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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반짝다큐페스티발 〈섹션 6 + 이동권 연대: 다큐인 초청전〉 GV 기록: 손가락 말고 달을 보자

by indiespace_가람 2023. 4. 8.

 

손가락 말고 달을 보자

반짝다큐페스티발 〈섹션6 + 이동권 연대: 다큐인 초청전〉 관객과의 대화(GV) 기록

 

 

일시

  - 2023. 3. 25(토) 오후 7시 상영 후

참석

 - 송승연 감독(〈편지〉연출)

 - 비오(박명훈) 감독(〈마도로스〉연출)

 - 안창규 감독(〈아침 출근길 지하철에 문이 열리면...〉연출)

진행

  - 임종우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조영은 님의 기록입니다.

 

 

손가락 말고 달을 보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달보기 운동의 말이다.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자리를 지켜내는 일, 그 너머의 무수한 부조리를 생각했다. 수많은 이름들이 작고한 뒤에 자리를 채우는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관심을 가져 달라는 그들의 목소리는 단순히 소리를 내어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이의 처절한 외침이 담긴 투쟁이고, 연대이다. 사회의 부조리를 끊임없이 들어내는 작업은 중요하다. '손을 잡고 곁에 있는 것 자체가 추모이고 연대'라고 생각을 나눈 송승연 감독의 말처럼, 손끝에라도 닿아있다는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 그 목소리들을 텍스트로 남겼다. 우리는 연결되어있다. 그 진실을 잊지 말아야한다. 4월에 들어서며 故 권희정열사 27주기, 故 박종필 감독ㆍ세월호참사 9주기를 기리고, 4.20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기억하는 먹먹한 마음으로 어느 에세이의 한 구절을 싣는다.

 


세월호 침몰은 진도 앞바다에서 배가 침몰하고 끝난 사건이 아니다. 과거에서 현재로, 진도와 안산에서 전국으로 이어지고 연결된 사건이므로 나는 산보하는 길에, 산보하는 길에도, 그 기억들을 우리가 다 만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을 생각하고 다음을 생각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이야기를 하면 너무 정치적이라는 말을 듣곤 한다. 그런데 나는 누가 어떤 이야기를 굳이 ‘너무 정치적’이라고 말하면 그저 그 일에 관심을 두지 않겠다는 말로 받아들인다. 다시 말해 누군가가, 그건 너무 정치적, 이라고 말할 때 나는 그 말을 대개 이런 고백으로 듣는다.

 

나는 그 일을 고민할 필요가 없는 삶을 살고 있다.

 

그렇습니까.

 

-황정은 『일기 日記』, 창비, 2021, p133-134


 

출처: 반짝다큐페스티발 https://blog.naver.com/twinkledocu/223058289456

 

임종우 평론가(이하 임종우): 안녕하세요. 평론가 임종우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이번 섹션 굉장히 다채로웠죠. 총 세 분류의 영화를 상영했습니다. 첫 번째로는 반짝다큐페스티발의 개막작인 〈8부두〉, 〈붉은 곡〉으로, 경남ㆍ부산 지역에서 사회 비판적 다큐멘터리 실천을 이어가고 계시는 신나리 감독님의 단편 두 편이고요. 두 번째로는 공모를 통해서 선정된 송승연 감독님의 〈편지〉를 상영했습니다. 세 번째로 장애인 활동가분들의 이동권 투쟁에 연대하고 다큐멘터리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는 차원에서 '다큐인'의 작품 〈마도로스〉, 〈아침 출근길 지하철의 문이 열리면...〉 두 편의 단편 다큐멘터리입니다.

송승연 감독(이하 송승연): 반갑습니다. 첫 영화로 이렇게 관객과 만나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좋은 시간 됐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비오(박명훈) 감독(이하 비오): 안녕하세요. 〈마도로스〉를 만든 비오(박명훈) 입니다. 이렇게 좋은 상영 기회 주셔서 감사하고 잘 봐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안창규 감독(이하 안창규): '다큐인'의 안창규라고 하고요. 저희는 기록으로 연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초청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임종우: 감독님들께 영화의 기획 배경에 관해 공통적인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영화의 시작점은 어디라고 할 수 있을까요.

