 될 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춤이라는 매체로 이야기를 계속 하고 싶어요. 오늘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는데, 제가 계속 필름 작업을 하면 주변 분들께 영화 공부에 대한 권유를 많이 듣고 있어요. 어찌해야하나 고민을 이어나가고 있는데요, 올해를 그런 고민들을 정리하는 단계로 가져가고 있어요. 사람들이 제게 물어보더라고요, 영화를 할 때 어떠냐고요. 그런데 모르면 무식해서 잘 할 수 있잖아요. 저는 모르기 때문에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몰라야겠다는 생각을 조금 하고 있고요. 삶을 살아나가며 저의 상상, 하고 싶은 질문과 주장들을 계속 필름 안에 춤이라는 매체에 담고 싶습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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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허에 앉아 부르는 노래

 SIDOF 발견과 주목 [시 (재)개발의 기억들, <당신>, <일>, <표류인>의 경우]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10월 16일(화)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김건희, 박수현, 백고운 감독

진행 이도훈 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관객기자단 [인디즈] 도상희 님의 글입니다.




지난 1016일 인디다큐페스티발(SIDOF) 정기상영회인 SIDOF 발견과 주목’ [도시 ()개발의 기억들, <당산>, <일>, <표류인>의 경우]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표류인>의 백고은 감독, <>의 박수현 감독, <당산>의 김건희 감독이 참석했으며, 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이도훈 평론가가 진행을 맡았다.



 


이도훈 진행(이하 이도훈) : 10월 상영에서는 도시를 키워드로 한 세 작품을 선정했는데요, 개인적인 감상과 함께 영화들의 공통점을 먼저 이야기해보겠습니다첫 번째 공통점은 표면적으로 이 세편의 작품은 모두 도시를 다루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지리적 장소와 위치는 제각각 다르지만 도시에 대한 사유, 혹은 도시에 대한 기억과 역사, 도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과 문제점들을 짚어볼 수 있기에, 편의적으로 도시와 관련된 작품 세편을 묶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공통점은 방법론적인 부분입니다. 도시가 양피지처럼 과거의 흔적들을 갖고 있다면 그것을 캐내기 위해서 어떤 영화적 방법론을 활용해야할까, 하는 고민이 세 작품에 다 있는 것 같습니다. 다큐적인 접근법으로 보자면 몽타주에 기초한 방법을 써서 도시가 가지고 있는 여러 다양한 모습들을 표출해냈다는 점에서 특이한데, 뿐만 아니라 자막, 내레이션, 인터뷰, 퍼포먼스 등 다양한 방법을 쓰면서 픽션과 논픽션 사이에서 긴장을 발생시킨다는 공통점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지점에서 세편 모두 단순히 다큐멘터리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좀 더 에세이적인 영화에 가깝지 않을까 합니다

여기까지는 형식적인 지점들이고, 세 번째 공통점은 어떤 불안, 공포, 두려움, 떨림. 이런 감정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 다른 자리에서 왜 최근에 유독 도시와 관련된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많은가에 대해 질문을 받은 적 있었는데. 선뜻 대답은 못했지만 에둘러 모두에게 도시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많은 것 같으며 그걸 감독들이 영화를 통해 표출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이후에 조금 더 이 생각을 정리했는데요, 이 세편을 모아보면서 용어적으로 다듬어보자면 능동적 허무주의라고 일컬을만한 태도가 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 라울 바네겜이라고 하는 상황주의자가 자신의 소극적 허무주의와 반대된다는 의미에서 능동적 허무주의라는 용어를 쓴 바가 있었어요. 이 영화들은 단순히 감정을 표출하는 수준을 넘어서 정치, 사회, 문화적 상황 내에서 각자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데 쉽게 이야기하면 이러한 실천들이 과도기적인 상태에 있다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조금 웅크리고 다음 도약을 준비한다는 뜻으로, 어쩌면 이것이 더 큰 정치적인 혁명으로 나아갈 수도 있고요.

먼저 각 영화를 어떻게 만들게 되셨는지 물어보겠습니니다. <표류인>의 백고은 감독님은 서울 서촌을 배경으로 삼아 독특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셨습니다. 왜 서촌을 영화의 소재로 삼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백고운 감독(이하 백고운): 이 작품은 제가 처음 만든 다큐이고요. 당시 굉장히 무기력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었어요. 저는 영화에 첫 부분에 나왔던, 오두막이라고 한 서촌의 작은 집에서 5년 정도 살고 있었는데 주변 상권이 많이 활성화가 되면서 저도 재계약을 통해 집값을 올려야했어요. 사회적으로는 박근혜퇴진 촛불집회가 있고, 내가 사는 곳은 이렇게 변해가는데 나는 뭘 하고 있었던 거지? 라는 생각이 저를 무기력하게 만들었어요. 나와는 다르게 사회는 힘차게 굴러가는 중이고, 거기서 오는 괴리가 있었어요. 어떻게든 내 무기력한 상태를 풀어내자는 생각이 있어서 다큐수업을 들었고, 수료작을 만들어야하니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제 상황을 작품으로 완성했습니다.

