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강아름 결혼하다〉 리뷰 : 가부장, 니가 왜 여기서 나와?
*관객기자단 [인디즈] 은다강 님의 글입니다.
박아름도 강아름도 아닌 박강아름이 결혼했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포스를 풍기는 아름은 프랑스 유학도 가고 싶고 아이도 낳고 싶은 30대. 아름을 따라 흔쾌히 파리로 건너온 성만과 함께 그의 바람은 전부 현실이 된다.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고 사는 아름의 결혼생활은 과연 행복할까?
불어에 능통하지 못한 성만은 당장 사회생활을 할 수 없으니 자연스레 집안일을 전담하고, 불어가 가능한 아름이 예술학교를 다니며 집안의 경제와 행정을 담당한다. 두 사람의 역할 분담은 퍽 민주적이다. 아름이 보리를 임신하고 입덧으로 고생하다가 병원에 입원해 사흘간 수액을 맞고서야 음식물을 삼킨 이야기나 출산을 앞두고 지독한 변비에 걸려 변기에 앉을 때마다 성기가 빠질 것 같은 고통에 힘들어하는 아름의 심경을 같은 여성으로서 헤아려보는 것도 거기까지였다. 점점 성만을 대하는 아름의 행동이 불편해졌다.
독박 육아, ‘식모’라고 말한다. 아름이 학교에서 먹을 도시락 2개를 매일 챙겨주던 성만이 마치 그동안 불성실하기라도 했던 것 마냥 ‘오늘은’ 서포트를 제대로 해 달라는 아름의 요청이나 정혈 기간이라 따뜻한 걸 먹고 싶었는데 식탁에 올라온 냉파스타에 울컥 치밀어 면을 집어던진 행동은 집안의 평화를 깨뜨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아름이 성만에게 자신도 집안일을 한다며 언성을 높이는 지점에서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상황이 우스웠던 게 아니라 내 불편함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름이 성만을 대하는 태도가 가부장적이라면, 끊임없이 아름의 행동에 의문을 갖는 나 역시 가부장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엄마가 아이를 앞에 두고 왜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할까, 남편이 저렇게 ‘헌신’하는데 왜 아내는 남편에게 더 살갑게 대하지 못할까. 전복된 성 역할을 익숙한 성 역할의 잣대로 다시 평가하는 나를 깨닫고 나니 다큐멘터리는 비로소 코미디가 됐다.
어느 날 아름이 자신의 결혼생활을 돌아보며 ‘결혼’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왜 결혼을 하려고 했을까. 두 사람은 주말 하루 자신들의 집에서 열리는 ‘외길식당’에 다양한 커플을 초대해 식사하며 각자 결혼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나누지만 답은 나오지 않는다.
질문의 답을 찾지 못한 채 아름과 성만, 보리와 개 슈슈까지 비 내리는 덩케르크 해변에 도착한다. 몸이 아픈데 비 오는 바다를 보러 가는 게 이해가지 않는 성만과 바다를 보러 왔으니 무조건 가야 한다는 아름. 의견이 분분한 두 사람 사이에서 모래사장에 바퀴가 박힌 유아차는 중립국처럼 보인다. 바퀴는 끝내 구르지 않고, 두 사람은 유아차를 들어서 옮긴다. 뒤뚱거리는 두 사람의 걸음은 마치 그들의 결혼 생활을 축약한 것처럼 보인다. 순탄하지도 경쾌하지도 않지만 어쨌든 함께 걷는다. 다큐 속 박강아름 감독의 표현을 빌리면 두 사람은 ‘아직 이혼하지 않았’지만 폭우를 헤치고 나아가는 각자의 걸음걸음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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