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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인디토크 기록 : 도토리 마을 제2극장

by indiespace_한솔 2023. 2. 27.

 

도토리 마을 제2극장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인디토크 기록

 

 

일시 2월 5(일오후 6 상영 후

참석 박홍열, 황다은 감독|주인공 분홍이, 오솔길, 자두, 논두렁

진행 부지영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현지 님의 글입니다.

 

 

 

어두웠던 극장의 불이 켜지고 마주한 건 계단을 해맑게 뛰어 내려온 아이의 얼굴이었다. 아이들은 자유로웠다. 어린이 관객으로서 손을 들고 질문하고, 인디토크 선생님들에게 직접 코멘트를 얘기했다. 조용하기만 했던 극장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해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엔 하나의 마을이 필요하다. 그날 인디스페이스 극장은 기꺼이 한 마을이 되었다. 도토리 마을은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

 

 

부지영 감독(이하 부지영): 가운 분들도 많이 오신 것 같네요. 저는 오늘 진행을 맡은 부지영이라고 합니다.

 

박홍열 감독(이하 박홍열): 안녕하세요. 저는 같이 영화 만든 박홍열이라고 합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분홍이 선생님(이하 분홍이): 안녕하세요. 분홍이입니다. 반갑습니다.

오솔길 선생님(이하 오솔길): 안녕하세요. 도토리마을 방과후 교사 오솔길입니다.

자두 선생님(이하 자두): 안녕하세요. 자두입니다.

논두렁 선생님(이하 논두렁): 안녕하세요. 논두렁입니다.

황다은 감독(이하 황다은): 안녕하세요. 황다은입니다.

부지영: 영화 잘 봤습니다. 요즘 매스컴에 많이 나오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교사분들 근황이 좀 궁금한데요. 반응이 어떠신가요?

논두렁: 저는 이제 아이가 100일 정도 돼서 육아와 GV로 아주 피곤한 하루하루를 보냈고 오늘도 간신히 나왔어요.(웃음) 퇴사한 지 벌써 2년이 지나서 지금 사회복지사로 서대문구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자두: 저도 1년을 하루 같이, 하루를 1년 같이 지내고 있고요. GV를 하면서 아는 분들이나 또 아는 아이들을 만나서 반갑고, 영화를 보고 이야기하면서 공감해 주시는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솔길: 아무래도 인터뷰 등 매체 노출이 있다 보니까 이런 시기를 이용해서 저희가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맡겨지는 대로 열심히 진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분홍이: 저는 영화에 나오다시피 작년에 퇴직을 했어요. 그래서 1년간 쉬었거든요. 백수로 지내니까 부모님들 걱정이 엄청 크셨어요. 그런데 이제 1년이 지나고 GV하러 다니고 책도 나왔다고 하니까 부모님들이 제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봐주시는 거 같아요. 백수지만 당당하게 지낼 수 있는 시기가 찾아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웃음)

박홍열: 저희는 영화와 책 알리려고 열심히 다니고 있고요. 저희가 어제 대구 GV를 갔다가 우연히 수녀원에 같이 가게 됐어요. 수녀원 성당에서 수녀님이 진심으로 도토리 마을 방과후 공동체와 이런 곳에서 일하시는 모든 분들이 더 힘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기도를 해주셨어요. 이렇게 주위에서 힘을 받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스틸컷

 

부지영: 사실 두 감독님이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서 마을 방과후 선생님들을 사회적으로 호명하고 싶었다는 말씀 많이 하시잖아요. 지금 그 작업들을 계속 꾸준히 활발하게 하고 계시고요. 아까 오솔길도 그런 말씀 잠깐 하셨는데, 물론 짧은 시간 안에 크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요즘에 변화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을까요?

오솔길: 변화는 아직 드러나지는 않았고요. 이제 정부에서 늘봄 정책을 발표하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잖아요. 근데 제시하고 있는 것이 뚜렷하지 않아요. 저희와 같은  방과후 공동체가 전국적으로 20년 넘게 지속되고 있고 나름의 노하우가 있는데 그런 부분을 더 유용하게 활용하거나 하기 보다는 그냥 학교에서 8시까지 보육하겠다는 것만 강조하는 상황이 조금 안타까웠고요. 다른 대안이나 지금까지 잘해온 활동들을 알리고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고, 아이들의 권리를 보장해 줄 수 있는 공간이 가능하다. 이런 목소리가 전달되면 뭔가 또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부지영: 사실 제 아이도 7년을 분홍이와 오솔길 손에 자랐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굉장히 부끄러웠어요. 그동안에 조합원으로서 이런 영화를 만들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안 했던 게 되게 부끄러웠어요. 볼때마다 반성의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그래도 늦게나마 이 영화를 통해 그런 논의를 할 수 있게 된 게 너무 다행이고 두 감독님의 공이 크다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에 이 영화를 만들겠다고 생각하셨을 때 선생님들을 어떻게 설득을 하셨는지, 또 선생님들은 어떤 영화를 기대하셨는지 궁금해요.

