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하고 사랑하라  인디돌잔치 <초인>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5 23일(화) 오후 7 30분 상영 후

참석 서은영 감독, 김정현 배우

진행 김도란 인디스페이스 기획운영 팀장








*관객기자단 [인디즈] 송희원 님의 글입니다.




고등학생이자 체조 선수인 ‘도현’(김정현 분)은 사고를 친 벌로 도서관에서 일하게 된다. 도현은 그곳에서 책을 좋아하는 소녀 ‘수현’(채서진 분)을 만난다. <초인>은 소녀와 소년이 학교와 친구, 가족 사이에서 겪는 일들을 밝은 색채로 그려낸다. <초인>이 첫 장편이었던 김정현 배우와 이 영화로 제 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대명컬처웨이브상을 받은 서은영 감독. 지난 일 년 동안 그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이날 인디토크에서 들어보았다. 




 



김도란 인디스페이스 기획운영팀장(이하 진행): 5월 인디돌잔치로 <초인>이 선정되었습니다. 간단한 인사와 소감 부탁드립니다. 



서은영 감독(이하 서): 안녕하세요, 서은영입니다. 반갑습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김정현 배우(이하 김): 안녕하세요, 김정현입니다. 일 년 전에 개봉한 걸 이렇게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진행: 최근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서: 다음 영화 준비를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빨리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김: 저는 일 년 동안 작업을 열심히 했고요, 드라마를 계속하고 있어요. 앞으로 더 다양한 작품을 할 것 같아요. 계속 차기작을 알아보면서 연기 연습하고 있습니다. 


진행: 영화 보면 도현이라는 캐릭터가 밝고 순진무구한데, 실상 안에 그늘이 많아 그걸 감추기 위해 가면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어두운 내면을 가진 고등학생 연기를 할 때 어떤 마음가짐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김: 일단 감독님이랑 얘기를 많이 했어요. 시나리오를 많이 보고 동료 배우와 리딩을 하면서 인물을 이해했던 것 같아요. 


진행: 감독님은 수현과 도현이라는 캐릭터가 어떤 모습이길 바랐나요? 배우가 캐릭터라는 옷을 입으면서 기존에 생각했던 것과 달라진 게 있나요? 


서: 보신 것처럼 도현이는 굉장히 밝고 생각 없어 보이지만 어떻게 보면 보통 십 대 아이들의 모습인 것 같아요. 두 배우의 앙상블이 중요했어요. 그래서 정현 배우와 서진 배우가 함께하게 됐습니다. 처음부터 이 두 친구가 함께 연기하는 게 그려졌고 가장 잘 어울렸기 때문이에요. 또 둘 다 첫 장편영화고요. 두 분이 많은 것들을 끌어 온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흡족합니다. 


진행: 배우님의 첫 장편이고 첫 주연이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즐겁게 임했다고 들었어요. 촬영장 분위기가 어땠나요?


김: 이미 알고 있던 동료들이어서 좋았고 편했어요. <초인>보다 편한 현장은 없었던 것 같아요. 집에 빨리 보내주기도 하고요.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정말 그리워지는 현장이네요.(웃음) 


서: 제가 보기와는 다르게 선택이 좀 빠르거든요. 그리고 워낙 이 두 친구의 연기에 대해 믿음이 있었어요. 요청하는 대로 두 배우가 모든 것들을 빠른 시간 내에 해주었어요. 저는 체력 때문에 오래 작업을 못 해서 빨리 끝내고 다음 회차를 더 열심히 하는 루틴으로 진행했어요. 다들 학교 선후배 사이라 재밌게 찍었어요. 이렇게 좋은 분위기는 앞으로 없지 않을까 생각해요. 


진행: 감독님은 예전에 회사원이었다고 들었는데, 영화를 찍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서: 공대를 나왔고 반도체 연구원으로 5년 동안 근무를 했어요. 그때도 영화를 엄청 많이 보러 다녔어요. 유일한 삶의 낙이었거든요. 그러다 회사 일이 너무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죽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무턱대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시험을 봤습니다.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진행: 배우님은 원래 꿈이 배우였나요?


김: 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계속 꿈이었어요. 그전에는 자다 일어나면 꿈이 바뀌었고요.(웃음)





진행: 영화를 보면 감독님이 책을 좋아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책, 글귀들은 감독님이 생각해둔 걸 작품에 녹여낸 것인지, 아니면 작품을 쓰다가 필요한 걸 생각해서 넣은 것인지 궁금합니다. 


서: 후자에요. 시나리오를 쓰다가 책이 등장할 타이밍이 되면 책장을 보고, 고르고. 이렇게 진행했어요. 책을 생각해 놓고 시나리오에 녹여낸 것은 아니에요. 이야기가 더 중요하니까요.


진행: 나중에 책의 내용으로 이야기를 쓸 계획은 없나요?


서: 『카라마조프 형제들』을 병적으로 좋아하는데, 그걸 한국식으로 만들어 보고 싶어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요.


진행: 배우님은 좋아하는 책이 있나요?


김: 책이요? 좀 시즌을 타면서 보는 것 같고요.(웃음) ‘역적’(*출연 드라마)이라는 책을 30권까지...(웃음) 최근에는 시나리오를 많이 읽었던 것 같아요.  


진행: 도현이가 마지막 책을 읽고 잘 반납했을까요?


김: 시나리오에서는 반납을 해요. 찍었는데 안 들어갔어요. 잘 반납했어요.(웃음)

 
관객: 작품 잘 봤고요, 개봉 일주년 너무 축하드립니다. <초인>을 처음 봤을 때는 마냥 서럽기만 했는데, 오늘은 많은 위안을 받았어요. 저는 이 작품을 보고 ‘초인’을 닮아가려고 노력을 했어요. 또 많이 성장하기도 했고요. 감독님과 배우님이 <초인>을 겪고 일 년이 지났는데 어떤 물리적, 감정적인 변화가 있었는지요? 또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서: <초인>은 저의 첫 장편영화이고 이 작품을 보내면서 비로소 영화라는 걸 가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내가 내 영화를 가진 느낌이요. 예전에 단편영화 찍을 때는 그런 만족감이 별로 없었는데, 이렇게 관객들을 만나고 관객들이 내 영화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피드백을 주시니까 영화라는 게 진짜 재밌는 거구나 느꼈어요. 회사를 때려치우고 나온 게 내 일생에서 정말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다음 영화 빨리 찍고 싶은 마음에 미친 듯이 시나리오 쓰고 있습니다.(웃음) <초인>처럼 밝은 이야기보다는 나의 진짜 내면에 있는 이야기를 영화로 풀어서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김: 방금 질문하신 분, 작년 GV에서 뵈었던 분 같아요. 안아드렸던 기억이 나는데 당시 말씀하신 문제는 괜찮아졌는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저도 울컥울컥해요. 일단 일 년이 지나는 동안 배우로서 회사에 들어가 일을 하게 됐어요. <초인>이라는 작품 덕분에 스스로 힘을 받는 일이 많았던 것 같아요. <초인>이라는 작품으로 하나의 가족이 생긴 느낌이에요. 나중에 관객이 많아지고 멀어지면 잘 못 챙길 수 있잖아요. 지금 계신 분들 계속 기억하려고 합니다.


