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돌잔치 9월 상영작 <죄 많은 소녀>

일시: 2019년 9월 24일(화) 오후 7시 30분

관람료: 8,000원 (후원회원, 멤버십 무료)

참석: 김의석 감독 | 배우 전여빈, 서영화, 서현우, 이봄, 이태경, 전소니

진행: 이은선 영화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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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무비 http://bit.ly/2vULqyh (좌석 선택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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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RMATION 


제목 : 죄 많은 소녀

영제 : After My Death

각본/감독 : 김의석

출연 : 전여빈, 서영화, 고원희, 유재명, 서현우, 이봄, 이태경, 전소니

제작 :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제공 : 영화진흥위원회

배급 : CGV아트하우스

러닝타임 : 113분

개봉 :2018년 9월 13일


수상 내역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상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

제32회 프리부르영화제 SPECIAL JURY AWARD

제32회 프리부르영화제 THE YOUTH JURY AWARD COMUNDO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

제6회 무주산골영화제 뉴비전상





 SYNOPSIS 


친구가 사라지고, 모두가 나를 의심한다


같은 반 친구 경민의 갑작스러운 실종으로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영희(전여빈)는 가해자로 지목된다. 딸이 죽은 이유를 알아야 하는 경민의 엄마,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하는 형사, 친구의 진심을 숨겨야 하는 한솔, 학생이 죽은 원인을 찾아야 하는 담임 선생님까지. 주변의 모든 사람이 ‘영희’를 의심한다. 죄 많은 소녀가 된 ‘영희’는 결백을 증명해야만 하는데...


2018년 가장 날카롭고 충격적인 시선 <죄 많은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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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전  장르 팡파레: 독립장르영화의 불을 지펴라

 

일정 2019년 9월 26일(목) - 29일(일) | 4

상영작 <너무 많이 본 사나이> <감독 허치국> <사월의 끝> <어둔 밤>

<커피 느와르: 블랙 브라운> <퍼즐> <뷰티풀 뱀파이어> <팡파레>

장소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주최 (사)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 (사)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조직위원회

주관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후원 영화진흥위원회, 서울특별시, 부천시, 서울영상위원회



스튜디오 시스템 밖에서 제작되는 미국 독립영화의 역사에서 ‘저예산으로 만들어지는 장르영화’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경향이다. 이른바 ‘B무비’ 시장과 맞닿아있는 ‘독립장르영화’는 거대 예산의 영화가 할 수 없는 다양한 시도들이 넘쳐나는 장(場)이었다. ‘독립장르영화’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신진 감독과 작가, 그리고 새로운 얼굴과 스타일의 배우가 발굴되길 가능성의 무대였고, 창의적인(하지만 때로는 황당무계한) 영화적 표현과 실험을 할 수 있는 무규칙의 실험실이었다. 


물론 이런 해석은 긍정적인 면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것이다. ‘독립장르영화’로 시장에 도전한 수많은 영화와 영화인들은 시스템으로부터 착취당했고 패퇴하고 잊혔으며, 적은 예산과 짧은 제작 기간 만들어진 영화 대다수는 그 조악함으로 다수 관객으로부터 외면 받았다. 


독립장르영화, 창의적인 영화 실험과 표현의 도전장(挑戰場)


1950년대에 데뷔해 지금도 활동하는 로저 코만은 이 분야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로저 코만은 <나는 어떻게 할리우드에서 백 편의 영화를 만들고 한 푼도 잃지 않았는가>라는 자서전의 제목처럼 할리우드라는 자본의 정글에서 저예산 장르영화를 제작하며 살아남았다. (인터넷영화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로저 코먼의 영화는 감독한 작품만 56편이고, 제작에 참여한 영화는 415편이다.) 


로저 코만의 영향력은 연출 혹은 제작한 작품에만 그치지 않는다. 로저 코만이 연출하거나 제작한 영화들을 통해서 수많은 감독과 프로듀서, 작가, 촬영 감독이 영화계에 데뷔했다. 로저 코만의 제작 현장은 “코먼영화학교”이라고 불릴 정도로 새로운 영화인이 발굴되는 곳이었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마틴 스콜세지, 제임스 카메론, 론 하워드, 피터 보그다노비치, 존 세일즈, 니콜라스 뢰그, 조나단 드미, 커티스 핸슨, 칼 프랭클린, 조 단테 등은 모두 ‘코먼영화학교’ 출신이었다. 그리고 리스트는 70년대부터 지금까지 할리우드 주류영화를 주름잡은 많은 영화인이 ‘독립장르영화’에서 출발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한국 독립장르영화의 자리


연간 100여 편이 넘는 장편영화가 제작될 정도로 규모를 키워가고 있는 한국 독립영화계에서 ‘장르영화’의 자리는 어떨까? 디지털의 등장으로 독립 장편영화 제작이 활성화된 이래, 남기웅 감독의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 손재곤 감독의 <너무 많이 본 사나이>, 김진성 감독의 <거칠마루>, 김병우 감독의 <리튼>, 이응일 감독의 <불청객> 등 주목할 만한 장르영화가 종종 등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독립영화에서 장르영화의 자리는 단단하지 않다. 이는 시장 성과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한국 독립영화는 사회 참여적 다큐멘터리나 완성도 높은 드라마가 관객으로부터 더 많은 선택을 꾸준히 받아왔다. 사회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영화보다 관객 친화적이라는 호러, 스릴러, SF, 코미디, 액션 등 장르영화가 꾸준히 제작되어왔음에도 관객의 호응이 적었다는 사실은 매우 역설적이다. 한국 독립영화의 전체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다양한 취향의 관객이 개발되어야 한다. 관객 친화적인 장르영화의 성장은 전체 독립영화의 성장과 확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독립장르영화의 불을 지펴라!


관객의 지지는 아쉬운 수준이지만, 장르영화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리고 이 도전을 응원하는 서포터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국제영화제 중 ‘장르’라는 관점에서 영화를 조망하고 영화를 발굴하고 담론을 형성해온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2016년 ‘코리안 판타스틱’이라는 새로운 섹션을 신설했다. 한국 장르영화의 저변 확대와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지난 3년간 심찬양 감독의 <어둔 밤>(21회 코리안판타스틱 작품상), 김광복 감독의 <사월의 끝>(21회 코리안판타스틱 여우주연상), 유은정 감독의 <밤의 문이 열린다>(22회 부천초이스 관객상) 등 새로운 영화와 창작자가 발견되었다.


독립장르영화의 성취와 미래를 위한 ‘팡파레’


인디스페이스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9월 26일(목)부터 29일(일)까지 지난 3년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발굴된 한국 독립장르영화들이 만들어낸 성취를 선보이는 기획전 ‘장르 팡파레: 독립장르영화의 불을 지펴라!’를 공동 개최한다. 이 기획전은 최근 주목할 만한 독립장르영화 6편을 관객에게 선보이고, 독립장르영화의 성장을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를 함께 토론한다. 그리고 <달콤, 살벌한 연인>, <이층의 악당>의 손재곤 감독의 초기작 <너무 많이 본 사나이>와 <감독 허치국>을 상영하고 유운성 영화평론가가 이 작품의 성취를 비평하는 ‘영화를 말하다’도 함께 개최된다. ‘장르 팡파레: 독립장르영화의 불을 지펴라!’는 독립장르영화의 도전을 미래로 꾸준히 이어가기 위한 자기 확인과 축제의 자리가 될 것이다.




 상영시간표 




9월 26일(목) 19:30 <팡파레>

참석: 이돈구 감독, 배우 박종환, 박세준 / 진행: 모은영 BIFAN 프로그래머


9월 27일(금) 17:00 <뷰티풀 뱀파이어>

참석: 정은경 감독 / 진행: 유은정 감독 (<밤의 문이 열린다> 연출)


9월 27일(금) 19:30 <사월의 끝>

참석: 김광복 감독 / 진행: 김영덕 BIFAN 프로그래머


9월 28일(토) 16:30 <어둔 밤>

참석: 심찬양 감독 / 진행: 김현수 씨네21 기자


9월 28일(토) 19:30 <커피 느와르: 블랙브라운>

참석: 장현상 감독 / 진행: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관장


9월 29일(일) 18:30 <퍼즐>

참석: 임진승 감독 / 진행: 김봉석 BIFAN 프로그래머


비평기획 - 영화를 말하다

9월 29일(일) 14:00

유운성이 <너무 많이 본 사나이>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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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무비 http://bit.ly/2vULqyh (좌석 선택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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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http://bit.ly/2qtAc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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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회관람권 안내

25,000원 / 현장 판매


- '장르 팡파레: 독립장르영화의 불을 지펴라' 전 회차(영화를 말하다 포함)를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 사전 예매가 불가하며 당일 현장 발권만 가능합니다.

- 매표소에서 티켓 교환 후 입장하세요.




