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리라고도 알려진〉 리뷰 : 니키를 찾아서
*관객기자단 [인디즈] 유소은 님의 글입니다.
‘나’라는 존재를 하나로 정의할 수 있을까? 인간은 끝없이 자아 정체성에 관해 고민하고 탐구한다. 과거부터 인간 존재에 관한 연구는 계속됐고, 최근 주목받았던 멀티 페르소나 개념이나 '부캐' 열풍 역시 다양한 정체성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을 증명한다. 예술가 니키리의 정체성에 관한 질문에서 시작한 영화 〈니키리라고도 알려진〉은 니키의 여러 면모를 통해 보편적인 고민을 얘기한다.
영화의 감독이자 배우로 등장하는 니키리는 ‘프로젝트(Projects)’ 시리즈, ‘파트(parts)’ 시리즈, ‘레이어스(Layers)’ 시리즈 등의 작품으로 이름을 알린 유명 예술가다. 그는 개인의 정체성을 중심으로 작품 세계를 구성해왔다. 시간과 공간, 사회문화적 맥락, 함께하는 사람과의 관계 등 여러 요소에 따라 변모하는 정체성을 탐구하는 특성을 보인다. 이는 영화에서도 드러난다. 니키리는 사진 작품에서 사진작가와 피사체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방식을 선보였는데, 영화에서 역시 연출과 연기를 동시에 소화하며 화면 안과 밖을 직접 구성한다.
〈니키리라고도 알려진〉은 니키리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 허구를 실제 상황처럼 연출한 장르로, 진실과 거짓을 넘나드는 이 작품의 특징을 잘 담아낸다. 영화에서 니키리는 분리된 자아로 등장하는데, 이때 니키는 니키 그 자체가 아닌 니키가 연기하는 니키다. 이로 인해 관객은 실재와 허구의 경계에서 정보의 진실성을 판단하는 데 혼란을 겪는다. 실제를 연기하는 상황에서 실제와 연기 중 어느 곳에 방점을 찍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니키리는 작업에 열중하는 진중한 아티스트로 등장했다가 편안한 일상을 즐기는 한 명의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개인으로서의 내밀한 고민을 말하기도 하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많은 사람과 어울리는 사교적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다양한 니키리의 자아는 카메라를 거치면서 또 한 번 가공된다. 니키리의 다양한 면모와 더불어 다른 사람에 눈에 비친 니키리의 이미지와 실제 니키리는 어떻게 다르고 같은지에 관한 고민을 영화는 담아낸다.
“실제 모습을 연기”한다는 말과 “다큐 편집도 일종의 속임수라고 볼 수 있다”는 대사는 지금 관객이 마주하는 니키리가 만들어진 존재임을 일깨운다. 엔딩 신에서도 그것을 확실하게 드러낸다. 인터뷰하던 니키는 “전 뉴욕을 정말 좋아해요. 니키가 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니까요.”라는 대사를 반복한다. 그리고는 “오케이. 더 이상 안 해도 되지?”라는 말과 함께 무장해제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영화와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이다. 그렇지만 마지막 니키의 모습도 현실 그 자체는 아니다. 그는 연기에서 벗어난 니키의 모습까지 담아내기로 한 편집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니키이고, 혹은 니키가 무장해제된 모습까지 모두 의도된 연기일 수 있다.
영화는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부터가 허구인지는 더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게 한다. 개인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답을 쫓는 게 아니라, 정체성을 꼭 정의해야 하는가 질문한다. 한 사람이 가진 정체성은 다양한데, 그 안에서 어떤 것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구분 짓고 정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카메라 밖의 니키도 카메라를 거쳐 만들어진 니키도, 어떤 모습의 니키든 결국 모두 니키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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