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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초록밤〉: 삶과 죽음을 품은 초록빛

by indiespace_한솔 2022. 7. 26.

 

 

 〈초록밤〉   리뷰: 삶과 죽음을 품은 초록빛

 


   *관객기자단 [인디즈] 유소은 님의 글입니다.

 

 

초록빛이 짙게 내려앉은 어둑한 여름밤, 한 가족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는 아버지와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는 어머니, 그리고 오랜 연인과 결혼을 꿈꾸지만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 활동 보조사 아들 '원형'. 특별할 것 없이 단조롭고 무기력한 일상을 이어가던 세 사람은 할아버지의 부고를 접한다.

 

〈초록밤〉은 여러 죽음을 목도한 한 가족의 이야기다. 야간 순찰을 하던 아버지가 어느 고양이의 사체를 발견하면서 위태로운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한다. 그리고 얼마 뒤 할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게 된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은 애도보다는 세속적 마음을 드러내며 아름답지 않은 끝을 장식한다. 이후 할아버지가 살던 집을 정리하러 간 세 가족은 그곳에 홀로 남은 할아버지의 동거인을 마주친다. 그에게 떠나라고 통보한 뒤 다시 돌아온 세 사람은 또 한 번 죽음의 형상을 목격한다.

 

 

삶과 죽음을 대하는 인물들의 태도에서는 경제적 문제가 부각된다. 인물들은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기 위한 결혼식 소식에도, 떠나간 사람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장례식 자리에서도 축의금과 조의금을 먼저 연상한다. 할아버지의 장례식에서는 조의금을 두고 고모들의 소란스러운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고, 함께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은 부조금에서 각자의 몫을 나눌 때뿐이다. 원형의 가족이 마땅히 갈 곳이 없는 할아버지의 동거인을 집에서 내보내는 순간까지도 그러한 이유가 작용한다.

 

 

세 가족은 건조한 관계다. 함께 모여 앉아있어도, 나란히 누워 잠을 청해도 어딘가 거리감이 느껴진다. 특별한 대화가 오가지 않는 가족의 모습은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 없이 그 자체로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으로 보인다. 말이 없는 인물들의 공백은 긴 호흡과 담백한 시선으로 인물들을 비추는 카메라와 스산하고 서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음악, 현실감 넘치는 공간을 재현해내는 미술 등 다른 영화적 요소로 채워진다. 특히 극 내내 프레임을 가득 메우는 초록색은 짙은 어둠에 묻어있기도, 빛에 환히 번져가기도 하며 생명력과 죽음의 기운을 동시에 품고 있어 오묘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완성한다.

 

 

강하게 메시지를 설명하기보다는 덜어내고 비워낸 영상을 통해 보여주는 방식을 선택한 영화는 적절한 여백으로 관객의 몫을 남겨둔다. 여러 감정이 뒤섞여 덧입혀진 초록의 빛깔 아래 우리는 삶과 죽음, 그것을 대하는 태도, 함께하는 사람 등 내면의 이야기를 꺼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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