 상영작 


비평기획 ‘영화를 말하다’

유운성이 <너무 많이 본 사나이>를 말하다



<너무 많이 본 사나이 The Man Who Watched Too Much> 손재곤 | 2000 | 52분 | Fiction


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승수는 앞집에 세 들어 사는 여자를 몰래 카메라에 담기 위해 친구에게서 구형 VHS 캠코더를 빌려 와 비디오 가게에서 빌린 영화 테이프에 촬영을 시작한다. 좀 더 가까이서 찍기 위해 바깥 계단으로 나간 승수의 캠코더엔 한 사내가 말다툼 끝에 앞집 여자를 살해하는 모습이 찍히고, 살인자는 그 순간 승수를 발견한다. 살인자는 여자를 살해한 칼을 들고 승수를 추적하기 시작하고, 승수는 도망가는 도중 테이프를 비디오 가게 회수함에 집어넣는다. 승수는 결국 살인자에 잡혀 살해당한다. 살인자는 테이프를 찾기 위해 비디오 가게로 가지만, 경찰에게 의심을 받아 도망간다.



<감독 허치국 Director Huh Chi-gook> 손재곤 | 2001 | 49분 | Fiction


살인범이 형사의 추적을 따돌리며 영화를 촬영하는 도중 체포된다. 교도소 하수구를 통해 바깥으로 탈출한 살인범은 안에서 완성한 시나리오를 들고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려 환호한다.



<사월의 끝 The End of April> 김광복 | 2016 | 120분 | Fiction


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여우주연상

16회 전북독립영화제

4회 무주산골영화제


낡은 아파트에 공무원 시험 준비생 현진이 이사를 온다.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동네, 그리고 수상한 주민들. 옆집 여고생 주희의 과외를 맡게 된 현진은 주희 가족의 은밀한 사연을 듣게 되면서 그녀에게 연민을 느낀다. 어느 날 같은 동네에 사는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고 이야기 하는 주희. 그리고 며칠 후 실제로 그들이 살해 당하자 현진은 주희를 의심한다. 이 소식을 들은 또 다른 여자, 주민센터 사회복지담당 박 주무관은 오랫동안 잊고 지낸 한 아이의 얼굴을 떠올리며 낡은 아파트로 향한다.



<어둔 밤 Behind the Dark Night> 심찬양 | 2017 | 112분 | Fiction


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작품상


영화감상 동아리 ‘리그 오브 쉐도우’의 멤버들은 크리스토퍼 놀란에 영감을 받아 슈퍼히어로 영화를 제작하기로 한다. 패기 넘치게 시작했지만 처음이라 모든 게 쉽지 않다. 시나리오, 캐스팅, 촬영, 연출까지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영화 완성을 위해 끝까지 달리는데...



<커피 느와르: 블랙브라운 Coffee Noir: Black Brown> 장현상 | 2017 | 110분 | Fiction


21회 우디네극동영화제

4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28회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

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커피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주원이 운영하는 카페도 문을 닫아야 한다. 주원은 카페와 커피 한 잔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카페 직원들을 훈련시켜 김씨패밀리와 빅브로의 공격에 맞선다.



<퍼즐 Puzzle> 임진승 | 2017 | 90분 | Fiction


32회 후쿠오카아시아영화제 후쿠오카 대상

28회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보이는 남자 도준. 하지만 기러기 아빠로 지내며 의처증이 더 심해진다. 어느 날 홀로 술을 마신 채 배회하다 의문의 여인 세련을 구하게 되고, 사례를 한다는 매력적인 그녀의 모습에 이끌려 돌이킬 수 없는 사건에 발을 들이게 되는데…



<뷰티풀 뱀파이어 Beautiful Vampire> 정은경 | 2018 | 73분 | Fiction


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500년을 살아온 뱀파이어 분장사. 더 이상 인간 피를 먹지 않고도 생존할 수 있는 방법까지 터득한 그지만 건물주의 위세 앞에선 한없이 작아진다. 망원동 젠트리피케이션 속에서 분장실을 지키려는 뱀파이어 분장사의 고군분투. 그리고 낯선 소년에게서 감지되는 옛 인연의 향기.



<팡파레 Fanfare> 이돈구 | 2019 | 88분 | Fiction


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감독상, 여우주연상


설렘으로 가득한 할로윈데이의 이태원, 영업이 종료된 한 바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우연히 그곳에 있었던 의문의 여성, 그리고 그곳에 자꾸만 누군가가 찾아오면서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나쁜 놈, 그리고 더 나쁜 놈들이 만났을 때 그들을 벌할 자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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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꼭 되어야만 할까요?  〈어른도감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8월 27일(화)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김인선 감독

진행 이옥섭 감독 (메기〉 연출)
















 *관객기자단 [인디즈] 오윤주 님의 글입니다. 




김인선 감독의 어른도감 개봉한지 년이 지나 인디스페이스에서 돌잔치를 열게 되었습니다. 정치적 올바름의 문제를 떠나 결코 완벽할 없는 명의 인간들이 조우하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위로가 되어주는 이야기를 따스한 시선으로 풀어낸 영화입니다. 어른이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어떤 사람을 어른이라고 부를까요. 사실 어른이 된다는 , 자기 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책임질 일을 조금씩 버려가는 것이 아닐까요? 어른도감 연출한 김인선 감독과 개봉을 앞둔 메기 연출한 이옥섭 감독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김인선 감독(이하 김인선): 어른도감 연출한 김인선입니다.

 

이옥섭 감독(이하 이옥섭): 개봉한 년이 지났어요. 기분이 어떠세요?

 

김인선: 작년 8 23일에 개봉해서 이렇게 돌잔치를 하게 되어 기쁘고요. 벌써 년이나 됐다는 기분이 너무 이상해요.

 

이옥섭: 처음 보신 분도 계시고, 재관람하신 분들도 계실 같아요. 저는 어른도감 정도 같은데요, 전에 봤을 때와 지금 봤을 느낀 점이 많이 달라졌어요. 일단 경언이가 저에게 다르게 느껴졌어요. 전에는내가 경언이보다는 어른이고 재민이에 가까우니까, 나는 어떤 어른일’ 이런 생각을 했는데, 사실은 그때 제가 어른이 아니었나봐요. 지금은 경언이한테 감정이입이 돼서 곁에 있었던 어른들에 대해 생각해 봤어요. 곁에 분이 계셨는데 나이가 너무 들어서 노쇠한 할머니, 아프셔서 돌아가신 존경하던 선생님, 그리고 좋아했지만 연락을 하게 고모예요. 분들을 생각하니 갑자기 슬퍼지네요.

 

김인선: 처음 만들었을 많이 받았던 질문이 좋은 어른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냐는 것이었어요. 대답하기 어려웠거든요. 그때마다 이재인 배우님께 대신 이야기 해달라고 했는데, 재인 배우님이 너무 현명하게책임감 있게 사는 사람이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말씀해주셨어요. 저도 이옥섭 감독님과 마찬가지로 내가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지에 대한 생각과 더불어서 주변에 있었던 좋은 어른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는 같아요. 나이가 들수록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던 어른이 이상 세상에 계신 경우도 있고 멀어진 경우도 있는데, 그래도 그런 기억이 있어서 나도 누군가에게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소망과 희망을 갖게 되는 아닌가 싶어요.

 



 

관객: 영화 봤습니다. 캐스팅이 정말 절묘했다고 생각하는데, 특별한 비화가 있나요?

 

김인선:  영화를 2016년에 촬영했어요. 3년이 지나 가물가물한데요. 이재인 배우는 지금은 워낙에 알려진 배우가 되어서 뿌듯한데, 그때는 귀여운 초등학생이었어요. 재인 배우를 보고 경언 역을 먼저 결정하게 되었고, 다음에 재인 배우와 연기 합을 맞출 삼촌 역할을 고민을 했어요. 엄태구 배우님이 가지고 있는 거친 느낌이 어떻게 보면 영화와 배치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의외성이 있어서 오히려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캐스팅을 했습니다. 당시에 엄태구 배우님은 밀정(2016)이라는 영화에서 하시모토 역할을 맡은 후 새 작품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어요. 악역이나 강한 역할이 아닌, 다른 역할이라는 점에서 재민 역할을 선택해주신 같아요. 그렇게 좋은 배우들과 있었다는 것이 돌이켜봐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옥섭:  영화 촬영이 사바하(2019) 촬영 전이었죠?

 

김인선: . 그런데 영화 포스터 촬영 때는 이재인 배우가 사바하〉 촬영을 위해 삭발을 상태였어요. 마침 엄태구 배우도 배역 때문에 삭발을 상태여서 포스터 촬영을 가발을 쓰고 했어요.(웃음)

 


관객: 재민 캐릭터를 보면 분명 나쁜 짓을 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인간관계를 좋아하는 사람인 것처럼 보였어요. 제비’ 짓을 하는지 궁금했어요.

