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말 못 한 이야기가 있다

 <파란 입이 달린 얼굴> 김수정 감독 인터뷰 




*관객기자단 [인디즈] 조휴연, 남선우 님의 글입니다. 



 


<파란 입이 달린 얼굴>은 김수정 감독이 한 때 같은 곳에서 일했던 여성을 떠올리며 만든 이야기다. 누구와도 가깝게 지내지 않던 그 여성이 허겁지겁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김수정 감독은 그녀에게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 직감했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주로 사람 안에 숨어 살다가, 누군가 자신을 찾아주었을 때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그 조심스러운 움직임은 이 영화의 방식과도 닮아있다. 인물의 뒤를 쫓다가 그의 심연을 통과해내기까지, 김수정 감독이 마주하려 했던 얼굴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서울에 눈이 아주 많이 온 어느 날, 부산에서는 보기 힘든 눈을 오랜만에 보았다는 김수정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파란 입이 달린 얼굴> 제목이 특이합니다. 어떻게 짓게 되었나요?


A: 저는 원래 제목을 먼저 떠올린 다음 글을 쓰는 편인데 이번 시나리오는 제목이 잘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시나리오를 다 쓰고 나니 서영의 얼굴이 붓 터치가 드러나는 두꺼운 질감의 유화로 떠올랐어요. 소통을 잘 못 하는 상태의 얼굴이 보였기 때문에 파란 입이라고 이름을 붙였죠. 어떤 단어보다도 그 이미지가 떠올라서 짓게 된 제목입니다.

 


Q: 독특한 제목과 달리 화면은 굉장히 정적입니다. 인물들의 위치, 공간의 구성이 매우 회화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어떤 방식으로 촬영했나요?


A: 논리적이기보다는 감각적으로 작업을 하는 편이에요. 이야기를 떠올렸을 때 머리에 그려진 그림대로 시나리오와 콘티 작업을 했고, 여건이 힘들기는 했지만 준비된 콘티와 거의 똑같이 촬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촬영감독님께서 제가 짠 콘티를 많이 존중해주셨어요.

 


Q: 원래 희곡을 썼고, 2011년부터 영화 연출을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 서영과 영준의 집을 180도 팬(pan)하는 장면은 마치 연극 무대를 훑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영화에 자주 나오는 형식은 아닌데, 연극은 객석에 앉으면 무대를 전체적으로 보는 시선을 갖게 되잖아요. 이런 장면은 어떤 의도로 촬영한 건가요?


A: 기본적으로 제 작업에 연극적인 정서가 깔려있는 것 같아요. 타이트한 숏을 거의 쓰지 않고 공간을 전반적으로 보여주는 편입니다. 180도 팬 같은 경우, 그냥 그 장면에서 그렇게 해보고 싶다는 직관이 있었지만, 촬영감독님을 설득해야 했기 때문에 제 나름의 이유를 생각해봤어요. 인물이 살아가는 환경과 관계를 한 눈에 보이도록 화면에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절에서는 책상을 두 개씩 쌓아 그 위에 올라가서 촬영했습니다. 그렇게 안 하면 화면을 잡을 수가 없었어요. 고생 끝에 나온 장면이에요.

 


Q: 전반적으로 컷이 길고 줌은 적어서 배우들의 연기가 오히려 돋보였습니다. 그런 연출 방식이 배우들의 연기를 더 자유롭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A: 배우들의 에너지를 관객 분들이 다 받아갔으면 하는 욕심이 있어요. 그건 연극에서보다 영화에서 더 어려운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에서는 연기뿐만 아니라 이미지가 굉장히 중요하니까요. 이 영화에서는 멀리서 인물과 공간을 함께 비추는 이미지가 적절하다고 생각했고 그 안에서 최대한 배우의 진심이 관객에게 전달되길 바랐습니다.



Q: 서영 역의 장리우 배우와 영준 역의 진용욱 배우는 어떻게 캐스팅 했나요?


A: 두 분 다 전작을 보고 매력을 느꼈습니다. 장리우 배우는 <고갈>(2008)이라는 작품에서 너무 인상적이었고, 진용욱 배우는 <무산일기>(2010)에서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 캐스팅하게 되었습니다. 그 영화 속 배우들의 모습과 <파란 입이 달린 얼굴> 속 캐릭터의 이미지가 닮았다기보다 배우 분들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끌리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빈곤과 노동

 


Q: 서영과 영준 남매의 상황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상황 전반에 걸쳐 가난에 대한 문제의식이 짙게 깔려있습니다. 전작 <달을 쏘다>(2013), <이매진>(2011)에서도 노동 문제를 통해서 인물들의 갈등을 형상화했고요. 빈곤과 노동 문제를 영화의 테마로 삼게 된 계기 혹은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A: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제 나름대로 생각해볼 때, 항상 예술이 조금 더 사회 참여적이었으면, 무언가 변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으면 했어요. 그래서 영화 속에서 그런 마음을 계속 표현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파란 입이 달린 얼굴>을 찍고 나니까 제 예술관으로 인해 표현에 한계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가진 시선 속에 제가 매몰될 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이 영화를 찍고 나서 비로소 그런 강박을 인식하고 그로부터 조금씩 벗어나려고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Q: 조금 더 깊이 들어가서 빈곤과 노동 문제의 구조나 원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요?


A: 교과서나 책처럼 설명하고 싶지 않았어요. 서영이 속해있는 조직의 이야기를 통해 제 나름대로 구조를 표현해본 것이고요, 사실 이것조차도 너무 설명적이지 않나 고민을 했습니다. 그들의 현재 삶을 더 충실하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Q: 작품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이런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A: 아무래도 가장 큰 건 재정적인 문제겠지만, 그보다도 이 영화가 받았던 시선 때문에 힘들었던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지원 사업의 면접을 보러 갔을 때, 낙관적인 이야기를 써도 될 것을 왜 굳이 이런 영화를 만드냐는 질문을 들은 적이 있어요. 주변사람들에도 독립영화에도 트렌드가 있는데, 이 이야기는 트렌디하지 못하다는 평을 듣기도 했어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가 힘들었습니다.

 


Q: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힘든 이야기를 하고자 할 때, 감독님께서 꼭 지키고자 했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인물을 표현할 때 상업영화에서처럼 눈물샘을 자극하는 포인트를 만들면 관객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을지도 몰라요. 사실 저도 어떻게 영화를 만들어야 좋을지 혼란스러웠는데, 서영이라는 인물을 통해 제가 표현하고 싶었던 진심을 떠올리면서 마음을 추슬렀어요. 서영이라는 여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던 마음, 그걸 생각하면서 끝까지 작업한 것 같습니다.

 


Q: 그 박수는 서영을 향한 응원과 격려의 박수인가요?


A: , 맞습니다. 차가운 영화로 느끼셨을지 몰라도 저는 그런 마음이었어요.(웃음)



 




여성과 장애인

 


Q: 이런 신념이 엿보였던 것일까요? 2016 양성평등문화상 신진여성문화인상을 수상했습니다. 당시 기분이 어땠나요?


A: 처음에는 의아했어요. 이 영화를 여성의 이야기로 생각하고 만들었다기보다는 그냥 한 인간의 이야기로 만든 것인데, 많이들 여성에 초점을 맞춰서 접근해주시더라고요. 그동안 여성 캐릭터들이 다양하게 표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놓인 여성 캐릭터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 적기 때문에 이 작품에 그렇게 접근해주신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상을 받아서 기쁘고 즐겁기보단 나는 이 사회에서 얼마나 주체적인 여성으로 살고 있지?’하고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지금의 여성들이 처한 현실도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Q: 주변에서 감독님의 여성 캐릭터들이 세다고 평가한다던데, 평소에 이런 평가는 어떻게 받아들이나요?