분홍이: 우선 저희는 처음부터 영화를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감독님들께서 저희 조합원으로 계시면서 기록하는 걸 굉장히 즐겨하셨어요. 아이들과 놀고 있는 모습 아니면 부모님들과 회의를 하는 모습, 이런 것들을 자주 찍으셨고요. 그래서 그런 기록의 일환이라고 생각했어요. 영화로 만들어질 거라는 그런 부담감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영화로 만들어져서 영화제에도 소개되고 영화관에 오게 된 건데 솔직히 일어날 거라고 생각지 않은 일이에요. 그런데 정신 차리니까 눈앞에 있더라고요. 받아들이는 것밖에는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웃음)

논두렁: 처음에 영화가 제작된다고 했을 때 일단은 우리의 일상을 기록해 준다는 게 고마웠어요. 사실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보낸 뒤엔 그 모습을 들여다볼 기회가 많이 없잖아요. 근데 감독님이 매일매일 드나들면서 아이들을 만나는 게 되게 소중한 일이고, 교사들의 노고나 의미를 알아주신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어요. 촬영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워낙 있는 듯 없는 듯 촬영을 하셨고, 저희가 회의할 때는 거의 카메라를 고정해놓고 촬영을 하셨거든요. 막 들이대듯이 하신 적이 없어서 편안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 워낙 교사들을 신뢰해 주시고, 교사의 입장에서 생각해 주신 점들이 많아서 더 믿고 맡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부지영: 감독님들은 이 기록들을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혹시 있었을까요.

황다은: 아무래도 다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놓치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저희도 두 살 터울의 아이들을 도토리 마을 방과후에서 잘 키워왔고 5년 정도 선생님들과 관계를 맺어왔단 말예요. 근데 제대로 몰랐던 것 같아요. 선생님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고 현실적으로 어떤 고민들이 있는지를 잘 몰랐어요. 그래서 선생님들께 도토리 마을 방과후에서 어떤 가치와 실천들을 하고 계시는지를 직접 여쭤보고 싶다고 조합원 교육을 의뢰를 한 적이 있어요. 이 곳에서 어떤 교육이 이뤄지는 지 물었을 때 분홍이 선생님이 보이지 않으니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지만 사실 이 시간은 가장 중요한, 땅 밑의 지하수가 흐르는 시간이라고 하셨어요. 지하수는 보이지 않죠. 이곳의 시간들은 이 안에 있는 동안은 오히려 드러나지 않는 것 같아요. 하지만 언젠가 아이들이 커서 그 지하수가 필요할 때 힘껏 끌어올려서 자신들의 속도와 방향으로 그것을 갖다 쓰고 자라고 꽃 피울 거라는 말씀을 해 주셨어요. 그 지하수 이론으로 몇 년을 저희가 충만하게 버티면서 보냈던 거 같아요. 그리고 오솔길 선생님은 이곳에서 아이들을 보내는 부모들의 마음과 어떤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논두렁 선생님은 직업인으로서 마을 방과후 교사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죠. 다들 그때 정말 숙연해졌어요. 저 계속 이 일을 하면 장가가기 힘들 것 같아요,라는 말씀을 하셨을 때 그 한마디에 너무 많은 게 담겨있는 거죠. 그래서 계속 있어주세요 말씀을 차마 못 드리겠더라고요. 선생님들이 이 안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더 알아야겠다고 생각했고, 더 이상 선생님들이 자신의 직업을 힘들게 설명하지 않을 수 있도록 이 영상이 혹은 이 책이 선생님들의 명함이 되어줬으면 좋겠다. 그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근데 만들다 보니까 저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많은 세계를 카메라의 눈을 통해서 알게 됐고 이것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모두의 이야기로 연결될 수 있겠구나 확장이 된 거죠. 또 코로나19라는 사회적인 재난을 겪으면서 우리 선생님들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는 돌봄 노동자들의 노고 덕분에 우리 사회가 최소한의 안전을 유지하면서 살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이 이야기를 조금 더 널리 알려야 되겠다는 마음으로 영화제 출품도 하고 극장 개봉까지 하게 됐습니다.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스틸컷

 

부지영: 저도 아이 둘을 키우는 부모로서, 아이를 돌보고 키우고 이런 과정들이 굉장히 지난하고 번잡하고 또 번거로운 일들의 연속이잖아요. 하지만 이 영화를 볼 때 저 안에서 저렇게 열심이고 진심인 분들은 충분히 자긍심을 가질 만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하지만 내부에서는 잘 모를 수도 있어요.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들은 굉장히 바쁘고 지리멸렬한 일들의 연속이기도 하고요. 근데 이 영화를 보면 관객도 정말 이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하고, 그럼 안에 계신 분들도 스스로 자긍심을 느꼈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이 영화가 더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지금 영화 보러 온 어린이들 중에 질문하실 분 계실까요?

