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다시 돌아가는
〈비밀의 언덕〉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3년 7월 19일(수) 오후 7시 상영 후
참석 이지은 감독, 문승아 배우
진행 윤가은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이빈 님의 글입니다.
형형한 눈빛으로 선물을, 색을, 전할 말을 고를 때 이야기는 시작된다. 같은 언덕을 자꾸만 오르내리는 것은 마음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을까 봐 그렇다. 커다랗고 창피한 비밀은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없이 부풀어 오르고, 비밀과 나의 크기가 맞먹을 때쯤 솔직함에게 손을 건넨다. 그래서 솔직함이 무엇이냐 물으면 잘 모르겠다. 몰라서 울어 버리고, 싸우고, 도망치지만 명은의 발끝에는 아직 돌아갈 힘이 남아 있다. 다시 형형한 눈빛으로, 신발끈을 단단히 묶고.
윤가은 감독(이하 윤가은): 모더레이터 맡은 감독 윤가은입니다. 영화 재미있게 보셨죠? 다들 얼굴에 미소를 띠고 계시고 질문거리도 많아 보이세요. 바로 진행 시작하면서 관객분들 궁금증 채워 보는 시간 가져 보겠습니다. 영화 만드신 이지은 감독님, 명은 역의 문승아 배우님 인사 부탁 드립니다.
문승아 배우(이하 문승아): 씩씩하지만 비밀 많은 소녀 명은의 문승아입니다. 영화 재미있게 보셨나요? 제가 최근에 몇 살이냐는 질문을 너무 많이 받아서 이렇게 교복을 입고 왔어요. 저는 열다섯 살, 중학교 2학년입니다. 재미있게 놀다 가겠습니다.
이지은 감독(이하 이지은): 안녕하세요. 저는 〈비밀의 언덕〉을 연출한 이지은입니다. 영화 보러 와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오늘 윤가은 감독님과의 GV라 숨기면 안 될 것 같은, 꿰뚫어 보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저는 막 긴장이 되는데 관객분들은 재미있어 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윤가은: 감독님과 배우님의 인사를 듣고 나니 오늘 얼마나 재미있을지 기운이 확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웃음) 이 영화는 듣기로는 2021년에 촬영하셨고 2022년에 베를린 영화제를 시작으로 무수히 많은 영화제에서 소개가 되었죠. 저는 시간이 안 맞아서 발만 동동 구르며 ‘도대체 언제 보는 거야’ 하다가 개봉까지 와서 영화를 보게 됐어요. 영화 보고 나서 너무 좋았어요. 이런 영화를, 배우를 다시 한 번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게 느껴지는 영화였어요. 〈비밀의 언덕〉이라는 영화의 시작점이 어디였는지 궁금합니다.
이지은: 제 머릿속에 10대의 욕망이 가득한 캐릭터가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근데 그게 또 여성이에요. 되게 주체적이고, 부모님 허락받지 않고 어디 가고, 뜨겁고, 야망이 넘치는 그런 영화적 인물을 보고 싶었어요. 그때는 그 인물이 어떤 갈등을 겪어야 될지는 알지 못했었어요. 그런 이미지만이 머릿속 한켠에 굴러다니고 있었어요. 또 한 편으로는 제가 어렸을 적에 가정 환경 조사서에 무언가 썼던 것. 부모님의 직업, 학력, 사는 곳을 적고 했던 것들이 강렬한 경험이었어서 그런 걸 영화에 구현해 보고 싶었어요. 아무렇지 않은 친구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아무렇지 않지 않은, 정말 쫄리는 순간이었던 누군가의 입장을 잘 그려내 보자. 그렇다면, 그때 아무렇지 않았던 사람들이 제 영화를 보고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는 위로를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우리 사회의 모습, 편견 같은 것들도 영화에 잘 담길 수 있을 것 같아서 첫 장편을 앞두고 이 두 가지가 자연스럽게 결합됐어요.
윤가은: 아마 많이들 공감하셨을 거예요. 아주 젊은 분들은 학교에서 겪지 않으셨을 수 있지만 학교에서 겪지 않더라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밝혀져야만 할 때 미치겠는 마음 같은 건 많이들 공감하셨을 것 같고, 배우님 질문으로 넘어가기 전에 이것 하나만 더 답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명은이 이름이 감독님 성함과 딱 하나만 달라요. ‘지’와 ‘명’의 차이가 좀 있을 것 같고, 이 캐릭터가 저는 분명히 현실에 존재하고, 나이기도 하고, 내 친구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살아 있는 인물이라고 느꼈어요. 사려 깊고 영민한데 욕심도 많고, 철두철미하고 그 안에 사랑도 많고 도전적이야, 그런 굉장히 멋있는 사람으로 느껴졌거든요. 이 인물에서부터 시작하셨다고 하셨잖아요. 이 인물이 감독님과의 어떤 접점이 있는 인물이었는지가 궁금하고, 인물을 그려낼 때 가장 고민하셨던 지점이 어딘지도 궁금해요.
