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드림팰리스〉인디토크 기록: 이기적인 여자의 뒷모습

by indiespace_가람 2023. 6. 30.

 

이기적인 여자의 뒷모습

〈드림팰리스〉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3. 6. 15(목) 19시 상영 후
참석 가성문 감독, 김선영, 김용준 배우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진연우 님의 글입니다.



이날 극장에 모인 사람들은 한 여자의 뒷모습을 끈질기게 바라보았다. 줄곧 어딘가로 정신없이 뛰거나, 웅크리거나, 목을 빳빳하게 곧추거나,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는 그의 뒷모습에서 사람들은 제각기 분명한 단서들을 찾아내었다. 여자와 가장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었던 사람과, 여자가 뒤돌아 삼킨 울음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과, 여자의 행간을 채워 보려는 사람들이 모여 박쥐 같고, 뻔뻔하고, 이기적인 여자의 마음에서 사랑을 읽어 내었다. 그는 사랑이 많은 여자다. 오명에 잠식되지 않아도 좋을 이곳에서 고개 돌리는 족족 이상한 안도감이 피어올랐다.

 

 


진명현 대표(이하 진명현): 저는 오늘 관객과의 대화를 맡은 진명현입니다. 드림팰리스가 개봉 2주차를 맞았는데요, 지금 한국 독립 영화가 근 1~2년간 1만명 관객을 돌파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시점인데, 오늘내일 사이에 〈드림팰리스〉가 1만명 관객을 돌파할 것 같아요. 그래서 주인공들이 들어오시면 뜨거운 박수로 환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 〈드림팰리스〉 연출하신 가성문 감독님과 김선영, 김용준 배우님 모시겠습니다. 먼저 영화 연출하신 가성문 감독님 관객분들게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가성문 감독(이하 가성문): 안녕하세요, 〈드림팰리스〉를 연출한 가성문이라고 합니다. 

진명현: 가장 쫄깃한, 영화 속에 풍부한 서사가 있죠. 우리 입주자 대표 김용준 배우님도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용준 배우(이하 김용준): 안녕하세요, 배우 김용준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진명현: 그리고 마지막으로 〈드림팰리스〉의 주인공 김선영 배우님도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선영 배우(이하 김선영): 안녕하세요, 배우 김선영입니다. 

 

 

 


진명현: 오늘 오신 우리 〈드림팰리스〉 주인공들 모두가 밝아 보여서 마음이 너무 좋고, 여러모로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분들 아마 긴장하시면서 보셨을 것 같아요. 〈드림팰리스〉라는 작품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소개가 됐었고요. 그리고 로마에서 열렸던 아시안 필름 페스티벌에서 김선영 배우님도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신 작품이기도 합니다. 너무 당연히 수상하셨을 수밖에 없는 연기를 펼쳐 주셨는데, 혹시 오늘 두 번째 보시는 분도 계세요? 두 번째 보시는 분들 아마 김선영 배우님 외에 정말 많은 앙상블 배우님들의 연기가 눈에 들어오셨으리라 생각이 들고요. 정말 어마무시한 연기를 보여 주신 김용준 대표님도 모셨기 때문에 오늘 아주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먼저 가성문 감독님께 1만 관객을 보는 게 너무 어려운 시점에서 데뷔작으로 이렇게 좋은 배우님들 보시고 1만 돌파하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가성문: 〈드림팰리스〉라는 작품이 정말 1만 관객을 넘었다는 게... 이런 역사적인 풍경을 여러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이고요. 제가 거만하지 않고 앞으로도 열심히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진명현: 1만 관객이 정말 축하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1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이렇게 7월이 되기 전에 상반기에 한 편이 또 나와 주는 게 하반기에 개봉할 영화들한테 힘이 될 수 있을 거라서 선생님 아주 큰일 하셨습니다.

가성문: 감사합니다. (웃음)

진명현: 김용준 배우님은 제가 공교롭게도 두 달 전에 배우님이 주인공을 하시고 김선영 배우님이 제작하신 연극 〈에뛰드〉에서 뵈었는데, 어마어마하게 다른 얼굴이셔서 성함을 제대로 캐치를 못 하고 봤을 때는 전혀 못 알아볼 뻔한 그런 훌륭한 배우님을 저희가 독립 영화를 통해서 소개할 수 있고 만날 수 있게 되어서 되게 기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배우님은 이 작품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는지와 함께 1만 돌파 감사 인사까지 부탁드립니다. 

김용준: 이렇게 우레와 같은, 인산인해 관객분들이 와 계신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되어서 정말 삼 대가 감사를 드립니다.

진명현: 마지막으로 김선영 배우님도 한번 부탁드립니다.

김선영: 1만 관객을 돌파할 줄 상상도 못 했고요. 정말 눈물이 나네요. 먼저 저를 캐스팅해 주신 감독님께 너무 감사드리고요. 상반기에 1만 관객 돌파한 영화의 주인공으로서 정말 더없이 자랑스럽고, 저는 〈범죄도시 3〉가 부럽지 않습니다. (웃음)

진명현: 그래도 이렇게 웃고 시작해서 너무 다행인데, 영화가 너무 많은 질문을 남기는 영화라서 그냥 생활 곳곳에서 생각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갑자기 주택 사시는 분들 보일러 언다거나, 아니면 집주인이 물 새는데 전화 안 받는다거나 오만 가지 집이라는 공간과 얽힌 사건들이 생길 때마다 〈드림팰리스〉라는 작품, 그리고 또 혜정이라는 사람의 얼굴이 떠오를 것 같고, 되게 먹먹한 친구 하나를 얻고 돌아가시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 오신 분들 중에서 정말 고가의 아파트 이런 데 사시는 분들은 안 계시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저희 앞으로 모두 함께 겪을 대한민국의 고충이잖아요. 집에서 산다는 게 보통 의미가 아니다라는 걸 이 영화가 너무 조목조목 짚어 주고 있는 작품이라서 아마 감독님도 쓰시면서 되게 힘드셨을 것 같고, 그리고 마무리하는 과정에서도 진이 좀 다 빠지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배우님들도 마찬가지로 역할들을 연기하시면서 좀 편하게 웃으면서 작품을 계속 버텨 나가기는 힘드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감독님과 배우님들이 정말 한 치의 물 샐 틈 없이 호흡을 맞춰서 이런 작품이 탄생한 게 아닌가 싶고, 다시 한 번 좋은 작품 만들어 준 팀워크에 감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가성문 감독님이 어떻게 이 무지막지한 공포 영화를 첫 데뷔작으로 내놓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영화 〈드림팰리스〉 스틸컷

 


가성문: 극장 개봉하고 나서부터 공포 영화인 걸 깨달았어요. 원래 저는 멜로 영화라고 생각했거든요. 혜정과 수인의 어떤 멜로적인 것들 때문에 저는 좀 많이 가슴 아파하면서, 슬퍼하면서 좀 썼는데 이게 조금 어떤 시의성이 있고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우리 삶의 압박감들이 좀 반영이 되다 보니까 훨씬 더 공포라고 표현되는 그런 감정으로 조금 느껴지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단 저는 이걸 좀 멜로적으로 접근을 했다는 점, 그런 점이 있고요. 

