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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먼 나라, 이웃 나라, 나라 아닌 나라 <올 리브 올리브> 인디토크 기록

by indiespace_은 2017. 8. 7.


 먼 나라, 이웃 나라, 나라 아닌 나라 <올 리브 올리브>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7 14일(금) 오후 7 40분 상영 후

참석 김태일, 주로미 감독

진행 이송희일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영농 님의 글입니다.



지금도 팔레스타인 분쟁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수없이 쏟아지고 있다. 두 집단의 갈등이 마냥 자극적으로, 폭력적으로 혹은 잠깐의 눈물을 목적으로 전시되는 게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을 느꼈다면 영화 <올 리브 올리브>에 주목해볼만 하다. 담담한 시선으로 팔레스타인을 담아낸 이 영화는 일상 같지 않은 일상을, 비상 같지 않은 비상을 복합적으로 전달한다. 자극도 눈물도 선사하지 않는다. 영화가 끝나고 덩그러니 남겨진 무언가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고 싶다면 이들의 남은 이야기를 들어보자. 김태일, 주로미 감독과 진행을 맡은 이송희일 감독이 함께했다.





이송희일 감독(이하 진행): <오월愛>(2010)와 <웰랑 뜨레이>(2012)를 잇는 ‘민중의 세계사’ 세 번째 작품인데 어떤 취지로 작업을 했는지, 이 작품은 그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차지하는지 궁금하다.



김태일 감독(이하 김): 사실 3부작까지 찍을 수 있을 거라고 예상은 못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나 상황,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떤 한 가지 입장에만 치우쳐있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제3세계의 이야기들에 있어서 우리가 알게 모르게 1세계 중심적 사고관을 전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관습에서 벗어나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목표를 품었다. 처음에는 매우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전문가적으로 찍어보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작업을 하는 방식은 원래 의도한 것이 아니다. 작품을 찍다보니 육아를 대신 맡아줄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과연 다 완성할 수나 있을까 우려를 많이 했는데 이렇게 극장에서 상영까지 할 수 있게 되어 좋다.



진행: 국내에도 다큐멘터리로 다룰만한 주제들이 많이 산적해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매우 특이하게 해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광주항쟁을 다룬 <오월愛>에서부터 시작해 캄보디아 내전 이야기를 담은 <웰랑 뜨레이>를 거치면서 과연 과거에 말씀하신 ‘민중의 세계사 10부작’을 완성하겠다는 포부가 정말 진행되고 있구나 생각을 했다. 10부작을 다 채우려면 앞으로 7편의 영화가 남았는데 <웰랑 뜨레이> 이후 5년 만에 새 작품을 내지 않았나. 영화 한 편에 5년의 제작 기간이 걸린다 치면 앞으로 7 곱하기 5...35년이 남았다.(웃음) 감독님 두 분이 제작자(제작사 ‘상구네’)이자 부부이다. <웰랑 뜨레이>에 아드님이 출연하는데 “나 영화 싫어, 이제 아빠 안 따라 다닐 거야.”하며 투정을 하는 장면이 있다. 어떻게 가족 시스템으로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주로미 감독(이하 주): 처음부터 가족 시스템으로 영화를 제작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처음 영화를 제작할 땐 아이들이 많이 어렸는데 지금은 상구가 21살이고 둘째가 중학교 3학년이다. 예전에는 부모가 하자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따라다녔던 부분도 있지만 지금은 그 안에서 각자의 길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다음 작품까지 아이들이 참여하게 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저번 작품에서 상구가 투덜거렸는데 사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랬다. 이 작품 도중에 이스라엘에 잠깐 머물러야 했는데 가자마자 다들 스트레스에 시달려 서로 투덕거렸다. 가족끼리 작업을 하는 건 너무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촬영 현장에 들어가면 비교적 긴장감을 덜 수 있다. 아이들이 힘들어하긴 했지만 얼마 전에 얘기하기로는 다시 한 번 가고 싶다더라. 그 과정들이 아이들에게도, 우리 부부에게도 성장의 계기가 되는 것 같다. 다음 작품을 완성하는 데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진행: 이 작품은 팔레스타인의 이야기를 다뤘다. 어떻게 담겠다고 마음을 먹었는지, 제작 과정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주: 민중의 세계사를 기획할 때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바로 팔레스타인에 관한 것이었다. 첫 작품이 아니더라도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아직까지도 분쟁 지역으로 식민 지배를 받고 있는 유일한 국가가 팔레스타인이고, 건국된 지 70년이 된 이스라엘의 역사만큼 지배를 받고 있는 팔레스타인이 결코 우리와 멀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나면 앞으로 다른 이야기를 더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도 있었다. 그래서 지금 큰 난제를 해결한 기분이다. 분쟁 지역에 들어가기가 사실 쉽지는 않은데 우리가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니 단순 관광객으로 보여서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 한편 작품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영어를 잘 못해서 어떤 물음이든 잘 모른다는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게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했던 것 같다. 