이지은: 전에 말씀 드린 것처럼 영화적으로 근사한 인물을 그려내고 싶었어요. 말로 하는 것보다 움직이는 그런 동적인 인물이요. 그래서 처음엔 허구적인 인물을 먼저 생각했어요. 이 친구가 반장도 하고, 성공 가도를 달리는 허구적 인물로 먼저 성장을 했고요, 그런데 그렇게만 2시간을 끌고 가면 아마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될 거예요. ‘왜 저래?’ 이러실 수 있기 때문에 리얼함을 부여해 주어야 했거든요. 그때 제 습관이라든가 성격 같은 걸 많이 가져왔고, 그래서 명은이가 또래 아이들이 하지 않을 법한 일들을 했지만 저도 그렇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그 무모함에 대한 씨앗이 제게 있었던 거죠. 첫 장면인 문구점 장면부터 제 성격이 많이 투영되었습니다.
윤가은: 어떤 부분이 투영된 걸까요?
이지은: 굉장히 세심하잖아요. 선물 하나를 고르는 것도 오래 걸리는데, 그 작은 선물 꾸미기 부자재도 고르는 것도 오래 걸려요. 그리고 명은이가 다시 돌아가잖아요. 저는 한때 ‘왜 나는 다시 돌아가는 인물일까?’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명은이가 이 영화에서 한 세 번 정도를 다시 돌아가요. 그 당시에는 제가 너무 힘들어서 돌아가는 인물인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그때를 따져 보면 상대방에게 제 마음을 잘 전하고 싶어서, 내가 조금만 잘못 전달하면 마음이 전해지지 않을까 봐 그러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었어요. 그런 것들이 명은이에게 많이 투영된 것 같아요.
윤가은: 너무 좋네요. 그러면 이제 정말 궁금하죠. 문승아 배우님은 명은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보셨는지, 시나리오가 처음이었을지. 처음으로 이 캐릭터를 만났던 순간이 혹시 기억나세요?
문승아: 사실 제가 한때 감독님한테 섭섭했다고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성인 배우님들한테는 시나리오를 보내 드렸는데, 당시에 감독님이 아역 배우님들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고 말씀하셨었거든요.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저한테는 시나리오는커녕, 조금이라도 보내 줄 수 있었는데 그런 게 없었거든요? 아무것도 없이 그냥 어떤 영화인지만 간략하게 말씀해 주셨던 걸로 기억해요. 엄마도 저한테 그냥 ‘성장 스토리래’ 하고만 이야기해 줬어요. 그때 제가 생각을 해 보니, 일단 성장 스토리라는 게 나쁘진 않은 얘기일 것 같아요. 막 엄청 무서운 내용은 아닐 것 같고, 거리낌 들 것 같은 그런 건 아니었어요. 그래서 그냥 해 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때 솔직히 좀 심심했어요. 일이 없어서.
윤가은: 그 이전에 이미 촬영을 하신 영화들이 있었죠.
문승아: 네, 영화제도 다 다녀오고, 단편만 하고 할 게 없었어요. 그런데 그때가 크리스마스 이브였거든요. 오디션 볼 때도 저는 그냥 감독님이 되게 마음에 들었는데, 스토리 같은 건 모르고 있기도 했고 시나리오 같은 것보다 감독님이 너무 편안한 거예요. 오디션장에 딱 들어갔을 때 밖이 너무 추웠다가 따뜻해지니까 기분이 좋아졌단 말이에요. 그래서 웃으면서 들어갔는데 감독님이 절 보고 구수하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거예요. 아니, 근데 솔직히 그때 제가 세련되게 생기기도 했고 다들 예쁘다, 귀엽다고만 이야기했지 누가 저한테 구수하다고 얘기를 했겠어요. 그래서 ‘이게 칭찬이야, 뭐야...’ 이런 생각을 했어서 감독님에 대해 너무 강렬한 인상이 남았던 기억은 나요.
윤가은: 일단은 뭔지 모르고 오디션을 보러 가셨고, 감독님은 마음에 드셨고.
문승아: 너무 마음에 들었고. 아, 그때 오디션 끝나고 나서 시놉시스를 받았는데 저희 엄마가 우셨어요. 저는 보고 감독님한테 ‘음, 좋네요.’ 이랬거든요. 그런데 엄마가 엄청 우셨어요. 저도 시놉시스가 좋다는 생각은 했는데 엄마가 우셔서 신기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때는 이게 성장 스토리가 맞나 싶었어요. 성장이라는 단어가 안 들어가 있었고, 그냥 부끄러워했던 가족을 억지로 꺼내 놓았던 게 성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분명 성장한 건 맞지만 제가 그 당시 상상했던 내용과는 너무나 느낌이 달랐어요. 오히려 신선하고 좋았어요.