어린이 관객: 계속 다닐 거예요? 선생님이요.

 

자두: 어려운 질문인데.

오솔길: 예전에 어떤 방과 후 선생님이 제주도까지 자전거를 싣고 가서 조립해서 타고, 숙소 도착해서 밥을 해먹고 다시 라이딩해서 이동하고. 이 활동을 한 일주일간 한다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자전거 타면서 밥해주는 걸 더이상 못하겠으면 방과후를 그만해야지라고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거든요. 저도 뭔가 그런 것 같아요. 아이들하고 이야기하고 있을 때 즐거움이 없다거나 아이들이 저로 인해서 뭔가 반짝거리는 게 없으면 그때는 제가 떠나야 될 때가 아닌가. 지금은 그렇게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자두: 저도 오솔길이랑 비슷하게 말을 할 수밖에 없는데요. 현재는 아이들과 지내는 게 너무 즐겁고 또 궁금한 것들이 많이 있거든요. 질문해준 우리 어린이가 핵심을 짚어줬는데요. 그런 즐거움 그리고 호기심이 지속되는 한 계속 다닐 것 같습니다.

분홍이: 제가 기운이 없다거나 의미를 잃어서 퇴사를 했다고 생각하실까봐 말씀드릴게요. 저는 아직 아이들과 있는 게 즐겁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퇴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좀 다른 곳에 있었어요. 제가 9년 정도 이 터전에 있으면서 최고참 교사가 된 거예요. 그러면서 신입 교사들이 들어올 때마다 고민이 많았거든요. 제가 새로운 흐름이나 새로운 물길을 막고 있는 걸림돌, 그러니까 소위 말하면 꼰대. 이런 위치에 서게 되는 거 아닌가, 그런 고민이 되게 많았어요. 그래서 이제 좀 길을 비켜줘야겠다는 생각으로 퇴사를 한 것이니 오해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웃음)

부지영: 또 질문 받을게요. 어린이 관객들도 질문하셔도 돼요. 감독님께 오픈채팅창으로 질문이 왔는데요. 선생님들이 문을 열고 출근하는 아침 장면들이 반복하여 나왔습니다. 나중에는 핸드헬드로 찍으신 장면들을 영화의 첫 부분에는 고정된 카메라와 클로즈업으로 보여주셨는데 의도가 있으셨을까요?

 

박홍열: 왜 집안일도 그렇잖아요. 하루 이틀 설거지 안 하고 빨래 안 하면 엉망이 되잖아요. 마찬가지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분명히 누군가는 아침에 와서 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고 청소를 하기 때문에 유지되고 있는데 정작 드러나지 않는 일들에 대해서 좀 무감하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이 안에서 선생님들이 매일 하는 일상적인 행위들을 꼭 담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회의도 마찬가지예요. 회의한다고 다음 날 바로 바뀌는 거 없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처음 회의를 보면서 충격을 받은 게, 한 아이가 재밌게 놀게 하기 위해서 선생님들이 한 시간 반을 회의를 하시는 거예요. 어떻게 하면 저 친구가 조금 더 잘 적응하면서 놀 수 있을 것인가. 제가 지켜보고 있으면서도 너무 길게 한다는 그런 생각이 좀 들었거든요. 근데 저와 같은 외부자의 시선으로 봤을 때 큰 의미 없는 행위들이 쌓이고 쌓였기 때문에 다음 날 아이들은 평온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제가 평상시에는 분홍이 빙의해서 하는 말이 있거든요. 밥 짓는 일에 대한 분홍이 철학이 있어요.

 

분홍이: 감독님이 말씀하신 건, 왜 밥 짓는 장면이 계속 나오냐는 GV 질문을 받은 적 있어요. 집에서 밥 냄새가 풍기면 되게 따뜻하고 좋잖아요. 아침에 일어날 때도 밥 냄새 맡으면서 일어나면 행복하고. 그런 것처럼 터전에 아이들이 딱 들어왔을 때, 저희는 일상을 살아가는 공간이기 때문에 집처럼 편안하고 아늑한 마음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박홍열: 일부러 분홍이가 아이들 올 시간에 밥솥을 열어서 밥을 뒤집는다고 하더라고요. 밥 냄새 더 잘 나라고. 저는 우리 선생님들뿐만이 아니라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이런 일들을 하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거든요. 그 덕분에 우리가 따뜻한 밥 냄새도 맡고,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서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부지영: 대부분 우리는 이런 교육에 익숙하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거의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부모도 이 안에서 성장을 해나간다고 생각을 합니다. 한편으로는 오랫동안 공동육아 경험을 해본 선생님들로서는 이런 부분들이 굉장히 답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작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이후에 부모와 교사들의 관계는 어떤지. 영화를 보고 난 후 부모님들의 변화를 감지하셨는지 궁금해요.

