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배우

 〈아워 바디〉 최희서 배우 인터뷰 






*관객기자단 [인디즈] 정성혜 님의 글입니다.

(인터뷰 사진 제공 : 영화사 진진)




작년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해 많은 영화제에서 소개되었던 아워 바디926일 정식 개봉을 했다. 개봉을 맞이하여 아워 바디의 주인공 자영역의 최희서 배우를 만나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신이 맡은 역할이 이끌어가는 영화인만큼, 자영에 대해 이야기하는 최희서 배우는 막힘 없는 대답을 이어나갔다. 그만큼 철저히 준비하여 영화에 임하는 배우의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 한편 아워 바디외적인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누며 다양한 길을 모색하는 최희서 배우의 삶을 향한 애정 또한 엿본 듯했다. 올해로 연기자 데뷔 10, 그리고 원톱 주연작 개봉, 여기에 개인적 삶에서의 변화까지, 지금까지 그가 걸어온 길과 바로 지금 그가 위치한 길 그리고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해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사진 제공=영화사 진진


 

아워 바디의 개봉을 축하드립니다. 영화제 이후 개봉을 통해 새로운 관객분들과 만나게 되셨는데, 소감이 궁금합니다.

 

드디어 개봉하는구나 싶어요. 촬영은 2년 전 가을에 했고, 처음으로 영화제에 초청받아 토론토국제영화제에 간 건 작년 9월이었어요.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개봉을 하니까 피날레 같은 느낌이 들어요.

 

 

박열(2017)에서의 캐릭터가 인상적이었고 본인에게도 의미가 컸던 만큼 이후의 활동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박열직후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꽤나 중요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바로 아워 바디를 택했던 그 시기의 고민이나 감정이 궁금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아워 바디박열이후에 바로 들어간 작품이었는데, 사실은 그 때 박열의 후미코 만큼 매력적인 여성캐릭터를 만나긴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워 바디의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자영은 전혀 다른 매력의 캐릭터였어요. 박열의 후미코가 생각을 즉각적으로 표현하는 불타오르는 청춘이라면 자영은 이미 한 번 청춘이 꺾인 느낌, 무언가 불타오르지도 않고 감정적으로 반응하지도 않는 무감각한 상태잖아요. 그런 면에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막 시작하는 입장이고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할 수 있는지, 앞으로 어떤 기회가 주어질 지 전혀 몰랐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것을 해야겠다는 계획은 없었어요. 그래서 박열개봉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들어온 좋은 작품에 굉장히 감사했고, 바로 한다고 했어요. 시나리오 읽고 이틀 만에 결정했습니다.

 

 

다른 인터뷰에서 아워 바디를 선택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 작품이 가장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고, 또 자영을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았다고 답하신 게 기억에 남아요. 아워 바디〉, 그리고 자영이라는 인물의 어떤 면에서 강하게 이끌리셨지 구체적인 이유가 궁금합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이전에 했던 후미코라는 캐릭터와 정반대라는 점에서 끌리기도 했고요. 자영이가 무감각한 상태였다가 알에서 깨어 나오듯이 자신의 감정을 처음으로 느끼는 장면이 뛰다가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이거든요. 그 장면을 읽으면서 이 캐릭터는 저에게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후미코는 큰 목소리를 내고 행동으로 옮기는 캐릭터였다면 이번에는 전혀 다른, 현대의 30대 여성 캐릭터를 해볼 수 있겠다 싶었고요. 자영 같은 경우는 몸의 변화만큼이나 마음도 변화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변해가는 모습을 조금 더 섬세하게 그려내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 자신감이 없는 자영의 자세라든지, 입는 옷이라든지, 눈을 깜빡거리는 모습이라든지. 신체적으로 어떤 습관이 있을지에 대해서 먼저 고민했어요.

 

 

영화 아워 바디〉 스틸컷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자영의 가족, 엄마와 동생 화영과의 관계가 그려집니다. 자영이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변하면서 가족을 대할 때의 태도도 변화했을 것 같아요.

 

그렇죠. 초반에는 엄마가 해준 밥을 먹다가 나중에는 엄마에게 밥을 사주기도 하고요. 그런데 동생과는 조금 더 한결같아 보여요. 운동을 하면서 조금 더 밝아진 언니가 됐지만 화영과 함께 있을 때의 자영은 언제나 언니의 몫을 하려고 했다고 생각해요. 화영에게는 친절하고 엄마 같은 언니인데, 그게 자영이의 본모습이라고 생각하고요. 사실 자영은 친근한 사람이고, 누군가를 보살필 수도 있고, 편하게 이야기하며 놀 수도 있는 사람인데 자영이가 그런 관계를 가진지 너무 오래된 상태에서 영화가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자영과 화영의 관계는 똑같아요. 한편으로는 화영이라는 인물이 자영이가 돌아가고 싶은 어린 시절의 모습일 수도 있고요.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갔던 부분은 아워 바디가 여성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30대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라는 점이었습니다. 배우님께서 온라인 플랫폼인 브런치에 발행한 글을 통해 한국에서 여성 배우로 살아오며 겪었던 고충을 느끼기도 했는데, 개인적 경험과 자영이라는 캐릭터가 어떤 방식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또 표현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연기를 20살 넘어서 시작했는데, 그 전까지는 부모님으로부터 촉망받는 모범생 스타일의 장녀였다는 점에서 자영이와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대학 입시를 준비했던 제 어린 시절의 모습과 고시 공부를 하는 자영의 모습도 비슷하고요. 제가 만약 어렸을 때 공부를 전혀 안 했다면 자영에게 공감을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또 제 주변에는 공무원도 있고 대기업 사원도 있고, 그런가 하면 저처럼 공부하다가 연극 계열로 뛰어든 친구도 있거든요. 인물들이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 같다는 점에서 제 실제 삶이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영화에 그려지는 인턴 생활 같은 부분도 제 주변에서 워낙 많이 겪는 일이고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없었던 자영을 보며 한국 사회의 청년들이 떠올랐어요.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한국 사회에서 특히 어려운 것 같기도 한데요. 자영이 달리기를 시작한 것처럼 삶의 주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실천했던, 무언가를 붙잡았던 경험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꽤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20살 때 무작정 연극반을 찾아갔고 학교 연극 동아리에서 계속 연극을 했거든요. 저 또한 초반에는 부모님이 반대하셨지만, 자영의 어머니가 계속해서 공무원 시험을 보라고 했던 것처럼 강하게 반대하진 않으셨어요. 하고 싶은 일을 처음으로 해본 건 연극반에 입회원서를 썼던 때인 것 같아요. 연극을 해보고 싶으니까 대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가서 신청을 하고 선배들 연극 포스터를 붙이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했죠.

 

 

영화 아워 바디〉 스틸컷



아워 바디의 주된 모티프가 되는 달리는 행위가 배우 입장에서 연기하기에 꽤나 까다로울 것 같았어요. 영화의 트레일러에도 뛰는 모습이 나오는데, 뛰면서 정면을 응시하는 표정이 인상적이었어요. 숨이 찰 정도로 달리면서 동시에 인물의 심리적인 부분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달리기라는 행위가 생각보다 사람의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것 같아요. 달릴 때는 온몸을 쓰기 때문에 다른 데에 신경을 쓸 수가 없거든요. 오히려 앉아서 연기할 때는 경직되는 부분이 있는데 뛰면서 연기를 하니까 오로지 감정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사실 저 역시 처음엔 그런 걱정을 했는데, 하다 보니 달리는 장면에서는 진짜 달리기만 했어요. 상황에 맞게 달리기만 하자고 생각하니 그렇게 힘들지 않았어요. 육체적으로 힘든 건 있었지만,(웃음연기적으로 어려움은 없었어요. 오히려 회사에서 혹은 엄마와의 만남에서 섬세하게 감정을 보여주어야 하는 부분들이 연기적으로 어려웠어요. 달릴 때는 꽤 즐겁게 연기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항상 밤을 새웠든요. 영화를 보면 항상 밤에 뛰잖아요. 잠수교에서 달리는 장면 빼고는 항상 밤에 뛰는데, 진짜로 밤을 새우고 찍은 거였어요. 12시가 넘어야 길에 사람도 없고 촬영하기 좋으니까요. 밤을 새워야 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은 힘들었어요. 연기적으로는 오히려 뛰는 장면이 제일 편했어요.

 

 

이 영화는 제목처럼 몸에 관한 영화이기도 한데요. 한국 영화 중 여성의 변화 과정, 또 여성의 몸을 이런 방식으로 들여다보는 영화는 정말 흔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자영의 심리적 변화를 섬세하게 따라가는데, 이 과정에는 몸의 변화도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요. 자영의 외적인 변화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셨고 표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촬영을 들어가기 한 달 반 전부터 몸을 만들어야 했는데, 그 과정을 겪고 난 다음 연기를 하니까 되게 좋았어요. 만약 제가 처음부터 몸짱이었으면 자영이가 자기의 복근을 볼 때의 신기함 같은 게 없었을 것 같은데,(웃음뚜렷하게 복근을 가져본 적이 없던 사람이다 보니 실제로 그렇게 운동하고 촬영에 들어간 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그리고 복근이 강하게 나오려면 탄수화물을 먹으면 안 되거든요. 그래서 마지막 일주일 동안은 탄수화물의 그램 수를 재가면서 먹었어요. 탄수화물을 30g부터 서서히 0g까지 줄여가며 조절을 했어요. 아워 바디모든 촬영 과정 중 가장 힘들었던 건 식단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복근이 나오는 장면이 영화에선 후반부에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촬영 3일차에 찍었어요. 촬영을 하면서는 복근을 만들 수가 없어요. 하루에 15시간 촬영을 하면 운동할 시간도 없고 식단을 조절하기도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초반 자영의 우중충한 모습은 옷을 껴입고 자세를 구부정하게 만들어서 붓기가 있게끔 연출한 것이지, 처음부터 근육이 있는 몸이긴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촬영 중반에 복근을 준비할 수가 없을 것 같았어요.

 


영화 아워 바디〉 스틸컷



아까도 잠깐 언급했지만 얼마 전 브런치에서 글 연재를 시작하셨어요. 첫 영화 주연작이 개봉을 하는 시점에서 그 글을 읽고 나니 뭔가 결연함까지 느껴졌고, 연기뿐만 아니라 글로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도 느껴졌습니다. 독서도 많이 하시고 문학에도 많은 관심이 있으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연기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과 글로 표현하는 것 두 가지 방식에 대한 생각을 묻고 싶습니다.

