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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피아노 프리즘〉리뷰: ‘예술 도슨트’로의 첫 자기소개

by indiespace_가람 2023. 9. 21.

〈피아노 프리즘〉 리뷰: '예술 도슨트'로의 첫 자기소개

 

*관객기자단 [인디즈] 임다연 님의 글입니다.

 


첫 장면부터 배리어 프리임을 명시한 〈피아노 프리즘〉은 끝날 때까지 단 한 명의 관객도 소외시키지 않으려 노력한다. 영화 속 감독이자 주인공인 오재형이 움직이는 영상은 동시에 말이 되고, 글자가 된다. 그가 추구하는 예술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의 음악은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대화가 되고, 외침이 된다. 소외된 것, 보이지 않는 것, 가려진 것에 던지는 그의 세심한 시선은 차분하지만 에너지가 넘치는 그의 음악과 닮아 있다. 감독 오재형은 그런 스스로의 모습을 마찬가지의 시선으로 담아냈다.

 

영화 〈피아노 프리즘〉 스틸컷


영화는 화가였고, 감독이자 피아니스트인 오재형 본인의 단독 공연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그 과정에서 그는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구조물을 만들고, 영상을 촬영하고, 피아노를 연주한다. 그를 통해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사회의 여러 문제점이다. 그는 음악과 영상이라는 ‘프리즘’을 사용하여 문제를 비추어낸다. 그물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끊임없이 공사 중인 도시 등 그는 우리 사회를 우화적인 다른 이야기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그가 담아내는 우리 사회 모습은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보이는 것들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잊거나 무시하기를 택한 것들이다. 그가 보고 말하기를 택하는 이야기들은 세월호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그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모두가 빨리 움직이며 빠르게 흘러가는 한국 사회의 중심과도 같은 광화문이라는 공간에서 홀로 시위를 하고, 카메라를 들고 가만히 서서 여러 군데를 담아내는 그의 모습이 그가 포착하고 싶은 영상과 닮아 있는 것이다.

 

영화 〈피아노 프리즘〉 스틸컷


이번 영화는 오재형 감독이 기존에 하던 방식대로 그의 시선을 통해 어떠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그려내는 과정 중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까지의 그의 작품과 달리, 비유적이기보다는 다소 직설적이고 자기 표현적인 면모가 두드러진다. 다큐멘터리에는 작품을 어떤 방식으로 만드는지, 자신의 관심사가 어떤 방식으로 가닿는지 등 자신의 예술 세계에 대한 생각이 본인의 입을 통해 드러난다. 나아가 자신의 예술 세계를 유지하기 위한 그의 노력, 어쩌면 그가 살고 있는 세계 그 자체를 유지하기 위한 발버둥이라고도 볼 수 있을만한 노력과 고민의 흔적이 드러나 있다. 전례 없이 솔직한 그의 모습에는 시작부터 자신감 있게 말했던, 배리어 프리라는 방식이 한 몫 했다고 느껴진다. 자신의 모습에 대해 자신의 입을 통해 해설을 덧붙이는 과정은, 그렇지 않아도 직설적일 수 밖에 표현 방식에 더해지는 솔직함을 당연하게 만들어준다.

 

영화 〈피아노 프리즘〉 스틸컷


그러나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그의 모습에는 부끄러움이 전혀 없다. 오히려 화가이기를 그만 두었다 선언하며 그의 작품 위에 길게 적은 글처럼, 대범하고 담담하다. 그의 그러한 자신감의 원천은 힘들지만서도 멈추지 않은 그의 예술 때문이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가 보여주고 있는 솔직함과 자기 확신은 프리즘에 어떤 것을 투영하고 투사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알고, 그것을 제대로 행하는 사람만이 보일 수 있는 자신감인 것이다. 스스로를 ‘예술 잡상인’이라 칭하고 있지만, 무엇을 하는지 명확하게 아는 사람의 작품이기 때문에, 조만간 ‘예술 도슨트‘가 될 수 있지 않을지,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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