윤가은: 그러면 시나리오는 어느 순간에는 보셨어요? 대사도 많고, 장면의 디테일이 굉장히 많은데 어떻게 진행이 된 거예요?
문승아: 감독님이랑 제가 되게 자주 만났어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만큼 많이 만났어요. 감독님이 저를 되게 좋아하셔서 찾아오시기도 하고, 의미 없는 대화들을 많이 나눴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 뭐 했는지, 친구 얘기 같은 것들. ‘저 오늘 싸웠는데, 이렇게 이렇게 해서 싸웠어요. 기분 안 좋았어요.’ 이런 얘기들을 했고 연기에 대한 이야기는 좀 이후에 했어요. 만난 지 절반 정도 지났을 때 시나리오를 받고 본격적인 이야기들을 했어요. 상황극을 하긴 했는데, 전 그게 상황극인 줄 몰랐어요. 감독님은 목적이 있으셨지만 저는 목적 없이 한 이야기들이었거든요. 감독님이 ‘너 반장 해 본 적 있어? 너네 반에 필요한 게 뭐 있다고 생각해?’ 하고 물어보시는데 진짜 생각이 안 나는 거예요. 그냥 ‘콘센트 같은 거 있으면 좋겠고...’ 이런 대답을 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게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신 줄 알았는데 상황극을 하셨던 거였어요. 제 말버릇 같은 걸 보려고 하셨던 것 같아요.
윤가은: 너무 재미있죠. 어떻게 이렇게 입담이 구수하신지. (웃음) 감독님 심심하실까 봐 잠깐 넘어가 보면, 인간 문승아와 영화 속 이명은은 비슷한 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사실상 다른 인물이잖아요.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 어떤 캐릭터를 상상하면서 쓰지만 실제 살아 있는 인물이 오면 그 사람 때문에 어떤 부분 바뀌기도 하고, 풍성해지기도 하는 변화를 느끼게 되잖아요. 이렇게 같이 만들어 가는 과정이 어떠셨어요?
이지은: 원래 명은이는 4학년이었는데 승아 배우가 5학년이었기 때문에 승아 학년을 바꾸었고요, 애초에 명은이 이미지는 머리 스타일 말고는 정해 놓은 게 없었어요. 제가 문승아라는 사람이 너무 좋은 거예요. 이 사람이 좋고, 전 작품을 통해 연기를 잘한다는 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연기를 잘하는 것 이상의 어떤 것을 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했고 문승아라는 배우가 만들어나가는 명은이가 너무 궁금했어요. 그게 제 캐스팅의 주안점이었고요, 만나고 나서는 사실 여기서 고백하는 거지만 제가 윤가은 감독님의 인터뷰를 전부 다 읽었어요. ‘감독님은 배우들과 만나서 즉흥극을 했고, 그냥 수다 떨고 맛있는 거 드셨대.’ 이걸 제 머릿속에 넣고, 대본부터 주지 말고 나름대로의 시도를 해 볼까 승아가 알아채지 못하게 상황극들을 했어요. 목적 없이 만났기 때문에 관찰을 더 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 발견한 디테일들이 명은이에게 많이 반영됐어요.
윤가은: 저는 목적을 분명히 말하고 만났기 때문에 제 배우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할지 지금 상당히 부끄럽네요. 저는 영화를 보면서 저 장면을 어떻게 찍었나 싶은 부분이 많았어요. 볼 때는 쉽게 볼 수 있는 장면들이고 미묘한 감정들이 다 느껴지지만 실제로 만든 사람 입장에서 배우가 이것을 소화할 때는 소소한 디렉션이 필요한 부분이 너무 많다고 느꼈어요.
