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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인디돌잔치 〈말아〉인디토크 기록: 손에 손 잡고 말기를 넘어서

by indiespace_가람 2023. 9. 13.

손에 손 잡고 말기를 넘어서*

인디돌잔치〈말아〉인디토크 기록

 

*코리아나, ‘손에 손 잡고’ 가사를 차용한 제목

 

 

 

일시 2023. 8. 29(화)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곽민승 감독, 심달기, 우효원 배우

진행 조영각 PD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해수 님의 기록입니다. 

 

 

 

〈말아〉는 나의 새 마찰을 균형으로 발음해 가는 영화이다. 주리의 경우, 멸치볶음과 전염으로 인해 곤란이 생겼다. 비법을 암기해도 멸치볶음의 단맛은 덜기 어려웠다. 팬데믹이 손님을 드물게 했다. 다만, 주리는 계속 말려다가 말았다. 관두려는 관성을, 김밥을 마는 손으로 잇게 된 안부로서 극복했다. 이 적립이 유쾌하여 좋았다. 〈말아〉는 학구열이 쨍한 영화이다. 주리 외의 인물들도 줌바 댄스 학원에 다니거나, 덩달아 마는 일에 나선다. 성큼. 우리도 김밥도 서로 원만히 당겨야만 잘 지낼 수 있다. 그래서 옆을 멸균하려 애쓴 시기에 나온 이 영화가 말하는 밀접은 더욱 뭉클하다.

 

 

 

 

조영각 PD(이하 조영각): 오늘은 〈말아〉 생일잔치인데요. 기쁘게 감독님께 초대를 받아서 제가 진행을 맡게 되었습니다. 조영각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처음에 인디그라운드에서 봤을 때는 청춘 멜로 드라마구나, 생각했는데요. 여러 상황이 지나서 보니까 초저예산 재난 영화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제가 코로나 시기에 첫 번째로 본 마스크가 등장하는 영화였어요. 가족들, 새로운 친구와 재난을 극복해 가는 과정, 청춘의 고난을 슬기롭게 넘어가는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목도 귀엽잖아요. 〈말아〉. 감독님과 배우님 모시고 즐겁게 생일잔치를 하겠습니다.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

 

우효원 배우(이하 우효원): 안녕하세요. 〈말아〉에서 ‘이원’을 연기한 우효원입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심달기 배우(이하 심달기): 안녕하세요. 〈말아〉에서 ‘주리’를 연기한 심달기입니다.

 

곽민승 감독(이하 곽민승): 안녕하세요. 〈말아〉의 연출을 맡은 곽민승입니다.

 

조영각: 독립영화들이 보통 첫 상영을 하고 나면 개봉하는 데까지 일 년 정도 걸리고, 그 정도 되면 수명이 다한 것처럼 묻히는 경우가 있어요. 2022년 8월 25일에 개봉을 했고, 2023년 8월 25일에 KBS ‘독립영화관’에서 방영도 했어요. 오늘 또 일주년 기념해서 상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관객분들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작년에 활발하게 GV도 많이 하고, 관객분들도 적극적으로 만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동안 이 영화가 끝나고 어떤 시간을 보내셨는지 근황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곽민승: 원래 하던 일 했는데요. 원래 하던 일이 쓰고, 다음 것 도모하고, 궁리하는 일이라서요. 다음 작품 준비하고 있습니다.

 

심달기: 〈말아〉 개봉 이후에 외국을 많이 다녀왔어요. 외국에 촬영하러도 많이 다녀오고, 여행 하러도 몇 군데 다녀왔어요. 생각보다 쉴 시간이 많았던 것 같아요. 너무 행복한 한 해였고요. 간만에 드라마 〈악귀〉를 찍고 계속 쉬고 있습니다.

 

우효원: 저도 영화가 내린 뒤에 다음 작품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웹드라마 〈수업 중입니다〉를 찍었고, 이번에 나왔으니 많이 봐주세요.