 

저는 사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어렸을 때부터 글을 많이 쓰는 아이였고, 누가 하라고 해서 한 게 아니라 책 읽는 걸 되게 좋아해서 그랬어요. 지금도 글을 쓰는 게 무거운 짐으로 느껴지진 않아요. 일주일에 한 번 연재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지만,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은 별로 없는 것 같거든요. 글은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써왔다면, 연기는 계속 해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닿지 않다가 20살에 시작해서 그때부터 모터 달린 것처럼 했어요. 그렇게 해서 올해로 연기 데뷔가 10년째예요. 이렇게 하다 보니 가끔은 시나리오를 쓰고 싶을 때도 있었고 가끔은 일기를 쓰고 싶을 때도 있었어요. 개인 블로그에 글을 올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출판을 염두에 두고 글을 꾸준히 계속 써보라는 이야기를 해주시더라고요. 어떤 방식으로 글을 쓰는 게 좋을지 고민하다가 브런치라는 플랫폼으로 결정을 했어요. 브런치 이전에도 글을 써오긴 했지만, 조금 더 루틴을 갖추어 쓰게 된 거죠. 저는 글 쓸 때 스트레스가 풀리는 스타일인데 그래서 작가는 못될 것 같아요.(웃음작가를 하게 되면 글 쓰는 게 부담이 될 것 같아요. 연기는 할 때 마다 어렵지만 부담을 즐기면서 하게 되는 저의 직업이라면, 글쓰기는 프로가 아니라는 마음으로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요.

 

 

그럼 브런치 글들이 이후에 출판이 되는 것인지요?

 

브런치의 글은 출판되는 책의 일부가 될 것 같아요. 이미 써둔 글들이 좀 있어요. 브런치에 올라가는 글들은 최근에 저에게 일어난 여러 일들, 그리고 주변에서 하는 말들을 정리할 때가 되었다고 느껴져서 쓰기 시작했어요. 이런 글들은 시의 적절하게 브런치를 통해 발행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에세이 연재로 배우님의 이야기를 글로 표현하는 첫발을 내딛으셨는데, 다른 인터뷰에서 직접 시나리오 구상도 많이 하신다고 답하신 것을 봤습니다. 이야기 창작자로서 배우님의 시나리오도 언젠가 만나 뵐 수 있을는지 기대해도 괜찮을까요?

 

시나리오는 저의 두 가지 관심사이자 열정이 합쳐져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영화이자 글이니까요. 시나리오를 쓰게 된다면 더 고민이 많이 될 것 같아서 지금 완고로 나온 시나리오는 없지만 간단히 끄적거린 것들은 있어요. 시나리오를 쓰게 된 가장 큰 모티브는 아무래도 이런 역할이 없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가 없다,는 마음이에요. 이런 걸 한 번 써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거죠. 우리나라에 여성 캐릭터가 그다지 다양하지 않은 건 사실이라고 생각해요. 이 안에서 그 수많은, 재능 많은 여배우들이 다 자기의 파트를 기다리는 건 잔혹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쓸 수 있다면 써보고 싶었고, 또 배우가 마냥 기다리는 직업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 싶어요.

 

 

혹시 구상 중인 이야기를 살짝 들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주인공이 작가지망생인 이야기인데, 근미래가 배경이에요. 안드로이드가 일상화 되어서 누군가를 마주하면 상대방이 사람인지 안드로이드인지 바로 구분하지 못하는 시대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요. SF적인 소재를 일상적인 톤으로 이야기하는 저예산 SF를 생각해봤습니다.

 


사진 제공=영화사 진진



아워 바디이후의 배우님의 선택이 또 궁금해집니다. 남은 2019, 또 내년에는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차기작으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라는 작품에 함께 하게 되었어요. 사건의 시발점이 되는 캐릭터를 맡아 연기를 하게 될 것 같아요. 또 지난 4, 5월에 헐리우드 제작사의 오디션을 봤는데 출연을 긍정적으로 논의 중이에요. 원래는 해외 진출에 큰 뜻이 있진 않았는데, 최근에 기회가 닿아 오디션을 몇 번 보면서 앞으로의 활동은 미국 프로덕션 쪽으로도 고려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한국, 일본, 미국, 3개국에서 살아온 경험이 있으신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럼 한국어, 일본어, 영어로 모두 한 번씩은 영화 작업을 해보시는 거네요.

 

그러네요. 미국에서 작업하게 된다면 완전히 영어만 사용해야 해서 준비기간이 좀 있을 것 같아요.

 

 

독서를 하실 때도 세 가지 언어를 모두 사용하신다고 들었는데요, 다양한 언어로 연기하는 건 어떤 경험인가요?

 

언어라는 게 문화랑 깊게 접목되어 있기 때문에 짧게라도, 적어도 석 달이라도 그 언어의 문화권에 살아보아야 가능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제가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어서 이탈리아어도 독학을 해봤는데 이탈리아에 대해서 문화적으로는 잘 알지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언어를 할 줄 안다고 해도 이탈리아어로 연기를 해야 한다면 너무 어려울 것 같아요. 그 언어가 저에게 피부처럼 달라붙지 않아서 붕 뜬 느낌으로 연기를 하지 않을까요. 영어나 일본어는 어렸을 때 짧게라도 미국과 일본에 살았던 경험이 있으니 가능한 것 같아요. 이런 기회가 있으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최근에는 다국적 캐스팅 기회가 늘어나고 있고 영화 밖으로는 여러 가지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트리밍 플랫폼이 많아지고 있잖아요. 배우와 창작자에겐 새로운, 좋은 시대라고 생각해요.

 

 

에세이 연재도 그렇고, 다양한 길을 직접 찾아가신다는 느낌이 듭니다.

 

주위 사람들이 저를 말릴 때도 있어요.(웃음그렇지만 저는 제가 직접 하지 않으면 성에 안 차는 스타일이에요.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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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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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전  SIDOF 발견과 주목

 

일정 2019년 10월 11일(금) - 12일(토) | 2일간

상영작 <당산> <콘크리트의 불안> <투명한 음악> <랜드 위드아웃 피플> 

<모스크바 닭도리탕> <강릉여인숙> <463 poem of the lost> <야광>

장소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공동주최 인디다큐페스티발,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후원 서울시, 서울영상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올해 인디다큐페스티발은 다큐멘터리 창작자와 관객을 잇는 접점을 고민하며 기존의 정기 상영회인 ‘발견과 주목’을 기획전의 형식으로 준비했다. ‘발견과 주목’이라는 상영회의 취지를 좀 더 충실히 하고자 하며 비평적 관점을 보다 강화해 근래의 다큐멘터리 작업 안에서 도드라지는 몇 가지 주제와 방법론에 주목한다. 세 개의 섹션으로 꾸렸다. 


‘섹션 1. 멀리서 들려오는 이곳의 목소리’는 사운드, 내레이션 등 소리의 영역이 이미지와 맞붙거나 이미지를 새로이 구성하는 몇 가지 경우를 살핀다. 특정 공간을 둘러싼 기억을 가시화하는 사운드, 소리라는 거대한 영역을 세분화해보고 각 요소를 재구성해 청취의 방식을 눈앞에 보여주는 영화다. ‘섹션 2. 일장춘몽’은 낯선 곳을 이방인처럼 떠도는 이들이 전하는 표류의 감각이거나 표류하던 이들이 남기고 간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그곳에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를 주목하는 영화다. 꿈 같은 현실이거나 현실 속 꿈이거나 이 모든 것이기도 하다. ‘섹션 3. 당사자성 너머의 역사, 영화적 재현’이다. 올해 인디다큐페스티발은 영화제 기간에 ‘경험하지 않은, 당사자성 너머의 역사에 관한 영화적 재현’이라는 주제로 기획전과 포럼을 진행했다. 이번 섹션은 그 연장선에 있다. 역사적 사건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당사자가 아닌 일종의 후속 세대인 창작자가 역사적 사건 혹은 과거의 시공간을 어떻게 현재로 불러내고 자기식으로 체험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이번 기획전으로 최근 다큐멘터리 창작자들이 주목하는 주제와 형식적 시도를 일별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나의 첫, 다큐멘터리 글쓰기 워크숍 


워크숍은 상영작 클립을 함께 보고 강의 후 글을 쓰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워크숍 종료 후 강사의 개별 피드백을 통해 원고를 완성합니다.

완성된 원고는 인디다큐페스티발, 인디스페이스 홈페이지를 통해 게재됩니다.


일시 10월 12일(토) 19:30-21:30

장소 서울극장 키홀 (서울극장 1층)

진행 정지혜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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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 기간 9월 25일(수)-10월 6일(일) | 정원 20명

신청 방법 신청 링크 https://forms.gle/Pn2fs9275B83Ptja9 를 통해 제출 마감되었습니다.

참가비 20,000원


*참가 시 기획전 'SIDOF 발견과 주목' 무료 관람

*신청서 제출 후, 인디스페이스 개별 안내를 통해 참가비 납부

*선착순 신청 마감




 상영시간표 


10월 11일(금) 

10월 12일(토)

 

14:00

섹션2 | <랜드 위드아웃 피플> <모스크바 닭도리탕> <강릉여인숙> +인디토크

19:30 

섹션1 | <당산> <콘크리트의 불안> <투명한 음악> +인디토크

16:30

섹션3 | <463 poem of the lost> <야광> +인디토크 


10월 11일(금) 19:30 섹션1

참석: 김건희, 장윤미, 조용기 감독 / 진행: 강상우 감독 (<김군> 연출)


10월 12일(토) 14:00 섹션2

참석: 김무영, 오재형, 이재임 감독 / 진행: 이완민 감독 (<누에치던 방> 연출)


10월 12일(토) 16:30 섹션3

참석: 권아람, 임철민 감독 / 진행: 정지혜 영화평론가




 예매하기 

맥스무비 http://bit.ly/2vULqyh (좌석 선택 가능)

예스24 http://bit.ly/an5zh9

다음 http://bit.ly/2qtAcPS

네이버 http://bit.ly/OVY1Mk





 상영작 


섹션1. 멀리서 들려오는 이곳의 목소리

사운드, 내레이션이 우리에게 환기해오는 것들.


<당산 Dangsan김건희 | 2017 | 37min


19회 대구단편영화제

23회 인디포럼

18회 인디다큐페스티발

43회 서울독립영화제

14회 EBS 국제다큐영화제


단산 위에 당집이 있어 붙여진 이름의 ‘당산(堂山)’에는 530년 된 은행나무가 있다. 지대가 낮아서 1920년대 대홍수로 당산이 잠겼던 때, 사람들은 은행나무에 매달려 살 수 있었다. 20년 동안 살았던 도시 당산을 다시 찾았다. 당산역과 영등포구청역을 중심으로 뻗은 번화가의 화려한 불빛은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 그러나 어디선가 들려오는 굉음들, 무너지는 소리는 당산의 풍경에 균열을 냈다. 당산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콘크리트의 불안 Anxiety of Concrete장윤미 | 2017 | 35min


14회 인천여성영화제

18회 인디다큐페스티발

43회 서울독립영화제

9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9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

18회 대구단편영화제

18회 전주국제영화제


1969년에 세워진 스카이아파트는 오랫동안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돼 있었다. 언제 허물어질지 모를 이 콘크리트 건물을 보고 있는데, 불현듯 어릴 적 이가 흔들거릴 때의 느낌이 떠올랐다.