황다은: 선생님들이 말씀을 준비하기 전에 제가 먼저 느낀 부분을 말씀드릴게요. 대부분의 반응은 몰랐다는 거였어요. 선생님들이 이런 고민이 있으시고 이렇게 긴 회의를 거쳐서 아이들의 일상이 유지되는 걸 몰랐다. 또 개인적인 고민부터 교사로서의 고민 그리고 직업인으로서의 고민. 이런 것들을 밀도 있게 보게 되니 죄송하다는 마음들이 있으시고요. 그리고 저희가 코로나19라는 상황에서 선생님들이 전일제 근무를 긴급 돌봄 체제로 하시면서 힘든 것도 있었지만, 얼굴 보고 마주하면서 풀어갔으면 그렇게 힘들지 않았을 작은 갈등들도 좀 깊어지고 이런 사례들이 어쩔 수 없이 있었거든요. 다 담기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이 만나서 이야기하는 과정들이 계속 있었어요.

 

자두: 일단 공동육아 방과후 자체가 서로 믿는 관계라고 생각하거든요. 서로 신뢰하지 않으면 아이와 부모 그리고 교사가 함께 이끌어 나갈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저희가 이 영화를 통해 이렇게 마을 안에서 아이를 위해서 함께 하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는 곳을 모르는 분들에게 널리 알리고자 하는 의미가 컸어요. 전부터도 그런 신뢰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요즘에는 GV 다니시느라고 힘드셔서 어떡하냐, 이런 염려의 말씀을 더 많이 해주시는 것 같아요.

부지영: 알겠습니다. 이제 오솔길 선생님이 대답을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영화가 개봉되고 나서 지금은 마을 방과 후 교사라는 이 직업을 어떻게 설명을 하시나요. 이전과 변화가 좀 있을까요?

오솔길: 저는 이전과 변화는 없는 것 같고요. 여전히 아이들을 만나는 게 즐겁고 아이들한테서 배우는 게 많은 그냥 교사다, 마을 방과후 교사다라고 똑같이 설명하고 있어요. 근데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이 일을 표현하는 게 조금 나아졌달까요. 내가 하는 일에 대한 가치나 지향하는 바를 사람들이 동의하거나 알 수 있게 됐다는 게 큰 차이점인 것 같아요. 친구들에게도 지지를 많이 받아서 아까 부지영 감독님도 말씀하셨지만 자존감을 조금 더 가지고 일에 임하고 있습니다.

 

부지영: 저희 큰 애가 이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올 때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저 일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구요. 그 친구가 보기에도 표는 안 나고 일은 너무 많고, 육체적인 피곤함은 물론이고 정신적으로도 너무 힘드실 것 같다고. 또 경력으로 인정도 못 받는다고 하는데 어떻게 지금까지 하고 계신지 궁금하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오다가 뵙기는 하지만 그런 질문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늘 분홍이나 오솔길은 교사 일이 천직인가보다, 아이들하고 있으니까 즐겁구나. 이렇게 내 좋을 대로만 생각을 했어요. 이 일에 어떤 가치를 두고 있는지는 당사자들한테 물어본 적이 없어서 제 아이의 질문을 여쭤보고 싶어요. 도대체 이 오랜 세월을 어떤 동력으로 버티셨을까.

분홍이: 제 개인적인 동력은 아이들입니다. 저도 좀 생각을 해봤어요. 과연 아이들이라고 통칭할 수 있을까. 아이들 개별 개별의 힘인 것 같아요. 배스킨라빈스31 같은 거예요. 모두 다 다른 아이들이 다른 힘을 갖고 있어서 저에게 다른 힘을 주는 거예요. 부지영 감독님의 큰 아이가 이렇게 얘기했다는 얘기를 듣고 얘가 이렇게 잘 컸구나.’ 했어요.(웃음) 저한테는 아직도 5살짜리 아이 같은데 어느새 커서 이해해 주는 말들을 또 힘이 생기고. 여기 앞에 앉아 있는 아이들도 저만큼 컸구나 싶어요. 이런 힘이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동력이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오솔길: 저는 아이들을 만나는 다양한 일을 해봤는데요. 터전이 좋은 건 교사가 협의해서 어떤 지향점을 논의하고,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다는 점도 있어요. 물론 다른 기관에 훌륭한 선생님들도 너무 많지만, 제가 잠깐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직업적으로만 일을 하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터전 같은 경우는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의논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기관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어떤 게 옳은 건지 의논할 수 있고 내 지향점을 존중해 줄 수도 있고 아이들의 권리가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는 이 일이 저는 되게 좋거든요. 그래서 세월을 따지지 않고 다시 이쪽으로 와서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저는 이제 또 어린이집에 있다가 다시 마을로 와서 초등 방과후에 있기 때문에 어렸을 적 함께 보낸 아이들을 만나기도 해요. 세 살 때 봤던 아이가 어른이 되기도 하고. 그런 기억들이 새록새록 나면 그 아이의 어린 시절에 내가 잠깐이라도 같이 있었다는 게 굉장히 감동적이거든요. 아이가 기억하건 기억하지 않건 저에게 큰 힘을 주는 거 같아요. 그래서 감독님 큰 따님에게도 꼭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부지영: 말씀 꼭 전할게요.

