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얼굴’에 담긴 소리 없는 진심에 대해
〈니얼굴〉 인디토크 기록
일시 6월 24일(금) 오후 7시 상영 후
진행 주윤정 교수 (부산대학교 사회학과)
참석 서동일 감독┃정은혜 작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임나은 님의 글입니다.
“아, 그림 그려주시는 건가봐?”라는 질문에 “네, 니 얼굴.”이라고 유쾌하게 답변하는 작가가 있다. 양평에 위치한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사람들의 얼굴을 그려주는 캐리커처 작가 은혜 씨의 이야기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은혜 씨는 조금은 느려도 누구보다 행복하게, 누구보다 열심히 사람들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화폭에 담는다. 삐뚤빼뚤하지만 진심이 담긴 그림 한 장은 창의적이고 광활한 그의 세계를 사회와 연결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수단으로써 작용한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쓱쓱, 거침없는 연필 한 자루만 있으면 우리는 모두 이어진다.
주윤정 교수(이하 주윤정): 정은혜 작가님과 서동일 감독님 모시고 한 시간 정도 같이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궁금했었던 것을 은혜 작가님과 서동일 감독님께 먼저 질문하고요. 오픈 채팅으로 질문을 주시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부분들을 정리해서 같이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은혜 작가님께 질문을 드려볼게요. 4천 장의 그림. 굉장히 많이 그림을 그리셨잖아요. 사람도 그리고, 동물도 그리고. 많이 그렸잖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얼굴은 어떤 얼굴인가요?
정은혜 작가(이하 정은혜): 손님 얼굴도 있고, 또 어른들 얼굴. 소중한 얼굴, 행복한 얼굴들 그려요.
주윤정: 행복한 얼굴들이 많이 있었어요?
정은혜: 있었죠, 많이.
주윤정: 영화에서 계절과 시간이 흘러가는 게 보여서 정말 좋았는데요. 추울 때도 있고, 더울 때도 있었잖아요. 너무 춥거나 더워서 가기 싫은 적은 없었나요?
정은혜: 가기 싫은 건 전혀 없었어요.
주윤정: 그러면 항상 가고 싶었어요?
정은혜: 가고 싶은 게 아니라, 눈을 보면서 그림을 그려야 하니까 그게 제일 중요해요.
서동일 감독(이하 서동일) : 제가 가기 싫을 때가 있었습니다.(웃음)
주윤정: 그런데 양평이 겨울에 상당히 춥지 않던가요? 여름에도 꽤 덥잖아요.
서동일: 춥죠. 그냥 견뎠어요. 달리 방법이 없으니까 난로 하나 켜놓고. 죽지 않을 만큼.(웃음)
주윤정: 제가 사회학자다 보니까 약간 어두운 면, 암울한 면을 좀 찾고 싶은데 너무 긍정적이신데요?(웃음) 그러면 하나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힘든 일이나 싸운 적은 없었어요?
정은혜: 싸웠던 일도 없었고 별로 힘들지도 않았어요.
주윤정: 알겠습니다. 아버지이자 감독이기도 한 서동일 감독님의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싸우거나 힘들거나 하는 갈등이 없으면 사회가 아닌데요.(웃음)
서동일: 싸웠던 건 없었고, 가끔 환불을 요청하시는 경우들이 좀 있어서 아내가 좀 속상해했죠.
주윤정: 촬영하다 보면 ‘이건 찍어야 하는데’ 하는 예술가의 본능과 ‘이럴 땐 개입을 해야 하는데’ 같은 아버지의 본능이 왔다 갔다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돈 계산하는 장면도 물론 너무 재미있게 봤지만, 자칫하면 긴장감이 생기는 그런 순간이잖아요. 감독과 아버지의 역할이 충돌하신 적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서동일: 아내와 은혜 씨랑 같이 있을 때는 아내가 보조 역할을 해주니까 특별히 제가 걱정할 부분은 없었어요. 그런데 아내가 저한테 일거리를 주면 그사이에 뭔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그런 경우 가끔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죠. 그렇게 은혜 씨 엄마가 열심히 보조하니까 은혜 씨가 공주처럼 받아들인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는데요. 엄마가 없을 때 어떻게 하는지 지켜봤더니 아슬아슬하지만 혼자서 스스로 해내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도 좀 놀랐어요. 은혜 씨는 주어진 일, 자기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다하는 기본적인 자세가 있는 것 같아요. 뜨거운 열기, 추운 강바람을 맞으면서도 내가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여기서 그림을 그려야 된다는 생각 하나로 버티고 그린 것 같더라고요.