진명현: 그런데 아마 멜로가 잘 빌드업 됐기 때문에 공포라고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관계가 아무것도 아니었으면 전혀 무섭지 않았을 텐데 혜정이가 정말 절박하게 열린 문틈으로 수인이를 불렀을 때 수인이 눈이 그게 멜로 눈은 아니잖아요, 사실은. 멜로에서 공포로 변하는 순간의 배우님들 눈빛을 감독님이 잘 녹여 주시지 않았나 생각이 들고, 아마 배우님들도 감독님이 쓰신 시나리오에서 여러 가지 되게 복합적인 감정을 캐치하셨을 것 같거든요. 김용준 배우님은 시나리오 감독님한테 전해받고 어떠셨어요?

김용준: 아파트 안 사길 잘했다. (웃음) 제 나이대의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경험을 했었겠지만 아파트가 저한테도 화두였거든요. 전세 대출, 청약 이런 것도 되지 않았고요. 저 말고도 많은 사람들에게 아파트가 화두였던 것 같아요. 어쨌든 평생을 아파트만 보는 사람도 많고, 그런데 이제 그 이야기를 가지고 우리 이야기를 하니까 이거야말로 의미 있게 참여해 볼 수 있는 작업이다, 너무 기쁘다, 그리고 꼭 하고 싶었던 얘기를 해 주는 사람이 또 있구나, 뭐 그런 생각들을 했습니다.

진명현: 너무 공감이 가는 말씀입니다. 김선영 배우님은 사실 이 작품에 거의 90% 가까이 등장을 하세요. 안 등장하는 장면이 없을 정도로 많은 장면이고, 심지어 조금 유머러스한 장면이 아기를 업고 이렇게 내려오면서 하나도 안 무겁다 하는 정도인데, 그것도 힘이 안 드는 장면은 아닌 것 같거든요, 조금도 가벼워 보이지 않기 때문에? (웃음) 그렇기 때문에 거의 모든 장면이 힘든 장면들 투성이었는데, 이 작품 당연히 기꺼이 선택하셨을 거라는 생각도 들지만 하시는 내내 너무 또 고되셨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돌아보면 어떠셨어요? 

김선영: 거의 뭐 현장에서 말을 안 했죠, 제가. 그렇죠?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건 아닌데 고됐다고 말씀하시니까. 그냥 거의 혼자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의자에 앉아 가지고. 그런데 사실 배우이기 때문에 저는 그게 정말 하나도 안 고돼요. 너무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감정은 굉장히 다운된 상태였겠죠. 직업이 배우이기 때문에 저는 힘들지는 않았어요. 돌아보면 ‘그러고 계속 있었네?’ 그런 생각이 들긴 하는데, 저는 감정적으로 힘들거나 상황적으로 힘들거나 이런 것들은 우리가 하는 일이니까 얼마든지. 재미있어요.

진명현: 혜정이라는 친구에 대해서는 어떤 마음을 품고 계셨습니까? 연기하시는 동안.

김선영: 내가 혜정이니까 어떤 마음을 품진 않아요, 그냥 나라고 생각하고 하는 거니까. 그러네요, 메소드야? (웃음) 어떤 마음을 담았냐고? 하는 내내는 어떤 마음을 품지 않았고요. 그냥 제 자체가 혜정이이기 때문에,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데 시나리오 처음에 받았을 때는 보통은 합의를 보지 않고 끝까지 투쟁하시는 분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이렇게 합의 보고 나온 사람이 깊이 조명된 작품을 거의 저는 처음 받아본 것 같아요. 그래서 울림이 굉장히 컸고, 내가 이거를 안 하면 내가 이 여자를 외면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했어요.

진명현: 혜정이를 직면하신 거네요, 그러면. 계속 혜정이를 직면하면서 연기를 하셨다고 저희가 받아들여도 되겠네요. 여러분들도 보셔서 느끼겠지만, 어떤 배역도 선역이 없고 악역이 없는 아주 입체적인 캐릭터들의 각축전이에요. 심지어 어린이 역할을 했던 배우들마저도 완전히 순수한 아이처럼 설정되지 않은 건 굉장히 흥미롭거든요. 주희는 엄마를 물어뜯는 아이고, 성민이는 영수증을 꺼내서 눈앞에 갖다 밀 정도로 세상에 닳고 닳은 친구고. 혜정의 아들 역시 마찬가지예요. 이 친구들 모두가 다 이 악다구니 속에서 그냥 버티면서 살아가는 인물들이고, 특히 혜정이는 생각할 틈도 없어요, 사실. 1호 태풍 오면 2호 태풍 오고, 3호 태풍 오면 4호 태풍 오고. 태풍 막느라고 정신이 없는데도 집에는 기어들어 가야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집도 버리고 나갈 수 없는 그런 상황이라는 게. 사실 제가 공포 영화라고 했던 건, 저는 이 작품이 좀 재난 영화에 가깝다고 생각을 하면서 봤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재난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데, 하늘은 참 무심하거든요. 비도 잘 안 와요, 이  영화 속에서는. 그렇기 때문에 이게 주는 공포가 저는 실로 막대하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이게 참 감독님, 데뷔작에서 이렇게 여러 인물들한테 고르게 캐릭터성을 준비할 정도의 관계를 만들어내는 게 결코 쉬운 작업과 솜씨는 아닐 거라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어떤 기분에서 이야기를 시작하셨고, 그리고 어떤 이야기로 이야기를 닫아야겠다고 생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가성문: 일단은 제 성향 자체가 좀 회색분자인 걸 느꼈어요. A가 옳을까, B가 옳을까 할 때 중재자인 척하지만 저는 둘 다 약간 이해가 가고, 뭔가 이렇게 이야기를 못 하는 그런 성향이 조금 짙은 것 같거든요. 그리고 저도 이렇게 사회생활을 하다가, 사실 혜정과 같이 포기한 상황에서 시나리오를 시작했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어떤 제가 느꼈던 감정들?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 왜 내가 이거를 덮어쓰고 가야 되지?’ 억울한데, 내가 세상에 말할 수는 없고,  나는 낙오자이기 때문에. 이런 감정들 때문에 시작이 되었던 것 같고. 그건 좀 개인적인 측면이고, 영화의 아이템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언론에서 얘기했듯이 제가 이사를 엄청 많이 다녀서 등본이 세 장 정도 나오거든요. 그런 다양한 이사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집에 대한 관심, 이런 것들이 좀 많았었고, 그러다 보니까 이 두 가지가 얽혀서 이런 글이 나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드림팰리스〉 스틸컷

 

 


진명현: 정말 집이 단순한 집이 아닌 나라에 우리가 살고 있잖아요. 그냥 집이 집뿐이면 참 좋겠는데 그럴 수 없는 세상이 되어서 이 영화 속 마지막에 입주자들의 난리 부르스가 사실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에요, 어떤 측면에서는. 어떤 인물도 쉽게 미워할 수도 없고, 어떤 인물도 쉽게 좋아할 수도 없는 작품이긴 한데 김용준 배우님과 김선영 배우님은 영화를 보시고 나서 본인의 캐릭터를 비롯해서 영화 속 수많은 캐릭터 중에 누구한테 좀 가장 마음이 오래 머물던지 궁금합니다. 각자 어떤 인물이 좀 애틋하셨는지 궁금해요. 김용준 배우님.

