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이루는 마음
〈컨버세이션〉 김덕중 감독 인터뷰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태현, 안민정 님의 글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은 어떻게 영화로 보여질 수 있을까. <컨버세이션> 속 열다섯 개의 대화 장면은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변이다. 김덕중 감독을 만나 시나리오의 시작, 촬영 과정, 그리고 개봉까지 한 편의 영화와 함께한 마음을 들어볼 수 있었다.
<컨버세이션>은 2021년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후 1년이 조금 넘는 시간을 지나 개봉했습니다. 개봉을 앞둔 지금, 새로운 관객들을 만나게 될 감독님의 마음이 궁금합니다.
= 말씀해주신대로, 생각보다 개봉 시기가 늦어졌어요. 첫 공개 이후 다음 해까지는 마무리를 지어야 영화제에서 보신 분들도 감상을 잊지 않고 말씀해주실 수 있지 않을까 조바심이 들었어요. 어떻게든 작년 안으로 개봉하기 위해 이리저리 노력하다, 배급사의 도움으로 개봉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천진난만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영화였어요. “이렇게 찍어도 영화가 될 수 있을까? 그래 한 번 해보자!”. 이렇게 시작된 영화였기 때문에 관객분들의 호평과 혹평 모두를 기대하고 있어요. 저는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고 생각해서, 어떤 반응이든 상처받지 않고 재미있게 찾아보는 편이거든요. 관객분들께서 솔직하게 자신이 느낀 영화의 한계점을 말씀해 주시는 걸 듣는 것도 좋고, 제가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다양한 해석을 해주시는 것도 너무 반가워요. 이제야 개봉을 하고, 영화를 마무리할 수 있겠구나 싶은 마음입니다. 다양한 반응을 기다리고 있어요.
공개 당시 인터뷰나,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컨버세이션>의 제작 배경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지원이나 투자를 받지 않고도 직접 제작할 수 있는 규모를 가진, 대화를 중심으로 한 영화를 만들고 싶으셨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제작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 이전에 써 둔 시나리오들이 있었습니다. 쓰는 와중에는 스스로 도취되기 때문에 제작지원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전부 공모에서 떨어졌어요. 그렇게 낙담하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영화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데 내가 영화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제작지원을 받지 않고 어떻게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죠. 그렇게 나오게 된 게 ‘대화’ 예요. 다른 영화들을 볼 때 스펙터클이나, 비주얼, 연기에도 눈이 가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건 항상 대화였던 것 같아요. 프로덕션의 한계 안에서 대화 자체가 주는 분위기를 전할 수 있는 대사와 장면 구성을 고민했습니다. 찍어보고 싶었던 장면들을 찍었어요. 망해도 손해볼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자체제작의 자유를 누렸습니다. 이런 기획에서만 해볼 수 있는 것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대화라는 쌍방향 소통이 마냥 재미있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주 복잡한 감정을 섞는 행위이고 때에 따라 피곤함을, 심지어는 자괴감을 느끼게 될 수도 있는데요. 이런 위험한 형태로 두시간을 이어 나간다는 게 어쩌면 모험처럼 느껴졌을 것 같아요.
= 압박이나 두려움이 있었죠. 대화를 상상하고 지켜보는 일을 좋아하지만, 대화 장면을 잘 찍을 수 있을지 스스로에 대한 의문이 있었어요. 대학교 시절 영화를 전공하지 않았고, 서른이 넘어 대학원에서 영화 만들기를 시작했는데 영화를 배우며 매번 대화장면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런데 막상 첫 작품인 <에듀케이션>을 찍을 때는 대화 장면이랄 것이 없었어요. 캐릭터의 특성 때문에 대화가 순조로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대화 장면을 제대로 찍어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어요. 그래서 다양한 구도의 대화를 많이 찍어보고 싶었습니다. 큰 주제에 대한 대화가 있으면, 조금 더 작은 대화를 붙여보고, 어떨 때는 혼자 남은 사람을 찍어봤어요. 거의 모든 감독들이 대화장면을 찍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이야기하잖아요? 저에게도 솔직히 별로인 장면들도 있는 것 같은데요. 괜찮게 그려진 장면도 있는 것 같고요. 대화를 그려보고 싶었던 마음은 분명히 있었어요. 앞으로도 계속 영화를 만들어 나갈 거라면 대화 장면을 많이 찍어보는 경험이 중요할 것 같기도 했고요.
