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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인디돌잔치 〈정말 먼 곳〉 인디토크 기록: 우리 정말 먼 곳으로 가자

by indiespace_한솔 2022. 4. 19.

 우리 정말 먼 곳으로 가자 

인디돌잔치 〈정말 먼 곳〉 인디토크 기록

 

일시 3 29(화) 오후 7

참석 배우 강길우, 홍경, 이상희

진행 이은선 영화저널리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예본 님의 글입니다

 

 

영화 개봉 후 일 년. 작품을 아끼는 사람들이 모여 기념일을 축하하고 품어두었던 이야기들을 꺼냈다. 각자 전혀 다른 것을 느꼈다 하더라도, 우리는 함께 정말 먼 곳에 가고 있다. 그 여정의 일부였던 정말 먼 곳GV의 기록을 전한다.

 

 

이은선 영화저널리스트(이하 이은선): 오늘 오신 관객 여러분들께 인사 한 마디씩 하면서 시작할까요?

 

강길우 배우(이하 강길우): 안녕하세요. 강길우입니다. 좋은 날 이렇게 시간 내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좋은 시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홍경 배우(이하 홍경): 오랜만에 다시 보는 것 같아서 너무 반갑고 한 편으로는 분명히 그때가 마지막이 될 것 같았는데, 그래서 별말을 다 했던 것 같은데, 뭔가 쑥스럽네요. 또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상희 배우(이하 이상희): 안녕하세요. 이상희입니다. 인디돌잔치라는 이름으로 저희의 생일을 함께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오늘 재미있는 시간, 함께 즐기는 시간 보내고 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이은선: 인디돌잔치 같은 자리가 진행자에게도 굉장히 부담되는 자리입니다. 왜냐하면 이미 굉장히 많은 이야기가 나온 영화를 가지고 시간이 지나서 다시 이야기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어떻게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나눠야 할까 고민을 많이 하기 때문인데요. 일단 여기 계신 세 분을 믿고 시작을 해보도록 할게요. 박근영 감독님이 오늘 자리를 함께하지 못하셨는데, 강길우 배우께 전하신 메시지가 있다고 들었어요. 감독님이 지금 어디에 계시죠?

 

강길우: 감독님은 지금 런던에 계세요. 정말 먼 곳이라는 영화로 초청을 받으셔서 영화제에 계시고 들은 얘기로는 굉장히 반응이 좋대요. 아주 코미디 영화를 보듯이 깔깔대면서 보시다가 또 마지막 장면에서는 같이 펑펑 울고. 반응이 굉장히 좋다고 전해주셨습니다.

 

 

이은선: 시간이 흘러서 다시 만나게 된 팀에게 드리는 질문이기도 하고, 특히 인디돌잔치 같이 영화를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에서 꼭 드리는 질문인데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다음에 알게 되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혹은 그때보다 더 모르는 게 있기도 하죠. 정말 먼 곳이 개봉한 지는 1년이 되었고 촬영한 지는 3년 정도가 되었잖아요. 지금 이 작품을 생각하면 영화와 캐릭터에 대해 더 알게 되는 게 있을 것이고 더 멀어졌다고 느끼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어떤 게 다른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데요.

 

이상희: 저는 그 당시에 이 영화의 이야기가 너무 좋았고 은영이라는 인물을 정말 하고 싶었어요.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에 시야가 좁아진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만약 지금 다시 한다면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조금은 편안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요. 그런데 이게 그때의 저이기도 하고 그때의 제가 만난 영화이기도 하니까. 저라는 사람의 시간은 흘러가지만 영화 속의 나는 그대로 있잖아요. 그래서 좀 부족해도 그게 좋은 것 같아요. 그때가 떠오르기도 하고, 생소하기도 하고. 이렇게 오랜만에 다시 영화를 통해서 만나는 자리가 있으면 기쁘고, 조금 쑥스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이은선: 시야가 좁았다고 생각하신 건 예를 들면 어떤 부분인가요?

 

이상희: 은영이를 잘 표현하고 싶은 마음에 이 친구의 마음속을 파고파고 파다 보니까.. 사실 우리가 살면서 힘든 일을 겪었을 때 늘 힘들지만은 않잖아요. 순간순간 느껴지는 많은 감정들이 있을 텐데 이 영화를 찍으면서는 이 감정을 놓치면 안 된다라는 생각 때문에 예상치 못하게 좋았던 순간들을 놓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홍경: 이 시점에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우리 현장만큼 좋은 현장을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거예요. 다른 현장이 안 좋았다는 게 아니라 정말 먼 곳현장이 그만큼 행복했어요. 한 달 동안 이렇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과 일을 한다는 것, 그리고 내가 의지할 수 있다는 게 되게 큰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말을 하기는 좀 조심스럽지만 상희누나나 길우형이나 저나 뭘 많이 하려는 느낌보다는 순간에 충실하고, 그 순간에 존재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것들이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너무 떨리네요.

