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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발랄하지 않은 가난, 성스럽지 않은 노동

by indiespace_한솔 2022. 11. 8.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리뷰: 발랄하지 않은 가난, 성스럽지 않은 노동

 

 

*관객기자단 [인디즈] 안민정 님의 글입니다.

 

 

 

예술은 오래간 가난을 주제로 해왔다. 이는 곧 예술 속 가난이 지나치게 낭만화되어있다는 말과 같을 것이다. 그리하여 영화 속 가난은 자주 발랄해졌고 물에 잉크를 타듯 희미해졌고 본래 의미의 밖으로 번져 나갔다. 정작 가난을 주목하지 않는 가난 영화들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섭리일지도 모른다. 스크린 화면에서까지 고개가 주억이는 현실을 보고 싶지 않다는 대중의 요구가 이해 못 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여기, 예술이 외면해왔던 가난이 나타났다. 당장 빈곤 상태에 놓여 있거나 사람들과 섞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고민하다 산 카페 음료를 아쉽게 털어 마시고 어딘가 미세하게 촌스러운 옷차림이 최선인. 그런 세밀하고 모호한 가난이 드디어 스크린에 걸렸다.

 

 

가난이 마침내 땅에 닿았을 때는 결코 발랄할 수 없다. 여기서 발랄할 수 없다는 말은 영화로서 영화적 쾌감을 제공할 수 없다는 의미다(영화가 꼭 쾌감을 제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하여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는 맞물리지 않는다. 상황은 자꾸 벌어지지만 플롯이 맞물리는 쾌감의 순간은 결코 찾아오지 않는다. 영태가 진상 손님의 운전하던 차를 박차고 나와도, 사채업자가 이자를 제해주고 어머니가 대출금을 갚아주어도, 카메라를 몰래 팔아버린 형에게서 삼백만 원을 받아 내어도. 이 모든 상황의 연속에도 쾌감은 없다. 왜냐하면 이는 모두 그렇게까지는나쁘지 않은 상황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상황에서 쾌감을 느낄 이는 없다. 그리고 좀 더 현실적으로 생각해본다면, 그럼에도 가난은 계속되기 때문일 것이다. 진상 손님에게 사이다를 한 방 먹여도, 대출을 갚아도, 삼백만 원이 생겨도, 부부는 여전히 내일도 가난할 것이다. 영화가 이것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방식은 바로 음식이다. 음식은 서서히 부부를 갉아먹는 가난을 표상하는 영화적 기표로 사용된다. 관객은 무의식적으로 부부가 먹는 것들에 집중하게 된다. 음식은 가난한 이들이 망설이게 되는 가장 첫 번째 단계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삼겹살, 카페 음료와 회, 나중엔 길거리 꽈배기와 1,990원에 다섯 봉짜리 과자에 이르기까지. 혹시 돈도 없으면서 저렇게 먹어도 되냐고 내심 생각했는가? 그때 영태가 말한다. 보일러까지 아끼진 말자. 삶의 질도 중요하잖아.

 

 

사치의 허들이 낮아진 부부의 삶의 질이 풍요로울 리 없겠지만, 대신 부부는 여유롭다. 그리고 이 여유로움은 아무래도 삶의 공백에서 기인한 것일 테다. 고정된 카메라로 시종일관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공백이다. 두 사람이 동시에 등장할 때는 패닝조차 하지 못하는 카메라는 공백에 익숙해진다. 일자리마저 공백기에 접어든 영화 속 크고 강조된 공백들은 낮잠에 빠진 부부에서 그저 그 자리에 있을 뿐인 주방과 침실까지 이어진다. 풍요롭다고 여유로운 것은 아니다. 또한 풍요롭지 않다고 여유롭지 못할 것도 없다. 이 단순한 진실을 영화가 말하는 방식에 대해 오래 생각한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는 자연스럽게 관객을 노동과 사회 구성원이라는 주제로 천착시킨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회 일원으로서 한몫을 하는 것이 너무 과대평가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노동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동하지 않는 삶이 가치 없는 건 아니니 말이다. 부부의 풍요 없는 여유가 기껍잖다면 노동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노동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비난할 수는 없다. 또한 노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 아니다. 삶을 꾸려가는 방식은 누구나 제각각이다. 모두의 온도가 딱 맞을 때는 없다. 하물며 지하철에도 약냉방 칸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추운 것처럼, 영태와 정희 부부의 온도도 나보다 조금 뜨겁겠거니, 차갑겠거니 하자. 이건 아마 정답이 별로 없는 세상 속 몇 안 되는 정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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