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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성덕〉 인디토크 기록: 당신, 지금 사랑하고 있습니까?

by indiespace_한솔 2022. 11. 4.

당신, 지금 사랑하고 있습니까?

 〈성덕〉  인디토크 기록

 

 

일시 10월 12(수오후 7시 상영 후

참석 오세연 감독┃출연자 박성혜

 

 

*관객기자단 [인디즈] 안민정 님의 글입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사랑에 대해 고뇌해왔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주제에 너무 거대하다는 이유로 사랑은 끊임없이 의심받아온 셈이다. 그 결과 요즘은 깻잎을 떼어주는 게 사랑이다, 숙면을 바라는 마음이 사랑이다 같은 각자의 경험적 정의들이 둥둥 떠다니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사랑의 파도 속에서 영화는 사랑을 어떻게 정의할까? 영화는, 시네마는, 과연 성덕 은 사랑을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영화 <성덕> 스틸컷

 

오세연 감독(이하 오세연): 안녕하세요. 오늘 관객분들이 되게 많이 오셔서 긴장이 되더라고요. 영화 재미있게 보셨나요, 여러분? 저희 어제 관객 수 1만 명 넘은 거 아세요? (관객들의 박수) 감사합니다. 여기 두 번 이상 보신 분 있을까요? 왜 두 번이나 보셨어요? (관객: 봐도 봐도 안 질려요)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 어떠셨어요, 어머니?

 

출연자 박성혜(이하 박성혜): 부산에서 조금 전에 왔어요.

 

오세연: 관객분들 만나고 싶으셔서, 이렇게 마침 만 명 기념으로 타이밍 좋게 오셨어요. 저희 한참 전에 약속했잖아요. 참 운명적인 만남이네요.

 

박성혜: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오세연: 그렇죠, 핏줄이니까요.(웃음) 요즘 날씨가 추워졌어요. 참 시간이 빠릅니다. 생각해보니까 작년 109일에 처음으로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틀었거든요. 1년 전에도, 지금도 이렇게 관객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 기쁩니다. 우리 성덕 1만 관객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고 한 번 2만까지 가 보는 게 어떨까요. 같이 힘내봅시다.(웃음) 이 영화를 지난해 작년 처음 보셨잖아요. 처음 보셨을 때는 어떠셨어요?

 

박성혜: 처음엔 이게 개봉이 될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그냥 조마조마한 마음? 여러모로 고생한 것이나 사회적인 이슈, 또 개봉했을 때 팬들의 반응 등 복합적인 걱정이 들었습니다.

 

오세연: 그럼 다 보고 나서는 어떠셨나요?

 

박성혜: 생각보다 잘 만들었더라고요. 속이 시원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자꾸 저의 사투리와 빠른 말 속도 때문에 사람들이 못 알아들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되기도 하고.

 

오세연: 맞아요, 녹음한 자기 목소리를 들으면 평소에 자신이 듣던 거랑 되게 다르잖아요. 근데 그걸 극장에서 경험하셔서 어머니가 목소리와 말투, 속도에 너무 충격을 받으셨어요. 그래서 호흡법을 개조하셔서 지금은 말이 많이 느리세요.(웃음) 답답할 때는 제가 대신 대답을 하겠습니다. 오늘 어머니 오신다고 해서 달려왔다고 하시는 관객분들이 많습니다. 어머님의 매력에 빠져서 2차 관람을 하신 분들도 많다고 하시는데 오늘 끝나고 사인회 가능하신가요? 긴장을 좀 많이 하신 것 같아요.

 

박성혜: 네. 이렇게 추운 날에 얼굴에 땀이 많이 나네요.(웃음)

 

오세연: 입담은 집안 내력이냐는 질문이 들어왔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성혜: 네, 유전적인 것 같아요.(웃음) 지금은 돌아가셨는데, 저희 어머니가 별로 말수가 없으셨거든요. 그런데 한번 말씀하시면 되게 웃기세요. 본인은 안 웃으시면서요. 엄마가 물려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오세연: 스스로 웃긴다고 생각하세요?