 

강길우: 저도 상희누나처럼 그땐 잘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진우가 상대해야 되는 인물들이 제게는 좀 부담이었거든요. 많기도 하고, 그런 표현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진우라는 인물한테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 내가 연기하는 진우라는 사람의 마음에 조금 더 집중을 할 걸. 그땐 진우가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더 집중을 했던 것 같거든요. 그래서 좀 미안하고 짠한 마음이 남아요.

 

 

이은선: 그런데 생각해보면 진우는 관계 안에서 마음이 생기는 인물인 것 같기도 해요. 가장 많은 인물과 접점을 가지기도 하고, 어떤 인물이 진우에게 나타나서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리액션이 나와야 하잖아요. 그러니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영화를 저도 오랜만에 다시 봤어요. 제가 이 영화를 정말 좋아했고, 이후로도 꾸준히 좋아하고 있는데 다시 봐도 정말 좋더라고요. 관객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셨겠지만,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들이 제게도 있었어요. 그중 하나가 뭐냐면 영화의 컷이 거의 나눠지지 않잖아요. 관조하듯이 카메라가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데 지난해에도 그것까지는 인식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 보면서는 카메라가 움직이지 않고 컷을 잘게 쪼개지 않는다는 건 배우들로 하여금 카메라를 마주하는 중압감과 시간을 견디는 힘이 더 요구된다는 뜻이더라고요. 오늘은 감독님이 안 계시니까, 그 방식이 편한 배우도 있지만 편하지 않은 배우도 있잖아요. 오랫동안 카메라 앞에서 캐릭터로서 움직임을 보여줘야 했던 작업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이상희: 저는 그 방식을 편안해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한 번 불안했던 순간이 있었는데요. 장례식 장면을 찍을 때 이렇게 넓은 앵글에서 이 마음이 담길 수 있을까? 그런 불안이 있었어요. 감독님은 충분하다고 생각하셔서 감독님이 원하시는 방법으로 찍으셨고, 제가 혹시 모르니까 가까이서 한 번만 따달라고 해서 그렇게도 찍어주셨어요. 저의 몫은 소스를 남기는 것 까지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현장에서 제 말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너무 고맙게도 저라는 사람을 위해서 그냥 한 번 더 찍어줬어요. 길우도 그 힘든 연기를 한 번 더 해줬고요.

 

강길우: 아휴 그때 감독님이랑 (이상희 배우랑) 둘이 얘기하느라 한 2시간인가? 너무 열띤 토론을 하니까 끼어들지도 못하고 마냥 기다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상희: 누가 강길우 배우한테 쟤네 왜 저래?’라고 물었더니 강길우 배우가 몰라요.’(웃음) 그렇게 열렬히 토론했어요. 그래서 미안한 부분이 있기도 해요. 제가 그 장면을 불안해했다는 점이 미안하기도 했고. 이런 부분에서 시야가 좁아져 있었던 것 같아요. 잘 담길 수 있을까, 이렇게 큰 앵글에서 나는 표현해낼 자신이 없는데 조금 편안했으면 아마 더 좋은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이은선: 아무것도 안 했으면 지금까지도 마음에 무언가가 남아있을 수 있는 거잖아요. 아마 박근영 감독님도 그걸 아시기 때문에 현장에서 그렇게 한 번 더 촬영을 한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홍경너무 좋은 질문 같아요. 이런 얘기 하는 거 되게 좋아하거든요. 개인적으로 컷이 많아서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 것들이 지속되는 영화를 보는 걸 힘들어하는 타입이라서 물론 그런 영화 중에도 정말 좋은 작품도 있지만요. 그런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자꾸 생각할 지점이 없어진다고 느끼거든요. 실제로 연기를 하면서도 좋은 이유가 뭐냐면, 더블액션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것?

 

이상희: 너무 공감해요.

 

이은선: 현장에서 더블액션을 요구받는다고 하는 건, 컷의 위치가 바뀔 때 똑같은 연기를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촬영 후 숏을 편집해서 이어 붙이는 방식이에요. 대화를 하는 장면이라면, 카메라가 저도 한 번 찍고 상대방도 한 번 찍어야 하잖아요. 그렇게 액션을 여러 번 해야 되는 경우가 현장에서 생기는데 이렇게 카메라를 고정하고 공기까지 다 담아버리는 방식으로 촬영을 하게 되면 더블액션에 대한 부담이 확실히 줄죠. 강길우 배우님은 어떠세요? 사실 박근영 감독님의 방식에 최적화된 배우이긴 하잖아요.

