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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썸머프라이드시네마 2022’ 방효린 배우 인터뷰

by indiespace_한솔 2022. 7. 19.

 

 

 

명랑한 보폭으로 해냈기에 가능한 말과 연기

 썸머프라이드시네마 2022   방효린 배우 특별전 기념 인터뷰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해수 님의 글입니다.

 

 

'방효린 배우 특별전'에 상영된 네 편의 영화엔 모두 통각과 사랑이 삽입되어 있다. 방효린 배우는 그 안에서 배역과 한시도 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작품의 질문과 답장이 오가는 동안, 소녀와 태린과 가람과 지영도 같이 착석해 있다는 들뜬 착각이 일기도 했다. 이는 맡은 인물에 완벽히 흡수되기 위해 배우가 치밀히 접근했기에 가능했다. 여기에는 섹션에 묶인 영화를 준비하던 당시와 지금의 소회가 같이 묶여있다. 특히 ‘포기하지 않는 마음’의 중요에 관해 말하고 사랑은 주위에 너무 많은 것 같다던 환희를 들으며 방효린 배우의 다음에는 연기와 사랑만이 가득하길 바라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썸머 프라이드 시네마 2022’에 배우님의 특별전이 기획되었습니다. 네 편의 계절감은 각각 다름에도 여름만의 기류들과 잘 엮이는 영화라고 느꼈어요. 또 퀴어의 정체성을 지닌 인물도 자연스레 많이 등장합니다. 여러모로 ‘썸머 프라이드 시네마’에 꼭 맞는 영화들이란 생각이 들어 기뻤습니다. 우선 특별전이 열리게 된 배우님의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 특별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너무 기뻤어요. 스무 살 때 찍었던 영화부터 모아서 상영하게 되었고, 저도 되게 오랜만에 보는 작품들이 있는데요. 주변에 지인들도 많이 와주었어요. 예전 작품 속 모습을 보며 ‘아 저 때 저랬구나. 내가 이렇게 영화와 연기를 사랑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기뻤습니다.

 

 

관객으로서도 연도별로 배우님의 작품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영화가 나온 순으로 질문을 드리려 합니다. 〈렛미인〉에서 '소녀' 역을 맡으셨어요. '여자'는 주로 5층 복도에 서 있어서 소파에 앉은 소녀는 고개를 들어 봐야만 해요. 이외에도 소녀는 영화에서 바삐 움직이지만, 상대적으로 여자는 정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래서 소녀의 분주하고 애절한 시선마다 함께 이동하며 동요하게 되었어요. 여자와 대면하게 되는 장면에서 유독 신경 쓰거나 고민하신 지점이 무엇일지 듣고 싶습니다.

 

 = 이 작품은 스무 살 때 저의 첫 영화거든요. 태어나서 처음 찍은 영화라서 사실 어떤 마음을 갖고 연기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는 선배, 후배라는 위치가 중요하고 커 보이잖아요. 같이 연기하신 선배님이 저와 기수도 어느 정도 차이가 나서 긴장도 많이 되고 어렵기도 했고요. 선배님께 폐를 끼치지 말고 시키는 대로 열심히 잘 이행해야겠다는 생각에, 고민했던 부분까지 기억에 남아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네 편의 영화 중 〈렛미인〉은 감정이 치닫는 게 바깥으로 많이 표출된다는 인상이 남았어요. 그러니까 고함, 몸부림 등 큰 동작으로 소녀의 혼란스러운 기분이 표현된다고 느꼈어요. 소녀는 여자에게 분노하면서도 동시에 함께이길 원합니다. 이러한 양면의 기분을 연기하셨는데요. 영화를 관람하시면서 아슬아슬한 상태가 표출된 감정선을 보며 어떤 기분이 드셨는지와 약간은 미스터리한 결말에 관한 배우님의 감상도 듣고 싶습니다.