김용준: 혜정 아들 동욱이. 동욱이한테 가장 ‘쟤가 어떤 선택을 할까.’ 하는 그런 지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이거 어떻게 해야 되지.’ 하고 낭패감을 느끼는데, 연극을 하다 보면 제일 어려운 게 ‘낭패’거든요, 배우들한테는. 적어도 저는 그런데.... 그래서 하도 너무 어려워서, 안 돼서 국어사전을 찾아봤더니 이리 '랑(狼)', 이리 '패(狽)'더라고요. 이리 두 마리가 고깃덩어리 하나 놓고 서로 딱 쳐다보면서 ‘저 놈이 셀까, 내가 더 셀까.’ 그 상황이 낭패래요. 그래서 그때 참 국어사전 잘 찾아봤다 생각이 들었는데, 이 영화에서 그런 낭패감? 서로 딱 쳐다보면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는 사람들 사이의 어떤 낭패감. 그런데 동욱이도 엄마 사이에, 또 어떤 명분 사이에, 아버지와 의로움과 젊은 애, 또 늙은 사람 사이에서 어떤 낭패 한가운데에 딱 있는 그런 인물이라 동욱이를 좀 유심히 봤어요.

진명현: 지금 동욱 군 양평에서 공부 열심히 하고 있을 것 같은데, 입주자 대표 아저씨가 자기 그렇게 생각했다는 마음이 전해져서 얼마 안 남은 수능 꼭 잘 봤으면 좋겠습니다. 김선영 배우님은 혜정 외에 또 어떤 인물한테 마음이 가시나요? 한두 명이 아니죠.

김선영: 누구한테 마음이 가냐고요?

진명현: 지금 언뜻 떠오르는 인물이 있으세요?

김선영: 저는 저한테 제일 간 것 같아요. 여전히 되게 이기적이다. (웃음)

진명현: 아무도 혜정이한테 잘해 준 사람이 없고, 아무도 혜정이를 안아 준 사람이 없어요. 

김선영: 다른 사람들은 다 뭔가 확신이 있어 보이고, 뭐라고 해야 되지? 잘 살아 보여. 그러니까 이건 뭐지? 어떤 마음일까. 내가 이 영화를 알아서, 이걸 연기한 배우여서 그런 건지. 저 혜정한테 계속 마음이 가요.

진명현: 선영 배우님, 혜정이 앞으로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김선영: 혜정이요? 저는 그런데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는 거 이런 거 별로 관심이 없어 가지고.

진명현: 제가 왜 여쭤봤냐면, 마지막에 반려동물 안 키우시는 분들은 해피하게 보셨을 수도 있는데요. 저는 지금 저희 집 고양이가 아파 가지고 집에 두고 왔는데, 쟤가 아프거나 하면 어떨까하는, 개가 막 뛰어다니는데 공포감이 또 오는 거예요. 새로운 식구가 들어왔는데 저 식구는 결코 행복한 그림만은 아니다.

김선영: 이 여자가 계속 불행을 만나니까? 어이고, 진짜 공포스럽게 보셨군요? (웃음)

진명현: 예. (웃음) 강아지가 뛰어다니는데 ‘안 돼. 안 돼. 제발 배변 패드에 싸.’ 이런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김선영: 그래, 이 여자가.... 참.... 아이고. (웃음)

 

 

 


진명현: 약간 감독님이 일부러 혜정한테 뭔가. 왜냐하면 수인과의 멜로가 되게 고자극이거든요. 당구장 씬은 정말 멜로 영화 그 자체로서 너무 아름다워요. 그런데 그걸 다 빼앗아 가잖아요, 감독님이. 본인이 쓴 얘기니까. 멜로로 쓰시고 싶었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분명히 어떤 부분까지는 이 두 여자 관계가 주축이었을 것 같거든요, 어떤 시나리오의 버전에서는. 그런데 앙상블로 많이 펼치셨잖아요, 결국은. 그랬던 이유도 분명히 있으셨을 것 같아요. 

가성문: 일단은 뭐 제가 멜로 말씀드렸지만, 이 이야기는 우리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아까 용준 선배님이 설명하신 것처럼 인간의 제가 뜻을 찾아봤는데, 사람 '인(人)', 사이 '간(間)'이래요. 그러니까 관계가 있어야 인간인 거죠. 두 개 배웠어요, 낭패감과 인간의 한자어. 그러니까 저는 우리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려다 보니까 멜로적인 부분도 한 축이 되었던 것 같아요. 제가 아까 멜로를 말씀드린 건 가장 제가 마음을 쓰게 되고, 나를 울리고, 내가 시나리오를 구조적으로 쓰고, 기능적으로 쓰더라도 그 순간에는 끓어오르고 울먹였던 게 사실 수인과 혜정의 관계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렇지 기본적으로 제가 이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우리 인간들의 관계에서 맺어지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그래서 약간 ‘원 오브 뎀(one of them)’이 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좀 듭니다. 

진명현: 하지만 여전히 저희는 혜정과 수인이 말아 주는 멜로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좀 있습니다. 

가성문: 〈드림팰리스 2〉를 한번....

진명현: 〈드림팰리스 2〉는 조금 행복한 버전으로 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 이상의 불행은 저희가 너무 힘듭니다, 감독님. 그래도 제목이 〈드림팰리스〉이다 보니까 약간의 '드림'과 약간의 '팰리스'를 좀 넣어 주시는 게 좋을 것 같고. (웃음) 우리가 또 얼마 전까지 김선영 배우님의 드라마 〈일타 스캔들〉을 다 같이 보시지 않았습니까? 거기서도 고3 학부형이었는데 여기서 또 고3 학부형이에요. 그리고 〈일타 스캔들〉의 수아는 아주 잘 관리된 모든 환경 안에서, 수아가 공부만 잘하면 되는 애인데 동욱이는 또 그게 아니잖아요. 공부를 잘해도 골치가 아팠을 정도로 지금 혜정의 삶은 여러 가지가 너무 많은데 전혀 다른 캐릭터를 1년 안에 관객들한테 각각 선보이시는 게 배우님한테는 어떠신지 좀 궁금해요.