 

강길우: 그렇죠. 한강에게로 연습을 했기 때문에그런데 그것과는 또 다르게 정말 먼 곳을 촬영할 때 카메라가 그렇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어딘가에서 찍고 있는 건 알지만 카메라가 밟혀서 부담스럽고 그렇진 않았어요. 정면에 있거나 가까이 있었던 적이 얼마 없었거든요. 그런데 유일하게 한 번, 장례식장에서 뛰쳐나와 담벼락에 서서 흐느끼는 장면을 찍는데 영화에 삽입된 멀리서 찍은 장면을 찍고 카메라가 앞에 와서 정면을 찍으려고 하는 거예요. 그때 갑자기 겁이 확 나더라고요. 배우로서 자신이 없기도 했고, 뭔가 진우의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기도 해서 발가벗겨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 장면을 어렵게 촬영을 했는데 감독님이 쓰진 않으셨더라고요. 그때도 잠깐 감독님께 생각지 못한 앵글이다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감독님도 쓸 것 같진 않다. 그래도 찍어보자.’라고 하시더라고요. 촬영 감독님의 의견도 있으셨겠죠.

 

홍경그때 상희누나가 두 시간 기다리게 해가지고.(웃음)

 

이상희: 아니, 스케줄을 왜 그렇게 짰나 몰라.(웃음) 중요한 감정신을 다 몰아둔 거예요. 저는 장례식에서 끝나는데 길우는 다른 촬영이 또 남아있으니까. 카메라가 자기 앞으로 왔을 때는 감정적으로 이미 탈진해 있는 상태였던 거죠.

 

이은선: 두 시간 동안 기다리기도 했고.

 

이상희: 두 시간 동안 쉴 수 있게 해줬잖아.(웃음)

 

영화 <정말 먼 곳> 스틸컷

 

이은선: 또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새롭게 느껴졌던 것 중에 하나가, 인물들이 질문에 대답할 시간을 안 주는 영화더라고요. 뭔가를 물어보면 대답을 들어야 하는 타이밍에 화면이 넘어가요. 그래서 그 사람의 진짜 마음을 우리가 알 수가 없어요. 물론 거짓으로 말할 수도 있겠지만 대답을 보여주지 않는 영화인 것 같아요. 스크립트부터 없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찍었지만 편집에서 잘라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둘 사이에 그런 게 많죠. 예를 들어 현민이 ‘설이한테는 뭐라고 할 거야?’라고 물었을 때 진우의 대답은 듣지 않고 넘어가요. 그리고 트럭에서 둘이 싸우다가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라는 질문이 나오는데 이게 되게 중요한 질문이잖아요. 그런데 대답을 하지 않고 인물이 밖으로 나가버리죠. 이렇게 현민과 진우 사이의 대화를 포함해서 영화가 답을 들려주지 않는 방식이 언제부터 계획되어 있었나요?

 

강길우: 방금 말씀하신 건 스크립트에 적힌 대로예요. 글에 답이 있지는 않았어요. 작정하고 관조하는 영화를 만든 것 같아요. 조금이라도 감독 본인의 어떤 방향을 넣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은선: 대답이 애초부터 스크립트에 없었던 영화군요. 답을 물어보신 적은 없었나요?

 

강길우: 그러게요. 저는 물어본 적이 없네요.

 

이은선: 이해를 했기 때문에?

 

강길우: 저도 모르겠어요. 모르겠는 게 맞는 건가?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물어도 감독님이 대답해줄 것 같지는 않고. 감독님도 관객의 한 명으로서 대답해줬을 것 같아요.

 

이은선: 자기 확신이 없어서 그런 사람이 있고, 자기 확신이 분명해서 그런 사람이 있는데 박근영 감독님은 후자 같아요. 영화를 만드는 스타일이나 만들었을 때 얘기를 들어보면 배우들에게는 구체적인 설명이 따로 없어도 본인 안에는 전체적인 그림이 굉장히 잘 정리되어있던 것 같거든요. 그래서 현장에서 빠른 판단들을 내리면서 작업을 하시지 않았나. 굳이 답이 필요 없다는 점 역시 이미 그림을 그리고 이 영화를 만든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설이와 할머니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 둘은 단순히 아이와 노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 영화가 어쨌든 죽음으로 시작해서 삶으로 끝나는 순환을 그리는 영화이다 보니까 아이와 노인의 역할이 굉장히 필수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볼 때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그 두 사람이 인물들에게 무언가를 깨닫게 하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공통점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서 이전과는 다른 의미를 갖는 사람들이 된다는 점인데 이들이 각 인물에 미치는 영향은 뭐였을지 궁금증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 할머니가 정신이 돌아오신 날 아침에 식혜를 만들면서 은영에게 아주 중요한 얘기를 하거든요. ‘이렇게 잘 저으면서 기다리는 거 중요해.’ 이 대사를 하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잖아요. 그러면서 할머니와 은영 사이에 관계가 생기는 거예요. 뭔가를 깨닫게 되는 거죠. 이렇게 설이와 할머니, 그리고 각자의 캐릭터와의 관계에서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얘기 나눠볼까요?