주윤정: 어떻게 보면 가족이 구성원들의 얼굴을 가장 알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저도 학교 선생님이 우리 딸이 어떻다고 말씀해주실 때 깜짝 놀랄 때가 많거든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촬영을 통해 은혜 씨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셨잖아요. 그런 식으로 직업적인 방식으로 접근했을 때, 물론 돌봄의 감정을 어느 정도 갖고 보시겠지만, 찍으면서 발견하게 된 또 다른 모습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서동일: 사실 저희는 은혜 씨의 현재 모습을 상상 못 했어요. 꿈꿀 수조차 없었어요. 이전의 은혜 씨는 방구석에서 문을 닫고 혼자서 뜨개질만 했거든요. 밖에 나갔다 오기라도 하면 외모에 대해 받는 불편한 시선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밤마다 상상의 친구들을 불러내서 싸움도 걸고 소리도 지르기도 했죠. 우리 부부도 지쳐 있는 상황에서 계속 소리를 지르니까 정말 암담하더라고요. 그런 나날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기대가 없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그림 하나로 사람을 만나면서 소통하고 관계를 만들어가고 확장하면서 그 안에서 자기가 중심이 돼서 의젓한 은혜 씨가 되어가더라고요. 그런 변화를 발견하는 것 자체가 작업의 맛이었던 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저희도 은혜 씨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어떻게든 바꿔야 한다,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든 비장애인과 가까워진 삶을 살 수 있게끔 해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던 거죠. 존재 자체를 그대로 인정하거나 내면의 힘을 전혀 들여다보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서 은혜 씨가 자기를 증명하고,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그것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찍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희도 미처 몰랐던 은혜 씨만의 개성, 위트, 자신감 같은 매력이 보이기 시작했던 거예요. 그때 감독 입장으로서도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가 내 옆에 있었네. 내가 내 곁에 두고 있었네. 이 캐릭터를 잘 살리면 좋은 작품이 될 수 있겠네'라는 생각을 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영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주윤정: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으면 관객분들이 참 많이 웃게 되거든요. 은혜 씨가 보여주는 행복 같은 것들 때문에요. 감독님이 삶을 공유하지 않았다면 귀한 은혜 씨의 표정을 볼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구성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요. 영상을 몇 시간 정도 찍으셨나요?
서동일: 4-500시간 정도 찍었습니다. 촬영만 따지자면 이전에 했던 작품들에 비해서 훨씬 수월했습니다. 이전에는 제가 갈등의 현장에 뛰어들어서 몇 년씩 찍어야 했는데, 이번 작품은 이동할 필요 없이 한 곳에서 반복적으로 은혜 씨가 그림 그리는 과정을 찍으면 되니까 쉬어가는 느낌으로 찍었죠. 그런데 막상 또 편집하려니까 특이한 사건이나 갈등이 없는 반복적인 일상이더라고요. 이것을 어떻게 지루하지 않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처음에는 은혜 씨의 개인적인 이야기에 사회적인 의미를 연결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내가 부모 단체에서 사회운동을 하면서 장애인 관련 정책을 요구하는 모습들을 넣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런 장면을 집어넣고 보니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은혜 씨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주자고 판단했죠. 은혜 씨를 중심에 두고 그의 매력, 긍정의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장애를 이야기하거나 장애인이 등장하는 다큐멘터리는 많이 있지만, 주로 사회적, 구조적 모순을 비롯해서 차별과 억압, 상처와 소외가 등장하고 불안정해서 누군가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수동적인 존재로 다뤄지더라고요. 그보다는 은혜 씨가 할 수 있는 표현을 생생하고 주체적으로 보여줘서 ‘정은혜’라는 매력 있는 존재를 관객분들과 만날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편집했습니다.
주윤정: 맞습니다. 보호하고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분들이 가진 삶의 힘, 에너지, 생명력 같은 그들의 매력을 바라보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을 감독님과 은혜 작가님이 작품을 통해 소중히 보여주지 않았을까 싶어요. 지금 채팅방 질문들이 좀 있는데요. 올라온 글들을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은혜 작가님, 오늘도 여전히 예뻐요. 오늘 원피스도 아주 예쁘시네요’라는 말이 있네요.
정은혜: 그건 엄마 닮아서 예쁜 거예요. 한진희 씨가 옷을 줬어요.