 

김인선: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그냥 생긴 대로 살게 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재민도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재능은 사람들에게 환심을 얻어내고 어떤 사람이 힘들어할 본능적으로 느끼고 위로해주는 거예요. 자기가 갖고 있는 장점을 되는 대로 활용하면서 그때그때 살다 보니 좋은 방향으로 그런 재능을 쓰게 것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게 되니 주변에 사람이 없어지고 본인은 외로워질 수밖에 없고요. 자기가 갖고 있는 기질을 다른 식으로 활용하면 좋을 텐데, 그게 되더라고요. 현재 저의 모습도 그렇고. 저의 단점을 너무 아는데도, 똑같은 단점을 일기장에 적고 있는 저를 발견하거든요. 사람이 정말 변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서 재민의 캐릭터도 그렇게 만들게 되었어요.

 

이옥섭: 재민을 너무 좋은 사람으로 포장하고 있는 아닐까 고민을 많이 하셨다고 들었어요.

 

김인선: 영화를 만들 때는, 재민이라는 캐릭터를 관객들이 미워하고 보기 힘들어하면 영화가 성립이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물을 귀엽게 봐주려고 스스로 애를 썼던 같아요. 실제로 배우가 갖고 있는 이상한 진정성 같은 있어서, 많은 분들이 재민이라는 캐릭터를 안쓰럽게 봐주신 같은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경언이에게 가혹한 이야기였던 같아요. 어떻게 보면 재민에게 합당한 처벌을 줌으로써 정말 제대로 성장할 있는 기회를 줬어야 하는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시간이 지나니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옥섭: 엔딩도 원래는 점희까지 사람이 같이 걸어가는 것을 생각하셨다고 하는데, 어떻게 지금 결말을 찍게 되셨나요?

 

김인선: 처음에 시나리오를 쓰면 엔딩까지 구상을 해놓고 써야 하는데, 같은 경우 처음에 엔딩을 정하지 않고 써서 여러 바뀌게 되었어요. 최종 버전 직전의 엔딩이 점희, 재민, 경언 셋이 한 번에 만나게 되는 엔딩이었어요. 그런데 당시에는 해피엔딩으로 끝내려고 너무 봉합하는 것 같아서 거부감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하게 됐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엔딩도 다른 느낌이었겠다, 단순히 봉합은 아니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지금 쓰고 있는 시나리오는 확실히 엔딩을 정해놓고 쓰려고 하고 있습니다.

 



 

관객: 마지막 부분에서 재민과 경언이 갈등을 빚는데, 재민이 경언이가 점희한테 말을 했다고 착각을 해서 갈등이 시작된 거잖아요. 저는 그래서 둘의 오해가 풀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경언의 입장에서는 집에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삼촌이 와서 화를 낸 게 되니까요. 갈등이 해소되는 장면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인선: 지금 질문은 처음 받는 질문이에요. 제가 생각을 해봤던 부분이어서 신선해요.

 

이옥섭: 제가 좋아하는 말인데,어른의 삶이란 오해를 견디는 것이다라는 말이 저에게는 되게 박혔었거든요. 오해가 언젠가는 풀릴 수도 있고 풀릴 수도 있고. 세상이 그래서 영화에서도 저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어요.

 

김인선 전부터 저에게 그런 마음이 있었던 같아요. 팔순 잔치가 끝난 경언이가 마음이 굉장히 흔들리고 약해져 있고, 그걸 재민이 알게 돼서 같이 보러 가고 했을 때 사실 재민은 직감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자기가 하고 있는 행각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을 했을 테고, 사실 재민은 이게 거라는 것을 예감하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재민의 전사에서도 드러나는데 사람은 나쁜 사람이지만, 한편으로는 나쁜 짓을 끝까지는 못하는 사람이어서 매번 실패하고 계속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설픈 사람이라는 생각도 있었거든요. 오해를 풀려는 생각을 아예 못했던 이유는, 재민도 이게 경언 때문만은 아니고 결국 이렇게 거라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해소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아닐까 싶어요.

 

이옥섭: 제가 강아지를 키우는데, 강아지는 항상 제가 근처에 있어야 베란다 밖을 보고 있어요. 어느 날 강아지가 베란다에서 밖을 구경하는데, 갑자기 바람에 안방 문이 닫히면서 베란다 문이 닫힌 거예요. 순간 강아지가 문을 닫냐는 듯이, 화가 난 듯이 저에게 와서 액션을 취했는데, 제가 그런 아니잖아요바람이 그런 건데. 강아지와 나는 말이 통하지 않으니까 이건 평생 없는 오해인 거잖아요. 마치 이런 거라고 생각했어요. 누군가와 없는 오해가 생겨도, 어떤 것은 평생 설명할 수가 없구나. 이런 것들이 저한테는 위안이 돼요.

 

 

관객: 작품이 나온 지 정도의 시간이 지났는데, 지금 작품을 돌아봤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시는 부분, 바꾸고 싶은 아쉬운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인선: 영화가 개봉을 하고, 상영이 종료가 되고 나서 영화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노력을 많이 했어요. 다음 작품을 해야 하는데 자꾸만 모든 것을 어른도감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아쉬운 , 좋은 , 이런 것들이 너무 뒤섞여 있어서. 거기서 겨우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돌잔치를 한다고 해서 기분이 되게 이상했거든요. 아까 옥섭 감독님이 저한테 비슷한 질문을 했어요. 만약 지금 이야기를 가지고 시나리오를 다시 쓰거나 한다면 경언이와 재민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경언이와 재민, 그리고 점희 사람의 이야기로 끌고 갔을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영화를 만들 때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저는 생각을 해요. 사람의 관계에 좀 더 집중하고 싶었던 당시 저의 마음이었으니까요. 제가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면 지금 이런 생각조차 없었겠죠. 어른도감 특정 장면이 좋다기보다는 저한테는 하나하나 너무 많은 스토리들이 있어서 좋고 아쉬워요. 특정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영화가 저한테 있어서 영화를 계속 있는 이정표가 되어준 같아서 소중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이옥섭: 경언이가 참을 인(忍)을 손에 써서 계속 삼키잖아요. 저는 장면이 되게 좋은데 장면을 쓰게 감독님의 배경이 있나요?

 

김인선: 제가 어릴 때부터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있어서 시험기간이나 신경이 쓰이는 새학기 때에는 항상 배가 아파서 학교를 같다고 배를 부여잡고 있었거든요. 그러면 엄마가 손바닥에 참을 인 번을 쓰면 견딜 있다고 하면서 학교를 절대 결석하지 못하게 하셨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데 제가 되게 재미있게 느꼈던 이재인 배우가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영화 후반에 삼촌도 자기 손바닥에 참을 인을 써서 먹잖아요. 근데 그게 경언이한테 배워서 아니라 경언의 아버지한테 어릴 배운 경험일 수도 있을 같다고요. 그래서 경언이가 참을 인을 쓰는 보고 싫었을 수도 있었을 같다고 그러더라고요. 저는 그런 생각을 못해봐서 정말 깜짝 놀랐죠.

 

이옥섭: 영화 경언이는 1잖아요. 지금은 고등학생인 건가요?

 

김인선: 경언이는 지금 1 됐겠네요.

 

이옥섭: 어떻게 지내고 있을 까요. 경언이는.

 

김인선: 경언이는 살고 있을 같아요.

 

이옥섭소설가들은 자신이 만든 캐릭터를 소설 이후의 시간까지 생각하고 얘기하시더라고요. 저는 아직도 영화 속에 있는 인물로 남아있는데.


김인선: 되게 재미있는 같아요, 질문이. 저는 경언이가 어떻게 살고 있을지 사실 모르겠지만 불안하게 안정적인 상태로 지냈으면 좋겠다는 바람만 항상 있었던 같아요.

 

 



관객:  장면부터 어린 소녀가 상을 당하고, 낯선 남자가 삼촌이라고 하니, 가족도 없는 어린 소녀의 입장에서 처음부터 너무 조마조마하게 보게 됐어요. 아직 약하고 어린 소녀들은 영화나 현실에서 폭력의 대상으로 보여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영화가 전개되자 이야기가 너무 좋았어요. 역설적이게도 소녀가 정말 어른처럼, 혹은 어른까지는 아니지만 그런 모습으로 세상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안도감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차일드후드, 보이후드, 어덜트후드도 있는데 걸후드라는 말은 없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독립영화에서 연기 잘하고 베테랑 급인 배우들이 조그만 역할로 툭툭 나와서 그것도 너무 놀랐어요. 김새벽 배우가 연기했던 후견인 검토하는 사람처, 어른으로서 그런 기능인들만이 합리적이고 이상적이고 정상적인 모습으로 나오는데, 약사도 기능인으로서는 어른 같지만 감정이나 생활 면에서는 추스리지 못하는 아이 같은 모습이잖아요. 사이에서 소녀가 나름 자기 중심을 잡아가려고 하는 재미있었어요. 스마트폰으로 굉장히 스마트하게 아저씨를 추적해내는 장면들도 재미있었고요. 처음에는 정말 삼촌일까 의심을 품고 조마조마하며 봤거든요. 예상했던 것들을 영화는 벗어나서 너무 좋았습니다.