 

이상희: 아시는 분은 아실 수도 있는데 감독님이 할머니와의 은영의 관계를 추가하고 싶다고 말씀을 하시고 제게 생각나는 부분이 있는지 물으셨어요. 예전에 어머니가 입원을 했을 때 입원실 대각선 끝에 치매 할머니가 계셨어요. 저한테 손짓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갔는데 자두를 주시면서 제 머리를 쓰다듬어주시는 거예요. 그 순간이 너무 기억에 남아서 감독님께 얘기를 했고, 감독님이 너무 좋은 것 같다고 말씀하시면서 식혜 장면을 만드신 거죠. 그때는 이 영화에서 은영이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은 적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할머니라는 낯선 타인에게 생각지 못한 위로를 받게 된 거죠. 그리고 얼마나 내달리면서 왔겠어요. 현실로부터 도망을 치든 틀어진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든 내달리면서 온 사람인데 할머니께서 기다리는 거라고, 쓰다듬으면서 괜찮다고 얘기해주시는 것 같아서 그때 조금 설이를 찬찬히 바라보게 되는 여유가 생겼던 것 같아요.

 

강길우: 말씀해주신 것처럼 설이는 가장 순수한 존재잖아요. 할머니는 가장 인생을 많이 살아온 존재고. 그 안에서 진우가 가장 시야가 좁은 인물 같았어요. 이곳에 오래 있었고, 지켜야 할 것들이 많고. 그런 상황 속에서 자신을 계속 얽매어 가는 느낌? 그리고 할머니보다는 설이한테 더 영향을 받았던 것 같아요. 순수한 설이를 보면서 영화 마지막에는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집중을 해보자는 마음이 컸던 것 같고. 현민이 사라지고 설이가 사라진 것이 그런 변화를 줬다고 생각해요.

 

이상희: 제 생각에 영화에서 설이 곁을 잘 지켜줘야 하는 사람이 저와 진우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영화 속에서 역할을 못했고 문경이가 그 역할을 해줬어요. 그리고 현민이 진우를 대신해서 많은 부분을 내어준 것 같아요. 찍을 때는 문경을 질투하느라 바빠서 잘 몰랐어요. 내 자리에 문경이 있는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나중에 영화를 보면서는 그게 되게 고맙더라고요. 내가 지켜주지 못한 많은 자리들, 물론 진우가 그 자리를 지켜줬겠지만 진우가 흔들리고 있을 때 다른 두 사람이 그 자리를 잘 채워줘서 고마웠어요.

 

홍경당연히 설이와 진우 앞에서는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했겠지만 현민은 설이라는 존재에 대해 여러 생각들이 있었을 것 같아요. 설이에 대한 걱정도 있었을 거고, 진우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거고. 그래서 되게 조심스럽게 설이 얘기를 꺼냈던 게 불현듯 떠오르는데. 제가 처음 진우를 만나서 포옹을 하고 집에 와서 식사를 하잖아요. 저는 그때 어떤 낯선 곳이라는 느낌을 받지 않았던 것 같아요. 가족 구성원 전체가 알고 지냈던 사람들처럼 다가갈 수 있는 편안함이 있지 않았을까. 그런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나요.

 

 

이은선: 각자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 관객 질문으로 넘어가 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이상희 배우가 연기한 은영을 다시 보면서 제가 감탄한 부분이 있어요. 저는 상희 씨와 개인적으로 친하기도 하고 상희 배우의 연기를 정말 좋아해요. 저는 이상희 씨가 연기한 모든 작품을 다 본 몇 안 되는 관객 중에 한 명일 거예요. 그래서 연기하는 스타일도 알고 어떨 때 이 사람의 텐션이 터지는 지도 감지가 되는 것 같은데 이 작품에서 감탄했던 부분은 말투와 목소리였어요. ‘어떻게 저렇게 바꿨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처음에 진우와 테이블에서 얘기하는 장면을 보면 목소리가 너무 피곤하고 다 때려치우고 싶은데 간신히 바로잡으려고 온 사람의 목소리더라고요. ‘다 바로 잡으려고 온 거야라는 대사를 하는데 어디서도 그 톤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생소하게 캐릭터를 소환하고 있다, 어쩌면 목소리와 말하는 법까지도 굉장히 고민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어요.

 

이상희: 알잖아요. 저 고민 안 하는 거.(웃음) 사실 전 목소리를 어떻게 인위적으로 캐릭터에 맞출지, 그런 고민은 안 해요. 그런데 물론 제 무의식의 어떤 부분에 이 캐릭터의 특성을 잘 살릴 법한 화법이 있을 수는 있겠죠? 그런데 그걸 구체적으로 고민하지는 않고, 그냥 막연하게 어떤 종류의 느낌을 가지고 현장에 가요. 제가 기억하기에 그게 첫 촬영이었어요. 느낌을 가지고 가서 현장의 공간을 보고 상대 배우를 보고 그냥 해요. 처음 만난 진우와 너무 얘기하기가 싫더라고요. 찐남매 알죠.(웃음)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된 것 같아요.

