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의 방식으로 최악을 막아내는 사람들 〈동물, 원〉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9월 6일(금)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왕민철 감독|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진행 김일권 시네마달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현준 님의 글입니다.
“동물원에 비하면..교도소는 ‘황제수감’이었다”는 오마이뉴스 기사 제목은 동물원이라는 공간의 환상을 산산조각내기에 충분했다. 1980년대 말부터 우후죽순 늘어나기 시작한 동물원은 교육의 일환으로서 동물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는 인식을 그간 심어줬다. 허나, 여러 매체들을 통해 드러난 동물원의 실태는 우리의 머릿속에 각인된 동물원을 향한 낭만이 철저히 조작된 것임을 입증해줬다. 좁은 우리 안에 몇 년 간 갇힌 채 야생성을 거세 당한 동물들이 생면 부지의 생명체들로부터 목격 당하는 처지는 멀쩡한 동물도 병이 들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렇다면, 파헤칠수록 최악만이 난무하는 그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영화 〈동물, 원〉은 말한다, 그들은 차선의 방식으로 최악을 막아내는데 불철주야 노력한다고. 영화 〈동물, 원〉은 동물원이라는 공간이 내포한 비합리적인 실정을 어떤 식으로든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데 주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왕민철 감독은 그들의 이야기를 기점으로, 그 동안 감옥으로서의 역할 밖에 수행하지 못했던 동물원의 긍정적인 변화를 촉구할 수 있는 논의들이 지속해서 나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렇게 감독이 지향하는 깊고 넓은 이야기들이 9월 6일의 인디토크를 통해서 활발하게 오고 갔다.
김일권 시네마달 대표(이하 김일권): 안녕하세요. 오늘 인디토크의 진행을 맡게 된 김일권이라고 합니다. 이 영화를 만드신 왕민철 감독님과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님, 이렇게 두 분을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큰 박수로 환영해주세요.
조희경 동물자유연대대표(이하 조희경): 안녕하세요. 동물자유연대 대표 조희경입니다
왕민철 감독(이하 왕민철): 안녕하세요. 감독 왕민철입니다.
김일권: 조희경 대표님께서는 이제 막 영화를 보고 나오셔서 숨 돌릴 시간도 없으셨을 텐데요, 아주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먼저 감독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게 되셨는지, 그리고 왜 청주 동물원이었는지 이야기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왕민철: 처음에는 동물원을 찍자는 생각에서 촬영을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청주시립미술관에서 공연을 연출한 인연으로 청주를 주제로 한 단편영화를 만들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때 청주동물원이 장소를 옮긴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곳에 대한 기록을 남겨보자는 생각이 들어 30분짜리 단편영화로 먼저 찍고, 이후 담아낼 이야기들이 더 많다고 느끼게 되어서 장편영화로 촬영하게 됐습니다.
김일권: 조희경 대표님께도 영화를 보신 소감을 한번 듣고 싶습니다.
조희경: 제가 감독님의 의중을 전부 다 알 수는 없었지만, 관객이자 동물운동가로서 영화를 보는 내내 뭔가 답답함이 느껴졌습니다. 갇혀있는 동물들만큼이나 거기서 일하시는 분들의 상황 또한 열악하다는 점이 크게 아쉬웠습니다. 하나의 생존의지를 갖고 있는 생명이니 만큼 거기에 부합하는 권리를 바탕으로 복지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와 관련해서 전부 다 열악하다는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김일권: 동물을 위한 동물원이 아닌, 사람을 위한 동물원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한국 동물원의 실태 혹은 문제점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신다면?
조희경: 기본적으로 동물원이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이라 한들, 동물이 필요로 하는 생태적 환경을 전부 충족시켜주지는 못합니다. 더 큰 문제는, 그 안에서 계속 번식이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동물원이 그런 문제의식을 인식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과 맞바꾸는 모습이 어딘가 이중적이라는 느낌을 받았고, 곧 그게 현실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동물원들이 주도하는 종 보존은 장기적으로나 과학적인 관점에서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동물원의 교육적인 의미 또한 호기심의 일환이지 교육 차원은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서 단계적으로 갈등을 좁혀 나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김일권: 동물원의 문제점을 부각시키거나 동물권을 이야기할 수 있었을 텐데, 감독님께서는 묘한 포지션을 취하신 것 같습니다. 영화를 만들면서 어디에 주안점을 두었나요?