자두: 제가 이곳에 있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생활하면서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것은 반드시 나도 실천하고 있다는 믿음이 있거든요. 아이들은 어른의 그림자를 보고 자란다고 하잖아요. 얼마 전 GV가 끝나고 배너에 사인을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글귀를 적어드렸는데 박 감독님께서 배너 뒤에 손을 대고 잘 쓰게 도와주셨거든요. 근데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아이가 감독님이 글귀를 적으실 때 뒤에서 소리 없이 손바닥을 이렇게 대고 있더라고요. 우리의 모습을 보고 따라하는 아이들이 있고 더 배울 수 있는 곳이라 제가 이곳에 계속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논두렁: 저는 생각해 보면, 아이들은 졸업을 하더라고요. 그게 삶의 동력이지 않았나 이런 생각을 하고요. 아이들과 공원을 오르락내리락 할 때 아이들이 뒤에서 막 떠들거든요. 물통 들고 떠들기도 하고 서로 밀기도 하고 장난도 치고, 그 웃음소리가 길에 울려 퍼지는 거예요. 저는 그 소리가 참 좋았던 것 같아요. 그게 저한테 많은 기쁨을 주었어요. 저는 힘들거나 되게 외롭고 지쳤을 때 아이들과 지내면서 어떻게 내가 즐겁게 해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물 하나를 주더라도 재밌게 주고 싶고, 방 모임을 하더라도 재밌는 게임을 준비하고 이런 노력을 했어요. 교사회 안에서도 재밌는 이야기를 한다거나 이러면서 좀 분위기를 풀어주면서 제가 재밌게 오래 만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퇴사를 했을 때 처음에는 진짜로 다른 일을 찾아보려고 노력을 했어요. 그렇지만 다시 아이들을 만나야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또 지금 아이들이 사교육 현장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데 부모님이 잘 몰라요. 8, 9개씩 학원에 보내는데 아이들이 굉장히 힘들어 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있는 곳에서 끊임없이 부모님하고 소통하면서 아이들이 여기 있는 동안 30, 1시간이라도 좀 편하게 쉴 수 있게 노력하고 어떻게 잘 놀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거든요. 이곳에 내가 있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보내고 있고요. 근데 확실히 도토리 마을에서의 재미난 에피소드와 추억들이 많아요. 조금 더 이야기하면 퇴사를 한 건 저한테 변화가 좀 필요했던 것 같고, 저는 새로운 일들을 워낙 좋아하는 편이라 그랬던 것 같아요.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스틸컷

 

박홍열: 저희는 사실 논두렁한테 고맙거든요. 실제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보신 관객분이 블로그에 이런 후기 써주셨어요. ‘논두렁이 퇴사 안 했으면 영화 어떻게 끝낼 뻔 했냐. 감독들 논두렁한테 고마워해야 된다.’ 저희 진짜 감사드리거든요. 저희도 이거 언제 끝내야 되냐 고민하고 있는데 논두렁이 나가신다고 하니까.(웃음) 근데 또 편집하다 보니까 좀 부족해서 이거 어떻게 하지 했는데 또 분홍이가 나간다고 하니까 이거 땡큐다.(웃음) 그래서 저희 나름대로 논두렁은 각본대로 움직였다, 이렇게 얘기도 합니다.

논두렁: 저희가 대부분은 카메라는 고정해놓고 그냥 일상 그대로 찍은 거거든요. 근데 제가 카메라랑 말을 하고 있는 거예요. 이제 청소기 돌려야지, 이제 창문 열어야지 하면서. 이 영화를 보면서 그게 너무 오글거려서 좀 힘들었어요. 처음에는 그런 낯 부끄러운 장면들이 계속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인상 깊었던 장면은 제가 아이들하고 퇴사 작별 인사를 하잖아요. 그때 박홍열 감독님이 의도한 건 아닌데 순간 본인도 떨리고 그런 감정들이 들어서, 카메라를 고정하지 않고 쫓아가면서 촬영을 하셨다고 했어요. 그래서 화면이 조금 흔들리게 나오더라구요. 그런 것들이 저는 놀라웠던 것 같아요.