<투명한 음악 Transparent Music조용기 | 2017 | 20min


1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23회 인디포럼

18회 인디다큐페스티발


라이브 스트리밍이란 소리를 만들어 내는 화자와 청자의 위치가 멀리 혹은 아주 멀리 떨어져 있음을 뜻한다. 공연장 내부의 소리뿐만 아니라 공연장 외부의 소리를 불러들여 하나의 공연 이상의 체험을 위한 시도들. 이 다큐멘터리는 2017년 2월. 서울에서 열린 실험적인 라이브 스트리밍 퍼포먼스의 기록 혹은 재구성이다.




섹션2. 일장춘몽

낯선 곳에서 이방인처럼 떠도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중얼거린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기 안팎을 떠도는 사람들의 영화.


<랜드 위드아웃 피플 Land without people> 김무영 | 2016 | 45min


18회 샌디에이고아시안영화제

22회 인디포럼

17회 인디다큐페스티발

42회 서울독립영화제


미국 엘에이에 살고 있는 수창은 서류미비자이다. 그는 밤에 대리운전을 하며 그의 아내 지은과 두 아들과 함께 엘에이 시내 저소득층 아파트에 살고 있다. 어느 날 수창이 살고 있는 아파트 옆 교회가 그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부수고 교회 주차장을 짓겠다는 퇴거명령서를 그에게 보낸다. 엘에이시 안에 남아 있는 저소득층 아파트가 거의 존재하지 않아 교회가 수창 가족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부순다면 수창의 가족은 엘에이 안에서 살아갈 곳을 찾기 쉽지 않다.



<모스크바 닭도리탕 Moscow Chicken Stew> 오재형 | 2019 | 7min 47sec


19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19회 인디다큐페스티발


나는 꿈속에서 줄을 잡아당기는 사람이다. 어딘가로 초대되었지만 마련된 음식을 먹지 못한다. 위층에서 국물을 튀기며 쏟아지는 사람들을 목격하고, 누군가는 내게 부당한 심부름을 시킨다.



<강릉여인숙 black soil town> 이재임 | 2016  | 30min


17회 인디다큐페스티발

14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3회 사람사는세상영화제

16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7회 부산평화영화제


태백의 무성한 풀은 석탄의 흔적을 뒤덮은 지 오래였지만, 50년이 된 할머니의 여인숙에 모여드는 이들은 마치 검댕 묻힌 옛 광부처럼 얼굴이 없었다. 평화롭다기엔 무언가 빠져나간 듯 퍼석한 도시. 여전히 산 어느 귀퉁이를 파면 진득한 검은 것이 묻어나올 것만 같았다.




섹션3. 당사자성 너머의 역사, 영화적 재현

2019년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진행한 기획전과 포럼의 주제가 ‘경험하지 않은, 당사자성 너머의 역사에 관한 영화적 재현’이었다. 그 연장 선상에서 바라본 두 작품. 역사적 사건의 직접 경험자가 아닌 일종의 후속 세대인 창작자가 각자의 방법론으로 역사적 사건과 공간을 다시 불러낸다.


<463 poem of the lost> 권아람 | 2018 | 20min 4sec


20회 대구단편영화제

7회 디아스포라영화제

19회 인디다큐페스티발

44회 서울독립영화제

18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낯선 풍경이 지나가고, 망각과 기억이 공존하는 장소에 다다른다. 기억을 복원하려는 시도는 불완전하다. 만날 수 없는 누군가를 기억하는 한 사람의 독백.



<야광 Glow job> 임철민 | 2018 | 81min


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19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19회 인디다큐페스티발

44회 서울독립영화제

10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수상


공공의 극장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남성 성소수자들의 ‘크루징스팟(Cruising Spot)’으로 향유되었던 장소들은 6~90년대에 걸쳐 서울의 파고다극장, 극동극장, 성동극장 등을 중심으로 나타났고 전국적으로 확장되었다. 이후 기술의 발달로 인해 한국은 점차 가상화된 네트워크 사회로 변화되었고, 인터넷과 어플리케이션의 등장은 남성 성소수자들에게 다른 성소수자들을 만나는데 있어서 이전보다 더 개인적이고 익명적인 통로를 마련해주었다. 크루징의 주무대는 물리적인 공간에서 가상의 필드로 이동되었으며 한때 크루징스팟이었던 공간들은 이제 더 이상 시대에 유효하지 않는 듯하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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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을 살아가는 수없이 많은 은희들에게  〈벌새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9월 8일(일) 오후 6시상영 후

참석 김보라 감독|배우 박지후, 김새벽, 박서윤, 박수연 

진행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지원 님의 글입니다. 





세계 여러 영화제의 호평을 받은 김보라 감독의 벌새가 우리 곁을 찾아왔습니다. 벌새1994년 성수대교 붕괴 참사를 중심으로, 당시를 살아갔던 여중생 은희의 성장을 담은 영화입니다. 조금은 불안한 얼굴로 시작했지만 왠지 모를 편안함이 녹아든 은희의 표정처럼, 영화는 평범한 14세 소녀가 마주한 거대한 세계를 차근히 그려내고 있습니다. 98일 진행된 벌새의 인디토크에는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와 김보라 감독, 박지후 배우(은희 역), 김새벽 배우(영지 역), 박서윤 배우(지숙 역), 박수연 배우(수희 역)가 함께했습니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이하 이은선): 진행을 맡은 이은선입니다. 인디스페이스가 꽉 찬 모습은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요. 영화에 대한 애정과 기대가 제 몸으로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오늘의 게스트분들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큰 박수로 맞이해주세요.

 

박서윤 배우(이하 박서윤): 안녕하세요. 벌새에서 은희 친구 지숙 역을 맡은 박서윤입니다. 일요일이 되게 조용한 것 같으면서도 소란스러운 날이기 때문에 벌새라는 영화가 잘 어울리는 날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일요일에 영화를 보셔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오늘 많은 걸 얻어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박지후 배우(이하 박지후): 안녕하세요. 은희를 연기한 박지후입니다. 항상 벌새를 보고 나면 제가 오히려 따뜻한 힘을 얻어가는 것 같아요. 오늘 관객분들과 소통하면서 더 많은 이야기, 좋은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김새벽 배우(이하 김새벽): 안녕하세요. 영지를 연기한 김새벽입니다. 제가 인디스페이스에서 인디토크를 몇 번 해봤는데, 이렇게까지 많은 관객분들을 만난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재밌는 이야기 같이 나누면 좋겠습니다.

 

박수연 배우(이하 박수연): 안녕하세요. 저는 은희 언니 수희 역을 맡은 박수연입니다. 저는 영화 개봉 후 처음으로 같이 GV도 다니고 무대인사도 했는데요. 관객분들이 바라봐주시는 눈빛에서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좋은 시간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보라 감독(이하 김보라): 안녕하세요. 저는 벌새연출 김보라입니다. 반갑습니다. 오늘 이렇게 인디스페이스가 꽉 찬 것을 보니 말로 하기 힘든 벅참이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오늘은 배우분들이 많이 오셔서 너무 든든하고, 많은 영화들이 있는데 주말에 시간 내어 벌새를 보러 와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이은선: 이 영화가 왜 이렇게 나에게 큰 울림을 주는지, 어떤 의미인지, 각자 마음속에 영화에 대한 감상평들을 가지고 계실 텐데요. 벌새에 가장 많이 쏟아진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가장 확실하기도 한 말은 이것인 것 같아요.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가장 보편적이고, 구체적인 서사로서 개인과 시대를 이야기하는 영화. 삶에는 나쁜 일들이 끊임없이 계속 일어나지만 그럼에도 신기하고 아름다운 것을 알려주는 영화가 바로 벌새가 아닌가 싶습니다. 감독님이나 배우님들도 벌새를 바라본 각자의 감상을 가지고 계실 텐데, 오늘은 새로운 분들의 감상평도 들으면 좋겠어요. 박서윤, 박수연 배우님께 마이크를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서윤, 수연 배우님은 벌새가 어떻게 마음 안에 남아있나요?

 

박서윤: 지숙이라는 역할이 영화상 크게 영향을 주는 역할은 아니지만, 감독님이 말씀하셨던 대로 영화 속의 모든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사연이 있고 각기 다른 시간들을 보내고 있어요. 벌새는 지숙이라는 인물의 시간 속에 머물러 있으려고 노력을 기울였던 영화였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지숙이가 약간 찌질해보일 수도 있는 캐릭터인데(웃음)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고, 벌새가 많은 분들께 울림을 줄 수 있는 영화가 되면 좋겠습니다.

 

박수연: 저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수희는 은희가 알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언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부분을 제 나름대로 연기를 했는데, 그 과정을 통해서 저 또한 가족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 후 영화를 보니 여러 가지 관계들이나 은희의 감정에 공감하게 되고 소설을 하나 읽은 느낌이에요. 다른 사람들과 가족들을 좀 더 생각할 수 있게 되고 제가 사랑하는 주변 관계들을 한 번 돌이켜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된 영화인 것 같아요.

 

이은선: 사실 세상에 좋은 이야기가 많죠. 그렇지만 우리는 서사앞에 여성이라는 말을 어쩔 수 없이 붙이게 되는 시기에 살고 있기도 합니다. 벌새는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이 세밀하게 다 같이 만들어나가는 여성서사라는 점에서도 사실 배우들에게 반가운 시나리오 작품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김새벽 배우님은 어떠셨는지 여쭤볼게요.

 

김새벽: 처음에 시나리오 받았을 때 너무 좋았어요. 시나리오를 보는 것 자체가 버거울 때가 있었는데, 그 때 벌새시나리오를 봤어요. 그리고 보자마자 해야겠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누군가가 어떤 영화를 만들어볼까?’라는 생각이 아니라 나는 이 이야기를 해야 해.’ 라는 마음으로 만든 시나리오는 정말 귀하고 드물어요. 벌새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그런 느낌이 들었고요. 그리고 그 안에서 그려지는 모든 여성 인물들이 너무 좋았어요. 한 사람 한 사람 분량은 다를 수 있지만, 애정 없이 만든 캐릭터는 없었다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완성된 영화를 봤을 때도 여기에 나오는 인물들은 감독님이 모두 사랑으로 빚어낸 인물들이기 때문에 마냥 좋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은선: 박지후 배우님도 벌새가 참 반가웠을 것 같은 게, 여성 인물에 나이 조건이 붙으면 더 쉽게 스테레오 타입이 돼요. 심지어 이 영화의 은희는 중학생이고. 그러면 여자 중학생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이 그대로 캐릭터에 수용되는 경우가 많죠. 아마도 그런 시나리오를 그동안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벌새를 만났을 때 어땠나요?