왕민철: 동물원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려고 한 것은 아니고, 그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방안을 모색하는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대표님 말씀대로 눈으로 봐도 알 만큼 사육사 분들의 환경이 많이 열악합니다. 그런데 비난이 이분들에게만 향한다는 건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두 이야기의 균형을 맞추는데 노력했습니다. 저 역시 지금 말씀하신 문제들이 영화에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번식 문제 같은 경우, 중성화가 가능한 동물들은 중성화 수술을 모두 받고 있지만 물범 같은 경우는 아직 중성화를 시킬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에 없다고 합니다. 또한 동물과 관련한 여러 연구자료들은 대다수가 외국 자료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기에 실질적으로 국내 사육사분들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습니다. 결국 발정기가 되면 암컷과 수컷을 분리하는 선에서 조치가 그친다고 합니다. 분명한 문제점이 존재하고 윤리적으로 해결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납득하지만, 현실은 목표의 십 분의 일 까지 가기도 힘듭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이 분들에게서 저는 그런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제시해준다면 이분들에게 보다 원동력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김일권: 장기적인 활동이 어렵다면 지금 시민들이 참여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지 대표님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조희경: 현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지방자치단체에서 공용으로 하는 동물원은 무조건 기관에 민원을 넣어야 합니다. 마음 같아선 동물원 가지 말자고 하고 싶은데(웃음), 조금 현실적으로 가자면 일단 생태적 환경 조성이 시급하기에 이와 관련해 민원을 습관적으로 넣는 게 중요합니다. 가까이 있는 어린이대공원만 하더라도 예산이 조경관련 위주로 편성되지, 동물과 관련해서는 제대로 예산이 잡히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러므로 민원을 지속적으로 넣는 게 가장 현실참여적인 행동입니다. 더불어 제대로 된 눈높이에서 동물을 바라보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왕민철: 덧붙이자면, 전문성이 떨어지는 문제는 구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물이 아닌 조경위주의 예산 편성이 된다고 하셨는데, 시청에서 동물원의 동물을 생명체가 아닌 하나의 놀이기구로 인식하는 게 문제입니다. 시청의 공무원들이 순환보직으로 경험이 쌓일 때쯤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공무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집니다. 동물들의 생태환경을 제대로 지켜낼 수 있는 업무체계가 시 측에 확실하게 잡혀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객: 영화 잘 봤습니다. 동물원의 미래에 대한 실마리를 영화에 넣었다고 하셨는데, 그와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감독님과 대표님이 말씀하신 동물원 운영의 구조적 문제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동물원의 방향성이 그간 왜 논의되지 않았는지를 물어보고 싶습니다.
왕민철: 먼저 방향과 관련해서 말씀드리자면, 영화를 통해 제가 방향을 제시할 수 있었겠지만 그건 저널리즘의 영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동물원과 관련한 비판적 시선과 대안을 다른 매체를 통해 제시하는 분들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이 아닌 다른 지점에 집중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또한, 동물원에 있는 분들의 노고만 치하하고 앞으로의 대안이 영화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보실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야생에 나가지 못하는 동물들 일부를 동물원에서 최선을 다해 보존하려는 행위가 이들 나름의 대안이라 생각합니다. 야생구조센터도 규모가 크지 않기에 야생으로 돌려보내지 못한 동물들은 전부 안락사를 시켜야 하는 문제가 있는데, 영화에 나온 예처럼 이를 무마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모습이 너무 미화되지 않게 편집하려고 했으나 그럼에도 그렇게 보인다는 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수긍하게 됩니다.
관객: 저는 영화 보면서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던 게, 나레이션과 음악 없이 사육사들의 일상과 인터뷰 만으로 영화가 진행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설명이나 자막 없이 약간 관조하는 방향으로 찍은 이유가 듣고 싶습니다.