저 혼자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연기하지 싶어서 전율한 장면이 있어요. 애써서 다 했는데 경수한테 관심을 다 빼앗기잖아요. 그 다음부터 미묘하게 감정이 변하면서 토라지죠. 그때 자기도 왜 감정이 변하는지 모르는 것 같아요. 어린아이가 아니더라도 우리 대부분이 다 그렇잖아요. 내가 무엇 때문에 삐지고, 시기질투가 나고, 속상한지 잘 모르잖아요. 미묘하게 변하다가 반에서 네가 인사하라고 말하는 그 당돌함. 굉장히 반항적인 거죠. 그렇게 했다가 울어 버리잖아요. 울기 전에 목소리가 떨려요. 실제로 억울하고, 분하고, 속상해서 우는 울음. 그 다음에 선생님 앞에 섰을 때 너무 운 다음의 얼굴인 거예요. 볼 때는 쉽게 받아들여지지만 어떻게 디렉션을 주셨고, 배우는 어떤 마음으로 세세한 연기를 해나갔을까 궁금했어요. 생각나는 것부터 얘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문승아: 저는 한 번도 우는 연기를 해 본 적이 없었어요. 지금은 그래도 괜찮은데 당시에는 너무 힘들어서 될까 싶었는데 선생님 목소리가 너무 저희 담임쌤이 저 혼내실 때 같아서 무서운 거예요. 그때는 정말 무서워했던 게 맞아요. 울어야지 생각하긴 했지만 울려고 준비하고 그러진 않았는데 목소리를 듣고 나니까 갑자기 눈물이 나는 거예요. ‘왜 나한테만 뭐라 그래.’ 이런 감정이 들어서 울었는데 저도 놀랐어요. 운 후에 이야기 나누는 장면은 저도 신기해요. 코가 빨간 걸 보면 그때 하품을 많이 했을까요? 아무튼 저는 화나서 우는 경우는 있어도 슬퍼서 우는 경우는 진짜 없어요. 그런데 선생님 목소리 들으니까 너무 무서워서 울었던 것 같네요.
이지은: 갑자기 2년 만에 생각이 났는데 저한테 신신당부하긴 했어요. 진짜 못 운다고. 또 떠오른 게 있는데요, 이 장면 찍을 때 두 가지 포인트를 주고 싶었어요. 이 감정을 아시는지 모르겠는데, 모든 사람이 나에게 주목돼 있는데 갑자기 ‘흐아으앙’ 하고 이렇게 무너져요. 자기는 그러고 싶지 않은데 막 이렇게 눈물이 나고 있잖아요.
윤가은: 너무 이해돼요. 다 있잖아요, 솔직히. 저는 최근에도 있었던 것 같은데. (웃음)
이지은: 맞아요. 제가 이렇게 울음 나오는 걸 꼭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걸 배우님에게 어떻게 표현해 달라고 할지는 어려운 디렉션 부분이긴 해요.
문승아: 감독님이 말씀하셔서 저도 그때 생각이 났는데, 모두 저를 보고 있을 때 우는 그런 장면 있잖아요. 그때에 30명이 넘는 친구들이 다 집에 가고 싶을 텐데 퇴근 못 하고 있으니까. 얼마나 퇴근하고 싶겠어요. 퇴근시켜 줘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눈물은 안 나오고. 촬영하기 전까지 감독님한테 ‘저 못 울면 어떡해요’ 했는데 감독님이 마음에도 없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못 울어도 된다’고. 아니, 우는 게 제일 중요한데. 저도 당연히 알고 있는데 못 울어도 된다고, 그냥 감정이 나타나면 된다고 하시는 거예요. 못 울면 감정이 안 나타나잖아요. (웃음) 그런데 선생님 목소리를 듣고 무서운 것과 동시에 친구들이 보고 있어서 부담감이 너무 커지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울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윤가은: 지금 제 속을 들킨 것 같아 가지고. 저랑 똑같으세요. 저도 안 울어도 된다고 말하지만 제 배우님들도 똑같이 느끼셨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여쭤볼게요. 명은이가 친구랑 대차게 머리 잡고 싸우는 장면 있잖아요. 저는 너무 놀랐던 게 배우님들이 두 분 다 눈이 이만큼 돌아 있고, 진심으로 그 순간에 패대기를 치더라고요. 이런 식의 디테일이 너무 많아서 이 영화를 믿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GV 전에 대화 나눌 때, 이 장면을 찍고 나서 우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왜 우셨을까요? 이야기 한 번 해 주시죠.
문승아: 일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사실 촬영장은 일을 하는 곳이잖아요. 제가 솔직히 너무 억울한 거예요. 저는 머리 푸르고 있고, 그 친구는 잡고 있어서 잡을 데도 없는데 그 친구는 너무 세게 잡고, 막 패대기 치고. 내가 이길 건데 얘가 자꾸 깔아뭉개고 그래서 너무 억울한 거예요. 두 테이크를 찍었나 했는데 그러고 나서 울었어요. 근데 저도 놀랐던 게 여기서 울면 분위기가 이상해질 것 같고, 울 거면 프로다운 무슨 말이라도 해야 될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게 명은이 감정에 이입돼서 그렇다고 얘기했어요. 사실은 그냥 너무 아팠거든요.