A: 그만큼 여성들이 표현을 안 하고 살았나 생각이 들죠. 제 기준엔 별로 센 것 같지 않은데, 아직 우리에겐 이런 여성의 모습이 익숙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Q: 씨네21 1126호에 실린 인터뷰를 보면, 거칠게 말해 맛이 간 여자들에 관심이 많다는 표현도 했어요. 영화든 문학 작품이든, 아니면 실존했던 역사적 인물이든 감독님이 좋아하는 맛이 간 여자캐릭터가 있다면요?


A: 참 많아요. 프리다 칼로도 재밌고요. 영화감독 아녜스 바르다도 정말 좋아합니다. <방랑자>(1985)라는 작품을 좋아해요. 그 분은 지금 연세가 많은데, 젊었을 때의 작품들을 보면 여성 캐릭터들이 험난한 상황에서도 꿋꿋해요. 감독도, 영화 속 인물들도 모두 인상적입니다.


 



Q: <파란 입이 달린 얼굴>의 서영도 가볍게 접근하면 맛이 간 여자로 보일 수밖에 없는 인물입니다. 감독님은 서영이 관객들로부터 이해받기를 바랐나요, 아니면 그것과 상관없이 서영 그대로 존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요?


A: 저는 관객이 서영을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관객마다 이해할 수 있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감독의 이런 마음이 좋은 개입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저조차도 일상에서 이런 캐릭터를 만났을 때 이해하기 쉽지 않았으니까요. 그래도 인물에게 적응을 하고 나면 어느 순간에 그런 인물에게도 호감을 느낄 수 있잖아요. 그런 순간을 떠올리면서 그들에게도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들을 차갑게만 보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관객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Q: 그렇다면 서영이라는 인물을 관객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어떤 형식을 마련하거나 연출적인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심적으로 서영이란 캐릭터에 많이 집중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이후에 시나리오 상의 서영과 장리우 배우가 표현한 서영 사이에 질감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촬영을 할 때에는 또 그에 맞게 장리우 배우가 연기하는 서영과 연애하는 느낌으로 마음을 쏟아 부으려고 했어요.


 

Q: 장리우 배우는 서영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A: 촬영이 다 끝나고 나서 장리우 배우와 통화를 했는데, 몸이 다 틀어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장리우로 서있었다면 바른 자세일 텐데, ‘서영으로 살고 나서는 똑바로 서있는 것 같은 느낌이 안 들고 온몸이 아프다고 했어요. 그리고 장리우 배우가 서영, 영준, 엄마를 표현한 그림들도 많이 그렸습니다.

 


Q: 영화에서 빼놓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서영이 노래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은을 부르는 장면인데요, 이 장면은 마치 서영이 그동안 꽁꽁 숨겨온 마음을 살짝 비추는 것만 같습니다. 이 노래는 가사 때문에 삽입하신 건가요?


A: 꼭 가사 때문에 그런 건 아니고요, 시나리오를 한창 쓸 때 혼자 무안으로 여행을 갔습니다. 그런데 무안이 여행지로 개발된 지역이 아니라 숙박시설이 열악해요. 여관에서 투숙했는데, 방문도 잘 안 잠기고 거의 무너져가는 불안정한 상태의 방이었어요. 오래 여행을 하는 중이라 빨랫줄을 따로 가지고 다녀서 그 줄로 입구를 묶어 문이 안 열리게 했습니다. 불안에 떨면서 방에 있는데, 텔레비전에서 그 노래를 부르는 조덕배가 나왔습니다. 그 순간 거짓말처럼 마음이 풀리는 기분이었어요. 저를 불안에서 탈출시켜준 노래였기에 시나리오에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Q: 영준 역의 진용욱 배우는 어땠나요? 지난 달 개봉한 <프레스>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어요.


A: 제가 진용욱 배우에게 굉장히 고마웠던 것이 본인이 인물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 납득할 수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섣불리 연기로 표현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에요. 저는 배우에게 분명하게 연기 디렉션을 주기 보다는 배우와 제가 캐릭터에 대해 생각하는 부분이 통했다면 이후의 표현은 배우가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진행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진용욱 배우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촬영을 이어나갔는데, 항상 진정성 있게 인물을 연기하려는 게 느껴져서 고마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Q: 영준에게 장애가 있다는 설정은 인물 구상 단계에서부터 있던 건가요?


A: 영화 작업을 하면서 만난 장애인 친구가 있어요. 이후로 그 친구와 자주 만나면서 이들은 바깥 활동을 할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리고 나는 선입견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장애인들을 보호해야할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놀랐습니다. 장애를 갖고 있다고 해도 우리랑 똑같은 평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해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Q: 영준이 도움 없이는 작업장에 들어가지 못한다든가 집에서도 화장실의 문턱 넘기를 힘들어한다든가 친구들끼리의 여행에서 자연스럽게 소외된다거나 하는 장면에서 장애인들이 마주하는 일상적인 폭력들이 드러납니다. 특히 여행 이야기를 하다가 친구들로부터 너랑 가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고 혼자 남겨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A: 앞서 말씀드린 친구와 생활하면서 많이 느낀 부분이에요. 같이 술을 먹으러 가면 남의 도움 없이는 화장실조차도 갈 수가 없고 집으로 돌아갈 때도 장애인 택시가 활성화가 잘 안 되어 있어서 한두 시간 지나 택시가 오기도 하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 자신도 불편함을 느꼈고 그 경험이 많이 반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바로 다음 장면에서 서영이 영준을 데리고 귀가합니다. 이때 영준이 서영에게 디자이너 진희와의 관계에 대해 과장하여 이야기합니다. 영준이라는 인물이 한 번 더 무너지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소외된 직후에도 또 다시 관계에 대해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허풍을 떠는 것 같았달까요?


A: 모든 사람이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무언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마술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영준에게는 진희와의 관계에 대한 희망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누구나 그렇게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면서 만든 장면입니다.

 

Q: 결과적으로 영준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됩니다. 전반적으로 정적인 이 영화에서 유독 직접적이고, 그래서 자극적인 방식으로 그려졌는데, 이유가 궁금합니다. 반드시 직접적인 표현 방식을 택해야겠다고 생각한 건가요?


A: 많은 분들이 그 장면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사실 인물들 사이에 감정적으로 싸움이 끊임없잖아요. 서로 배려하려고도 하지 않고요. 갈등이 물리적으로 드러나는 것과 정서적으로 드러나는 것에는 차이가 없다고 느꼈습니다. 저에게는 앞선 감정적 싸움들과 그 장면이 큰 차이가 없었어요. 여러 갈등의 연장선상에서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고요. 관객들을 괴롭히고 싶기도 했습니다. 불편한 감정을 포장하지 않고 들여다보자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관계 맺기의 어려움


 

Q: 결국 이 영화는 관계 맺기를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과도, 동료와도, 친구와도 서영-영준 남매는 뜻대로 관계를 다져나가지 못합니다. 어려운 상황들로 인해 인간관계로부터 인물들이 소외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던 건가요, 반대로 인간관계를 잘 맺지 못하기 때문에 인물들의 어려운 사정이 극대화되는 걸 그리고 싶었던 건가요? 알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같은 질문이겠지만,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감독님의 작품관이 어느 정도 설명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A: 하나의 입장을 갖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영화에서는 환경에서 오는 결핍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습니다. 태생적인 결핍이나 영화의 시간 외적인 곳에서 발생한 결핍은 또 다른 문제이긴 한데, 두 가지가 다 작용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Q: 주변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우선 남매의 어머니는 영화 초반을 지나면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후에 제사 지내는 장면이 나오기는 하지만 어머니의 행방에 대해서 설명을 한다면요?