왕민철: 3년간 동물원을 촬영하다보니 이 이야기를 찍어서 보여주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전부라는 것이었습니다. 나레이션은 굳이 넣어야 할 필요를 못 느꼈고, 오히려 보신 분들이 주체적으로 판단을 하는 방향으로 연출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관객: 동물 또한 다른 문명권에 속한 존재인데, 이들을 가둬놓고서 자연을 배울 수 있다고 하는 것 자체를 대단히 비관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동물이 어떤 능력이 있고 생존능력이 갖췄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비인간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동물권을 회복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물어보고 싶습니다.
조희경: 먼저, 동물원의 포육哺育 행위나, 동물들을 야생에 풀어주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많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야생을 접하지 않은 동물을 방생하는 게 실제로 대단히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동물원의 종 보존 사업이 거의 위선이라 생각합니다. 동물원의 존립 이유라고 하기엔, 동물원은 이후 동물들이 자연에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에 인간의 과학적인 호기심의 일환으로 말미암은 행위라 지적하고 싶습니다.
김일권: 이와 관련해서 감시하는 외부 단체가 있나요?
조희경: 감시하는 단체는 없고 이의를 제기하는 단체는 있습니다. 아직 한국사회에 동물권이 자리잡지 않은 상황이고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지를 논의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관객: 삼성처럼 대기업들이 큰 규모를 투자를 해서 동물들이 자유롭게 뛰어 놀 수 있는 곳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기업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나요?
왕민철: 개인적으로 사설 동물원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경제적 활동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람객들이 먹이를 주었을 때 동물들이 반응을 보이도록 여러 가지 강제 조치를 취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설이라 하면 시설이 좋아 보일지언정 그 의견은 개인적으로 반대합니다.
조희경: 외국에서는 생츄어리(Sanctuary)라고, 쉽게 말하자면 사파리 형식으로 동물들을 보호합니다. 좁은 우리에 있던 동물들이 그 곳에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인생 역전한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웃음). 사회적 기여로서 생츄어리 형태로 동물원의 구조 변화를 시키고 동물들이 좀 더 넓은 환경, 생태적 환경을 보장할 수 있는 곳을 마련하는 것에 대기업들의 참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사설 동물원은 100% 적자이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고자 동물들을 스트레스 주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 부분을 제한다면, 사회적 기여로서 환경을 보완하기 위해 기업이 동물원에 투자하는 건 좋다고 생각합니다.
관객: 저는 조희경 대표님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현실적으로 동물원을 이용하지 않는 게 그 동물들을 위한 최선인지, 그렇다면 언젠가 동물원이 없어지는지를 물어보고 싶습니다
조희경: 참 어려운 일입니다. 인간의 욕구가 모든 환경과 동물을 지배하기 때문에 누구나 다 윤리적인 개념으로 사안을 대하지는 않습니다. 한편으로는 누군가는 이렇게 운동하면서 생명유린을 막으려 하는데 절대 다수는 전혀 이 문제를 인식하지 않는 것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래서 “동물원이 없어지는 게 완벽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이의제기를 하니까 제한 번식도 나타나고, 동물원 측에서 서서히 신중을 기하는 중입니다. 이렇게 계속해서 변화의 단계를 만들어 나가는 게 처참하게 갇힌 동물들을 위한 중요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한 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나아질 거라 예측하고, 야생에 적응 못한 개체들을 위한 공간으로서 생츄어리 형식 등으로 동물원의 공간형태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되리라 사료됩니다.
