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즈] 인디돌잔치 〈역할들〉인디토크 기록: 삶의 방향을 묻는 정직한 다짐

 

삶의 방향을 묻는 정직한 다짐

인디돌잔치 〈역할들〉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3. 3. 28(화) 오후 7시 상영 후 

참석 김범석 배우, 김원정 배우, 윤정일 배우

진행 차한비 리버스 기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수영 님의 기록입니다.

 

 

보편적이지 않은 삶의 조각을 내보이는 것은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대개 그렇듯, 내 삶의 ‘역할'은 사회와 타인의 평가에 가려 나만의 오롯한 결정으로 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역할들〉속 배우들은 내가 주인공이 아닌 세상에서도 삶이 계속되고 있음을 전달한다. ‘배우’라는 역할로 매개되는 4명의 얘기를 통해, 이름 없는 사람으로 불릴지라 해도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담담히 외쳐낸다.

 

 

 

 

차한비 리버스 기자 (이하 차한비): 〈역할들〉개봉 후 1년 만에 만나는 자리인데 근황 토크를 먼저 해볼까 합니다. 지난 1년 동안 따로 또 같이 어떻게 지내셨나요.

 

윤정일 배우(이하 윤정일): 저희가 딱 작년 3월, 인디스페이스에서 개봉했는데요. 이후 (영화를 위해서) 저희가 할 수 있는 노력은 열심히 영화를 알리는 것으로 생각해서 전국 방방곡곡 작은 영화관들을 다니며 5개월간 대장정을 펼쳤습니다. 제주도 영화제로 마침표를 찍고… 최근에는 알바하고 지냈네요.

 

김원정 배우(이하 김원정): 저는 공연을 계속했습니다. 연극 공연을 하면서 만난 사이였기 때문에, 본 무대에서 계속 극도 올리고 촬영도 하면서 지냈어요.

 

김범석 배우(이하 김범석): 그러게요. 1년 전 여기 서서 영화를 개봉하고 인사드렸었는데 1년 만에 오니 기분이 이상하네요. 그때도 떨렸는데, 지금도 참 떨리고요. 1년 동안 저는 잘 살아가기 위해 열심히 일을 했고요. 간간이 촬영도 하면서 아들을 바라보며 살아왔습니다.

 

차한비: 정말 알찬 일 년이었네요. 다들 작품에 대해 여러 가지가 궁금하실 텐데요, 이 프로젝트가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 얘기하고 관객분들께 마이크 넘기면 좋을 것 같아요. 개봉한 지는 1년이지만 영화의 첫 시작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거의 6년 전이잖아요? 프로젝트 기획하시면서 어떻게 배우분들이 의기투합하셨는지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원정: 처음에는 SNS에서 시작됐어요. 당시 페이스북 카드 뉴스가 유행해서 연송하 감독님이 ‘잘사냐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자기 얘기를 발행하고 있었거든요. 실제로 (영화처럼) 감독님이 김밥을 팔다가 공무원 단속에 걸린 적이 있었대요. 생계유지를 위해서 아르바이트로 하던 일인데 이것 때문에 범법자가 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서러운 맘에 연 감독님이 범석 배우님 포함해서 다른 배우님들에게 연락했는데, 하필 그분들도 지방 공연하고 현장에서 노가다 뛰면서 힘들게 살고 계셨던 거죠. 그렇게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얘기할 데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누가 다음(Daum)에서 진행했던 스토리펀딩에 배우들 얘기를 써보면 어떠냐 하고 제안했대요. 다시 오빠들한테 연락하고, 배우 캐스팅해서 얘기 만들자고 하고. 저는 세월호 관련 검열 반대 시위를 하고 있었는데 (웃음) 저한테도 연락이 왔었어요. 그렇게 배우들이 모여서 서로의 이야기를 각자 쓰기 시작했고, 펀딩 성공으로 500만 원 정도 받게 됐어요. 근데 이 금액이 공연을 만들기에는 너무 적은 거예요. 그래서 처음에는 단편영화를 만들려고 했는데 백재호 피디님이 너희가 글 쓰고 스텝 하면 장편도 만들 수 있다고 하셔서….

 

차한비: 악마의 속삭임이네요.

 

김원정: 그러니까요.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죠. 아무튼 만들고 보니 너무 감사하게도 많은 사랑을 받아서 여러분을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차한비: 감사합니다. 웃으면서 말씀하셨지만, 사실 긴 시간이 걸렸고, 중간에 여러 일들도 많으셨을 텐데 여섯 분이 5년 넘는 시간 동안 흩어지지 않고 작품을 만든 건 대단한 일이거든요. 영화 만들기 전부터 친분이 있으셨고 오래 보신 사이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인연이 이어졌는지 궁금합니다.