A: 어머니가 잘 살아남기 바라는 마음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곳에서 잘 살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고 배우들과도 그런 방향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영화 안에서 어머니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하지 않은 이유는 관객에게 맡기겠다는 것 보다 굳이 이 부분까지 표현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Q: 어머니라는 존재가 두 남매에게 각각 다른 의미일 것 같습니다. 서영은 매몰차지만, 영준은 자신이 어머니를 찾겠다는 말을 하기도 하죠. 어머니가 아프기 전, 이 가족의 전사에 대해 생각해둔 부분이 있다면 들어볼 수 있을까요?


A: 이 부분도 배우 분들과 이야기를 했습니다. 서영이 동생임에도 불구하고 엄마와 동생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 같은 모습이었을 것이고 반면에 오빠 영준은 장애가 있고 조금 더 어머니의 관심을 받고자 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관심을 별로 못 받았을 것이다 정도로 이야기했습니다.

 


Q: 스님도 독특한 캐릭터입니다. 상당히 입체적인 인물이에요. 족발을 시켜 먹기도 하고 서영을 도와주다가도 서영의 사정을 남들에게 말하고 다녀서 그녀를 곤경에 처하게 만들기도 하죠. 후에 노동조합 문제에 있어서는 다시금 서영을 동료들과 갈라서게 하는 단초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스님은 어떻게 만들어진 캐릭터인가요?


A: 서영 같은 경우는 일을 하면서 만난 분이 모티프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 분이 싫었지만 헐레벌떡 혼자 밥 먹는 모습을 보고 어떤 감정이 느껴졌어요. 영준의 경우 주변사람을 통해 제 선입견을 인식하면서 나온 캐릭터이고요. 스님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보통 스님하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있는데, 살다보니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스님들을 많이 보게 됐습니다. 한 인물이 갖고 있는 입체적인 면, 다양성을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해 캐릭터를 만들게 된 것 같습니다.


 



Q: 서영의 직장 동료들은 마치 영화를 보는 관객들을 대변하는 캐릭터 같았습니다. 관객이 서영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들을 그들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서영을 마주하죠. 서영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다가도 점차 마음을 열게 된다는 것까지도 마치 서영과 관객의 관계를 은유하는 것 같고요.


A: 특정한 의도는 아니었고요, 말씀드린 것처럼 서영의 모티프가 된 인물은 일터에서 모두가 싫어한 분입니다. 현실에서 그 분은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했지만, 만약 사람들이 그분과 어울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어요. 저의 바람, 혹은 판타지 같기도 합니다.

 


Q: 서영이 직장 동료들과, 영준이 진희와 맺는 관계가 영화 속에서 두드러지는 관계입니다. 둘 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다가 주인공들의 잘못 아닌 잘못으로 어그러지고 만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공통점이 칭찬을 매개로 주인공들이 상대방에게 마음을 연다는 점입니다. 서영은 탁구 실력을, 영준은 옷 만드는 실력을 인정받게 되고 비로소 웃어 보이기까지 합니다.


A: 그런 공통점들은 우연인 것 같은데 재밌네요. 누구나 생김이 다르잖아요. 사회에 잘 적응한 분들은 능력을 인정받아서 평안한 삶을 살지만, 그 능력이나 특정한 면이 노출되지 못하면 평가에서 밀리는 게 한국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다 잘하는 게 있고, 평가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다 다른 모양으로 살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Q: 인물의 환상과도 같은 라스트신이 인상적입니다. 홀로 탁구를 치다가 멈춰버리는 흐름이 마치 110분인 영화를 한 컷으로 응축시킨 것 같았습니다. 담고 싶었던 의미가 궁금합니다.


A: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소통의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의도는 서영에게서 공이 날아가서 돌아오지 않는 형태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랠리를 충분히 하다가 마무리를 할 생각이었습니다. CG를 할 형편이 안 되어서 직접 치면서 촬영했는데요, 장리우 배우도 탁구를 잘 치고, 마주보며 공을 받아준 분이 탁구선수였음에도 불구하고 탁구대 중간에 카메라가 설치되어서 촬영이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나마 제일 랠리가 길게 된 장면을 쓰게 되었어요.

 


Q: 차기작 <해변의 캐리어>는 어떻게 작업 중인가요?


A: 촬영은 다 끝나고 편집 중인데, 이번 영화와는 결이 많이 다릅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사회참여적인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강박관념에서 탈피를 하고 만든 작품이어서 재밌게 작업했습니다. 작업하면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들도 있었고요.

 


Q: 소설도 쓰신다고 들었습니다. 영화 작업의 연장에서 쓰는 건가요?


A: 소설은 영화와 별개의 작업입니다. 문자로 만들 수 있는 이미지와 영상으로 만들 수 있는 이미지가 다른 것 같아요. 제가 여섯 편 정도의 소설을 썼는데, 그 중에 영화화할 수 있겠다 싶은 게 한 편뿐일 정도로 소설과 영화는 전혀 다른 매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의 경우엔 영상처럼 묘사의 제약이 크지 않다보니까 더 자유롭게 쓰게 돼요. 희곡, 소설, 영화를 다 작업해보았는데, 저에겐 각각 별개의 것으로 느껴져서 모두 다르게 접근하게 됩니다.



 




Q: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관객 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이 영화의 이야기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우리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공감할 수 이야기가 아닌가 싶어요. 이 영화가 조금 불편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마음을 열어주시면 서영이라는, 그리고 또 다른 인물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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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연기 워크샵 리뷰: 나 자신과의 아득한 거리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가영 님의 글입니다.



<나의 연기 워크샵>에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진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연기 워크샵 수강생인 헌, , , 경이 처한 현실이고, 또 하나는 현실을 배경으로 그들이 연기를 하는 이야기다. 수업 커리큘럼에 따라 4장으로 구성된 서사는 타이틀에 충실하다는 인상을 준다. 몸의 긴장을 풀고, 상대와 교감하고, 자신이 던져진 상황에 대처하며 연기를 수행하는 순간, 수강생들은 본능적인 감정을 체험한다. 매번 상황극이 끝나면 연기 선생인 미래는 기분은 어땠는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질문하고, 그들은 명료하게 정의 내릴 수 없는 감정적 소회를 털어놓는다. 이같은 미래의 가르침이 있기 때문에 영화 속 현실과 허구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듯 보인다.


 




수업이 거듭될수록 수강생들은 자신만의 논리로 캐릭터를 표현해내며 점차 연기를 완성시킨다. 그 논리란 살면서 경험해 온 시공간을 기반으로 구축된 것이기에 그들의 연기는 작위적일 수 없다. 극중 미래가 던진 질문과 조언들은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아 우리를 흔들어댄다. 나란 존재를 관객에게 다 들켜서도 안되고, 아주 감춰서도 안된다’, ‘진실된 연기를 위해서는 온전한 나 자신을 알아야 한다.’ 이제 수강생들은 굳이 수업시간이 아니더라도 감정을 따라 마음의 기원을 쫓아갈 수 있다. 내 기분이 어떤지,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미래는 수강생들로 하여금 현실과 내면의 세계를 넘나들게 하는 동시에 미지의 심연을 탐구하도록 한 것이다.