관객: 동물원의 구조적 문제나 동물권과 관련해서 많은 분들께서 질문하셨는데, 저는 행정적 운영이나 사육사분들과 관련해서 논의하고 싶습니다. 영화에 등장한 청주동물원은 에버랜드와 서울대공원에 비해 비해 열악해 보이는데 어떻게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되었는지를 첫 번째로 물어보고 싶습니다. 두 번째는 ‘박람이’의 수술과 관련해서 사육사분들의 의견이 갈렸는데, 사육사분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를 했는지, 그리고 어떤 연유로 인해 수술을 감행했는지 알고 있는 에피소드가 있으면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왕민철: 청주동물원은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선정되어 삵을 비롯한 16종을 보존대상으로 지속적으로 관리, 보고하고 있는데요. 자세한 선정 절차는 저도 알지 못합니다. 저에게는 어쨌거나 그런 노력을 한다는 것으로 비춰졌습니다. 그리고 호랑이 박람이의 수술 관련해서는 제가 보기엔 크게 두 가지 측면이 있었는데요. 자기 자식처럼 이들을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사육사가 있고, 환자 한 명 한 명을 병리학적으로 대하는 의사가 있습니다. 두 가지 의견이 충돌된 것 같습니다. 좁은 공간에 있으니 디스크가 걸린 것인데, 수술이 진행되고 나서야 박람이가 디스크인 걸 알게 되었습니다. 만약 그 전에 안락사를 시켰으면 그걸 알았을까요? 물론 ‘박람이’의 입장은 다를 수 있겠지만, 수의학적으로는 필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의견들이 충돌하는 게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그것이 건강한 방식으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일권: ‘박람이’의 죽음과정과 관련해서 대표님께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조희경: 저희는 항상 딜레마가 있습니다.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동물을 어느 선에서 구해줘야 하는가 말이죠. 수차례 생각하다 결국 내린 결론은 삶의 질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렇게 수술하는 것이 과연 최선이었는가 하는 아쉬움도 있으나, 최선을 다하는 의사들의 의지에 대해 어떤 것이 옳다 그르다 말하기는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어쨌건, 박람이의 죽음은 수술 준비과정을 보건대 안락사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서식지 외 보전기관은 사실 특별한 것이 따로 없습니다. 신청만 하면 대부분 허가해줍니다. 특별한 의미는 없습니다.
왕민철: 그렇다면 다른 동물원들은 왜 신청을 안 할까요?
조희경: 귀찮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주로 수족관에서 신청을 많이 하는데요. 일종의 명분 갖기로서 서식지 외 보전기관 신청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처럼 오용하는 경우가 최근 들어 늘어나 이를 감시하는 시민단체들 있습니다. 그리고 야생동물 구출 구조가 국가 차원에서 잘 마련되어야 하는데, 이를 동물원이나 아쿠아리움에 미루는 경향 또한 있고요.
관객: 영화의 마지막에서 스크린을 통해 여러 동물들이 관객이랑 눈을 마주치는데 개인적으로 곰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곰의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이처럼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동물들이 있는데, 어떠한 기준으로 동물을 선정했는지 궁금합니다.
왕민철: 동물원 내부에 벌어지는 순환과정을 보여주고 싶었고 이와 관련해서 가장 잘 표현이 된 동물들을 골랐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삶의 순환과정을 담게 된 동물들 위주로 영화를 전개했습니다.
관객: 저는 20년 동안 동물원을 안 갔는데요. 어릴 때 동물원에서 본 고릴라의 분노의 눈빛을 시간이 지나 깨달은 후에 동물원을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속 사육사분들을 보며 현실과 이상의 간극 속에서 힘겹게 사는 분들도 있는데 나 혼자 힘든 걸 피하려고 했다는 마음이 들어 반성했습니다. 여기 나오는 분들은 동물들의 표정을 객관화해서 봤을 것 같습니다. 근무하면서 동물들을 볼 때 드는 감정과 또 다른 감정일 것 같은데, 이 영화를 보면서 그분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합니다.
왕민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육사분들을 향한 무관심이 제일 안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은 영화를 보면서 더 잘해야겠다는 심리적 압박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영화에 등장한 분들께서는 자신의 업무를 객관적인 시선에서 볼 수 있었다며 좋게 말씀하셨고, 그런 모습이 앞으로의 동물원의 행보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사육사 분들이 너무 압박을 받을까 걱정입니다.
김일권: 어느덧 시간이 다 된 관계로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자 합니다. 두 분께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 드리겠습니다.
조희경: 동물원은 안가는 게, 그리고 그와 관련해 고민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고착된 인식 또한 바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동물원은 상업적이라는 정체성을 깨우치지 않는다면 포장된 이미지로 평생 남기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동물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며 동물들의 생태환경이 나아질 수 있도록 영화와 다른 매체들이 적극적으로 계기를 마련해주길 기원합니다.
왕민철: 먼저 영화가 잘 되어야 다음 계획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동물원은 안 가더라도, 〈동물, 원〉은 많이 봐주시길 바랍니다(웃음).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깊은 이야기들이 영화를 통해 오고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일권: 그러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두분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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