 

박성혜: 네, 저는(그렇게 생각해요).(웃음) 저는 옛날 사람이라 그때는 지방에서 서울로 학교를 잘 안 보내줬거든요. 그런데 제가 서울 가서 개그 같은 거 했으면 잘했을 것 같다고 주변에서 많이들 말씀하셨어요.

 

오세연: 지금이라도 해보세요.

 

박성혜: 이제 체력 때문에 안 돼요.

 

오세연:감독님과 어머님 둘 다 지금 덕질하시는 대상이 있으신가요라는 질문 주셨어요. 어떠세요?

 

박성혜: 특정한 대상은 없고요. 요즘은 웹소설이나 웹툰을 봅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옛날에는 활동적인 것 위주로 했었는데요.

 

영화 <성덕> 스틸컷

 

오세연: 저희가 감독님에게 입덕해도 감독님은 사고를 치지 않으실 거죠라는 질문을 해 주셨어요. 최근에도 저희 영화를 검색했을 때 또 새로운 이름이 나오더라고요. 1세대 아이돌의 음주운전 사건이었는데요. 그래서 오빠들이 도와주는 영화라는 말씀을 많이들 해 주시더라고요. 저는 음주운전할까 봐 운전을 아직 안 배웠고요, 차도 안 살 예정입니다. 나쁜 짓을 하면 안 되는데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잖아요. 그래서 걱정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한 번 열심히 살아 볼게요. 여러분 저 좋아해 주세요.(웃음) ‘따님의 덕질이 걱정되진 않으셨나요? 어떤 마음으로 지켜보셨는지 궁금합니다라는 질문이 나왔어요.

 

박성혜: 그때가 중학생이니까 사춘기일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제가 아이를 관리할 시간이 없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누굴 좋아하겠다고 하니까 믿고(맡겼어요). 덕질을 해보셔서 알겠지만 덕질은 혼자 하는 게 아니잖아요. 어른들도 계시고요. 그분들이 캐어해 주시기도 하고 그랬답니다.

 

오세연: 맞아요. 덕질을 같이했던 이모나 언니들도 계시는데 그분들도 영화를 보러 많이 오셨어요. 마음이 힘들어서 못 보신 분들도 계시는데 오신 분들은 두 번 세 번씩 봐주시더라고요. 저희 영화에 재밌는 캐릭터들이 많잖아요. 그중 한 분(어머니)이 여기 와 계시고, 또 다른 캐릭터가 "요거트 막걸리"죠. 질문 중에 ‘요거트 막걸리는 다시 잘 만들어 드셨나요라는 물음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다시는 만들지 못했어요.(웃음) 그 친구 집이 약간 오르막길인데요. 다시 사 올 힘도 안 나고 당황스럽고 충격적이었어요. 거의 첫 촬영 날이었는데, 제가 정해 놓은 컨셉은 술 없이는 못 하는 이야기였거든요. 그런데 술을 못 마시게 되니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그런데 냄새가 너무 나서 안 마셔도 마신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결국 안 마셨습니다. 술 안 마셔도 얘기 잘해주더라고요. 저희가 1만 공약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곧 제가 요거트 막걸리를 다시 만들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26년째 가족에게 덕질을 탄압당하고 있는데 이런 강압적인 가족에게 어머니께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라고 질문 주셨어요. 관객분의 가족들이 덕질을 반대하시나 봐요.

 

박성혜: 그러면 부모님이나 형제자매님들도 덕질의 세계로 끌어들이세요.(웃음) 그러면 시너지 효과를 누리면서, 서로 격려해주면서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니면 가족분들께서 관객분을 너무 사랑하나 봐요. 오로지 관객분께만 애정을 쏟고 싶으셔서 그런 것 아닐까요?

 

오세연: 맞아요. 좋은 대상을 찾아서 함께 덕질할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요. 그런데 저희도 같이 덕질을 해본 적이 없어요. 저희 취향이 되게 달라서요.

 

박성혜: 그렇죠. 하지만 우리는 영화로 뭉치잖아요. 이 영화를 만들기 전부터.