그래서 영화에는 정말 수많은 대화 장면이 등장하는데요, 그중 짝이 없는 대화 장면이 인상 깊어요. 예를 들어 은영과 대화하는 택시 기사의 모습을 한 번도 보여주지 않는다거나, 승진과 필재의 첫 대화 씬에서 승진이 카메라 밖으로 나가 버리기도 하잖아요. 두 사람이 존재하는 대화 장면에서 한 사람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는 게 독특한데, 이런 구도를 떠올린 이유가 궁금합니다.
= 장면을 볼 때 대사가 매력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고, 또 공간이나 동선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시나리오를 써 두고 보니 택시 장면은 어쩌면 글 자체가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잘 찍기만 한다면요. 내일 출국한다고 말하는 은영의 들뜬 마음과 설렘.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뭔가 마음에 남은 것 같은 아이러니한 욕망. 이런 마음 자체가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부분이 잘 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만족하는 장면입니다. 승진과 필재 장면의 경우에는, 말씀해 주신 것과 조금 다른 목적이 있었어요. 공간과 동선에 집중했거든요. 화면에 담기는 공간이 무척 크고, 프레임도 고정된 것이 아니라 달리(dolly)를 활용했어요. 택시 장면과는 다른 지점에서 공간과 대화를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영화 전체의 첫 촬영이었는데, 공을 많이 들였어요. 촬영 시간도 가장 길었고 가장 많은 테이크를 찍었죠. 어떤 분기점이 형성되는 지점의 장면이기 때문에 품을 많이 들였던 것 같아요. 저도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이전에 관객과의 대화 자리에서 그 장면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배우분들에게 장면을 설명하시며, 필재와 승진의 모습이 조금 “야하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디렉션을 주셨다고 들었어요. 그러고 황급히 취소하셨다고요.
= 배우들과 소통할 때 매번 논리 정연하게 이야기를 드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촬영 현장이 다급하게 돌아가다 보면 이런 저런 말들이 막 나오곤 하지요. 하지만 장면에 대한 의도는 그게 맞았어요. “야하게”. 앞으로 그려질 둘의 관계가 암시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사실 그냥 공원에서 걸으며 대화하는 거잖아요. 섹슈얼한 야함을 의미했던 것은 아니고, 은근한 무드가 그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건 배우님들의 액팅으로 그려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카메라의 움직임으로 드러낼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배우분들께서 저의 설명을 듣고 “뭐지?” 이런 반응을 보이셔서 바로 취소라고 말씀드렸습니다.(웃음) 그 장면을 관객분들이 흥미롭게 보셨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둘이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뭐하는 거야?’ 이런 느낌을 그리고 싶었어요.
= 처음 대사와 장면을 떠올릴 때, 장편영화가 될 것을 염두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하고 싶은 대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장면들에 대한 시나리오를 썼어요. 찍어보고 싶었던 것, 궁금했던 것, 보고싶었던 것이 장면별로 모두 달랐습니다. 이게 어떻게 보면 영화의 한계이기도 한데요. 장면들이 제각각이랄까요. 그래도 장편영화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장면 사이의 문턱을 완화시키고 연결성을 주기 위한 수정보완 작업은 있었어요. 하나의 장편영화로서 매끄럽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걸 매력으로 느끼는 관객분들도 계시는 것 같아요. 장면 사이의 공백과 간격을 상상력으로 채워주시는 감상들이 재밌습니다.
관객이 직접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영화에 소음이 많이 등장하잖아요. 모든 시퀀스에 각각 다른 성격의 소음이 있는데 그게 현실에 닿지 못하고 빙빙 도는 대화를 하는 인물들을 현실로 잡아 끌어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소음이 인물들 혹은 대화의 과정에 필요하다고 생각하신건가요?