 

김인선너무 감사합니다. 소감을 이렇게 말씀해주신 지금 저한테 힘이 많이 되네요. 지금 말씀하신 중에 굉장히 인상적인 , 우리가 직업인으로서 살아갈 때는 시스템이 있고 정해진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일종의 역할놀이를 하는데, 가정에 왔을 , 혹은 사적인 영역에서는 그런 시스템이라는 없잖아요. 그래서 가족으로부터 느끼는 어떤 것들도 되게 많고요. 직업인으로서의 기능적인 모습을 그렇게 해석해서 얘기해주셔서 지금 되게 신선하고 감사합니다.

 

이옥섭그리고 어른도감 전에 감독님이 찍으셨던 단편 〈수요기도회(2016) 배우 분들이 정말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시거든요. 아빠의 (2014) 그렇고요. 오늘 영화를 재밌게 보셨으면 전작들도 한번 보시면 좋겠어요. 저는 영화를 만들면서 많은 인물들이 나왔을 어찌할 바를 모르거든요. 그런데 김인선 감독님은 수요기도회 어른도감이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대화를 나누는 씬을 너무 찍으세요. 감독님은 어떻게 그런 씬들을 찍어내시는지 궁금해요.

 

김인선: 오히려 영화를 찍을 때는 경언이 혼자만 있는 모습을 찍을 어렵다고 느낀 같아요. 저는 인물에 깊숙이 들어가는 것이 두려워요. 평소에 누구와 깊게 관계 맺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많은 같아요. 화면 안에서 인물의 내면을 보여줘야 그것을 굉장히 집중해서 응시해야 하는데 그게 저한테는 되게 어렵게 느껴지고, 많은 사람이 등장하는 것은 하나의 쇼처럼 느껴져서 인물들이 갖고 있는 에너지 자체로 화면 안이 채워지는 재밌더라고요. 좋은 배우 분들은 본인이 해야될 것들을 찾아서 하시는데, 운이 좋게도 너무 좋은 배우 분들이랑 있었고 분들이 화면을 채워서 재미있게 만들어진  같아요. 활력 있게 찍고, 그러다 보니 스스로 즐겁다고 느껴서 많은 분들이 나올 현장 분위기가 좋았어요.

 

이옥섭: 경언이 혼자 있을 찍을 때가 어렵다고 하셨잖아요. 그걸 헤쳐나가는 감독님의 선택이나 방법은 뭐였어요?

 

김인선: 찍을 되게 어렵게 느껴졌는데 이후에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최근에 인물을 다루는 영화들을 많이 봤어요. 프레임에 어떤 인물이 있을 굉장히 집중하게 되고 인물들이 아주 위엄있게 느껴지는 경험들을 했어요. 어떻게 찍어야할 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저도 그렇게 인물을 찍어내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 같아요. 감독님은 어떻게 찍으시나요?


이옥섭: 찍으면 찍을수록 모르겠어요. 그리고 아까 즐겼다고 하셔서 너무 부럽다고 느꼈어요. 저는 무서워하는데. 저는 언제 즐길 있을까 이런 생각만 뿐이에요. 그런데 영화는 절대 찍는다고 쉬워지지가 않고 나아지지가 않아서 그게 매력이면서도 무서운 같아요.

 



 

관객: 재민이 경언에게엄마보러 갈래?”라는 말을 번이나 하는데 그게 어떤 의도인지 궁금하고, 마지막에 엄마에게 인도해주는 것이 재민이가 생각한 최선의 책임이었는지, 그것 또한 무책임인지 궁금합니다.

 

김인선: 재민은 경언이가 아이이고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에 애를 책임질 있는 사람은 엄마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주소도 알아보고 엄마에게 보낼 계획 했다고 생각했어요. 마지막에 엄마에게 데려다주는 재민에게는 최선이었다는 생각을 했었고요. 그래서 그때 재민이 자동차를 타고 도망가면서 뒤를 돌아보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찍을 때 저희가 견인하면서 찍거나 수가 없어서 배우가 직접 운전을 하면서 촬영을 했어요. 그런데 엄태구 배우가 뒤를 쳐다보는데 너무 오랫동안 쳐다보시는 거예요. 앞이 내리막 코너였거든요. 그때 저랑 카메라 감독님이랑 셋이 타고 있었는데, 너무 무서운 거예요. 그래서앞에 봐요!”라고 소리질렀는데도 배우님이 너무 몰입하셔서 계속 뒤를 보시면서 갔어요. 그때 정말 진심으로 연기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재민의 진심이었겠다, 배우가 연기한 그 마음이 재민의 마음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무책임한 사람을 끝까지 감싸주는 거냐는 분도 계셨는데, 이런 일련의 사건을 겪은 재민이 조금은 나은 사람이 거라는 희망이 있었어요.

 

이옥섭:  배우가 너무 고맙고 사랑스러웠을 같아요. 소리는 쳤지만.(웃음)

 

김인선: 매순간 너무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연기를 하시는데, 아주 진심으로 연기를 하셔서 미안한 적도 많았고, 새로운 지점들도 많았어요. 시나리오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만이 생각할 있는 지점들이 많아서 저도 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관객: 감독님께서 여자 캐릭터에게 너무 가혹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소설이든 영화든 캐릭터는 가상의 인물이잖아요. 가상의 인물을 대하는 윤리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데,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그렇게 느끼셨는지 궁금해요. 창작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캐릭터를 다룰 캐릭터를 보는 감상자한테 감정을 전달하려면 굉장히 가혹한 상황에 처하게 만들어야 수도 있잖아요.

 

김인선영화를 준비할 제가 경언이에 대해서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실제로 중학교 3학년들을 만나서 얘기하는 취재의 시간이 있었는데, 제가 만났던 친구들은 모두 밝고 장래희망이 분명하더라고요. 장래희망을 분명하게 생각할 있다는 안정적인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증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고속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데 갑자기 버스에서 눈물이 나는 거예요. 황당하지만, 렇게 행복한 아이들이 많은데, 경언이한테 이렇게 가혹한 상황을 주려고 하는 건지  스스로 질문에 대해 답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고민이 들면서 캐릭터에게 연민의 마음이 되게 많이 들었거든요. 저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했어요. 경언이가 이런 가혹한 상황에 처해야 할까. 하지만 사실 경언이보다 가혹한 상황에 처한 아이들도 많이 있고, 아까 관객 분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영화 초반에 조마조마하게 수밖에 없었다는 그런 범죄가 너무 많기 때문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다만 그런 이야기는 쓰지 않겠다고 방향을 정했던 같아요. 계속해서 경언이가 힘들어지거나 위험에 빠지는 이야기요. 제가 그려내고자 했던 인물은 힘든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려는 아이였어요. 그런 캐릭터에게 마음이 많이 가요. 그럼에도 시간이 흘러 조금 가혹했다는 생각이 드는 지점은, 그래도 아이한테 뭔가 조금 해소할 있는, 혹은 직접적인 희망을 영화 안에서 보여줬더라면 좋았을 같더라고요. 제가 거기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물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지금도 너무 어렵거든요. 인물을 너무 동정하고 연민하는 것도 사실 좋지 않고요. 한편으로는 시나리오를 너무 착하게 썼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있었어요. 그런 면에서는 인물의 파워를 만들어줘야 하고. 사이에서 항상 고민하게 되는 같아요. 어디까지 다뤄야 할 지, 어디까지 배경을 만들어줘야 할 지, 이런 것들은 정말 어려운 지점인 같고, 저도 영화를 만들면서 계속 고민해야 같아요.

 




이옥섭영화를 만들면서 캐릭터를 만들 저도 고민을 많이 하는데요. 제가 그린 인물과 같은 처지의 사람이 영화를 보고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영화를 만들지만 상처받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그게 어렵고, 진심을 다하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아픔을 수도 있겠다 생각 때문에 위축될 때도 있고. 그런 같아요.

 

김인선 영화를 보게 분들이 어떤 분들일까, 이렇게 특정한 그룹을 상정하고 만들지 않잖아요. 그래서 예상하지 못했던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게 수도 있고, 같은 것에 대해 전혀 다른 반응이 나오기도 하고요. 때문에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기준을 맞춰서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항상 흔들려요. 영화를 만드는 것이 좋은 사람이 되는 것만큼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옥섭: 오늘 뭔가 되게 신비로운 느낌이었어요. 오늘의 대화는… 이상해요. 그쵸?(웃음)


김인선: 돌잔치 분위기는 아닌 것 같고.(웃음) 사실 두려운 마음도 있었거든요. 영화를 마주하는 두렵기도 하고. 요즘에 그런 마음이 있었는데. 오늘 뭔가 위안 같은 것을 얻게 되는 같아요. 함께 해주신 관객 분들과 진행해주신 옥섭 감독님께 고마운 마음이 너무 크네요.