 

오세연: 아, 맞아요. 어머니가 되게 시네필이세요. ‘감독님의 진로 결정에 덕질이 확실하게 영향을 주었나요? 장래희망 관련해서 상세히 이야기 듣고 싶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어요. 그래서 작가나 선생님이 하고 싶었어요. 그때는 꿈이 아주 다양했거든요. 그런데 중학교 때부터는 제가 덕질을 하고 있다 보니 뭔가 방송 일을 하면 (연예인과) 마주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방송작가나 예능PD 같은 것들을 꿈꿨어요. 그리고 고등학생 때 우연한 기회로 청소년끼리 단편영화를 만드는 캠프를 갔다가 영화에 완전히 빠져서 영화를 만들게 됐어요. 덕질을 할 때 학생이라는 제약이 커서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 무조건 서울에 가고 방송국에서 일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거든요.

부국제(부산국제영화제) 가셨나요?’라는 질문도 해주셨는데, 어제까지 엄마랑 같이 있었어요. 이번 부산에서 최애작은 무엇인가요?

 

박성혜: 〈소년들이라는 영화를 보고 왔어요. 마음이 찡했습니다. 또 〈타카라, 내가 수영을 한 밤도 오 감독님이랑 같이 봤는데 대사는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그것도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제가 원래 일주일 정도 할애해서 영화제에 가는데 이번에는 근무 일정 때문에 일곱, 여덟 편 정도밖에 못 봤어요. 그중 이 두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오세연: 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게요. ‘저는 이제 인간 덕질을 그만두고 영화나 드라마를 덕질하는 중입니다 새로운 덕질 대상도 지뢰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불안함은 어떻게 해소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맞아요. 저도 처음에 영화를 만들 때는 이런 엔딩이 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어요. 다들 결심에 차서 이제 다시는 덕질 안 한다는 전우애로 뭉쳤는데, 이 영화를 만드는 기간이 2년 반에서 3년 정도 되다 보니 다들 새로 덕질을 시작하더라고요. 그렇게 긴 기간이 지나지 않았는데도요. 저희 조연출 다은 씨 같은 경우에는 다시는 사랑을 믿지 않겠다더니 한 열흘 뒤에 김남길 배우 팬미팅 티켓팅을 성공했다고 그러더라고요. 이번엔 정말 다르대요.(웃음) 근데 지뢰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계속 인지하고 살잖아요. 이 영화의 감독인 저도 언젠간 지뢰가 될 수 있는 거고요. 저는 이런 생각이 들어요. 제가 만약 마트에 가서 신상 과자를 샀어요. 그런데 그게 너무 맛이 없는 거예요. 그렇다고 제가 다시는 과자라는 건 먹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잖아요. 이 과자는 먹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겠죠. 그리고 다른 과자를 다시 고르는 마음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너무 사랑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성혜: 맞아요. 그 에너지를 덕질에 쓰지 않으면 나쁜 짓을 저지를 수도 있어요.(웃음)

 

오세연: 또 어떤 분께서 덕질은 중독이라는 말씀도 해주셨는데요.

 

박성혜: 공감해요. 저는 덕질이랑 연애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연애도 쉬지 않고 계속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덕질도 그런 중독성이 있는 것 같아요.

 

영화 <성덕> 스틸컷

 

오세연: 그럴 수 있죠. 어쨌든 재미있는 일에는 중독이 되니까요. 어떤 분은 또 노래가 너무 듣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라고 질문을 해주셨어요. 초반에는 그랬어요. 너무 슬픈 날이나 어떤 특정한 기분일 때, ‘이 노래를 꼭 들어야 해라는 마음이 덕후들은 누구나 있잖아요. 정말 잘하고 싶은 날에는 힘낼 수 있는 노래가 있고, 슬픈 퇴근길에 들어야 하는 노래가 있고, 기분 좋은 날이나 계절마다 들어야 하는 노래들이 있어요. 이걸 못 듣게 되는 게 되게 큰 부분이에요. 그래서 저는 초반엔 눈 딱 감고 조금 듣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 노래에 서려 있는 나의 추억이 너무 크니까요. 그런데 그 노래를 듣는 게 그 사람에게 금전적인 이득을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고안한 방법이 CD를 듣는 거였어요. 팬이라면 앨범을 사잖아요. 이미 돈 주고 산 CD로 노래를 가끔 들었죠. 웬만하면 안 듣는 게 좋겠지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또 별로 듣고 싶지 않아요.