 

 = 다시 보면서 너무 슬펐어요. 소녀의 마음에 이입이 되기도 했고요. 너무 슬프잖아요. 촬영할 때에도 되게 슬퍼했던 것 같아요. 함께 하고 싶은데 계속해서 거부당하니까요. 계속 우울했어요. 현장에서 대기 중일 때에도 슬퍼서 혼자 울던 기억이 나요. 저는 이 영화의 결말은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둘 다 죽었다고 생각합니다.

 

<렛미인> 스틸컷

 

〈로웰에게〉에선 화성으로 탐사를 가게 된 애인에 대해 낙담하다가 애써 명랑을 다잡으며 응원을 보내는 주인공 태린 역을 맡으셨어요. 멜론빵의 설명을 바꾸고 우주 탐사에 관한 정보를 읽는 장면을 보며 태린은 어려워도 맞서 보려는 자세를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님께서도 버거운 상황을 마주할 때 태린과 흡사한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아니라면 일상의 크고 작은 막막들을 어떤 방식으로 밀고 나아가시나요?

 

 = 저는 사실 스트레스 같은 걸 잘 안 받는 성격이기도 하고요, 있어도 별로 어렵게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아요. 어려운 일이 물론 있었겠지만 딱히 버거운 상황을 마주한 기억이 최근에는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이겨내는 것 같아요, 쉽게쉽게.

 

 

〈렛미인〉 〈저 ㄴ을 어떻게 죽이지?〉에도 비일상의 소재가 등장했지만, 〈로웰에게〉는 유독 환상 요소가 귀엽게 활용된 영화라고 느꼈어요. 우주복을 입은 영이 나타나는 장면마다 웃으며 보았어요. 배우님은 이렇듯 환상이 가미된 상황의 연기를 하실 때 가장 염두에 두는 지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출연하신 작품처럼 독특한 환상이 든 작품을 즐겨 보시는지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 일단 로웰에게는 빵집에서 영이가 우주복을 입고 나타날 때, 저도 그 촬영 현장을 보았어요. 영이 역의 배우가 우주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걸 지켜보았고, 그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다른 영화에서도 판타지적인 상황을 연기할 때는 상상을 많이 하고 사전에 감독님이랑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상상하는 것을 도와주실 수 있는지 여쭤보고 이런저런 요청을 드리는 편이에요. 저 역시 독특한 환상이 든 작품 굉장히 좋아하고요. 판타지 너무 좋아해요. '해리포터' 팬이에요. 넷플릭스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도 너무 좋아해요.

 

 

이제  〈구름이 다소 끼겠습니다로 넘어가겠습니다. 시니컬한 화법을 유려하게 구사하셔서 앞서 언급한 두 편과 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어 좋았어요. 이 영화엔 청소년기의 세 친구가 나오고 전학을 앞둔 가람에게 슬이 고백을 하는데요. 가람의 집까지 찾아온 효은에게 하는 대사엔 퀴어인 친구에게 상처가 되는 말이 많습니다. 한국퀴어영화제의 GV에서 그만큼 감독님과 대사에 관해 많은 상의를 거쳤다는 문답을 나누셨어요. 영화에서 가장 고조되는 장면, 제가 예시로 뽑기로는… 가람과 효은이 대립하는 장면인데요. 이를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쓰신 지점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 저도 그 장면이 가장 감정이 고조되는 장면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영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영화가 전반적으로 잔잔하다가 그 부분에서 감정이 고조된다고 느꼈거든요. 그래서 어느 정도로 표현을 해야 영화에 잘 맞고 전체적인 흐름에 묻어갈 수 있을까 고민이 됐어요. 그래서 감독님께 많이 물어봤고요. 대본 리딩 자리에서 이 장면을 여러 번 연습해보았는데 마음에 안 드는 거예요. 현장 가기 전까지 걱정이 되게 많았어요. 우선 현장에서 나오는 대로 해봤는데 그게 한 번에 오케이가 된 거예요. 영화를 다시 봤는데 제 마음에 드는 것 같더라고요. 좋았습니다.