 

이옥섭: 영화가 좋아서 만들기 시작했는데, 만든 후에는 되게 여러 가지 감정이 느껴지잖아요. 영화가 너무 미울 때도 있고, 누군가는 봤으면 좋겠다 싶을 때도 있어요. 그런데 좋은 얘기를 해주시면 사르르 감정이 풀리기도 하고. 되게 롤러코스터 같은데요. 관객분들은 오늘 어떻게 느끼셨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느낀 바처럼 좋은 기분을 가지고 집에 가셨으면 좋겠어요. 또 영화 후기를 써주시면 어떻게든 찾아서 보니까, 집에 가시면서 후기 작성해주시면 영화를 만드는 정말 힘이 같아요. 남겨주시면 찾아보겠습니다. 이제 여름의 끝자락이죠. 저는 오늘 좋은 시간이었는데, 다들 좋은 시간이 되었다면 좋겠습니다.

 

김인선: 그리고 이옥섭 감독의 장편인 메기 9 26일에 개봉한답니다. 지금 너무 좋은 독립영화들이 많아서 충만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해요. 극장에서 메기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옥섭: 감사합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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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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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이 접촉하며 시작되는 몽환적인 영적 여행, 그리고 그 끝 위로‘  

 〈밤의 문이 열린다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8월 15일(목) 오후 2시 상영 후

참석 유은정 감독|배우 한해인, 전소니, 이주영

진행 김현민 영화 저널리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승문보 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신소영 님) 





영화 밤의 문이 열린다에는 두 가지 리얼리티가 공존한다. 하나는 삶, 또 다른 하나는 죽음이다. 산 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의 영역만이 진정한 리얼리티이겠지만, 망자 혹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자의 입장에서 죽음의 영역은 또 다른 리얼리티다. 극 중 혜정(한해인)은 유령이 되어 두 가지 리얼리티를 오고 간다. 그녀의 움직임 덕분에 삶과 죽음의 영역이 서로 부딪히면서 몽환적인 여행의 시간이 천천히 흐르기 시작한다. 처음에 혜정은 갑자기 유령이 된 사실 때문에 좌절감을 느꼈지만, 여행을 거듭할수록 그동안 외면했던 본인의 감정, 타인의 감정 그리고 관계를 점차 마주하게 됐으며, 그로 인해 묵은 체증이 찬찬히 내려가기 시작한다. 이처럼 가벼워진 마음이야말로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묵직한 위로이지 아닐까 싶다. 815일 오후 2시 상영 후 진행된 인디토크에서는 몽환적인 여행과 위로의 관계를 더욱 더 다양한 입장에서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김현민 영화저널리스트(이하 김현민): 안녕하세요. 오늘 관객과의 대화 진행을 맡은 김현민입니다. 반갑습니다. 오늘 감독님과 배우님께서 의상을 다 맞춰서 입고 오신 거 같아요. 전소니 배우님부터 관객 분들에게 인사 먼저 부탁드릴게요.

 

전소니 배우 (이하 전소니): 안녕하세요, 전소니입니다. 밤의 문이 열린다에서 효연을 연기했습니다. 오늘 날씨가 안 좋은데 영화 보러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유은정 감독 (이하 유은정): 안녕하세요. 밤의 문이 열린다를 연출한 유은정입니다. 오늘 비가 내리는 날씨임에도 많이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한해인 배우 (이하 한해인): 안녕하세요. 밤의 문이 열린다에서 혜정 역을 맡은 한해인입니다. 오늘 영화 상영 후에 이 자리를 끝까지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주영 배우 (이하 이주영): 안녕하세요. 저는 밤의 문이 열린다를 열렬히 사랑하는 배우 이주영입니다. 오늘이 개봉일인데, 개봉 첫 날에 많이 보러 와주셔서 제가 감사드리고 오늘 많은 이야기를 듣고 말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김현민: 이주영 배우님께서 특별 게스트로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셨는데 본인이 밤의 문이 열린다의 열렬한 지지자라고 말씀하셨어요. 이 영화를 언제 보셨는지 궁금해요.

 

이주영: 작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이 영화가 처음 상영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그때 봤어요. 그리고 최근에 부산에서 영화 홍보하고 계실 때 저도 마침 부산에 있어서 한 번 더 관람했습니다.

 

김현민: 저도 이 영화를 세 번 정도 봤는데 영화를 볼 때마다 새로운 감정이 들더라고요. 주영 배우님께서는 어떤 감정을 느끼셨나요?

 

이주영작년에 처음 봤을 때는 생각보다 무거운 영화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근데, 이번에 다시 봤을 때는 그렇게 무거운 이야기만 하는 영화라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희망적인 메시지를 발견하기도 했어요. 볼 때마다 다른 잔상이 남는 영화인 거 같아서 몇 번 더 볼 생각입니다.

 

김현민: 해인 배우님께서는 오늘 관객 분들과 함께 영화를 보셨잖아요? 어떠셨어요?

 

한해인: 저도 오랜만에 이 영화를 봤는데 계속 울컥하더라고요. 비도 오고 그래서인지. 영화를 다시 보니까 모든 인물들이 가여웠어요.

 

김현민: 저도 이 영화를 볼 때마다 인물들의 얼굴이 유독 강하게 기억에 남는 영화라고 느껴요. 효연과 같은 경우 처음 영화를 봤을 때 인상적이었어요. 볼 때마다 강도가 강해진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약해지는 게 아니라.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힌 얼굴이 계속 기억에 남았어요. ‘혜정의 경우 처음에 자신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상대방을 거절해서 보내는 얼굴에서 조금씩 절실해지면서 처음과 다른 마지막 얼굴 변화가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감독님께서 이런 이미지를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염두하고 계셨는지 궁금합니다. 아니면 배우들이 들어오면서 이런 이미지가 강력해진 건지 궁금합니다.

 

유은정: 당연하게도 배우들이 들어와서 강력해진 게 있어요. 두 배우 분들께서 에너지를 더 불어넣어주신 거 같아요.


김현민: 배우 분들에게도 이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데요. 해인 배우님은 본인의 캐릭터를 접근할 때 혜정이 어떤 감정 상태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는지, 어떻게 표현하고 싶었는지 궁금해요.

 

한해인: 저는 혜정이라는 인물은 살아있을 때보다 유령일 때 표정이 더 살아있다고 생각했어요. 누군가와 어울리지 못하고 떠돌면서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왔기에 대화를 할 때도 생동감이 떨어진 무미건조한 반응을 표현하도록 노력했어요. 그리고 유령이 되고 나서야 살아있는 사람처럼 변해가는 과정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어요. 어떤 생명체로 존재해야겠다는 마음을 버렸어요.





김현민: 해인 배우님은 극 중에서 걷는 장면을 보면 무중력 상태로 걸어 다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한해인: , 맞아요(웃음). 걸을 때 으스스하게 걸어 다니려고 노력했고, 몸의 상태도 유령과 같은 느낌이었어요.

 

김현민: 그리고 본인이 처음 깨어났을 때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고 볼을 꼬집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감독님과 상의한 후 그렇게 찍으신 건지 아니면 본인이 즉흥적으로 연기한 건지 궁금해요.

 

한해인: 감독님하고 별 이야기 안 하고 즉흥적으로 했는데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있었어요.

 

김현민: 어떤 아쉬움이 있었나요?

 

한해인: 시나리오에는 혜정이 물건을 하나하나 만지며 안도감을 느낀다고 적혀 있었어요. 관객 분들이 이 과정을 모르실 수도 있어서 감정선을 천천히 이어갔는데, 너무 천천히 한 거 같아 아쉬웠어요.

 

김현민: 감독님이 보기에는 어떠셨나요?

 

유은정: 저는 그 맥락 안에서 흐르는 속도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어요. 관객도 처음 혜정과 같은 입장에서 이 인물이 죽은 건지 아닌지, 아니면 상상인지 긴가민가한 상태에서 보는 거라서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김현민: 효연이라는 인물은 처음부터 무언가에 사로잡힌 연기로 접근했어야 했는데 소니 배우님께서 연기할 때 심적인 부담감이 있으셨나요?

 

전소니: 아무래도 한 작품 안에 있으니까 효연이라는 캐릭터가 혜정과 비교되다 보니 약간의 부담감은 있었어요. 혜정은 공기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한다면 혜정은 숨어있어야 하고, 누군가로부터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내가 여기에 있다는 에너지가 강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제가 제 자신을 생각했을 때 그런 에너지를 갖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어요. 그래서 디테일 분석이나 계획을 구상하기보다 그 의구심을 계속 유지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촬영하면서도 혼자 고립되어 있던 적이 있었는데 저도 모르게 서럽기도 하고. 솔직히 말하자면 제가 제일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김현민: 방금 배우님께서 감춰져 있지만 존재감이 느껴지는 인물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정말로 이 영화에서 효연이라는 인물이 누구보다 살고 싶고, 남들만큼 잘 살고 싶은 인물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주영 배우님은 영화를 보면서 배우님들에게 궁금했던 점이 있었나요?