김선영: 아유, 너무 좋죠. 계속 보여 주면 좋죠. 이것도 보여 주고~ 저것도 보여 주고~ 계속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웃음) 너무 좋죠.... 저는 연기가 제일 재미있어요. 연기가 제일 재미있고, 무슨 연기든 저는 다 재미있어요.

진명현: 이게 그러면 드라마와 영화 촬영 순서가 어떻게 됐어요?

김선영: 드라마 찍기 2년 전에 〈드림팰리스〉를 찍었어요. 

진명현: 저는 관객 입장에서, 아파트 극 한번 만드셔서 아파트 트릴로지를 한번 선보여 주시는 것도 재미있겠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제가 나누고 싶은 이야기도 너무 많지만, 여러분들도 궁금해하시고 또 소감들도 많이 들려주실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아서 이제 객석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소감을 전해 주셔도 돼요. 꼭 질문이 아니어도 됩니다.

 

 

영화 〈드림팰리스〉 스틸컷

 


관객 1: 감독님께 질문드립니다. 이 영화를 보면 악인이 없는 것 같은데, 혹시 전달하고 싶으신 메시지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가성문: 저는 이렇게 싸우는 사람들의 현상을 보여 주는 게 목적이었던 것 같고요. 그것을 통해서 이 사람들 되게 악인처럼 보이지만, 주인공마저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 속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인물이잖아요. 그런 인물을 통해서 사실은 여기에 안 나오는 사람들에게 손가락을 가리키고 싶었던 것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사람들이 어떤 영화에서는 되게 양식화된 악인의 얼굴로 등장해서 뭔가 비열한 짓을 저지르기도 하고, 정의 구현을 당하기도 하고 하는데 그런 영화들은 우리가 되게 익숙하잖아요. 그런데 악인이 안 나오는데 악인들 통해서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의 어떤 모습이 드러나는 게 되게 흥미로운 접근법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사람들 다 착한 부분도 있고, 나쁜 부분도 있지만 ‘너희 잘못 아니다.’라는 게 사실 메시지라면 메시지인데, 그것마저도 그렇게 제가 뭔가 주입하려고 했던 건 아닌 것 같아요. 관객들의 해석에 남겨 두되, 제가 뭔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 사람들을 나쁘게 봐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진명현: 아마도 이 작품은 해설을 통해서 맞출 수 있는 영화는 아닌 것 같고,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얼마큼 자기 삶 쪽으로 끌어당겨 놓느냐에 따라서 영화가 더 넓어지고 깊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질문 감사드리고요. 또 다른 관객분 있으면 마이크 전달드릴게요.

관객 2: 배우님들과 감독님들께 질문을 드려 봅니다. 혜정이네 집에 녹물만 해결되면 혜정이의 삶은 다 완벽해지는 건지 궁금했고요. 이사를 갈 때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경찰을 부르면 일차원적으로는 가장 먼저 해결을 해 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무도 경찰을 부르지는 않더라고요. 그런 상황에 있어서 해결 방안을 찾으신 게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가성문: 실제로 인천에서 사건이 있었어요.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한 거고요. 그 당시에도 경찰들이 왔지만, 사실 막무가내로 버티기 때문에 공권력이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경찰이 와도 사람들이 막고 드러눕고 했었기 때문에, 저 미분양 사태가. 그렇기 때문에 언론을 타고 그때 약간 공론화가 되었던 거죠. 저도 그걸 보고 되게 충격 받아서 사실 이 이야기를 시작한 것이 있었어요. 그리고 두 번째로 그 녹물에 대해서는 저는 좀 그렇게 생각해요. 녹물이 해결되면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왜냐하면 이게 되게 사소한 건데, 사소한 것에서부터 이 갈등들이 촉발되고 커지잖아요. 만약에 녹물이 안 나왔다면 〈드림팰리스〉가 없었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저는 이걸 만들어야 되니까 녹물이 해결되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했던 거 아닐까요? (웃음) 그렇습니다.

김선영: 그러니까 녹물만 고쳐지면 혜정의 삶이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냐고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녹물이 안 나온다고 어떻게 인생이 행복해져요. 행복해질 수가 없죠. 완벽하고 행복한 사람이 여기 한 분도 안 계실 테고, 저 역시도 마찬가지고. 어떤 완벽하게 행복한 것을 향하는, 그것을 탐구하는 영화는 아닌 것 같고요. 완벽한 행복도 없을 뿐더러 왜 인간이 행복해야 돼요, 완벽하게. 완벽할 수 없죠, 절대로. 제가 우연히 했던 말인데, 제가 한 말이지만 제가 들어도 너무 멋있는 말이라서 또 하면, 홍보차 '듣똑라'에 나갔는데, 우리 딸 얘기를 이렇게 막 하다가 ‘아니, 행복에 집착을 안 하면 되는 거지 않냐. 불행한 걸 두려워하지 않으면 된다’. 어떻게 불행하지 않을 수가 있어요, 사람이. 불행하잖아요. 불행하고, 끊임없이 불행하고 그러다 가끔 행복하고. 뭐 그런 거잖아요. 그런데 우리 딸 얘기를 하다가 나는 내 딸이 끝도 없이 완벽하게 행복한 것을 믿지 않고 바라지 않거든요, 내 딸이지만. 그 대신에 내 딸의 불행을 내가 어떻게 해 줄 수도 있는 것도 아니고, 두려워하지 않으려고 하는 게 있죠. 녹물 고쳐 줘도 혜정이는 행복할 수 없습니다, 완벽하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김용준: 녹물이 꼬이고 꼬이는 시작점이 되어 버렸으니까 만약에 녹물이 아니었으면 어떤 식으로 이 드라마가 꼬여 나갔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라고 새겨듣고 말씀을 드려보면, 만약에 남편 보상금으로 처음 이런 깨끗한 집으로 입주를 해서 모든 투쟁이나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아파트도 최고로 만족스럽고, 녹물도 안 나오고, 아무런 흠 잡을 데 없이 아파트 생활을 시작했다면 아마 너무 편한 안락함이 주는 것 때문에 불안하지 않았을까, ‘이래도 되나. 이거 내가 누려도 되나.’ 그런 생각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가성문: 제가 좀 비슷하게 이 시나리오를 쓰기 전에 어떤 안 좋은 것들을 겪고 도피하기 위해서 일을 그만두고 치앙마이를 갔었거든요. 2주 동안 난 이제 자유다, 너무 행복하다, 사람들도 너무 좋고 하는데 2주 동안 그 생각만 하고 왔어요, 사실은. 그게 좀 어떤 방식으로도 사람이 이렇게 딱 자른다고 해서 잘라지지는 않는 것 같거든요. 계속 내 탓하게 되고. ‘내가 뭘 잘못했지.’ 막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실 그런 게 저는 되게 인간적이라고 봤거든요. 혜정도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좀 들기는 해요. 이 집이 너무 완벽해도, 물론 이야기가 가기 위해서는 녹물이 나와야 되겠지만,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도, 완벽해도 그 사람은 계속 자신 안으로 침잠했었을 것 같아요.

