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ty2117 [인디즈 Review] 〈철들 무렵〉: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철들 무렵〉리뷰: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관객기자단 [인디즈] 정다원 님의 글입니다.이상하게도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너무 잘 알아듣게 되는 순간이 있다. 〈철들 무렵〉은 그런 순간들로 빼곡하다. 병원에서 간병을 하다 별것 아닌 일로 싸움이 붙고, 걱정하면서도 퉁명스러운 말이 먼저 튀어나오고, 정작 해야 할 말 앞에서는 입을 다문다. 그 마음을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사람은 없는데 이상하게도 안다. 왜 저 순간에 저런 말이 나왔는지, 왜 대답하지 않았는지, 왜 저렇게까지 짜증을 냈는지. 그러다 문득 병원의 공기가 떠올랐다. 너무 밝은 조명과 차가운 바닥, 복도를 오가는 사람들의 발소리, 오래 머물수록 조금씩 무뎌지는 서늘함. 스크린에서는 냄새도 온도도 전해질 리 없는데 이상하게 그곳의 공기를 알고 있다는 .. 2026. 10. 6. [인디즈 Review] 〈담요를 입은 사람〉: 최소한의 집 〈담요를 입은 사람〉리뷰: 최소한의 집* 관객기자단 [인디즈] 정다원 님의 글입니다.모든 여행은 돌아옴을 전제로 시작된다. 낯선 곳을 한참 헤매다 돌아와 깊은 숨을 내쉬며 ‘역시 집이 제일 좋다’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여행을 마친다. 그러니 어쩌면 여행이란 집을 떠나는 일이 아니라, 돌아갈 집이 있다는 믿음으로 잠시 멀어지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돌아갈 곳이 없는 여행은 어떨까. 정미는 돈을 쓰지 않고 살아보기로 결심하며 스스로 돌아갈 곳을 지워나간다. 먹을 것을 사고, 잠잘 곳을 구하고,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는 일. 돈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얻는 수단인 동시에 내일의 삶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게 만드는 장치다. 그것을 포기한다는 것은 가난을 자처하는 일만이 아니라, 자신.. 2026. 10. 6. [인디즈] 〈담요를 입은 사람〉 인디토크 기록: 따로 또 같이 연결된 우리 따로 또 같이 연결된 우리〈담요를 입은 사람〉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6년 9월 14일(월) 오후 7시 상영 후 참석 박정미 감독, 김지음 빈고 책임활동가 *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은진 님의 기록입니다.돈 없이 사는 삶을 꿈 꾸어 본 적 있는가. 소비를 위한 노동에 지친 자라면 한 번쯤 떠올려봤을 법하다. 방에 누워 숨만 쉬어도 자본이 필요한 세상이 지긋지긋했던 이들은 상상을 현실로 끌어왔다. 0원으로 2년 동안 세계를 누빈 박정미 감독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수많은 변화를 안고 돌아왔다. 최소한의 소비로 잘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 스스로 자급자족하는 것이 전부일까.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다고 말하지만, 누구보다 깊은 사유의 여행을 기록한 박정미 감독과 새로운 삶의 방향을 탐색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2026. 10. 6. [인디즈 단평] 〈철들 무렵〉: 세상은 변하고, 그럼에도 여전히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세상은 변하고, 그럼에도 여전히〈철들 무렵〉 그리고 〈장손〉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은아 님의 글입니다. 정미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닌 전사가 필요한 역할을 맡아야 된다 말한다. 전생에 자신이 여왕의 무당이었음을 고하며 피 분장을 닦아내고, 몸을 쓰느라 결린 군데군데에 파스를 여럿 붙인다. 