송승연: 권희정 열사가 떠난 뒤에 계속 추모 사업 활동을 하고 있고요. 사실 올해는 27주기이어서 영화를 작년에 만들려고 했던 건 아니고, 곧 다가올 30주기에 맞춰 계속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만들게 됐습니다. 작년에 어머니가 민주유공자법 천막 농성을 하셨어요. 국회 앞에서 피켓을 드신 지가 600일이고, 천막을 치신 지는 530일가량 됐거든요. 그동안 1년 정도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었어요. 그게 시작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오: 저는 옆에 계신 안창규 감독님의 장편영화 조연출을 하다가 작년에 문정현 신부님의 투쟁을 기록한 '봄바람 프로젝트'라는 옴니버스 단편 다큐멘터리 현장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안창규 감독님의 다큐멘터리 주인공 박경석 대표님, 그리고 김환태 프로듀서님이 권유하셔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안창규: 예전에 '다큐인'을 운영하셨던 박종필 감독이 간암으로 별세하셨습니다. 그분이 찍고 싶었던 사람이 두 분 계세요. 그중 한 분이 박경석 대표이고, 또 한 분은 세월호 유가족분 중에 '416 TV'를 운영하고 계신 '지성이 아빠' 문종택 님인데 제가 계속 이어서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상영했던 작품은 사실 상영용으로 만든 게 아니라 저희가 현재 장애인 투쟁의 과정을 기록하여 속보 형식으로 유튜브에 올려놨던 영상이에요. 아무래도 요즘 사회적으로 많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 관련한 내용을 영화제에서 소개하고 싶다는 사무국의 의견 덕분에 상영하게 됐습니다. 저희가 '전장연'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거든요. 거기 보시면 장애인들 투쟁에 관한 내용이 속보 형식으로 계속 올라가고 있으니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임종우: 말씀해 주신 것처럼 '전장연' 유튜브 채널에 가면 '다큐인'을 비롯한 다양한 기록 활동가분들의 작업을 만나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플랫폼이 다변화되고 있는 시기인데 영화를 극장에서 상영함으로써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인식들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됩니다. 〈편지〉는 하나의 클립으로 시작되지만, 감독님의 내레이션이 영화의 전반을 감싸고 있는데요. 그 편지 형식의 내레이션을 쓰면서 가장 고민했었던 부분에 대해 말씀 나눠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편지〉 스틸컷

 

송승연: 권희정과 그의 어머니이신 강선순 님을 기억하고 기록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내레이션 쓸 때 영상을 찍고 있어서 어떻게 전달할까, 고민하다가 편지를 썼어요. 그렇게 어머니가 편지를 쓰셨던 영상과 제가 받았던 편지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잘 전달될 수 있게끔 했던 것 같습니다.

임종우: 네 감사합니다. 안창규 감독님께도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또 〈편지〉와는 연출적으로 많은 차이를 보이는데요. 인터뷰나 내레이션과 같은 영화적 개입을 최소화한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전략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안창규: 일단 현장성을 확보하고 싶었어요.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이동하는 속도가 굉장히 느린 편이거든요. 그래서 그분들의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 롱 테이크로 촬영했죠. 그리고 인터뷰나 따로 영화적 장치 없이 현장 자체만으로도 전체적인 내용들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카메라로 기록한 영상에 조금의 편집을 통해서 내보냈습니다.

임종우: 그러면 지금 말씀하신 현장의 느낌이라는 것, 분위기 혹은 속도나 동선 같은 이동성이 모두 현장성을 말씀하시는 걸까요.

안창규: 아무래도 지하철 투쟁에 관련된 것들이 짧은 뉴스릴로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데 더러 객관적인 척하는 부분들이 있죠. 현장의 자세한 내용들이 다루어지지 않고, ‘시민들이 불편을 느꼈다’ 정도의 이야기들만 담겨 있어요. 사실 그 안에 많은 이야기가 있거든요. 장애인분들이 휠체어를 타고 나가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것들은 여태까지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지점이었는데 그게 하나의 장이 된 거죠. 그런 것들을 잘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아침 출근길 지하철의 문이 열리면...〉 스틸컷

 

임종우: 네 감사합니다. 안창규 감독님께서 현장성을 담아서 그것들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고자 하셨다면, 비오 감독님께서는 인터뷰를 통해 현장에서 드러나지 않을 수 있는 부분을 재현하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편 작업을 하시면서 긴 시간 인터뷰를 수행하셨을 것 같은데 거기서 〈마도로스〉라는 작품으로 내용을 추출해 오시는 작업을 하셨을 것 같아요. 그 기준이 있다면요.