 

이은선: 그럼 그 장면은 강길우 배우가 만들어 준 것으로 하죠.(웃음) 그리고 저는 처음에 영화를 볼 때부터 홍경 배우가 연기한 현민이라는 사람이 영화 안에서 가장 성숙한 인물이라고 생각하면서 봤거든요. 굉장히 많은 것들을 포용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자기감정에 솔직한 것 같으면서도, 정말 솔직한 사람인가? 의문을 갖게 되더라고요. 어쩌면 본인이 만든 태도 안에 자신을 가두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어떻게 보면 욕망이 무엇인지 가장 알 수 없는 사람이기도 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은영은 딸을 되찾고 싶다는 분명한 욕망이 있죠. 진우 같은 경우는 확신할 수 없지만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고 싶다든지, 그리고 욕망이 없어 보이는 문경에게조차 사실은 있어요. 진우가 남자를 사랑하는지 몰랐을 때는 이 사람과 인연이 되고 싶었고, 여기를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말을 하지 않을 뿐이죠. 그런데 현민의 욕망은 모르겠더라고요. 이 사람이 뭘 원하는 사람인지 보면 볼수록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혹시 배우는 아나요? 현민은 뭘 욕망하는 사람일까요?

 

홍경약간 땀이 많이 나는데(웃음) 그런 욕망이라기보다도 저는 이 친구가 그렇게 어른스럽다, 성숙하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포용력이 높다, 이런 얘기가 있잖아요. 표면적으로 봤을 때 저도 그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어떤 일에도 크게 타격이 없는 친구 같고, 그러려니 넘길 줄 아는 친구인 것 같아요. 사실 나이에 비해 굉장히 성숙하잖아요. 그런데 연기를 하다 보니 저는 그런 것들이 이 친구의 아픈 면으로 다가온 것 같아요. 뭐랄까, 저는 개인적으로 인간은 누구나 다 감정적인 동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환경이나 사회의 분류 속에서 나를 숨기고 혹은 맞추다 보면 진짜 내가 원하는 건 뭐고 진짜 내가 느끼는 건 뭔지 숨겨버린다고 생각해요. 근데 저는 그것만큼 슬픈 일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일을 하면서 그게 참 두렵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 친구의 욕망이 무엇이라고 직접적으로 말하기보단 이 친구가 과연 어른스러운 건가? 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과연 현민의 태도가 우리가 생각하는 성숙한 태도인가라는 고민을 했거든요. 안쓰럽다는 느낌을 받아서.

 

이은선: 욕망이 안 읽히는 인물이 맞네요.

 

이상희: 그런데 정자에 앉아서 이런 얘기를 했어요. 맑아 보이고 티 없어 보이지만 실은 진우가 지금 겪는 상처를 현민은 이미 많이 겪었고, 그래서 내가 원하는 걸 자신 있게 내세울 수도 없고. 어떤 부분에서는 솔직할 수 있는 진우가 부러울 수도 있고 그래서 이게 과연 성숙한 사람의 태도일 수 있을까 싶다고요.

 

홍경제가 아까 짧게 얘기했던 아픈 구석, 사회에 대한 상처들을 직접적으로 말하긴 싫었거든요.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니까. 그런데 어찌 되었든 가까이 다가서서 연기를 하며 느꼈던 건, 현민은 어떻게 보면 누군가를 이해한다고 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동성애자로서의 편견과 상처를 겪고 이로부터 벽을 친 거잖아요. 그게 과연 성숙한 걸까? 정말 맞는 걸까? 그런 질문을 저 스스로도 해봤거든요. 너무 깊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 친구 되게 안쓰럽다. 이렇게 만든 건 본인의 의지가 아닐 텐데... 그래서 저는 현민이라는 친구가 하고 싶었고 현민의 태도들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은선: 누구나 자기 문제에 대해서는 성숙하지 못해요. 이 영화에서 저는 아무도 성숙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현민이 성숙하다고 생각했던 이유 중에 하나는 이 사람은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고 질문하는 인물이기 때문이에요. ‘너는 어떤 것 같아? 어떻게 하고 싶어?’라고 물어보는 사람인 거잖아요. 이건 어쨌든 삶을 재단하려 하지 않는 태도이기도 하고, 더 깊게 이해해보려는 태도이기도 한 것 같아요. 어쩌면 본인이 다른 사람에게 받고 싶었던 이해를 질문의 형태로 드러내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반면에 진우는 보면 볼수록 이곳을 어떻게 생각하는 인물일까 궁금했어요. 처음에는 막연하게 안식처라고 생각했을 텐데 그것도 자신이 만든 마음의 위안일 것 같은 거예요.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없다는 걸 본인이 가장 잘 알 거잖아요. 다른 곳으로 언젠간 떠날 수밖에 없을 운명이라는 것도요. 현민이 찾아오고 은영이 찾아오기 이전부터 진우에게 이곳이 안식처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진우에게 이곳은 어떤 의미일까요?

