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리뷰: 차별이라는 일반명사를 고유명사로 바꾸어 읽기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소정 님의 글입니다.
김지운, 김도희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차별〉 은 일본 오사카에 있는 조선학교의 체육대회를 비추며 시작된다. 운동장에서 밝은 표정으로 뛰어다니고 있는 얼굴에는 영화 〈귀향〉 에 나와 한국 관객들에게 익숙한 배우 강하나의 얼굴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영화의 제목이 말하는 ‘차별’이 무엇인지 아리송하다. 그리고 일제강점기에 강제로 동원되었던 위안부 여성의 피해를 말하는 영화에 나오는 강하나 배우가 왜 여기 있을까 궁금해진다.
곧 구체화되는 ‘차별’의 의미는 다소 생경하지만 익숙한 것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는 2010년 고교무상화 정책을 시행하였으나 그중에서 조선학교 10곳만 대상에서 제외한다. 관련 법규가 없다는 이유, 그리고 혹시 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북한으로 자금이 유용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니 이 영화는 일본에 살고 있으며, 남한이 아닌 북한과의 관련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조선학교 학생들에 대한 차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우선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져 온 일본에 대한 적대감 때문이다. 이는 일본에 살고 있는 같은 민족에게까지 확산된다. 사실은 그런 열렬한 감정보다도 무관심이 더 큰데 무관심은 혐오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둘째는 무엇보다도 반공 이데올로기를 해방 이후 전쟁 시기부터 확립해온 남한의 자유주의 성향 때문이다. 북한 사회 자체가 폐쇄적이기도 하지만 이념에 따라 사람들을 분리하고 감시의 억압 속에 살게 했던 역사 때문에 북한을 주적으로 판단하는 사고가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남한과 북한, 그리고 일본까지 넘나드는 복잡한 위치에 재일조선인들이 놓여 있고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재일조선인들의 저항과 투쟁에서 우리 민족의 역사를 보고 공감한다. 우리도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일본 사회를 이루는 정당한 구성원으로 인정받길 원한다는 그들의 목소리에서 관객들은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의 선조들이 핍박받았던 역사와 억울함과 분노를 그대로 느낀다. 추상적이고 범박한 일반명사에서 출발한 영화는 일본에서 살고 있는 재일조선인들에 대한 ‘차별’이라는 고유명사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리고 강하나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재일조선인이라는 정체성은 일본에 ‘차별’받고 억압당한다는 의미에서 위안부 여성들이 겪었던 ‘차별’과 연결된다. 그러한 지점에서 강하나는 〈귀향〉 에서 〈차별〉 에 이르기까지 일본에 대해 저항하고 한민족의 투지와 긍지를 상기시키는 아이콘이 된다.
결국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차별’의 화살표는 일본을 가리킨다. 재일조선인들의 목소리는 생경한 것이기에 이들의 목소리가 들리게 하기 위한 전략으로써 커다란 범주의 단어를 사용하며 일본을 적으로 두는 방법을 택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하나의 목소리로 통일하려는 시도 때문에 아쉬운 지점도 분명히 있다. 통일되지 않는, 혹은 통일될 수 없는 재일조선인 학생들의 더 분열적이고 혼란스러운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물론 학생들이 직접 피켓을 든다거나 부당한 판결을 듣고 눈물을 흘린다거나 졸업식에서 떠나는 아쉬움을 말한다거나 남한에 와서 연극활동을 통해 재일조선인의 현실을 알린다거나 하는 식으로 드러나긴 했지만 그들이 겪었으리라 추정되는 혼돈은 거기 없었다. 그들은 ‘재일조선인’이라는 정체성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남한, 북한, 일본, 그리고 그들을 차별하고 가르는 이데올로기에 대해서는 무슨 감정을 느낄까? 개인적으로 그들이 진지하고 치열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 속에 묘사된 학생들은 자신의 처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들의 목소리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누가 학생들을 독립투사로 만든 것일까.
그러니까 우리는 이 영화를 보고 단지 일본의 차별적이고 이중적인 태도에 분노하는 것만이 아니라 무엇이 학생들을 눈물 흘리게 하고 이토록 진지한 열사로 만들었느냐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 단순히 일본이 가하는 재일조선인에 대한 차별만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차별의 맥락 또한 읽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영화가 일반명사를 고유명사로 바꾸는 맥락에서 더 나아가 우리는 우리만의 고유명사로서의 ‘차별’이 진정 무엇일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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