박홍열: 그때 복잡한 감정이 들었어요. 카메라는 고정시키고 구석에 숨어 있는 게 저희 원칙이었거든요. 논두렁이 나간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막상 현장에 갔을 때는 카메라 감독으로서의 판단이 안 섰어요. 내가 어디에 있어야 되는 거지, 내가 어디서 논두렁을 바라봐야 되는 거지, 어디서 아이들을 바라봐야 되는 거지. 그리고 제가 못 찍었는데 실제로 선생님들과 논두렁은 그전에 많이 울었거든요. 이미 눈물을 많이 쏟았는데도 들어와서 막 울고, 그런 상황들 안에서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더라고요.

 

부지영: 질문을 계속 이어가보자면, 저는 아까 논두렁이 말씀하신 것처럼 본인들이 좋아하시는 좋아하는 장면이 어떤 장면인지 궁금하네요. 어떻게 보면 약간 좀 치부도 찍혔을 거라고 생각하시기도 할 것 같아요.

자두: 저는 논두렁 보내면서 약간 센 척한 모습이 치부라면 치부라고 할 수 있겠네요. 얼마 전에 네 번째로 딸 아이랑 같이 봤어요. 세 번째까지는 굉장히 감명 깊게 봤는데 네 번째에서는 보면 볼수록 힘이 들더라구요. 마치 일을 다시 하고 있는 것처럼, 근무 시간인 것처럼 거기에 푹 빠져 있어서 보면 볼수록 힘이 들더라고요. 보면서 요즘에 저 긴 줄넘기를 많이 안 했나, 비 올 때 우산 쓰고 나가기도 했는데 요즘에는 너무 안 나갔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어느 순간 근무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다섯 번은 보면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오솔길: 저도 여러 번 영화를 봤는데요. 전주에서 봤을 때는 처음으로 완성된 영화를 본 거였고 교사들을 다 떠나보내고 얼마 안 돼서 굉장히 감정적으로 힘들었어요. 막 울먹이면서 GV를 했던 게 되게 강렬하게 기억에 남고. 다시 영화를 보니 안 보이던 장면들이 보이더라고요. 최근에 본 장면 중에 제일 와닿았던 건 논두렁이랑 6학년들이 막 춤을 추는 장면이거든요. 그 장면에서 너무 울컥했어요. 화면은 너무 즐거운데 나레이션이 전해주는 의미가 되게 이중적이잖아요. 그런 메시지가 다가와서 그 장면이 잊혀지지가 않았어요.

부지영: 선생님들은 사실 그 안에서 굉장히 즐겁게 생활하고 있지만 바깥에서는 뭐랄까요. 인정받지 못하는 어떤 느낌. 누구도 나의 자존감을 채워주지 못한다는 그 생각 그 어떤 괴리들이 그 화면에 되게 잘 표현됐던 것 같아요.

분홍이: 저는 n차 관람을 위한 팁을 하나 드리고자 합니다. 한번 더 영화를 보실 때 그걸 찾아보시면 재밌을 것 같아요. 제가 아이들이랑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와요. 바다의 왕자. 노래를 잘 들어보시면 아이들이 개사를 했거든요.  아이들이랑 노래를 부르기 전에 우리의 생활에서 가지고 있던 인식에서 조금 걸리는 게 있으면 고쳐보자고 했어요. 그때 아이들이 뚱보 아이스크림 아저씨를 터키 아이스크림 아저씨로 바꿨어요. 비키니 입은 아가씨 같은 표현은 모래밭에서 축구공 차는 아가씨로. 아이들이 어떤 부분을 바꾸면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노래가 되는지 그리고 자기들이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직접 알아보는 과정이었거든요. 다음 번 관람에서 귀를 기울여서 들어보시면 아마 그런 가사들이 귀에 들어오실 겁니다.

부지영: 정말 좋은 팁인 것 같아요. 저도 터키 아저씨는 알아들었는데 다른 거는 못 알아들었어요. 제가 되게 인상 깊었던 장면은 긴 줄넘기를 넘는 장면이었어요. 처음에 한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줄넘기 위에 서 있는데 거의 머리 2개 차이 나는 아이가 같이 있거든요. 하나를 했는데 못 뛰어넘죠. 그리고 또 하나 했는데 못 뛰어넘었어요. 13, 14명 되는 아이들이 성별도, 학년도, 키도 다 다른데 그거를 넘겠다고 서 있는 거예요. 물론 성공하지 못하고 계속 걸렸는데 저는 그 장면이 되게 공동 육아를 표현한 장면 같이 느껴졌어요. 공동육아는 어쨌든 통합 교육이고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는 교육이잖아요. 그걸 받아들이는 교육인데 사실 그 과정이 굉장히 험난하죠. 험난하고 되게 지난하고. 그런데도 줄넘기를 계속 돌리고 있단 말이에요. 그 장면을 보면서 어쩌면 이런 사람들 때문에 지금 우리 교육이 무너지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홍열: 감사합니다. 부지영 감독님이 GV 진행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는 질문도 올라왔어요.