 

 

영화 〈드림팰리스〉 스틸컷

 

 

 

진명현: 사실 녹물이 안 나왔어도 수인과의 관계나 동욱과의 관계는 이미 뒤틀려져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혜정은 결코 편안하게 그 집에서 지낼 수가 없는 상태이긴 합니다. 녹물은 뭔가를 탁 터뜨려 주는 역할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사실 마지막 즈음에 샤워할 때 녹물 다시 나오는 게 진짜 끔찍하지 않아요? 〈캐리〉에서 피 쏟아지는 그 다음으로 끔찍한 장면이었다는 생각이 들고, 그때 정말 혜정이 사실은 모든 고초를 겪으면서 머리 이렇게 한번 쓸어 넘기면서 바로 일어나거든요. 그때 못 일어나더라고요. 그때가 개인적으로 혜정을 보면서 가장 마음 아팠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앞에 장면들을 좀 복기해 보면 정말 대단한 사람인 게 왜 저렇게까지 저 모든 불행과 행들을 다 격파하면서 나갈 수 있냐면, 일단 녹물이 나왔는데 뭐도 안 되고 입주자 회의 가서도 안 되니까 저 수많은 스파클 생수 한 500, 600통을 옮겨 놓는 사람이잖아요. 저런 사람은 뭐든 해요. 맥스가 한 30통 정도일 것 같은데 이미 한 번에 다 끝낸 그런 느낌으로 저걸 집 안에 쌓아 놓고 있는 사람은. 그래서 그 생수를 볼 때도 마음이 굉장히 짠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복기해 보면 정말 씬 하나하나를 감독님이 공들여서 연출하시고, 또 배우님들이 그 안에서 완벽한 설계 안의 움직임들을 보여 주셨기 때문에 참 편집하실 때 고생했겠구나 생각 많이 들었어요, 지금도 뺄 장면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좀 궁금한 거를 여러분들이 또 계속 물어보시면 좋을 것 같고요. 

관객 3: 저는 감독님께 질문이 있는데요. 저도 노동 이슈에 되게 관심이 많은 편이고, 영화에서 묘사된 유가족들의 투쟁이 굉장히 현실적인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처음에는 대기업의 혹은 자본의 횡포에 대해서 저항하고 투쟁하지만, 이 시간이 길어지면 남은 사람들끼리의 어떤 의심, 분열, 혹은 배신 같은 것들이 생기면서 연대해야 할 사람들 사이에 분열을 되게 핍진하게 묘사하신 게 인상 깊었는데 혹시 감독님께서 노동계에서 함께 연대하신 경험이 있으신 건지 여쭙고 싶고, 또 혹시나 다음번에 노동 이슈를 주제로 해서 기획하고 계신 작품이 있으신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가성문: 일단은 제가 그냥 정당 같은 데 가입해서 몇 번 나가본 적은 있는데, 디테일하게 노동 현장에 가서 몸으로 부대끼고 이러지는 않았고요. 하지만 누구나 다 연상되는 어떠한 사건들에 저도 자연스럽게 한 사람으로서,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끊임없이 영향을 받았던 것들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영향으로 인해서 ‘저 사람들은 왜 저럴까. 왜 언론들은 저 사람들을 저렇게 표현할까.’ 그런 질문들에 대한 어떤 답을 찾아 가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이렇게 했었던 것 같고요. 그리고 제가 앞으로도 이런 영화를 할지 안 할지는 확실하지는 않은데, 제 안의 커다란 화두인 것 같기는 해요. 왜냐하면 제가 그냥 자연스럽게 한 사람으로서 살아가다 보면 계속 이런 문제들이 한국 사회에서 해결되지 않고, 계속 일어나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계속 찌르는 느낌으로 다가와서 계속하게 되지 않을지. 하지만 제가 이거에 대해 경험에 의해서 한다거나 하지는 않고, 저도 그냥 독자나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자연스러운 것들 정도에서 주간지도 좀 보고, 지인들에게 전화해서 물어도 보고 이러다 보니까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대단한 건 없습니다. 

진명현: 질문과 답변 감사드립니다. 다음 작품은 〈드림팰리스 2〉 멜로로 만들어 주시기로 하셨기 때문에 노동 이슈는 잠깐 좀 쉬었다가 다시 하시는 걸로 하면 좋겠습니다. (웃음) 또 다른 관객분 계실까요?


관객 4: 김선영 배우님께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아직까지 혜정이라는 인물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서 너무 마음이 쓰이고 있거든요. 제가 생각하기에 혜정이의 가장 큰 문제는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집이 없다'라는 점 같습니다. 인물은 앞으로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는데 그러면 앞으로 혜정이가 살아감에 있어서 그래도 좀 쉴 수 있는 집 같은 거, 혹은 휴식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건 어떤 게 될까요?

김선영: 걱정이 많이 되셨군요. 아, 이 여자가 너무 안됐구나. 그쵸? 너무 안돼서 ‘이 여자는 그러면 어느 순간 위로 받을 수 있나요? 위안 받을 수 있나요?’ 그런 질문인가요?

관객 4: 네, 맞아요. 집이라는 게 꼭 공간은 아니어도 되는 것 같아요.

김선영: 음.... 되게 가슴이 많이 아프셨구나. 그런데 모든 사람은 저런 스페셜한 사건을 다 겪진 않지만, 모든 사람은 다 저렇게 공허하고, 어느 순간 고통스럽고, 정말 낭패감을 느끼고... 모든 사람은 그렇지 않나요? 나는 혜정만 그렇다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그러니까 제 말은 인간은 다 그렇다라고 저는 생각하고요. 혜정은요, 아들이 있잖아요. 아들에 대한 사랑이 있잖아요. 우리 고3 조카보다 행복할걸요. 내가 사랑하는 존재가 있잖아요, 그렇죠. 아들이 따뜻하게 한번 웃어 줘도 그건 무엇보다 큰 위안이 될 수도 있고. 굳이 그 질문에 제가 좀 기쁘게 해 드릴 답을 찾자면, 안심하시라고, 아들이 있어서 아들 보면 좀 위안이 될 거예요, 아마. 그러다가 좀 괜찮으니까 얼마 안 있다가 남자 친구 만나야죠. 애인 만나야죠, 애인. 그래 가지고 재혼하든지 뭐 연애하고 또 그럼 연애하면 또 사람이 좋아지니까. 아마 그럴 거예요. (웃음)

가성문: 제가 감독이자 한 감상자로서 말씀드리자면, 아마 세상에서 제가 제일 많이 봤을 거예요, 편집을 계속하니까. 저는 그 카페에서 마지막 혜정의 얼굴이 그 답이 아닌가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이 여자가 결국에는, 수인도 그렇게 하지 못했죠. ‘내 남편이 아니라니까.’라고 계속 하잖아요. 그런데 세상이 그걸 믿어 주지 않잖아요. 결과적으로는 이 여자는 모든 걸 다 잃었어도 내가 틀리지 않았음을 좀 알게 되잖아요. 사실 그 힘으로 저는 살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저는.