 

조영각: 여러분 중에 GV 많이 참석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준비하면서 지난 GV를 봤더니 참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더라고요. 다 마스크 쓰고 계시고, 관객분들은 QR코드로 질문을 해서 나오신 분들이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화면이었어요. (이제) 얼마 안 지난 것 같은데 바뀌었습니다.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2년 넘는 기간의 재난을 힘겹게 극복하고, 이 자리에 있네요. 관객분들 역시 거리두기 없이 있으시네요. 제가 몇 가지 질문을 드리기 전에, 영화의 서포터즈 분들이 계시잖아요. 꽁다리. 영화에 나오는 김밥 꽁다리, 저도 좋아하는데요. 생일을 맞이하여 케이크를 준비하셨다고 해요. 그래서 간단하게 생일 파티하고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무대에 있는 감독과 배우가 김밥 케이크에 환호하자 관객 일동: 생일 축하합니다 / 생일 축하합니다 / 사랑하는 〈말아〉의 생일 축하합니다)

 

조영각: 영화계에서 독립영화는 인디돌잔치를 하고, 이십 년 정도가 지나면 영상자료원에서 회고전 비슷한 것을 하거든요? 꼭 이십 년 후에 상영회를 갖기를 기대해 주시고, 관객분들이 응원해 주시길 바랍니다. (웃음) 축하드립니다.

 

곽민승: 개봉할 때도 김밥 케이크 만들어서 주셨는데 그때도 인디스페이스였거든요.

 

 

영화 〈말아〉 스틸컷

 

 

조영각: 영화를 보면 촬영이나 음악이 상당히 예쁘게 구성이 되어있던 것 같아요. 독립영화 촬영들이 카메라를 다양하게 설치하지 못하거든요. 빨리 찍어야 하고, 공간이 제한되니까요. 그런데 이 영화는 클로즈업도 많고, 심도가 되게 낮아서 포커싱 이동도 되는 촬영 설계를 하셨더라고요. (덕분에) 배우들의 표정을 보는 것도 좋고, 영화가 빠르지 않은데 루즈하지 않게 구성이 된 것 같아요. 상당히 인상 깊게 느껴졌습니다. 감독님, 어떻게 설계하셨습니까?

 

곽민승: 김진형 촬영 감독이 촬영했고, 저랑 전부터 영화나 영화 이외의 것도 같이 작업을 하는데요. 같이 작업을 하다 보니까 굳이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 않아도, 서로 동의하고 있는 바가 마음속에 다 있었고요. 저도 신뢰가 있는 촬영 감독이니 같이 해보자고 이야기했을 때, 촬영에 대해서 크게 이야기하진 않았어요. 음식이 나오고, 인물이 중심이라는 것. 여건상 세트는 당연히 못 가고, 할 수 있는 공간들이 협소한 게 크게 안 드러났으면 좋겠고. 김밥집 같은 경우, 자주 등장하는 장소를 계속 비슷한 컷으로 찍어가면 아무래도 지루한 면이 있고. 이러한 간단한 이야기를 전달했어요. 제가 이런 식으로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고 해서 같이 본 영화도 있어요. 처음 김진형 촬영 감독과 같이 한 작업이, 제가 항상 콘티를 그려서 작업을 하다가 그분이랑 짧은 패션 필름을 찍었을 때 처음으로 콘티 없이 찍었어요. 그 이후로 필요한 것들은 그림을 그리지만, 대부분 글 콘티이거나 주로 현장에서 만들어 가요. 일본 영화 촬영 방식이 좀 그러한데요. 리허설 중심으로 갔다가, 거기서 제일 좋은 장면으로 어떻게 앵글을 잡아야 하는지 현장에서 판단하거든요. 〈말아〉의 경우도 그렇게 촬영을 했죠.

 

조영각: 보통 처음에 이야기할 때 그렇게 하잖아요. 우리는 클로즈업의 영화야. (혹은) 롱테이크의 영화야. 풀샷의 영화야. 그런 것까지도 이야기를 안 하셨나요?