비오: 일단 이야기 구조로 만들고 싶었어요. 박경석 대표님의 젊었을 적에 마도로스 배를 타는 자유로운 사람들과 계속 돌아다니고 싶은 꿈에 더해, 중간에 중도 장애를 입으신 후 5년간의 방에서 박혀 있던 생활을요. 그 변화된 모습을 영화 속에서 담고 싶었습니다.

관객 1: 송승연 감독님의 〈편지〉를 보면서, 추모를 거의 30여 년째하고 계시는데, 그 모습이 슬프다기보다 많은 사람이 모여서 화기애애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누군가를 추모한다는 게 흐지부지되기 쉬운 일인데 어떻게 끌고 나가시는지 궁금했고요. 안창규 감독님은 현장성을 십분 살리면서도 시위 현장을 기록으로 남기고 계시는데, 사실 유튜브에 매일 올라가면 사람들이 안 보게 되잖아요. 사람들한테 설득력 있게 다가가기 위해서 현장을 교육할 때 집중하는 것이나 차이점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시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송승연: 처음부터 이렇게 편했던 건 아니고요. 어머니하고 친해지기까지는 십 년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되게 무거웠죠. 총학생회를 같이 활동했던 저희 직속 선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무조건 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깨에 돌이 있는 것처럼 무거웠어요. 그래서 추모제는 매년 묻지도 따지지 말고 하자는 생각이 계속 있었죠. 원래는 학교에 민주동문회가 없었는데 추모사업회 활동을 하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같이했고, 졸업하고도 계속 청년회처럼 십 년 정도 같이 활동했어요. 그렇게 서로 얼굴 만나고 같이 밥 먹고 사진 찍는 일상들이 자연스럽게 편해지고 즐거워졌던 것 같아요. 뭐든 지금 여러 가지 많잖아요. 세월호도 있고, 그다음으로 이태원 참사도 있죠. 이런 분들하고 연대하는 방식은 사실 그냥 곁에 있는 것 같아요. 그분들과 손잡고 옆에 있어 드리는 것이 추모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안창규: 현재 이어지는 지하철 투쟁 자체가 많은 분이 이동권 투쟁으로만 알고 계시는데, 사실 장애인 전반적인 권리 예산 투쟁을 하고 있어요. 요즘은 주로 발달장애인분들이 결합해서 '왜 지하철 투쟁을 하고 있는지'에 관한 영상을 짧게 편집하고 있습니다. 신체장애인 위주로 지하철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지만 지체장애인, 발달장애인 분들도 계시거든요. 또 요구하는 사항들이 다 달라서 얘기들은 중복되어 나오지 않고 있고요. 그리고 '달 보기 운동'이라고 해서 '손가락만 보지 말고 달을 보며, 진실을 보자'라는 내용으로 일주일에 한 편씩 올리고 있어요. 지금 '전장연' 안에서도 영상 활동가분들이 몇 분 더 계셔서 일을 분담하는 실정입니다.

임종우: 유튜브에 이렇게 영상 콘텐츠들이 계속 올라와 있다고 하니 출근길이나 퇴근길, 잠들기 전에 한 번씩 보시면서 그 안에서 생겨나는 변화와 사회를 만나보시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도로스〉 스틸컷

 

관객 2: 유튜브 플랫폼 시대에 그런 작품들을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요. 유튜브를 진행해 오시면서 많은 클립 영상을 제작해 오셨을 텐데 오늘 보여주신 작품을 이렇게 극장에서 특별히 보여주시도록 선정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안창규: 선정은 감사하게도 사무국에서 해주셨고요. 다른 유튜브 채널을 보면 되게 빨리 해설적이고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이야기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비오의 〈마도로스〉나 제 작품 같은 경우에는 장편을 촬영하면서 찍는 클립들이어서 약간 온도 차이가 있죠. 저희도 모니터링하고 있거든요. 그동안 촬영해놓은 분량이 엄청 많은데 그럴 바에는 편집해서 조금이라도 활용해 보자는 마음으로 유튜브를 개설했던 거예요.

