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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 Review] 〈그녀의 취미생활〉리뷰: 무너진 밤에 걸어둔 소원

by indiespace_가람 2023. 9. 15.

〈그녀의 취미생활〉 리뷰: 무너진 밤에 걸어둔 소원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진하 님의 글입니다.

 

 

살았던 중에는 가장 시골인 곳에 살고 있다. 평화로운 풀벌레 소리와 나만을 위해 차린 저녁, 아늑한 밤의 취미생활을 상상하기도 했다. 조금의 고독쯤은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공처럼 자유라 여길 용기가 있었다. 간과한 것이 있다면 여유는 곧 공백이라는 것. 건물 대여섯 개가 늘어선 우리 집 골목에는 가로등이 딱 하나 있다. 글로 옮겨 적기 애매한, 작고 큰 공포를 느끼는 날이 늘어나며 밤 산책을 하지 않게 되었다. 창문을 모두 걸어 잠그고도 잠들기 무섭다는 생각에 혼자 울었던 날은 나만 알고 있다.

 

누구나 구원을 꿈꾼다. 도망칠 수 없고 달라질 것 같지 않은 현실에서 나를 꺼내줄 누군가. 밤마다 머리맡에 가위를 두고 잠드는 그녀도 간절히 바랐을 것이다. 누군가 나를 제발 여기서 꺼내주세요. 아니면 날 괴롭게 하는 사람들을 다 죽여주세요. 〈그녀의 취미생활〉은 누군가 한번쯤 빌어보았을 소원을 이루어주는 영화다.

 

 

영화 〈그녀의 취미생활〉 스틸컷

 


시골에서 여자 혼자 산다는 것. 이미 관용구처럼 존재하는 말이 미워질 때가 온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말했듯 이 땅에는 차별과 폭력이 공기처럼 존재한다. 강하게 연결된 데다 폐쇄적인 곳에서는 짓눌러오는 공기의 압력마저 남다르다. 숨 쉴 곳을 찾아 남편과 마을을 떠났던 정인은 그곳에서도 구원을 찾지 못하고 돌아왔다. 유일한 버팀목이던 할머니마저 세상을 떠난 최악의 순간 영화가 시작한다. 정 못 참겠으면 콱 꼬집어버려. 할머니의 마지막 말을 부적처럼 지니고 매일 밤을 간신히 버틴다.

실패한 혁명가는 온 몸에 힘을 주고 살아간다. 어깨가 움츠러드는 만큼 귀가 밝아진다. 평화로운 자연 속에서는 조금의 소음도 갑작스럽고 크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언제나 긴장한 채,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고 바닥도 없이 무너져내릴 것 같다. 그런 그녀에게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한 혜정이 찾아온다. 흥미와 연민이 뒤섞여 있다. 누구든 죽일 수 있고 누구든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언니는 뭐든 알고 있는 사람 같아요. 신이라도 만난 듯한 표정이다. 신의 취미는 나쁜 짓이고, 이번에는 정인을 구원하기로 한다.

 

 

영화 〈그녀의 취미생활〉 스틸컷

 

시골에 살려면 벌레 정도에는 익숙해져야 한다. 있는 듯 없는 듯 함께 하거나, 이기는 법을 알게 되거나. 벌레에게 이기는 게 조금 나쁜 짓일지라도, 도저히 '죽었다 생각하고 함께 살'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살아있는 것처럼 살기 위해선 좀 나쁜 취미 생활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게는 와주지 않을 구원 같은 영화였다. 다만 정인이 행복해지길 바랐고 정인은 끝내 웃음 지었다. 그 웃음이 나의 것이 아닌데도 기뻐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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