 

곽민승: 처음 찍은 컷이 영화의 첫 컷이에요. 아, 아니다. (웃음) 처음 찍은 컷이 주리가 처음으로 혼자 김밥집을 맡는 날 아침에 일어나는 장면 있잖아요. 그 컷을 먼저 찍고, 집에서 하는 컷 찍고, 영화의 첫 컷도 찍었어요. 데이는 다르지만 집에서 찍을 것들 많이 찍었는데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 영화는 이렇게 해야겠구나, 싶었어요. 가까이 잡으면 좋다고요. 직감 같은 건데, 심달기 배우 화면 찍으면서 보니까 좋더라고요. 제가 은연중에 “더 다가가도 되겠다”라는 이야기를 했었어요. 촬영 감독은 이렇게 하고 싶구나, 하고 무언의 약속 같은 게 생겨버린 것 같아요. 집을 먼저 찍으면서요.

 

조영각: 배우분들도 찍으면서 모니터를 보면, 이런 컨셉으로 간다는 것을 정확하게 듣진 않아도, 흐름으로 알게 되잖아요. 첫 컷이나 본인의 부감숏을 봤을 때 느낌이 어떠셨어요?

 

심달기: 제가 예전에 나오던 느낌이랑은 달랐다고 많이 느꼈어요. 일단 너무 밝고, 저한테 비치는 조명 자체가 이렇게 밝은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웃음) 항상 어두운 곳에 있었어서요. 저도 몰랐던 얼굴들을 많이 봤던 것 같아요. 김진형 촬영 감독님이 제 거의 첫 단편인 〈동아〉의 후반 작업을 하셨죠. 색 보정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뭔가 제 얼굴을 이미 알고 계신 분이었더라고요. 그래서 좋았던 것 같아요.

 

우효원: 저는 솔직히 찍을 때는 잘 몰랐어요. 제가 이 영화를 본 이후에 독립영화도, 상업영화도 관심을 더 많이 가지게 되고, 많이 봤거든요. 근데 우리 영화가 왜 재미있는지 다른 영화들을 보니까 보이더라고요. 자칫하면 여유 있고 느려 보일 수 있는 부분들도, 우리 영화에서는 하나도 지루하지 않고 재밌었어요. 감독님이 센스가 있으시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우리 〈말아〉가 사랑을 받는구나, 점점 느끼는 것 같아요.

 

조영각: 처음 감독님으로부터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연기자들이 “내 모습이 얼마나 투영이 되어있나” 혹은 메소드 연기라고 그러죠? 나와는 다르지만 여기에 빠져서 연기를 해야 되겠다, 내가 가진 것을 여기에 투영해도 되겠다, 생각하실 것 같은데요. 시나리오를 보셨을 때 본인하고 얼마나 닮았는지, 달랐는지 이야기해 주실 수 있나요.

 

심달기: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도 그렇고 촬영을 했을 때도, 영화를 나오고서도 저랑 많이 다른 인물이라고 계속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지금 딱 주리의 나이가 되었거든요. 근데 진짜 주리 같이 살게 된 거예요. 집에서 게임만 하고, 그렇게 되어버린 거예요. 그래서 되게 신기했어요. 예전에는 혼자 살아본 적이 없어서 집을 어지르고 안 치우는 성격이 아니었단 말이죠. 그렇게 됐네요? 그래서 되게 신기했어요. (웃음)

 

조영각: 전에 했던 역할들하고도 많이 다르죠. (이전의 배역은) 세고 어둠의 느낌도 있고, 그렇지만 세상을 극복하려는 힘도 있는 캐릭터였는데요. 영화가 삶을 인도한 건가요? (웃음)

 

심달기: 그러게요. 최근에 닌텐도에 빠져서 그렇게 되더라고요. 게임을 하면 그 꼴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진짜로요. 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우효원: 저는 제가 오디션을 지원했는데, 그때 애초에 저랑 많이 닮아서 꼭 이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원을 했거든요. 그래서 촬영도 크게 다를 것 없었던 것 같아요. 디테일한 것들은 달랐겠지만요. 요즘 생각해 보면, 조금 더 내가 이원을 바꿔서 잘해볼 수 있었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계속 연기를 하면서 살다 보니까요.

 

조영각: 재밌는 게 이원은 단무지를 못 먹잖아요. 못 먹는 것을 나중에 주리가 알아서 단무지를 빼놓고 김밥을 말아주는 설정이 있는데, 이게 인물의 작은 핸디캡이잖아요. 그렇게 설정하신 이유와 그것을 보셨을 때 배우님은 어떤 생각을 하셨어요?