 

이주영: , 제가 미리 질문을 적어 왔어요. 효연과 혜정이 정반대 느낌을 지닌 캐릭터지만, 두 인물 모두 잘 살아가고 싶은 욕망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느낀 바로는 여성들은 자기 검열을 많이 하고, 누군가에게 진화하는 모습을 반드시 보여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 두 인물이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야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두 인물이 역할이나 책임을 다 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혜정도, 효연도 자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며 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감독님의 캐릭터 활용 방식에서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상처를 숨기지만 않고 드러낸다는 점이 좋았어요. 오히려 이런 부분에서 조금씩 성장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이를 위해 감독님께서 신경 쓰신 부분이 무엇인지, 그리고 배우들도 어떤 점을 신경 쓰고 연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유은정: 배우님께서 영화를 잘 봐주시고 잘 해석해주셨어요. 두 인물은 상반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고, 혜정은 자기 자리를 안전하게 만들고 싶었고, 그런 과정에서 사람을 피하는 게 잘못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효연도 잘 살고 싶었는데 그저 미끄러졌을 뿐이에요. 저는 캐릭터를 구상할 때 두 인물 모두 미움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어요. 그리고 시나리오를 쓸 때 기본적으로 제가 만든 캐릭터를 제가 좋아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한해인: 혜정과 효연이 직접적으로 호흡을 주고받는 장면은 거의 없었어요. 효연은 혜정을 볼 수 없지만, 혜정의 삶에 있어서 효연은 처음으로 호기심이 가는 인물이었어요. 그래서 어떤 끌림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효연이 왜 그런 욕망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혜정 스스로 자극되기도 했고요. 커튼 장면 같은 경우 효연의 감정이 드러난 후 혜정이 그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삶을 지켜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데, 그런 부분에서 효연이 혜정에게 자극제라고 생각해요. 또한, 효연이 혜정의 무의식 속에 있는 한 부분 혹은 조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혜정은 스스로를 무감각하게 만들면서 살아왔지만, 효연을 만나면서 삶의 감각이 되살아났기 때문에요. 그래서 혜정을 연기할 때 효연과의 연결지점을 많이 고민했어요.

 

전소니: 저는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두 인물이 서로가 연결되어 있는 지점에서 위안을 받았다고 말해왔어요. 두 여성 캐릭터가 서로에게 영향을 받아 결국 성장한다는 게 좋았어요. 연기할 때는 효연 편에 서서 생각했지만, 영화를 볼 때는 혜정의 내레이션이 흐르는 엔딩 시퀀스에서 혜정에 대한 감정도 느꼈어요. 엔딩에서 혜정이 인사를 하는 순간 혜정이 처음과 비교했을 때 성장했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효연이 혜정에게 그런 자극제 역할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위로를 받았고,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호텔 장면은 정말 어려웠어요. 시나리오 그대로 수행하는데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조명이 따뜻할 뿐만 아니라 무언가 풍족하게 채워진 호텔 안에서 분노하고 감정을 터뜨리는 게 마음에 와닿지 않은 거예요. 그래도 영화를 보면서 몇 안 되는 효연의 감정을 터뜨리는 장면이 잘 완성된 거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김현민: 두 배우 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두 인물이 아이러니한 방식으로 연대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주영 배우님께서 풍부한 이야기가 나올 만큼 좋은 질문을 해주셨다고 생각해요. 오늘 시간이 많지 않아서 지금 관객 분들에게 질문할 기회를 드리려고 합니다. 마이크 드릴테니까 질문하고 싶으신 관객 분은 손들어 주세요.

 

관객: 안녕하세요. 저는 혜정의 자극제가 효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수양이라고 생각해요. 유일하게 수양이만 혜정의 말을 듣는 순간이 오잖아요. 그 순간을 촬영하면서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한해인: 수양이라는 인물은 혜정의 삶에서 지키고 싶은 존재죠. 수양한테서 연민도 느꼈을 테고요. 또한, 같은 유령으로서 같은 길을 겪었다는 점에서 동질감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연기하면서 수양한테 마음이 더 갔어요. 실제로 누구도 자기 말을 들어주지 못할 때 느끼는 외로움을 알고 나서는 수양의 존재가 더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수양의 말을 들어줬을 때는 응어리졌던 감정이 터져 나왔고 떨렸어요.

 


관객: 영화 굉장히 잘 봤습니다.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 거 같아서 저는 연출에 대해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혜정이라는 인물이 유령이 된 후에 형광등이 깜빡 거리는 설정이 있더라고요. 혹시 어디서 영감을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유은정: 빛은 사실 많은 호러나 미스터리 영화에서 주로 쓰는 클리셰, 전형적인 장치죠. 소름(2001)이라는 한국 공포 영화가 이런 장치를 효과적으로 사용했다고 생각해요. 이승과 저승이 섞일 때나 죽음의 기운이 다가올 때 그런 장치를 활용하죠.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에서도 그런 장치에서도 활용하잖아요. 그런 작품들에서 저 역시도 영향을 받았어요. 그리고 혜정이라는 인물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기 때문에 빛이 깜빡거리는 설정을 활용했어요.

 




관객: 제목에 관해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밤의 문이 열린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한해인: 저는 밤이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자신의 과거로 돌아가면서 놓치던 부분을 발견하는 시간을 가지잖아요? 그래서 저는 열려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정말 사라지기 전에 갖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밤이라는 시간은 과거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전달할 수 있는 시간 혹은 과거의 나를 안아줄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보통 밤이라고 생각하면 외로운 이미지, 어두운 이미지, 혹은 어딘가에 갇힌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이 영화를 통해 밤을 희망과 삶으로 가는 길이라고 인식하게 됐어요.

 

전소니: 효연의 입장에서는 밤이라는 시간보다 문이 열린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계속 숨어 살다가 결국 그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위로로 다가왔어요. 그리고 밤의 문이 열린다고 했을 때 밤이 과연 안 좋은 쪽인지 잘 모르겠어요. 누군가에게는 그 시간이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시간일지도 모르니까요. 저는 효연에게 낮과 밤 모두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두 시간을 분리하지 않고 그저 유영하려고 했어요.

 

김현민이주영 배우님의 의견도 궁금한데요.

 

이주영: 저는 보다 열린다라는 단어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인물들이 앞으로 헤쳐가야 할 길들이 놓여있다는 게 중요하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밤의 문이 열린다가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에도 공감하고요. 기자님은요? (웃음)

 

김현민: 사실, 저는 이 영화를 장르가 결합된 독립영화라는 점에서 높게 평가해요. 오늘 느낀 게 혜정이 유령이 된 다음 느낀 핵심 감정이 죄책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그 죄책감이 주변 사람으로부터만 느끼는 죄책감에 국한된 게 아니라 과거 상처 때문에 들여다보지 않은 자신의 내면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밤의 문은 상처로 인해 지하실처럼 어두워진 내면이 아니겠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의 생각은요?

 

유은정: 제목의 의미가 여러 개 있는데 오늘 이 자리에서 말씀해주신 의미도 좋았어요. 영화를 보면서 이 생각도 했다가 저 생각도 하게 되는데 영화 제목이 그런 다양한 생각을 수렴시키는 긍정적인 제목이지 아닐까 싶어요.

 

김현민: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마지막 질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관객: 느낌이 충만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처음에 영화를 만들 때 의도했던 부분은 아니었지만, 만들고 나니 새롭게 생긴 효과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유은정: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고민되는데, 제가 머리로 상상한 걸 시나리오로 썼을 때, 프리 프로덕션을 할 때, 제작진과 배우와 미팅할 때, 촬영하기 위한 공간을 찾으러 다닐 때 등 무언가를 할 때마다 처음에 생각했던 의도가 계속 가공되더라고요. 심지어 오늘 관객 분들과의 만남을 통해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영화 제목의 의미를 알게 되고요.

 

김현민: 영화라는 매체가 갖는 특성이라고 생각해요. 계속 나아가고, 여러 제작 과정을 거치고, 많은 분을 만나면서 변화하고, 관객과 소통하면서 의미가 한 번 더 발생하고요. 이 질문에 이어 다른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상업영화를 제작하는 것도 어렵지만 장편 독립영화를 만드는 게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더 힘들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늘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감독님에게 축하드린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유은정: 첫 경험이기도 했지만, 장편의 무게감이 단편영화 제작보다 2~3배를 넘어서서 굉장히 크더라고요. 단편은 서로 도와준다는 느낌이 강했다면, 장편은 모두가 각자의 역할에서 최선을 다하는, 즉 각자의 일을 하러 온다는 무게감이 크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저도 이 영화를 만들면서 다른 때보다 더 큰 책임감을 느꼈어요. 그래서 제 목표는 정말 영화를 완성하는 거였어요. 같이 참여해준 스태프와 배우의 노고가 공중분해가 되지 않도록 영화를 어떻게서든 완성하자고 생각했어요. 목표를 이룬 제 자신한테 잘했다고 칭찬하고 싶어요.