임종우: 감사합니다. 비오 감독님께 또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이렇게 유튜브의 일환으로 〈마도로스〉를 공개하시기도 했지만 장편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으로서의 영화이기도 한데요. 유튜브나 극장 등의 다양한 플랫폼들을 만나보시면서 영화제라는 공간에서는 또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고민해 보셨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에 관한 감독님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비오: '다큐인'은 속보 형식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영상을 올렸다면, '전장연' 유튜브 채널이나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서사성을 생각해서 만드는 것 같습니다.

임종우: 플랫폼이 다변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극장에서 영화들을 본다는 건 무엇일까?', 그 안에서 '독립 다큐멘터리들이 해야 하는 역할은 무엇일까?' 이런 고민이 계속 누적이 되고 변화하면서 생각도 변하죠. 때로는 그런 생각 차이로 건강한 갈등을 맺으면서 의견들을 나누고 있는 것 같고요. 이를 나누기 위해서 영화제라는 자리가 있지 않나 생각해보게 됩니다.

 

출처: 반짝다큐페스티발 https://blog.naver.com/twinkledocu/223058289456


관객 3: 〈편지〉의 내용이 무거운데 목소리 내레이션이 차분해서 그런지 쏙 빨려 들어가게 감상했습니다. 송승연 감독님은 30년 동안 묵묵히 같은 걸 지켜오고 유지하고 또 애써 왔잖아요. 그럴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유지되는지 궁금하고요. 처음으로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안고 멋진 상도 받으셨는데 주위에서 보는 다른 시각이 생겼는지도 궁금합니다. 그다음에 '편지 2' 혹은 '답장' 같은 작품에 관한 계획이 있는지 질문드립니다.

송승연: 영화 만들면서 왜 만드는지에 관한 질문을 해야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권희정을 기억하지 않으면 없어지겠다는 아쉬움 때문에 추모 전시도 한번 했었고, 그다음 여러 가지 활동들을 계속했어요. 한편으로는 저의 20대를 위로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싶어요. 저를 권희정과 동일화시켰던 것 같아요. 사실 그전까지는 고민하지 않았어요. 계속 가야 한다는 의무감이었다가 나중에는 어머니하고의 관계가 생겼고, 그다음에 저희 친구들과 같이 왔기 때문에 이 시간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임종우: 감사합니다. 문득 〈편지〉의 주인공이신 강선순 선생님께서는 영화를 어떻게 보셨을까 생각이 드는데요. 오랜 시간의 추모 행동들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위해서 투쟁하고 계시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그 동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강선순 선생님께서 마침 이 자리에 오셨다고 합니다. 관객분들 박수로 맞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강선순: 저한테는 세월이 27년이 됐는데도 희정이 생각만 하면 가슴이 떨리고 먹먹합니다. 제가 희정이를 1996년 4월에 잃고, 12월에 '유가협'(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에 정식으로 가입 했어요. 그곳에서 같이 생활을 하다 보니까 여러 부모님도 알게 되었는데 그 일이 전부 안타깝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분들이 부러웠어요. '저분들도 나처럼 이렇게 힘들었을 텐데, 나는 저 세월이 언제 가나.' 그랬죠. 딴 사람들은 나이 먹는 게 싫다는데 저는 빨리빨리 세월이 갔으면 좋겠더라고요. 빨리 희정이 곁으로 갔으면 했어요. 그렇게 살다 보니까 앞으로도 지금까지도 희정이만큼은 못 살았다는 걸 생각하게 됐어요. 제가 희정이 욕을 안 먹이려면 '부모인 내가 잘 살아야 희정이한테 누가 안 끼치겠구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고요. 저만 힘든 게 아니라 주변의 선후배들도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저는 제가 힘들기 때문에 그 사람들까지를 생각을 못 했을 수가 많죠. 지금 생각하면 항상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학교에서도 2019년도에 희정이를 정식으로 인정했어요. 27년이라는 세월 동안 희정이와 부모인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승연이 같은 선후배와 동기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왔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절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제사도 지내고, 학교에서도 계속 추모제를 하고 있습니다. 4월 7일이면 또 27주기예요. 세월이 흐르면 그냥 잊어버리게 되잖아요. 옛날에도 420일 동안 국민은행 앞에서 한 일이 있어요. 그때도 〈민들레〉(1999)라는 영화가 한 편이 나왔는데요. 그렇게 해서 기록이 남아 있듯이, 요번에도 송승연 감독이 기록을 남겨주어서 너무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합니다. 또, 여기 계신 분들 이렇게 잘 봐주셨다고 하니 너무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출처: 반짝다큐페스티발 https://blog.naver.com/twinkledocu/223058289456

