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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던지는 질문
〈세월: 라이프 고즈 온〉과 〈다음 소희〉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지 님의 글입니다.
무너지는 사람들이 있다. 미처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을 잃고 권력 방어에 급급한 국가에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있다. 반복되는 아픔 속에서 남겨진 사람들은 서로 손을 잡고 세상을 향해 외친다. 더 이상 이것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아픈 사람들은 우리로 족하다고. 숨지 말고 우리의 질문에 답해 달라고.
세월호 참사를 다루는 다양한 다큐멘터리 중에서 〈세월: 라이프 고즈 온〉은 과거와 현재를 엮어내며 미래에 관해 이야기한다. 1987년 이한열 열사의 죽음, 1999년 씨랜드 참사,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그리고 2014년 세월호 참사까지. ‘세상 끝의 사랑’이라는 팟캐스트 채널을 통해 각 사건의 유족들은 당시의 상황과 투쟁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떠난 사람들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해서, 추모 공원과 추모비를 세우기 위해서 유족들은 숱한 비난과 배신을 겪었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그들을 견디게 한 것은 먼저 떠나보낸 사람들이 내민 손이다. 먼저 겪어봤으니 다 안다는 말, 잘 지내냐는 안부 인사와 건강히 지내라는 격려에 이들은 계속 싸울 수 있다.
이들이 연대하여 얻고자 하는 것은 결국 안전한 사회다. 내 아이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친구가, 사회가 안전해야 한다는 깨달음. 그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다음 소희〉가 떠오른다.
소희(김시은)는 춤을 좋아하는 씩씩한 아이다. 몇 번이고 넘어지면서도 계속 춤을 추고 친구를 욕하는 소리에는 참지 않고 대든다. 그런 그가 콜센터에 현장실습을 가게 되면서 점차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간다. 매일 들려오는 폭력적인 말에도 ‘사랑합니다 고객님’을 반복해야 하는 상황. 주변의 어른들은 실적, 취업률 같은 숫자를 들이밀며 소희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다. 그나마 그를 이해해 주는 사람마저 떠난다. 비빌 언덕을 찾지 못하고 끝내 막다른 길에 몰린 소희의 선택은 하나밖에 없다. 형사 유진(배두나)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현장실습생들을 구하고자 절박하게 노력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영화는 끝이 난다.
해피엔딩 대신 소희가 남겨둔 단 하나의 영상을 보여주며 영화는 질문한다. 다음의 소희가 생기지 않으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아이들의 일상이 계속되려면.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영화의 조용한 질문이 있다.
*작품 보러 가기: 〈다음 소희〉(정주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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