진행: 개봉했을 때 저희 극장에 굉장히 푸릇푸릇한 모습으로 오셨던 게 기억이 나요. 인디토크도 하고 무대인사도 하고 프리허그도 했죠. 배우님에게 <초인>은 굉장히 의미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김: <초인>이라는 작품 덕분에 좋은 사람을 많이 알게 됐어요. 아주 중요하고 소중한 작품이에요. 이 영화가 없었다면 지금 여기 계신 분들도 못 만났겠죠. 말로 표현을 못 하겠어요. 느껴지죠?(웃음)


서: 감독으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 써 내려가는 게 사실 힘들고 외로운 작업이에요. 그런데 가끔 이렇게 <초인> 안부를 물어봐주는 분들이 있어서 많은 응원이 돼요. 그분들이 저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을 하면 마음이 급해지기도 하고요. 저의 삶에서 가장 좋은 원동력인 것 같아요.  


김: 갑자기 생각났는데, 어떤 의미가 딱 있는 게 아니라 계속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소중하게.


관객: 그래서 초인은 뭘까요? 어떻게 초인이 될까요? 두 분이 생각하는 초인은 어떤 사람인가요?


서: 영화에서 자신의 삶을 사랑하라고 얘기해요. 저는 계속 부정하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인지 니체의 ‘위버멘쉬’ 철학을 접하면서 생각이 뻥 뚫린 부분이 있어요. 나를 탓하는 시간이 무의미하고 너무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도 이야기를 쓸 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계속 물어요. 한국상업영화 시스템에 맞춰서 이야기를 쓰다 보면 재미없어지는 것 같고, 그렇다고 내 내면의 모든 걸 넣자니 사람들이 싫어할 것 같고. 계속 부딪치는 것 같아요. 내가 ‘초인’이라는 제목으로 영화를 찍었는데, 이 제목을 놓고 찍을 만한 사람이었나 요즘 들어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김: 부산국제영화제 때부터 진짜 많이 얘기했어요. 일 년이 지났는데 그전도 그렇고 저 스스로가 싫어지는 삶, 순간이 있었어요. 항상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태도를 갖는 게 쉽지가 않아요. 원하지 않아도 어쨌든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사랑으로 바라보는 게 초인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관객: 개인적인 질문인데요, 자신의 길을 달려가는 후배 배우 지망생에게 해줄 조언이 있으신가요?


김: 우선 말씀드리기 전에 제가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인지 의문이 드니 가려서 들으세요.(웃음) 되게 힘들다는 거 알거든요. 정말로 저는 <초인>이라는 작품을 만날 줄 꿈에도 몰랐고 부산국제영화제에 갈 줄, 개봉할 줄은 더더욱 몰랐어요. 그 순간이 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선배님들이 끝까지 하라고 말하시는 것 같아요. 끝까지 가다 보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요. 항상 자신감 있게 살아가세요. 힘내세요. 꼭 될 거예요. 


관객: 배우의 얼굴이 크게 잡히는 연출에 이유가 있나요?


서: 저희 영화는 엄청나게 적은 예산으로 찍었어요.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영화의 배우와 하나의 샷,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장면을 구성하는 미술이 중요하고요. 저희 영화에는 미술이랄 게 없죠. 그래서 저는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게 제가 선택한 이 배우들의 얼굴이라고 생각했어요. 누구는 클로즈업이 너무 많다고 하겠지만 저는 많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상업영화와 비교하면 그럴 수 있겠죠. 하지만 독립영화는 그런 맛이 있잖아요.(웃음)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에요. 조연 분들도 한 분 한 분 주연을 할 수 있을 만큼 좋은 배우들이고요. 그분들의 얼굴을 담아내는 데 주력했습니다. 


관객: 배우들의 감정을 담아내는 장면이 많아요. 연기할 때 도현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 혹은 감독님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는지요?


서: 저도 독립영화를 많이 보는데요, 도현 같은 캐릭터를 본 적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애초부터 한 번도 보지 못한 캐릭터로 밝고 신선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일차적인 목표는 아니었지만 내 주인공은 다르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김: 관객분은 어떤 걸 느끼셨어요? 


관객: 도현이의 모습이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에게, 마음이 불안정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김: 어떤 마음을 느끼길 바라면서 연기하진 않았어요. 연기는 어쨌든 수행해나가는 과정이에요. 전달의 부분은 관객들을 만나야 완성이 된다고 생각해요. 시나리오 중심으로 연구하려고 했고 감독님과 많이 대화했어요. 그리고 관계들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진행: <초인>과 함께 기억에 남는 순간이 궁금해요. 


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연락 받았을 때 너무 기뻤던 게 기억이 나요. 아직도 그 문자메시지를 갖고 있거든요. <초인>을 부산영화제에서 상영하고 싶다는 메시지요. 그때 마침 배우들과 녹음을 하던 중이었어요. 그 두근거림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김: 감독님이 떨리는 목소리로 부산영화제 상영 소식을 전하려 저한테 전화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영화제 갔던 그 순간과 개봉했을 때 제 연기를 보고 앉아있는 제 모습도 기억에 남네요.(웃음)


진행: 앞으로의 계획과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 마지막으로 부탁드립니다.


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영화를 일 년 동안 잊지 않으셨다는 것이 감동이에요. 영화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늘 들어요. 다른 영화 준비하고 있으니까 그것도 꼭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항상 응원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응원해주세요. 감사드립니다. 


김: <초인>이 한 살이 됐어요. 기억해주셔서, 이런 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 영화든 드라마든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배우로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배우 김정현은 <초인>을 첫 장편영화로 데뷔한 이후 드라마 ‘역적’에 출연하는 등 다방면으로 연기활동을 해왔다. 서은영 감독도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다. 감독과 배우뿐만 아니라 일 년 전에 이 영화를 보고 또 보러 온 관객도 자신이 조금은 변화했다고 말한다. 이날 인디토크에 참여한 사람들은 초인이란 매 순간 자신의 삶을 긍정하며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설령 그 삶이 고통스럽고 뜻대로 풀리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앞으로 많은 이들이 <초인>을 보고 세상을 마주하며 긍정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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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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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비디오에서 버블경제로  페미니즘 시각으로 보는 다큐멘터리 <버블 패밀리>  대담 기록


일시 2017년 5 21일(일) 오후 7 30분 상영 후

참석 마민지 감독, 천주희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 저자

진행 박혜미 DMZ국제다큐영화제 프로그래머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지원 님의 글입니다.




DMZ국제다큐영화제, 신나는 다큐모임, 찍는 페미, 인디스페이스가 함께한 ‘페미니즘 시각으로 보는 다큐멘터리’ 기획전의 <버블 패밀리> 대담. DMZ국제다큐영화제의 박혜미 프로그래머의 진행으로 마민지 감독, 그리고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의 천주희 작가와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보았다. 



<버블 패밀리> 발제문: 욕망의 교차로에서 태어난 http://indiespace.kr/3437








박혜미 DMZ국제다큐영화제 프로그래머(이하 박): 서울에서 첫 상영을 했습니다. 소감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가족의 이야기, 한국사회의 이야기까지 엮어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민지 감독(이하 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했을 때보다 더 떨렸어요. 일요일 저녁에 시간 내서 와주신 관객 분들께 너무 감사드려요. 먼저 <버블 패밀리>를 만들게 된 계기는 영화 안에도 들어가 있지만, 제가 사춘기부터 가지고 있던 문제의식들이 있었어요. 아버지와 연락도 하지 않고 지냈는데 종로에서 우연히 만나게 됐죠. 그 이후 내가 가지고 있던 문제들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이후 문화연구를 기반으로 하는 리서치 작업을 많이 했고 그 과정에서 부모님의 ‘직장사’가 사실은 정부의 도시개발 역사와 맞닿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영화를 만들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다음 작업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찍게 되었어요. 