이지은: 여태까지 배우님들이 너무 착해서 그랬다고 말하고 다녔어요. 왜냐하면 당시에 상대역 맡은 배우와 승아 배우가 착해서 머리를 못 잡는 거예요. 수많은 싸움 장면과 다르게 싸움을 보여 주고 싶은데, 어떻게 다른 포인트로 할지가 제게는 중요했거든요. 제가 생각한 건 머리를 패대기 치는 거였어요. 머리를 땅으로 찍는 거. 치열하게 하자. 두 사람에게 이걸 하라고 했는데 서로 못 잡고, 막 우는 거예요. 그래서 ‘이거 일이니까, 이것만 하고 끝내자!’ 막 그랬죠.
문승아: 감독님이 애들을 막 착하고, 호락호락하게 보시는 것 같은데. (웃음) 저는 그냥 아파서 울었어요. 아프고, 기분 나빠서 울었어요. 정확한 건 미안해서 울진 않았어요. 저는 분해서 울었어요.
윤가은: 이토록 감정 이입을 충실하게 하신 문승아 배우님이시네요. 그 어떤 액션 신보다도 제게는 이 장면이 강렬했어요. 이제 관객 분들의 질문 받아 볼게요.
관객: 명은이 선생님이 맨날 지각하잖아요. 아침에 무슨 일이 있으시길래 늦으시는 걸까요? 그리고 저는 결말이 마음에 들었는데, 마지막에 명은이가 자기 자신에 대해 쓰라고 했을 때 되게 즐겁게 마인드맵을 그리잖아요. 그것에 대해 뭐라고 썼을지 듣고 싶어요.
이지은: 애란 선생님이 지각하는 장면에서 많이들 웃으시더라고요. 웃기려고 한 건 아니고, 그 인물에겐 진지한 설득이 있었어요. 힌트가 있어요. 애란 선생님이 늦으시지만 풀 세팅을 하고 오시잖아요. 저는 속이 허한 사람이, 내면에서 방황하고 있는 사람이 겉을 꾸민다고 생각하거든요. 선생님은 잘 때 ‘내가 이 일을 해도 되나?’, ‘아, 선생님 계속 할까?’ 하다가 주무세요. 그러다가 잠드셔서 일어나서도 ‘아... 학교 가야 되나?’ 하세요. 3년차가 되셨는데 어려우셔서 성장하는 중이시고, 방황하는 중이세요. 선생님이 이 삶에 만족하고 계셨으면 아마 일찍 가셨을 것 같아요. 그런데 분명 어딘가는 꾸미고 있는데 이렇게 덜렁대는 일이 생기고 있다는 건, 방황 중이라는 거죠, 아직은 성장 중이다.
문승아: 마인드맵 내용에 관한 건 감독님이 관객분들께서 직접 상상하셨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저도 내용이 확실하게 기억은 안 나는데, 마인드맵을 열심히 그렸던 건 생각나요.
이지은: 승아가 당시에 빼곡하게 채워서 진심으로 썼었고, 저도 그걸 공들여서 찍었어요. 최종 단계에서 넣을지 말지를 굉장히 많이 고민했어요. 그런데 영화를 끝까지 보신 분들이라면 충분히 상상하실 수 있고 상상하는 것이 관객의 특권이라고 생각했아요. 구체적으로 나오면 너무 재미없을 것 같아서 승아에게도 마지막까지 이건 비밀로 하자고 했어요.
윤가은: 비밀의 영화네요. 다음 질문 하실 분 계실까요?
관객: 명은이가 선생님하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선생님이 솔직함보다 남을 헤아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셨잖아요. 저는 근데 명은이가 마지막까지 한 행동도 솔직한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진짜 솔직함은 어떤 건지 궁금해요. 그리고 명은이가 쓰는 글의 내용이 수준이 너무 높아서, 저는 대학생인데도 불구하고 레포트 쓸 때 저정도로 멋있게 글 쓰지 못하기 때문에 배우님이 대사들을 이야기하시면서 이 내용들을 어떻게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지은: 저도 초등학교 때 글짓기 키즈였어요. 그래서 주제만 나오면 도서관에 가서 찾고, 열심히 쓰는 학생이었어요. 라임이 있고, 훅이 있고 중간중간 어려운 단어를 써 주는. 명은이도 ‘필시’ 이런 단어를 적거든요. 이 친구들은 그렇게 써야 글이 고급스러워 보인다는 걸 알고 있고, 그래서 사전에서 단어를 찾는 식의 전략을 취해요. 그런데 그게 한계였던 것 같아요. 그때 제가 최우수상이나 대상 받는 친구들의 글을 많이 관찰했어요. 그 사람들의 글은 지금 성인 프로 작가들만 해요. 첫 문장부터 아우라가. 대회마다 달랐어요. 어떤 대회는 문학적인 글이 상을 받기도 했고, 어떤 상은 자기 삶을 얼마나 성찰했는지를 보고 주기도 했어요.
문승아: 솔직함에 대해 물어보셨어요.