 




김현민: 박수 한 번 부탁 드려요. 완성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 뿐만 아니라 다 찍어놓고 나서 완성하지 않는 감독님도 계세요. 이 영화를 완성한 감독님에게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었어요. 이제 오늘 이 자리를 마무리해야 하는데 관객 분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씩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주영: 저도 오늘 정말 축하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어요. 영화에 대해 궁금해하며 보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요즘 영화가 상영관에 걸리기도 어렵고. 지속적으로 관객들을 만나는 게 어려운데 관객 여러분들께서 힘을 더 실어주시면 감사할 거 같아요. 이런 관심 감사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를 함께 해서 즐거웠습니다.

 

한해인: 개봉이 실감이 안 났는데 개봉하니까 지금 정말 행복해요. 또한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기뻤고, 관객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자리가 생긴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자리를 비우지 않고 끝까지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기억으로 남을 거 같아요. 오늘 영화 재미있게 봐주셨다면 주변에 힘을 불어넣어주셨으면 더욱 좋을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유은정: 저도 여기 와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밤의 문이 열린다를 지지해주시고 응원해주신 이주영 배우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전소니: 이런 자리가 항상 좋고 어려운 거 같아요. 영화에 대해 대답을 내는 게 좋은 건지 잘 모르겠지만, 관객과 대화를 나누며 생각이 달라진다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뻐요. 오늘 이 자리에서 이런 저런 감상을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런 자리에서 모더레이터라는 역할이 항상 중요한데, 진심으로 저희 영화를 궁금해하며 보아주신 김현민 기자님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김현민: 오늘 자리 끝까지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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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타미 준의 바다  한줄 관람평


이성현 빛과 그늘을 위한 여백을 잊지 않는 건축가의 마음

김윤정 자연, 시간, 공간에 따른 삶 그 자체

최승현 삶과 건축의 일치, 그것을 꿈꾸었던 이타미 준

김정은 꾸준한 자취를 쫓아가며 사랑과 존경을 담은 열정적인 찬사를 투영하다








 〈이타미 준의 바다  리뷰: 물질을 사랑한 건축가, 이타미 준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승현 님의 글입니다. 




이타미 준, 한국 이름은 유동룡. 재일교포 2세인 그는 경계인으로서 삶을 살아온 건축가다. 그는 제주를 사랑했다. 제주에 많은 건물을 지었다. 방주교회, 포도호텔, 두손지중 박물관 등이 그의 작품이다. 후지산이 보이는 일본의 해안 도시 시즈오카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기 때문일까. 이타미 준은 산과 바다를 좋아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물질을 사랑한 건축가. 이타미 준은 일본의 현대건축 양식을 비틀었다. 극도의 미니멀리즘 양식으로 지어진 일본의 건축물을 그는 좋아하지 않았다. 그가 추구한 건축은 인간의 온기와 건축의 야성미가 깃들어있는 것이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자연 그 자체였다. 건축의 재료가 되는 돌을 고르는 데 많은 시간을 쏟고, 땅의 지형과 산의 능선을 고려하고, 빛과 그림자를 응용하여 자연의 인장을 새긴, 자연이 낳은 건축물을 짓는다. 세밀한 조형을 통해 돌, 바람, 물을 공간 안에서 연금술처럼 변용하고, 자연의 새로운 풍경과 운동들을 건축물에 안착시키며 빛과 그림자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그가 지은 공간의 바닥과 벽면에서는 빛과 그림자가 물고기처럼 꿈틀거린다. 원형적이고 신화적이다. 그의 건축은 시대를 초월한다. 물질이라는 미시적인 세계와 시간이라는 거시적인 세계를 엮어 새로운 시공간을 만들어내는 그는 창조주에 가깝다. 한국에서는 재일교포, 일본에서는 자이니치로 구분 지어졌던 이타미 준은 건축을 통해 국경과 시간, 모든 경계를 뛰어넘고자 했다.



 


이타미 준은 건축만큼 사람을 사랑했다. 자신의 클라이언트와는 친구 이상의 관계를 지향했다. 클라이언트는 건축가의 파트너라고 자신의 딸에게 말하던 그였다. 건축가와 후원자는 분리될 수 없는 관계이다. 가우디에게 후원자 구엘이 있었듯이 이타미 준에게는 일본의 도시락 업체인 혼케 가마도야김홍주 회장이 있었다. 핀크스 골프클럽 하우스, 포도호텔, 수풍석 박물관, 두손지중 박물관, 비오토피아 주택단지까지 두 사람은 제주에서 함께했다. 재일교포였던 두 사람은 건축을 매개로 서로에게 의지했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타미 준은 사람보다 건축을 우위에 두지 않았다. 그에게 건축은 결국 사람과 자연의 온기를 담는 용기와 같은 것이었다.

 




노년에는 20평 남짓의 집에서 살았다. 설계는 신체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는 건축 철학을 지녔던 그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야 아름다운 건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삶과 건축의 일치, 그것을 꿈꾸었던 이타미 준. 그의 삶이 정직했기에 그의 건축 또한 꾸밈없는 아름다움을 지녔을 것이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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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회 독립영화 쇼케이스 <까치발> 

일시 2019년 9월 17일(화) 오후 7시 30분

관객과의 대화 참석 권우정 감독 진행 신은실 평론가



 관람 신청  https://tinyurl.com/y2y9es87


관람을 희망하시는 분은 위 링크에서 양식에 따라 작성 부탁드립니다.

선착순 마감이며 조기 마감될 수 있습니다. 마감시 신청서 페이지가 닫힙니다. 




<까지발 Tiptoeing> 권우정 2019 | 89분 | Color | 다큐멘터리


SYNOPSIS

지후(딸)가 한 살 때, 의사에게 충격적인 선언을 들었다. “아이가 뇌성마비일 수 있어요.” 그리고 7살이 된 지금도 지후는 여전히 까치발로 걷는다. 이 영화는 딸아이의 까치발을 계기로 돌아보게 된, 때로는 나 자신도 용납할 수 없는 내 솔직한 감정의 파고들을 대면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엄마이며 여성인 한 인간의 자기 성찰기이다.


DIRECTOR'S NOTE 

다큐멘터리 <까치발>은 장애 자녀 엄마들의 헌신적인 사랑과 그녀들의 모성애를 다룬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장애 자녀 엄마들을 비롯해 ‘여성’과 ‘엄마’라는 이름으로 요구되는 당위들에 질문을 던지고, 딸의 까치발을 계기로 돌아보게 된 감독이자 엄마인 한 여성의 솔직한 욕망과 고민을 드러내고자 한다. 그 안에서 드러나는 갈등과 부딪힘을 통해 점차 성장해 나가는 감독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모두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응시’하는 용기가 우리가 지켜내야 할 하나의 사랑의 방법임을 확인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DIRECTOR

권우정

● 2019년 <까치발> 연출

      - 20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시네마 스케이프 부문 

      - 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한국장편경쟁 부문

● 2009년 <땅의 여자> 연출 

      - 부산국제영화제 피프메세나 상 수상

      -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수상

      - 일본 도쿄 환경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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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시간, 공간의 건축가 유동룡에 대하여  〈이타미 준의 바다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8월 19일(월)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정다운 감독|유이화 건축가

진행 허희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윤정 님의 글입니다. 






내가 잘 모르는 누군가의 삶의 일대기를 영화를 통해 따라간다는 것은 어쩌면 꽤 지루한 여행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여정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면, 영화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이타미 준의 바다〉는 재일 한국인 건축가 이타미 준, 유동룡의 삶과 작품을 따라가는 영화이다. 유려한 카메라의 워킹으로 보이는 그의 건축 작품은 건축이라는 것이 단순히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자연과 시간 공간을 어우르는 모든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건축 작품을 삶 전체로 만들어온 건축가 이타미 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이타미 준 건축가의 딸 유이화 건축가와 정다운 감독, 허희 평론가의 인디토크를 소개한다.





허희 평론가(이하 허희): 진행을 맡은 허희라고 합니다. 이 영화를 연출하신 정다운 감독님과 영화에도 나오신 이타미 준 선생님의 따님 유이화 건축가님이 나와주셨습니다. 두 분 모시고 이타미 준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큰 박수로 환영해주세요.

 

정다운 감독(이하 정다운): 안녕하세요.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많이 남아주셔서 감사하고, 저희 영화 따뜻하게 봐주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따뜻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이화 건축가(이하 유이화): 안녕하세요 유이화입니다. 오늘 관객들이 꽤 많이 찼다고 듣고 깜짝 놀랐는데 아는 얼굴들이 많네요(웃음).

 

허희: 관객과의 대화를 여러 번 진행하셨지만 출연자와 함께하는 경우가 흔치 않잖아요. 유이화 소장님과 함께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으셨을 때 어떤 느낌이 드셨나요?

 

정다운: 시간이 너무 짧은데 수다가 너무 길어지면 어쩔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상상하실 수 있겠지만 이야기가 너무 많고요, 어떻게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표현을 해야 할 지 고민하다 제가 말을 줄이고 유이화 소장님께서 말을 많이 하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웃음).