박: 부모님을 설득하는 과정이 어렵지는 않았나요?



마: 사실 아버지는 별로 신경을 안 썼어요. 어머니는 처음에 되게 협조적이었고요. 초반에는 부모님과 가족 이야기보다는 도시 개발, 부모님이 어떻게 일을 했는지 위주로 촬영을 진행했어요. 그러다 점점 카메라가 일상생활 속에서 부모님이 싸우는 모습 등을 찍게 되니 의심을 하시더라고요. 특히 화장을 안 했을 때 찍는 걸 되게 싫어하셨어요. 이번에 전주로 어머니가 영화를 보러 오셨어요. 아버지에게 보여드리기 전에 어머니 허락을 먼저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아버지가 모르는 내용이 많았기 때문에요. 어머니가 흔쾌히 허락을 해 주셨고 다음 상영 때는 친척 분들도 다 모시고 온다고 하셨어요.





박: 천주희 작가님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천주희 작가(이하 천): 처음에 의뢰를 받았을 때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이 텍스트를 분석해달라고 해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보고 나니까 저와 되게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8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여성 감독이 오늘 날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구나 생각이 들어서 거기서부터 분석을 하기 시작했어요. 영화를 보고 처음에는 심정적으로 동일시가 되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한국의 중산층 문화를 드라마나 책으로 배웠어요. 심정적 거리감이 있었지만, 만약 내가 그 위치에 있다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봤어요. 이 영화에서 제가 관심을 가졌던 건 ‘버블 패밀리’가 탄생하게 되는 배경, 그 역사를 추적해 가는 감독입니다. 감독에게 이입을 해서 봤어요. 어쨌건 역사라는 건 누가 어떤 관점으로 기록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여성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독립한 딸, 그러나 학자금 대출이 남아있는 ‘나’의 현실 상황과 불편하지만 만날 수밖에 없는 가족을 만나고 이 가족의 과거를 추적해 가면서 그것을 역사화 하는 과정을 봤습니다. 제가 ‘부채’를 연구하면서 이 시기 문헌들을 살펴보면 거칠게 도표화 되어 있어요. 저는 이 텍스트를 통해 다층적인 차원에서 한국의 거품경제에 대해 볼 수 있었습니다. 도시계획과 'IMF'라는 역사적 사건으로 가족의 이야기를 추적하고 이것에 문헌을 병치하면서 자신을 위치시키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영화는 세대적으로 황금기를 살았던 부모 세대와 몰락할 수밖에 없는 시대 이후를 살아가는 자녀 세대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요, 이 텍스트를 보면서 흥미로웠던 건 부모를 크게 설득하지 않는 자녀의 모습, 본인이 살아왔던 시간을 과감하게 비추는 부모의 모습이었어요. 자녀와 부모가 집이라는 욕망, ‘강남’과 돈이라는 욕망에 대해 서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그 갈등을 적나라하게 노출하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누군가를 설득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저는 오히려 좋더라고요. 오늘날 ‘버블 패밀리’의 역사를 다시 쓰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 현재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위태로운 경제 상황 속 어머니와 딸의 극복 방식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결국엔 땅을 투기할 수밖에 없는 어머니의 마음, 이 돈으로 차라리 학자금 대출을 갚았으면 하는 딸의 욕망이 솔직히 들어나는 것이 굉장히 좋았어요. 가족의 서사를 통해서 거품경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처음인 것 같아요. 한국사회의 역사적 요소들이 어떻게 개인의 삶, 가족의 삶에 들어오고 만들어지는지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텍스트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성의 눈으로 바라보는 한국경제의 모습이 어떤가 생각을 해봤을 때 저는 두 가지가 보였습니다. 하나는 일상생활이 변화하는 것들이 보였어요. 어머니의 홈비디오에 드러나는 당시 중산층의 삶과 그때와는 다른 지금의 낡은 벽지, 고장한 싱크대, 보일러 같은 것들이죠. 일상의 내가 늘 마주하는 풍경이 달라지고 어머니의 언어가 달라지는 모습 등이 감독의 시선으로 잘 드러난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경제를 말하는 주체는 늘 남성이었어요.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아버지가 조연, 카메오처럼 등장합니다. IMF 이후 아버지의 부채 때문에 집이 몰락했을 때 수습은 어머니가 했잖아요. 이 가족의 사례가 특수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빚을 어머니가 갚는 구조, 그러면서 자식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 비밀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이런 이야기가 한국의 보편적 가족이 부채를 극복하는 비하인드 스토리 같아서 좋았습니다. 


영화 후반부에 ‘내’가 가장이 되어서 집으로 컴백을 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건 단순히 내 개인 서사로 머무는 게 아니라 가족이나 사회적 서사로 이어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질문하는 모습이었던 것 같아요. 직접적으로 우는 장면은 없지만 절망이 느껴지는, 가족과 갈등을 겪을 때마다 힘들었을 것 같은데 꿋꿋하게 매듭을 지은 것처럼 보여서 굉장히 용감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 제 생각에도 영화에서 아버지보다는 어머니가 돋보이는 것 같아요. 



마: 사실 천주희 작가님의 글을 받아서 보다가 좀 울었어요. 어떤 교수님 한 분이 20대인 너희 세대에게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 뭐냐고 물은 적이 있고, 저는 IMF라고 대답을 했어요. 교수님이 잘 이해를 못하시더라고요. 너희까지 영향을 받았을 줄 몰랐다고요. 실질적으로 제 삶이 뒤집힌 때가 외환 위기였어요. 20대 중후반이 되어서 텍스트를 찾아보려고 했는데 없더라고요. 노동운동의 관점, 경제구조의 관점으로 쓰인 글은 굉장히 많았지만, 저나 제 친구들을 설명해줄 수 있는 텍스트가 없었어요. 그래서 더 이 영화를 찍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 부분을 영화 안에서 읽어내 언어화해주신 것을 읽으면서 제 자신도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단편 영화를 계속 찍어왔는데, 마지막으로 찍은 게 어머니와 저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영화였어요. 거기에도 아버지는 거의 등장하지 않아요. 이번 영화에서 아버지를 아예 배제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건 아닌데, 찍고 나니까 아버지의 존재가 영화 안에 잘 안 보이더라고요. 분명히 편집 단계에서는 아버지에게 초점을 맞추고 감정이입을 해서 작업을 했는데, 스크린으로 보니 어머니에게 더 감정이입을 하게 되고 관객 분들도 어머니 캐릭터에 호응을 많이 해주는 것 같아요. 놀라운 경험이에요. 왜 이렇게 되었나 싶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어머니의 캐릭터가 더 살아난 것 같습니다. 



천: 가족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게 타인의 입장일 때보다 어려울 수가 있죠. 너무 친밀한 관계이기 때문에 겪었던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또 어머니가 몰래 사둔 땅과 학자금 사이에서 갈등을 했는데, 그 땅이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도 궁금합니다.(웃음) 저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저희 어머니는 가족 한 명당 3, 4개씩, 보험을 많이 들어뒀어요. 그러다 일을 그만두게 되자 보험금을 내기 위해 빚을 졌더라고요. 아버지들과 달리 어머니들이 경험하는 경제적 불안감이 있습니다. 감독님은 어떻게 해석하는지 궁금했습니다. 