 

 

영화 〈드림팰리스〉 스틸컷

 


진명현: 너무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지만, 혜정이 정말 사랑이 많고 그 사랑을 책임지는 사람인 건 틀림없는 것 같아요. 마지막에 캐리어에 된장찌개, 소고기 넣어 주는 것처럼 아이패드 넣는 것도 그냥 흘려듣지 않은 거거든요. 그 난장을 겪고도 이거는 넣어 주겠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남편의 결백을 듣고서 정말 그나마 좀 마음이 풀어지는 것까지 계속 그 사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거 이상으로 큰 사랑을 가지고 있어서 앞으로 새로 들어온 강아지가 있으니까 동물권에 관련된 영화를 통해서 환경을 점점 좋게 만들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웃음) 그리고 약간 이거는 웃자고 하는 얘기인데 혜정이 옷 진짜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 난리가 나도 맨날 예쁘게 입고 나와요. 

김선영: 굉장히 주변의 시선이 중요한 여자이기 때문에.

진명현: 뭐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헤메코’가 완벽했던 것 때문에 패션에 관심이 많고, 패션을 사랑하는 친구라고 저희가 혜정이를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관객분 마이크 혹시 가지고 계세요? 잠깐 이렇게 저희가 인사 타임을 하면 좋을 것 같아서, 관객분 마이크를 그 옆 관객분에게 넘겨주시면 바로 〈내가 죽던 날〉을 연출하신 박지완 감독님이 김선영 배우님 응원하러 오셨거든요. 

박지완 감독(이하 박지완): 안녕하세요, 영화 너무 잘 봤고요. 김선영 선배님을 이렇게 오래동안 보는 기분이 이런 것이구나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저도 질문해도 되나요? 사실 대표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녹물을 맞는 혜정의 모습이 저는 너무 세서.... 그런데 그때 거울을 보잖아요, 혜정이. 실제로 경찰서에서 밤을 새고 온 것 같은 표정을 지으셔서 선배님이 이 혜정을 연기할 때 준비하신 것들. 본인이 혜정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래서 어떤 식으로 준비하시고 감독님이랑 얘기를 나누셨는지 사실 너무 궁금했습니다.

김선영: 저랑 해 보셨잖아요, 연기. 〈내가 죽던 날〉. 뭘 준비했냐고요? 대본 보고, 처음에 감독님한테 모르는 거 ‘이 여자가 왜 이런 말 하지?’ 또는 ‘이 상황이 뭐예요.’ 그거 해결하고, ‘아, 그렇구나~’ 하고. 아시잖아요, 저는 그냥 던져지는 스타일. 특별히 뭐 준비 안 해요.

박지완: 그러면 감독님은 어떤 주문을 하셨길래 그 얼굴을 찍으실 수 있으셨는지.... (웃음)

가성문: 저는 어떤 면에서 혜정이라는 인물이 인간 김선영이랑 되게 닮아 있다는 지점이.... 한 2박 3일 동안 그때 코로나여서 어디 못 가고 회의실 안에서 계속 도시락 먹으면서 진짜 씬 하나하나 되게 브레이크 다운을 많이 했었거든요. ‘이건 뭐냐, 저건 뭐냐.’ 이렇게 계속 의견 나누고, 그 시간이 저는 되게 인상적으로 기억이 나고, 제가 어떤 면에서 말을 조심하느라 좀 개떡같이 말할 때도 있는데, 그런 걸 되게 찰떡같이 알아주셔서 되게 좋았고요. 그리고 현장에서도 제가 원하는 것들을 얘기하면 ‘일단 알았어. 한번 해 볼게.’ 하시는 경우들도 있고. 그리고 되게 아쉬워하시면서 한 번 더 가면 안 되겠느냐고 먼저 하시는 것들을 보면 저는 감독으로서 너무 좋죠, 그런 거는요. 이게 쉽지 않은, 힘든 영화인데. 진짜 너무 이렇게 자신을 투신해 주신 시간들을 제가 기억하기 때문에. 그래서 저는 감독으로서는 너무 감사하고, 은인을 만난 듯한 느낌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진명현: 공교롭게도 우리 가성문 감독님도 그렇고 박지완 감독님도 그렇고 데뷔작을 다 김선영 배우님과 함께하셨어요. 그래서 오늘 되게 특별한 자리가 된 것 같은데, 지난달에 박지완 감독님 『다음으로 가는 마음』이라는 첫 책이 나왔거든요. 에세이를 쓰셨어요. 여러분들 검색하셔서 많이 구매도 해 주시고, 사랑도 보여 주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김선영: 감독님이 〈내가 죽던 날〉로 백상에서 받았잖아요. 시나리오 상 받았나? 그쵸. 감독님이 책도 쓰셨구나. 축하드려요.

진명현: 축하드립니다. 김선영 배우님 찬양하는 타이밍이 된 만큼, 우리 김용준 배우님께도 배우 김선영의 매력, 인간 김선영의 매력이 무엇인지 또 한번 들어 보고 싶습니다.

김선영: 아니, 그런데 진짜 김용준 배우님과의 인연은 지금으로부터 제가 아기를 낳기 전에 이 분이 미국에서 공부를 하는 바람에 제가 대학로에서 한창 활동할 때 배우님이 없었어요. 그리고 제가 아기 낳으면서 어느 순간 이 분을 우연히 대학로 어떤 공연에서 봤는데, 제가 그냥 딱 찍은 거예요. 저 사람이다. 그러면서 제가 쫓아다녔어요. 우리 남편이 영화를 하잖아요. 연극도 만들거든요. 그러니까 어떻게든 저 배우를 데리고 와야 된다. 그래서 제가 막 다른 분한테서 번호 따고, 전화하고, 길 가는데 자전거 몰고 가시는데 가서 인사하고, 그리고 다짜고짜 남편 작품 들어갈 때 바로 연락드려서. 그런데 또 너무 잘 봐 주셔서 지금까지 그 이후로 남편의 모든 작품에 다 출연해 주셨죠. 〈세자매〉에서도 목사님이잖아요.  제가 정말 팬이에요. 이 대한민국에 있는 김용준이라는 배우의 제가 진짜 1호 팬이에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저희 극단에서 하는 공연 다 함께해 주시고, 존경하는....