서동일: 오늘 특별히 은혜 씨 작업실에서 오셨거든요. 열두 명이 근무하는 직장인데요, 동료 작가들과 부모님들, 선생님들 오셔서 선물도 준비해주셨습니다. 은혜 씨 드레스도 네다섯 벌 준비해주고 가셨어요.
주윤정: 작업실 이야기는 이따가 차차 여쭤보도록 할게요. 어떤 분이 ‘엄마와 은혜 작가님 대화를 보니 저와 우리 딸의 대화와 똑같네요. 완전히 공감합니다’라고 해주셨어요. 엄마와 딸의 관계는 사랑과 미움이 있는 관계죠, 그렇죠?
정은혜: 글쎄, 잘 몰라요.(웃음)
주윤정: 은혜 작가님 그림과 연기에 이어서 댄스에도 관심 많으시냐는 질문이 있는데요. 댄스 얘기해주실까요?
정은혜: 저는 그냥 기분이 좋을 때 추기도 하고 안 좋을 때 추기도 해요. 연기는 '우리들의 블루스' 할 때 선배님들이랑 같이 연기를 했죠.
주윤정: 김미경 서촌 작가님이랑 같이 있으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였는지도 여쭤보시는데요. 김미경 작가님 이야기하니까 벌써 은혜 작가님 표정부터 바뀌고 계세요.
정은혜: 2016년부터 같이 그리기 시작했는데요, 바닷가에서 같이 춤도 추고 시간을 보내는 순간이 너무 행복했습니다.
주윤정: 은혜 작가님이 커피 마니아라고 되어있는데, 어떤 커피를 제일 좋아하시나요?
정은혜: 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좋아합니다.
주윤정: 은혜 작가님은 "단호박"인 것 같아요. 모든 것에 대해서 단호해요.(웃음) 그리고 요즘 인기. 본인이 인기가 있다는 것. 그놈의 인기 실감하시나요.
정은혜: 네, 그렇죠. 요즘 길에서 사람들이 많이 알아봐요. 어제도 알아보고. 식당이나 선거할 때도 알아보시고. ‘이영희다, 영희다’ 이러시면서 사인도 해달라고 하고 사진도 찍어달라고 해요.
주윤정: 어떤 분이 또 질문을 주셨네요. ‘여태까지 그림을 참 많이 그리셨는데 그중에 소중한 얼굴이 있었다고 하셨잖아요.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소중한 얼굴, 예쁜 얼굴은 어떤 얼굴일까요.’
정은혜: 멋진 얼굴, 사랑스러운 얼굴, 귀여운 얼굴들인 것 같아요.
주윤정: 다른 질문도 읽어볼게요. ‘잘하고 싶은데 잘 안될 때도 있잖아요. 물론 연기는 타고난 재능이니까 잘하신 것 같지만요. 하지만 우리가 살다 보면 열심히, 잘하고 싶은데 잘 안될 때가 있을 땐 어떻게 하시나요.’
정은혜: 저는 잘하고 싶은 게 아니라 자신감이 있어요. 타고난 자신감이 있는 것 같아요.
주윤정: 감독님께도 질문이 있는데요. 부모 입장에서 사실 자식을 기다린다는 것이 속이 터지는 일이거든요. 저도 잘 아는데요. 그럼에도 그렇게 기다릴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었는지 질문 주신 분이 계시네요.
서동일: 무언가를 잘라야 할 때 도구로 칼이 필요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은혜 씨가 사람과 소통하고 싶은데 언어적 소통이 어려우니 그림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소통을 한 거죠. 제가 만약 카메라를 안 들었다면 '내가 은혜 씨의 존재를 그렇게 바라봐 줬을까, 들여다봤을까' 싶기도 해요. 저는 카메라라는 도구를 가지고 관찰자의 입장에서 의도적으로 은혜 씨의 생각이나 행동, 의지를 의식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무언가가 나오기를 기다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무언가를 투영하는 도구들이 각자에게 좀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주윤정: 음악이 너무 좋다고 말씀해주신 분도 계세요. 음악은 어떻게 정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은혜 작가님의 비언어적인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상당히 많은 장치를 활용하신 것 같기도 한데요. 음악 선택에도 그런 이유가 담겨 있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관련해서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서동일: 음악 감독님이 따로 계세요. 베르다 마로(Verda Maro)라고, 외국인은 아니고요. 본명은 ‘김순미’인데요. 저랑 계속 작업을 쭉 해오셨던 분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믿고 맡겼던 것이고요. 그런데 처음에는 너무 착한 음악들을 가져오셔서 착하지 않은 음악을 만들어달라고 부탁을 드렸죠. 그랬더니 고민을 정말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 고민의 산물이 바로 이 좋은 음악들인 것 같아요. 제 요구대로 만들어주셨습니다.