= 인물들의 대화가 주요한 테마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비주얼의 한계를 극복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공간음이 있어야 흥미로울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로케이션도 그런 방면에서 많이 고민했어요. 촬영하는 과정에서 사운드를 신경 쓴다고 썼지만, 넉넉한 환경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술적인 한계가 있기도 해요. 후반작업에서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는 않았죠. 믹싱 과정에서 새로운 소리를 넣기가 어려웠고, 현장에서 담긴 소리들의 밸런스를 조정하는 방향으로 만져봤습니다. 선택의 영역이 있었던 장면은 공원에서의 승진과 필재의 장면이에요. 원래 의도했던 것은 아닌데요. 배우들이 공간을 돌아다니는 동선에 공원 화장실이 있는데, 거기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더라고요. 촬영하는 중에는 몰랐어요. 카메라 모니터는 멀리 있었고, 사운드를 모니터링하긴 하지만 대사에 집중하고 있었고요. 배우님들이 몸에 착용한 와이어리스 마이크에 음악이 녹음된 거예요. 작게 들려서 지울 수도 있었는데 그 소리는 한번 키워봤습니다.
<컨버세이션>의 대화를 들으면서 관객은 인물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지만, 사실 그것들은 취사선택한 일방적 정보에 불과하잖아요. 그래서 영화의 특성상, 관객이 기꺼이 오독할 상황을 열어놓으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저는 그런 편인 것 같아요. 어떤 장면을 보고 “이건 왜 이렇게 하셨어요?” 라고 여쭤 보시면, 저는 명확한 답을 세워 두지 않았거든요. 예를 들면, 택시에 왜 그렇게 전구가 많이 달려있는지, 어디에서 본 택시인지 여쭤보실 수 있어요. 그런데 어떤 의미가 있는 거냐고 물어보시면 전 대답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그냥 은영의 얼굴이 조금 더 잘 보였으면 했다는 기술적인 대답 말고는 없죠. 그런 부분에서 관객분들이 마음껏 해석하실 수 있는 여지가 열려 있어요. 여기서 새로운 일이 벌어질 수 있겠구나, 캐릭터가 있는 공간이구나 하고요. 이런 것들을 적절한 밸런스로 삽입하려고 노력했어요. 개연성이 중요한 영화는 아니지만 너무 이상한 것들이 많으면 관객들이 힘드실 수도 있으니까요. 적당한 선을 찾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시나리오를 쓰실 때부터 배우분들을 생각해 두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반 년 이상의 기간동안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 촬영을 진행하셨다고 들었어요. 물론 촬영 횟수는 적었지만, 배우분들과 오랜 기간 촬영하시며, 서로 이야기 나누는 과정에서 배우분들에게 받게 된 영향이 있으셨는지, 그렇다면 그런 영감이나 우연을 영화 안에 녹여낸 것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까지 가는 과정에서는 마음을 열어두고 있었어요. 장면마다 해보고자 하는 것이 달랐기에 전체적으로 정리정돈이 되어있지 않은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많은 의견들을 듣고 수정해보고자 했어요. 그런데 막상 촬영을 끝내고 보니, 처음의 시나리오에서 많이 바뀌지 않았던 것 같아요. 배우님들을 만날 때마다 많은 것을 여쭤봤어요. “이건 어떤 것 같냐”, “어떤 것이 더 좋겠냐”고 여쭤봤는데 항상 “괜찮은 것 같은데요?” 하고 대답해주셨어요. 시나리오가 완벽해서 그랬던 건 아닌 것 같고, 무언가를 전달해야겠다는 의도가 있는 시나리오가 아니었기 때문에 불완전한 부분을 오히려 매력적으로 받아들여 주셨던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처음 썼던 시나리오와 촬영 사이에서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상황에 따라 대사가 달라지기보다는, 로케이션이 달라지면서 변화된 세팅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우연이 많이 생겼어요. 제일 많이 변한 것은 엔딩 장면이에요. 로케이션을 막상 가보니 생각했던 것을 전부 구현해내기는 어려울 것 같더라고요. 처음에는 카메라가 쭉 인물들을 따라가려고 했는데 그렇게 하면 촬영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았어요. 워낙 현장 스태프가 적고 장소 통제가 완벽하지 않다 보니 기술적인 NG가 많이 났고요. 찍을 땐 환경상의 제약이 생겼다는 생각에 아쉬웠는데, 막상 촬영을 끝내고 주변 사람들에게 장면을 보여주니 오히려 고정되었던 화면이 갑자기 움직이는 것이 임팩트가 크고 매력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들 해주더라고요. 저도 지금의 결과물에 만족합니다.