‘덕메(덕질 메이트)분들 꾸준히 만나시나요?’ 이런 질문도 해 주셨어요. ‘최애가 터지고 전우애로 뭉쳐서 다들 돈독해진 것 같아요.’ 맞아요. 사실 행복하게 덕질할 때도 같이 모여서 다니지만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끼리 대책 회의를 해요. 그러면서 더 돈독해지고 애틋해지는 게 있어요.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게 서로밖에 없으니까요. 저도 영화에 등장하시는 박효실 기자님이 기사를 쓰셨던 2016년 이후로 친구들과 더 돈독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덕질 메이트 친구들이 영화에 출연해주기도 하고 다른 친구들, 이모들이나 언니들도 꽤 만나는 편이에요. 꼭 덕질을 같이해서라기 보다는 같은 것을 좋아할 수 있는 사람들, 공통분모가 있는 사람이다 보니 잘 맞더라고요. 덕질을 더 이상 하지 않더라도요. 어머니도 덕질 메이트 가진 적 있으세요?

 

박성혜: 저는 딱히 없는 것 같네요. 남이 좋아하지 않고 나 혼자만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웃음) 알려주고 싶지 않다는 나쁜 마음?

 

오세연: 나의 그분을 다른 사람이랑 공유하기 싫군요?

 

박성혜: 네. 영화에 나온 사람은 드라마를 보면서 좋아하게 됐어요. 그런데 드라마가 끝나고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제가 나중에 음악을 들으며 좋아하게 된 분이 있었는데 그분이 결혼할 때 속상했던 마음이 있네요.(웃음)

 

오세연: 그 인터뷰를 촬영할 때는 어떤 마음이셨나요?

 

박성혜: 처음에는 큰 그림이 그려진 상태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해요. 이런저런 사람들을 좋아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찍었는데 제가 그렇게 이상하게 나오는지 몰랐어요.(웃음) 이상하냐고 여러 번 물어봤는데 (감독님은) 괜찮대요. 말도 너무 빠르지 않냐고 물어보니 그것도 알아서 편집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나왔더라고요. 원래 그런 사람은 맞습니다.(웃음)

 

오세연: 어머니는 성덕 몇 번 보셨어요?

 

박성혜: 다섯 번 봤어요.

 

오세연: 다섯 번 보다 많이 보신 분 계신가요? (관객석을 둘러보며) 다섯 번보다 많은 분은 없네요. 저밖에 없네요. , 이 질문 재밌네요. ‘별바라기 어떻게 나가게 되셨냐고 여쭤봐 주셨어요. 그 시절에는 소식을 확인하기 위해서 팬카페에 하루에도 몇십 번씩 들어갔어요. 그런데 어느 날 팬카페에 MBC 별바라기 팀에서 출연자를 모집한다는 글이 올라왔어요. 조건이 많았는데, 특별한 사연이 있다거나 재밌거나 말을 잘한다거나요. 그걸 보고 딱 내 이야기다 싶어서 지원서를 써냈어요. 제가 그때 글을 아주 잘 썼거든요. A4 3, 4장으로 길게 덕질의 역사를 써냈죠. 그래서 별바라기 팀과 미팅을 하게 됐어요.

사건 후, 앞으로는 ‘덕밍아웃’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셨나요?’ . 너무 들었어요. 사건이 터졌을 때 제가 성덕이었다는 이유로 저를 놀리는 사람들도 있었거든요. 그리고 영화를 만들고 나서는 더 그렇게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관객분들이 이후에도 좋아하는 연예인이 있는지 많이 물어봐 주셨는데요, 그분들이 또 (사건이) 터지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다들 저를 동정하시더라고요.(웃음