부지영: 저도 도토리 마을 방과후가 있는 성산동에 살고 있고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성미산 어린이집이라는 공동 육아 어린이집에 아이 둘을 보내면서 7년을 분홍이와 오솔길과 지지고 볶고 그런 생활을 했어요. 아이들이 마을의 대안학교에서 12학년 졸업을 하고 이제 막 성인이 됐어요. 박홍열 감독과는 영화 학교 선후배인데 제가 되게 뻔한 이야기만 할 것 같아서 좋은 분들 다 오시고 난 뒤에 하겠다고 말씀 드렸어요.

 

박홍열: 부지영 감독님은 제가 영화 아카데미 들어갔을 때 졸업을 앞둔 선배님이셨어요. 그 당시에 학교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데 부지영 감독님이 앞에 나와서 너무 멋있게 이야기를 하셨어요. 그때 저희 신입생들한테는 진짜 멋있는 선배다 이런 인식이 있었거든요. 저는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거든요. 이후에 선배님이 만드신 영화들도 항상 드러나지 않은 어떤 존재들을 세상에 알리는 영화들이었어요. 그래서 저희 영화를 누구보다도 부지영 감독님이 가장 잘 소개해주시지 않을까 싶어 부탁을 드렸어요. 감사합니다.

부지영: 제가 부끄러운 시간을 마주하게 돼서 저는 되게 좋았어요. 앞에도 말씀드렸지만 교사분들이 오랫동안 가지고 계셨던 자긍심이 사회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는 것이 되게 속상하더라고요. 그런데 그것도 모르고 길거리에서 봐도 분홍이 안녕, 오솔길 안녕하면서 그냥 지나가고 말았구나. 내가 무지했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해줘서 되게 고마웠고요. 두 분 감독님이 되게 큰 일 하셨고 네 분 선생님들을 포함해서 도토리 마을 방과 후 조합원들도 영화에 대해서 무한한 자부심을 가져도 좋겠다는 가져도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스틸컷

 

박홍열: 감사합니다. 도토리 마을 방과후 이름에 대한 설명도 우리 선생님들이 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분홍이: 도토리 한 알 속에 참나무 한 그루가 들어있다는 의미가 있어요. 그 도토리들이 다 모여서 숲을 이룬다는 뜻으로 저희 이름이 도토리 마을 방과후입니다.

부지영: 아이 하나하나 고유함을 인정하고, 함부로 재단하거나 함부로 평가하지 않고 그 아이의 잠재력과 가능성들을 보듬어 주고 싶다는 그런 표현이잖아요. 이게 부모로서도 되게 어렵거든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을 다그치는 거는 쉬워도 그 아이들을 북돋는 건 정말 어렵다는 사실을 항상 깨닫는데, 늘 그런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잖아요. 밤새 회의하면서. 이 영화 보면서 선생님들이 진짜 큰 박수를 받아 마땅한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기회에 한 번 큰 박수 같이 칠까요.

박홍열: 실제로 어떤 도토리는 다람쥐가 먹으려고 숨겨놨다가 못 찾아서 나무가 되기도 하잖아요. 어쩌면 찾지 못한 것, 못 챙긴 것들이 나중에는 더 큰 나무가 되지 않나 싶어요. 근데 만약 우리가 버려지고 오래된 것들을 버리는 것으로 치부한다면 그 도토리도 큰 참나무가 될 수 없잖아요. 영화를 찍을 때도 느꼈고 GV를 하면서 더 느끼는 건데, 저는 예술 이런 말 별로 좋아하지는 않거든요. 근데 예술이라는 말을 쓴다면 선생님들이 진짜 예술가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것들을 규정하거나 고정시키려고 하지 않고 끊임없이 내 주변에 있는 어떤 변화들을 포착하려고 하고, 그 변화에 대한 믿음으로 자신과 주변을 포착하는 사람이 좋은 예술가인 것 같거든요. 근데 부모는 그게 안 되잖아요.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볼 수도 있는데 선생님은 아이들을 정말 규정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리고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실질적으로 아이들의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그럼에도 선생님들은 아이들은 변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부지영: 저도 지금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네요. 저도 GV를 준비하면서 예전에 제 아이들이 썼던 글들을 다시 봤어요. 그날 아이가 한 말에 선생님이 코멘트를 써서 저희한테 주시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 둘째가 이런 말을 했어요. 나는 코피가 먹고 싶어. 커피 아닙니다. 코피였어요. 코피가 먹고 싶어. 코피는 예쁘고 사랑스러워. 이런 말을 했는데 거기에 선생님이 하트를 그려주신 거예요. 근데 사실 코피 먹으면 안 되잖아요. 그럼에도 코피 먹으면 안 돼, 지지해.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선생님이 어떤 말을 하셨는지는 모르지만 그 말에 예쁘게 하트를 그려서 저한테 주신 것만 봐도 그때 아이에게 되게 좋은 피드백이나 교감을 나눠주지 않으셨을까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런 거 하나하나 생각해 보면 정말 이 선생님들은 소중하고 고귀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이런 뻔한 얘기를 할까봐 GV 진행을 고민한 거였어요. 선생님들 너무 대단하신 분이라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어요.(웃음)