주윤정: 문호리 리버마켓과 관련된 질문도 많이 있어요. 어떤 분이 은혜 작가님이 그림을 그리기 전과 후로 본인이 많이 변화했는지 물어보시네요.
정은혜: 많이 바뀌었어요. 그림을 그리는 속도도 한동안 천천히 그리다가 빨라졌고, 실력도 늘었어요. 가격도 올랐어요.(웃음)
서동일: 처음에는 오천 원으로 시작했었는데요. 두 시간이 걸렸어요. 그러니까 하루에 네 장 정도 그리면 이만 원을 벌잖아요. 우리 셋이 나가 있으면 밥값만 해도 삼만 원인데. 그런데 지금은 오만 원을 불러도 손님들이 주문을 못 해서 난리예요.(웃음)
주윤정: 이 밖에도 여러 질문을 주셨는데요. 이 이야기들을 저희가 모두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아까 말씀하신 작업실 이야기, 그리고 은혜 씨의 앞으로의 계획 같은 것을 여쭤보면서 자리를 정리할까 싶습니다. 은혜 작가님은 앞으로 무엇이 되고 싶나요?
정은혜: 저는 작가고 되고 싶은 게 없어요. 그냥 엄마처럼 나이를 먹어가면서 오래오래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8월 23일부터 30일까지 전시회 할 예정이고요. 포옹 전시회니까 사람들을 만나고 포옹하는, 그런 전시를 할 겁니다. 아는 사람들, 오랜만에 만나서 아주 반가운 사람들이 나와요.
서동일: 은혜 씨가 4천 명의 그림을 그렸잖아요. 다 직접 만나서 그린 거예요. 만난 순간을 찍어서 그 순간의 표정을 그린 거거든요. 근데 가만히 그 사진들을 보니까 포옹하는 사진들이 꽤 있더라고요. 은혜 씨 키가 작아서 상대방 품에 꼭 안기는 형태의 포옹 장면이 많이 있길래 그런 그림들을 모아 포옹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시회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주윤정: 전시를 비롯해서 은혜 씨만의 삶의 방식을 계속 만들어 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것을 위해서 서 감독님과 장차현실 선생님께서 예술을 노동의 방식으로 만들기 위해 부모 연대 활동을 포함해 여러 노력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부분을 조금 소개해주시면서 후속 다큐멘터리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서동일: 저희는 발달 장애인의 예술을 언어적으로 소통이 어려운 이들이 비언어적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자기만의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소통의 다른 감각이라고 보는 거죠. 그래서 이 예술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혼자서 살아갈 수 없잖아요.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는 것이고 그래야 의미가 있죠. 그런데 발달 장애인들은 개별적인 존재인 것처럼 무시되고 방치되는, 혼자만의 세계에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은 은혜 씨에게 12명의 동료 작가들이 있어요. 매일매일 한 공간에서 만나 그림을 그려요. 이분들에게는 월급이 주어집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을 노동으로 인정해달라고 저희가 요구했고, 최저시급으로 적용이 돼요. 현재 최저시급 적용 예외 대상이 있어요. 발달 장애인을 포함해서 장애인들을 고용하면 기업주가 이분들을 한 달 내내 죽어라 일을 시키고 5만 원, 10만 원을 줘도 불법이 아니에요. 저희는 이 예술 활동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소통의 역할을 도구라고 생각하고, 이들이 사회로 나와서 비로소 사회적 존재로 나아갈 수 있는 징검다리라고 판단해서 활동을 노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어요. 공공의 어떤 관점으로 지원금이 투자돼서 이런 일자리가 확대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요. 새로운 패러다임의 노동 현장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지금의 저는 은혜 씨를 포함한 동료 작가들의 직장 생활을 시트콤 형식의 다큐멘터리로 만들려고 준비 중입니다. 은혜 씨를 포함해서 동료 작가분들, 함께 하시는 분들도 은혜 씨만큼 굉장히 개성이 강해서 재미있거든요. 내년 완성을 목표로 제작 중입니다.
주윤정: 네, 말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은혜 씨가 이렇게 와주신 관객분들께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은혜: 이렇게 오셔서 제 영화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주윤정: 함께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하고요. 오늘의 관심과 감동 잊지 마시고 오랫동안 간직해주세요. 우리 은혜 씨를 계속 기억하고 관심 가져주기를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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