 

이도훈 : 이 영화의 힘 중에 하나는 내레이션과 자막인 것 같습니다. 특이하게도 반지의 제왕의 내용이거든요. 어떤 사연으로 영화 안에 들어오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캐릭터 때문인지 갖고 있는 독특한 내러티브 때문인지요?

 

백고운 : 영화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흐름이 매끄럽지는 않아요. 애초에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주 또렷하지는 않았어요. 촬영 이후 편집을 고심하다보니 제가 한 가지 괘를 잡지 않은 채 작품을 진행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 때 우연히 책상 위에 얼마 전 읽었던 반지의 제왕이 있었어요. ‘내가 무기력에 빠져 내 이야기를 안 쓰고 있다는 것이 제가 이 다큐를 만든 가장 큰 이유니까요. 이야기라는 것을 어떻게 진행시키면 좋을까 생각해보았어요. 제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이야기 중 하나가 반지의 제왕이고, 보편적인 이야기가 영화와 맞물리게 되면 나의 상황을 더 잘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우연적이고 얄팍한 의도였습니다.

 




이도훈 : 『반지의 제왕은 우연적으로 들어갔지만 이 영화를 완성시키는데 중요한 기여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음 박수현 감독님, <>을 보면 화면에 나오는 장소들이 어떤 곳인지 정보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는데 실제 어디서, 어떻게 영화가 시작된 것인가요?

 

박수현 감독(이하 박수현) : 총 세 곳의 장소가 등장합니다. 상도 4동이 초록색 화면이 나타나는 곳이고요. 명도집행 현장은 옥바라지 골목이었고, 마지막에 등장하는 곳은 한강대교입니다. 저도 다큐멘터리 수업을 들었고 수업이 끝나고 6개월 동안 더 촬영을 하고 편집과정을 거쳤어요. 김숨의 뿌리이야기라는 소설을 보면 두 가지 종류의 나무가 있다고 해요. 하나는 뿌리가 얕고 넓게, 또 하나는 깊고 좁게 퍼지는. 저는 후자의 나무인거죠. 제가 부산에 살았는데, 부산에서는 한 번도 이사를 해본 적이 없어서 재개발이 낯선 주제였어요. 그런데 서울에 올라와서 여기저기 전전하다보니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더라고요. 그러던 차에 제가 오래 살았던 고향의 집이 없어지고, 새로 이사 간 곳에서도 타워팰리스가 생긴다고 동네가 다 없어진다고 하더라고요. 거기에서 부모님이 저항을 못하고 나오셔야했어요. 그래서 재개발이라는 주제를 마음에 품고 있던 중 우연히 영화에 나오는 친구를 만나게 됐고, 또 집에 가서 책장을 봤더니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있기에 읽었거든요. 아빠 책이라서 1970년대에 나온 16쇄본 정도의, 세로쓰기로 적힌 낡은 책이었는데 거기에도 변하지 않고 반복되는 재개발 이야기가 있었어요. 재개발 이야기는 사람들이 지겹다고 하지만, 지겨운 이야기더라도 지겨운 만큼 지겹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어야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작업을 하게 됐어요.

 

이도훈 : 말씀하신 것처럼 독립다큐 진영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재개발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다루었고, 시대적인 공명과 상황에 따라 필연적으로 반복된 안타까운 상황이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소재와 주제를 다르게 보여주는 방식을 고민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목소리는 분명 내부자인 용역 측인데, 시선 자체는 외부자가 나타나면서 두 가지가 긴장을 주고 충돌하기도 하는 것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목소리로 출연하신 분을 만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박수현 : 원래는 제가 밀려나는 입장에 있었기 때문에 그 시각에서 밀려나는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녹번동에 1950년대부터 있었던 절만 남겨두고 나머지가 다 밀린 사건이 있었거든요. 그걸 찍으려 했는데 부산에 갔다 올라왔더니 모든 게 없어졌더라고요. 그래서 망연자실하던 차에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 했더니, 자기 친구 중에 술만 마시면 용역알바를 했던 경험을 얘기해서 힘들게 하는 친구가 있다, 한번 만나봐라, 해서 만나게 됐습니다.