황다은: 말 나온 김에 저도 보태서 말씀을 드리자면...(웃음) 저도 이제 첫째에 이어 둘째가 이번에 졸업을 앞두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조합원 생활 졸업을 앞두고 있어요. 선생님들 덕분에 가장 크게 배운 건, 아이들이 굉장히 변화무쌍한데 부모는 아무래도 고정된 시각으로 보게 되잖아요. 다른 시각으로 보려고 해도 혼자서는 못 변하는 것 같아요. 근데 항상 관찰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선생님들의 말씀을 통해서 다른 시야가 트이고, 또 다른 부모님들을 통해서 그런 시각이 생기는 것 같고요. 그러면서 저에게 조금은 여백이 생기는 것 같아요. 너무 촘촘했던 관심이나 고민들에 작은 균열이나 빈틈이 생기면서 아이들은 그 빈틈에서 비로소 자라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저는 도토리 마을 방과후 뿐만 아니라 이렇게 같이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그런 빈틈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모르는 내 아이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또 그것을 내 관점이 아닌 다른 어른들의 관점으로 만났을 때 오는 기쁨들이 있는 곳. 그리고 어떤 답이 있지 않고 서로 질문을 나누면서 다독일 수 있는 그런 연결망의 역할이 참 감사합니다. 그 안에서 안정을 느끼고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부지영: 그래서 이제 어른도 성장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사실 이런 칭찬 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에게 합당한 경력 인정과 제도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홍열: 사실 저희 영화의 목표는 언론사랑 국회 상영이거든요. 국회의원들에게 최소한의 어떤 어필을 하는 게 목표예요. 실제로 지금 준비하고 있는데요. 저희가 보다 보니까 영화와 책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달아준 댓글들과 리뷰들, 이 영화에 대한 지지글들이 우리가 국회의원들을 만났을 때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생각이 들거든요. 도움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부지영: 이제 마지막 인사하고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황다은: 영화가 관객과의 만남을 통해서 비로소 완성이 되잖아요. 또 지금 리뷰나 응원, 공감. 이런 것들을 통해 이야기가 계속 확장되어 가는 경험이 모두에게 에너지를 주고 있거든요. 앞으로도 저희 이야기 함께 이어가주시는 주체가 되어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논두렁: 아이들의 유년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잖아요. 저희도 마찬가지고. 저도 오늘을 충실하게 지내고 아이를 좀 더 사랑해 줘야지 이런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이 지금 행복하고 건강하게 잘 놀면서 커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위로도 되고 힘도 얻고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꼈으면 좋겠어요. 또 각자의 위치에서 즐겁게 재밌게 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자두: GV 처음 할 때는 정신이 없었지만 하면서 힘을 많이 얻었거든요. 근데 이제 막바지로 가다 보니 이렇게 공감하고 지지하는 눈빛들을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 같아요. 영화와 책을 통해서 또 아까 말씀하신 리뷰를 통해서 계속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솔길: 이렇게 모여서 이야기할 수 있는 다큐의 마지막 장면 같은 기억을 또 남겨주셔서 너무 영광이고요. 여러분과의 기억이 또 저희들한테도 힘이 되고, 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 되는 것 같아서 기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분홍이: 늦은 시간까지 함께해 주셔서 우선 감사드리고요. 이 시간이 저에게, 그리고 여기 앉아 계신 분들이 되게 큰 힘이 되고 위로가 되고 있어요. 그만큼 여러분들도 저희 영화가 따뜻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

박홍열: 저희가 부산이랑 대구에서도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어요. 부산에는 '징검다리 놓는 아이들'이라는 방과후가 있어요. 그 동네에도 아주 예쁜 마을 극장이 있어서 그 곳에서 함께 관객과의 대화를 나눴는데 징검다리 놓는 아이들의 선생님이 저희 GV를 진행해주셨어요. 그때 선생님이 계속 똑같은 말을 많이 하셨어요. “우리 그렇게 우울하지 않고 잘 놀고 기운이 충만해요.” 저희 선생님들도 진짜 에너제틱하고 재밌고 신나는 분들이거든요. 영화는 좀 무겁지만, GV할 때는 관객들분께 웃음을 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선생님들의 에너지와 열정이 여러분들께 전달돼서 극장을 나가실 때 더 따뜻하고 충만한 마음을 갖고 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부지영: 올해 꼭 국회에서 상영 꼭 성사됐으면 좋겠고요. 오늘 정월 대보름인데 새해에는 마을 방과 후 선생님들의 처우나 여러 가지 법적 지위 등 변화의 물길이 물꼬를 텄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또 어느 곳에서든 행복하게 신념과 실천을 계속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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