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삶〉 리뷰 : 최선을 다했던 그때 나의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호진 님의 글입니다.
최선
1.가장 좋고 훌륭함. 또는 그런 일.
2.온 정성과 힘.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최선은 아마 두 번째 의미일 것이다. 가장 좋고 훌륭하여 떠올리고 싶은 추억이 아니라 온 정성과 힘을 다해 지나온 그 시절, 그들은 최선을 다했다.
<최선의 삶>은 '강이’, ‘소영’, ‘아람’ 세 친구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강이에게 시선을 더 깊이 맞춘다. 다른 두 친구와 달리 한참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 언덕 위의 낡은 빌라에 살면서 소외감을 느끼고 소영의 부유하고 꿈 있는 삶으로의 편입도, 아람의 가출과 자립으로의 편입도 힘겨운, 어쩌면 가장 평범한 아이가 강이다. 강이에게 가장 중요했던 건 그저 세 사람의 우정이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강이는 눈물을 터트리고 애써 웃어 보이기도 한다. 그 시절을 모두 지나온 이들에겐 그 아이의 선택이 최선이 아닐지라도 순간순간 최선의 방향으로 나아가려 애쓰는 강이를 카메라는 위태롭게 담아낸다. 내도록 흔들리는 화면은 강이의 마음이기도, 그 시절을 지나온 우리의 마음이기도 하다.
영화가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문득 내가 지나온 삶이 그리 치열하지 않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 저 아이들에 비해 아주 치열하게 우정을 나누지도, 사랑하지도 못했구나 하는 어쩌면 작은 후회였다. 사실 그러고 나니 영화와의 마음속 거리가 조금 멀어졌다. 가까이 있지 않은 이야기, 나 역시 지나온 시간이지만 저런 얼굴들을 모르겠다는 양 2시간을 정말 ‘영화’로만 바라봤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떠오르는 제목을 보며 ‘최선’이라는 단어를 오랫동안 곱씹었다. 생각해 보면 그랬다. 나는 언제나 최선을 다했었다. 영화 속 세 아이들과는 달랐지만 그래도 누군가를 열심히도 미워했고, 많이도 믿었고 그래서 아팠고 힘들었고 괴로웠던 시간들을 온 정성과 힘을 다해서 넘어왔다.
너무 아픈 기억은 시간이 많이 흐르고서야 다시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 여전히 아프지만 조금은 덜한 아픔으로 남는다. 어쩌면 잊히기도 한다. 내가 최선을 다했던 그 시간들은 많이 아물어서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를만한 작은 생채기로 남았거나, 아예 잊힌 채로 남아있는 것 같다.
그러니 강이와 소영이, 아람이도 그 아팠던 시절들이 덜 아프게 남길 혹은 모두 잊고 좋은 기억만을 남기길, 이 말이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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