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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 수호를 구심으로 연장되는 접착력

by indiespace_한솔 2023. 2. 13.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  리뷰: 수호를 구심으로 연장되는 접착력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해수 님의 글입니다.

 

 

 

이 영화는 인류가 명분을 위해 외면한 원점을 복기하게 한다. 단일의 집에서 집단을 생성하기까지 숱한 정복이 있었다. 마치 대를 이어 상주하는 생물이 멸종해야 이후가 온다는 듯이. 행성에 든 사회는 번번이 이곳의 생태계에 의존해야만 한다. 안일하게 주인임을 과시하려는 집단은 아직도 있다. 나는 이번 겨울의 유난히 긴 난기를 통과하며, 미안한 마음이 더 커졌다. 개인으로서 이 행성에게 받아온 경애를 어떻게 환원하면 좋을지 고민이 곱해진 차였다. 그래서 이 영화가 지켜야 할 원점에 자연이 있음을, 보호를 위하는 그리샤로 선언한 게 더욱 소중히 읽혔다.

 

 

 

초기 인류는 하늘과 땅 사이의 유사성을 찾으려 애썼다. () 낯선 천상과 일상적인 지상이 이어지기를 기대하며. 우리는 하늘과 접촉하면서 인간다워졌다.”(앤서니 애브니, 별 이야기)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접촉과 연관된 구전으로 전개된다. 숲을 천 년간 수호한 주인, 붉은 곰이 있다는 서사이다. 그리샤는 선조들이 절망에 맞서 그에게 도움을 청해왔다는 설화를 듣게 된다. 엄마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었기에 그리샤는 주저하지 않고 나선다. 당시 아빠는 이야기는 이야기일 뿐이라며 계획을 말린다. 흥미롭게도 이 영화는 청소년인 그리샤가 이야기를 실제로 목격하도록 배치한다. 동시에 이야기를 실천하는 인물로도 그리샤를 등장시킨다. 곰은 그리샤가 주인을 살려야 할 덕목에 관해 강조할 뿐, 요청을 승낙하지 않았다. 그리샤는 분한 마음에 경로를 이탈하려 했다. 그때, 곰을 사냥하여 완벽히 주인을 약탈하려는 연합군의 등장에 그리샤는 곰을 호위하기로 결심한다. 곰은 고백한다. 더는 본인이 툰드라를 지키지 못할 텐데, 다만 너를 지켜봐 왔다고 말이다.

 

이 영화는 회복이 거창한 시도여야만 가능하다고 서술하지 않는다. 오히려 개인에게서 비롯된 신뢰의 체중을 믿으며 목도한다. 그리샤는 스스로의 소신에 성실했다. 연합군이 숲을 해할 때마다 막았으며, 부당한 언어는 헤집었고, 사랑하는 대상을 살리려 이동했다. 그 모든 사건은 툰드라에서 일어났다. 그리샤가 목격자이자 행위자로 커가는 일련은 설원만큼 우람한 경애가 있기에 가능했다. 결국 지켜본다와 지켜낸다는 사이에 든 신뢰가, 툰드라의 서사를 연장한다. 지구도 단독으로는 회복이 어렵다. 그러나 단일이 모이면 미약하게나마 거듭 이룩할 수 있다. 이 인과에 의지하며 그리샤와 행동하는 집단이 실제로도 있다는 사실이, 새삼 다정했다.

 

 

다만, 모성이 희생으로 줄곧 교환되는 게 일부 아쉽기도 했다. 영화는 엄마가 그리샤를 대신하여 다치며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곰과 그리샤의 관계까지 낳다-태어나다라는 (이 말이 함의된 대사가 실제로 나온다) 통증에서 기인한 상징을 넣고, 유혈의 이미지가 그리샤 모녀부터 곰까지 연속되어, 오히려 역할성을 고정한다는 염려가 되었다. 이 소회가 있음에도, 안도의 마음으로 영화를 닫은 건 순환의 상징이 있어서였다. 수호를 위해 전념한 신체와 마음은, 상흔에도 유실되지 않는다. 곰은 사체가 되었지만 명멸하는 눈이 되어, 낙하하며 그리샤를 지켜본다. 엄마 역시 그리샤를 환대하며 맞이한다. 툰드라를 으로 삼은 이들에겐 거듭의 기회가 회전하여서 다행이었다. 겨울의 증거로 눈이 오듯 툰드라가 순환하는 증거로 그리샤가 기립하게 된 엔딩은 무척 사랑스럽다. 더불어 연합군이 순록과 친밀하지 않으면 건너기 힘든 땅에서 함몰된 끝도, 명료하게 의도를 환기하여 좋았다. 이로써 환경과 사랑은 상호 의존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거듭 체감하게 되었다. 이미 우리는 양껏 의존했으니, 그 사랑을 이 행성에게 복기해줄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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