 

미래는 수강생들에게 의 일기를 읽고, ‘이 되어 마지막 장을 완성해 보기를 제안한다. , , , 경에게 각각 다른 페이지의 일기가 주어지고, 그들은 자신과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을 생각하며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타인을 완전히 이해하는 일이란 어렵기에 그들은 스스로를 에게 대입하게 되고, 그 과정에는 그동안 겪어 온 시간이 관여한다. 이때부터 영화의 시선은 차츰 헌, , , 경 개개인의 인생에 주목한다. 영화 감독의 술자리에 불려가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끼는 준,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 도무지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 강인함 뒤에 분노를 감내해 온 ’. 일상의 반대편에서 욕망과 충동이 뒤엉킨 바로 그곳에 또 다른 가 있다.





 


평범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몰라야 할 진실이 있고,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깊이 묻힌 채로 남아 있어야 할 기억들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들이 둥글게 모여 을 얘기하던 그날 밤, 그간 묵혀왔던 기억들이 터져 나온다. 어렵고도 용기있게 털어놓은 아픔을 두고 을 앞세워 서로의 감정을 공유한다. 존재론적으로 확실한 분석 대상인 ’(타자)이 있기에 서로에게 함부로 동정심을 가지거나, 자기연민에도 빠지지 않는다. 다 같이 모여 얘기를 나누는 이 장면에서 지리멸렬하게만 느껴지던 현의 조각들이 마침내 하나로 맞춰진다. 이제 현실과 허구(연기)를 구분 짓는 일은 무의미하다. 그들에게 있어 은 타자인 동시에 또 다른 이다.

 

영화는 타인은 물론 자신의 고통 앞에서도 그저 무력감만을 느끼고 외면하는 현실을 경계하고있다. 수강생들이 의 일기를 읽고 불가피하게도 불행한 과거를 떠올리는 이유는 그에게 유대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결국 <나의 연기 워크샵>이 위태로운 헌, , , 경을 통해 끊임없이 암시하는 바는, 내 안의 괴로운 나(타자)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지의 심연에서 라는 사람의 진실을 발견해야지만 새롭게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고, 적당한 삶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은, 현실과 연기로 창조된 허구에 비유할 수 있는 나와 또 다른 나의 분열을 이 선택한 자기파멸을 통해 역설하는 듯하다. 언제고 내 안의 타자(또 다른 나)는 꿈틀댈 것이고 란 시스템은 분열되기 마련이기에, 보이지 않는 간극 사이에서 우리는 여전히 버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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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의 진정성과 광기 사이에서  <나의 연기 워크샵>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12월 30일(토) 오후 2시 30분 상영 후

참석 안선경 감독 | 배우 김강은, 성호준, 서원경, 이관헌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대한 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신소영 님) 





서슴없이, 인위성 없이 배우들의 감정들을 토해낸다. 이렇게 감정을 토해내는 과정에서 진정성과 광기가 동시에 느껴진다. <나의 연기 워크샵>은 강렬한 인상과 혼란을 머릿속에 남겼다. 혼란이 채 가시기 전에 안선경 감독과 배우들의 인디토크가 이어졌다.

 

 



진명현 대표 (이하 진명현) : 오늘 많은 분이 자리해주셨습니다. 안선경 감독님부터 인사말씀 부탁 드리겠습니다.

  

안선경 감독 (이하 안선경) : 함께 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아주 작은 궁금증까지 이야기를 나누는 좋은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강은 배우 (이하 김강은) : 연기를 시작하고 첫 작품인데, 이렇게 개봉을 해서 너무 기뻐요. 관객 분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어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성호준 배우 (이하 성호준) : 1년 만에 영화를 다시 봤는데, 가슴이 너무 벅차요. 영화에 대한 감상을 편안하게 나누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서원경 배우 (이하 서원경) : 이렇게 시간 내어 영화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함께 많은 이야기 나누는 좋은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관헌 배우 (이하 이관헌) :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너무 좋습니다. 관객 분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진명현 <나의 연기 워크샵>은 보는 동안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배우들과 어떻게 영화를 만들게 되었는지 감독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안선경 : 저는 아직까지 영화를 만들 때 특별한 모델을 가지고 만들지 않아요. 제 삶에서 우러나오는 질문과 제 주변 사람들의 삶을 담아 보겠다는 단순한 욕망을 추구하거든요그러던 어느 날 여기 있는 친구들과 함께 연기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이 친구들이 성장하는 모습 속에서 좋은 드라마를 발견한 거예요. '지금 이건 굉장히 좋은 순간이고 매력적인 순간이다. 이걸 사람들에게 보여주자.'라는 감정에서 착안해 시작했어요.

 






진명현 : 영화에서 연기에 대한 배우들의 진솔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여기 앉아계신 배우 분들이 실제로 활발한 성격은 아닌 걸로 알고 있어요. 대부분 <나의 연기 워크샵>이 첫 영화 작업인데, 다른 누군가가 스크린을 통해 자신을 본다는 사실에 걱정을 좀 했을 것 같아요. 어떤 마음으로 연기했나요?

 

김강은 : 제가 처음에 안선경 감독님을 찾아간 이유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욕망도 있었지만 저에게 용기를 줄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감독님과 함께 연기에 대해 탐구하면서 용기가 많이 생긴 것 같아요특히 촬영에 들어가기 전 각자의 삶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 저는 이 시간이 감정적으로 힘들었어요. 이러한 과정을 극복한 후, 감정적 교류가 형성된 상태에서 촬영을 시작하니까 막상 촬영을 진행할 때는 큰 문제가 없었던 것 같아요.(웃음)

  

성호준 : 항상 안선경 감독님의 세계관과 태도에 대한 믿음이 있었어요. 제가 이 영화를 잘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제 삶을 더듬으면서 연기를 해야 한다고 느꼈어요. 감독님과 삶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제 삶을 더듬을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연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서원경 : 제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특별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인 이야기가 관객 분들에게 보여지는 것 보단 스크린을 통해 제 자신과 대면하는 것이 두려웠어요.(웃음)

 

 

진명현 : 이제 <나의 연기 워크샵>을 통해 진짜 배우가 되셨잖아요.(웃음) 지금까지의 과정을 거쳐보니 어떤가요? 연기라는 건 재능인 걸까요, 아니면 배워가는 걸까요?

 

서원경 : 연기에 대한 주관은 다를 수 있지만, 누구나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어렸을 때는 연기라는 게 단순히 '쇼'라고 생각을 했는데, 감독님과 김소희 선생님을 만난 후 자기 자신과 소통하고 대사 한마디라도 나를 통해서 나와야 진짜 연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진정성만 있다면 누구나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호준 : 김소희 선생님은 저희가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서 표정이 계속 실감나게 변해요. 이 표정의 변화가 연기에서의 관계 맺기라고 생각하는데요, 관계를 맺는 데 탁월한 사람은 연기가 수월하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진명현 : 감독님은 연기를 가르치는 선생님이기도 하고 연출자이기도 하잖아요. 어디에서 에너지를 얻나요?

 

안선경 : 항상 진지하게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힘든 일인 것 같긴 해요.(웃음) 왜 제가 이 일을 하게 됐는지 생각을 해봤는데요, 어렸을 때부터 뭐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보다 사람간의 관계와 그 안에서 느껴지는 결핍에 굉장히 시달렸던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들여다보면서 왜 오해가 생기고 상처를 받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 연기가 관계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관계에 대해서 끝없이 탐구하다 보니 현재의 직업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관객 : 영화의 영문 제목이 'Hyeon’s Quartet'인데, 어떤 의미가 담겨져 있는지 궁금합니다.