 

강길우: 영화가 다 끝난 시점에서 생각을 해 봤을 때, 진우도 알 거예요. 이곳이 지금 당장 편안하고 안식처 같기는 하지만 이 마음이 일종의 합리화일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고, 굳이 잔잔한 물에 손을 넣어 파동이 일게 하고 싶지 않았던 거겠죠. 궁지에 몰려있고, 날이 서 있고, 코너로 몰린 상황에서 더 이상 몰리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 위안 삼고 있던 곳이었고. 여기 있는 사람들이 내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변할 수도 있고, 그들이 변하지 않아도 진우가 마을 사람들을 의심할 수 있고, 다시 이곳이 불편해지리라는 것도 스스로 알고 있고. 결국은 저도 관객으로 보기에는, 해결이든 도피든 뭐가 되었건 자기 안에서 해답을 찾아야 하잖아요. 그게 화천이건 서울이건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 <정말 먼 곳> 스틸컷

 

이은선: 여러분들이 남겨 주신 질문을 쭉 보고 있는데요. 진우와 현민이 차에서 싸우고 그다음 날 현민이 떠나기까지 그 둘이 어떤 시간을 보냈을지 상상해보았는데, 배우분들도 생각해 보신 게 있나요? 아침에 일어나서 진우가 현민이 사라진 걸 알고 찾죠. 그때 현민의 성을 처음 들었네요. ‘최현민이라고 부르잖아요. 그 사이에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까요?

 

강길우: 현민이 차 밖으로 나가잖아요. 이건 제가 쓰는 소설인데, 시간을 잠깐 혼자 보내고 해결되지 않은 마음으로 차를 타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이전처럼 즐거울 수는 없겠지만 냉전 상태로 집에 도착했고 각자 할 일을 하고 잠에 들었을 것 같아요.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 그리고 진우의 마음이 평소와 같았다면 내일 일어날 일을 감지했을 텐데, 진우 역시 정신적으로 평온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현민을 돌볼 여유가 없었을 것 같아요.

 

홍경: 정답은 없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감정적으로 서로 폭발하고 싸웠는데 그 이후에 아무렇지 않았을 것 같지는 않아요. 현민이 먼저 풀어보려고 하지 않았을까, 진우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눈치 보고 사과의 말을 건네고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지 않았을까. 그러고 나서 홀연히 사라진 게 아닐까 생각해요. 감정적으로 부딪힌 이후에 이 친구는 분명히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한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정답이 아닐 수 있지만요.

 

이은선: 현민이 되게 조용히 짐을 싸는 사람이었나 봐요.

 

홍경: 저였어도 그랬을 것 같아요.

 

이은선: 그렇게 티 안 나게 조용히?

 

강길우: 올 때 되게 짐을 가볍게 들고 오기도 했어요. 금방 갈 수 있는 상태로

 

이은선: 이 장면에 대해 홍경 배우님께 질문을 하신 분이 계신데요. 진우와 현민이 차에서 싸우고 난 다음에 현민이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안 울더라고요. 이유가 있을까요?

 

홍경: 눈물이 안 났어요. 지문에도 없었고. 그런데 보시면서 좀 마음이 짠하셨기에 그런 질문을 해주셨겠죠? 그렇다면 저는 성공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우는 연기를 보는 것보다 슬픈 상황 속에서 관객 분들이 감정을 느끼시는 게 중요한 거니까. 그때 저에겐 눈물이 중요한 건 아니었고, 제가 그 당시에 느꼈던 건 내가 정말 이 상황을 만든 건가?’, ‘나로 인해서 진우가 이렇게 불편해지고 내가 다 망친 건가?’ 이런 생각들이 들었어요. 제가 마지막에 한 번 소리를 지르고 차가 멈춘 다음에 온 몸이 바들바들 떨렸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나요. 되게 이상한 감정이었어요.

 

이은선: 이상희 배우님껜 이런 질문이 들어와 있습니다. 은영의 발언으로 진우의 세상에 금이 가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은영이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은영이라는 인물이 악역으로 보일까 경계하진 않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상희: 경계했냐고 물으시는 거죠? 저는 경계하지 않았어요. 저는 늘 제가 빌런이라고 얘기했습니다.(웃음) ‘나만 빌런이야~’ 이러면서. 그런데 보신 건 감독님의 시선이에요. 감독님이 늘 은영이는 빌런이 아니야.’라고 말씀해주셨거든요.