 

박지후: 벌새에서 은희는 마냥 누구의 아역이 아니라 주도하는 면이 있잖아요. 끌려다니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먼저 지환이한테 키스하자고 말할 수 있는 당찬 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끌렸던 것 같아요. 다른 캐릭터들도 각자 사연이 있고, 조연이 아니라 모두 다 주목받을 수 있는 캐릭터라서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은선: 두 분이 이야기한 것처럼 벌새에는 한 명 한 명의 애정을 담은 캐릭터들이 등장을 하잖아요. 기본적으로 우리는 은희의 서사에 마음을 이입해서 이 영화를 따라가게 돼요. 그렇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들에게 마음을 주게 된 순간이 있지 않으신가요? 저는 그랬어요. 은희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다가 어떤 순간에는 나는 누굴 때린 적은 없지만 은희의 오빠 같은 사람이었을 수도 있을 것 같고, 어떤 순간에는 지숙이 같은 사람이었을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리고 누군가에게 영지 선생님처럼 된다면 너무 좋을 것 같은데 그건 아직 무리인 것 같고.(웃음) 그래도 그런 사람이었던 적이 어쩌면 한 번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보게 되고요. 이 정도의 애정으로 캐릭터들을 빚었으면 분명히 영화에는 등장하지 못한 다른 캐릭터들이 더 있었을 것 같아요.

 

김보라: 있었어요. 근데 빼기 잘한 캐릭터였어요. 은희를 조금 괴롭히는 그런 캐릭터들이었어요. 아주 초고에만 있었어요. 근데 제 친구가 초고를 보고 보라야, 우리 은희를 지켜주자.’ 이런 식의 말을 했던 것 같아요. 그 말이 좋았고, 동의했고. 또 캐릭터들이 너무 많으니까 대환장 파티인 거예요.(웃음) 그래서 쳐낸 캐릭터들이 있었죠.

 




이은선사실 영화 속에서 가족이 식탁에 앉은 모습만 보여줘도 가족의 서열이 보여요. 이 장면만큼은 저도 기능적이라 부르고 싶은데, 가족의 분위기를 한 컷으로 모두 보여주는 게 식탁에 앉은 장면이거든요. 이 가족이 딱히 애틋하진 않잖아요. 그런데도 같이 밥을 먹는 장면이 몇 번이나 등장하고, 기능적으로 밥 먹는 장면을 사용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식탁 장면을 실제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싶었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김보라: 여러 가지 기능이 좀 있었는데, 우선 가족을 다 모이게 하는 게 필요했어요. 따로따로 이들을 보여주기엔 너무나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다섯 명의 다이나믹을 한꺼번에 보여줄 수 있는 게 식사시간이었어요. 그런 현실적인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두 번째는 그렇게 다 같이 있는 걸 보여줌으로써 각각의 관계망이나 리액션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다고 느꼈어요. 은희를 표현하는 것도 은희의 대사나 행동만이 아니라 은희가 아빠나 엄마에게 어떻게 대우받는지, 그리고 그 자리에서 오빠나 언니가 어떻게 다르게 행동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은희라는 캐릭터를 더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또 이 영화에서는 식사가 단순히 먹는 행위가 아니라 어떤 심리적인 허기와도 관련이 되어있었고, 어떤 면에서는 은희가 원초적으로 무언가를 충족하고 있는 모습으로 많이 쓰이기도 했었어요. 영화가 너무 차갑게 보이지 않기를 바라서 가족의 화목한 장면을 보여줄까 고민했어요. 그 시대 유행했던 부루마블 게임을 같이 한다던가.(웃음) 이건 좀 톤이 안 맞는 것 같으니 놀이공원을 같이 가는 모습도 상상을 해봤는데 현실적으로 아닌 것 같았어요. 그렇지만 밥 먹는 모습은 아무 말 없어도 어떤 허기를 채워주는 것 같아요. 아주 따뜻하게. 이 가족들이 말은 안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공동체성은 있다는 약간의 희망 같은 걸 보여주고 싶기도 했어요.

 

이은선: 김새벽 배우가 연기한 영지 선생님 이야기를 잠깐 해보고 싶어요. 이 캐릭터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영지 선생님은 딱히 친절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결정적인 순간에는 과감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모든 것에서 초월한 이미지들이 있는 것 같아요. 김새벽 배우가 말하는 영지 선생님에 대한 단어는 어떤 것들인가요?

 

김새벽: 제일 많이 생각했던 건 사람을 대하는 태도였어요. 대사에도 나오지만, 함부로 동정하지 않고 은희를 그저 여자 중학생 아이로 보지 않고, 나와 동등한 한 인간으로서 존중하며 대하려는 태도를 잃지 않으려고 했었던 것 같고요. 그리고 저도 몇몇 분들이 영지를 초월적인 존재라고 하시는 것을 보았어요.(웃음) 저는 그게 의아했던 게, 저는 촬영하면서 영지도 은희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것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이 사람이 결국 자기의 경험을 빗대어서 이야기를 하잖아요. 선생님도 자기가 싫어질 때가 있냐고 하면 아주 많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고 힘들 때 손가락을 보는 사람이고. 그런 대사들로 이 인물이 어떤 과정을 거쳤으며 어떤 일들이 있었을지, 어떤 마음이었을지 짐작하면서 연기했어요.

 

이은선: 실제로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컷들이나 영지선생님이 한 말을 실생활에 적용하게 되지 않나요? 손가락을 계속 움직여보게 되는 거나. 마치 심리상담가의 역할을 영화가 해주고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박지후 배우는 영지 선생님과 은희가 나눈 이야기들 중 개인적으로 가장 다가온 이야기는 어떤 것이에요?

 

박지후: ‘세상에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지.’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왜냐하면 벌새를 촬영하고 이렇게 관객분들과 만난다는 거 자체가 저한테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거든요. 그래서 진짜 저한테는 크게 다가왔어요.

 




이은선: 영화 안에서 박지후 배우와 박서윤 배우는 단짝을 연기하잖아요. 되게 어려울 것 같아요. 물론 배우로서 연기할 수 있지만, 실제로 친해지는 과정이 필요해야 생기는 디테일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두 배우는 촬영장에서 만나면 어땠을까 궁금하기도 했는데요. 처음에 만났을 땐 어떠셨나요?

 

박지후: 박서윤 배우가 1살 언니거든요. 그래서 어색했는데 감독님도 그걸 느끼셨는지 저희 둘이 롯데월드도 보내주셨어요.(웃음) 그리고 제가 대구 사람이라서 롯데월드를 별로 못 가봤는데 언니가 구경시켜주고 같이 코인 노래방도 가고 그러면서 친해진 것 같아요.

 

박서윤: 지후 말대로 처음 만났을 때 둘만 대본 리딩을 했었거든요. 어색한 공기를 참기 힘들더라고요. 근데 저랑 지후랑 둘이 하는 대화가 되게 친구처럼 툭툭 던지는 대화가 많잖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사람을 대할 때 거리낌 없이 대하는 편이거든요. 어색한 게 싫어서 무조건 친하게 지내야하고. 그래서 반말 쓰라고 하면서 엄청 노력했어요. 그리고 지후가 원래 심성이 착하고(웃음) 제 말도 잘 들어주고 제가 가끔 장난을 심하게 쳐도 잘 받아줘서 많이 친해진 것 같아요.

 

이은선은희의 캐릭터는 우리가 볼 때 딱 이해가 되잖아요. 사랑을 받고 싶으니까 애쓰는 캐릭터. 근데 언니는 좀 다르죠. 수희는 영지 선생님 같은 사람을 만나지 못한 은희의 미래 버전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수연 배우가 생각한 수희라는 캐릭터는 어떤 캐릭터였어요?

 

박수연: 감독님께서 써준 수희 캐릭터에는 순해보이지만 강하다.’ 이런 문장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생각했던 수희도 순해보이지만 안에는 자기만의 세상이 있는 캐릭터였어요. 은희에게 이야기하진 않지만 수희의 세상 또한 엄청나게 무궁무진할 것이며, 수희는 집을 떠나고 싶어 하는 외로운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은희랑 같이 밤에 있는 장면들이 많이 있었는데, 수희는 은희에게 유대감을 느껴서 은희와 조금씩 소통을 하면서 집에서 버티고 있는 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은선: 은희가 내가 자살한 다음에 죄책감에 시달리는 가족들을 보고 싶어.’라고 하니까 지숙이 다들 우리한테 미안해하긴 할까?’ 이런 이야기를 하잖아요. 그 대사가 살리기 되게 어려운 대사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 대사는 어땠어요? 입에 좀 붙는 대사였나요?

 

박서윤: 그래서 그 대사를 후시녹음으로 땄어요.(웃음) 감독님께서 많은 버전을 듣고 싶어 하셨어요. 되게 침울하게 하는 거랑,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두 가지 버전을 했는데 감독님은 후자를 좀 더 마음에 들어 하시더라고요. 지숙이가 마냥 행복한 삶을 살았던 아이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이런 이야기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고, 죽는다는 얘기도 아무렇지 않게 여러 번 해봤던 아이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이은선: 이 두 소녀는 일상적인 폭력에 노출되는 캐릭터들이잖아요. 우리가 폭력에 아무렇지 않게 익숙해져있다는 생각을 일깨워주는 어떤 장면들이 있는데, 저는 병원 장면이 너무 긴장되는 거예요. 병원에서 은희가 또 무슨 일을 당할까봐, 말하자면 혹에 관련된 무언가일수도 있고, 웃돈을 요구받을 수도 있고. 가장 최악의 경우 성추행을 당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그 장면이 수술에 대한 거부감이나 불안함으로 느껴지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다른 식의 긴장이 있었을 것 같아요. 약간의 긴장을 실제로 유도하신 부분이 있나요, 감독님?


김보라: 시나리오를 많은 분들께 모니터링 받았을 때 좀 밋밋하다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그래서 서스펜스를 줄 수 있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서 병원 신이 많이 들어갔어요. 제가 의도했던 긴장은 이 아이에게 뭔가 일이 닥칠 것 같다는 긴장, 그래서 걱정하게 되는 부분이었는데 나중에 다른 분들이 성추행 당하지 않을까?’ 이런 우려를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사실 되게 많이 놀랐고, 그만큼 우리 사회가 불안전하다는 느낌을 공기처럼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은선: 은희가 폭력적인 상황에 많이 노출이 되어 있지만, 그 폭력적인 상황 자체를 주목하기보단 그럼에도 어떻게 나아가는지를 말하는 영화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 지점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감독님께서는 어떠세요?