지나가는 대화 중에, “솔직히 별로인 장면도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감독님께서 아쉽다고 생각하신 장면이 궁금한데요.
= 고민이 많았던 장면은 주차장 장면이었어요. 필재가 혼자서 서성이는 그 장면이 어떻게 보일지 무척 궁금했어요. 대화로 꽉 차 있던 영화에서 홀로 남겨진 사람이 처음으로 등장하니까요. 필재의 마음을 마무리 지어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 장면의 호흡이 길다는 의견들을 들었어요. 저는 편집 단계에서 의견을 많이 수용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쇼트가 나뉘어진 장면이 아니다보니 잘라낼 포인트가 애매했어요. 줄여봤자 3초, 5초 정도 밖에 줄여지지 않더라고요. 이렇게 줄이는 건 별 의미가 없겠다고 생각해서 그대로 두었습니다. 오랜 고민을 하긴 했지만, 저는 찍어보고 싶었던 것을 찍자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렇게 결정하게 된 것 같아요. 지금은 아쉽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장면은… 프랑스 카페 장면? 너무 한국이라서…. (일동 웃음)
“여기 프랑스다”라고 밀어붙이는 느낌이 좋았는 걸요.(웃음) 장면의 분위기도 저 사람의 배려 아닌 배려가 분명 불쾌하고, 인종 차별 같기도 한데, 확신할 수는 없는. 그래도 나는 불편해서 틱틱대고 싶은 애매모호한 정서를 너무 잘 담으신 것 같아요. 뭐라고 탁 꼽아서 말하기는 힘든 순간 같은 거요.
= 저는 그 장면을 볼 때마다 조금 뜨끔한달까요.
“프랑스인가? 프랑스라고? 프랑스구나” 이렇게 납득하면서 봤습니다.(웃음) 영화 전체에 그런 순간이 담겨있는 것 같았어요. 영화를 보며 대화라는 건 눈에 보이는 모습, 던져지는 단어로만 말할 수 없는 어떤 힘들이 오고 가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대화 장면들을 찍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조금 더 감독님에게 듣고 싶은 것은, 평소에 사람들과 대화한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시고 어떻게 기억하시기에 이 영화를 만들게 되셨는지를 여쭤보고 싶었어요.
= 영화와 연관된 맥락에서 이야기해보자면, 사람들에게는 말을 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정말 많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 말을 하고 싶은 서로의 욕망이 엇갈릴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서로 대화가 되지 않고 욕망을 따라 각자의 말만 이어지기도 하고요. 말을 많이 하지 못했다, 말의 권력다툼에서 졌다 싶으면 그 자리를 재미없게 느끼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저도 자주 그러는 것 같고요.(웃음) 말하고 싶은 욕망이 없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사람들이 항상 그런 것은 아니더라도 친밀한 사람과 있을 때 자기 말을 하고 싶어하는 욕망을 느끼는 순간들을 영화에 담아보고 싶었어요.