 

안선경 : 배우가 어떤 대상을 연기할 때, 제 주관에는 주어진 대상을 정확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개념이 있지 않아요. 이 말은 어떠한 인물이 고정적이지 않다는 의미인데요, 누가 그 인물을 바라보고 누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인물들이 창조된다고 생각해요. 또 저는 관객에게 많은 선택지를 줄 수 있는 연기가 좋은 연기라고 생각해요. 영화 속 4명이 모두 '현'을 연기하면서 4명이 각자 다른 화음을 내서 연기하고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인물이 나오는 것이 <나의 연기 워크샵>의 목표라는 의미로 현의 4중주’(Hyeon’s Quartet)라는 제목을 지었습니다.

 

 

관객 : 영화에서 의 이야기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4명의 배우가 연기에 대해 고민을 하는 데에 의 이야기가 왜 필요했던 것인지 궁금합니다.


안선경 : 이 영화의 목표는 연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한 캐릭터로부터 공감지점을 찾고 가면에 숨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죠. 의 이야기라는 프리즘을 통해 4명의 배우 역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것이 의 이야기가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해요

 

 

관객 : 김소희 배우의 대사 중에서 배우에게 숨을 잘 못 쉰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저도 숨을 잘 못 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거든요. 숨을 잘 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서원경 : 저도 사실 숨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고 싶었어요.(웃음원래 제 본업은 사진을 찍는 일이에요.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서 안선경 선생님을 찾아갔고 연기 워크샵에 들어가게 되었는데요, 지금 생각해보면 살기 위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제 자신을 찾고 싶은데, 연기를 그 도구로 찾은 거죠처음에 김소희 선생님이 저에게 숨을 못 쉰다고 말씀하셨어요. 제가 방어벽을 치고 있는 거예요. 제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저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런 것들이 숨을 못 쉬게 하고 있더라고요그러다가 연기를 배우면서 어느 순간 숨을 쉰다는 게 무엇인지 느껴졌어요. 물리적으로 숨을 쉬려고 의식하다 보니 사람이나 주변의 환경이 저와 소통을 하는 게 느껴졌어요. 이렇게 의식을 하고 난 후 일상에서도 가끔 제가 숨을 쉰다는 것을 의식하면서 물리적으로 숨을 한 번씩 크게 쉬어요.(웃음)

  

김강은 : 김소희 선생님이 에 대해서 말씀해주신 적이 있는데요, 선생님은 가까이 있는 사람의 숨을 따라 쉰다고 하더라고요. 즉 상대방의 리듬을 따라간다는 건데, 제 옆에 있을 때는 숨을 못 쉬겠다고 했어요. 선생님한테 말한 적은 없는데, 사실 숨 쉬는걸 힘들어 했거든요.(웃음주변과 제 자신을 의식하면서 숨을 쉬기가 너무 힘든 거예요. 사실 저는 아직도 뭘 어떻게 해야 자연스러운 것인지 모르겠고 그게 저의 제일 큰 과제인 것 같아요.

 

 

관객 : 크레딧을 보면서 알게 됐는데, 각본 작업을 배우님들도 함께 했더라고요. 어떻게 진행했는지 궁금합니다.

 

안선경 : 처음에 배우들을 만나서 이야기 할 때 이 사람들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고 자세히 상상하고 싶어서 자기 자신을 모델로 한 다양한 이야기를 일기 쓰듯이 자유롭게 써달라고 했어요. 이를 바탕으로 배우들의 내면 궤적을 추적했고 기본적인 이야기의 구조를 만들 수 있었어요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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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espace_Newsletter_20180116




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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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8일(목) 12:40 | 17:10

1월 19일(금) 15:00

1월 20일(토) 19:40 인디토크

1월 21일(일) 14:20

1월 22일(월) 11:00

1월 23일(화) 11:00 | 19:30

1월 24일(수) 17:30


이후 상영일정은 추후 공개됩니다.



 예매하기 

맥스무비 http://bit.ly/2vULqyh

예스24 http://bit.ly/an5zh9

다음 http://bit.ly/2qtAcPS

네이버 http://bit.ly/OVY1Mk











 인디토크 



<파란 입이 달린 얼굴> 인디토크

● 일시: 2018년 1월 20일(토) 오후 7시 40분 상영 후

● 참석: 김수정 감독 | 배우 장리우, 진용욱   

● 진행: 정지혜 영화저널리스트




 이벤트 



<파란 입이 달린 얼굴>을 관람하는 관객 분들께 미니 손난로 (소진 시까지) 를 드립니다.





 INFORMATION 


작품명: 파란 입이 달린 얼굴

장르: 극영화, 드라마

상영시간: 110분

제작: 냉이영화

연출: 김수정

출연: 장리우, 진용욱, 박병철, 김새벽

제작연도: 2015년

제작지원: 영화진흥위원회, 부산영상위원회, 성남문화재단

주요 영화제:

2015 서울독립영화제 우수작품상 수상

2016 장애인영화제 대상 수상

2016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새로운 물결 부문 상영, 전주국제영화제 JPM 참가

인디포럼 인디포럼 포커스 부문 상영, 부산여성영화제 초청 상영, 런던한국영화제 초청 상영, 대만국제여성영화제 초청 상영, 케랄라국제영화제 초청 상영, 보고타국제영화제 초청 상영





 SYNOPSIS 


살아남는 것, 나만 이렇게 힘든가?


‘서영’은 무능력한 엄마와 지체 장애가 있는 오빠를 부양하고 있는 여성 가장이다. 생존을 위해 지독한 싸움을 지속하던 ‘서영’은 어느 날 투병 중인 엄마에게 자신과 오빠를 위해 떠나라는 말을 남긴다. 스님의 소개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은 ‘서영’은 처음으로 직장에서 동료들을 사귀며 행복한 삶을 꿈꾸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단지 살아남기 위해서 다시 한번 홀로서기를 결심하는데…….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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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8일(목) 11:00 | 19:30 인디토크

1월 19일(금) 13:00 | 17:30

1월 20일(토) 11:00 | 14:40

1월 21일(일) 12:40 | 19:40

1월 22일(월) 17:30

1월 23일(화) 15:20

1월 24일(수) 13:00 | 19:40


이후 상영일정은 추후 공개됩니다.



 예매하기 

맥스무비 http://bit.ly/2vULqyh

예스24 http://bit.ly/an5zh9

다음 http://bit.ly/2qtAcPS

네이버 http://bit.ly/OVY1Mk












 인디토크 



<피의 연대기> 인디토크

● 일시: 2018년 1월 18일(목)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 참석: 김보람 감독, 박이은실 작가('월경의 정치학' 저자)

● 진행: 최지은 기자('괜찮지 않습니다' 저자)  






 이벤트 


























































온라인 예매 후 <피의 연대기>를 관람하시면 추첨을 통해 빨간 날 패키지_생리도감/스티커/똑똑한 위생팬티/시크릿데이 트래블키트/일회용봉투(3명), 시즌그리팅_2018달력/스티커(4명), 이지앤모어 페미사이클 생리컵(1명) 을 드립니다.


● 기간: 1/31(수) 예매분까지 (온라인 예매 시 자동 응모)

● 발표: 2/1(목) 개별 연락







 INFORMATION 


제      목 ㅣ 피의 연대기

감      독 ㅣ 김보람

출      연 ㅣ 여경주, 김보람, 심이안, 박현지, 이슬기

제      작 ㅣ 킴 프로덕션

배      급 ㅣ KT&G 상상마당

개      봉 ㅣ 2018년 1월 18일

상영  시간 ㅣ 84분

영  화  제 ㅣ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 옥랑문화상 수상

      제5회 인천다큐멘터리포트 2017 - 베스트 러프컷 프로젝트 수상

      제8회 광주여성영화제 개막작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 2017 – 새로운시선상 수상





 SYNOPSIS 


한 달에 한 번, 일 년에 12번, 살아가면서 적어도 400번…..

