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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작은정원〉: ‘카메라.’ ‘롤.’

by indiespace_가람 2023. 7. 27.

 

〈작은정원〉리뷰: 카메라. 롤.

 

*관객기자단 [인디즈] 임다연 님의 글입니다.

 

 

능숙하게 촬영 현장을 진두지휘 하고 꼼꼼히 앵글을 채우는 이들은 모두 최소 육십이 넘은 ‘언니’들이다. ‘감독님’이 결정하셔야 한다는 말에는 부끄러워 하면서도, 금세 연기 지시를 내리는 모습은 여느 영화감독과 다를 바 없다. 카메라 감독은 알아서 화면을 만들어 나가고, 배우는 이쪽 얼굴이 나은지 저쪽 얼굴이 나은지 고민하고 조언을 구한다. 하나 둘 꼼꼼하게 확인 받고 물어보던 모습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혼자 할 수 있다 단호하게 말하며 건네는 도움을 거절하기까지 한다. 이들의 배움은 눈에 띄게 빠르고, 두드러진다.

 

 

영화 〈작은정원〉 스틸컷

 

 

어색하게 핸드폰을 붙잡고서는 버튼 하나하나 조심히 눌러보고, 카메라를 돌리는 법을 몰라 이내 촬영을 포기하던 ‘언니’들의 모습은 흔한 ‘어머니’를 연상시켜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웃음은 오래지 않아 화면을 채우는 작고 따뜻한 일상을 향한다. 카메라를 향해 어색하게 인사하고, 머쓱해하며 몇 번이고 다시 촬영을 하는 ‘언니’들의 모습은 유튜브의 수많은 초보 브이로거들과 다를 바 없다.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일상의 아름다움을 촬영하는 모습은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막연하게 남의 일처럼 여겨오던 그들의 삶을 그들이 직접 만들어낸 렌즈를 통해 바라본 소감은, 색다르면서도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영화 〈작은정원〉 스틸컷

 

 

배우는 행위가 젊음의 전유물 같이 여겨지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을까. 나이가 들면 하던 일과 머물던 공간에 고착되어 관성처럼 살아가야 한다고 누가 정해두었을까. 늙은 사람은 새로운 경험을 해서는 안되고, 새로운 것을 배워서 안된다고 정해둔 것도 아니었는데, 세상은 나이 듦을 멋대로 규정해버린 것 같다. 나이 든 사람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은 어색하거나 신기하게 여겨야 할 일이라고, 마치 자신은 나이 들지 않을 것처럼 이야기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수도 없다. ‘뒷방 늙은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던 자조적이고 서글픈 의미가 무색하게, 요즈음에는 뒷방 늙은이가 당연해진 듯한 모습이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고 앞자리가 바뀌는 것을 두려워 하고, 느려지는 것을 민폐라고 여긴다. 40대 이상은 가게에서 주문하면 안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아무렇지 않게 오고 가고, 그것을 들은 ‘40대 이상’들은 계산대 앞에서 버벅이는 것을 두려워 한다. 새로운 것이 생겨나고 그것을 익히는 과정이 더뎌지는 것은 삶의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 밖에 없는데도,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노인’의 외관을 갖추게 되면 배움과 새로운 시작이 어색한 것이 되어버린다. 배우고 익히느라 헤맬 바에는 포기해버리는 삶이 일상이 되어버린다.

 

 

영화 〈작은정원〉 스틸컷

 

 

〈작은 정원〉의 주역들이 서로를 부르는 ‘언니’라는 호칭은 그래서 더욱 살갑게 다가온다. 손위 여자 형제를 부르는 ‘언니’라는 말이 아닌, 나보다 나이 든 사람 모두를 일컫는 호칭이었던 ‘언니’처럼 느껴져서이다. 영화에 나오는 이들은 성별 상관없이 자신보다 나이 든 사람을 언니라 부른다. 어르신, 어머님이 아닌 언니라는 호칭에는 나이 듦에 대한 거리감이 없다. 어떠한 외관으로, 일정 나이를 기준으로 한 호칭이 아니라 나보다 나이를 먼저 살아간 사람에 대한 호칭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나 또한 언니가 될 것이라는 인식이 전제해 있다. 선을 긋지 않는 호칭은 그래서 더욱 다정하게 다가온다.

 

 

영화 〈작은정원〉 스틸컷

 

 

매일 새로운 날을, 새로운 나이를 살아가고 있는데 배우는 게 없을리 없다. 또한 먼저 나이를 살아간 선배에게 배울 점이 없을리 없다. 설령 요즈음의 가치관과 다른 부분이 있을지언정, 그것도 언니들의 삶의 흔적이고 우리가 딛고 나아가야 할 부분들이다. 우리보다 먼저 나이를 살아간 언니들을 우리는 왜 배척하기 시작했을까. 차근히 배우고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언니들이 변화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완벽한 성장 서사가 된다. 나이든 모습이 보기 싫다, 구부정한 자세를 보고 사람들이 싫어할까 걱정된다고 말하던 언니들은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자신의 모습을 고스란히, 자연스럽게 담아내게 된다. 그러한 언니들을 보고 있자면, 성장은 나이에 상관 없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뚜렷하게 다가온다. 그들이 만들어낸 기록은 삶의 어느 지점을 보여주는 모습일 뿐이다. 앞으로 계속 해서 있을 또 다른 도전과 크고 작은 성장에 살가운 눈빛과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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