마: 첫 질문에 먼저 답변하자면, 아버지와 정말 친하지 않아서 일단 휴대전화 번호 교환을 했어야 했어요. 촬영을 하면서 부모님과 멀어진 것 같은 기분이 많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찍는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나니 가족으로서가 아닌 감독으로서 캐릭터에 대해 애정을 느끼게 되었고 인물들을 객관화하게 되었어요. 땅에 관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지난 GV 때 그 땅 근처에 사는 관객이 있었던 거예요. 그 근방이 ‘핫플레이스’라고 하더라고요. 영화 마지막에 제가 의도했던 건 개인의 욕망입니다. 영화 전반적으로 경제흐름과 거시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시스템 안에 개인이 휘말리거나 놓였을 때 굉장히 쉽게 편승하고 휩쓸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 자신이 부모와 다르다고 생각했고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라 했는데, 편집하는 과정에서 보니 땅을 보러 간 현장에서 제가 시종일관 굉장히 즐거워하더라고요.(웃음) 스스로 너무 부끄러웠어요. 막상 땅을 보고 나니까, 땅값이 오른다는 소식을 들으니까 즐거워하게 되는 제 자신이요. 언젠가는 이 땅이 나에게 보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욕망이 저도 모르게 스멀스멀 올라오더라고요. 사실 개인의 욕망이 현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로 가정된 행복을 기다리는 데서 온다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영화 마지막에 내레이션으로 ‘내가 발 딛고 선 이 땅을 믿지 않겠다’고 하는 건 미래에 담보된 행복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고 내 기반을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담은 것이었습니다. 





관객: 거시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영화를 자전적 내레이션 형식으로 끌어간 이유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내레이션이 나오면서 대상과 작가의 거리가 확실히 최소화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도 가족을 다루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끝낼 수 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마: 내레이션은 처음 기획에서 잡고 간 가장 주요한 방법론이고, 미시사와 거시사를 같이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가족 안에 들어있는 한국경제와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편집하면서 고민이 되게 많았습니다. 중간 중간 피드백을 받았는데 가족 이야기를 늘리면 너무 사적이라고, 푸티지 사용을 늘리면 너무 거시적이라고 그랬어요.(웃음) 이 밸런스를 잡는 게 굉장히 어려웠어요. 그래서 편집감독님이 따로 있었습니다. 이 분이 가족의 스토리를 잡았고 저는 거시적인 부분을 맡았어요. 그렇게 두 흐름을 접합시키는 방향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단순 해설자로서의 내레이션이 아니라 제가 경험한 도시, 제가 바라본 가족, 제 관점에서 본 경제 흐름을 제 목소리로 얘기해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사실 작업을 하면서 힘들었던 건 가족에 대한 제 감정적인 부분 보다는 영화적 흐름이었던 것 같아요. 기승전결이 뚜렷한 사건 위주의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에 도달하기까지 되게 오래 걸렸어요. 그리고 언제 찍고 언제 찍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윤리적인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일단 찍고 윤리적 판단은 편집 과정에서 하자는 결론을 내렸어요. 그래서 집요하게 촬영을 계속 했습니다.



박: 영화에서 아버지를 5년 동안 안 봤다는 내용이 굉장히 쿨하게 스쳐지나가요. 분명 이전에 가족에 대한 상처나 갈등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가족 다큐멘터리의 경우 이런 지점을 결국 해소하거나 보듬는 과정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부분이 없는 것 같아서 놀랍기도, 낯설기도 했어요. 



마: 그 점에 대해서 편집자와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편집하는 입장에서는 한 번 상처를 보듬고 해소해야겠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그것만큼은 하고 싶지 않다고 스태프들을 강력히 설득했어요. 왜냐하면 현실은 전혀 바뀌지 않았는데 ‘그래도 우리 가족은 극복했습니다’는 식의 이야기는 전혀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분명 관계가 나아진 부분은 있지만 이것이 진짜 회복은 아니라고 생각을 했어요. 절대 웃으면서 끝나지 않았으면, 비판적인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스태프들과 상의를 굉장히 오랫동안 했어요.



천: 분명히 보통 가족 다큐멘터리와는 다른 것 같아요. 감독이 외부인이었다면 더 극적으로 갔을 텐데, 감독님은 그 삶의 한가운데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덤덤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나의 해결점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 것이 좋았어요.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이 영화의 강점인 것 같아요.



마: 조금 더 덧붙이자면 감정적으로 기복이 심했던 때는 오히려 영화를 찍기 전이에요. 아버지를 보지 않았을 때요. 촬영을 시작한 시점은 이미 어느 정도 부모님에 대한 격한 감정이 가라앉았을 때라서 크게 혼란이 없었던 것 같아요. 



관객: 89년생이고 서울에서 쭉 살아온 사람으로서 영화가 너무 제 이야기 같다고 느껴졌어요. 가족에 대한 징글징글함과 IMF 이후의 경험들이 굉장히 많이 와 닿았어요. 제 삶이 기록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독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셨는데, 5년을 안 본 아빠와 같이 사는 게 가능한지 물어보고 싶어요.



마: 감사합니다. 저도 89년생이고요, 비슷한 경험을 한, 비슷한 공감대를 가진 분들이 꽤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버지와 같이 사는 것은 매우 힘들어요.(웃음) 집에 잘 안 들어갑니다. 다행인 건 아버지와 제가 생활패턴이 달라서 마주칠 일이 없다는 거죠.





관객: 혹시 만들면서 참고한 작품이 있나요?



마: 처음에 참고로 한 것은 강유가람 감독의 <모래>(2011)였어요. 참고한 작품이 많지는 않은데 아슬라우그 홀름 감독의 <브라더스>(2015)를 재밌게 봤고 편집자 레퍼런스로 보여준 영화이기도 합니다. 



박: 천주희 작가님을 통해 <버블 패밀리>를 페미니즘적 시각뿐만 아니라 부채, 청년세대와 연결하여 보다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서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마지막 이야기를 부탁드립니다. 



천: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는 대학을 권하는 한국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대학에 가지만, 감독님과 저처럼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하는, 그러면서 점점 가난해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제 책도 비슷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시작을 했어요. 공적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을 왜 빚을 져가면서까지 다녀야 하는지에 대해 검토를 하고 있으니 기회가 되면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이름을 붙이는 방식이었어요. 자신을 ‘아파트 키드’라고 소개를 하죠.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파트 키드는 기존의 담론이에요. 한국 사회의 욕망이 아파트를 통해서 어떻게 재생산되는지에 대한 담론인데, 그것에 갇히지 않고 나아가서 ‘버블 패밀리’라는 개념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생각해요. 오늘날의 청년부채는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결혼할 때, 차를 살 때 등 늘 빚을 지게 되는 거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안에서 이름을 붙이는 일에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어떤 곳에 발을 딛고 있는지 질문하고, 드러내고, 공적인 이야기로 끌고나가는 좋은 사례가 된 영화인 것 같아요. 앞으로의 작업도 기대가 됩니다. 