진명현: 김선영 배우님이 이렇게 빌드업을 하셨는데 진짜 청산유수로 하지 못하시면 큰 혼란이 닥쳐올 것 같습니다. (웃음)

김용준: 매력은 이제 알게 모르게 있는 어떤 감춰진 아름다움이라고.... (웃음) 김선영 배우님은 그냥 좀 겁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상대가 겁내 하는 거를 잘 들여다보고, 자기가 먼저 용기 있게 뭔가를 해요. 자기 같은 겁쟁이가 흔들흔들하고 망설이고 있으면 그냥 탁 잡아서 ‘나도 이렇게 사니까 너도 살아!’ 하고서 이렇게 같이 탁 일으켜 세우는 그 힘이 있는데, 그걸 느낄 때마다 ‘맞아, 그래야지.’ 하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런 순간이 한두 순간이 아니었어요. 뭔가 슬쩍슬쩍 보이고, 실천하면 될 것 같은 순간들에서 ‘뭘....’ 하고 미루거나 뒤로 물러서거나 망설일 때 이분은 자기도 분명히 떨리고, 미칠 거 알고, 또 손해 볼 거 알고, 욕먹을 거 아는데 먼저 나서더라고요. 그래서 한걸음 늦게 시작하면 일단 시작은 같이하게 되니까 그냥 그 다음부터는 내달리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에 이렇게 탁 일으켜 세워 주는 그게 아무나 하는 게 아닌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두려움을 극복하는 힘이. 어떤 지혜를 얻은 것 같은데 그걸 빨리 좀 빼먹어야 되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진명현: 박수 한번 부탁드립니다. 김용준 배우님 말씀이 너무 아름답네요.

김선영: 완전 시인이에요, 시인. 평소에 이야기하는 거 보면. 명언 제조기.

가성문: 영화 보시고 진짜 입주민 대표 한 대 때리고 싶다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던데, 실제로는 이렇게 되게 조심스러우시고 내적이신 분이거든요. 정말 이런 걸 볼 때마다 저는 ‘배우라는 게 참 위대하다. 어떻게 저렇게 바뀔 수 있느냐, 스크린 안과 밖이.’ 뭐 이런 생각도 좀 듭니다. 

 

 

영화 〈드림팰리스〉 스틸컷



진명현: 여러 방송이나 이런 걸 통해서 사람이 누구 칭찬하는 걸 여러 번 봤는데 이렇게 공들여서 누군가의 장점을 찾아 낸 칭찬은 또 정말 오래간만에 본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합니다. 또 다른 관객분 있으실까요? 

관객 5: 배우님들과 감독님들께서 가장 신경 쓰셨거나 기억에 남는 장면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가성문: 이게 좀 날마다 달라요. 가장 신경 쓴 장면은 아무래도 마지막 장면이고, 두드릴 때. 그때 양양에 가서 찍었거든요. 코로나 4단계라 아파트를 못 구해서 새벽에 양양에 가서 사람들 살고 있는 데서 막 소리를 지르면서 찍었었어요. 그래서 되게 긴장 많이 했었는데, 좀 재미있는 거 말씀드리자면 누가 갑자기 베란다에서 계속 부르는 거예요, 저를. 그래서 ‘주민이다. 지금 항의하고 있다.’라는 생각으로 절대 안 쳐다봤거든요. 제작팀이 가서 딱 했는데 갑자기 뭘 이렇게 내리시는 거예요, 줄에 매달아서. 그래서 가서 그걸 받아서 저한테 줬는데 강냉이인 거예요. 고생 많다고, 이 밤에. 열심히 찍어라. 그때부터 양양 너무 사랑하게 됐거든요. (웃음) 아무튼 그만큼 긴장감과 어려움 속에서 찍었던 장면은 그거고요. 가장 기억나는 장면은 저는 카페 장면이 진짜 저는 좋아요. 다 많이 좋아하는데 오늘은 좀 그렇습니다. 그때 그 류성록 배우. 지금은 군대 가서 얼굴을 못 보고 있는데, 류성록 배우와 김선영 선배님의 촬영을 할 때 되게 행복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장면이 가장 혜정에게 행복한 장면이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당구장 장면도 있지만, 정말로 이 사람의 어떤 답을 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게 너무 잘 구현되어서 저는 개인적으로 그게 되게 기억에 남는 좋은 장면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진명현: 우리 김용준 배우님은 어떠십니까?

김용준: 입주자 대표 회의에 혜정이 와서 “우리 집에 녹물이 나오는데 다들 어떠세요?” 하고 우리를 딱 쳐다볼 때. 이 집만 녹물이 나오는 게 아니라, 감독님께서 주신 말씀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 집만 나올 리가 없잖아요. 다 녹물이 나오는데 짜 맞춘 듯이 모든 입주자들이 본능적으로 녹물이 나온다는 게 알려지면 안 된다는 것을, 아파트 가격과 직결된다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그 표정이 나오는 것을 이렇게 세심하게 디렉팅하시려고 하는 거 보고, 사람이 이 정도까지 이익 앞에서 일치단결을 하는구나. 암묵적 동의. 이건 문제 삼지 않는다라는 그런 모습. 그런 디테일들이 기억이 나죠.

가성문: 다는 아니었고, 이렇게 몇몇 분들?

김선영: 나는 전혀 몰랐어요. 진짜 처음 듣는 얘기예요. 그러면은 대표 집에도 녹물이 나오고?

김용준: 그래서 저도 우리 집에 녹물이 나온다고 생각했고.

김선영: 진짜로?

김용준: 문제 되면 안 된다라고 생각하고, 동의하는 몇몇 사람들이 이렇게 눈빛을 주고받는. 우리끼리는 그게, 네. 그게 있었어요.

김선영: 그래서 연기를 그렇게 하셨구나. “녹물이...... 왜 나오죠?” (웃음)

김용준: 네. 녹물이 이슈가 된 적이 있는데, 우리끼리는 이미 묻힌 이슈가 또 나왔다. 몇몇을 가지고 그런 장치가 있었어요.

진명현: 그런데 이게 정말 만약에 혜정의 집에서만, 그 수많은 세대 중에 거기만 나왔으면 이건 진짜 공포 영화예요. 그 집만 녹물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아파트이기 때문에. 그러면 선영 배우님 어떤 장면이 좀 신경 많이 쓰셨고 기억이 나시는지.