 

곽민승: 실제로 단무지를 못 먹거나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가 많진 않겠지만, 특정 재료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아요. 그 경우를 넣고 싶은데, 김밥 재료 중에 특수한 거면 좋겠다, 싶었어요. 단무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그냥 했어요. 이 생각이 어떻게 도출됐는지는 모르겠어요. 하고 나서 검색을 해봤어요. 확실히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아마 색소 알레르기일 것 같은데요. 둘이 아주 작지만, 서로 생각하게 되는 스파크가 하나 튀었으면 좋겠어서 넣었죠.

 

우효원: 저는 사실 그런 게 없는 사람이다 보니까 공감은 안 됐어요. 이원이라면 되게 사소하지만 독특한 게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원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이 더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요.

 

 

영화 〈말아〉 스틸컷

 

 

조영각: 이제 관객분들 하실 말씀 있으시면 손 들어주시고, 질문해 주시길 바랍니다.

 

관객: 엉뚱한 질문일 수 있는데, 세 분께서 촬영에서 이런 부분을 숨겨놨는데 관객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것이 있는지 궁금하고요. 이제 일 년이 지났는데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해서 서로 하시고 싶으셨던 말씀이 있으실지 궁금했습니다.

 

곽민승: 저는 크게 없어요, 숨겨놓은 것. (영화에) 제가 좋아하는 음반을 넣었어요. 제가 영화에 흠뻑 빠지게 한 〈올드보이〉 OST거든요. 그게 잘 안 보여요. 잘 안 보이게 해놓으려던 것은 아닌데 그렇게 됐어요. 또, 주리의 엄마가 춤출 때 삽입된 곡이 ‘뽕’이라는 앨범의 뱅버스 음악인데요. ‘뽕’이란 음악이 되게 한국적인 음악이고, 저는 어느 정도 한이 서려 있다고 생각해요. 지나가는 건데 그냥 제가 만족한 장면이거든요. 원래 그 음악을 넣지 않았는데 넣고 싶었어요. 거기 있는 어머님들이 춤을 추면서 즐거운데 한풀이하는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조영각: 하나 제가 여쭈면, 김밥집에도 벽지에 뭐가 붙어 있잖아요. 기후 위기도 있고, 들꽃에 대해 붙어 있고요. 그것도 은근히 보여주셨어요. 이건 어머니의 캐릭터 설명인지, 아니면 원래 김밥집에 붙어 있던 것인지요?

 

곽민승: 어머니의 캐릭터 설명이고요. 그건 살짝 저희 어머니 캐릭터에서 가져온 게 있어요. 지금은 마스크를 쓰고 있는 전염병이 도는데, 전에는 크게 대두되는 문제로 기후 환경이 있었어요. 항상 문제가 되는 거죠, 온난화는. 이런 성격들이 들어가면 좋겠다 싶어서 넣었죠.

 

심달기: 제가 의도하고 숨긴 것은 없었던 것 같고요. 사실 배우가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많이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생각나는 건, 처음 이원을 마주치는 장면에서 주리가 김밥을 썰며 미니 선풍기를 쐬고 있거든요? 미니 선풍기가 소품이 아니라 스태프 거였어요. 근데 제가 해도 되냐고 해서, 승낙을 받고 했죠. 별거 아닌데. (웃음)

 

곽민승: 제가 찾아보니까 (달기 씨는) 김밥을 원래 잘 마셨다고 하고, 정은경 배우가 연습을 더 많이 하셨대요. 멸치 볶거나 할 때 웍질을 보고 “보통 실력이 아닌데?” 했어요. 원래 요리를 많이 하시고 관심이 있으신가요?

 

심달기: 요리를 잘하는 편인 것 같은데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워낙에 할 기회가 많이 있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도 하고 그래서요.

 

우효원: 저도 숨긴 것은 딱히 없는 것 같은데요. 감독님이 숨긴 게 재밌는 것 같아요. 이원과 주리가 디테일하게 보면 입고 있는 옷이나 집에 있는 소품의 분위기가 되게 비슷하거든요. 티셔츠에도 서로만 알아볼 수 있는 게 그려져 있다는 게 있다던가요. 집의 포스터, 앨범 자켓 이런 게 통하는 게 있어서 잘 맞지 않았나, 싶어요.