 

이도훈 : 우연이 만들어준 한 번의 실패와 한 번의 만남이네요. 다음으로 <당산>의 김건희 감독님은 사적인 기억으로 시작해서 공적인 기억을 씨줄 날줄로 엮는 식의 작업을 하셨습니다. 대략 1910-20년대부터 현재까지 당산의 모습이 담겨있는데 어떤 계기로 만들게 되셨는지요?

 

김건희 : 영화에서도 잠깐 언급이 됐지만 당산을 떠나 온지 6년 됐는데요. 계속 당산동이 그리웠고, 그리움의 근원이 뭔지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곳에 다시 가보니 그리움보다 불안의 정서가 더 많더라고요. 제 기억 속에 가장 크게 자리 잡았던 건 공장들이었거든요. 공장들이 주는 정서가 굉장히 강하게 남아있었는데, 우후죽순 생겨난 이질적인 공장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왔던 걸까 생각해보게 되고, 당산동 역사를 찾아보다가 작업으로 연결이 됐습니다.

 

이도훈 : 주로 파운드 푸티지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김건희 : 취향이 큰 것 같고요. 기록들을 찾아보는 일들을 좋아해요. 기록사진들이 주는 영향력이 크다보니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말하려는 것과 정서들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작업했습니다.

 




관객 : 도시에 관심이 많아서 공감하면서 볼 수 있었습니다. <당산>의 김건희 감독님께 질문드립니다. 영화 안에서 흑백의 이미지들을 컬러와 함께 섞어서 쓴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건희 : 컬러와 흑백을 섞어서 쓴 이유는 과거나 현재의 구분도 있지만, 일단 시간이 멈춰져 있는 것 같은 이미지는 흑백으로 처리를 했어요. 큰 의도는 아니었고 작업 처음부터 현재 당산의 공간에서 이질적이거나 사용되지 않는 장소들은 흑백 필름으로 사진을 찍었어요. 그리고 푸티지들은 원본이 흑백입니다.

 

이도훈 : 색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백고은 감독님의 <표류인>에서도 흑백이 교차상영되고 있습니다. <당산>의 경우에는 장롱이 새로운 곳으로 들어가는 통로이고, <표류인>의 경우에는 자막, 내래이션, 카메라를 마주보는 시선 등에 의해서 톤과 분위기가 계속 바뀌는데 흑과 백을 선택하고 배열하신 기준이 있다면?

 

백고운 : 흑백 부분이 앞과 뒷부분에 나오고 중간은 컬러로 진행을 하는데, 앞뒤에서의 흑백 장면들과 나레이션은 제가 성찰을 해나가는 과정을 담으려는 의도였어요. 컬러 부분은 이제 이야기 책이 펼쳐진 거죠. 성찰 뒤에 이야기 진행을 시켜나가는 과정, 서사구조를 드러내고 싶은 부분은 컬러로 진행했어요.


관객 : <당산>에 대한 질문입니다. 당산에 대한 연대기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처음에 당산 은행나무부터 시작해서 한국전쟁 시기 포탄까지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깊게 담으셔서 재미있게 봤습니다. 감독님께서 당산에서 생활하셨던 90년대-00년대 초반의 다른 에피소드는 없는지 궁금합니다.

 

이도훈 : 저도 궁금했던 부분인데요, 이 영화가 산업화 이전의 당산에 대해 초점을 두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후의 70~90년대의 여러 모습이 있었을 텐데 만약 작업 과정에서 더 넣고 싶던 것이 있었다면 말씀해주세요.

 

김건희 : 70,80년대 박정희 정권 때부터 공장이 도심 밖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지금은 공장이 한두 군데에만 남고 나머지는 아파트나 상가로 재개발이 됐어요. 제가 담고 싶었던 남아있는 몇몇 공장들도 지금은 다 팔렸지만. 거의 사용되지 않는 부지처럼 오래 버려져 있었어요. 서울이 부동산 투기로 과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왜 부지가 버려져 있는지 궁금해서 추적을 하긴 했었어요. 그러나 별다른 이유를 찾지는 못해서 에피소드로 넣지는 못했어요.

 




관객 : <>의 박수현 감독님께 질문입니다. 공사 현장 내부에서 일종의 퍼포먼스라고 해야할까요? 퍼포먼스가 행해지고 카메라 안에 담겨지는 장면들이 있는데 어떤 계기와 의도에서 담게 되셨고, 연출적으로 어떻게 작용하기를 바라셨는지 궁금합니다.