 

 

그다음에 이어지는, 가람이 명찰을 줍고 약간의 후회를 가진 표정과 연결이 잘 되어서 좋았습니다. 네 영화 모두 납득하지 못하는, 혹은 진실을 알고 있음에도 응하고 싶지 않아 하는 상태를 지나는 인물을 연기하셨어요. 영화를 보면서 배우님의 그 믿기 어렵다는 유의 표정을 지으시면 덩달아 그 기분에 흡수되어서 같이 의문을 나누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혼란한 상태를 거쳐 가는 중인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배우님은 어떻게 캐릭터에 접근하는 편인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 일단 저는 연기하는 순간 캐릭터와 굉장히 똑같아지고 싶은 사람인 것 같아요. 완벽히 이해하고 싶고, 시나리오를 볼 때도 지문 하나하나 다 이해한 뒤 넘어가고 싶어요. 캐릭터랑 일치하고 싶은 것 같아요. 그래서 말투나 의상, 헤어에도 간섭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감독님이 생각하는 캐릭터와도 일치하고 싶어서 많이 묻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번에 상영된 네 작품에도 캐릭터의 외면 같은 것에 본인의 의견이 반영된 부분이 있을까요?

 

 = 〈로웰에게〉에 입고 나오는 의상은 거의 다 제 옷이에요. 집에 있는 옷을 다 꺼내서 캐리어를 세 개씩 끌고 갔던 기억이 나요. 〈구름이 다소 끼겠습니다〉의 가람이의 가르마 탄 단발도 제가 의견을 냈고 〈저 ㄴ을 어떻게 죽이지?〉에서도 옷과 신발이 제 것이었어요. 스카프 같은 소품에도 아이디어를 냈고요.

 

 

인물이 가졌을 법한 습관에 대해서도 상상을 하시는 편인가요?

 

 = 네, 혼자 상상해서 쓰길 되게 좋아해요. 영화에 나오지 않는 부분들까지요. 가족관계도 마음대로 지어보고, 성격도 만들어보고, 감독님께도 여쭤보고요. 탈락되는 것도 당연히 많지만 그런 부분이 재미있어서 하는 것 같아요.

 

<저 ㄴ을 어떻게 죽이지?> 스틸컷

 

그런 노력이 켜켜이 쌓여서 너무 멋진 작품들이 나온 것 같습니다.  〈저 ㄴ을 어떻게 죽이지?〉에는 놀이 방식을 차용한 장면들이 나와요. 안대를 쓰고 손뼉 치기를 하거나 사냥 역할 놀이를 하죠. 통쾌함을 부르는 반전도 나와 보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이 각본의 반전이 되는 지점을 읽으신 다음 어떤 감상을 받으셨는지, 여전히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 처음 이 시나리오를 보고는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는 시나리오가 있지? 이 감독님은 누구실까?’ 싶었어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럼 이거 한입에 다 넣어봐요.”와 “경천 씨는 엄마 없어요?” 이런 대사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이 영화( 〈저 ㄴ을 어떻게 죽이지?〉)를 통해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연기상을 수상하셨어요. 축하드린다는 말씀을 늦게나마 드리고 싶고요. 영화에 등장하는 지영은 마주하는 인물마다 다 다른 높낮이와 말투로 대해서 무척 흥미로웠어요. 연기상을 수상하신 소회를 지금 시점에서 한 번 더 여쭤보고 싶고요. 상영된 네 편의 영화 모두 결코 잊히지 않을, 개성 있는 배역인데요. 새로이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역할이 있으신지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 연기상 받았을 때 정말 기뻤고요, 지금까지도 기뻐요. 아마 이 사실을 떠올리면 계속해서 기쁠 것 같아요. 영화를 엄청나게 사랑했던 마음들이 떠올랐어요. 상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하고 싶은 장르나 역할은, 아직 안 해본 연기가 너무 많은데요. 시트콤 장르를 너무 해보고 싶어요. 범죄자 역할도 해보고 싶고요. 액션도 해보고 싶고, 너무 많아요. 다 할 수만 있다면 해보고 싶습니다.

 

 

꼭 모두 배역으로 만나 뵐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까 판타지 시리즈물을 좋아하신다고 했으니 그런 장르에 나오셔도 너무 근사하실 것 같아요.