이지은: 피해가려고 했는데. 그 부분이 너무 어렵네요. 제게 솔직한 건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이게 솔직한가요? 뭐라고 말씀 드리고 싶은데, 이게 솔직한 답변일 것 같아요. 단지 그건 있는 것 같아요. 이 순간에도 솔직하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방금도 약간 지어내서 말할지, 모른다고 말할지 잠깐 고민했어요. 솔직하게 할지, 약간의 거짓말을 해서 부드럽게 넘어갈지가 저는 지금도 고민이거든요. 아직도 답을 찾고 있는 상태고, 그게 영화를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동력이 아니었나 싶어요. 솔직한 인물도 무게감 있게 다루려 했고, 저처럼 솔직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인물도 그들과 똑같이 무게를 잡으려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관객분들에게 ‘어떤 게 더 좋을까요?’ 하고 질문을 던지고 싶었어요.
문승아: 명은이의 글은요, 학교에서 교내 글짓기 대회를 하면 5-6학년이 쓸만 한 글인 것 같아요. 요새는 애들이 어릴 때부터 논술 학원 다니고 6-7살 때부터 수업 듣고 그러다 보니까 상 받는 애라면 그정도 써요.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어른이 쓸 만한 단어가 한두 개 들어가고, ‘엄마가 소리를 질렀다.’ 이런 문장으로 시작해요.(웃음) 그래서 저는 수준이 높다곤 생각하지 않았고, 감독님이 그 감성을 살리셨다고 생각했어요. 글 쓰는 건 연습하면 되지 않을까요? 파이팅!
윤가은: 너무 재미있네요. 또 질문 있으시면 받아 볼게요.
관객: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엔딩 장면에서 명은이가 집에 다시 돌아와서 상을 받았다고 엄마 아빠에게 자랑하잖아요. 저희 부모님을 생각해 보면 왜 이제 오냐고 화내실 것 같은데, 화를 내지 않고 뿌듯해 하시더라고요. 화를 내지 않으셨던 데에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서 질문합니다.
이지은: 명은이가 ‘엄마 아빠 정말 나쁜 사람들이야!’ 이러고 집을 나갔잖아요. 부모님은 사실 명은이가 그동안 자기를 두고 도망갔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명은이가 가출을 한 이유도 아마 알고 있을 것이고, 그동안 생각이 되게 많으셨을 것 같아요. 두 분이서 대화를 많이 나눴을 것 같아요. 명은이가 다시 돌아온 이유에 대해서도 알고 있고, 사실 손바닥 안에 있는 거죠. 제가 굳이 사랑이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그걸 두고 사랑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걸 보여 주고 싶었던 것 같고, 관객들로 하여금 꾸짖지 않는 모습으로 그런 걸 느끼게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관객: 저는 명은이의 디테일한 행동 하나하나가 다 명은이를 표현한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면 선생님에게 쪽지를 보여 주러 갈 때 의자에 쪽지를 모두 놓고 의자를 옮겨서 가져간다든가 하는 것들의 동선이 인상 깊었는데, 시나리오에 있었던 건지 아니면 현장에서 만들어진 건지 궁금합니다. 또 전학 왔던 자매는 이후에 전학을 다시 갔는지, 안 갔는지 배우님과 감독님의 생각이 궁금해요.
이지은: 명은이의 동선의 디테일들은 시나리오에 있는 것도 있고요. 예를 들면 다시 갖다 놓는다든지 하지만 의자에 쪽지를 넣고 들고 가는 건 승아 배우의 생각이었을 것 같아요. 그렇죠?
문승아: 맞아요. 그렇게 하자고 해서 한 게 아니라 그냥 의자가 있길래 담아서 간 건데, 이런 잘문을 최근에 한두 번 받은 적이 있었어서 대답해 보자면 그때 제가 초등학생이었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이지은: 저는 그 장면에서 그걸 되게 좋아해요. 놓는 걸로 모자라서 ‘으쌰’ 이러잖아요. 그건 제가 시나리오에서 쓸 수 없는 디테일이거든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왜 이렇게 막 살아!’ 하고 슈퍼마켓에서 쓰레기봉투 사 오는 장면 있잖아요. 저는 이 친구의 허한 마음을 봉지로 표현하고 싶어서 그 봉투를 팔랑팔랑 들고 가는 게 제 연출적인 그림이었어요. 근데 승아 배우가 자꾸 옆에 와서 ‘아, 이렇지 않은데?’ 이러는 거예요. 저는 처음에는 약간 무시했는데, 승아 배우님이 하고 싶다는 대로 일단 해 봤어요. 그런데 결국에는 승아 배우가 접어서 들고 가는 걸로 했어요.