박: 감독님은 인터뷰에서 도시라는 공간과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셨던데요, 여성주의적인 관점에서 앞으로 어떻게 작업을 할 생각인지, 현재 하고 있는 고민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끝 인사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마: 주변에서 지금 타이밍에 잘 쉬는 게 중요하다고 말을 많이 해주셔서 일단 잘 쉬는 것이 목표인데 이미 틀린 것 같아요.(웃음) 내년에 단편 작업을 할까 생각중이고 아카이브 푸티지 작업에 관심이 많아서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여성 운동에 관한 이야기, 지역사 등을 다뤄볼까 아이디어를 내놓는 중입니다.






<버블 패밀리>는 늘 경제를 이야기할 때 소외되었던 엄마와 딸이 주인공이 되어 서사를 끌어간다. 이들의 불안감과 욕망에 대해서 정직하게,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고 성찰한다. 이 영화의 매력은 영화가 무엇을 하려는지 잘 알고 있고, 또 그것을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한국 경제사라는 거시적 흐름을 가족이라는 미시적 집단으로 끌어오면서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힘이 인상적이다. 개인의 이야기는 늘 시스템과 얽혀있으며 때로는 시스템에 가려 읽히지 않는다. 그러나 시스템을 굴러가게 하는 원동력은 개인에게서 나온다. 그것이 욕망이든, 윤리의식이든. 그것을 깨달으면서 관객인 나는, 그렇다면 ‘나의 이야기’는 어디에 있는지 돌아보고 말할 준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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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델타 보이즈한줄 관람평


송희원 | 현실은 기(승전)결, 우리만 아는 승전

이현재 | 타인의 진지를 비웃지 마라

이지윤 | 허기가 도는 세상, 빛나는 꿈

최지원 | 우리는 대책이 없고 무엇 하나 쉬운 것도 없다

김은정 | 온 몸으로 흔들기






 <델타 보이즈> 리뷰: 우리는 대책이 없고 무엇 하나 쉬운 것도 없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지원 님의 글입니다.



<델타 보이즈>는 시종일관 유머러스한 톤으로 네 남자의 대책 없는 모험담을 이야기한다. 분명 남성 사중창 콘테스트에 도전하는 이야기임에도 ‘도전 해볼까’로 시작해서 ‘제대로 해보자’로 넘어가는 과정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제대로 노래를 연습하는 과정은 영화 후반부에야 등장한다. 심지어 이렇다 할 배경음악도 없다. 사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도전을 해내고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도전을 마음먹는 과정이 얼마나 지지부진한지에 대한 설명인 것이다. 때문에 (공연을 올릴 수 없게 되었지만) 공연 전 마지막 연습 이후의 이야기는 아예 생략되어 있고 영화의 마지막에 관객들의 박수소리만 사운드로 삽입될 뿐이다. 도전의 시작, 노력하는 과정, 결말이라는 순차적 구조를 따라가지 않고 오히려 인물들의 고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이 영화의 특징이다. 네 남자는 생각보다 능력이 없어서, 이미 여러 번 실패해서, 그다지 하고 싶지 않아서, 아내가 반대해서 등의 이유로 영화 곳곳에서 소리를 지르고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짜증이 치미는 현실에 그들은 고함치고 주정부리며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이 인물들의 공통적 ‘대책 없음’은 <델타 보이즈>의 단점이기도 하며 원동력이기도 하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이 인물들이 굳이 도전을 계속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 다소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아내에게 거짓말을 하고 장사를 뒤로 한 채, 그렇게 하고 싶은 것도 아닌 음악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잘 하고 있던 생선가게와 공장을 그만두고 (잘 하지도 못하는) 사중창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영화는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에 대해 고민하고 자학하는 인물들을 보여주며 흘러간다. 그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즉 영화는 어떤 도전을 할 때, 확신을 가지고 뚜렷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자기 자신을 의심하고 한심해하고 괴로워하는 인물들을 보여주며 새로운 차원의 리얼리티를 획득하게 되고, 따라서 다른 영화들과의 차별성을 가지게 된다. 신화적으로 꾸며진 모험담, 꿈의 도전기와 정반대의 길을 가는 것이다. 예컨대 영화 후반부에 나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어 노래한다는 ‘대용’의 대사가 있는데, 이를 들은 ‘일록’은 더 큰 혼란을 느끼게 된다. 이전까지의 모험담에서는 대용의 희망찬 대사가 그 자체로 희망적인 것으로 읽히겠지만 <델타 보이즈>에서는 대책 없는 해맑음으로 읽힌다. 게다가 일록의 상황을 알고 있는 관객으로서는 공들인 탑이 완성되기 직전에 무너지는 상황에서 들려오는 희망적인 대용의 말이 상황을 더욱 비극적으로 만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대책 없음’은 분명 영화의 단점으로 보일 수 있다. 성인 남성 넷이 시도 때도 없이 술에 취해서 고함을 지르고 현실적인 고민은 하나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노래를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장면들이 일으키는 반감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네 인물의 강력한 캐릭터성과 무식한 고군분투는 독특하고 생생한 활기를 띠게 한다. 여타 영화와는 다른 각도에서 주인공들의 지친 모습, 미성숙한 모습을 부각시키면서 희망적 메시지까지 담아내고 있어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을 믿기 어렵다는 평을 받고 있다.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솔직하고 단순한 이 중창단 도전기는 어쩌면 극영화보다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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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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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5 소소대담] 봄 지나 봄이 오길... 


일시: 2017년 5월 12일(금) @인디스페이스
참석자: 송희원, 이현재, 박영농, 이지윤, 김은정
('소소대담'은 매달 진행되는 인디즈 정기 모임 중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영농 님의 글입니다.







[리뷰] <다시, 벚꽃>: 봄의 마음으로 http://indiespace.kr/3373





박영농: <다시, 벚꽃>은 그동안 미디어 출연이 뜸했던 장범준의 일상을 담은 영화다. 다들 ‘버스커 버스커’나 장범준의 음악을 좋아하는지?

송희원: 원래는 잘 몰랐는데 영화를 보고 음악이 좋아서 찾아들어봤다.

김은정: 장범준의 음악을 좋아한다. 버스커 버스커가 활동 중단을 선언할 때 여러 가지 말들이 많지 않았나.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음악적 성장을 위해 활동을 그만하기로 결심했다는 고백에 충분히 수긍할 수 있었고 다른 멤버와 여전히 잘 지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한 번 더 확인하게 되었다.

이현재: 약간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자본에 제약받지 않고 자유롭게 작업하는 게 부러웠다. 하지만 나름의 고민이 있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박영농: 버스커 버스커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그들 음악을 많이 들었다. 이후 팀 활동을 중단하고 여러 구설수에 오르면서 자연스레 음악과도 멀어졌는데, 영화를 보면서 그때의 음악들을 다시 들으니까 예전에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그 음악을 좋아했던 이유를 새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시 들어보니 좋더라. 한편 영화의 내용이 매력적이거나 흥미롭진 않았다. 팬의 입장에서 본다면 재미있었을 듯하다.

이지윤: 버스커 버스커의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당시 소탈한 매력이 매우 좋았다. 영화를 보기 전엔 선입견도 있었지만 뜻밖의 귀 호강을 해서 좋았다.

송희원: 후진 양성을 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고 괜찮아보였다.





[리뷰] <더 플랜>: 합리적 의심과 투표 이전의 개표 http://indiespace.kr/3396




박영농: <더 플랜>은 그래픽이나 연출 등이 내용에 끝까지 집중할 수 있게끔 흥미를 유발하도록 잘 만들어진 것 같다.