 

 = 오, 정말요? 마법을 다루는, 히어로물도 하고 싶어요.(웃음)

 

 

세 편의 영화, 〈렛미인〉, 구름이 다소 끼겠습니다,  〈저 ㄴ을 어떻게 죽이지?〉에는 퀴어인 인물이 나오고 작품 대부분에 아픔을 감각하는 인물의 서사가 세밀하게 등장해요. 섬세한 영화에 출연하시는 선택이 무척 반가웠고 좋았습니다. 작품을 고르는 배우님만의 기준이 있으신지도 궁금해요.

 

 = 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상상이 잘 되고, 이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저 ㄴ을 어떻게 죽이지?〉에서 지영이란 인물은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운 인물 같거든요. 통통 튀는 성정이기도 하고요. 지영이란 캐릭터는 보셨을 때 바로 이해가 되셨나요?

 

 = 아니요. 그럼에도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악역 같은 인물인데 제가 한 번도 이런 역할을 맡아본 적이 없어서 재미있었어요. 저만의 방식으로 연기를 하고 싶어서 대사도 제 스타일로 많이 바꾼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린 “한입에 넣어봐요.”, “엄마 없어요?” 이런 대사도 제가 넣은 거예요. 이런 식으로 제안하다 보니까 지영은 엉뚱하고 미스터리 한 인물이 되어 있더라고요. 그게 저랑 좀 비슷한 것 같아요. 지영이를 저로서 생각하다 보니까 그런 아이가 되었어요. 저랑 가장 비슷한 인물인 것 같아요. 서지환 감독님이 아이디어 수용을 잘해주시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게 해 주셔서 맘껏 해볼 수 있었어요.

 

왼쪽부터 방효린 배우, 장성란 영화 저널리스트 (제공=서울국제프라이드시네마)

 

배우님의 특별전에 묶인 영화들엔 모두 사랑이 분명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배우님이 생각하시는 사랑을 발견하게 되는 찰나가 언제인지 여쭤보고 싶어요.

 

 = 저는 매 순간 느끼는 것 같아요. 오늘 꽃을 선물해주신 것에서 사랑을 느꼈고요. 이렇게 저의 회사 분들이 같이 와주신 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어린아이들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아이들만 봐도 너무 사랑을 느껴요. 버스가 출발하려는 찰나 달려온 승객을 위해 기사님이 한 번 더 문을 열어주신다거나,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도요. 사랑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일상의 기척들을 꼼꼼히 잘 발견하시는 것 같아요. 배우님께서 연기를 지도하신 경험이 많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개된 후기만 읽어보아도 영화들의 결처럼 섬세하고 멋진 선생님이시란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연기를 가르치시며 가장 염두에 두는 연기의 자세 혹은 마음가짐은 무엇인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 오늘도 저에게 연기 수업을 받았던 학생들이 많이 와주었어요. 가장 일러주는 자세는 포기하지 않는 마음인 것 같아요. 계속하는 거요. 혼자 연기를 하면 재미도 없고, 지루하고, 봐주는 사람도 없어서 되게 하기 싫거나 어려울 때가 생겨요. 그럼에도 언젠가는 꼭 할 수 있을 거라 믿으며 계속 도전하고, 기다리고, 연습하고, 노력하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고요. 

 

 

사실 포기하지 않는다는 게 가장 어려운 거잖아요.

 

 = 맞아요.

 

 

그 마음을 염두에 두어 가르치시고 계속해나가신다는 게 멋있어요. 앞으로도 여러 작품에서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연기 계획, 바람에 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 감사합니다.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제작한 장편영화를 한 편 찍었고 지금 편집 단계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임오정 감독님의 지옥만세라는 작품인데요. 개봉하면 많이 봐주세요. 처음으로 장편 작품의 주연을 맡아서 재미있었고, 또 어렵고 대단한 일이라는 것도 배웠습니다. 저도 지금처럼 포기하지 않고 하려고요. 바람은, 연기를 꾸준히 즐겁게 잘하고 싶습니다. 다음에 또 뵐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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