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ty2128 [인디즈 단평] 〈흐르는 여정〉: 흐르는 삶의 끝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흐르는 삶의 끝〈흐르는 여정〉 그리고 〈우주의 끝〉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주연 님의 글입니다. 한 남자의 영어 내레이션으로 춘희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신을 소개하는 춘희의 문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젊은 남성의 목소리와 언어. 그 속에서 춘희가 움직인다. 집을 나서고, 차를 타고,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풍경을 바라보며 이동한다. 조수석에는 춘희가, 운전석에는 화분이 앉아 있다. 화분이 운전하는 황당한 장면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건 창밖을 내다보는 춘희의 표정이 평화롭기 때문이리라. 그랜드 피아노를 들이기 위해서는 나무를 잘라내야 합니다. 아니 어떻게 피아노.. 2026. 11. 5. [인디즈 Review] 〈에디 앨리스: 테이크〉: 재배열되는 삶의 조각들 〈에디 앨리스: 테이크〉리뷰: 재배열되는 삶의 조각들*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주연 님의 글입니다. 잘라낸 필름 조각들을 이어 붙이면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두 명의 트랜스젠더, 에디와 앨리스의 삶을 기록한 〈에디 앨리스: 테이크〉에서는 영화 제작의 핵심 공정인 편집의 이미지를 빌려와, 타자화된 삶이 스스로의 서사를 회복해 가는 과정을 유기적으로 그려낸다. 영화의 문을 여는 것은 사운드 감독으로 일하는 앨리스의 모습이다. 촬영 현장에서 음향을 다루는 모습은 지극히 일상적인 삶의 한 부분으로 제시되면서, 그녀가 무엇을 담아내고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질문을 남긴 채 관객을 다음 장면으로 이끈다. 이후 등장하는 인물은 또 다른 트랜스젠더 여성 에디다. 그녀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앞.. 2026. 11. 5. [인디즈 단평] 〈구제역에서 살아 돌아온 돼지〉: 유죄판결이라는 변호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유죄판결이라는 변호 〈구제역에서 살아 돌아온 돼지〉 그리고 〈갈라파고스〉 *관객기자단 [인디즈] 강신정 님의 글입니다. *故 허범욱 감독님의 명복을 빕니다 살기 위해 죽인 이를 욕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 이해해야 할까? 이 어려운 질문에 함께 고민해 주기에 허범욱 감독의 영화는 귀하다. 영화 〈구제역에서 살아 돌아온 돼지〉(이하 〈구살돼지〉)와 〈갈라파고스〉는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폭력을 저지르는 이들을 다룬다. 〈구살돼지〉에는 구제역 살처분에서 겨우 살아남았기에 인간처럼 강해지고 싶은 돼지 ‘H’와, 어릴 적부터 인간들에게 폭력을 당해 왔기에 차라리 짐승이 되.. 2026. 11. 2. [인디즈 단평] 〈눈 둘 데가 없네〉: 내가 보는 것을 본다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내가 보는 것을 본다〈눈 둘 데가 없네〉 그리고 〈최초의 기억〉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은아 님의 글입니다.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으나, 수행하는 자의 아름다움과 흘러가는 자의 근사함은 모처럼 흥미로운 비교 대상이다. 어릴 적부터 눈 둘 데가 없었다는 상희는 자신의 예술성을 직업화하지 않으며, 곧장 자아실현에 목도한다. 근근한 돈벌이를 이어오며 살아온 상희가 찍은 단편 실험 영화들은 차창으로 스쳐 지나가는 부들과 같은 잔상이고,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차를 멈추지 않는 이상 그곳에 부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앞으로도 까맣게 잊고 지낼 것이다. 찰나의 작은 것을 붙잡을 수.. 2026. 11. 2. [인디즈 Review] 〈눈 둘 데가 없네〉: 바람의 목소리 〈눈 둘 데가 없네〉리뷰: 바람의 목소리* 관객기자단 [인디즈] 남홍석 님의 글입니다. 섬으로 되돌아가다 몇 년 전 홍상수 감독이 제주도에서 연작을 찍으려 한다는 루머를 접했던 기억이 난다. 이야기가 무색하게 다음 작품부터 그는 육지로 복귀했고, 3년 사이에 다섯 편의 작품을 내놓았다. 별다른 정보 없이 상영관에 들어갔을 때, 그의 신작이 제주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이 섬에서 찍은 마지막 작품에서 바다로 향한 그가 제주도로 돌아온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했다. 홍상수 감독의 35번째 장편 영화 〈눈 둘 데가 없네〉는 십여 년 만에 어머니를 만나러 동생과 함께 제주도로 내려온 영화감독 ‘상희’를 화자로 삼는다. 상희 남매와 어머니, 그리고 다큐멘터리를 찍는 새아버지는 2박 3일간.. 2026. 11. 2. [인디돌잔치] 2026년 11월 상영작을 선정해주세요 🔷 투표하기 🔷 후보작: 투표일정: 11월 9일(월)까지 상영일정: 11월 24일(화) 저녁 2026. 11. 2. [인디즈] 인디스페이스 극장기록집 인디즈 18호 PDF 인디스페이스에서 발행하는 극장기록집 인디즈는 인디스페이스를 비롯여러 독립예술영화관 및 카페, 서점 등 약 30여곳의 오프라인 공간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만약 가까운 배포처가 없다면 인디즈 18호를 온라인으로 다운받아 PDF 파일로 읽어보세요 :)글 하단에서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여는 말"각자의 자리에서" 이번 극장기록집 '인디즈' 18호의 주제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아마도 '고군분투'일 겁니다. 