 

 

영화 〈말아〉 스틸컷

 

 

조영각: 배우님이 소품 이야기도 하셨는데요. 이를테면 옷이나 벽에 붙어 있는 게 감독님의 취향이 반영되었다는데 의상은 어떻게 하셨습니까? 이 영화는 의상 담당도 따로 있더라고요. 홍상수 감독님은 배우분께 집에 있는 옷을 다 찍으라고 한 다음, 그중에서 골라서 쓰신대요. 소품 옷을 살 수 있는 제작비가 많지 않으니까요. 감독님은 많이 준비하신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의상을 준비하셨어요? 배우님이 입고 싶다고 하신 게 있진 않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심달기: 제 옷이 세-네 벌 정도 쓰였어요.

 

곽민승: 준비를 잘하고 싶었고, 이원 같은 경우 다 준비를 해드렸죠. 사전에 많이 피팅했어요. 달기 배우 입은 의상 같은 경우에는 생활감도 있어야 해서, 의상 하시는 분이랑 같이 빈티지 삽을 많이 돌아다녔어요. 컨셉이 컬러가 들어간 프린팅 티셔츠를 입었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이게 주리의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생각하는 의상에 딱 맞는 티셔츠를 처음 미팅 때 입고 왔어요. 그걸 계기로 이러한 티셔츠들이 있냐고 물어봤어요. 너무 괜찮은 것들이 있어서 써봤죠. 준비 안 해서 배우 옷을 입힌 게 아니라요. (웃음) 그랬잖아요.

 

심달기: 제 기억으로는 세 벌이 정확하게 기억이 나는데요. 파란색, 엄마한테 배워서 처음으로 김밥 말 때 그 나이키 옷. 집에서 처음 혼자 김밥 말 때 프린팅된 회색 옷이랑 반바지가 하나 있어요. 그리고 또 하나 있는데요. (웃음)

 

곽민승: 〈최선의 삶〉 영화에서도 입고 나왔던 바지잖아요.

 

심달기: 맞아요.

 

 

영화 〈말아〉 스틸컷

 

 

조영각: 엄마가 방을 빼라 해서 김밥을 말게 되고, 김밥을 말다 보니 단골 손님인 이원을 만나게 되잖아요. 모녀간의 이야기에서 연애 이야기로 가는 비중이 볼 때마다 무게 중심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감독님이 어떻게 감안하시며 비율을 조정하셨는지 이야기해 주세요. 달기씨께도 여쭤보자면, 두 관계 중에 영화에서는 어느 부분에 더 무게 중심이 있을까요?

 

심달기: 일단 감독님이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이원과 주리의 관계가 연애가 아닐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셨어요. 주리한테는 당연히 연애 감정이었을 것 같은데, 이원한테는 아닐 수 있다, 이렇게 말하셨나요?

 

곽민승: 결과적으로 마지막에 둘이 스쿠터도 타는 장면도 나왔는데요. 읽히는 대로 느끼시면 되는데요. 당시에 이야기도 했어요. 둘이 연인 관계가 된 것 아니다.

 

조영각: 끝나고 이야기하신 거예요, 아니면 처음에 이야기하신 거예요?

 

심달기: 끝나고 이야기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효원 배우가, 이원이 주리에게 어떤 감정을 염두에 뒀을지 궁금했어요.

 

우효원: 저 지금 들었는데요? (웃음)

 

곽민승: 저는 처음부터 생각했어요. 둘이 오붓하게 연인 같은 분위기를 내봅시다, 이런 표현을 전혀 안 썼어요. 더 친해졌다 정도.

 

조영각: 효원 배우님도 연기하시면서 좋아하는 감정이 있다, 이렇게 생각을 하셨나요?

 

우효원: 저도 현장에서 감독님의 어떤 결이나 말하는 뉘앙스를 들었을 때, 둘이 연인 관계를 굳이 원하시지 않는 게 느껴지긴 했거든요. 그래도 상황 자체가, 제 기준에서는 이건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반창고까지는 괜찮은데 끝나고 헬멧을 사 와서 같이 타자고 할 때는 좋아하나보다, 싶었어요.