 

박수현 : 제가 밤에 앉아있는 장면 말씀하시는 거죠? 솔직하게 말하면 이 영화가 2년 전에 만들어진 건데 그때의 저와 지금의 제가 많이 달라졌어요. 그래서 그 시기에 어떤 생각을 하고 여기까지 왔는지를 아주 명확하게 설명드릴 수는 없지만. 제가 인터뷰 작업에 굉장히 열중했어요.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것이 중요했는데. 와 닿은 이야기중 하나가 집이 부서져도 (살던 사람들이) 계속 들어간다.’는 이야기였거든요. 그렇지만 저에게는 그런 경험이 없어서 들은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게, 윤리적으로 내가 아예 모르는 상태에서 이야기를 진행한다는 게 이상하지만 옳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촬영을 하려고 간 게 아니고 거기에 있어보려고갔어요.

첫 번째 날에는 카메라를 가져가지 않았어요. 가보니 영화 속 증언과 딱 맞아 떨어지는 큰 구멍이 있었고. 구멍 안으로 들여다보니 이 친구가 들여다 본 것 같고, 그 외부적인 시선이 카메라의 시선과 겹친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나는 이걸 겪어보려고 그곳에 들어가지만 침투하는 행위 자체가 굉장히 폭력적이기 때문에 그게 카메라의 행위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들어가서 퍼포먼스를 하는 것 보다는. 거기에 누구라도 앉아있음으로 인해서 실제로 사람이 앉아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중요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밖에 못했던 것 같아요. 누굴 데려다가 거기 좀 주무셔보세요 할 수 도 없고. 정말 추운 날들이었고요.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다는 게 지금 드릴 수 있는 말입니다.

 

이도훈 : 재개발에 접근하는 방식이 굉장히 여러 가지가 있겠죠. 왜 일어났는지 원리와 구조를 보여줄 수도 있고 실제 재개발이 일어나는 곳에 가서 갈등과 충돌을 보여 줄 수도 있는데 이 영화는 두 가지를 피해서 재개발에 대해서 감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퍼포먼스와 밤 촬영을 선택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낮과 밤 장면 촬영 방식이 다른데, 밤에는 안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낮에는 멀리서 찍는 방식인데 당시의 직관적인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물리적으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인지요?

 

박수현 : 제가 이 영화를 최종적으로 완성하면서 장소를 세 곳 선정했는데, 오랫동안 찍으면서 수없이 많은 명도집행들을 보아왔어요. 그중에서 감정적으로 가장 분리가 되는 장소를 골랐어요. 옥바라지가 명도 되던 당시에 안에서 찍은 걸 영화로 만든 분들도 계세요. 저는 밤이든 낮이든 어디가 어딘지 못 알아보게 만들었는데, 그게 저한텐 중요했어요. 개인들이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모두가 개인으로 거부한다고 해서 재개발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멀리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목소리 인터뷰를 하면서 약속했던 것 중 하나가 개인성을 지워달라는 것이었어요. 이야기 속에서 자신인 것이 드러나지 않았으면 하셨는데, 낮 촬영도 마찬가지로 개인들이 개인들이 아닌 게 중요했기 때문에 모자이크 보다는 아예 화면을 뭉개는 방식을 택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이것도 그렇게밖에 못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데. 제가 잘 못 찍어요. 현장에서 채집하는 행위를 잘 못해서, 제 양심이랄까, 마음에 가닿는 정도밖에 못해서 그랬습니다.

 




관객 : <당산>을 만들면서 두려움이나 불안감이 해소가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건희 : 명확히 해소된 것은 아니고 나를 둘러싼 요소들이 나의 불안에 영향을 미쳤구나, 이걸 알게 되었어요. 그게 영화를 만들면서 얻은 것이에요. 당산을 떠난다는 마음으로 당산철교를 넣은 것이지만 불안이 해소된 것 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

 


이도훈 : 끝으로 감독님들 앞으로의 계획과 못다 한 말 듣고 마치겠습니다.

 

백고운 : 항상 다큐를 찍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요즘 관심이 가는 것은 을지로와 세운상가에요. 어떤 매력이 있기에 젊은 사람들이 찾아가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박수현 : 다음 작업은 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아요. 겨울이 되면 뭔가를 찍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건희 : 공동 작업을 한 게 있어요. IMF이후 청년들의 이야기이고, 그 시간을 동시에 겪었던 태국 청년과 한국 청년을 엮어서 만든 작업이에요. 그리고 이제 또 다큐작업을 시작하는데 더 이상 제 이야기는 안 할 거고요. 영등포에 지속적인 관심이 있어서 영등포에서 있었던 역사적 사건과 함께 그곳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담을 것 같습니다.