말의 권력투쟁이라고 하셨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사람들이 서로 말을 하고 싶어하면서 대화의 권력투쟁이 생기고, 어쩔 수 없이 기분 나쁘거나 미묘한 감정의 대화들도 등장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웃음포인트가 되기도 하고요. 관객분들도 이 감정에 공감을 많이 하실 것 같은데, 이런 대화는 어떻게 쓰시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 처음에는 그 지점에만 집중했어요. 여성 세 명이 등장하는 앞 부분이 처음에 기획한 단편이었어요. 이 장면, 섹션 1의 주제는 말에 대한 욕망, 언쟁에 가까웠어요.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장편이 되었고, 그래서 전체적인 서사를 갖춰 나가려고 했던 것 같아요. 섹션 2나 섹션 3에서는 섹션 1의 주제를 변주하기 보다는 사람들 사이의 서사를 만들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후에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등장시켰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더 사랑하는 쪽이 지는 거다’ 라는 말을 떠올렸어요. 마음을 쓰는 것만큼, 구차해지는 어떤 순간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런 것이 영화 전반에 깔려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어떻게 이야기가 잘 연결이 됐네요. 섹션 1과 2가 좀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는데요. 어떤 권력투쟁과 사랑의 관계를 이어 주시다니, 좋은데요?(일동 웃음)
그런 캐릭터를 관객이 미워할 수도 있잖아요. “저 사람 참 꼴불견이네.” 라고 생각하듯이요. 감독의 개입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개인에 따라, 각자의 경험 속에서 별로라고 느끼는 인물들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혹시 의도나 염려도 있으셨나요?
= 사실 저에게 미운 캐릭터는 없지만, 글을 쓰면서 승진을 조금 나쁜 남자라고 생각했는데요. 캐스팅이 확정되고 나서는 걱정하지 않았어요. 종환 배우님이라면… 됐다.(웃음)
전작 <에듀케이션>이 화제가 됐죠. 비슷한 면도 있고, 다른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에듀케이션>을 떠올리고 극장을 찾는 관객분들이 있으시다면, 그분들께 따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 <에듀케이션>과 출발지가 다르긴 했어요. <에듀케이션>은 특정한 메시지를 말하기 위해 시작한 영화였다면, <컨버세이션>은 내가 재밌어 하는 것이나 궁금해하는 장면들을 찍어보기 위해 만든 영화였습니다. 두 영화가 비슷하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많은데, 그건 저에게서 시작된 이야기들이라서 어쩔 수 없는 부분 같아요. “난 이런 것도 할 수 있어.”, “항상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영화를 만들진 않아”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기도 했고요. 다음 영화는 어떤 느낌이 될까 스스로 질문해보자면… 저도 아직 잘 모르겠어요. 큰 컨셉과 이야기를 가진 영화가 나올 것 같진 않아요. 지금까지 찍어온 영화의 연장선 안에 놓여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에듀케이션> 또한 무척 좋아하지만, <컨버세이션>을 보고 조금 놀랐어요. 감독님이 편해지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영화 자체도 좀 편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아요. <에듀케이션>은 주제 면에서도 그렇지만 제작 과정도 학교에서 기획된 영화다보니 일정이나 예산 측면에서 주어진 틀 안에서 해야하는 것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좀 힘들었어요. <컨버세이션>은 적은 스태프로, 띄엄띄엄 찍으며 사이 사이 준비를 할 수 있는 영화였어요. 이렇게 영화를 찍어볼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마지막으로 관객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 관객분들을 많이 만나 뵐 수 있는 시기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건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아요. 저는 혹평이든 호평이든 열심히 확인해보거든요. 많은 반응들을 기대하고 있으니 솔직한 감상들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Community > 관객기자단 [인디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디즈]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인디토크 기록 : 도토리 마을 제2극장 (0) | 2023.02.27 |
---|---|
[인디즈 Review] 〈컨버세이션〉: 오늘날 현대인이 불안을 떨쳐내는 방법 (0) | 2023.02.27 |
[인디즈 Review] <다음 소희> : 어떤 삶의 가능성 (0) | 2023.02.20 |
[인디즈 Review]〈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 수호를 구심으로 연장되는 접착력 (0) | 2023.02.13 |
[인디즈 Review]〈열여덟, 어른이 되는 나이〉 : 우리의 나란한 성장 (0) | 2023.02.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