송희원: 질문이 있다. 무효표를 재확인할 때 다시 사람의 손을 거치는데, 그게 제대로 반영이 안 될 수 있는 건가?

이지윤: ‘시민의 눈’으로 활동 중이다. 시민단체가 이의제기를 해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기계가 무효표로 걸렀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이 의혹은 꾸준히 제기되어왔는데 <더 플랜>에 따르면 아주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송희원: 음모론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짧은 제작기간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근거를 착실히 준비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냥 음모론으로 치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김은정: 사실 정치나 사회 이슈에 큰 관심이 없어서 보기가 꺼려졌던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막상 보고나니 그런대로 재미있었다. 나 같이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보기 좋은 작품인 듯하다. 그런데 의견들을 들어보고 나니 나 같은 사람들이 곧이곧대로 믿어버릴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들기도 한다.

이지윤: 제일 싫은 말이 ‘투표 하세요’이다. SNS의 많은 사람들이 투표를 독려하면서 하지 않는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이분법적 사고가 팽배하다. 사실 사람들이 투표를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투표를 해도 바뀌지 않을 것임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믿음에는 이 영화처럼 개표의 불투명성이나 의심 역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음모론이라고 사람들이 말을 하긴 하는데, 사실 그런 음모론이 생길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라고 생각한다. 얼토당토않은 얘기일지라도 이런 영화들이 나와야 사회적 문제에 대한 견제기능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필요성을 공감한다.

박영농: 긴장감 형성, 제작자의 의도와 방향으로 관객들을 이끌어가는 능력은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디포럼2017] 데일리 http://www.indieforum.co.kr/xe/forumdaily



박영농: ‘인디포럼2017’ 비평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인상적이었던 작품이 있을까? <봄동>이란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극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다큐멘터리 같은 분위기, 하나의 서사로 응집시키지 않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클로즈업하지 않고 공간 전체를 조명하여 그 속에 등장인물들을 위치시켜서 재개발 신도시라는 공간의 분위기와 일상적 이야기가 어우러져 복합적인 감상이 들도록 했다.

김은정: <주성치를 좋아하시나요?> 같은 분위기의 영화들을 좋아한다. 감정에 맞춰서 이야기가 흘러가는 전개가 마음에 들었다.

이현재: <나와 당신>의 경우 4:3비율로 촬영을 했는데, 이는 어쩔 수 없이 상영 시 검은 부분을 남기게 된다. 그게 겹 프레임을 형성해 액자식 구성처럼 느껴졌다. <베스트 컷>과 <솔로>는 우연하고 우발적인 이야기 소재를 영화에서 어떻게 사용할까를 고민하게 했다. 특히 <베스트 컷>을 굳이 써보고 싶었던 이유는 마지막 장면에서 실제로 눈이 내리는 장면이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자연의 우발적 상황을 어떻게 영화 속 필연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를 함께 얘기해보고 싶다.

이지윤: <랜드 위드 아웃 피플>을 좋아한다. 마지막 장면이 너무 마음에 와 닿고 여운이 길게 남는 작품이다. <순환 소수>도 개인적으로 감독님을 좋아해서 작품 역시 좋았다. <솔로>는 디테일한 웃음 컷이 좋았던 작품이다.



김은정: 이번 달에 인디포럼 활동에 참여하게 되어서 굉장히 뜻 깊다. 다양한 종류의 독립영화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서 좋았다. 새로운 정권은 <더 플랜> 같은 영화가 나올 필요 없는 충실한 정권이기를 바란다.

박영농: 부산국제영화제 사태 이래로 꾸준히 제기되어왔던 이전 정부의 외압논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증명되었다. 인디스페이스는 그동안 ‘시네마달 기획전’과 ‘세월호 추모 기획전’ 등 잘못된 정부권력에 맞서 부단히 노력해왔다. 올해 인디즈로 활동하며 이와 같은 기획들에 함께 참여할 수 있어 뜻 깊었다. 촛불의 바람을 타고 새 정부는 순항하길.

송희원: 이번 달은 공휴일이 많고 개봉 영화도 적어서 숨고르기 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그 사이 새로운 정부도 출범되었다. 인디스페이스에서 상영하는 영화 중에는 사회적 약자 편에 서서 목소리를 내는 다큐멘터리가 많았는데, 앞으로 이들의 목소리가 공허한 외침으로 끝나지 않게 새로운 정부에서 관심을 많이 기울였으면 한다.

이지윤: 영화의 다양성이 보장되고 영화를 만드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은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더불어 6월에는 더 많은 독립영화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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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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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2일(목) 13:10 | 17:30

6월 23일(금) 10:40 | 15:40

6월 24일(토) 12:40 | 19:30

6월 25일(일) 17:00 인디토크

6월 26일(월) 19:30 인디토크

6월 27일(화) 13:00 | 17:30

6월 28일(수) 11:00
















이후 상영일정은 추후 공개됩니다.







 예매하기 

● 맥스무비 http://bit.ly/9BCgci

● 예스이십사 http://bit.ly/an5zh9

● 다음 http://bit.ly/2qtAcPS

● 네이버 http://bit.ly/OVY1Mk





 인디토크 



<파란나비효과> 인디토크

● 일시: 2017년 6월 25일(일) 오후 5시 상영 후

● 참석: 박문칠 감독

● 진행: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 일시: 2017년 6월 26일(월)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 참석: 박수규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상황실장






 INFORMATION 


제목   파란나비효과 (Blue Butterfly Effect)

감독   박문칠 

출연   배미영, 이수미, 김정숙, 이희동, 배정하, 이국민, 배은하

제공배급   ㈜인디플러그

장르   다큐멘터리

러닝타임   93분

등급   12세이상관람가

개봉   2017년 6월 22일

영화제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SYNOPSIS 


“지금 그깟 미사일이 사람보다 중요합니까?!!” 

“우리 아이들이 있는 곳은 대한민국 어디에도 안됩니다!!”


어디보다도 보수적이었던 경상도 성주에서 들불처럼 일어난 사드(THAAD) 배치 반대투쟁!

그 중심에는 젊은 엄마들이 있었다. 

처음엔 전자파로 아이들이 입을 피해가 걱정되어 시작한 투쟁이었지만, 

사드에 대해 알아나갈수록 이 땅 어디에도 필요 없는 무기임을 알게 된다. 

사회문제에 별 관심 없었던 그녀들이 이제는 누구보다 앞장 서 

한반도 평화를 노래하며 별고을 공동체를 만들어간다. 