문승아: 제가 그때 좀 끈질겼어요. 접어 놓은 데는 이유가 있는데 감독님이 자꾸 펴서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누가 그래요. 제가 막 ‘왜 펴요?’ 이러면서 안 펴고 싶다고 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연기가 잘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감독님이 마음대로 해 보라고 하셔서 접고 했는데, 의견이 수용돼서 저도 좀 놀랐습니다.
이지은: 그리고 저는 전학에 대해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는데, 전학을 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문승아: 저는 근데 안 갔을 것 같아요. 상을 잘 주는 학교 같아서.
윤가은: 어떤 대답을 기대하든 그 이상의 대답을 해 주셔서 너무 재미있어요. 또 다음 질문이 있으실까요? 입이 터지셨을 때, 지금이 기회입니다.
관객: 안녕하세요, 너무 잘 봤습니다. 제가 궁금했던 건 명은이가 열등감을 느끼는 대상이 경수하고 혜진이 두 인물이잖아요. 경수에게 느끼는 열등감은 제가 일상적으로 이해했을 때 그 나이에 명은이가 흔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혜진이에게 느끼는 건 흔치 않은 설정이라고 생각했어요. 혜진이의 배경 설정부터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었는지, 어떻게 솔직하고 단단한 내면을 가질 수 있었는지 궁금했어요.
이지은: 혜진이는 제가 살아오면서, 성인이 되고 나서도 만났던 멋있는 사람들의 총합인 것 같아요. 명은이 입장에서는 명은이를 힘들게 하는 존재죠. 명은이를 망치러 온 구원자라고 제가 말하곤 하는데요. 왜냐하면 혜진이가 명은이를 정말 열받게 하는 건, 명은이가 반장이 될 때 만들어 놓은 아이디어들 있잖아요. 그런데 명은이가 만든 건 아이들이 실천을 안 해요. 그때 혜진이가 그걸 업그레이드 해서 애들이 어떻게 책을 읽을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보태잖아요. 그게 명은이를 화나게 하는 지점인 것 같아요. 새로운 뭔가는 아니지만 나의 것을 넘어서 아이디어를 계속 내니까 명은이는 항상 숨겼을 거고요. 혜진이는 명은이와 다른 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명은이로 하여금 ‘나랑 저 사람은 어떻게 다르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그때 조금씩 틀을 깨어가는 것 같아요. 혜진이는 멋있는 사람의 총합이에요. 우리 삶에 한 번쯤은 그런 사람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
윤가은: 배우님께 질문을 드리자면요, 명은을 연기할 때 입장에서 혜진이와 붙는 신도 많았을 것 같아요. 그 아이가 어떤 말을 하는지 들어야 하고, 바라봐야 하는 신이 많았을 텐데 명은이를 연기한 입장에서는 혜진이가 어떻게 보였을지 궁금하네요.
문승아: 혜진이는 그냥 명은이보다 한 수 앞을 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늘 뭔가를 보태잖아요. 이렇게 하면 친구들이 안 하는 걸 알고 있고, 학교도 많이 다녀 봤고. 그냥 도서관만 만들고 생일 축하만 하면 애들이 좋아하지 않을 걸 알고 있는 것 같았어요.
윤가은: 질문을 더 받을 수 있을 듯 해요.
관객: 두 번째로 보러 왔어요. 아이들의 감정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떤 미묘함 같은 걸 많이 보게 될 거라고 생각해서 사실 보기 전부터 감정적으로 많이 이입될 걸 알고 결심을 하면서 본 영화였거든요. 반장선서 했을 때 저는 연습을 하고 나서 실전 모습이 나올 줄 알았는데, 바로 결과로 가는 게 처음 봤을 때는 좀 충격이었어요. 다시 보니까 드는 생각이 이 친구의 감정을 더 보기 위해 빠른 결말로 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싶었거든요. 감독님께서는 촬영을 더 하셨는데 이걸 나중에 취사선택을 하시면서 덜어내신 건지, 어떻게 하신 건지 궁금하더라고요.
이지은: 반장선거 장면은, 반장선거 장면이라고 하면 상상이 가는 장면들이 다들 있으실 거예요. 그걸 피해가고 싶었습니다. 장면을 구현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 장면을 제외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고요, 이 장면을 통해서 무엇을 보여 주고 싶었나 생각해 보면 반장 선거의 디테일, 아이들의 리액션 같은 게 아니었어요. 저는 명은이가 반장이 되고 싶어서 열심히 하는 그 열망, 열정을 보여 주고 싶었어요. 아침에 와서 친구들 앞에서 연습하는 장면을 보여 주는 게, 칠판에 바를 정 자 쓰는 것보다 더 효과적일 것 같았어요. 더 재미도 있고요.