한편, 〈철들 무렵〉은 술로 하루를 사는 철택과 고요한 주택 생활을 즐기는 현숙, 복지 센터에 다니는 옥남을 그려낸다. 옥남의 긴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그리 길지 않고, 꽤나 짓궂은 구석이 있다. 우선 나열된 네 명의 관계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 2026. 10. 2. [인디즈 단평] 〈담요를 입은 사람〉: 다르게 걸어야만 보이는 것들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다르게 걸어야만 보이는 것들〈담요를 입은 사람〉 그리고 〈파밍 보이즈〉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은진 님의 글입니다. 방안에 가만히 누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다. 몇 차례 호흡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훌쩍 흘러가 있다. 조용히 누워 숨만 쉬더라도 우리는 자본을 소비하게 된다. 누워있는 공간의 대가, 조금 뒤 먹으려 주문한 음식의 대가, 할부로 결제했던 침대의 대가 등 많은 것이 저절로 소비된다. 〈담요를 입은 사람〉의 정미는 이 사실이 못 견디게 괴로워 분노했다. 그리고 이 분노를 원동력으로 1년 간의 소비 없는 삶을 출발한다. 정미는 한 중고 자전거 가게에.. 2026. 10. 2. [인디즈 단평] 〈아가미〉: 결핍의 모양새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결핍의 모양새- 간신히 숨을 다 토해냈다 〈아가미〉 그리고 〈봄밤〉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예송 님의 글입니다. 사람의 결은 그가 안고 있는 콤플렉스에서 비롯된다는 말이 있다. 고약한 냄새는 지독한 향수로 덮고, 보기 싫은 상처는 두꺼운 분칠로 가린다. 이는 외양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한 사람의 분위기와, 나아가 생애 전반을 뒤흔든다. 생사를 오가는 경험 끝에 아가미를 달고 다시 태어난 곤(정해인)은 그 흔적을 가리기 위해 후드를 눌러쓰고 숨어 지낸다. 고물을 주워 팔던 노인(유재명)과 손자 강하(강하늘)는 우연히 발견한 곤을 보호라는 이름 아래 꽁꽁 숨긴다. 처음.. 2026. 10. 2. [인디즈 Review] 〈97 혜자, 표류기〉: 나의 항구는 나 〈97 혜자, 표류기〉리뷰: 나의 항구는 나* 관객기자단 [인디즈] 강신정 님의 글입니다. 좋게 좋게. 그게 안 되는 여자들을 살면서 몇 명 못 봤다. 딱 한 명 떠오르는데 그 친구는 언제나 화나 있거나 울고 있었다. 그리고 항상 다른 길을 찾고 있었다. 가라앉는 땅의, 가장 변두리에 매달린 사람처럼. 어디든 가겠다는 듯 친구는 물속에서 발차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 옆에서 가만히 숨이나 참던 내게 그가 신 같던 때도 있었다. 〈97 혜자, 표류기〉의 ‘혜자’에게서 그를 봤기에 혜자가 밉지 않았다. 표정 관리나 사회생활에 재주가 없고, 입이 험하고, 담배를 달고 살고, 여자이기에 던지는 폭력이 오면 기꺼이 받아치고 마는 여자. 이렇게만 해도 인생이 팍팍할 텐데 혜자는 계약직에 가난하고 서울에서 일하지만 .. 2026. 10. 2. [인디즈 단평] 〈환희의 얼굴〉: 노동의 가시화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노동의 가시화〈환희의 얼굴〉 그리고 〈일과 날〉 *관객기자단 [인디즈] 남홍석 님의 글입니다. 어떤 이미지는 동적인 사건 없이도 위태의 감각을 남긴다. 마시다 만 커피, 커튼 사이로 보이는 얼굴, 이어폰을 끼고 있어 재차 불러도 듣지 못하는 사람까지. 때로는 움직이지 않는 대상이 더 불안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부동에 대한 불안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 때조차 늘 움직이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쪽에는 정지된 대상과 생각을 읽을 수 없는 표정이, 다른 쪽에는 모두가 수행하고 있는 수많은 형태의 노동이 있다. 〈환희의 얼굴〉은 네 개의 단편소설 같은 이야기.. 2026. 10. 2. [인디즈 Review] 〈환희의 얼굴〉: 이야기의 마법 〈환희의 얼굴〉리뷰: 이야기의 마법*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수미 님의 글입니다.