 

이은선: 1년 기념으로 다시 만나 너무 기쁘다고 하시면서 정말 먼 곳하면 은행나무나 화로 장면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고,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하셨어요. 배우님들에겐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무엇인지 물으셨네요.

 

강길우: 기억에 남는 장면이 너무 많은데. 이런 질문은 항상 받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순간 떠오르는 장면을 골랐어요. 이 작품이 일 년 전에 개봉을 했고, 시간이 흐른 지금 영화와 현장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거든요. 아쉬움이 남는 장면을 생각했을 때 담벼락 장면이 떠오릅니다. 장례식에서 나와서 현민이 진우를 뒤에서 안아주는 장면이요.

 

이은선: 그 장면을 이야기해주셔서 말하자면, 홍경 배우님이 울었는지에 관해 되게 궁금해하시네요. 이번에는 장례식장에서 같이 우셨는지 질문하셨어요.

 

홍경: 그렇게 울보는 아니에요.(웃음) 장난이고 그 장면의 시퀀스 자체가 진우의 클라이맥스인 장면이거든요. 길우형은 힘들었지만 저는 마음에 부담이 없어서 그런지 형을 보고 반응하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형은 이렇게 말씀하시지만 충분히 슬펐어요. 장례식장에서도 그렇고. 그렇게 뛰쳐나가고 저도 뛰쳐나가고. 담벼락에서 안을 때에는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강길우: 아, 그 장면 좋아요. 진우가 뛰쳐나온 뒤 현민이 (은영에게) 한 소리 할 것 같은 장면.

 

홍경: 원래 거기에 대사가 있었는데, 제가 감독님한테 감독님, 여기서 대사 안 할 것 같은데요’ 말씀드렸더니 그 버전을 쓰시더라고요.

 

이은선: 원래 대사가 뭐였는지 기억나세요?

 

홍경: ‘그만해요. 제가 가볼게요이런 말이 있는 대사였어요. 너무나 현민스럽게, 은영한테도 선을 넘지 않으면서 감정을 꾹 참는데, 이미 진우를 잡아놓고 굳이 말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 친구라면 너무 화가 나도 자신이 실수할 것 같으니 말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던 기억이 나요.

 

이상희: 저도 방금 말한 그 순간이 기억에 나고, 대사는 없었지만 (홍경 배우가) 눈으로 거의 절 죽였거든요. 그때 홍경 배우의 눈을 보는 순간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길우: ‘너 때문에 딜레이 됐잖아.’(웃음)

 

홍경: '아 퇴근이 늦어지겠네'(웃음) 장난이에요. 누나.

 

이상희: 그 순간이 기억나고, 저도 좋아하는 장면이 너무 많아요. 트럭 장면도 좋아하고, 현민이가 시 수업하는 장면도 너무너무 좋아해요.

 

영화 <정말 먼 곳> 스틸컷

 

이은선: 이 질문 되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은영에 관한 질문인데, 문경이 생각하는 은영은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둘의 관계를 담은 장면이 몇 번 나오긴 했지만 잘 모르겠더라고요. 은영은 문경을 질투했다고 말씀하셨는데 문경이 생각한 은영은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이상희: 문경한테 들어봐야 알겠지만, 현장에서 찍을 때에는 존중받는 느낌이었어요. 아마도 은영이 설이의 엄마이기 때문이겠죠. 제가 벽을 쳐도 약간의 거리를 두고 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는 느낌이었어요. 물론 그 친구도 하고 싶은 것이 있었을 텐데 극 중 문경이 할머니를 대할 때처럼 자기 안의 욕망은 일정 부분 접어두고 그렇게 대해줬던 것 같아요.

 

이은선: 그 부녀의 캐릭터가 좀 그런 것 같아요. 진우와는 오랜 시간 같이 보냈을 거고. 설이에겐 ‘내 새끼라는 말을 할 정도로 이미 애착관계가 형성되어있지만 사실 그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진우로부터 추가된 군식구들이 계속 들어오거든요. 현민도 오고, 은영도 오고 그러는데 그들은 군식구들에 대해서 별 말을 하지 않고 음료수도 가져다주고. 품어주는 듯한 캐릭터가 두 사람에게 나오는 것 같아요. 어느 순간 진우에게서 자기 젊은 시절의 모습을 본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더라고요. 부녀가 품어주는 마음 같은 것들이요.

마지막으로 좀 가벼운 질문을 해볼까요? 양에 관한 질문이 어김없이 있는데, 배우님들과 양님들과의 케미가 어땠는지 궁금해하시네요.