 

윤정일: 종구 배우님 빼고 다 연극 동료들이에요. 왜 안 싸우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영화 〈역할들〉 스틸컷

 

 

차한비: (웃음) 네, 알겠습니다. 영화 개봉 과정에 대해서도 질문드리고 싶은데요. 이 영화의 대단한 점이 영화 연출을 해보신 분들이 아닌데도 연출과 촬영을 배우분들이 도맡아 하시고, 6명 배우가 일인다역을 맡으면서 여러 가지 얘기를 덧붙여 만들었다는 것이잖아요. 개봉 과정마저도 배급사 따로 거치지 않고 배우분들이 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떠셨나요? 연기와 전혀 다른 영역의 일이긴 하지만 워낙 오랜 시간 연극 활동을 하셨던 분들이라 수월하게 잘 해내셨을 것 같기도 하거든요. 개봉 후 시간이 흐른 지금, 그때를 어떻게 기억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범석: 말씀하신 것처럼 이 영화는 저희끼리 글을 쓰고, 저희끼리 촬영하고, 저희끼리 붐마이크를 들고, 저희끼리 조명을 치면서 만든 영화예요. 개봉하고 나서도 배급사가 없었기 때문에 홍보도 스스로 해야 했죠. 그전까지 저는 페이스북밖에 몰랐는데 인스타그램도 (영화를 계기로) 시작하게 됐어요. 영화적 지식이 없고 연기만 했던 사람들이라 솔직히 힘들기도 했지만, 지금까지도 든든한 추억이자 힘으로 존재하는 것 같아요. 저희끼리 똘똘 뭉쳐서 홍보하면서 여기 소중한 인디스페이스에서 개봉도 할 수 있었고, 정말 울릉도 빼고는 다 돌아다녔거든요. 잠깐만요, 너무 떨려서 질문을 까먹은 것 같은데요.

 

(일동 웃음)

 

김원정: 영화 제작 과정은 모두 함께했지만, 개봉 과정만 따로 보면 백 피디님과 연 감독님이 대부분 하셨어요. 다른 배우들 역할은 인스타 같은 SNS나 지인에게 연락하는 홍보 업무 위주였죠. 특히 저희는 배급사가 없으니까 어떻게 기자분들과 연락하는지 같이 개봉 후 과정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많았어요. 그러한 부분에서는 백 피디님과 연 감독님이 막중한 책임감을 맡아주셨었고요. 이 자리를 빌려서 말씀드리지만, 후반 작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몰랐는데 이후에도 연 감독님 사비 포함 돈이 많이 들어간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회식도 시켜주시고… 너무 감사했습니다.

 

윤정일: 원정 배우님이 다 얘기해주신 것 같은데 저는 이 영화 제작 이후 잠적하였어요. 그래서 후반 작업에 있어서는 할 말이 없었고…대신 개봉 이후 정말 열심히 참여해서 홍보로 빚을 갚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한 것 같아요.

 

차한비: 그렇죠. 1년 후에 여전히 이런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고 고마운 일인 것 같아요. 자 이제 관객분들 중 질문거리가 있으신 분 계실까요?

 

관객 1: 안녕하세요. 영화 잘 봤습니다. 김범석 배우님께 질문드리고 싶은데요. 샌드백 때리는 장면이나 대회 출전 제안 받는 장면에서 해당 역할이 느끼는 감정이 ‘나 잘살고 있는 거일지도 모른다. 가슴 뛰는 순간이 아직 있구나’라고 느껴져서 전반적으로 제일 훌륭하다 느낀 것 같습니다. 촬영 당시 감독님이 주신 디렉션이나 배우님이 연기하신 방식이 궁금합니다.

 

김범석: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가 나눈 대화를 토대로 이 영화의 각본을 썼어요. 그래서 복싱 얘기도 다 제 실화고요. 당시 제 와이프가 아들을 임신하고 있었고, 그러다 보니 저도 제 역할로서 제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 과정에서 마음의 병도 생겼고요. 한데 그 상황에서 든 생각이 나는 아파도 되지만 우리 가족은 지킬 수 있어야 할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우연히 복싱을 시작하게 됐죠. 결과적으로 땀을 흘리면서 마음의 짐도 많이 덜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제 얘기를 소재로 에피소드를 만들었으니 촬영 과정에서도 연 감독이 “마음 가는 대로 해봐”라며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려고 노력해줬어요.

아! 그리고 정일 배우가 저 대신 시합에 나간 것도 실화예요. 저는 다쳐서 나가지도 못하고 알바 때문에 보러 갈 수도 없었거든요. 중간에 들어간 푸티지도 실제 복싱대회에 나간 정일 배우를 저희 와이프가 찍어둔 거예요.

