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나비효과> 한줄 관람평
송희원 | 사드 '진심' 가고 평화 '함께' 오라
이현재 | 아무것도 안 하면 불안해서 손을 놓을 수가 없어
이지윤 | 파란나비들의 날갯짓으로
최지원 | 싸우면서 평화에 가까워지는 사람들
<파란나비효과> 리뷰: 파란나비들의 날갯짓으로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윤 님의 글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사드(THAAD) 배치는 정권이 교체된 지금까지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사드의 외교적 가치와 군사적 실용성에 대한 의심, 그로 인해 파생되는 환경 파괴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목 하에 사드 배치를 결정한다. 사드가 배치되는 경북 성주 군민들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일방적 결정이었다. 박문칠 감독의 <파란나비효과>는 현재진행형인 사드 문제를 다룬 첫 번째 다큐멘터리 영화다.
작년 8월부터 올해 4월까지의 촬영분을 토대로 제작된 <파란나비효과>는 팩트 체크가 아닌 성주 군민들의 목소리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사드라는 현실을 마주한 인물들의 사연과 감정, 생존권의 주장을 바탕으로 그 흐름을 이어나간다. 사드 배치 최적지로 성주가 거론된 후 시작된 반대 투쟁은 아이들에게 피해를 끼칠 레이더의 전자파가 걱정되어 거리로 나온 여성들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카메라는 변화를 위해 모인 인물들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담아내며 그 속에 피어나는 연대와 생각의 확장을 스크린까지 고스란히 옮겨온다. 그리고 그 과정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성주 군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군민들의 모습이 자칫 님비(NIMBY) 현상의 단편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작품은 성주 군민들이 주장하는 것이 ‘성주군 내 사드 배치 반대’를 넘어선 ‘반전(反戰)과 평화’라는 것을 점진적으로 드러낸다. 더 나아가 사드 문제에 대한 생각의 확장은 정치적 시야의 확장으로까지 이어진다. 투쟁에 참여한 군민들은 정치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과거 스스로의 태도를 반성한다. 불편한 진실을 목도한 군민들이 ‘빨갱이’, ‘외부세력’이라 타자화되던 사람들과 비극적인 사건들을 되새기는 장면은 울컥한 감정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들은 현재까지 이어져온 불통(不通)의 실타래가 멀고도 가까운 과거에서부터 비롯된 것임을 자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자각한 이들은 실타래를 끊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평화를 외친다. 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 힘겨운 순간들이 닥쳐오기도 한다. 투쟁의 불씨를 끄기 위한 회유와 압박, 제3부지 논란으로부터 비롯된 의견 차 등은 함께 변화를 외치던 군민들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군민들은 연대의 끈을 놓지 않으며 힘겹고 불합리한 순간들에 맞선다. 함께 울고 웃으며 서로를 위로하고 누군가를 위해 대신 분노하는 연대의 과정은 거대한 국가 권력에 저항할 수 있는 ‘진심’이란 힘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어쩌면 그 진심은 성주에서 지속되고 있는 수많은 나비들의 날갯짓을 지치지 않게끔 하는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파란나비효과>는 4월 26일, 소성리에 기습적으로 사드가 배치되는 장면을 통해 막을 내린다. 허무함과 동시에 분노를 자아내는 결말은 자연스럽게 현실과 이어진다. 사드가 배치된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는 여전히 ‘사드 반대’, ‘사드 철회’란 글씨가 선명하다. 마을회관 앞에서는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작품은 계속해서 반대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성주 군민들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사드의 문제가 성주를 넘어선 모두의 문제임을 이야기한다. 동시에 <파란나비효과>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시작된 파란 나비들의 날갯짓에 대한 연대를 호소한다. 미미한 파란 나비들의 날갯짓으로 평화라는 결과를 향해 나아가고자 그렇게 손을 내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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