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턴〉 리뷰: 장애와 가족 – 무경험? 그러나 매우 익숙한
*관객기자단 [인디즈] 염정인 님의 글입니다.
스스로를 정상적인 몸이라 절단하며 그렇게 ‘장애’에 다가선다. 한 편으론 동정, 한 편으론 호의. 사실 어떤 마음인지 알기 쉽지도 않다. 몸으로 배운 바가 전혀 없기에 애매모호한 마음으로 장애에 다가선다. 내심 그것이 호의이길 바라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드라마 우영우를 보며 느낀 “장애인도 함께 살아야지”란 마음이 현실 속에선 그다지 이어지지 않는 점을 지적한 만평을 낸 바 있다. 저녁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우영우)를 봐도, 다음날 출근길 전장연 시위를 볼 땐 불편함만 남는다는 거다. 다큐멘터리 〈녹턴〉은 드라마 우영우와 전장연 출근길 시위를 보며 느꼈던 아이러니한 감정을 잇고 있다. 발랄하지 않아도 애틋하지 않아도 그다지 사랑스럽지 않아도, 달라질 건 없다.
〈녹턴〉은 장애를 지닌 형과 함께 사는 어머니, 그리고 동생 은건기 씨의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장애와 천재성, 헌신하는 엄마와 아픔을 공유하는 가족. 편집된 단어와 장면만으로 장애 가족을 전달하지 않는다. 장애인이 시설 밖에서 산다면, 사회에서 살아가고 싶다면 그 몫의 충격은 가족에게 가감 없이 전달된다. ‘정상’적인 몸에게만 규격화돼 있는 사회에선 지하철에 몸을 옮기는 일만으로도 천근만근이다.
가족 모두가 총출동해야만 겨우 한 사람이 살 수 있는 구조. 그 안에서 또 다른 가족의 성원으로 사는 일. 생각해보면 낯설기만 하지도 않다. 그간 독립영화의 장엔 무수한 ‘가족영화’가 등장해 기존의 ‘가족영화’를 해체했다. 치고 박고 싸우다가도 가족이란 이유로 단번에 뭉치는 이야기. 부둥켜안고 서로에게 솔직해지는 이야기에 흠집을 내왔다. 보고 있음 짜증도 나고 리얼한 대사에 진절머리 친다. 우린 진심으로 가족을 싫어할 수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가족’이란 말 안에서 나오는 혈연적 사랑, 헌신적 관계를 포기하고 서로에게 다가서는 이야기도 많다. 가족이 지녔던 의미 없는 권위에 몸을 맡기기보단 내 앞의 ‘너’를 진지하게 탐구하는 자세다. 영화 〈녹턴〉은 사실 그런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에서 장애란 정체성이 결코 무던한 정체성은 아니기에 전면에 내세워지는 게 자연스럽지만 그래도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다. 가족과 장애. 경험해본 것 같으면서도 몸으로 배운 바가 없는 이야기다.
보호자인 엄마가 죽으면 그 책임을 이어받아야 한단 생각, 형을 돌보는 것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 같은데 포기하지 않은 엄마. 〈녹턴〉은 갈등을 마구잡이로 봉합하기보단 긴 시간 속 그래도 서로에게 충직했던 일상을 보여준다. 갈라지고 미워하면서도 나름의 최선을 모두가 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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