 

임종우: 이렇게 관객의 자리에서 말씀 나누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러면 감독님들께서 이렇게 영화를 다시 보게 되셨을 때 느끼는 성장이나 변화의 지점들이 있는지 여쭙고 싶은데요.

안창규: 매일매일 투쟁을 하시거든요. 힘든 일이에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가야 하는데 요즘은 많이 빠지고 있고요. 또, 출근하시는 비장애인 분들의 마음도 조금 십분 이해가 가거든요. 생계가 걸려 있는 문제니까요. 근데 이게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싸움으로 변해가고 있어서 다들 지쳐 있어요. 몸이 안 좋으신 분들도 많이 계시기 때문에 정부에서 빨리 대책을 마련해서 해결되어야 해요. 아무래도 4월 자체가 여러 가지로 '다큐인'에서는 의미가 있죠. 박종필 감독이 목포에서 세월호 참사 기록을 하시다가 돌아가셨는데 곧 있으면 9주기고요. '전장연'에서는 가장 큰 투쟁 일정이 4.20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이에요. 당장은 몸이 지치고 힘들지만, 예전에 박종필 감독이 찍었던 기록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거든요. 20년 전에 기록물과 지금의 기록물의 변화를 볼 수가 있는데 사실 바뀐 거는 거의 없어요. 단지 그 영상 안에 있는 사람들이 머리가 하얘지고 다들 나이가 들었다는 거죠. 근데 아직도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아직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느낍니다. 저희가 내년에 장편을 잘 끝내서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해 볼 지점들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비오: 저는 1년 정도 현장에 있었는데요.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장애인분들이 지하철을 정거하면서까지 투쟁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사회 속에서 존재한다는 걸 느낍니다. 저는 원래 성소수자 관련 다큐를 만들고 싶었어요. '성소수자로서 왜 항상 숨겨왔을까?', '왜 그렇게 부끄러워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는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송승연: 故 박종철ㆍ이한열ㆍ전태일 열사가 민주화를 위해 희생되셨잖아요. 그런 분들이 기억되고, 국가의 유공자로 인정되어야 현대사가 한 발 나갈 수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저는 매주 목요일마다 민주유공자법 제정하는 천막에 가고 있어요. 어머니는 매일매일 천막에 나와 계세요. 그 시간이 단축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저희 어머니가 80대인데 거의 막내예요. 다른 분들 많이 돌아가셨고 남아계신 분들이 돌아가시고 나면 할 게 없어요. 사실은 이분들한테 민주유공자법을 통해서 해달라고 하는 것은 어머니, 아버님의 병원비 정도죠. 어르신들 돌아가기 전에 재정이 빨리 되어야 하기 때문에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고요. 사실은 이 영화가 첫 작품인데 무거웠고 힘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30주기에 맞춰서 더 보완해서 권희정을 기억하는 방향으로 꾸준하게 찍어가 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임종우: 이렇게 감독님 세 분의 이야기 쭉 들어봤습니다. 신나리 감독님께서는 참석하지 못하셨지만 〈8부두〉, 〈붉은 곡〉 그리고 〈편지〉, 〈마도로스〉,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 문이 열리면...〉 다섯 편의 영화 잘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고요. 또 말씀해 주셨던 것처럼 민주유공자법, '전장연' 활동, 다큐인의 기록 활동에 대해서도 뜨거운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오늘 반짝다큐페스티발 여섯 번째 섹션에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따뜻한 봄날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늦은 시간까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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