 

김보라: , 말씀해 주신 것이 정확히 제 의도였어요. 해외에서 상영을 했을 때 영화 속 폭력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았어요. 대부분은 어떤 한 인간이 자유로워지는 여정에 대해서 질문을 하시지만,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좀 디테일하게 물어보실 때엔 이렇게 대답을 했어요. 사실 폭력이라는 건 어느 나라에든 있잖아요. 유럽, 그러니까 우리가 소위 말하는 선진국이라는 나라에도 얼굴을 달리한 폭력들이 있는데요. 저는 한국사회의 폭력을 다루자는 것이 주제가 아니었어요. 그 속에서, 그런 폭력들 사이에서 우리가 살았으니 그걸 투명하게 바라보자는 것, 그리고 폭력 안에서 한 인간이 다른 인간들과 생명력 있게 함께 소통하고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말하고 싶었어요. 영지선생님과 은희의 관계가 화해나 희망의 무언가를 주면서, 우리가 억압이나 폭력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인간으로서 성장하고, 서로 사랑하고 교류하고 또 무언가를 배워나가고 삶의 무늬를 만들어나가는지. 그런 것들을 말해보고 싶었어요.

 




이은선: 벌새의 어느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무너지는 다리를 보여줄지 고민이 되셨을 것 같아요. 지금과 같은 결과가 있기까지 어떤 고민들이 있었나요?

 

김보라: 원래 무너진 다리를 오프닝에 살짝 보여줄까 하는 의견도 있었는데 저는 지금의 위치가 가장 맞는 위치라고 초고 때부터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은희라는 친구가 삶에서 계속해서 균열을 만나고 그 균열들이 일상에서 공기처럼 퍼져가는데, 그것들이 점점 쌓이다가 폭발하듯이 성수대교 사건을 만나는 구조로 가고 싶었어요. 단순히 은희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그 주변 가족이라던가, 학교라던가 여러 가지 관계나 기억들이 점점 쌓이다가 다 같이 붕괴하는 느낌을 주고자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위치가 가장 알맞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은선: 그 장면이 되게 인상적이잖아요. 성수대교를 바라보는 뒷모습들이 되게 담담한 모습이죠. 각자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기도 하고요. 연기한 박지후, 박수연 배우에게 여쭤보고 싶어요. 어떤 생각을 하고 끊어진 다리를 바라보았나요?

 

박지후: 일단 저는 언니가 그 사고를 당했으면 하는 어쩌지라는 아찔한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성수대교를 보면서 그 만약을 상상하면서 봤을 것 같고, 언니 친구들을 떠올리면서 기도하면서 봤을 것 같아요

 

박수연: 벌새의 시나리오집을 보시면 알 수 있는데, 제가 성수대교 무너진 날을 독백으로 설명하는 부분이 있어요. ‘학교에 갔더니 다들 나한테 다행이라고 한다. 나는 내 친구들을 잃었다. 그런데 이 상황이 어떻게 다행이지?’, 그리고 아빠가 아침에 혼냈기 때문에 지각을 했다. 근데 아빠가 나를 살렸다고 한다. 아빠가 나를 혼냈던 그 순간은 죽고 싶은 순간이었는데 그런 사람 때문에 내가 살았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예요. 성수대교를 보면서 내가 죽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내 친구들이 죽었는데 모두가 다행이라고 하는 이상한 기분들을 생각하면서 다리를 바라봤던 것 같아요.


이은선: 저는 이 영화에서 가장 기묘한 장면을 꼽아보라면 사고 이후의 식사장면을 꼽을 것 같아요, 식탁에서 아버지가 다행이다, 먹자.’ 이런 대사를 하고 오빠가 갑자기 울고 수희가 되게 멍한 표정으로 있어요. 은희는 어찌해야 될지 모르는 것 같고. 이 장면의 분위기가 되게 기묘해요 그래서 보고나면 식탁의 잔상이 머리에 남아있는데 이 장면을 찍을 때 현장의 분위기도 궁금하고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궁금합니다.

 

박지후: 실제로도 촬영할 때는 되게 엄숙한 분위기였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 상황을 생각하고 몰입하니 다들 장난을 치거나 그런 분위기는 못 만들었던 것 같고. 또 수희 언니가 자기 친구들을 잃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 다른 가족들도, 배우분들도 다 조용히 촬영을 했던 것 같아요.

 

박수연: 그 순간만큼은 수희가 가족들 눈치를 안보는 식사자리였다는 생각이 지금 딱 들었어요. 그 전까지는 수희가 밥을 먹으면서 아버지나 어머지나 다른 가족들을 생각했다면, 그 식사 신 같은 경우는 저의 힘듦이 커서, 수희만 생각하고 앉아있었던 신이었어요.

 

이은선: 리코더 시험(2011)이라는 단편에서부터 은희의 캐릭터가 여기까지 왔어요. 이제는 좀 온전한 마무리라고 느끼세요?

 

김보라: 온전한 마무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벌새를 끝으로 은희 얘기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은희 얘기를 또 해달라는 요청들이 많이 와서 좀 고민하고 있긴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은희 얘기를 여기까지 할 수 있어서 되게 기쁘다는 마음이 있어요. 리코더 시험도 물론 희망이 있긴 하지만 은희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그런 느낌이었는데, 벌새엔딩에서 저는 왠지 은희가 잘 살아갈 것 같거든요. 은희의 표정에서 그런 것이 느껴져요. 그래서 훨씬 희망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관객: 수희는 은희보다 먼저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친구잖아요. 수희가 은희를 바라보았을 때 다른 가족들보다도 슬프거나 안타까운 감정들이 있었을 것 같아요. 근데 수희의 남자친구는 혹을 수술한 은희의 상처를 보는데 수희는 바라보지 못하잖아요. 그때의 심정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영지 선생님이 떠나고 나서 새로운 선생님이 왔는데 혹시 그 배역을 감독님께서 하신건지 궁금합니다.

 

김보라: 먼저 말씀드리자면 제가 맞습니다. 제가 벌새준비하다가 너무 괴로워서 점집을 찾아갔어요. 그랬더니 제 얼굴, 아니면 목소리라도 직접 출연을 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얼굴은 싫으니 목소리로 짧게 출연을 했어요.(웃음)

 

박수연: 영화에서는 안 보이는데, 수희는 팔 쪽에 큰 화상 흉터가 있어요. 촬영마다 분장도 매번 했었어요. 일찍이 상처 때문에 놀림 받은 과거가 있는 친구였는데, 그러다보니까 수희의 남자친구는 은희의 상처를 보면서 아프겠다, 괜찮아?” 같은 말을 하지만 수희는 그걸 물어보는 것조차도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아무렇지 않은 척 가만히 있어주었다고 생각했어요.

 

 

관객: 왜 영화의 시대 설정을 1994년으로 했는지 궁금합니다.

 

김보라: 94년으로 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요. 제가 실제로 중학교를 다녔던 시대로 복귀를 해서 영화화해보고 싶었어요. 그 때가 선진국이 되고자하는 열망 속에서 다가올 미래를 알지 못한 채 달려가던 시기잖아요. 알 수 없는 불안과 희망 속에서 경주마처럼 달리던 시기였는데 지금 현재에서 그 과거를 좀 돌아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 중에서 성수대교 붕괴라는 것이 은희와 은희를 둘러싼 모든 세계의 균열과 붕괴와 연결이 되어서 어떻게 개인의 삶과 정치적인, 사회적인 공기가 서로 살아 숨 쉬면서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지, 그런 모습을 영화에서 그려내고 싶어서 94년으로 설정했습니다.

 

 

관객: 영화를 보면서 각 인물들의 외로움과 소외감, 이런 감정들을 크게 느꼈습니다. 인물이 머물다가 가는 장면들을 비춰주는 것들도 그렇고요.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봤던 장면이, 은희가 혼자서 춤추며 짜증을 내는 부분이 있잖아요. 근데 그 장면에 의자 4개가 같이 나오는데 저는 그걸 보면서 가족에게 나 좀 봐달라고 소리치는 은희의 모습 같다고 느꼈거든요. 그 장면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박지후: 그 장면이 지문엔 오징어 춤이라고 나와 있었어요. 당시에 은희는 지숙이한테 너는 네 생각만 한다.’는 소리도 들었고, 유리랑도 멀어졌고, 지환이와도 헤어졌잖아요. 그런 복합적인 감정들을 털어낸다는 마음으로 춤추는 장면을 연기했거든요. 그래서 실제로 소외감, 쓸쓸함, 외로움도 들어가 있을 것 같고 약간의 분노도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복합적인 감정이었어요.

 

김보라: 제가 스토리보드를 짰을 때는 와이드샷으로 은희가 혼자 추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는데 촬영감독님이 식탁을 걸고 찍자고 하더라고요. 식탁이 나오게 찍어보니까 또 느낌이 괜찮더라고요. 그래서 디테일이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식탁 다리만 찍은 것뿐인데도 묘한 스토리가 생기더라고요. 레이어가 더 생겨서 되게 좋았던 부분이었어요.

 

이은선: 벌새는 시나리오, 연기, 연출, 미술 등 모든 면에서 훌륭한 영화이지만 특히 촬영의 공을 중요하게 언급하고 싶은 영화이기도 하죠.

 

 



관객: 감독님이 실제로 영지 캐릭터를 쓰실 때 영감을 받았던 주변 지인이 있었나요? 어떻게 해서 이런 캐릭터를 쓰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보라: 제가 은희처럼 중학교 때 한문학원을 다녔었는데. 그 학원에 영지처럼 멋있는 선생님이 계셨어요. 머리도 짧고, 안경 쓰시고, 남방 같은 옷을 입고 다니시는데 진짜 좀 멋있으셨어요. 사회적으로 흔히 강요되는 여성성을 수행하지 않는 분이셨어요. 과도한 친절이나 살가움도 없었는데, 학생들을 인간으로서 대하셨어요. 실제로 우롱차를 종종 끓여주셨는데 저는 그게 되게 좋았어요. 그래서 저한테 우롱차는 소울 푸드처럼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는 차가 됐거든요. 그런 짧은 만남이 저한테 되게 큰 영향을 줬던 것 같아요. 그 선생님 이후에도 제 삶에서 만났던 상징적인 영지 선생님들이 항상 있었어요. 그런 사람들의 어떤 면면들을 다 영지라는 멋진 캐릭터에 녹이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관객: 마지막 장면에서 수학여행 가는 은희를 찍잖아요. 그 부분이 저는 되게 인상 깊었는데요. 은희에게 많은 일들이 있었고 대부분이 나쁜 일들이었지만 배경음악과 화면이 되게 희망적으로 느껴졌거든요. 그리고 은희 같은 경우는 학교에 친구들이 없잖아요. 그래서 자기 빼고 잘 지내는 친구들을 보면서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데 그 친구들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고, 동시에 김새벽 배우님의 나레이션이 나오는데 은희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긍정적으로 변화한 건가 싶었어요. 그 부분에 대한 감독님의 의도를 여쭙고 싶습니다.