김선영: 저는 연기가 너무 재미있기 때문에 괜찮은데, 하여튼 이 영화는 더럽게 많이 울었어요. 이게 막 치밀어 올라오잖아요, 컷 하면. 연기를 할 때는 혜정으로 하는 거잖아요. 컷 하면 이제 김선영이랑 혜정이랑 섞이게 되잖아요. 그러면 이 여자에 대한, 어떤 이 상황에 대한 어떤 연민과 억울함과 이런 것들이 막 밀려오니까 컷 하고 많이 울었어요. 많이 울고, 막 너무 화가 나고. 이러다가 다시 또 하면 하는데. (웃음) 저야 뭐 힘들지는 않은데, 그게 저는 기억이 많이 나요. 여기서 편집됐지만 잊을 수 없는 순간들 중에 장례식장 가서 아들한테는 이제 “너는 들어가라. 엄마는 먼저 차에 가 있을게.” 하고 이제 시간이 워낙 오버가 돼서 편집이 됐는데, 제가 이렇게 걸어가요. 그러면 감독님이 뒤에서 그냥 풀로 저를 잡고 있죠. 저는 그냥 그 장례식장을 이렇게 걸어서 나가는데,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그때는 어차피 등만 나오니까. 그때가 좀 기억이 나고. 너무너무 많이 울었고, 계속 부들부들 떨면서. 그 다음에 또 기억나는 게, 이것도 편집됐는데, 제가 인모를 찾아가는 장면이 있거든요. 인모 앞에서 제가 굉장히 비굴해지는 순간이 있는데, 그리고는 눈 하나 안 깜짝거리고 “알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하고 이렇게 돌아서는데, 그때 돌아서는데, 그러면 어차피 이제 카메라는 내 앞을 잡지 않죠, 돌아섰으니까. 어휴. 그때도 진짜 많이 울었어요. 막 너무 이게 부들부들 떨리니까. 그게 좀 기억이 나네요, 지금. 저는 너무 재미있어요. 이렇게 연기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없어서 안달이지.

진명현: 말씀으로만 장례식장 장면을 설명해 주셨는데도 마음이 너무 그러네요. 이게 사실 혜정이가 수모 겪을 거 알고서도 간 거잖아요. 화장 지우고. 그리고 주희랑 성민이한테도 자기가 걔네들한테 잘해 주는 게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걸 알면서도 잘해 주는 사람인 거잖아요. 그러니까 손절을 많이 하는 사람 같이 보이지만, 절대 손절을 못 하는 사람이 혜정이에요. 관계를 못 끊어요, 이 사람은. 그래서 마음이 장례식장에서도 너무 안 좋았던 것 같아요. 저러기 쉽지 않은데. 사실 그냥 오히려 수인처럼 하는 게 더 쉬울 수 있거든요. 갇혀 있다가, 모든 게 지나갈 때까지. 이 사람은 갇혀서 지나가는 걸 관망할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계속 밖으로 나오고, 계속 움직이고, 옷도 계속 갈아입고, 옷도 많고. (웃음) 지금 저희가 꽤 시간을 많이 써서 마지막 질문으로 받아야 될 것 같습니다.

 

 

영화 〈드림팰리스〉 스틸컷

 


관객 6: 주인공의 감정선이나 모든 대사가 혼연일체로 표현해 주셔서 그런지 이해가 되게 잘 됐거든요. 그런데 대사 하나가 이해가 안 갔어요. 수인이한테 “이제부터 잘할게.”라고 하는데,  제가 봤던 혜정이는 일부러 내가 잘못을 저지르려고 한 게 아닌 것 같았거든요. 본인만의 이유와 본인만의 정의 같은 게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왜 수인이에게 사과를 했는지, 아니면 모든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게 생각해.’라고 말해 왔던 게 자기 암시처럼 나는 죄가 없다고 믿고 싶었던 건지, 이런 배경이 조금 궁금합니다. 

가성문: 혜정에게 기댈 구석이라는 것은 아들과 수인밖에 없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아들과의 관계가 닫혀 버리고, 사실은 좀 어린 아이 같아지는 마음에 수인을 찾아갔다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리고 수인에게도 사실 좀 어리광을 부리는 것처럼 했었다고 생각해요. 혜정에게 있어서 수인과의 세상이 닫혀 버리는 것은, 사실 이 여자가 지탱해 왔던 어떤 삶의 끝이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마지막에 바짓가랑이를 잡는 느낌으로 그렇게 하지 않았나. 원래 선배님이 해 주셨던 해석도 그것과 좀 닮아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김선영: '이제부터 잘할게'가 대사에 있는 거죠, 그쵸? 그대로 한 거죠? 나는 또 내가 했나 해서. (웃음) 그거는 사람이 어떻게 다 그 상황과 맞게 얘기를 하겠어요. 여기서 나한테 나타나지 말라잖아. 꺼지라잖아요, 이제 내 인생에서. 그러니까 절교 선언이잖아요. 그런데 나는 얘랑 절교하고 싶지 않거든. 무슨 말을 못 해요. 잘못을 했다고 그 말을 한 게 아니고요. 그냥 ‘이제부터 내가 잘할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나 걷어 내지 마.’ 하는 거기서 나오는 연기였어요. 거기서 제가 “그 사람들이 그런 거지 우리 때문에 죽은 거 아니잖아. 길성 하이텍 때문에 죽은 건데, 우리 때문에 죽은 게 아닌데 너 왜 그래.”라는 말도 하잖아요.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하진 않았어요, 그 연기를.

가성문: 네, 저도 그냥 뭔가 매달리는 느낌에서 나온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진명현: 생각할수록 혜정이 참 안됐네요. 수인이랑 다시 꼭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는데 엘리베이터를 못 탄 걸 보면 지금 당장 때는 아닌 것 같고, 언젠가 꼭 올라가서 만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가 지금 1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어요. 우리 배우님들, 감독님 너무 재미있는 이야기 많이 들려주셔서 관객분들도 한 분도 자리 떠나지 않고 계셔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드림팰리스〉가 오늘이 GV가 마지막이 아니에요. 계속 GV가 잡혀 있으니까 또 새로운 배우님들 조합을 보시고 싶은 관객분들은 앞으로 잡혀 있는 관객과의 대화 일정은 인디스토리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통해서 확인하실 수가 있으니까 보시고 선예매해 주시면 또 많은 기운을 얻으니까 주변에도 많이 소문 내 주시고요. 여름엔 역시 공포 영화죠. 〈드림팰리스〉만한 공포가 없습니다. 온갖 종류의 공포가 다 등장하기 때문에 현실 공포입니다. 너무 무서워요. 여러분들 소문 많이 내 주시고요. 마지막으로 감독님과 배우분들 끝인사 들으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가성문: 평일에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자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또 나중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용준: 감사합니다. 좋은 저녁 되십시오.

김선영: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이렇게 두 번씩 봐 주시고, 막.... 두 번씩 봐 주셔도 돼요. (웃음) 감사합니다, 정말.

진명현: 감사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