귀찮은 ‘그날’의 이름은 대자연, 마법, 반상회 = ‘생리’!

‘여성의 몸’과 ‘생리’에 관한 범시대적, 범세계적 탐구다큐.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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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라는 가능성  인디돌잔치 <위켄즈>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12월 26일(화)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이동하 감독 | 전재우 G_Voice 음악감독 | 김일란 감독

진행 박기호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사무국장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신 님의 글입니다. 

 


성소수자인권운동 단체인 친구사이에 소속된 게이 합창단 ‘G_Voice’(이하 지보이스)의 행적을 다룬 다큐멘터리 <위켄즈>에 잊기 힘든 장면이 있다. 2009년부터 쌍용자동차에서 투쟁을 벌이고 있는 파업 노조를 지보이스가 찾아가 응원 공연을 선보인 후 얼마가 지나 쌍용자동차 노조 측에서 퀴어 퍼레이드를 찾아와 맞인사를 건네듯 응원 공연을 펼치는 장면이다.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공유하지 않는 각자의 집단이 오직 연대를 위해 우정 어린 교감을 나누는 이 장면의 감흥을 잊기 힘들다.


개봉 1주년을 맞아 다시 찾은 인디스페이스에서 지보이스 음악감독인 전재우는 앞으로도 지보이스가 위와 같은 연대를 펼칠 것이라 밝혔다. 그렇게 말하며 그는 "노래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런 방식의 연대를 선보이는 것 또한 하나의 예술이 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위켄즈>라는 다큐멘터리를 수식하는 적절한 메타진술이기도 한 이 성명은 별도의 사회과학적 부연 없이도 영화 예술의 존재의의를 날카롭게 지명한다. 한 편의 영화는 고립된 공간에서 상연되며 부르주아 관객들의 상찬을 받을 때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그늘진 곳에 위치한 누군가의 세속적 삶을 근심할 때 풍요로워진다.


개봉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위켄즈>5천명 이상의 관객을 만났다. 거대 자본과 스타 배우의 티켓 파워로 무장한 대중영화가 끊임없이 자본을 증식시키며 연말연초의 박스오피스를 장식하는 상황 속에서 이 영화의 작은 분투가 너무나도 왜소하고 미약해 보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화 예술이 사회의 외곽에서 분투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고 믿는 이 작은 영화의 굳건한 태도가 누군가의 심장에 도달할 것이라 믿는다. 2017년에 작별을 고하는 어느 추운 겨울날, 한 독립영화관 안에서는 그 기적 같은 내일의 도래를 믿는 이들의 대화가 따사롭게 점멸하고 있었다. 이동하 감독, 지보이스 소속 전재우, 박기호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사무국장과 김일란 감독이 참석했다.


 

 


 

 

박기호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사무국장(이하 박기호) : 오늘 인디토크에 게스트 세 분이 참석해주셨습니다. 각자 소개 부탁 드립니다.

 

김일란 감독(이하 김일란) : 안녕하세요, 저는 인디스페이스 역대 최다 관객 동원작 <두 개의 문>(2012)의 감독,(웃음) 김일란이라고 합니다.

 

전재우 지보이스 음악 감독(이하 전재우) : 안녕하세요, 저는 지보이스 음악감독 전재우라고 합니다.

 

이동하 위켄즈 감독(이하 이동하) : 안녕하세요, <위켄즈> 감독 이동하입니다. 1년만에 인디스페이스에 오게 되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박기호 : 먼저 <위켄즈>가 개봉한 지 1년이 지난 지금의 근황과 소회를 밝혀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동하 : 우선 회사를 관뒀고요,(웃음)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만든 영화가 <위켄즈>인지라 개봉 당시에는 많이 떨렸는데, 1년이 지난 지금은 많이 심적으로 안정됐고 차기작을 구상하는 중입니다.

 

전재우 : 주변에서 알아보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오늘도 제가 병원에서 진료를 볼 때 환자분께서 절 알아보시고 인사를 하시더라고요. 공동체 상영 등 여러 기회를 통해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고 알게 된 것만으로도 좋은 선물을 받은 것 같습니다.

 

김일란 : 살이 좀 빠져서 최근에 예뻐졌다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웃음) 그리고 제가 속해있는 단체 '연분홍치마'에서 만든 <공동정범>이 마무리되어서 개봉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박기호 : 얼마 전에 지보이스 단원들과 술을 마시는데 근래에 새로 가입한 분들을 '위켄즈 키드'라고 부르더라고요. 무슨 뜻이냐고 하니까 <위켄즈>를 보고 가입한 분들이래. 그 이야기를 듣고 <위켄즈>가 이성애자뿐 아니라 동성애자 내부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아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혹시 <위켄즈> 촬영 전후로 변화를 겪은 분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동하 : 우선 4년 동안 촬영을 하는 와중에 옆에 있는 재우형, 그리고 객석에 앉아있는 철호형과 같은 많은 분들이 긍정적으로 변화한 것 같아 좋았습니다. 그런 변화를 곁에서 지켜볼 수 있어서 또 좋았고요.

 

박기호 : 김일란 감독님께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사람들이 <위켄즈>를 보고 <종로의 기적>(2010)의 확장판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위켄즈>를 보고 <종로의 기적>으로부터 변화한 지점이 있다고 느꼈나요?

 

김일란 : <위켄즈><종로의 기적>을 단순 비교하기는 좀 어렵지만 <위켄즈>가 진일보한 부분이 있기도 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퀴어 영화를 만들 때에는 인권운동이 성장을 해야 그에 따라 영화의 서사가 다양해질 수 있는 부분이 있거든요. 예컨대 예전에 동성애 영화를 만들 때에는 사람들이 동성애라는 관념에 익숙하지 않았던 지라 인물들이 사랑에 빠지는 걸 쉽게 납득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동성 연인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에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몇 가지 전사와 원인을 넣어두어야 했죠. 하지만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조금 달라진 지금은 동성이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고 해도 많은 분들이 어렵지 않게 납득하는 거죠. 그런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에 기여한 단체가 친구사이이고, <위켄즈>도 그 노력의 결과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여담이지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위켄즈>가 공개되었을 때, 지보이스가 다른 노동자 단체와 연대를 하는 대목에서 많은 찬사가 쏟아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한국 관객들 중에는 거시적인 연대보다는 개별 인물들의 사랑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는 분들이 많았어요. 왜 그런 차이가 있을까 생각해봤더니 베를린 같은 곳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국내보다 좀 더 진일보하다 보니 개별 인물들의 사사로운 이야기보다는 동성애자들이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어떤 연대를 펼치고 있는지에 관심이 더 모이는 것 같더라고요. <종로의 기적><위켄즈> 사이의 변화에서 그간 친구사이를 포함한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의 운동이 확장된 지점들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런 인권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위켄즈>라는 성과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기에 행복했어요.