 

곽민승: 그냥 하나 더 들고 온 거죠. 둘이 오래 안 봤잖아요. 집이 가까워 들릴 수도 있으니, 타자고 할 수 있잖아요. (웃음) 사실 저도 막 섞여 있는 것 같아요.

 

조영각: 최초에 제가 여쭤본 것은, 남녀의 관계와 엄마와의 관계가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르게 오거든요. 감독님은 어떤 염두를 두셨는지요.

 

곽민승: 엄마와의 관계에 비중을 처음에는 훨씬 뒀죠. 제일 비중을 둔 것은 주리 혼자의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다음으로 엄마에게 뒀어요. 찍으면서 주리와 이원의 케미가 생각보다 재밌고 좋은 것 같았어요. 제가 편집을 했으니까, 편집 과정에서 그런 것을 더 살렸어요. 사실 여건상 못 찍은 장면도 있어서 그런 것들을 다 찍었으면 좋았겠다, 싶었어요.

 

 

영화 〈말아〉 스틸컷

 

 

 

관객: 아까 처음에 ‘독립영화관’ 이야기하셨잖아요. 시작할 때 감독님과 인터뷰가 있었어요. 감독님이 코로나 시기였기 때문에 찍지 못해서 아쉬운 장면이 있다고 그러셨는데요. 말해주시지 않은 장면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곽민승: 주리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주리가 혼자 지방으로 떠나는 여정이 있었어요. 버스 터미널 대합실 같은 곳이 있었고요. 다음에 고속버스 안의 몽타주 컷이 있었는데요. 그 당시에는 찍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모여만 있어도 지나가는 분들이 신고할 때였어요. 아예 섭외 자체도 힘들었고요. 그래서 마지막 컷 찍고 “수고하셨습니다” 이랬을 때 저 혼자 “이거 수고한 거 아닌데” 했어요. 내가 못 찍은 것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싶었던 거죠. 저 혼자 종료가 아니었어요.

 

조영각: 그래서 특이한 신 구성이 됐죠. 직접적으로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문자를 본 다음 컷이 분식점 앞에 당분간 영업을 쉰다고 나오잖아요. 그러면 영정 사진이 (메인으로) 나오는데 그런 게 없어요. 암흑이 나오고, 엄마랑 짐을 싸는 신 구성이 오히려 심플해서 과감한 결정을 하셨구나, 싶었어요.

 

곽민승: 그런 것 때문에 원치 않게 러닝타임이 줄었죠. 근데 저는 최종 러닝타임 받고 좀 좋았어요. 슥 보고, 삭 가서 김밥 먹고. (웃음)

 

조영각: 이 질문을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은데요. 음악이 풍성하고 광범위하게 쓰였고, 장면들의 활력을 불어넣으며 이미지를 끌고 가는 느낌이 있어요. 또 놀라운 게 엔딩 크레딧을 보면 다 연주하셨어요. 비디오나 컴퓨터 음악이 아니고요. 그런 것까지 할 수 있는 결정을 어떻게 하셨는지, 직접 연주하겠다고 결정하신 용기가 궁금합니다.

 

곽민승: 저희가 음악 작업할 때, 정준영 음악 감독이 해외에서 공부 중이었어요. 그래서 모든 음악 작업을 온라인으로 주고받으면서 했고요. 처음부터 여기 들어가는 악기를 녹음실에서 녹음해서 만들고 싶었는데요. 그때는 불가피하게 미디 음악을 샘플링 해서 써서 넣고, 영화제에서 그렇게 다 틀었어요. (문득) 차이가 있겠다 싶었어요. 처음에 애니메이션 같은 음악이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았거든요. 그런 게 더 살려면 샘플링 악기 쓰는 것보다, 실제로 우리가 다 연주를 해보자, 했어요. 여기에 맞는 오보에나 클라리넷 연주자분들을 초청했어요. 녹음할 때도 저는 직접 갔지만 음악 감독은 미국에 있는 상태였거든요. 화상으로 보고, 디렉팅 해서 진행을 했고, 넣었죠.