 

김보라: 은희가 사랑을 통해서, 영지 선생님과의 관계를 통해서 조금씩 성장하고 엔딩에서는 비로소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고 관찰하는 모습으로 끝내고 싶었어요. 마치 세상 구경을 처음 하는 것처럼, 마치 사람들을 드디어 바라보게 된 것처럼요. 엄마가 은희를 한 번도 제대로 바라보지 않다가 감자전을 먹을 때 갑자기 응시하는 것처럼, 비로소 은희도 자기 안에 함몰되어 있다가 외부로 나가면서 아이가 조금 더 자란 모습을 보고 싶었어요.

 

 

관객첫 번째 신에서 은희가 다른 집 문을 막 두드리잖아요. 왜 그런 장면으로 시작했을지 궁금증이 들었어요. 은희가 공원에서 계단 위의 엄마를 보고 계속 부르는 장면하고 오버랩되는 느낌이 있는데 어떤 연관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김보라: 맞아요. 영화의 첫 장면은 엄마를 부르는 장면하고 연결이 되어 있어요. 엄마와 관련해서 되게 중요했던 신이 오프닝에 문을 두드리면서 엄마를 부르는 장면, 공원에서 아무리 불러도 엄마가 듣지 못하는 장면, 그리고 엄마가 감자전을 해주는 장면 이렇게 3개가 하나의 축처럼 함께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은선: 좋은 질문과 답변 감사합니다. 영화를 보신 것까지 포함해서 거의 4시간 동안 벌새와 함께하고 계신 셈이에요. 일요일의 귀중한 시간을 벌새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고, 저도 수많은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지만 오늘은 정말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오신 관객분들께 끝인사 한 말씀씩 하면서 자리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박서윤: 시간이 많이 늦었네요. 집에 가서 수행평가 준비해야 되는데.(웃음) 내일 1교시부터 마지막 시간까지 수행평가라서 밤새서 준비를 해야 될 것 같아요. 그래도 이렇게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해서 수행평가에 대한 걱정을 잠시 덜어낸 것 같아요!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고 다음에도 만나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박지후: 저도 내일 오후 2시에 대구교육청 교육감님 만나야 되는데.(웃음)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관객분들과 대화를 하면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정말 좋은 느낌을 받고 가는 것 같아요. 제가 항상 마무리 인사를 할 때 입소문 내주세요. n차 관람 해주세요.’ 이렇게 부탁드리는데 오늘은 한마디로 하겠습니다. ‘벌새단이 되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새벽: 긴 시간동안 함께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감사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박수연: 수희를 보며 마음 아파해주시고 이해해주셔서 우선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요. 그게 다 공감이 되어서라고 생각해요. 은희에게도, 영지에게도 지숙에게도, 엄마에게도 공감해주시고, 그러다보니 은희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이라고 모두 느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마음을 저희에게 주신 것만큼 리뷰로 남겨주시면 저희도 감사히 그 마음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보라: 오늘 엄마 역의 승연 배우님이 레슨이 있어서 참석을 못하셨지만 지숙이랑 수희까지 함께 온 날이라서 이 자리가 저한테 되게 뜻 깊어요, 여러분들이 은희와 영지뿐만 아니라 엄마, 지숙이, 수희, 그리고 유리까지 이 영화의 모든 여성 캐릭터들을 사랑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모두 제가 사랑으로 썼고, 또 배우분들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잘해주셨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함께 관객과의 대화를 하니 너무 흐뭇하고 기분이 좋고요. 이렇게 매력적인 여자들하고 작업을 할 수 있어서 굉장히 감사했습니다. 또 늦게까지 경청해주신 모든 관객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은선: 늦은 시간까지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좋은 밤 되시길 바랍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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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의 방식으로 최악을 막아내는 사람들  〈동물, 원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9월 6일(금)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왕민철 감독|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진행 김일권 시네마달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현준 님의 글입니다. 




동물원에 비하면..교도소는 황제수감이었다는 오마이뉴스 기사 제목은 동물원이라는 공간의 환상을 산산조각내기에 충분했다. 1980년대 말부터 우후죽순 늘어나기 시작한 동물원은 교육의 일환으로서 동물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는 인식을 그간 심어줬다. 허나, 여러 매체들을 통해 드러난 동물원의 실태는 우리의 머릿속에 각인된 동물원을 향한 낭만이 철저히 조작된 것임을 입증해줬다. 좁은 우리 안에 몇 년 간 갇힌 채 야생성을 거세 당한 동물들이 생면 부지의 생명체들로부터 목격 당하는 처지는 멀쩡한 동물도 병이 들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렇다면, 파헤칠수록 최악만이 난무하는 그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영화 〈동물, 원〉은 말한다, 그들은 차선의 방식으로 최악을 막아내는데 불철주야 노력한다고. 영화 〈동물, 원〉은 동물원이라는 공간이 내포한 비합리적인 실정을 어떤 식으로든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데 주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왕민철 감독은 그들의 이야기를 기점으로, 그 동안 감옥으로서의 역할 밖에 수행하지 못했던 동물원의 긍정적인 변화를 촉구할 수 있는 논의들이 지속해서 나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렇게 감독이 지향하는 깊고 넓은 이야기들이 9 6일의 인디토크를 통해서 활발하게 오고 갔다.  

 





김일권 시네마달 대표(이하 김일권): 안녕하세요. 오늘 인디토크의 진행을 맡게 된 김일권이라고 합니다. 이 영화를 만드신 왕민철 감독님과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님, 이렇게 두 분을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큰 박수로 환영해주세요.

 

조희경 동물자유연대대표(이하 조희경): 안녕하세요. 동물자유연대 대표 조희경입니다

 

왕민철 감독(이하 왕민철): 안녕하세요. 감독 왕민철입니다.

 

김일권: 조희경 대표님께서는 이제 막 영화를 보고 나오셔서 숨 돌릴 시간도 없으셨을 텐데요, 아주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먼저 감독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게 되셨는지, 그리고 왜 청주 동물원이었는지 이야기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왕민철: 처음에는 동물원을 찍자는 생각에서 촬영을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청주시립미술관에서 공연을 연출한 인연으로 청주를 주제로 한 단편영화를 만들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때 청주동물원이 장소를 옮긴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곳에 대한 기록을 남겨보자는 생각이 들어 30분짜리 단편영화로 먼저 찍고, 이후 담아낼 이야기들이 더 많다고 느끼게 되어서 장편영화로 촬영하게 됐습니다.

 

김일권: 조희경 대표님께도 영화를 보신 소감을 한번 듣고 싶습니다.

 

조희경: 제가 감독님의 의중을 전부 다 알 수는 없었지만, 관객이자 동물운동가로서 영화를 보는 내내 뭔가 답답함이 느껴졌습니다. 갇혀있는 동물들만큼이나 거기서 일하시는 분들의 상황 또한 열악하다는 점이 크게 아쉬웠습니다. 하나의 생존의지를 갖고 있는 생명이니 만큼 거기에 부합하는 권리를 바탕으로 복지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와 관련해서 전부 다 열악하다는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김일권: 동물을 위한 동물원이 아닌, 사람을 위한 동물원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한국 동물원의 실태 혹은 문제점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신다면?

 

조희경: 기본적으로 동물원이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이라 한들, 동물이 필요로 하는 생태적 환경을 전부 충족시켜주지는 못합니다. 더 큰 문제는, 그 안에서 계속 번식이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동물원이 그런 문제의식을 인식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과 맞바꾸는 모습이 어딘가 이중적이라는 느낌을 받았고, 곧 그게 현실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동물원들이 주도하는 종 보존은 장기적으로나 과학적인 관점에서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동물원의 교육적인 의미 또한 호기심의 일환이지 교육 차원은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서 단계적으로 갈등을 좁혀 나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김일권: 동물원의 문제점을 부각시키거나 동물권을 이야기할 수 있었을 텐데, 감독님께서는 묘한 포지션을 취하신 것 같습니다. 영화를 만들면서 어디에 주안점을 두었나요?

 

왕민철: 동물원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려고 한 것은 아니고, 그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방안을 모색하는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대표님 말씀대로 눈으로 봐도 알 만큼 사육사 분들의 환경이 많이 열악합니다. 그런데 비난이 이분들에게만 향한다는 건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두 이야기의 균형을 맞추는데 노력했습니다. 저 역시 지금 말씀하신 문제들이 영화에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번식 문제 같은 경우, 중성화가 가능한 동물들은 중성화 수술을 모두 받고 있지만 물범 같은 경우는 아직 중성화를 시킬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에 없다고 합니다. 또한 동물과 관련한 여러 연구자료들은 대다수가 외국 자료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기에 실질적으로 국내 사육사분들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습니다. 결국 발정기가 되면 암컷과 수컷을 분리하는 선에서 조치가 그친다고 합니다. 분명한 문제점이 존재하고 윤리적으로 해결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납득하지만, 현실은 목표의 십 분의 일 까지 가기도 힘듭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이 분들에게서 저는 그런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제시해준다면 이분들에게 보다 원동력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김일권: 장기적인 활동이 어렵다면 지금 시민들이 참여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지 대표님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조희경: 현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지방자치단체에서 공용으로 하는 동물원은 무조건 기관에 민원을 넣어야 합니다. 마음 같아선 동물원 가지 말자고 하고 싶은데(웃음), 조금 현실적으로 가자면 일단 생태적 환경 조성이 시급하기에 이와 관련해 민원을 습관적으로 넣는 게 중요합니다. 가까이 있는 어린이대공원만 하더라도 예산이 조경관련 위주로 편성되지, 동물과 관련해서는 제대로 예산이 잡히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러므로 민원을 지속적으로 넣는 게 가장 현실참여적인 행동입니다. 더불어 제대로 된 눈높이에서 동물을 바라보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왕민철: 덧붙이자면, 전문성이 떨어지는 문제는 구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물이 아닌 조경위주의 예산 편성이 된다고 하셨는데, 시청에서 동물원의 동물을 생명체가 아닌 하나의 놀이기구로 인식하는 게 문제입니다. 시청의 공무원들이 순환보직으로 경험이 쌓일 때쯤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공무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집니다. 동물들의 생태환경을 제대로 지켜낼 수 있는 업무체계가 시 측에 확실하게 잡혀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객: 영화 잘 봤습니다. 동물원의 미래에 대한 실마리를 영화에 넣었다고 하셨는데, 그와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감독님과 대표님이 말씀하신 동물원 운영의 구조적 문제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동물원의 방향성이 그간 왜 논의되지 않았는지를 물어보고 싶습니다.