이야기에는 마법이 숨겨져 있다. 이야기 속 인물이 나와 꼭 닮았으며 같은 상황을 겪는 것 같고, 누군가 내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인 것만 같은 착각. 그래서 이야기는 사람의 약한 부분을 삽시간에 건드리고, 대화 이상의 위로를 건넨다. 〈환희의 얼굴〉 주인공 환희 역시 이야기에 쉽게 매료되는 사람이다. 환희는 온전히 채워지지 않는 결핍을 이야기로 메꾸려 한다. 영화는 네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챕터 ‘소설가의 집’에서 환희는 작가 난영에게 정서적으로 의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에게 잘해줬다는 이유로 울고, 남자 친구 동수와의 관계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며 우울한 정신 상태를 숨기지 않는다. 환희는 난영의 글에 나오는 소녀.. 2026. 10. 2. [인디즈 단평] 〈착지연습〉: 그대를 잇는 그대로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그대를 잇는 그대로 〈착지연습〉 그리고 〈선희이모〉 *관객기자단 [인디즈] 강신정 님의 글입니다. 누구나 흉 진 곳이 있다. 매끈한 척 살아가다가도 불쑥 쑤셔오는 곳이. 아무도 그곳을 고쳐주진 못하는 걸 알면서도 누군가는 가끔 들여다봐 줬으면 싶다. 그렇게 서로를 힐끗대는 우리가 우습지만 훔쳐볼 얼굴이 있어 다행인 날들. 다큐멘터리 〈착지연습〉의 ‘탁’의 일상도 그렇다.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이 모여 만든 회복공동체 ‘상-여자의 착지술’ 속에서 탁은 회복을 연습한다. 춤추고 움직이고 노래하고 이야기 나누며 함께한다. 공동체는 따뜻하지만 완벽한 도움닫기가 되어주지는 못한.. 2026. 10. 2. [인디즈 Review] 〈착지연습〉: 우리는 모두, 연대해. 〈착지연습〉리뷰: 우리는 모두, 연대해. *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은아 님의 글입니다.창가에 스며드는 빛 사이로 먼지가 흩날린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먼지는 공기를 가르는 몸짓에 유유히 부유하고, 그를 따르는 햇빛은 여전히 반짝인다. 영화 〈착지연습〉은 바닥을 딛고 일어서거나 몸을 누인 채로 움직이는 사람들을 담아내며 시작한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그 말 한마디에, 가고자 하는 곳으로 사뿐히 착지하고 또다시 훨훨 날아오르는 이들의 궤적을 따라가본다. ‘상-여자의 착지술’은 서로 다른 분야의 예술인들이 모인 팀이다. 문화 예술계 내 성폭력 피해와 미투 운동 이후, 삶의 회복을 위한 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만들어온 이들은 한 공간에 모여 서로의 시간을 나눈다. 〈착지연습〉은 인물의 세세한 서.. 2026. 10. 2. [인디즈 Review] 〈아가미〉: 물 밖의 사람 〈아가미〉리뷰: 물 밖의 사람*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주연 님의 글입니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아가미가 있는 정체불명의 남자가 물속으로 뛰어든다. 그는 해류를 구한 뒤 다시 물속으로 사라지고, 시간이 지나 해류는 자신을 구해준 남자를 찾아 나선다. 이 짧은 순간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곤이라는 인물이 지나온 시간으로 이어진다. 흥미로운 건 이야기의 시작이었던 해류는 관객이 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이야기를 열어주는 서술자의 자리에 머문다. 곤에게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그의 몸이다. 어릴 적 오염된 호수에서 건져 올려진 곤은 아가미와 푸른 비늘을 가지고 있다. 강하와 할아버지가 그를 데려와 함께 살면서 곤은 가족처럼 자랐지만, 신체적 차이에서 비롯된 거리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2026. 9. 17. 이전 1 2 3 4 ··· 17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