김: 상당히 많은 가족들을 만났다. 분쟁 지역이다 보니 외국인을 비롯한 외부인들에게 마음을 쉽게 열지 않았다. 1차 촬영을 3개월 한 다음 1년 뒤에 2차 촬영을 갔다. 그때 그들은 ‘돌아온다는 말은 했지만 이렇게 진짜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그때부터 마음의 문을 아주 활짝 열어주었던 것 같다. 첫 촬영 때에는 아주 딱딱한 얘기들만 나눴었다면, 두 번째 촬영에서는 굳이 많은 질문을 던지지 않아도 아주 사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들까지 소상히 이야기해주었다. 헤어질 때에는 가지 말고 더 머물라고 몇 번씩이고 권유를 하며 서운해 해서 너무 고마웠다. 마치 가족들을 남겨두고 온 기분이다. 요즘도 가끔 페이스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그러나 아는 단어가 많지 않아서 짧게 건강 안부를 묻는 식이다.(웃음)





진행: 다르덴 형제가 원래 다큐멘터리를 찍다가 극영화로 진출하지 않았나. 이번 영화를 보면서 어떤 이동, 길 위에서 걸어가는 이미지들로부터 다르덴 형제의 느낌을 받았다. 감독님의 작품들 중 매우 새로운 지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떤 의도로 이런 작업물이 나오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주: 처음에는 팔레스타인의 여성들의 관점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싶었다. 흔히 아랍의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억압받고 자유롭지 못하다는 인식이 있지 않나. 그런데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느낀 점은, 그들이 외양적으로는 억압된 듯 보이지만 매우 낙천적이고 즐겁게 살아가고 있고 가정에서도 각자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접근 방식으로 문제의 깊숙한 곳까지 접근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인물의 목소리를 내레이션으로 삽입하는 방식을 취해 내용을 끌어갈 수 있도록 했다. 길 이미지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는데 저희가 원래 걷는 걸 좋아한다. 시내에서는 조금 걸을 수가 있었는데 그 조금을 벗어나면 걸을 수가 없는 곳들이었다. 위험하다보니 차로 이동하는 일이 많았고 또 그 상황에서는 카메라를 꺼내기가 힘든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어쩔 수 없이 카메라를 들고 걸어가면서 찍을 수밖에 없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김: 팔레스타인 곳곳에 난민촌이 있다. 예전에는 천막으로 되어있었는데 그대로 주거공간이 들어서게 되면서 그 사이 사이를 걸어 다니기조차 힘들어졌다. 그래서 그런 골목들을 걸어 다니면서 카메라에 담기만 해도 지금 팔레스타인이 처한 상황을 잘 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덧붙여 팔레스타인의 특수한 문화가 있다. 큰 자식이 결혼을 하면 그 집의 바로 위에 가정을 꾸리고, 다음 자식이 또 가정을 이루면 다시 그 위에 집을 세우는 식의 문화가 있다. 그런 문화적 상황과 사회적 현실을 카메라에 잘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가 쓰는 카메라가 캠코더가 아니라 DSLR이었기 때문에 움직이는 영상을 잘 찍지 못했다. 그랬기 때문에 2차 촬영에서는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이동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더 많이 담고자 노력했다.