 

왕민철: 먼저 방향과 관련해서 말씀드리자면, 영화를 통해 제가 방향을 제시할 수 있었겠지만 그건 저널리즘의 영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동물원과 관련한 비판적 시선과 대안을 다른 매체를 통해 제시하는 분들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이 아닌 다른 지점에 집중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또한, 동물원에 있는 분들의 노고만 치하하고 앞으로의 대안이 영화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보실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야생에 나가지 못하는 동물들 일부를 동물원에서 최선을 다해 보존하려는 행위가 이들 나름의 대안이라 생각합니다. 야생구조센터도 규모가 크지 않기에 야생으로 돌려보내지 못한 동물들은 전부 안락사를 시켜야 하는 문제가 있는데, 영화에 나온 예처럼 이를 무마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모습이 너무 미화되지 않게 편집하려고 했으나 그럼에도 그렇게 보인다는 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수긍하게 됩니다.

  


관객: 저는 영화 보면서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던 게나레이션과 음악 없이 사육사들의 일상과 인터뷰 만으로 영화가 진행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설명이나 자막 없이 약간 관조하는 방향으로 찍은 이유가 듣고 싶습니다.

 

왕민철: 3년간 동물원을 촬영하다보니 이 이야기를 찍어서 보여주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전부라는 것이었습니다. 나레이션은 굳이 넣어야 할 필요를 못 느꼈고, 오히려 보신 분들이 주체적으로 판단을 하는 방향으로 연출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관객: 동물 또한 다른 문명권에 속한 존재인데이들을 가둬놓고서 자연을 배울 수 있다고 하는 것 자체를 대단히 비관적으로 생각합니다그리고 영화에서 동물이 어떤 능력이 있고 생존능력이 갖췄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비인간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이와 관련해서 동물권을 회복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물어보고 싶습니다.

 

조희경: 먼저동물원의 포육哺育 행위나동물들을 야생에 풀어주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많습니다태어나면서부터 야생을 접하지 않은 동물을 방생하는 게 실제로 대단히 위험하기 때문입니다그래서 저는 동물원의 종 보존 사업이 거의 위선이라 생각합니다동물원의 존립 이유라고 하기엔동물원은 이후 동물들이 자연에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에 인간의 과학적인 호기심의 일환으로 말미암은 행위라 지적하고 싶습니다.

 

김일권: 이와 관련해서 감시하는 외부 단체가 있나요?

 

조희경: 감시하는 단체는 없고 이의를 제기하는 단체는 있습니다아직 한국사회에 동물권이 자리잡지 않은 상황이고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지를 논의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관객: 삼성처럼 대기업들이 큰 규모를 투자를 해서 동물들이 자유롭게 뛰어 놀 수 있는 곳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기업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나요?

 

왕민철: 개인적으로 사설 동물원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경제적 활동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람객들이 먹이를 주었을 때 동물들이 반응을 보이도록 여러 가지 강제 조치를 취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설이라 하면 시설이 좋아 보일지언정 그 의견은 개인적으로 반대합니다.

 

조희경: 외국에서는 생츄어리(Sanctuary)라고, 쉽게 말하자면 사파리 형식으로 동물들을 보호합니다. 좁은 우리에 있던 동물들이 그 곳에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인생 역전한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웃음). 사회적 기여로서 생츄어리 형태로 동물원의 구조 변화를 시키고 동물들이 좀 더 넓은 환경, 생태적 환경을 보장할 수 있는 곳을 마련하는 것에 대기업들의 참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사설 동물원은 100% 적자이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고자 동물들을 스트레스 주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 부분을 제한다면, 사회적 기여로서 환경을 보완하기 위해 기업이 동물원에 투자하는 건 좋다고 생각합니다.

 


관객: 저는 조희경 대표님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현실적으로 동물원을 이용하지 않는 게 그 동물들을 위한 최선인지, 그렇다면 언젠가 동물원이 없어지는지를 물어보고 싶습니다

 

조희경: 참 어려운 일입니다. 인간의 욕구가 모든 환경과 동물을 지배하기 때문에 누구나 다 윤리적인 개념으로 사안을 대하지는 않습니다. 한편으로는 누군가는 이렇게 운동하면서 생명유린을 막으려 하는데 절대 다수는 전혀 이 문제를 인식하지 않는 것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래서 동물원이 없어지는 게 완벽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이의제기를 하니까 제한 번식도 나타나고, 동물원 측에서 서서히 신중을 기하는 중입니다. 이렇게 계속해서 변화의 단계를 만들어 나가는 게 처참하게 갇힌 동물들을 위한 중요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한 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나아질 거라 예측하고, 야생에 적응 못한 개체들을 위한 공간으로서 생츄어리 형식 등으로 동물원의 공간형태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되리라 사료됩니다.

 

 



관객: 동물원의 구조적 문제나 동물권과 관련해서 많은 분들께서 질문하셨는데, 저는 행정적 운영이나 사육사분들과 관련해서 논의하고 싶습니다. 영화에 등장한 청주동물원은 에버랜드와 서울대공원에 비해 비해 열악해 보이는데 어떻게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되었는지를 첫 번째로 물어보고 싶습니다. 두 번째는 박람이의 수술과 관련해서 사육사분들의 의견이 갈렸는데, 사육사분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를 했는지, 그리고 어떤 연유로 인해 수술을 감행했는지 알고 있는 에피소드가 있으면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왕민철: 청주동물원은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선정되어 삵을 비롯한 16종을 보존대상으로 지속적으로 관리, 보고하고 있는데요. 자세한 선정 절차는 저도 알지 못합니다. 저에게는 어쨌거나 그런 노력을 한다는 것으로 비춰졌습니다. 그리고 호랑이 박람이의 수술 관련해서는 제가 보기엔 크게 두 가지 측면이 있었는데요. 자기 자식처럼 이들을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사육사가 있고, 환자 한 명 한 명을 병리학적으로 대하는 의사가 있습니다. 두 가지 의견이 충돌된 것 같습니다. 좁은 공간에 있으니 디스크가 걸린 것인데, 수술이 진행되고 나서야 박람이가 디스크인 걸 알게 되었습니다. 만약 그 전에 안락사를 시켰으면 그걸 알았을까요? 물론 박람이의 입장은 다를 수 있겠지만, 수의학적으로는 필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의견들이 충돌하는 게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그것이 건강한 방식으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일권: 박람이의 죽음과정과 관련해서 대표님께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조희경: 저희는 항상 딜레마가 있습니다.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동물을 어느 선에서 구해줘야 하는가 말이죠. 수차례 생각하다 결국 내린 결론은 삶의 질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렇게 수술하는 것이 과연 최선이었는가 하는 아쉬움도 있으나, 최선을 다하는 의사들의 의지에 대해 어떤 것이 옳다 그르다 말하기는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어쨌건, 박람이의 죽음은 수술 준비과정을 보건대 안락사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서식지 외 보전기관은 사실 특별한 것이 따로 없습니다. 신청만 하면 대부분 허가해줍니다. 특별한 의미는 없습니다.

 

왕민철: 그렇다면 다른 동물원들은 왜 신청을 안 할까요?

 

조희경: 귀찮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주로 수족관에서 신청을 많이 하는데요. 일종의 명분 갖기로서 서식지 외 보전기관 신청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처럼 오용하는 경우가 최근 들어 늘어나 이를 감시하는 시민단체들 있습니다. 그리고 야생동물 구출 구조가 국가 차원에서 잘 마련되어야 하는데, 이를 동물원이나 아쿠아리움에 미루는 경향 또한 있고요.

 


관객: 영화의 마지막에서 스크린을 통해 여러 동물들이 관객이랑 눈을 마주치는데 개인적으로 곰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곰의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이처럼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동물들이 있는데, 어떠한 기준으로 동물을 선정했는지 궁금합니다.

 

왕민철: 동물원 내부에 벌어지는 순환과정을 보여주고 싶었고 이와 관련해서 가장 잘 표현이 된 동물들을 골랐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삶의 순환과정을 담게 된 동물들 위주로 영화를 전개했습니다.


 

 


관객: 저는 20년 동안 동물원을 안 갔는데요. 어릴 때 동물원에서 본 고릴라의 분노의 눈빛을 시간이 지나 깨달은 후에 동물원을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속 사육사분들을 보며 현실과 이상의 간극 속에서 힘겹게 사는 분들도 있는데 나 혼자 힘든 걸 피하려고 했다는 마음이 들어 반성했습니다. 여기 나오는 분들은 동물들의 표정을 객관화해서 봤을 것 같습니다. 근무하면서 동물들을 볼 때 드는 감정과 또 다른 감정일 것 같은데, 이 영화를 보면서 그분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합니다.

 

왕민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육사분들을 향한 무관심이 제일 안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은 영화를 보면서 더 잘해야겠다는 심리적 압박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영화에 등장한 분들께서는 자신의 업무를 객관적인 시선에서 볼 수 있었다며 좋게 말씀하셨고, 그런 모습이 앞으로의 동물원의 행보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사육사 분들이 너무 압박을 받을까 걱정입니다.


 

김일권: 어느덧 시간이 다 된 관계로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자 합니다. 두 분께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 드리겠습니다.

 

조희경: 동물원은 안가는 게, 그리고 그와 관련해 고민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고착된 인식 또한 바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동물원은 상업적이라는 정체성을 깨우치지 않는다면 포장된 이미지로 평생 남기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동물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며 동물들의 생태환경이 나아질 수 있도록 영화와 다른 매체들이 적극적으로 계기를 마련해주길 기원합니다.

 

왕민철: 먼저 영화가 잘 되어야 다음 계획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동물원은 안 가더라도, 〈동물, 원〉은 많이 봐주시길 바랍니다(웃음).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깊은 이야기들이 영화를 통해 오고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일권: 그러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두분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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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평기획  영화를 말하다


✔️ 2019년 9월 29일(일) 오후 2시

유운성이 <너무 많이 본 사나이>를 말하다

"시네필리아, 비디오필리아"


오늘날 '필름시대'라는 식으로 호명되곤 하는 시기의 끝자락을 반동적인 노스탤지어에 기대지 않고 돌이켜보면 어떨까?  1990년대 한국 시네필문화의 형성에서 기록, 저장, 감상 매체로서의 비디오의 중요성은 간과할 수 없다. 손재곤의 <너무 많이 본 사나이> 연작에 기입된 징후들을 중심으로 세기 전환기 직전까지의 한국 시네필 문화에 대해 살펴보고, 더불어 여전히 한국영화사의 공백으로 남아있는, 디지털 영화제작이 본격화되기 이전 아마추어 '비디오-영화'의 흐름과 의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유운성

영화평론가.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문지문화원 사이 기획부장을 지냈다. 현재 영상전문비평지 『오큘로』 공동발행인이자 단국대학교 영상콘텐츠전문대학원 초빙교수로 있다. 저서로는 『유령과 파수꾼들』, 편집한 책으로 『칼 드레이어』, 『로베르토 로셀리니』, 『페드로 코스타』 등이 있다.