문승아: 이야기를 보태자면 저 장면을 찍을 때, 어떻게 보면 친구들이랑 촬영 당일 날 만남을 가질 수도 있는데 바로 감독님이 굳이 리딩을 하고 그런 자리를 가지자고 하셨어요. 그래서 리딩 할 때 어떤 한 친구가 유독 팩트를 때렸단 말이에요. 영화 장면에는 안 나왔지만, ‘명은아, 너 중간에 세 개 틀렸더라.’ 이렇게 얘기해요. 그런 장면들이 세세하게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었는데, 나중에 잘려서 조금 아쉽긴 했거든요. 즉흥극에서 나왔던 대사들이 실제로 연기할 때도 많이 반영됐었어요.
윤가은: 그 장면 다시 보면 더 재미있어요. 친구가 셋인가 있었는데, 자세히 보면 표정들이 다 달라요.
관객: 당장 다른 날짜를 또 예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게 봤어요. 명은이는 가족이 자기에겐 물음표라고 그랬잖아요. 배우님,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가족이란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어요.
이지은: 저는 가족을 사랑한다는 말의 그 사랑에 가시가 톡톡 박혀 있는 것 같다고 느껴요. 사랑이라는 감정 안에 짜증, 서운함, 원망이 다 들어가 있을 텐데. 그냥 사랑이라고 하기엔 억울하고, 거기에 무언가 덧붙이고 싶어요. 저도 이 시나리오를 쓰면서 나는 가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사랑인지는 모르겠으나, 가족은 제가 어떤 최초의 경험을 했을 때 제일 먼저 달려가서 보여 주고 싶고 들려 주고 싶은 존재예요. 예를 들면 오늘 제가 극장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 선 이런 경험을 부모님에게 빨리 가서 말해 주고 싶어요. 명은이를 통해서도 잘 나타나는 것 같은데요, 부모님은 제가 걸음마를 했을 때와 밥을 먹었을 때 같은 것들을 보신 분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사회에 나가서 제가 무언가를 이루면 인정받고 싶은 것 같아요. ‘나 이렇게 했어.’ 하고요. 가장 먼저 달려가고 싶은 존재 같습니다.
문승아: 제가 이번에 GV들을 하면서 쿨한 척도 많이 했어요. 제가 원래 말을 이렇게 짧게 끝내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주저리 주저리 하는 사람인데, 멋있어 보이려고 한 부분이 굉장히 많아요. 그런데 이 질문만 받으면 뭐라고 대답을 프로답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거든요.(웃음) 최대한 오글거리지 않으면서 은은한 감동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기억이 안 나네요. 제가 지금 중2인데 중2병이 안 왔거든요. 중2병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요, 명은이는 물음표라고 했으니까 저는 쉼표라고 하겠습니다. 쉬어갈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윤가은: 영화를 본 것만큼의 감동이 느껴져서 집에 가면서 계속 생각할 것 같아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나 여운이 남는 이야기들을 생각할 것 같고, 모두 재미있으셨나요? 마지막까지 함께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배우님, 감독님 함께해 주신 소감 들으면서 마무리 해 볼까 해요.
문승아: 최근에 GV 다니면서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동안 일이 없어서 속상했는데 최근에는 일이 많아져서, 오늘은 또 시간이 저녁이었잖아요. 너무 힘들었는데 엄마가 그러더라고요. 제가 언제 이렇게 일이 있어 보겠냐고. 있을 때 열심히 하라고 하셔서 남은 GV 많지 않겠지만 열심히 달려 보려고 하고요, 극장이 커서 사람이 없을 줄 알고 걱정했는데 많이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이지은: 영화가 사실은 관객들을 보여 주려고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다르게 보여 줄까 배치를 한 것들이잖아요. 이렇게 배치한 것들을 보여 줄 때는 정말 잔치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예쁘게 하고 오기도 했고.(웃음) 관객분들이 너무 맛있어서 만족해서 돌아갔으면 좋겠고, 가는 길에 수다를 떨었으면 좋겠는 그런 마음이에요, 요즘. 이 잔치에 와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윤가은 감독님과 이 영화의 GV를 한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관객분들에게도 즐거운 에피소드로 남기를 바랍니다.
'Community > 관객기자단 [인디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디즈 기획/에세이] 처치의 함 (0) | 2023.08.08 |
---|---|
[인디즈 단평] 〈비밀의 언덕〉: 아이들 곁의 어른, 선생님에 주목하며 (0) | 2023.08.08 |
[인디즈]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인디토크 기록: 남겨진 ‘애도’라는 물음 (0) | 2023.08.02 |
[인디즈 Review] 〈작은정원〉: ‘카메라.’ ‘롤.’ (0) | 2023.07.27 |
[인디즈 Review] 〈비밀의 언덕〉: 상승 지대에 숨긴 나에게 (0) | 2023.07.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