  



관객 : 방금 김일란 감독님께서 말씀해주신 다른 집단과의 연대를 영화에서 굉장히 인상 깊게 봤습니다. 지보이스가 앞으로도 이런 연대를 할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전재우 : <위켄즈>가 우리의 행보와 앞으로 걸어나갈 방향을 잘 정리해서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당분간은 그런 방향으로 또 다른 연대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지보이스의 예술적 지향과도 공명하는 행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영화를 만들고 노래를 하는 것 말고 이런 방식으로 연대를 하는 것도 하나의 예술이 아닐까요?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다른 단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 사연에 노래로 힘을 보태주고 싶습니다.

 

박기호 : 전재우 님께서 지보이스의 음악에 굉장히 많이 관여하시잖아요. 끊임없이 활동영역을 넓혀가며 작업도 하고 자기 일도 병행하는 걸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힘의 원천이 무엇인가요? 철호 씨는 아니겠죠?(웃음)

 

전재우 : 철호 맞아요.(웃음) 사실 제가 좀 나이가 들었잖아요. 마흔이 넘은 성소수자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운 국내의 풍토를 볼 때마다 많이 안타까워요. 친구사이 안에서도 나이가 들면 점점 활동을 적게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분들이 뒤로 물러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활동을 하면서 뒤이어 오는 세대에 도움을 주면 좋겠어요. 어린 친구들은 윗사람들한테 일 시키는 걸 꺼려하기도 하던데 서로 잘 협력하면서 일을 했으면 해요. 이게 질문에 대한 대답이 맞는지 잘 모르겠네요.(웃음음악도 그런 이유로 지속적으로 관심을 쏟으면서 하고 있습니다.

 


박기호 : 김일란 감독님은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많이 해오셨는데요, 앞으로 작업의 어떤 부분에 방점을 두고 싶으신가요?

 

김일란 : 사적으로 하고 싶은 작업이라면 있습니다. 'A급 배우'들을 주연으로 하는 레즈비언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그런 분들이 퀴어 영화에 출연한다는 것 자체가 관객과 시장, 투자 판이 충분히 크게 형성되어 있다는 거잖아요. 주류 시장과 주류 문화 안에서 유명한 배우들과 함께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또 학생인권조례에 관해 성소수자들이 어떻게 운동하고 연대해왔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마침 오늘 페이스북에 '과거의 오늘'로 학생인권조례 통과를 위해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이 시청 점거를 했던 날의 사진이 떴는데, 지금 사회를 보고 있는 박기호 씨가 혼자 뒤돌아보면서 여유롭게 브이자를 하는 모습이 사진에 찍혀있더라고요.(웃음) 그런 푸티지들을 활용한 영화를 언젠가 같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박기호 : 전 당시에 시청 점거를 못하고 그냥 쫓겨날 줄 알았어요. '오늘은 집에 일찍 가야겠군' 생각하고 있는데 들어가려고 하니까 아무도 안 막는 거예요. 그래서 그냥 점거하게 된 거에요. 이제 며칠 밤 새야겠군’하고 생각했던 게 기억나네요.(웃음)

전재우 음악감독님께 또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위켄즈>가 개봉한 이후 지보이스에 들어온 친구들에게는 이 다큐멘터리가 어떤 의미가 있을지 궁금하네요.

 

전재우 : 사실 뒤풀이 자리나 공연 같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보이스의 역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곤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냥 <위켄즈>를 보기만 하면 지보이스의 정체성과 방향에 대해 잘 알 수 있으므로 영화를 보고 지보이스에 가입한 회원들은 지보이스의 목적과 지향에 대해 처음부터 숙고하면서 열심히 활동을 해요. 그런 의미에서 <위켄즈>가 크게 기여하고 있죠.

 

김일란 : 성소수자인권운동의 중요한 활동 중 하나는 이곳저곳에서 정치적인 운동을 펼치는 것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이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를 마련해주는 데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성소수자로서 내가 갈 곳이 있고, 나를 기다려주는 친밀감 있는 장소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친구사이가 그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느껴요. 외부에서 많은 활동을 하는 것과 함께 마음이 허전할 때 술을 같이 마시고 정서적 지지를 보내줄 수 공동체가 있다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박기호 : 이동하 감독님께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영화를 찍으면서 연출부와 지보이스 멤버들 사이, 아니면 지보이스 멤버 간에 갈등이 있을 때는 어떻게 풀었나요?

 

이동하 : 우선 제가 화를 잘 못 내는 성격이긴 해요. 그런 갈등이 있을 때는 아무래도 멤버들이 카메라 앞에서 말하기를 꺼려하니까 촬영을 진행하기가 힘들었죠. 그럴 때에는 한 달의 간격을 두고 다시 인터뷰를 실행했습니다.


 

관객 : 일반적으로 한국의 퀴어 영화는 섹슈얼하고 로맨틱한 주제를 다루는데 <위켄즈>는 음악을 소재로 한다는 게 좋았습니다. 인원이 많은 합창단을 대상으로 영화를 찍다 보면 개개인에게 일일이 출연 동의를 구하기가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동하 : 일단 단체 숏을 찍으면 얼굴이 나와야 하기에 멤버 전부 다 출연 동의를 받았어요. 대신 '바스트 숏은 되지만 얼굴은 모자이크여야 한다’, '극장에서는 괜찮지만 공중파나 IPTV에서는 얼굴이 보이면 안 된다라는 식의 세부적인 계약을 했죠. 그런데 그런 걸 다 염두에 두면서 촬영을 하려니까 단체 숏에서 어떻게 카메라를 대야 하는지 난감한 거예요.(웃음) 그래서 일단 촬영을 진행하고 후반작업으로 모자이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촬영이 진행되면 될 수록 처음에는 모자이크를 원했던 분들이 안 해도 괜찮다고 해주셔서 최종 편집본에서는 한 두 분을 제외하고는 모자이크 처리가 안 되어있죠.



관객 : 제목을 '위켄즈'로 한 이유가 있나요?

 

이동하 : 원래 계획했던 포스터의 카피문구가 사랑보다 짜릿한 우리들의 주말이었어요. 지보이스 연습을 주말에 해요. 평소에는 게이로서의 정체성을 숨기지만, 지보이스라는 공동체에 모여서 서로 잡담을 하고 노래도 할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주말인 거죠. 그 주말이 특별하다고 생각을 해서 제목을 <위켄즈>로 지었어요.


 



관객 : 김일란 감독님께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아까 A급 배우들과 퀴어 영화 작업을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쌍화점>(2008)과 같은 대중영화를 보면 실제로 유명한 배우들이 퀴어를 다룬 영화를 촬영한 적은 있지만, 정작 영화에서 퀴어라는 소재는 두 배우의 파격 노출정도로만 소비되었던 것 같습니다. 감독님께서 영화를 만든다면 어떤 방향을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두 번째 질문은, 성소수자 관련 행사를 할 때마다 정말 좋긴 하지만 우리만의 축제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동성애 관련 사안 법제화 등을 위해서는 더 많은 공감과 지원이 필요한데, 많은 이들의 관심을 얻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려운 질문이지만 이런 난관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의견을 여쭙고 싶습니다.