 

 

 

 

 

조영각: 좋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OST 앨범을 선물 받아서, 차에서 가끔 듣습니다. (웃음) 어쨌든 영화가 끝난 지 일 년이 지났고 관객분들을 모시고 생일잔치를 하게 되었는데요. 이 영화가 관객분들께 어떤 영화로 남았으면 좋겠는지, 각자 개인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 작품인지 말씀해 주세요.

 

곽민승: 사실 이 영화는 장편 영화 데뷔해 봐야겠다, 개봉시키고 싶다와 같은 마음이 일절 없었어요. 그냥 만들어야지, 이 생각밖에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이렇게 된 건데요. 저는 사실 개봉하고 나서 여기 있는 관객분들이나 꽁다리 서포터즈와 같은 분들 만나면서 영화에 애정이 생긴 것 같아요. 저한테는 이전에도 무언갈 찍고, 이번에는 〈말아〉를 찍고, 다음에도 무언갈 찍고. 계속 찍어나가고 싶기 때문에, 찍는 것의 연속이었어요. 그래서 할 때마다 최선을 다하자, 였지 이게 내 인생의 중요한 영화라는 인식은 없었어요. 오히려 관객분들 만나면서 저에게 큰 의미가 생겼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힘이 저에게 작용을 했어요. 다음 영화를 좀 더 양질의 것으로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고요. 너무 소중한 작품이 됐어요. 더군다나 오늘 돌잔치, 내심 되고 싶었거든요. 돼서 기분 너무 좋았어요. 저한테는 큰 의미가 든 작품이 되었어요. 달기에게도 효원에게도 그런 작품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인데요. 이야기 들어볼까요? (웃음)

 

심달기: 개인적으로는 아까도 이야기했다시피, 제가 처음 해보는 유의 영화이기도 했고요. 처음 맡아 보는 성인 역할이기도 했어요. 되게 새로운 점이 많았어서 요새 〈말아〉를 상영할 기회가 간혹가다 조금씩 있어요. 관객분들 만나고 할 때마다 〈말아〉를 같이 찍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거든요. 제가 많이 찾아보진 않았지만, 사람들이 〈말아〉를 보고 나서 저희 세대분들이 많은 위로를 얻고 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 이 영화는 위로를 얻고 가는 영화구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렇게 의미가 저한테 남을 것 같아요. 몇십 년 뒤에 우리 세대가 나이가 들어서 우리 세대는 젊었을 때 어떤 풍경이었나, 복기하기에 풍경을 되게 잘 담은 영화인 것 같은데요. 저는 그걸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그 얼굴이 될 수 있어서 기분이 되게 묘한 것 같아요.

 

우효원: 저도 처음인 게, 〈말아〉는 저의 첫 장편 영화였어요. 이렇게까지 가깝게 감독님과 배우님과 지내는 게 처음이어서 고마운 게 많은 것 같아요. 관객분들도 제가 얼굴을 기억할 정도로 봐주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되게 신기하고, 배운 것도 많았고, 뜻깊은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조영각: 마지막 말씀도 쭉 해주세요.

 

우효원: 제가 말이 좀 느렸지만, 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비 오는데 조심히 안전 귀가해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심달기: 이렇게 케이크까지 받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인디돌잔치에 뽑혀서 너무 기분 좋은 것 같아요. 다시 보고 싶은 영화로 뽑힌 것 맞죠? (웃음) 언제 또 〈말아〉를 극장에서 보게 될지 모르겠지만, 계속 극장에서 보고 싶은 영화였으면 좋겠어요. 오늘 와주셔서 감사하고, 평일 저녁인데 GV까지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곽민승: 〈말아〉 만들면서, 관객분들 만나면서 후회를 진짜 많이 했거든요. 다른 감독님들도 그렇겠지만 자기 눈에는 미흡한 것만 보이니까요. 그런데도 이렇게 자리해주시고, 좋아해 주시고, 투표도 해주신 게 정말 감사드리고요. 그래서 제 생각에 미흡하다고 생각되는 지점이 없는 다음 작품을 만들어서 좀 빨리…. 빨리 안 되겠죠. (웃음) 그래도 스스로 최선을 다해서 작품 들고 찾아뵙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고요. 그때 또 인사하시지요. 감사합니다.

 

조영각: 오늘 끝까지 자리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인디돌잔치는 매달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인디스페이스도 많이 찾아와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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