 




허희: 유이화 소장님께서는 정다운 감독님과의 첫 만남을 각별하게 간직하고 계실 텐데요, 그때 감독님을 보시고 이분이라면 우리 아버님에 대한 영화 잘 만들겠다.’ 판단하셨다고 들었는데 그에 관한 이야기 들려주세요.

 

유이화: 사실 처음에는 정다운 감독님께서 귀국한지 얼마 안 되신 상황이었고 감독으로 입봉이 되신 상태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지금 느끼실 수 있듯이 이 에너지(웃음), 모든 것을 해내실 수 있는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보고 진심이 느껴졌고, 아버님께서 살아계셔서 감독님을 보셨으면 흔쾌히 승낙하실 것 같다는 생각에 감독님의 제안 받아들였습니다.


허희: 영화 만들 때 유이화 소장님께서 감독님께 한 특별히 당부 요청이 있었을까요?

 

정다운: 사실은 놀라울 정도로 없었어요. 절대 신뢰라고 생각합니다(웃음). 일단 아버님(이타미 준)에 대해서 영화를 통해 다루기 때문에 사실를 기반으로 기본적으로는 모든 게 체크가 되었어요. 기본적인 팩트를 넘어서 어떤 스타일,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요청은 정말 없었어요.

 

허희그만큼 유이화 소장님께서 감독님을 신뢰하셨던 것 같아요. 유이화 소장님께서는 〈이타미 준의 바다〉의 완성본 보시고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유이화: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최종 완성본을 못 봤어요. 제가 눈물이 너무 많아서 영화를 보는 순간 주체를 못 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눈을 감고 한쪽 눈으로만 봐서, 영화의 흐름은 다 봤지만 제대로 보지는 못했습니다.

 

허희: 그러면 언제쯤 영화의 최종본을 보실 생각이신가요?

 

유이화: 영화가 극장에서 내려가는 마지막 날 마지막 시간에 혼자서 볼 예정입니다(웃음).

 




허희: 아무래도 유이화 소장님께서 아버님에 대한 마음이 각별하실 테니까요. 앞선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이타미 준 선생님의 다른 건축물들 이야기는 많이 나누었는데요. 이타미 준 선생님이 집을 건축하신 것들, 예를 들면 어머니의 집이라던가 여백의 집같은 작품들은 이야기를 못 나눠서 오늘은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이타미 준 선생님이 집을 건축하실 때에 관하여 감독님께서는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정다운: 일단 어머니의 집재밌지 않으셨습니까? 저희 영화에서 유일하게 웃음이 나오는 장면인데요, 건축하시는 분들은 굉장히 많이 웃으세요.  

 

허희: 어떤 점에서 웃음이 나시는 것일까요?

 

정다운: 장남(이타미 준)이 건축가가 되었으니 어머니가 본인의 집을 아들에게 맡기면서 마음대로 지어라라고 말씀하셨는데, 정작 아들이 만들어줬는데 이건 안 되겠다라고 하는 게 재미있는 지점이었어요. 데뷔작은 건축가로서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어머니의 집’은 살아있는 조형으로서의 건축’에 대해 실험하신 것도 있고, 현대미술적인 조형, 조각을 추구하시기도 했어요. 젊은 나이에 데뷔작을 하면서 하고 싶으신 게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이 들면서 젊은 유동룡의 모습이 인간적으로 느껴져 좋았어요. 첫 번째 작품부터 완벽하거나 이타미 준 건축의 정수'가 다 들어가 있는 건 아니더라도 출발이라는 점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사랑스러운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어머니를 위해서 정말 올인해서 지으셨거든요. 실제로도 건축가분들이 가족을 통한 건축으로 많이 시작하세요. 자신의 스타일을 세계에 내보낼 수 있는 기회였으니 얼마나 열심히 만드셨겠어요. 그런데 다 만들었는데 어머니가 불편하시다고 하는 것도 있으니까 아, 다음에는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하시는 모습이 저는 정말 인간적으로 느껴지고 되게 좋아요. 그리고 되게 재미있는 스토리가 있는 게, 무라이 오사무 선생님이라고 굉장히 유명한 건축 사진작가신데 이타미 준 선생님이 그분을 정말 좋아하셨거든요. 이타미 준 선생님께서 무라이 오사무 선생님을 찾아갑니다. 사무실에 찾아가서 데뷔작을 만들었는데 꼭 제 작품을 봐주셨으면 좋겠고 말씀하셨고, 그 열정에 무라이 오사무 선생님께서 ‘그래, 가서 보자’ 하고 함께 가보니 작품이 너무 좋아서 데뷔작품을 바로 촬영하셨다고 해요. 그때부터 두 분이 계속 함께 작업해오시면서 우정이 엄청나거든요. 이 멋진 이야기는 〈이타미 준의 바다〉 감독판에 들어갑니다.  

 




허희: 유이화 소장님께서는 이타미 준 선생님의 건축에 대해서 누구보다 해주실 말씀이 많으실 텐데요,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유이화: 앞서 감독님이 해주신 이야기에 하나를 덧붙이자면 대학교 시절 아버지께서 무라이  오사무 선생님에게 잡지를 보고 전화를 하셨대요. ‘훌륭한 건축가 돼서 데뷔할 때 의뢰하겠다그러고 끊으셨대요(웃음). 그러고 데뷔할 때 진짜로 전화를 하셨던거죠. 또, 아버지의 자택은 그 집 자체가 저희 아버지인 것 같아요. 제가 저희 아버지를 존경할 수밖에 없는 건, 아버지는 스스로에게 엄격하신 분이었어요. 자택의 대지가 22평밖에 안되거든요. 22평 짜리 집에서 살면서 저도 아버지한테 그런 얘기 많이 했어요. 우리 편리하게 좋은 집, 넓은 집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이건 너무 좁지 않냐고 말했는데, 아버지께서는 건축가는 미니멀한 삶을 보여주는 모델이 되어야한다고 하셨어요. 아버지 집에는 소파가 없었어요. 식탁 의자에서 꼿꼿한 자세로 흐트러진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이신 적이 없었죠. 미니멀한 삶을 직접 보여주시면서 '집이 넓어지면 내 삶에 군더더기가 붙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아주 간결한 삶을 살고 긴장된 모습으로 스스로를 단련하셨죠. 생활 속 모든 모습이 긴장의 연속이었고, 엄격한 모습을 지켰기 때문에 존경할 수밖에 없었죠.

 

허희: 유이화 소장님께서 이타미 준 선생님의 건축 작품들과 에세이에 대해 쓰신 『손의 흔적』이라는 책에 보면, 집에 대해서 이렇게 쓰셨더라고요. ‘건축가가 자기 집을 설계할 때면 지나치게 고민하는 경향이 있다. 다 지어놓고는 매달린 흔적이 집안 곳곳에 많아 짜증스럽기까지 한다.’ 저는 이 매달린 흔적이 무엇인지 유이화 소장님께 꼭 여쭤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요, 이타미 준 선생님께서 생각하신 매달린 흔적이 뭐였을까요?

 

유이화: 이타미 준 선생님께서는 심지어 입주한 이후라도 마지막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끝까지 고치셨어요. 지금 여기에 되게 고생한 사람들 많이 앉아있는데(웃음), 예를 들자면 제주도 포도 호텔되게 좋잖아요. 저는 그 건물이 완공되고 나서 거기서 되게 자고 싶었거든요. 영화에서도 나오신 김홍주 회장님께서 아버지와 저를 위한 방을 주무시고 가시라고 준비해주셨어요. 아버지께서 거절하시는 걸 회장님께서 억지로 방에 밀어 넣으셨는데, 아버지께서 방에 들어와서 침대에 눕지도 않으셨어요. 의자에 앉으셔서 나는 여기서 자는 순간 콘센트 위치 잘못된 거 보이고 색깔이 마음에 걸려서 여기서 잠 못 잔다고 하셨어요. 현장에서 어쩔 수 없었던 부분들에 대해 항상 아쉬움이 남는 거죠. 결국 그날 아버지하고 나와서 제주시에 있는 6만 원짜리 모텔에서 잤어요(웃음). 그만큼 열정이 있기 때문에 아버지의 작품 하나하나가 애정인 것이죠. 그런데 본인이 사시는 집은 어쩔 수 없죠(웃음). 그리고 사람의 생각이라는 것이 그때 당시에는 이게 옳은 것 같아서 구현했지만 살다 보면 그게 아닐 수 있거든요. 그렇게 본인의 열정과 아쉬움 같은 여러 가지가 교차되면서 그런 것들이 짜증스럽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사시면서 마음에 안 드시면 떼어내기도 하고 칠하기도 하고 공간에 신경질을 내셨어요(웃음). 그런 의미이셨을 것 같아요.

 

허희: 이타미 준 선생님께서는 정말 열정적으로 어떻게든 완벽한 공간을 창출하려고 노력하신 것 같습니다. 두 분 모시고 이야기 나누고 있는데 관객분들과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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