 

김일란 : 60년대에 이태원의 한 남장여자와 파트너와 그들의 동생뻘 남장여자, 세 인물의 이야기가 신문에 실린 적이 있어요. 서로 가족처럼 지내는 그 세 명이 미군에게 사기를 쳐서 검거가 되었다는 이야기에요. 기사로 접했는데 이런 이야기를 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했었어요.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아마 많은 이들이 그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오늘 이 곳에 오기 전 MBC 방송을 보는데 사장이 바뀌어서 그런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더라고요. 방송에서 사형제도, 낙태죄 폐지, 차별금지법에 대한 사내인식 조사보도가 나오는데,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서는 거의 찬반이 동일했고 동성혼에 관해서는 반대가 52퍼센트, 찬성이 48퍼센트로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어요. 이런 보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체감하는 사안에 대한 실질적인 감각이 언론 보도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에요. 실제로는 찬반의 차이가 크지 않더라도 혐오세력이 지나치게 많이 보도되다 보면 그 세력이 상상이상으로 크다는 착시효과를 발생시킬 수가 있으니까요. MBC의 오늘 보도를 보며 상황이 나름대로 긍정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어쩌면 이런 인식을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EBS까칠남녀'처럼 방송에서 여성, 성소수자에 관한 의제를 보도하는 분들에게 지지를 보태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혐오세력이나 일부 기독교 관계자들에게 신상이 털리거나 피해를 입는 방송 관계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아요.

 


박기호 : 근래에 개봉한 <시인의 사랑>(2017)을 보면 양익준, 정가람과 같은 배우들이 출연했는데도 인물간의 에로티시즘이 거의 없었어요. 이런 경우는 긍정적인 사례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제 세 분에게 마지막 인사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김일란 감독님께서는 곧 개봉 예정인 <공동정범>에 관한 한마디를 전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김일란 : 인디스페이스 최다 관객작이었던 <두 개의 문>의 기록을 뛰어넘고 싶습니다.(웃음) 연말연초에 규모가 큰 영화들이 너무 많이 개봉하고 있어요. 그런 영화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니 힘이 들더라고요. 곧 있으면 용산참사 9주기가 됩니다. 125일 개봉하는 <공동정범> 많이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전재우 : 추운 날에 오셔서 따뜻하게 이 자리를 채워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영화를 통해 좋은 분들을 만나서 감사하네요. 마침 영화에 출연한 두 친구들이 제가 집에 혼자 갈 계획이라니까 저를 데리러 왔어요.(웃음) 다들 정말 감사합니다.

 

이동하 : 저는 감사할 분들이 너무 많네요. 지보이스도 그렇고 푸티지를 제공해주신 연분홍치마 활동가, 인디스페이스, 그리고 오늘까지 극장을 찾아와주신 관객 분들에게도 너무 감사합니다. <위켄즈>보다 좋은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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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한줄 관람평


이지윤 | 모금산 씨의 영화로운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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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리뷰: 모금산 씨의 영화로운 순간들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윤 님의 글입니다.




모금산 씨의 단조로운 일상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영화가 시작된다. 그는 면도를 하고, 작은 이발소에서 일을 하고, 수영장에 가고, 호프집에서 벽을 보며 맥주를 마시고, 강냉이를 집어먹으며 TV를 보고, 일기를 쓴다. 시종일관 무덤덤한 모습으로. 그러던 어느 날 마을 보건소의 의사로부터 위암이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큰 병원을 가봐야 한다는 말에도 모금산 씨는 덤덤한 표정이다. 그리고 또 다시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반복된다.

 




암이 의심 되는 상황에서도 영화는 극적인 흐름을 타지 않는다.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가 지닌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 작품은 감정의 과잉을 피하며 인물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이러한 거리는 인물들을 보는 카메라의 시선에서 비롯된다. 카메라는 인물들을 그저 먼발치에서 바라만 본다. 비극성이 도드라질 법한 장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때 카메라는 형상만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거리에서 그들을 비춘다. 이런 관조적인 카메라의 시선에 적당한 기분을 지닌 음악이 더해진다. 침묵이 주를 이루는 영화에서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기타 선율은 작품이 어떤 감정으로도 치우치지 않게끔 돕는다. 카메라의 시선과 음악, 인물들의 침묵, 빛 바랜 흑백 영상은 계획적이고 짜임새 있게 결합하며 감정을 덜어낸다. 이 때문에 사람이 없는 텅 빈 공간을 바라보는, 무감정으로 애써 무장한 듯한, 그러면서도 적당한 유머를 잃지 않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는 주인공인 모금산 씨처럼 공허하고 외로워 보인다.

 


이런 공허함을 채우는 것은 바로 '영화'. 암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모금산 씨는 영화를 찍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한때 영화를 찍었던 아들 스데반과 그의 여자친구 예원을 금산으로 불러 도움을 요청한다.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듯한 스데반은 아버지가 무슨 영화냐며 대놓고 툴툴거린다. 반면 예원은 모금산 씨의 시나리오에 관심을 보이며 그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던진다. 좋아하는 배우가 누구냐고 묻는 예원의 질문에 수많은 고전 배우들의 이름을 줄줄이 꺼내놓는다. 모금산 씨가 가장 말을 길게 쏟아내는 순간이기도 하다. 영화에 필요한 소품과 의상을 준비할 때도 모금산 씨는 묘하게 가뿐해 보인다. 가뿐해 보이는 그의 움직임에서 그가 얼마나 영화를 사랑해왔는지, 그리고 그 동안 영화가 어떻게 그에게 위안이 되어왔는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렇게 완성된 모금산 씨의 영화가 크리스마스 당일 상영된다. 조촐한 상영회에 그의 지인들이 찾아왔다. 어색하게 떨어져 앉은 관객들을 앞에 두고 어색한 스데반의 인사말과 함께 영화가 시작한다. <사제 폭탄을 삼킨 남자>, 찰리 채플린을 연상케 하는 무성 영화다. 제법 능글맞은 모금산 씨의 연기와 그의 일상들이 어우러지며 영화는 스크린 안팎의 관객들에게 소소한 웃음을 안긴다. 관객들의 입가에 잔잔하게 번지는 미소는 어쩌면 그가 영화로부터 받았던 소소한 기쁨과 닮아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관객들에게 작은 기쁨과 위안이 될 수 있기에, 모금산 씨의 영화는 그 자체만으로 영화(映畵)롭다. <사제 폭탄을 삼킨 남자>에서 알게 모르게 드러나는 그의 반복적이고 특별할 것 없는 일상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모금산 씨는 상영회에 자리하지 못했다차가워 보이는 다인실 병동에서 멍하니 창문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커다란 창문을 등진 그의 뒷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도 공허하고 쓸쓸해 보인다가만히 앉아있던 모금산 씨는 소품으로 쓰였던 사제 폭탄의 리모컨을 쥐고버튼을 무심히 툭 누른다잠시 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창문 밖에서 불꽃이 터진다반짝이는 밤하늘의 불꽃은 그의 얼굴 위로 아름답게 흩어진다이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에서 가장 영화적이고 환상적인 장면이다건조하고 빛이 바랜 일상 속에 영화가 선물한 이런 환상성은 모금산 씨에게도이를 지켜보는 관객에게도 위안을 안긴다.

 





모금산 씨는 스스로가 공허하고 외로운 사람이면서도 타인의 외로움에 공감하고 위로가 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는 그들에게 말없이 위로가 되고 친구가 되어준다. 혼자 술을 마시지 말라고 손가락으로 잔을 붙잡아주고, 뜬금없이 로봇 춤을 추기도 하고, “자영 씨, 잘 자영이라는 썰렁한 농담으로 사람을 웃게 만든다. 엔딩 크레딧과 함께 흐르는 기타 선율의 캐롤을 들으며, 어쩌면 모든 영화들이 모금산 씨와 닮아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공허함을 안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고 빛 바랜 일상에서 그 자체만으로 소소한 기쁨과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제 폭탄을 삼킨 남자>처럼 외로운 누군가의 삶과 긴밀하게 맞닿아있다. 그렇기에 모금산 씨의 삶, 그리고 공허함을 마음 속 한 귀퉁이에 품고 사는 우리 모두의 삶은 영화롭고 아름답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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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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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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