하지만 투쟁을 앞장서 이끌었던 성주군수가 주민의 뜻을 져버리고 사드 3부지 이전을 수용하자, 

투쟁은 예기치 못한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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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한줄 관람평


송희원 | 먼 이국땅에서 펼쳐지는 여성들의 강인한 삶과 노래

이현재 | 잊혀진 꿈의 악보

박영농 | 고려(빼어날 고, 아름다울 려)의 아리랑

최지원 | 가락으로 전해지는 한의 정서와 감동

김은정 | 역사 한 켠, 여전히 노래하는 고려인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 리뷰: 잊혀진 꿈의 악보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현재 님의 글입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오래된 사진 하나가 투사된다. 오래된 사진을 처음 본 관객은 그 사진이 전달하고 있는 정보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다만 정지된 화면 위로 내레이션이 흘러 나와 그 사진에 대한 정보를 추측가능하게 만든다. 내레이션은 한국에서 러시아로, 러시아에서 중앙아시아로 쫒긴 그들의 기구한 기원을 짧게 서술한다. 서술이 마무리되면 카메라는 끝없이 펼쳐진 황량하게 얼어붙은 대지를 걷는다. 다시 내레이션이 흘러나오며 그들의 고통스러운 이주를 전달한다. 그리고 카메라는 고려인들이 묻혀있는 공동묘지에 당도한다. 다시 내레이션은 그들이 처음 연해주에 도착하여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움집을 파고 살았던 시절을 서술한다. 서술이 마무리 될 즈음 그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기념비 위에 무희로 보이는 여인의 사진이 투사된다. 그리고 그제야 내레이션은 영화가 다루게 될 대상이 고려극장, 이함덕과 방 타마라가 누구인지를 서술한다. 이상이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이하 <고려 아리랑>)의 오프닝이다.





<고려 아리랑>의 오프닝은 정해진 대상을 다루려고 하는 다큐멘터리로서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있다. 그것은 이미지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오히려 정보를 전달하는 쪽은 이미지를 돕고 있는 내레이션에 가깝다. 그렇다고 내레이션이 이미지들을 정리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오프닝임에도 불구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내레이션은 선형적인 시간을 따라가지 않는다. 내레이션이 전달하는 정보의 시간대는 고려인의 기원이 된 러시아의 황망한 땅에서 고려인이 겪었던 이주의 시간으로, 그리고 다시 러시아의 황망한 땅으로 돌아간다. 회귀한 곳에서 내레이션의 서사는 다시 고려인들의 본격적인 삶의 터전이 된 중앙아시아로 비약한다. 정리되지 않은 내레이션은 이미지들을 한 곳에 묶지 않고, 묶이지 못한 이미지들은 벌어진 사태나 인물의 초상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하나의 시퀀스가 열리고 닫힐 때마다 영화는 고려극장의 공연 장면이나 이함덕과 방 타마라의 노랫소리 혹은 풍경과 자료가 오버랩 되는 이미지를 제시한다.



앞서 말했듯 열리고 닫힐 때 제시되는 사운드나 이미지가 시퀀스에 제시된 형상을 정리하거나 정보들을 좌표에 지정시키는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이미지들은 고려인들에 대한 김소영 감독의 시선이나 고려인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억들을 접고 펼치는 기능을 한다. 이 기능이 형성하는 것은 고려인에 대한 정보라기보다는 떠돌고 이산되어야 했던, 그들이 걸어온 궤적의 리듬이다. 이 리듬은 영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정보들을 정돈하고, 나아가 고려인의 삶을 반추할 수 있는 일종의 거울이 된다. 영화는 정보를 좌표로 지정하지 않는 대신 유동적으로 조응시켜 그들이 왜 한국이 아닌 연해주를 그리워했는지, 어딘가에 정착한다는 것이 그들에게 무엇인지, 그들의 노래가 그들 자신에게 어떻게 들리는지를 복원한다. 이 리듬으로 인해 영화는 고려인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정보적 아카이브라기보다는 고려극단의 노래를 기준으로 정보를 정리한 일종의 악보와도 같다.





여기에는 해소되지 않는 한 가지 의문점이 있다.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다큐멘터리의 사명이라면, 흘러나오는 영화는 과연 지금 시점의 현실이라고 할 수 있는가? 혹은 제시되고 있는 ‘악보’는 적절한 재현인가? 이는 결국 복원의 기준은 왜 리듬이어야 했는지 묻는 것에 다름 아니다. 영화는 이 질문에 대하여 직접적인 대답을 하고 있진 않다. 그러나 영화의 몇몇 장면에서 이 영화가 악보였어야만 하는 이유를 언뜻 찾을 수는 있다. 영화의 초반, 방 타마라가 (우리가 보았던) 고려극장의 공연영상을 보고 난 뒤 “나는 이 영상을 처음 봐요. 제 젊은 시절을 되돌려주어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 순간 우리는 과거의 자신을 보고 있는 영상의 주인공을 본다. 그것은 관객의 입장에서 (시간이 중첩되는 순간을 관람을 통해 경험한다는 의미에서) 다분히 체험적인 순간이지만, 방 타마라 본인에겐 잃어버린 시간을 돌려받는 회귀의 시간이다.


이러한 회귀는 영화의 오프닝과 클로징에 나오는 이함덕의 모습이 투사되는 장면에서 더욱 명확하게 형상화된다. 보는 이는 없지만, 투사되는 영상은 그 곳에 한 때 희망을 품고 왔던 이들을 위한 일종의 제의이다. 이 제의는 잃어버린 역사를 마주한 이가 그것에 시선을 던지는 가장 적합한 태도이다. <고려 아리랑>은 자신만의 집을 짓고 그곳에 머물며 먼 곳의 소식을 전하는 헤르메스가 되고 있다. 중간 중간 제시되는 오버랩 된 영상과 자료들은 장소들을 움직이고 교통하게 만들고 중첩시키는 수행자로서 작동한다. 고려인이라는 망명자를 찾아 떠난 카메라는 그저 또 다른 장소를 찾아 영원히 떠돌 뿐이다. 이 떠돎의 상태는 고려인들이 처한, 그리고 처했던 ‘현실’과의 결연이며 이 현실은 본 다큐멘터리의 출발점이자 최종적인 지향점이다. 결국 자료를 정리하지 않고 리듬만을 남겨놓아 자료를 ‘떠돌 수 있게’ 만든 것은 본 다큐멘터리가 수행하는 수사의 기반이자 윤리의 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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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의 제인한줄 관람평


송희원 | 비관과 희망의 뉴월드

이현재 | 구교환의 '제인'은 올해의 캐릭터

박영농 | 제인입니다

이지윤 | 우리 죽지 말고 불행하게 오래오래 살아요. 여기, 뉴월드에서.

최지원 | 시시하고 불행한, 거짓말과 꿈이 덧칠되는 삶

김은정 | 불행과 함께 살기






 <꿈의 제인> 리뷰: 불행과 함께 살기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은정 님의 글입니다.



소현은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싶다. 그런데 그 방법은 배워본 적도 없고 아무도 알려줄 생각을 않는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항상 함께 모여 있다. 즐거워 보인다. 소현만 빼고. 아주 처음, 그 시작에 놓여있었을 때, 모든 것은 신비롭고 자극이 가득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모든 것에 익숙해졌다. 불행과 행복도 마찬가지이다. 불행이라는 자극에는 쉽사리 익숙해 질 수가 없다. 그것은 비슷해 보일지라도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비틀어 예상치 못한 곳을 아프게 만들기 때문이다. 반면 행복이라는 것은 일견 다르게 보일지라도 우리는 비슷한 감정에 환호하게 된다. 불행에 더 예민한 방식으로 설계되고 만 것이다. 그렇기에 비슷한 정도의 행복과 불행이라는 자극이 찾아왔을 때, 우리는 행복에 익숙해져버려 더 이상 이것이 가져다주는 자극과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불행에는 여전히 익숙해지지 못해 또 다시 절망하기를 반복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설령 비슷한 정도의 불행과 행복이 우리에게 닥친다하더라도 다르게 반응하고 기억하는 것이다. 게다가 인간이라는 존재는 자신의 불행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고, 이를 극적이고 고통스러운 것으로 비약하여 연민을 얻고자하는 오묘한 심리를 깊은 곳에 내재하고 있으므로 이는 일견 불가피해보이는 인간의 특성인 것이다.  