 

이도훈 : 이 세분의 작업 방향과 스케일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세분이 말씀하실 때 찍다, 본다, 시선을 나눈다.’ 등 교감한다는 뜻에서 쓰신 말들이 많았는데요, 영화적 경험의 근본적 부분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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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마음의 행로  인디포럼 월례비행 <겨울밤에>  대담 기록


일시 2018년 9월 19일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장우진 감독

진행 정지혜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권정민 님의 글입니다.


 

시간과 공간, 인물과 상황, 계절과 도시가 이어지는 장우진 감독의 장편영화 세 편 <새출발>, <춘천, 춘천>, <겨울밤에>에는 낭만적인 현실주의자의 미학이 담겨있다. 비슷한 듯하면서 다른 이야기 속에서 춘천이라는 도시를 닮은, 담담하면서도 아린 삶의 어떤 순간들이 날카롭게 교차한다. 두 번째 작품인 <춘천, 춘천>이 인디스페이스 단관 개봉을 앞둔 9, 인디포럼 월례비행에서는 지난 5월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장우진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연출작 <겨울밤에>가 상영되었다.

 

 


 

정지혜 평론가(이하 진행): 오랜만에 인디포럼 월례비행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이야기할 작품은 장우진 감독님의 <겨울밤에>라는 작품입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시네마프로젝트로 먼저 관객 분들을 만났지요. 곧 두 번째 연출작인 <춘천, 춘천>이 개봉을 합니다. 여기 인디스페이스에서 장기상영을 할 예정입니다. 이 작품까지 오늘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감독님, 인사말씀 부탁드립니다.

 

장우진 감독(이하 장우진): 안녕하세요. 저는 <겨울밤에> 연출자 장우진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진행: 오늘 많은 분들이 와주셨는데요, 저도 이 작품을 큰 스크린으로는 처음 보았습니다. 작은 화면으로 봤을 때랑은 또 다른 느낌이 있네요.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도 보여서 감독님께 많이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야기가 어떻게 된 것인지 의아해 하시는 관객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대담에서는 <겨울밤에>라는 작품의 내용적인 부분과 더불어 구조적인 부분, 형식에 대해서도 묻고 싶습니다. 또 이 작품은 '봄내필름'이라는, 장우진 감독님과 김대환 감독님이 함께 만든 제작사의 작품인데요, 봄내필름의 작품 경향이나 지향점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우선 감독님, 이 작품의 힌트를 좀 주세요. 어떻게 감상하면 될까요?

 

장우진: 비밀이 별로 없는데 큰일 났네요.(웃음일단 어떻게 이 영화를 시작했는지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작품에는 <춘천, 춘천>2부에 해당하는 중년 불륜커플의 남자 이야기와 이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춘천에서 겨울 영화를 찍고 싶은데, 뭘 만들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부부가 나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했습니다. 30년 만에 청평사라는 공간에 부부가 함께 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영화에 그림들이 나오는데, 이 그림은 불교에서 나를 찾아가는 여정10장의 그림으로 표현한 십우도(심우도)’라고 합니다. 이 그림에서 작품을 착안했고, 영화 속에 삽입된 그림들은 실제로 청평사에 있는 그림들입니다. 촬영 전에 그 그림을 오랫동안 보고, 그림과 비슷한 부부의 이야기를 하고자 했습니다. 소는 농경시대에 가장 가깝게 있지만 소중한 줄 모르는 동물이잖아요. 그것과 마찬가지로 자주 벌어지는 일, 휴대전화를 잃어버려서 다시 되찾으러 가는 여정을 매개로 삼아 정작 휴대전화가 아닌 다른 것들을 잃어버리고 살았구나, 하고 깨닫는 여정을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은주는 뭘 잃어버렸는지 정확히 알지만 찾지 못하고, 반대로 흥주는 자기가 장갑을 잃어버린 것도 모르고 엉뚱한 것을 찾아다니죠. 엉뚱한 욕망을 찾아다니다가 결국 과거와 조우한 후 느끼는 자책, 회의감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결혼생활에서 여성이 무언가를 잃어버린다는 의미와 맞닿아있는 것 같아요. 이혼한 지인분과 술을 마시며 대화를 하던 중 그분이 이혼하고 보니 자기 것이 휴대전화밖에 없더라, 하는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어요. 그 이야기가 찡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서영화 배우님한테 말씀드렸더니 그 대사를 어디서 할지는 본인이 고민해보겠다고 하셨어요. 그게 스님 앞에서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이 되었고요.