 예매하기  관람료: 10,000원

맥스무비 http://bit.ly/2vULqyh (좌석 선택 가능)

예스24 http://bit.ly/an5zh9

다음 http://bit.ly/2qtAcPS

네이버 http://bit.ly/OVY1Mk





<너무 많이 본 사나이 The Man Who Watched Too Much> 손재곤 | 2000 | 52분 | Fiction


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승수는 앞집에 세 들어 사는 여자를 몰래 카메라에 담기 위해 친구에게서 구형 VHS 캠코더를 빌려 와 비디오 가게에서 빌린 영화 테이프에 촬영을 시작한다. 좀 더 가까이서 찍기 위해 바깥 계단으로 나간 승수의 캠코더엔 한 사내가 말다툼 끝에 앞집 여자를 살해하는 모습이 찍히고, 살인자는 그 순간 승수를 발견한다. 살인자는 여자를 살해한 칼을 들고 승수를 추적하기 시작하고, 승수는 도망가는 도중 테이프를 비디오 가게 회수함에 집어넣는다. 승수는 결국 살인자에 잡혀 살해당한다. 살인자는 테이프를 찾기 위해 비디오 가게로 가지만, 경찰에게 의심을 받아 도망간다.



<감독 허치국 Director Huh Chi-gook> 손재곤 | 2001 | 49분 | Fiction


살인범이 형사의 추적을 따돌리며 영화를 촬영하는 도중 체포된다. 교도소 하수구를 통해 바깥으로 탈출한 살인범은 안에서 완성한 시나리오를 들고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려 환호한다.


자료제공처 한국영상자료원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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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 원  한줄 관람평


임종우 | 앞으로 계속 함께 살아가려는 마음을 그리다

김윤정 울타리 뒤편, 동물들의 눈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송유진 | 멀리서, 그러나 가까이에서

김현준 차선의 방식으로 최악을 막아내는 사람들

송은지 지구 위의 모두와 함께 얼마나,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고민하는 장소로서의 동물원이 되기 위해

오윤주 | 동물을 가두고 전시하고 오락거리로 소비할 수 있는 권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동물, 원  리뷰: 멀리서, 그러나 가까이에서






 *관객기자단 [인디즈] 송유진 님의 글입니다. 




왜 '동물'과 '원' 사이에 쉼표가 붙었을까. 영화를 보기 전에는 멋대로 원(遠)의 의미일수도 있겠거니 생각했다. 감독의 의도와 다른 해석이긴 했지만, 기실 나는 동물원을 멀리서 밖에 보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철창 안의 이야기를 들여다보지도 않으면서 부정적인 감정만 가득 안고 뭉뚱그려 생각하지는 않았나. 


동물, 원의 의미는 영제 'Garden, Zoological'에서 알 수 있듯 '동물학의 정원', 혹은 '동물들의 정원' 쯤 되겠다. 영화에는 동물을 위한 이상적인 공간으로서의 동물원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바람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럼에도 왕민철 감독은 '사실 동물원이 없는 게 제일 이상적일 것'이라고 말한다. 김정호 수의사가 이야기한 노아의 방주처럼 동물원은 야생의 동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전까지 생명체들을 보존하는 공간이다. 그 전까지 우리는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 그러나 가장 가까이에서 동물과 살아가야 한다. 





한국에서 우후죽순 동물원이 생기던 1990년대 말, 청주동물원도 문을 열었다. 유행따라 지어진 탓에 환경은 열악할 수 밖에 없었다. 비좁은 공간에서 동물들은 태어나고 죽는다. 새 생명을 낳고 치료를 받기도 한다. 영화는 동물들이 태어나고 죽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겨우 생명을 부지한 유황앵무와 사육사의 도움없이는 뭍으로 올라오지 못하는 물범은 동물에게 지속 가능한 삶을 부여하는 동물원의 역할을 보여준다. 그러나 삵의 정자를 채취해 인공수정을 시도하는 장면은 새로운 생명을 위한 과정으로 보이지 않는다. 동물원에서 나고 자란 표범은 정형 행동을 한다. 호랑이 박람이가 죽은 이유는 좁은 우리 생활로 생긴 욕창 때문이었다. 


동물원의 사람들은 동물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고민한다. '모르겠어요. 동물이 그냥 좋아요.' 라는 사육사의 고백과 '동물들은 스스로를 동정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수의사는 동물원과 동물에 대한 감성적이거나 이성적인 시선을 교차시켜 보여준다. 영화는 미시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되새기고 있는 듯, 생각의 균형을 유지한다. 판단을 위해서는 정확한 파악이 우선해야 한다. 사람들은 자주 섣부르다.





2017년, 청주동물원 사육사와 수의사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표범 방사장이 대대적인 확장 공사를 할 수 있었다. 궁극적으로는 존재하지 않기 위해 존재할 수 밖에 동물원처럼, 동물이 인간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기까지 그들은 동물들의 곁에 있어야 한다. 삶은 때때로 양가적이다. 영화에서 느껴지는 건조함은 이 때문일 것이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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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영일정 

12월 6일(금) 15:40

12월 8일(일) 13:15

12월 11일(수) 16:20

12월 13일(금) 13:40


이후 상영일정은 추후 공개됩니다.



 예매하기 

맥스무비 http://bit.ly/2vULqyh (좌석 선택 가능)

예스24 http://bit.ly/an5zh9

다음 http://bit.ly/2qtAcPS

네이버 http://bit.ly/OVY1Mk





 인디토크 



<메기> 인디토크

● 일시: 2019년 11월 2일(토) 오후 3시

● 참석: 배우 이주영, 전소니

● 진행: 김현민 영화저널리스트


● 일시: 2019년 10월 4일(금) 오후 7시 40분

● 참석: 이옥섭 감독 | 배우 구교환

● 진행: 김세윤 작가




 INFORMATION 


감독          이옥섭

출연          이주영, 문소리, 구교환

제작 2X9HD

배급 ㈜엣나인필름, CGV아트하우스

해외배급 엠라인디스트리뷰션

장르          미스터리 펑키 코미디

러닝타임      89분

제작년도      2018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19년 9월 26일





 SYNOPSIS 


“사람들은 왜 서로를 의심할까요?”


이곳은 마리아 사랑병원. 오늘은 민망한 엑스레이 사진 한 장으로 병원이 발칵 뒤집혔어요! 

세상에! 저를 가장 좋아하는 간호사 윤영 씨가 소문의 주인공으로 의심받고 있습니다. 과연 윤영 씨는 이 의심의 구덩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아,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메기입니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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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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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빛 아래서  한줄 관람평


김윤정 풀타임 뮤지션을 향해 소리 지르는 네가 챔피언!

임종우 지금 독립영화가 줄 수 있는 음악적인 경험

현준 열정의 노예를 자처한 이들이 애써 미소 지은 채 쓴 비망록 

정성혜 '인디'로서 한국에서 살아남기





 〈불빛 아래서  리뷰: '인디'로서 한국에서 살아남기





 *관객기자단 [인디즈] 정성혜 님의 글입니다. 





영화 불빛 아래서2012년 세 밴드 로큰롤 라디오’, ‘더 루스터스’, ‘웨이스티드 쟈니스가 밴드로서의 목표를 꿈꾸며 이제 막 도약하려 하는 순간에서부터 시작한다. 조이예환 감독은 뚜렷한 개성을 가진 세 밴드의 곁에서 그들의 무대와 무대 아래를 기록한다. 영화의 초반부는 마치 활활 타오르기 직전에 불씨가 조금씩 커지는 그 순간을 바라보는 듯하다. 각각의 밴드는 락스타를 꿈꾸며, 무대 위의 자신들을 보며 쓰러지는 소녀팬을 기대하며, 풀타임 뮤지션을 꿈꾸며 달리기 시작한다. 세 밴드가 각자의 방식으로 성취해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은 두근거리기도 했다.





영화의 이야기가 진행되며 놀랐던 건 그들이 제각기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말하자면 각자의 음악만으로 먹고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이뤄낸 성취는 결코 작은 것들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여러 오디션에서 소개되고, 해외에서 주목을 받아서 해외 공연을 하고, 페스티벌 무대에 서고, 그들 나름대로 어떠한 단계를 거쳐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고 믿어도 전혀 문제 되지 않는 시절이었다. 인디씬에서 그래도 쟁쟁한 무대를 거쳐 온 팀이니 음악으로 먹고 살기를 기대하는 것 또한 그렇게 허황된 꿈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 이들의 밴드 인생은, 그리고 영화도 마찬가지로 자꾸만 구간 반복을 하는 듯했다.





대형 기획사 산하 레이블과 계약을 맺고 풀타임 뮤지션을 향한 희망을 품은 웨이스티드 쟈니스는 밴드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같은 오디션에 끝없이 도전한다. 하지만 밴드 활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었고 베이시스트 닐스는 결국 밴드를 떠난다. 세 팀 중 가장 관록의 실력을 보여줬으며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던 로큰롤 라디오가 한 영화제의 개막 방송에서 핸드싱크를 해야 했던 상황은 인디씬을 향한 사회의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던 하이라이트 장면이었다. 방송 환경 탓에 실제 연주가 아닌 핸드싱크를 해야 했고 심지어 줄이 끊어졌는데 음악이 계속된 순간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하기도 했다. 더 루스터스는 세 팀 중 가장 패기가 넘쳤다. 페스티벌의 작은 무대에서 공연하며 언젠가 페스티벌 메인 스테이지에 설 자신들의 미래를 꿈꾸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더 루스터스는 해체를 하고 각자의 길을 간다. 6년 정도의 긴 시간 동안 세 팀이 현실과 맞닥뜨리고 지친 기색을 보이기 시작할 때쯤, 영화는 막바지에 다다르고 어느 가요제 무대에 오른 웨이스티드 쟈니스는 울어줘라는 곡을 연주한다. 각자의 현재와 노래의 가사는 절묘하게 맞물리는데,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절규하는 보컬 안지의 목소리는 밴드 그들의 목소리이기도 했고 그들을 바라보는 감독 또는 관객의 목소리 같기도 했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서 인디라는 말과 가까운 존재들에 대해 생각했다.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인디밴드와 불빛 아래서와 같은 독립영화 그리고 이러한 문화를 지탱하는 소수의 사람들. 조금 더 독립적이어야 하고, 그래서 극심한 불안을 견뎌야 하는 모든 인디 예술가들불빛 아래서는 모극장(모두를위한극장 공정영화협동조합)과 함께 개봉, 배급의 과정을 진행했다. 개봉 전에 텀블벅 펀딩을 했고 개봉 이후에는 공동체 상영을 통해 다양한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있다

영화 내부적으로는 현실과 타협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음악을 지속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을 담고 있지만, 영화의 밖에서 마찬가지로 고군분투하며 독립영화의 자생에 힘쓰는 사람들도 영화의 결을 함께 한다고 생각한다불빛 아래서의 불빛은 무대 위의 조명 또는 스크린의 영사되는 빛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 많은 불빛들 아래에서 독립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영화가 닿기를 바란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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