저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기 위해 노력해온 인물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독특한 스타일로 오묘한 매력을 보여주는 이원영 감독의 〈미명〉, 겨울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함께 연대했던 〈남태령〉의 이야기, 혐오에 맞서 당당하게 살아낸 〈이반리 장만옥〉 팀의 대화를 준비했습니다.. 2026. 10. 26. [인디즈 단평] 〈포르테〉: 순수한 열망, 필연적 불운 순수한 열망, 필연적 불운〈포르테〉 그리고 〈아코디언 도어〉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수미 님의 글입니다. 흰색의 각진 콘크리트 건물이 울창한 숲 가운데 자리해 있다. 기둥은 일정한 간격으로 줄지어 서 있고, 사이사이로 난 창문을 통해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영화 음악으로 명망 높은 포르테 스튜디오는 모두에게 쉽게 노출된 구조물처럼 보이지만, 숲속 깊숙이 들어온 자만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폐쇄성을 지니고 있다. 포르테 스튜디오를 둘러싼 소문은 적당히 으스스하고, 어디서나 존재할 법한 흔한 괴담이다.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사람이 하나씩 죽어간다는 것. 영화 음악에 열망을 품은 연지는 소문을 알면서도 스튜디오에 입성한다. 이후 펼쳐지는 영화의 전개는 꽤나 클리셰적이다. 시작부터 불안감을 조장하던 .. 2026. 10. 20. [인디즈 Review] 〈포르테〉: 불협화음으로 더 세게 〈포르테〉리뷰: 불협화음으로 더 세게* 관객기자단 [인디즈] 강신정 님의 글입니다. 악기 피아노의 원래 이름은 ‘피아노 포르테(Piano Forte)’. 하나의 악기로 여리게(piano)도 강하게(forte)도 표현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다. 세게만 친다고 마음을 울리는 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겠다. 킴보킴 감독의 첫 장편 〈포르테〉는 피아노의 속뜻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포르테(forte; 강하게 연주하라)’를 제목으로 하지만 촬영도 소리도 연기도 배경도 각자만의 세기를 지켜낸다. 서로 다른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그 묘한 어긋남이 공포영화라는 장르에서 빛을 발한다. 고조되는 음악과 기괴한 이미지. 그 직후에는 음악과 이미지가 그렇게 된 이유를 설명하려는 듯 강렬한 서사나 연기가 흐르는 게.. 2026. 10. 14. [인디즈 소소대담] 2026. 9 영화의 궤를 따라 지도를 그려 봅시다. [인디즈 소소대담] 2026. 9 영화의 궤를 따라 지도를 그려 봅시다. *소소대담: 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단 ‘인디즈’의 정기 모임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예송 님의 기록입니다. 참석자: 햇빛, 구름, 눈내 고향 대전이 좋았던 가장 큰 이유는 어디든 가기 좋은 위치에 있었다는 점이다. 시외 교통편만 있다면 어디든 2시간이면 갈 수 있다는 자신감. 굳이 갈일이 없는 동네도 영화를 만나려다 우연히 인연이 되었다. 가끔은 너무 무모하게 멀리 떠났고, 약간은 가성비가 떨어질지라도 막상 깜깜한 밤이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득히 내 정신을 채웠던 영사되던 이미지들이 쉴새없이 머릿 속에 떠올랐다. 미련한 이 순간을 끊어내기란 쉽지 않을 거 같다는 확신이 들곤 한다. 영화로 그리는 지도, 각자의 지도가 궁금하다... 2026. 10. 8. [인디즈 Review] 〈철들 무렵〉: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철들 무렵〉리뷰: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관객기자단 [인디즈] 정다원 님의 글입니다.이상하게도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너무 잘 알아듣게 되는 순간이 있다. 〈철들 무렵〉은 그런 순간들로 빼곡하다. 병원에서 간병을 하다 별것 아닌 일로 싸움이 붙고, 걱정하면서도 퉁명스러운 말이 먼저 튀어나오고, 정작 해야 할 말 앞에서는 입을 다문다. 그 마음을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사람은 없는데 이상하게도 안다. 왜 저 순간에 저런 말이 나왔는지, 왜 대답하지 않았는지, 왜 저렇게까지 짜증을 냈는지. 그러다 문득 병원의 공기가 떠올랐다. 너무 밝은 조명과 차가운 바닥, 복도를 오가는 사람들의 발소리, 오래 머물수록 조금씩 무뎌지는 서늘함. 스크린에서는 냄새도 온도도 전해질 리 없는데 이상하게 그곳의 공기를 알고 있다는 .. 2026. 10. 6. [인디즈 Review] 〈담요를 입은 사람〉: 최소한의 집 〈담요를 입은 사람〉리뷰: 최소한의 집* 관객기자단 [인디즈] 정다원 님의 글입니다.모든 여행은 돌아옴을 전제로 시작된다. 낯선 곳을 한참 헤매다 돌아와 깊은 숨을 내쉬며 ‘역시 집이 제일 좋다’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여행을 마친다. 그러니 어쩌면 여행이란 집을 떠나는 일이 아니라, 돌아갈 집이 있다는 믿음으로 잠시 멀어지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돌아갈 곳이 없는 여행은 어떨까. 정미는 돈을 쓰지 않고 살아보기로 결심하며 스스로 돌아갈 곳을 지워나간다. 먹을 것을 사고, 잠잘 곳을 구하고,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는 일. 돈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얻는 수단인 동시에 내일의 삶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게 만드는 장치다. 그것을 포기한다는 것은 가난을 자처하는 일만이 아니라, 자신.. 2026. 10. 6. 이전 1 2 3 4 ··· 17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