 



진행: 여정이라고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이번 월례비행의 제목으로 붙인 문장도 마음을 찾아나가는 여정이에요. 심우도는 보통 10장으로 되어있는데, 청평사에는 8장이 있고 이 영화에는 4장 정도가 나왔어요. 이 영화는 아마도 사라진 나머지 그림들을 찾아나가는 여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이름을 그렇게 붙여보았습니다이 영화에서는 시간의 동시성이 눈에 띕니다. 두 커플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사이 과거, 혹은 환상, 혹은 꿈이 틈입해 들어가고, 동시에 진행되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초반에 부부가 청평사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을 하는데, 출발의 지점에서 보면 하나의 원을 그리는 영화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원이 정반합의 과정 속에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구조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데요, 편의상 영화의 구조를 크게 네 덩어리로 나눠보겠습니다. 초반에 다시 휴대전화를 찾으러 가는 시간이 한 덩어리, 그리고 홍주와 혜란의 재회 이야기가 한 덩어리, 구토 증세를 보이던 흥주의 모습에서 시작되는 은주의 이상하고 기괴하고 몽환적인 경험이 한 덩어리,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돌아가는 여정 한 덩어리, 이렇게 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이상희 배우와 우지현 배우가 연기한 젊은 남녀의 시간이 공존하고 있고, 마치 인터스텔라처럼 현실과 꿈의 세계가 이어지면서 마법처럼 접점을 만들어나갑니다. 감독님께서 시나리오부터 구조적인 부분을 염두에 두고서 촬영에 들어간 건가요? 아니면 편집 과정 속에서 만들어간 건가요? 워낙 구조에 대한 관심이 많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장우진: 구조는 당연히 미리 결정을 하고 그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이야기는 무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히는 환상, 두 명의 꿈, 혹은 환상의 여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두 인물의 의식의 흐름일 수도 있고요. 그 안에서 우연하게 젊은 커플을 만나게 되고, 그것이 어떤 기억을 불러내는 그런 설정은 미리 정해놓고 간 게 맞습니다. 다만 그게 너무 도드라지게 구분되어 보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그때 칼 세이건에 빠져있었을 때라 공존과 시간, 그런 것에 관심이 있었어요. 사람의 생각이란 게 막 섞여 있잖아요. 마찬가지로 영화에서도 밤이 된 후 여러 상황들이 막 섞여 나오는 거죠. 그렇지만 그 안에서 어느 정도의 내러티브를 가질 수 있을 정도로 구축했습니다. 외적으로 시도를 좀 많이 했죠. 시공간을 넘나드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게 이 영화의 영화적 체험이길 바랐습니다.

 

진행전작들부터 보았을 때, 이 작품에서 가장 많은 시도를 하신 것 같아요. 감독님이 말씀하신 시도가 어떤 부분인지를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장우진인물의 동선과 카메라의 움직임, 프레임 안과 밖의 활용 방식을 염두에 두고 연출을 했습니다. 촬영감독님하고도 원칙을 세워서 프레임 밖이면 또 새로운 시간, 혹은 새로운 공간이라고 생각을 하고 작업했어요. 인물이 화면 안으로 새롭게 들어오면서 다른 시간과 공간으로 여행한다는 콘셉트로 시도를 했습니다. , <새출발>하고 <춘천, 춘천>같은 경우는 굉장히 소규모 시스템에서 DSLR로 촬영을 했고, 인공 조명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춘천, 춘천>은 제가 직접 촬영을 했어요. 그러다 실력이 안 되는 걸 느끼고(웃음) <지슬>(2013)을 촬영하신 양정훈 촬영감독님을 섭외했습니다. 제가 원하는 기묘한 밤의 색깔을 내고 싶었어요.

 

진행: 그럼 이번에는 조명을?

 

장우진: 많이 쳤어요.(웃음)

 

진행: 이 공간이 원래 이런 빛이 나는 곳인가 궁금했거든요.