 

강길우: 저는 좀 괜찮았던 것 같아요. 양들이 성격이 다 달라서 저랑 좀 친했던 친구들도 있고 말을 좀 안 듣는 양들도 있었어요. 제가 좀 다뤄야 하는 장면에서는 친한 양을 불러가지고 촬영을 했고. 말을 안 듣는 양은 미안하지만 우리에 좀 넣어두고.

 

이은선: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고양이도 그렇고 강아지도 그렇고 친해질 때 다가가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잖아요. 양을 어떻게 해야 해요?

 

강길우: 저도 고민이 많았는데, 양의 특성이 있겠지만 양마다 성격이 다 달라서 그것 역시도 다르더라고요. 어떤 양들은 제가 어떻게 해보려 해도 도도한데 어떤 양들은 제가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먼저 다가오고. 그런 기억이 있어요.

 

이상희: 저는 양과의 케미는 기대하지 않고 하늘에 맡겼어요. 어떤 테이크에는 걸리겠지, 생각하면서

 

이은선: 은영이 양을 무서워하잖아요. 실제로도 무서워했나요?

 

이상희: 실제로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어요. 양이 저를 해하지는 않으니까.

 

강길우: 넘어질 때 그곳에 양의 배설물이 엄청 많았어요. 그런데 온몸을 던지시더라고요.

 

이은선: 양들한텐 연기를 디렉션할 수가 없잖아요.

 

강길우: 처음에 양털 깎는 장면을 찍는데 마치 촬영장에 보조출연 분들이 타이밍 맞춰서 들어오는 것처럼 정말 자연스럽게 들어오더라고요. 1번이 카메라를 살짝 가려주고 2번이 시간차에 맞춰서 들어와 주고 3번이 카메라를 딱 바라봐주고. 마법같이 나온 거죠. 그게 첫 촬영이었던 것 같은데 , 앞으로 촬영 잘 되겠다.’ 하고 착각을 했죠.

 

이상희: 그럴 때 진짜 짜릿하거든요.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는 마법의 순간을 만났어요.

 

 

이은선: 그게 배우들이 스크립트를 볼 때 절대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이죠.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이기도 하고. 사실 영화라는 게 그런 장면들의 합이에요. 배우들도 그렇고 감독도 그렇고 현장에 가기 전까지 아주 많은 준비를 하지만 어떤 식으로 카메라에 찍힐지는 누구도 모르니까요. 그렇게 가장 최상의 마법이 벌어진 결과물들을 영화로 완성되는 것 같습니다. 다른 질문들도 많이 올라와있는데 시간 관계상 여기서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고요. 일 년 만에 얘기를 나누게 되어서 정말 좋았어요. 오늘 오신 관객 여러분들도 그런 마음으로 오셨을 텐데 특별히 감사의 말씀을 담아서 끝인사를 부탁드릴게요.

 

이상희: 긴 얘기 끝까지 함께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런던에 있는 감독님도 정말 이 자리 오고 싶어 하셨는데... 정말 아쉬워하셨어요. 오늘 좋은 시간 채우고 오라고 당부하셨거든요. 오늘 함께한 시간 너무 좋았다고 제가 눈으로 느껴진 마음들을 메시지로 잘 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길우: 반가운 분들도 많이 보여요. 영화를 저보다 더 많이 보신 분들일 것 같은데요. 더 관심 가져주시고 질문도 해주시고 사진도 찍어주시고. 이런 감사한 마음을 저희 팀 다 알고 기억하고 있거든요. 오늘 이 자리도 황송한 마음으로 온 것 같아요. 일반적인 GV와는 다르게 반갑기도 하고요. 감독님이 계셨으면 너무 좋았을 텐데, 런던에 계신 이유도 이 영화 때문이니까. 저도 빼먹지 않고 하나하나 다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언젠가 이 영화로 만날 일이 있으면 이대로 와주세요. 고맙습니다.

 

홍경: 길우형의 마지막 말이 너무 좋네요. 저도 너무너무 감사해요. 이렇게 귀한 발걸음 해주셔서. 이렇게 영화관에 와서 영화를 다시 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오늘 이렇게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또 이렇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 팀을 또 근영 감독님 영화에서 만나고 싶어요. 근영 감독님이 완전히 다른 스크립트를 써주셔서 같이, 다시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오늘 느낀 건데, 무언가를 해볼 수 있게 열려있는 현장에서 영화를 찍었고, 그 작품이 개봉을 해서 관객분들을 만났는데요. 행복하게 열린 자세로 즐기며 찍어서 어떤 마음은 잘 전달이 됐다고 느껴졌어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웃음) 사랑해요. 감사해요.

 

이은선: 정말 먼 곳을 극장에서는 이런 특별상영이 있어야 만날 수 있지만 지금 집에서도 관람을 할 수 있게끔 서비스되고 있는 곳들이 있죠? 이 영화를 계속해서 아껴주셨으면 좋겠고요. 오늘 함께해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안녕히 돌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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