 

차한비: 그럼 연기 후 현 모니터링도 다 하셨었나요?

 

김범석: 아뇨. 별로 그러진 않았어요. 저희가 ‘골목길’이라는 극단에서 오랫동안 연극을 했어요. 원정이는 다른 극단에 있긴 했지만, 어찌 됐든 연극판에서 서로 알던 동지였고요. 워낙 서로 잘 알던 사이다 보니 연기 디렉팅은 대부분 ‘해봐’가 끝이었어요.

 

관객 2: 카메라 전환도 크게 없고 연출이 상당히 연극 같다고 생각했어요. 일인다역이라는 점도 그렇고, 영화 마지막에서야 배우분들이 진행하신 프로젝트라는 것을 알게 됐는데요. 영화임에도 연극적 기법들을 활용하셨던 이유가 궁금하고 일인다역을 통해 배우님들 또는 감독님이 전달하고 싶으셨던 메시지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김범석: 보신대로 그렇게 의도를 했어요. 연 감독이 카메라를 고정해놓고 관객이라 생각하고 연기하자고 얘기했거든요. 아무리 그래도 카메라 전환이 이렇게 없으면 관객이 지루해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는데 연 감독이 그러더라고요. “오빠, 로마 안 봤어?” “봤어” “로마도 그렇게 했어.” “근데 그건 로마잖아”

 

(일동 웃음)

 

김범석: 아무튼 카메라를 관객으로 대하면서 연기를 했고요. 일인다역 같은 경우에는 사실 돈이 없어서 그랬어요. 배우 섭외가 어려우니 우리끼리 해보자. 관객분들은 분명히 믿으실 거야, 저희끼리 이런 얘기를 많이 했거든요.

 

김원정: 사실 연극에서는 일인다역이 쉽게 등장하는데 영화에서는 흔하지 않죠. 우리 의도가 관객에게 혼선을 주지 않고 잘 전달될까에 대해서 저희끼리도 의견 충돌이 있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편집을 다양하게 해봤던 것 같아요. 특정 장면은 컬러로 하고 나머지는 흑백으로 했다가 반대로도 해보고.

 

김범석: 버전이 되게 많았어요.

 

김원정: 진짜 많았어요. 시도도 다양하게 해보고요. 그리고 촬영이나 각본 단계에서 이미 연 감독이 교차 편집이 가능하도록 정리해놓은 상태였어요. 아주 디테일하게.

 

김범석: 촬영 때 편집 교차점을 감독님이 이미 계산한 상태였어요. 시나리오에 없는 대사들을 하라고 주문하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편집이 원활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관객 3: 많은 편집 과정을 겪으셨다 하는데 결과적으로 저희에게 보여주신 편집본은 어떤 특징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김원정: 제가 느꼈을 때는 ‘띵’ 소리가 들리면서 다른 상황으로 이어지거나 하는 것들이 재밌었던 것 같아요. 대사가 에피소드를 넘어 이어진다거나 일인다역이기 때문에 복싱 장면에서 진지했던 ‘범석’이 다른 에피소드에서 ‘슬기’로 얄밉게 나오는 부분들. 이런 것들을 중점으로 두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영화 〈역할들〉 스틸컷

 

 

차한비: 저는 이 영화가 개봉하고 1년이 지났으니 여쭤보고 싶은 질문이 있어요. 시간이 지난 지금, 다시 생각해도 좋은 장면과 지금 보니 영 아니다 싶은 장면이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윤정일: 저는 아무래도 범석 형과 붙게 되는 술집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이런 말씀 드려도 되는지 모르지만, 형이 상당히 장난꾸러기시거든요. 그래서 합의 하에 있는 대사도 자기식으로 변화구를 던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제가 순간 당황하는 그런 장면들이 실제 장면에도 묻어나지 않았나 생각이 들고… 아쉬운 건 그런 (리액션적인) 부분을 더 강조해야 하지 않았나 싶어요.

 

김원정: 저는 전체적으로 제가 나온 장면이 아쉬웠어요. 범석 오빠가 너무 자기 위주로 잘하지 않았나 싶어서.. (옆 배우 바라보며) ‘슬기’ 지분이 커지다 보니 제거는 너무 아쉽더라고요.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마지막 커튼콜 장면이에요. 관객과 배우가 마주 보는 장면을 가장 좋아해요.