 

장우진: 원래는 완전히 어둠이에요. 실제로 가보시면 실망을 많이 하실 겁니다. 다 만들어낸 빛이에요. 빛을 정말 잘 활용한, 제가 좋아하는 사진작가의 전집을 촬영감독님께 보여줬더니 일주일만 시간을 달라고 하셨어요. 온갖 곳을 다 돌아다니면서 그 컬러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고민을 정말 많이 하셨습니다. 셀로판지 같은 것들을 잔뜩 수집해 오셔서 함께 컬러들을 골랐어요. 심우도에 나오는 색감도 적극 활용하자고 했고요. 색을 많이 쓰면 유치해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과감하게 시도를 해보자, 어차피 돈 벌 생각으로 만드는 것도 아니고, 그런 생각으로. 한편으로는, 한국 독립영화하면 떠오르는 어떤 이미지가 있더라고요. 제 작품도 마찬가지인데, 약간 무채색에 리얼리즘, 청춘과 우울 같은 것? 언제부턴가 너무 그런 이미지들의 집약이 된 게 싫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컬러를 엄청나게 써보자, 신비롭게 해보자, 판타지스럽게 만들어보자 생각했어요. 양정훈 촬영감독님도 동의하셨고요. 그래서 색감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빛의 삼원색을 다 썼어요. 그걸 다 쓰면 나중에 색보정할 때에도 색감을 죽일 수가 없거든요. 각오를 하고 쓴 거죠.

 




진행: 이제 카메라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습니다. 롱테이크로 촬영하여 하나의 씬 자체가 시간성을 표현하게 되는데요, 감독님의 전작에서부터 이어져온 방식이에요. 이건 또 배우의 연기와 이어지는 거잖아요. 제가 알기로는 트리트먼트 정도만 가지고 촬영을 하신다고 들었어요. 물론 그 전에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배우와의 긴밀한 이야기를 나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춘천, 춘천> 시사 때 배우 분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장우진 감독님은 환경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예를 들어 강아지가 짖으면 사전에 강아지를 이동시키거나 통제하는 게 아니라 이걸 다 받아들이고 영화의 한 부분으로 사용하는 식으로 말이죠. 배우 연기의 과정이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는지, 어느 정도의 트리트먼트를 가지고 촬영을 시작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장우진: 이번에는 DSLR 말고 좋은 카메라를 쓰고 싶었습니다. “우리도 비싼 카메라 한번 써봅시다.” 그랬죠. 조명도 치고 싶었고 컬러도 섬세하게 재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면 돈이 많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시나리오를 다 썼죠. 시나리오 없이는 투자를 안해주니까. 시나리오 열심히 썼고요, 투자가 결정된 순간, 배우 분들하고 시나리오를 다 같이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웃음) 그 후로는 저도 정말 보질 않았어요. 이야기의 첫인상을 가지고 촬영 한 달 반 전부터 배우분들과 캐릭터를 만들어 놓았어요. '서울 연세대학교의 문학동아리. 기형도 시인이 있었던 동아리에서 신입생 환영회 때 꽃다지를 부르는 은주를 본 흥주가 반했다.' 이런 식으로 실제 경험과 주워들은 이야기, 가상의 픽션을 섞어 전사를 하나씩 하나씩 설정하면서 타임라인을 만들어나갔어요. 그 인물의 인생 속 주요한 사건들을 같이 구성했습니다. 배우 분들이 저보다 나이가 많으니까 제가 많이 듣고 받아들였죠.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까 생각하면서 캐릭터를 구체화시켜 나갔습니다. 서영화 배우님이 그런 면에서 집요한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제가 많이 배웠고, 캐릭터에 대한 접근방법에 있어 저한테 많은 자극을 주셨어요. 한번 만나면 정말 여덟 시간동안 얘기합니다. 장문의 메일도 여러 번 주고받았습니다. “은주는 이런 상황에서 말투가 어떤 사람이에요? 핸드폰을 잃어버리면. ‘아 나 어떡해, 어떡해!’ 하는 사람도 있고, 덤덤하게 어떡하죠.’이런 사람도 있잖아요.” 이런 식으로 대화를 하면서 제가 그리는 은주와 그분이 생각하는 은주 사이의 간극을 계속 좁혀나갔어요. 배우님께서 추상적인 인물을 말투와 행동을 통해 땅에 붙이려고 노력을 하신 거죠. 모든 배우와 그런 과정을 거쳤습니다. 조연, 단역들은 그런 시간이 많이 없었지만 주연 네 명만큼은 자주 만났고 서면으로도 자주 이야기했습니다. 연기를 시나리오 없이 하려면 일단은 배우가 편안해야 되잖아요. DSLR의 장점은 카메라 뒤의 환경이 작기 때문에 배우가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거예요. 반대로 이번에는 서영화 배우님과 이상희 배우님을 뺀 다른 배우 분들이 처음 경험하는 규모의 장비들이었기 때문에 조금 당황하셨어요. 처음엔 조금 긴장을 하셨는데 한 이틀 지나고 나서부터는 편해졌어요. 제가 30분 동안 컷을 안 하고 정말 리얼타임으로 촬영을 진행했거든요. 예를 들면 백숙 장면에서 백숙이 나오면 다 먹고 나가는 것까지 리얼타임을 담기로 했어요. 우리 이야기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고 그 캐릭터가 할 수 있는 말을 자유롭게 꺼내달라고만 말씀드렸어요. 후에 제가 대사를 취합하거나 정리해서 드리겠다고 하고요. 그렇게 한 10분정도 지나면 배우 분들이 카메라의 존재를 잊습니다. 그냥 본인의 말에, 앞에 있는 것들에 집중을 하게 되니까요.