어차피 이 사람도 똑같겠지, 라는 극 중 대사가 기억에 오래 남아요. 이런 생각을 하지 않고 덕질하는 법은 없겠죠?’ 불가능한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사고를 친 경험도 물론 있지만 그 외에 전혀 관심 없던 사람들도 뉴스를 통해 이름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공인들의 사건사고를 너무 많이 접하다 보니 그런 의심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그런 의심이나 경계를 뚫고도 또다시 사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영화 찍으며 생긴 재밌는 에피소드를 물어보셨는데, 제가 창원에 있는 성덕사에 다녀왔잖아요. 그게 사전에 말씀드리지 않고 다녀온 거였어요. 허락을 받으러 갔는데 그때 스님은 안 계시고 보살님들만 계셨어요. 그래서 보살님들께 여쭤봤는데 시원하게 찍으라고 해주셨어요. 그렇게 촬영을 마무리하고 인사를 드리러 가는데, 마침 그날 김장을 하시고 저희 가져가라고 김치를 따로 챙겨 놓으신 거예요. 당시에 힘든 일이 많았는데 덕분에 너무 큰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박성혜: 다시 찾아가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려야겠어요.

 

오세연: 정말 그래야겠어요. 창원 성덕사를 일만 관객분들이 보셨다고요.(웃음) . 오늘 너무 영화 이야기를 안 한 것 같아서 여러분께 죄송하네요. 차기작 관련 질문을 아까부터 해주셨는데, 우선 가장 가까운 시일 내에 나오는 건 『성덕일기』예요. 제가 영화 만들면서 실제로 썼던 일기와 촬영계획서, 인터뷰, 그리고 영화와 덕질에 대해 쓴 에세이를 모아 『성덕일기』라는 책이 나옵니다. 나오면 재미있게 봐주세요. 영화와 또 다른 재미가 있는 책입니다. 그리고 제가 요즘 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단편영화 작업을 할 예정이에요. 생각하고 있는 드라마와 극영화도 있고요. 다큐멘터리는 지금 당장 찍고 싶은 건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찍을 생각입니다. 일단은 학교를 졸업해야 해서 열심히 학교를 다니면서 차기작을 준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예전에 김혜리 기자님이 (제가 졸업작품을 찍으면) 기성 감독의 졸업작품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말씀해주신 적이 있는데 정말 그래요. 학교 교수님들 중에도 제 영화를 아시는 분들도 계시고 좋아해 주세요.

어머니 시선에서 어린 시절의 감독님은 어땠나요?’

 

박성혜: 초등학교 때는 아주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아이였어요.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점점 활발해지더라고요. 담임 선생님을 잘 만났던 것 같아요. 리더십도 생기고요. 그때부터 혼자서 잘하는 아이였습니다. 그리고 중학생이 되니 휴대전화로 문자 투표를 해라, 멜론 스트리밍을 해라 막 그러더라고요.

 

오세연: 이제 마지막 질문을 받아볼게요. ‘어린 시절 덕질했던 대상이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치잖아요. 감독님은 덕질하며 어떤 영향을 받으셨나요?’ 이렇게 물어봐 주셨어요. 사실 저도 그 사건 이후 좋은 영향들을 다 잊고 살았지만 영화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마지막 내레이션처럼 그 덕에 내가 됐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사람이 살다 보면 어떤 필연적인 순간들을 지나치게 되고 그 순간 나의 선택에 따라 무언가가 달라질 텐데, 안 해본 선택은 해 본 적 없기 때문에 그 방향으로 갔을 때의 내가 어떨지 모르는 거잖아요. 제가 덕질을 했기에 상처도 받고 슬픔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때의 내가 잘 살았다고 생각해요. 힘들고 무서운 날도 견딜 수 있었고요. 그 덕분에 지금까지도 돈독한 친구들도 생기고 취향이나 사고방식도 생긴 것 같아요. 그 사람은 싫지만, 그래도 좋아했기 때문에 이렇게 영화도 만들고 제 가치관도 많이 구성된 거라고 생각해요.

오늘 제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이렇게 끝내도 되는 건지도 잘 모르겠는데요. 그래도 이제 마지막 인사드리고 끝내려고 해요. 저희 영화 좋아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재미있는 이벤트 많이 할 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요, 다들 행복하고 즐거운 덕질 하세요. 저는 너무 많이 좋아하지 마시고요.(웃음) 여러분 사랑합니다.

 

박성혜: 일일이 눈을 맞추고 얘기를 해야 하는데…. 재미없는 이야기 이렇게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해 주셔서 다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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