 

김범석: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요. 연 감독님이 다른 배우 에피소드는 많이 찍으셨는데 자기 에피소드는 촬영을 많이 못 했어요. 그래서 연 감독님 에피소드 중에서 김밥을 던지면서 “내 꿈이 고작 이거밖에 안 되더라”하고 외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그 장면 연기를 정말 잘했거든요. 아쉬운 장면은 마지막에 연 감독이 저한테 손을 들래요. 우승할 때처럼 손을 들라고 하는데, 저는 감정이 올라가서 손을 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 하면서 의문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너무 추웠는데.. 근데 연 감독님이 무서운 스타일이세요. 그래서 “오빠, 그냥 들어” 해서 들었던.. 그 장면이 약간 좀 아쉽습니다.

 

관객 4: 음향 부분 질문드리고 싶은데요. 술집 장면에서 전인권 노래만 나오는 것이 의도적인 선곡인지 궁금합니다. 또 극장에서 담배를 피우는 씬에서 들리는 새소리는 어떻게 따셨는지 궁금합니다.

 

김범석: 새소리가 엄청나게 들렸잖아요. 그게 그냥 새들이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연 감독이 “새들이 왜 이렇게 많고 시끄럽냐?”는 대사를 하라고 주문했어요. 애드리브였습니다. 당시에는 운이 좋다고 생각 못 했는데, 반상회 하나보다 이런 대사를 애드리브로 넣으면서 매력적으로 들어온 것 같아요.

전인권 선생님 노래 같은 경우, 편집 과정에서 연 감독님과 백 피디님이 상의하고 영화의 흐름, 정서, 당시 상황과 가사가 절묘하게 잘 맞아서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감독님이 전인권 팬이기도 하고요.

 

관객 5: 저도 두 번째 보는데, 여러 번 봤을 때 너무 매력적으로 보이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눈물도 나고요. 범석 배우님 얘기 들으면서도 각자 얘기가 들어가 있다는 게 마음이 너무 아팠는데요. 특히 마지막 네 분의 배우분이 한 프레임에 와서 서시는 의도가 궁금합니다 .

 

김범석: 저희가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는 장면이었어요. 그때 4명의 배우가 모이는데, 오롯이 범석, 원정, 송하, 종구로 서 있는 거거든요. 연 감독이 얘기하길, 그 사람들이 모여서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것을 통해 서로의 버팀을 보여주고 싶었대요. 버티는 순간들을.

 

차한비: 답변 감사합니다. 어떻게 보면 스스로 캐스팅해서 찍은 영화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내가 쓰고 내가 연기하고 내가 완성해서 관객을 찾아가는 시간이 오롯이 영화에 담겨있으니 각자에게 귀하고 애틋한 작품일 것 같아요. 〈역할들〉의 과정을 거치며 내가 얻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윤정일: 거창한 메시지는 없어요. 감독님은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언급은 따로 없으셨거든요. 다만 지치지 않았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영화에 임했고 저 또한 계속해서 움직이고 싶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김원정: 늘상 연극만 하고 독립영화에 대해서는 문외한으로 있었는데요. 관심을 많이 두게 됐어요. 인디스페이스라는 공간을 알게 되는 것과 더불어 예술은 만들면 끝이 아니라 관객분들을 만나면서 진정한 예술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범석: 〈역할들〉이 제게 남긴 것은요, 이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이 저와 모두 10년 넘게 살아가고 있는 동료예요. 기술이 많은 영화는 아니지만 이들과 함께 무언가를 만들 수 있고 또 만들어 내는 과정이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화 제작 과정에 있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해주신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어요.

 

차한비: 그렇죠.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정말 많은 사람이 함께하니까요. 마지막으로 요즘 나에게 가장 중요한 역할 하나씩 소개하고 소감 나누며 인사하면 좋을 것 같아요. 가장 나한테 중요한 역할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김범석: 저는 유명하지 않은 배우죠. 돈도 아직 많이 벌지 못하는 배우고요. 그렇지만 저는 제 욕심으로 삶을 함몰시키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 사람들에게 믿음과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이자 아빠가 되고 싶고 가장이 되고 싶어요.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원정: 저는 저 자신이 저를 바라보는 역할, 오롯이 제 역할을 가장 중점적으로 살고 싶습니다. 그게 제 목표에요.

 

윤정일: 연기를 시작한 이후 제가 많은 쓰임이 있지 않은 배우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업계의 어떤 사람들은 저를 보며 “당신은 배우가 아니야”라고 말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쓰임이 있냐 없냐와 관계 없이 저 스스로, 그러니까 인간 윤정일로서 제가 무너지느냐 마느냐는 제가 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요즘 그런 것들을 다잡으며 살아가려고 노력 중입니다.

 

차한비: 다들 너무 정직하고 다정한 얘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언제 어디서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더 좋은 자리에서 또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김범석: 오늘 귀한 발걸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 삶에 있어 올바르고 가치를 찾는 역할로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행복하시길 바라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