 

진행: 감독님께서 홍상수 감독님 영화를 좋아하고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얘기하신 적이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홍상수 감독님의 작업에서는 그 당일 날 대본이 나오고 배우에게 전달이 된다는데요, 그러니까 배우들은 당일 받은 대본의 앞뒤 상황은 모르는 거죠. 연기를 한 배우 분께 듣기로는 그 순간에 집중할 수 있고 그것만 완벽히 수행을 하면 된다는 믿음이 생겨 오히려 연기하기에 좋다는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는 상당히 즉흥적이지만 말의 리듬이나 말투 등은 세세하게 조율해 간다고 해요. 감독님의 경우는 어떤가요? 롱테이크로 오랫동안 배우 스스로가 연기연출을 할 수 있게끔 한다면, 감독님의 현장 장악은 어떤 방식인가요?

 

장우진홍상수 감독님은 출발부터 전체 동선을 계산하신다고 해요. 기계적인 디렉션을 통해 사유를 차단하고 자동주의에 빠지게 만들어내는 거죠. 저도 그렇게 한번 해보기는 했는데, 불편해서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캐릭터의 백그라운드를 구체적으로 세우는 거죠. 그렇게 하면 크게 벗어나지 않더라고요. 내러티브의 핵심 내용 이외에는 배우가 찾아내는 우연이나 아이디어들을 많이 수용하는 편입니다. 다음날 찍을 장면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도 해보고 취합하는 거죠. 어쩔 때는 정말 배우 분에게 맡기기도 해요. 배우가 창작자로서 무엇을 보여줄지 궁금하고요. 그런데 몇몇 장면은 카메라의 움직임, 프레임 인-아웃 등의 연출이 굉장히 효과가 있잖아요. 그럴 때는 저도 어쩔 수 없이 기계적으로 장악해나갈 수밖에 없는 거죠. 섞여있다고 생각해요. 다음번에는 또 어떻게 해볼까 고민도 됩니다. 제 스타일을 찾아가야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진행그런 방식을 택한 건 감독님이 하고자하는 이야기와 맞닿아있기 때문인가요? 그런 방식, 세팅을 통해서 기대하는 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장우진: 저는 책상에서 글로 쓴 것을 그렇게 믿는 편은 아닙니다. 물론 그걸 계속 반복하고 수용해서 완벽히 다듬어진 각본도 있을 테지만, 그보다는 현장에서 발견한 것들을 통해 즉흥적인 창안을 하는 일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그게 되게 재밌고, 진짜 노는 것 같고, 창작하는 것 같고, 즐겁고요. 그게 저한테 더 맞는 것 같아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여태껏 저랑 같이 작업한 배우 분들도 아직까지는 편하게 하는 것 같아요.

 




진행호흡을 맞췄던 배우와 계속 같이 작업을 하시는 데엔 그런 방식에 익숙하니까 작업 시간을 좀 단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도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연속성이라는 것도 분명히 있을 것 같아요. 영화를 쭉 같이 봤을 때 보이는, 인물이 묘하게 겹쳐지는 듯한 효과도 있습니다. 혹시 그런 연속성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실 수 있나요? 배우를 쓰는 방식도 그렇고, 캐스팅을 할 때 전작과 비슷한 대사나 동작을 염두에 두시는지.

 

장우진: 우선 배우하고 어떻게 만들고 싶다에 대해서 동의가 되어야 작업을 할 수 있잖아요. 이 방식을 흥미롭게 생각하는 분하고 하길 바랐어요. 서영화 배우님은 이 영화에서 처음 함께 작업했는데요, 선배님이 제 인터뷰를 보고 재밌을 것 같다고 해서 오케이를 하셨고, 이 방식을 처음 시도하셔서 새로움을 느끼셨던 것 같아요그리고 연속성은, 저도 이상하게 뒤늦게 깨닫게 되더라고요. <새출발>의 취업 준비하는 지방대생 우지현이 졸업을 하고 나서 춘천 고향에서 또 취업준비를 하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