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달〉 리뷰: 두 여성의 귀엽지만 다소 허망한 힘겨루기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소정 님의 글입니다.
〈낮과 달〉을 한 장면으로 요약할 수 있다면 민희와 목하의 팔씨름 장면이 아닐까. 민희는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후 남편이 위로를 찾고 싶을 때마다 갔던 제주도에 내려가 남편의 자취를 찾고자 한다. 갑작스럽게 세상을 등진 남편의 선택을 이해하고 싶었던 민희는 그러나 뜻밖의 비밀과 마주하게 된다. 목하는 민희가 새롭게 알게 된 비밀의 한 가운데에 있는 인물이다. 목하의 아들 태경과 남편이 비슷한 구강구조를 갖고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되면서 〈낮과 달〉의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사실은 첫사랑 애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있고 자신에게는 그 사실을 속이면서 아이를 갖고 싶지 않다고 말한 남편이기에 민희의 배신감과 분노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남편을 잃은 여성의 분노를 조금 독특한 다른 감정으로 전환시킨다. 아들을 혼자서 키워온 목하를 미워하고 태경을 아들처럼, 그리고 어쩌면 잃어버린 남편의 대체물처럼 사랑하는 여성의 모습으로 민희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희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갖고 있는 목하와 힘겨루기 싸움을 한다. 목하와는 달리 태경의 꿈을 적극적으로 찬성한다거나 헤어진 여자친구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감정적인 위로와 공감을 건네면서 태경과 친밀감을 쌓고자 하는 심리적 힘겨루기를 하는 동시에 실제로 힘으로 목하를 이기기 위한 물리적인 팔씨름을 하기도 한다.
어린 아이 같은 말투와 투정을 부리는 민희의 행동은 귀여운 구석도 분명히 존재하며, 슬픔을 겪고 있어 그런 것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으나 민희의 모성애만을 강조하고 더 나아가 태경을 마치 연인처럼 여기는 듯한 모습은 의아함을 자아낸다. 그렇기에 밤을 새도록 손을 잡고 놔주지 않는 팔씨름으로 비유되는 두 여성의 힘겨루기는 무엇을 위한 것인지 얼마간의 의문이 남는다. 정작 두 여성의 반목과 오해를 낳게 한 장본인은 알 수 없는 죽음이라는 이유로 간편하게 사라지고 남은 두 여성은 티격태격 서로의 잘잘못을 따진다. 물론 영화의 가장 마지막 부분에서 민희와 목하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화해하지만 그 봉합이 급작스럽다는 의심은 지우기 어렵다.
낮에도 떠 있는 달처럼 남편의 잔해는 민희와 목하의 마음 속에 내내 둥둥 떠 있는데 두 여성은 그렇게 떠 있는 달의 존재를 그저 그리워하고 바라보기만 할 뿐 달을 바라보며 드는 다양하고 복잡한, 자신들을 괴롭히는 것들에 대한 고민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는 것이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영화라고 해서 반드시 진지해야 할 필요는 없으며 영화 속의 인물이 항상 도덕적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상실 후의 삶을 다루는 만큼 단순히 두 여성이 친구가 된다는 결말에서 한층 더 나아가 두 여성의 내면을 좀 더 들여다볼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빠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된 태경의 마음도 살펴볼 가치가 있는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도 든다.
〈낮과 달〉은 유쾌하면서도 배우들의 통통 튀는 연기로 귀여운 면모가 보이는 영화다. 그러나 이 귀여움으로 민희가 겪는 분노와 슬픔, 절망 등 복합적인 감정을 무마해버리기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그런 민희의 마음이 태경에 대한 집착과 목하에 대한 미움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기존의 여성 간의 대립 구도를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게 한다. 죽음을 택한 사람의 마음이 어땠는지, 그리고 그가 원한 삶이 과연 어떤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만큼 불가해한 것이기 때문에 이후의 삶은 남겨진 자들의 몫이 되고 그 모든 것을 끌어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은 죽음을 통과하고 난 뒤 다른 존재로 거듭난다. 그런 통과의 과정이 다소 허망함을 안겨주는 힘겨루기로 대표되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바람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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