소현은 굉장히 소모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그 말인 즉 주변의 인물들을 마치 소모품처럼 소진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의 의도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주변의 인물들이 자신을 떠나가게 만든다. 소현을 유일하게 받아주었던 정호도 말없이 떠나고, 소현에게 다가왔던 지수도 떠나고 만다. 심지어 꿈의 제인마저도. 그러나 소현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제3자로서 소현에게 공감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극 속 인물의 입장으로서 그에게 공감할 수는 없었다. 그의 행동은 경멸스러웠고 언뜻 순진해보이지만 사람들 틈에 섞여들기 위해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범죄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끊임없이 사람 속에 섞이고 싶다는 말만을 반복할 뿐 자신의 행동에 대해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는 것 같지는 않았다. 결국 눈물을 보이는 것도 자신이 또 다시 실패하고 모든 것을 망쳐놓고 말았다는 실망감에서 온 것처럼 느껴졌다. 소현이 그렇게 가까워지고 싶었던 사람들과 멀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그가 외톨이로 남을 수밖에 없었던 사실과 그가 도덕적으로 부적절하다고 느껴질 수준의 반응을 보이는 것은 실은 어느 것이 시작이라고 말할 수 없는 헤어날 수 없는 딜레마와 같은 것이다.





소현은 꿈을 꾼다. 끔찍한 현실을 회피하기 위함인지 현실의 사건들을 조금씩 비틀어버린다. 그 곳에서 제인은 새로운 ‘가출팸’의 엄마로, 지수, 쫑구, 대포는 그의 식구들로, 바에서 일하는 주희는 쉼터의 자원봉사자로 그려진다. 그곳에서는 가족으로 인정받기 위해 억지로 일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사람들처럼 부모의 울타리 안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이것이 소현이 받아들일 수 있고 소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소현은 정호와 헤어진 모텔로 찾아가 자살시도를 한다. 소현은 말한다. 누군가가 나를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그 때 제인이 그 방으로 들어온다. 그런 존재가 제인이다. 현실에서도 제인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쩌면 소현만의 착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의 슬픈 눈빛을 마주쳤을 때, 소현에게 말했다. 너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야. 





산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그렇게 행복하기만 한 일은 아니다. 학생은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 부모의 그늘 아래서 고민 같지도 않은 것들을 고민하며 산다. 학생일 때가 가장 행복하다. 하지만 학생이라는 존재에게 부모가 없다면, 그 그늘이 없다면 그들은 어떻게 추락할까? 우리는 모든 것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고 만다. 어떤 단어에 따라오는 보편적인 이미지. 그것이 마치 세계의 모든 것들을 대표하는 듯한 거대한 착각. 그러나 가끔씩 우리에게 이렇게 일러주는 메시지가 없다면 그것이 착각이라는 것을 깨달을 방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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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입니다한줄 관람평


송희원 | 사람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시민들의 이야기

이현재 | 노무현을 볼 때마다 양가적인 감정이 든다. 가끔, 딱 그리운 만큼 그가 무서워질 때가 있는 것이다.

박영농 | 꿈의 무현

이지윤 | 그저, 노무현입니다

최지원 | 한 사람을 기억하는 예의

김은정 |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력. 실로 놀랍다.







 <노무현입니다> 리뷰: 안녕하세요, 제가 노무현입니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송희원 님의 글입니다.



‘그리움’이란 상실한 대상에게 여전히 사로잡혀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수많은 저작물과 연달아 흥행하는 영화를 보면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실감한다. 이창재 감독의 <노무현입니다>는 개봉 열흘 만에 누적 관객 100만을 돌파할 만큼 많은 관객의 선택을 받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재로 다룬 영화는 이미 몇 편 나왔다. 그가 변호를 맡은 1980년대 부림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변호인>(2013)과 2000년 부산과 2016년 여수에서 각각 출마해 낙선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 백무현 후보의 이야기를 교차해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무현, 두 도시 이야기>(2016)가 대표적이다. 이 두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노무현입니다>에서 또다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사람 사는 세상을 꿈꿨던 노무현의 인간적인 모습이다.





영화는 2002년 2월에서 5월까지의 민주당 경선의 여정을 되짚는다. 노무현은 2000년 총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종로구 공천을 거절하고 지역주의 타파, 동서화합을 이루겠다며 부산 북·강서을로 내려가 낙선한다. 대의를 위해 당선 가능성이 낮은 지역구에 출마해 낙선한 그를 사람들은 ‘바보 노무현’이라 부르며 응원했고 결국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결성하기에 이른다. 노무현은 그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응원에 힘입어 2002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 쟁쟁한 후보들 곁에서 지지율 2%로 꼴찌였던 노무현은 민주당 국민참여경선제 방식을 통해 대선주자가 된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인상 깊은 연설과 자발적으로 그를 지지하고 돕는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영화는 노무현의 명연설 장면들과 그를 회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여주며 경선 당시의 역전극을 박진감 넘치게 그려낸다. 





<노무현입니다>는 크게 ‘노무현은’, ‘노무현과’, ‘노무현의’, ‘노무현을’이라는 제목이 붙은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장마다 영화를 상당수 채우는 것은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일대일 인터뷰다. 인터뷰이는 총 39명으로 이화춘 전 정보국 요원과 노수현 전 운전기사, 유시민 작가, 안희정 충남도지사, 문재인 대통령, 노사모 회원들이 등장한다. 가까이서든 먼발치에서든 그를 지켜봤던 사람들은 사적인 일화들을 들려주며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모습을 증언한다. 인권변호사 시절 자신을 감시한 정보국 요원과도 친구가 된 일화와 운전기사의 결혼식 날 차를 대신 운전해준 일화 등은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한다. 영화는 이러한 다양한 증언들을 들려주며 ‘노무현은’, ‘노무현과’ 같은 미완의 문장을 관객 각자 스스로가 완성해 갈 수 있게끔 유도한다. 장의 제목은 관객에게 일종의 열린 형식의 질문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영화는 단순히 추억을 환기하고 그리움에 사로잡힌 상황만을 전개하지 않는다. 노무현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고 행동하는 모습도 배치한다. 감독은 그들의 성숙한 참여의식을 보여주며 민주주의 가치를 강조한다. 그리고 이름 모를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노무현’이라고 말한다. 보수 언론의 색깔론, 지역주의 프레임을 정면 돌파하며 쟁쟁한 후보들 사이에서 “도와주십시오”를 단호하고 힘 있게 외쳤던 노무현. 계파도, 당내지지 기반 세력도 없는 그를 적극적으로 지지해 대선 후보로 만들어낸 시민들 모두 ‘노무현’이다. <노무현입니다>은 노무현과 시민들 모두가 주인공이다. 그를 복기하는 수많은 영상물과 자료들, 그리고 무엇보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 왜 사람들은 그를 그리워하며 쉬이 보내주지 못할까. 그 이유를 유시민 작가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대신하고자 한다. "떠나보내려고 해서 떠나보내지는 게 아니다. 떠나보낼 때가 되면 저절로 떠나가는 거다. 노무현에 대한 애도가 마감되는 건 사회가 바로 잡혀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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