진행: 워낙 팔레스타인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많다. 그리고 해외에서 잘 팔리는 다큐멘터리는 어떤 극적인 서사나 장면을 담고 있는 것이라야 한다. 관객들의 말초신경이나 특정한 정서를 자극해야 하는 것이다. 그에 반해 이 영화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도 그들의 일상을 아주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감독님 입장에서는 유혹도 많았을 것이란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담담하고 절제된 시선으로 작업을 한 배경이 궁금하면서도 대단하게 느껴진다.



김: 일상의 모습을 드러내고자 했다. 말씀하신대로 팔레스타인 관련 다큐멘터리들은 자극적이고 폭력을 전시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방송콘텐츠진흥원에서 지원을 받아 멘토링 과정을 거쳤는데 외국에서 온 멘토가 이 작품을 하지 말라 했다. 일 년에 유럽에서 100편 가량의 팔레스타인 관련 다큐멘터리가 제작되는데 이 작품에는 그만큼 특별한 무언가가 없다는 이유였다. 많이 좌절했다. 내가 추구하려는 담담한 형식이 별로 먹히지 않는구나 싶어서. 그러나 개인적으로 팔레스타인이 마치 이웃처럼 느껴지게끔 전달하고 싶었고 기조는 잃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정말 그런 작품이 나왔다. 다음 작품에서도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



진행: 말씀하신대로 이 작품의 담담함이 정말 이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자극적이지 않은 고유한 시선이 인상 깊은 영화다. 




 

관객: 지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지 않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해외왕래가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그 과정이나 절차가 궁금하다.


 

주: 우리가 간 곳은 서안지구다. 가자지구는 아예 봉쇄되어서 접근이 불가능하다. 서안지구도 왕래가 자유롭지 못하고 통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분리장벽이 세워진 상태고 서서히 이스라엘 관할로 편입해가고 있는 상황이라 출입이 매우 어려웠다. 이스라엘에서 수감 이력이 있으면 예루살렘 방문도 금지가 되어있다. 한편 그런 와중에도 부유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왕래가 가능하다는 점이 아이러니 했다.


 

관객: 현장에 가기 전 팔레스타인에 품고 있던 생각과 다녀온 후 바뀐 생각이 있을까.


 

주: 팔레스타인에 가기 전 조사를 하면서 자료를 보니 대부분이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것들이라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분명 이 사람들도 일상이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 것들은 조명되지 못할까. 가서 보니 처음엔 정말 여기가 팔레스타인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평화로워 보였다. 그런데 조금 시간이 지나니 느껴지는 답답함이 있더라. 앞서 말씀드린 대로 팔레스타인이라고 해서 먼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갖고 있는 감정선은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업을 하면서 그곳의 사람들과 가족과 같은 유대를 맺고 감정을 공유했던 기억이 깊게 남는다.


 

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로운 공존은 불가능한 것일까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두 집단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정말 그럴 것이다. 우리의 일상 중 많은 부분이 팔레스타인 문제와 연결이 되어있다. 가령 스타벅스만 해도 그렇다. 우리가 쉽게 이용하는 스타벅스 커피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무섭고 무거운 문제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일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나라가 아닌 나라, 팔레스타인. 이들의 현재는 우리의 과거와 닿아있다고 감독 김태일은 말한다. 거리를 조금만 걸어 다녀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커피전문점이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에겐 몸서리 쳐질 정도의 아픔이 된다면, 우리는 이렇게도 쉽게 소비하고 혹은 외면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인간이 갖고 있는 감정선은 똑같은 듯하다는 주로미 감독의 말처럼 분명 우리는 그들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존재이다. 또한 비슷한 역사를 공유하고 있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그 잔해에서 몸부림치고 있다면 더 더욱 그렇지 않을까. 나가 아닌 나에게 세심한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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